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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김보현
발행날짜: 2020-04-16 05:45:50

김보현 의대협 교환학생팀장



|대구가톨릭의대 의학과 1학년 김보현| 몇 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을 데려올 때 펫샵이나 가정분양을 이용하는 것이 주된 선택지였다. 하지만 애견공장의 실태가 밝혀지면서 펫샵에서 동물을 소비하지 말고 유기동물을 입양하자는 움직임이 커졌고 이러한 맥락 안에서 나온 슬로건이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다. 그런데 지난 2일 뉴욕시가 대리모를 합법화 한만큼 이제는 이 문구를 사람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 같다.

대리출산이 최근에서야 생긴 산업은 아니다. 남성의 정자를 대리모에게 주입하여 대리모의 난자와 수정되도록 하던 과거의 방식부터 온라인으로 구매된 난자와 정자를 3세계 여성의 몸에 착상시키기까지 나름의 진화를 해왔다. 그러나 ‘대리모가 윤리적인가?’, ‘대리모가 일이 될 수는 없는가?’ 등의 논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대리출산의 윤리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주로 등장하는 말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열망일 뿐, 권리가 아니다.

또한 대리출산을 통해서만 해결이 되는 열망이라면 아이를 가지고 싶어한다기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를 얻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욕구의 실현을 위해 타인의 신체를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보는 게 윤리적인가? 또 적절한 규제는 대리출산을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윤리적인 측면에서 대리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성의 재생산과 아이를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여성은 젊고 정숙해야,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성별의 ‘하자 없는’ 상태여야 상품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구도 안에서 아이는 부모의 재산으로, 여성은 이 특별한 재산을 얻게 해줄 수 있는 도구로써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재산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는 사람이며 여성의 존재가 하나의 장기(자궁)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

2017년 로마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처벌 근절에 대한 협약(CEDAW)에 대리모를 금지하도록 권고하는 절차를 포함해달라고 UN에 요청했을 때 지적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삶이라는 경이로운 선물’과 개인의 자유라는 수사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대리모는 어머니와 아이를 비인간화하며 부모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고 아이의 생명을 사적 재산으로 만드는 개인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로 이어질 수 없다.

대리모 옹호론자들은 대리모들이 ‘출산 노동’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며 이를 직업으로 인정해야 양지에서의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 출산 노동의 대가로 얻는 보수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며 대리모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고 윤리적인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대가의 지급이 행위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고, 대가를 받았다고 하여 그의 결정이 그가 처한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게다가 대리모의 출산 노동은 일로 평가될 수 없다. 대리모는 일이 그의 건강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연구된 바가 없으니 알지 못하고, 임신 기간 동안 생기는 수많은 변수는 각각의 사건에 보상을 상정하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

그리고 대리모가 일이 된다면 이들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아이를 유산하지 않고 임신 기간 동안 몸의 변화가 크지 않으며 또다시 임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베테랑 대리모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베테랑 대리모가 얻는 수익이 초보자보다 많거나 이들이 대리모 산업의 정점에 서 있지는 않는다. 대리모의 일은 자기파괴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대리모 산업에서 실질적인 이익은 브로커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것을 일로 정의할 수 없고, 정의된다 하더라도 윤리적일 수는 없다.

한국에서 대리모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도 의뢰인 본인들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수정한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도록 하면 처벌하지 않고, 2017년 11월 주네팔 한국대사관에서 인도의 대리모 불법화 이후 한국인들이 인도에서 구한 대리모를 네팔에서 출산하도록 하여 네팔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게다가 요즘 해외 자본가들 사이에서는 불임이 아님에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한국이 언제까지 대리모 산업과 무관한 것처럼 있을 수는 없다.

생명에 대한 논의에서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것은 없다.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이 산업이 대리모와 아이 모두를 착취하는 비윤리적 행위라는 사회적 합의가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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