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원정치료의 비애…원인은 신의료기술 재심사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2-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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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항암제 급여 진입 5년…재심사 행정 절차 개선 목소리↑
  • |암종 추가될 때마다 1년 소요…속타는 환자들 해외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면역항암제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2015년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로 흑색종을 완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해도 키트루다는 흑색종 치료제에 불과했다. 지금은 어떨까.

MSD 키트루다의 경우 전이성 흑색종에 이어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요로상피암, 신세포암 1차 치료 병용요법까지 다양한 암종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분야까지 적응증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보통 케미컬 기반 약제의 적응증이 2~3개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면역항암제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편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용 대상이 넓다.

효과가 오래 지속되면서 본래의 면역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덜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같은 면역항암제라도 5년 전과 지금은 그 잠재력의 크기가 다르다는 뜻.

MSD 키트루다의 적응증 현황. 암종이 추가될 때마다 1년 안팎의 재심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옵디보(니볼루맙),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등의 면역항암제들이 처방권으로 들어온지 5년이 됐다. 면역항암제의 적응증이 향후에도 계속 추가될 것을 감안, 이제는 면역항암제의 신의료기술-보험급여 심사 절차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암종 추가될 때마다 1년…속타는 환자들

면역항암제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PD-L1 단백질에 결합해 이를 차단하고,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죽이는 것을 돕는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기 위해선 암세포 표면에 PD-L1의 발현 여부를 살핀다. PD-L1 반응률(TPS)가 높아야 면역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PD-L1 발현 은 동반진단 검사법(pharmDx)을 사용한다. 동반진단 검사는 암세포 표면에 PD-L1의 발현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2016년 8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비소세포성 폐암의 경우 키트루다는 PD-L1 발현 양성 반응률 50% 이상, 옵디보는 반응률 10% 이상일 때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비소세포성폐암에서의 동반진단 검사법이 평가를 거쳐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것처럼 타 암종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때마다 비슷한 과정이 반복돼야 한다는 점. 쉽게 말해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요로상피암, 신세포암까지 각 적응증별로 동반 해당 검사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신청과 승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통 암종마다 허가-신의료기술-보험급여 심사 절차까지 1년여가 소요된다. 적응증 추가 이후에도 환자들이 약을 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최윤라 교수는 "이같은 행정적 절차가 환자에게 매우 큰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며 "신의료기술 심사 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기 때문에 국내 환자들의 불편함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검사에 암종만 추가되는 경우 신의료기술 심사가 아닌 기존기술 심사 등으로 절차적 제도를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제안. 신의료기술 심사에서 기존기술 심사로 간소화 할 경우 총 기간은 절반으로 감소된다.

▲면역항암제 원리 비슷…신의료기술 반복은 낭비

면역항암제의 작용 기전이 여러 암종에 비슷하다는 점에서 암종 추가시 신의료기술 평가를 반복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PD-L1 첫 동반진단 검사인 22C3 PharmDx의 경우 2016년 비소세포폐암에서 허가를 얻고 항암 진단 시장에서 이미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22C3 PharmDx 검사를 사용하고 진단 판독 방법 또한 동일해도, 타 암종이 추가되는 경우 1년여간의 총 재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면역항암제를 출시한 A 제약사 관계자는 "사실 신의료기술 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제약사가 아닌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생존의 위기에 놓인 암환자들에게 절차로 인한 치료 지연은 매우 큰 고통이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가 등장하고 급여 영역에 들어왔을 때만해도 이제 손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환자들이 환호했다"며 "동반진단 검사의 재심사 행정 절차로 인해 불가피하게 해외 원정 치료를 감행하는 암환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 가능한 동일 검사 품목이라면 암종 추가 시 신의료기술 심사가 아닌 기존기술 심사 등으로 대체하는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것. 의료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특히 처방 가능한 항암제가 마땅히 없는 환자들의 경우 생존의 위기 속에서 원정 처방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암 환자들의 사례를 고려해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체외동반진단기기 검사를 직접 시행하는 대학병리학회 임원 및 교수진들은 국내 암환자들의 검사 접근성을 위해 제도적 간소화가 절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병리학회 및 대한종양내과학회 다학제협의회 내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은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고 데이터가 쌓이면, 제도 또한 그 변화에 맞게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약제와 검사가 함께 동반진단이라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행정 절차가 되레 항암치료 시장을 뒤쳐지게 하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병리학회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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