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치료하는 암환자들의 비애…"치료받을 권리달라"
|기획-하| 의료진, 환자들도 "환자 치료 권리 최우선"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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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인 법제화로 일본이 재생의료 분야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생의료를 합법화하기 위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 일본 현지 전문 의료기관, 배양 업체, 환자, 의료진 등을 만나 일본 재생의료의 현 주소를 짚었다. -편집자 주

<상> 산업으로 육성한 일본, 재생의료 시장 고공행진
<하> 의료진, 환자들도 "환자 치료 권리 최우선"
|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재생의료에 대한 시각은 상반된다. 한쪽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산업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철저한 검증을 이유로 신중론을 펼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재생의료에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산업 육성과 환자 치료 권리 측면에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철저한 검증만이 환자를 보호하는 길이라 역설한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호전되지 않거나, 항암 치료 부작용을 호소하는 말기 암 환자를 두고 재생의료를 추천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있는 반면 말리는 의사들도 있다.

문제는 의료진 등 전문가 사이에서도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일반인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클리닉 내부 전경
재생의료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이런 진통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을까. 재생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특히 재생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을 만나 생각을 들었다.

▲"원정 치료 안타까워…환자 권리 측면에서 봐야"

사단법인 A클리닉 원장을 만나기 위해 오사카를 찾았다. A클리닉은 도쿄와 오사카에 지부를 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병실 30~40 베드 규모를 갖췄다. 규모는 의원급이지만 유효 증례 합계 3000건 이상, 면역요법 600건 이상의 일본 내 정상급 재생의료 전문 기관이다. 국내 업체로는 티에스 바이오(TS Bio)가 업무 협약을 맺고 국내 환자의 일본 송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진료 원장 쿄지 미야시타(Kyoji Miyashita)는 도쿄 의과대학 출신. 재생의료에 대한 문답을 정리했다.

-일본에서 재생의료는 얼마나 활성화가 됐나

전 세계를 통틀어 일본이 가장 오래 전부터 진행했다. 환자 수도 많고 그중 일본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보험 적용이 안 됐으니까 아직 검증이 덜 된 게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재생의료는 표준 치료에 병행하는 보조 요법으로 인정돼 왔다. 정부에서도 재정이 충분하다면 보험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다. 세포를 증식해야 하는 과정 때문에 가격이 고가인 데다가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보험재정이 충분치 않다. 환자 스스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선택을 하는 거다. 항암+줄기세포, 면역치료 병용 등을 많이 한다.

-일본 내 재생의료 법안의 통과 과정이 궁금하다

연구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환자들이나 기업들의 요구가 아니었다. 연구를 통해서 근거가 쌓이면서 정부가 인정해줬다. 논문에서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 않느냐고 한다. 물론 100% 효과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일본은 안전성을 제일 중시하고, 그런 안전성이 확보가 됐으니까 인정을 한 것이다. 그런 배경 덕분에 면역 요법을 연구한 일본 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쿄지 미야시타(Kyoji Miyashita) 진료 원장.
-홈페이지 내 증례보고 시스템이 있다

췌장암은 예후가 안 좋기로 유명하다. 췌장에 악성 종양이 생기면 5년 생존율이 5~8%에 그친다. 드라마틱한 케이스를 찾아보자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췌장암 환자가 있다. 얼마 못 산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면역세포 치료 후 5년 이상을 살았다. 항암제가 초기엔 효과를 보다가도 부작용과 내성으로 환자가 힘들어 한다.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면역세포만 단독으로 시행한 환자도 있었는데 10년 이상 생존해 있는 사례도 있다. 간암 말기 환자도 3개월 선고를 받았는데 현재 1년 넘게 살고 있다. 모든 사례에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몇몇 드라마틱한 사례들이 나온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치료를 받기 위해 원정 온 해외 환자들이 많다

이론적으로 보면 재생의료는 무조건 효과는 있다. 다만 듣는 사람, 안 듣는 사람이 있다. 말기암으로 갈수록 효과가 적은 것 같다. 따라서 빨리 치료 받는 게 좋지 않은가 한다. 해외에서 온 환자들을 보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한다. 치료 기회가 법적 규제로 차단되는 것이 안타깝다. 치료를 선택할 권리는 환자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 봤을 때도 재생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생의료에 대한 일본 의료진의 전반적인 견해는

재생의료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본마저도 재생의료를 경험해 보지 않은 의료진의 수가 많다. 교토대, 도쿄대 등 소수만이 이를 알고 있다. 항암제가 효과가 없으면 마지막 수단으로 재생의료를 찾는데, 경험치가 없는 의사라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면 재생의료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재생의료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병원도 환자에게 다른 곳에서 재생의료를 받아 볼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 등을 따져서 그런 판단을 한다. 일본 내 의료진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환자들도 한 목소리 "치료 받을 권리 달라"

현장에서 '원정 치료'를 받으러 온 한국인 환자들과 그 보호자를 만날 수 있었다. 중국, 일본, 한국 환자 별로 구획을 나눴지만 처치실 상당수가 이미 진료를 받는 환자들로 붐볐다. 주로 중증 환자들로부터 환자의 치료 권리를 우선 생각해 달라는 당부가 뒤따랐다. 국내 규제 현실 탓에 아픈 몸을 끌고 외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지만 비급여 진료 영역까지 정부가 나서 제한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B 환자와 보호자는 새벽 5시 30분 경 기상해 공항으로 출발, 현지 클리닉에 오후 1시에 도착했다. 40분간의 치료 후 다시 귀국을 하면 하루를 다 허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

B 씨 보호자는 "암 투병하는 환자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며 "황우석 사태 때문에 규제가 강화된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치료의 길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해당 환자는 담도암 4기로 종합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부작용이 발생, 보호자가 먼저 항암치료 병행요법을 찾게 됐다.

B 씨는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환자 얼굴이 새까맣게 됐는데 이달 두 번의 면역치료로 혈색이 좋아졌고 구토와 탈모가 없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국내 대형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재생의료를 추천하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으로 엇갈려 환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꼬집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해 본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1%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규제를 100개를 만드는 나라"라며 "차라리 정부가 나서 재생의료를 관리하는 것이 사회적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부작용으로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면역세포(NK세포) 치료중인 환자 C 씨 역시 환자의 치료 권리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C 씨는 10년 전 신장암 제거 수술 후 2017년 왼쪽 무릎 전이로 재수술을 받았다.

C 씨는 "두드러기, 고열 등의 부작용으로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면역치료를 받게 됐는데 현재 88세의 나이에도 건강을 회복해 운동도 한다"며 "누군가에게 분명 효과가 있는데 무조건 막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명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선택의 몫은 환자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법제화가 안 됐고, 주치의들도 검증이 안 됐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인류 복지를 위해 내가 재생의료 검증의 모르모트가 되겠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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