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명 염원으로 지은 요양병원 노인의료복합체 꿈꾼다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12-0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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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로 설립된 대정요양병원 욕창+파킨슨 연구로 보답
  • |250병상 부지와 인력에 140병상만 유지 "정도만 걷겠다"
"우리나라에도 제대로된 요양병원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시작은 그랬다.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이어가던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들이 이러한 기치 아래 의기투합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 출발은 쉽지 않았다. 그들의 의지외에는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봉사 어벤져스에게는 수년째 이어진 그들의 봉사를 지켜보던 지역 주민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병원 부지를, 누구는 건설 자재를 또 누군가는 금일봉을 전달하며 그들의 의지를 응원했다.

그렇게 모여진 기부자만 1612명. 제대로된 요양병원을 만들어보자던 그들의 의지는 14년만에 드디어 현실로 이뤄졌다. 충청남도 논산에 위치한 대정요양병원이 설립된 이야기다.

"처음 시작은 의료봉사단이었어요. 2000년대 중반부터 논산시에 있는 요양원과 노인회관,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진행했죠. 하지만 봉사의 한계는 분명했어요. 어떻게든 이 어르신들이 장기적으로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뜻을 모았죠. 그렇게 한분 한분 뜻을 모아주신게 1612명이에요. 그 분들이 병원의 주인이죠."

대정병원은 200병상 이상의 부지와 규모로 설립됐지만 보다 나은 케어를 위해 142병상만을 운영중이다.
공중보건의 시절 의료봉사단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기부를 통해 병원을 설립해 지금까지 병원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서정복 부원장의 말이다.

그렇게 1612명의 염원이 모여 지어졌기에 대정요양병원은 설계부터 운영까지 다른 요양병원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외복도, 전 병실의 남향화다.

실제로 요양병원을 비롯해 국내 대다수의 병원들은 복도 양측으로 병실을 배치해 운영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병동 관리가 쉽고 더 많은 병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정요양병원은 설계부터 이러한 방식을 완전히 탈피했다. 노인들에게 빛이 되고자 설립한 병원인 만큼 병상을 축소하더라도 북향인 병실을 없애는 과감한 설계를 도입했다.

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로 복도가 왼쪽 한편에 있는 만큼 병상간에 이격 거리가 다른 병원에 비해 월등하게 넓여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전실'이다. 복도와 병동간에 별도의 전실을 배치하고 병동마다 이 곳에 쇼파 등 편의시설을 배치한 것이다.

모든 병상을 남향으로 설계한 것에 대정요양병원의 철학이 담겨있다.
대정요양병원 이지원 원장은 "다른 요양병원 원장 등 타 병원 관계자들이 병원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규모에 비해 병상이 엄청 적네요라는 말이다"며 "실제로 부지와 건물 등은 200병상 이상 규모이지만 142병상만을 유지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르신들에게는 햇볕 치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밝고 따뜻한 햇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든 병실을 남향으로 하고 전실 공간을 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인력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대정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력은 40여명에 달한다. 사실상 환자 3명당 간병인력이 상주한다는 의미다. 상당수 요양병원에서 적게는 환자 6명에서 많게는 20명당 간병인을 배치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인력이다.

이 또한 병원의 기초 철학이 밑바탕이 됐다. 제대로된 요양병원을 만들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모든 면에서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투영이다.

1612명의 기부로 설립된 만큼 곳곳에 기증 팻말이 눈에 띈다.
이지원 원장은 "어떻게 하면 환자중심적 병원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대정요양병원이 시작됐고 그러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간병인은 환자와 가장 긴밀하게 접촉하는 최전방 인력이라는 점에서 최대한의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케어'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 요양병원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입원의 공간이 아니라 치료의 장이 돼야 한다는 공감은 의료진 모두의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요양병원 중 사실상 유일하게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어떻게하면 더 노인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집으로 돌려보낼지를 고민한 결과다.

이로 인해 대정요양병원에는 욕창연구소와 파킨슨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만성기 의료기관의 특성에 맞게 고안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서정복 부원장은 "급성기 병원과 달리 만성기를 담당하는 요양병원에서 욕창은 반드시 풀어내야할 숙제"라며 "연구소를 통해 의료진들과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어떻게 욕창을 극복할 것인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정요양병원을 이끄는 4인방. 왼쪽부터 이태종, 서정복, 이지원, 김경아.
이어 그는 "이미 치료제와 치료법 등에 대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고 논문 작업도 끝나 공개를 앞두고 있다"며 "파킨슨 또한 양한방 협진에 선식, 명상치료, 식이요법까지 아우르는 종합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복지 복합체를 만드는 것이 대정요양병원의 목표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양로원, 실버타운까지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 한국형 복합체 모델을 전파하고 나아가 아시아 국가들에도 모범적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이식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이지원 원장은 "지금 대정요양병원이 있는 이 자리에 요양병원과 요양원, 양로원, 실버타운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노인 의료-복지 복합체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이미 요양원 설립을 위한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모델이 완성되면 우리와 같은 신념을 지닌 제2, 제3의 대정요양병원 모델이 전국에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또한 중국 등에서 요양병원 모델을 견학하기 위해 지속적인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실버케어 모델을 전파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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