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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어디까지 보셨습니까?

강주연
발행날짜: 2020-03-23 05:45:50

강주연 의대협 중앙상임위원장(건양의대 의학과 3학년)



|건양의대 의학과 3학년 강주연| 요즘 10대와 20대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에서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JTBC라는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로, 원작인 웹툰이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드라마로까지 발전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유독 색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동안의 한국 드라마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LGBTQI+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LGBTQI+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 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 인터 섹스 그 외 제3 의성을 줄인 단어로 성 소수자들을 일컫는 단어로 오늘날 사용되고 있다)

드라마 속 '마현이'라는 인물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이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1등을 차지하자, 경쟁의 대상이었던 '장가'라는 요식업계 회사에서 마현이가 트랜스젠더라는 정보를 기사화해 그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자 한다. 해당 기사에 대한 대중적 반응을 통해 우리는 한국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차갑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꽤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자랐던 터라 한국에서 처음 생활하기 시작했을 때 적지 않은 문화 충격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 더 나아가 한 사회 전체가 LGBTQI+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한국에서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편협한 채로 그 색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몇 해 전,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된 한 대학 강의에서는 '동성애는 정신병이다'라는 자극적인 문구의 수업자료와 '의료인은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와 같은 이야기가 토론 수업의 주제가 되기도 했었다.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자극적인 문구가 수업의 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문화 속에서의 성 소수자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근래에 큰 화제가 됐던 우리나라의 성전환자 군 복무를 비롯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인 디즈니에서도 성 소수자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등 LGBTQI+는 점차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여전히 비난받고 차별받곤 한다.

한참 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무렵, 관련 세미나를 듣기 위해 참석한 의학학회에서 우연히 트랜스젠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분과 함께 여러 담소를 나누다가 문득 궁금해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혹시 성 소수자로서의 삶 속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시나요?"

그분은 익숙한 질문이라는 듯,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공용 화장실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때면 크게 좌절한답니다. 저는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여자 화장실을 들어가면 예외 없이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고, 남자 화장실을 들어가려니 막상 제가 민망해지더군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대답을 듣고서 한참을 생각했다. 그동안의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됐고, 지난날의 생각과 태도에 대해 깊이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온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성 소수자들에 대한 선입견은 적지 않았다. 무의식중에도 그들의 옆자리는 선호하지 않았으며 큰 용기를 가지고 커밍아웃을 한 친구들에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을 긋고 있었다.

전 세계 의과대학생들이 모이는 학회에 참가하면 성 소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다르게 해석해보자면,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개개인이 용감해서 솔직할 수 있었다기보다는 그 사회 안에서는 누구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솔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에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혀 있었다. 성 소수자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도 이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들에게 잠재돼 있던 터무니없는 선입견을 바로 잡았고, 더 나아가 관련 이슈들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한 사회적 분위기가 개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절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이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고를 정돈하는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동성애는 정신질환이다'라는 근거 없는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며 편협한 교육을 이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처사인지 의문이다.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만이 옳은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쉴 틈 없이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전통의 옳고 그름은 결국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판단해야 한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 서툴고 더딜지라도 분명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삶의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하는 문화가 아닌 평등 사회로의 이행을 실천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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