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평가 요양병원…그 뒤엔 간호사가 있었다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12-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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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진 반발에도 탈신체억제·재활 나선 간호사로부터 변화 이끌어
  • |파격적 변화 성공한 코후엔병원 키노시타 이사장 "부단한 노력·헌신"
|기획|초고령사회 일본 요양재활병원 변화해야 생존한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2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 요양재활병원 3곳을 방문해 선진화된 의료의 성장 동력과 개선과제 등 일본 의료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이번 일본 취재는 한국만성기의료협회(회장 김덕진, 희연요양병원 이사장) 주최 전국 요양병원 관계자 34명이 참석한 제75차 일본병원 현지연수 동행으로 이뤄졌다. -편집자 주-

[1]욕창제로 환자중심 1인 병실화 아리요시병원
[2]평범한 요양병원에서 재활 특화한 코후엔병원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일본 후쿠오카 코후엔병원은 요양재활 특화로 전국 요양병원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1940년대 코후엔 요양원으로 출발해 평범한 요양병원에서 지역사회를 넘어 일본 최고 요양재활로 거듭나고 있는 코후엔병원의 비기는 무엇일까.

한국 방문단을 위해 코후엔병원 발전과정을 발표한 키노시타 병원장은 40대 젊은 의사다. 아버지 키노시타 이사장에 이어 3대째 병원을 가업으로 이어가는 코후엔병원.

왼쪽부터 코후엔병원 나카오 총괄간호부장, 키노시타 이사장 그리고 그의 아들 키노시타 병원장.
놀랍게도 코후엔병원 발전과 도약은 한 간호사로부터 시작됐다.

30년 전 20대 젊은 간호사는 요양병원인 코후엔병원에 입사한다.

병실 안에 변기통이 있고 노인환자들은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치매를 지닌 환자는 신체구속 상태에서 현재 한국의 일반 요양병원과 다르지 않았다.

시골에 위치한 코후엔병원은 인구 고령화로 주민들도, 의료 인력도 대도시로 빠져나가며 경영악화를 거듭한다.

20대 젊은 간호사의 눈에 비친 코후엔병원은 변화가 필요했다.

탈신체억제를 시작으로 와상 상태 환자들을 일으켜 세워 걸어가도록 했으며, 병실 밖 화장실로 배변을 유도했다.

코후엔병원은 전 병동 의료진 사진을 배열해 환자들의 신뢰감을 높였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한국 방문단 모습.
그의 노력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반발을 불러왔다.

의사도 아닌 신입 간호사가 그동안의 암묵적 관례를 무시하고, 치매환자의 신체구속을 해제하고 환자를 일으켜 세워 걷게 하는 재활의료 영역에 침범한 셈이다.

환자를 묶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의료진 경고를 무시한 채 묵묵히 파격적인 간호업무를 시행했다.

시간이 흘러 젊은 간호사의 노력은 탈신체구속 억제와 재원기간 단축, 재택복귀 제고 등 환자들의 미소로 이어졌으며 경영적 성과로 도출됐다.

그 주인공은 코후엔병원 나카오 총괄간호부장이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전 의료진이 병동 스테이션에서 근무하는 모습.
50대인 나카오 총괄간호부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의료진은 환자를 묶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노인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학습하고 고민했고 이를 실천했다"면서 "환자들을 걷게 하면서 병실 내 배변을 없애고 화장실로 유도했다. 의료진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코후엔병원의 급격한 변화는 의료진 이탈로 이어졌다.

나카오 총괄간호부장은 "병원 의료진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 때 저는 '나갈 사람은 나가라'라며 환자 중심 간호를 지속했다. 현 이사장이자 당시 병원장이 저를 믿고 응원했기에 가능했다"며 "탈신체구속 억제와 와상 상태 환자를 걷게 하는 재활은 실적으로 이어졌고, 그 이후부터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모두 아무 말 못했다"고 강조했다.

젊은 간호사의 추진력에는 당시 병원장인 키노시타 현 이사장의 두터운 신뢰감이 내재되어 있다.

키노시타 이사장은 한국 방문단 질문에 "(나카오 간호사 활동을)그냥 묵묵히 지켜봤다"면서 "코끝에 간지러운 환자들은 신체구속으로 얼마나 괴로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생활 속 재활을 위한 입원환자들과 함께하는 의료진들.
코후엔병원은 이를 계기로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병원 이념도 새롭게 정립했다.

'환자와 환자 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한다'는 이념 아래 변화하는 재활의료와 재택의료 등 시대흐름을 선도했다.

365일 생활 속 재활에 초점을 맞춰 식사와 배설, 목욕, 보행 그리고 지역 병의원과 연계 강화 등 일본 특성에 부합하는 일상생활 속 재활로 변모시켰다.

이로 인해 급성기병원에서 전원된 입원환자의 복귀율은 70%에 달했으며, 지역 의원의 전원율도 25%를 상회했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보행 중인 입원환자를 뒤따라 가며 재활 중인 의료진.
코후엔병원의 핵심 키워드는 종합진료와 재활 그리고 재택 네트워크이다.

요양병원 재활치료도 수가 가산이 반영된 일본 개호보험 특성상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의 노력과 실천은 지역사회 신뢰로 이어졌다.

와병 상태 전원된 중증환자가 코후엔병원에서 한 달 사이 앉아서 신문을 보는 일반 환자로 탈바꿈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코후엔병원 부단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가 모여 매일 매일 바뀌는 환자별 상태에 따른 최적의 진료방법을 협의해 실천한다.

경영팀은 주간과 월간 진료실적과 경영실적 보고서를 작성해 전 직원이 볼 수 있게 공개한다.

코후엔병원은 입원환자 성명 옆에 노란색과 주황색, 빨간색 등 색깔로 환자 중증도를 표시한다.
여기에는 급여기준을 넘어서 삭감된 사례까지 포함해 의료진 전체가 코후엔병원 현 상황을 진단하고, 진료과별, 병동별 미흡한 부분을 스스로 보완하는 능동적인 대처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월차 보고서에는 입원환자의 재택 복귀율과 간호인력 피로도, 환자의 입퇴원 전원 출처와 방문간호 건수 등 환자와 의료진을 배려한 디테일한 기록도 수록되어 있다.

코후엔병원 병실을 방문했을 때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입원환자 이름 옆에 노란색과 주황색, 빨간색 표시가 되어 있다.

365일 재활과 생활 속 재활로 평범한 요양병원이 일본 최고 명성 요양재활병원으로 거듭났다. 물리치료실 모습.
환자의 중증도를 표시한 것으로 24시간 돌아가는 병원 특성상 의료진 인수인계 과정 속에서 묻힐 수 있는 환자 상태를 주지시키고 환자에게 한번 다가서는 보이지 않은 룰을 정한 것이다.

키노시타 이사장은 "코후엔병원 의료진은 모두 평범하다. 40년 전 평범한 요양병원에서 요양재활 특화 병원으로 거듭하기까지 나카오 총괄간호부장을 비롯한 모든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부단한 노력과 헌신을 했다"고 말했다.

코후엔병원의 경영 노하우는 환자 중심에서 모든 실적을 공개하면서 전 직원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성장 동력을 부여하는 그들만의 평범함으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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