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상급종병원장들 "중증도 어떻게 올리나"
박양명, 문성호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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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증 줄이기 보다 중증 높이기가 더 힘들다" 토로
  • | "중증 비율 높은 빅5 병원 포함 11개 병원 살리기 대책" 비판
|메디칼타임즈=박양명, 문성호 기자|

|초점| 뚜껑 열린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

뚜껑이 열린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을 놓고 전국 상급종합병원장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진입 경쟁이 심한 지역 원장들은 경증환자에 대한 가산율 배제에 따른 수익 저하보다도 상급종병 지정을 받기 위한 조건인 '중증도 상향'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4일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 대책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중증 환자 비중을 기존 21%에서 30%로 대폭 높인다.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중증도 기준은 44%다. 중증환자 비중을 44%까지 채우고 있는 병원은 42개 상급종병 중 11곳에 불과하다는 게 복지부의 발표다.

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상급종병 진입 경쟁이 심한 권역은 서울권과 경남권. 상급종병 지정 기준인 30%를 넘어 44%를 넘어 가산점을 받아야지만 상급종병 진입이 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자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중증도가 높은 11개 병원만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남권 A대학병원 원장은 "경증환자 비율이 5% 수준인데 종별가산이 0% 라면 그만큼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병원 운영에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증 환자가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는 현실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경남권역은 피를 말리는 상황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상급종병 지정을 위해서는 중증도 상향이 관건인데 응급실을 24시간 돌리고 모든 수술을 다 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이번 단기 대책에도 빅 5병원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중간급 병원들만 다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B대학병원 원장도 "핵심은 중증 비율이 높은 빅 5병원을 비롯해 44%가 넘는 11개 병원만 이득이라는 것"이라며 "빈익빈 부익부라는 양극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중증도 높이기가 버거운 병원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증 환자 비율을 낮추는 것보다 중증 환자 비율을 높이는 게 더 힘들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서울 C대학병원 보직자는 "경증 비율을 낮추는 것보다 중증도를 높이는 게 더 힘들다"라며 "경증환자 비율은 병상수를 줄여서 분모를 줄일 수도 있고 평가 기간에만 경증환자 입원을 자제토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맞출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상급종병 진입을 노리는 병원들은 중증도 올리기에 사활을 걸 것"이라며 "우리 병원도 중증도가 40%정도 되는데 가산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44%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급종병 진입 '안정권'vs'턱걸이' 병원들 미묘한 시각차

상급종병 경쟁이 치열한 서울 대형병원들 사이에서는 단기대책을 두고서 소위 '안정권'과 '턱걸이' 병원들 사이에 미묘하게 온도차가 있었다.

실제로 상급종병 지정을 준비 중인 B대학병원 원장은 "복지부가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 하지만 중증환자 쏠림을 더 부추기는 것"이라며 "이번 단기대책의 핵심은 중증비율을 높이는 것인데 결국 상위 초대형병원만이 이득을 보도록 설계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초대형병원은 중증환자를 더 받아 더 부유해지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힘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중증환자 비중 가산 기준인 44%를 채우고 있는 대형병원은 '결국에는 가야하는 방향'이라고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의료계 내에서도 제기되는 '양극화'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복지부가 내놓은 개선 방향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C대학병원장은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급종병이라는 타이틀을 바라보는 병원이라면 중증 비율을 올리고 경증을 줄이면 된다"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서 언젠간 넘고 가야할 일 아니었나. 당장 눈앞에 수익을 우려해 현재 복지부 방향을 철회하고 지금처럼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양극화나 환자 민원 증가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임상현장을 경험한 바에 의하면 환자에게 잘 설명하면 가능하다. 의료법의 취지를 살린다면 환자 민원의 경우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방병원장 "지역 환자 수도권에 의뢰하면 수가 차등폭 커야"

지방 대형병원 원장들은 정부가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 중 진료의뢰 회송·수가 차등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복지부는 타 지역에서 서울·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의뢰를 하면 의뢰수가를 차등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남 D대학병원 원장은 "1차, 2차 병의원 의사가 환자를 지역 내 병원으로 의뢰할 때와 수도권으로 의뢰할 때 차등을 확실하게 둬야 한다"라며 "더불어 의뢰 수가를 1차 의료기관 의사가 인센티브라고 느낄 수 있도록 현행 1만5000원 수준에서 파격적으로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환자가 1차 의료기관을 찾아 큰 병원에 갈 테니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면 경증 환자라도 무조건 써주는 분위기지만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대학병원 원장도 "대형병원 환자쏠림 중에서도 수도권으로 환자가 쏠리는 게 문제"라며 "진료의뢰 차등 수가를 통해 지역 환자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부분만이라도 철저히 막을 수 있으면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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