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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업의 불가항력에 대한 고찰

발행날짜: 2019-07-01 06:00:50

이인복 기자

불가항력. 쉽게 말해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예외적 상황을 뜻하며 법률적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화로 인해 일어난 사건에 대한 면책 조항이다.

의미는 단순하다. 배송계약을 맺었지만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모든 교통 수간이 끊겼을 경우 설사 정해진 날짜에 배송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민법과 상법, 심지어 형법에서도 불가항력은 매우 다양하게 적용돼 면책 혹은 감경의 사유가 된다. 하지만 유독 이 불가항력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의료업이다.

불과 얼마전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병원에 환자의 낙상에 대한 책임을 물어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물론 낙상으로 환자가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병원은 법정에서도, 법정 밖에서도 참 할말이 많다. 참으로 길고 긴 하소연이지만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가항력'이 된다.

실제로 그 병원은 해당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리해서 중환자실을 확보했고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병원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인정하고도 남을 강도 높은 낙상 메뉴얼을 적용했다.

환자를 낙상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해 침대 높이를 최대한으로 낮추고 침대 바퀴를 모두 단단히 고정한 뒤 규정 이상으로 사이드레인을 올려 혹여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여기에 더해 병상에 안전벨트를 설치해 환자를 단단히 고정시켰고 병동 의료진과 교대 의료진에게 수차례에 걸쳐 환자의 낙상을 주의하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특히 의식이 있던 환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절대 의료진의 도움없이 안전벨트를 풀어서는 안되며 조금이라도 이동을 해야할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라고 수차례 교육했다.

이는 법원도 모두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낙상 방지를 위한 조치와 의료진과 환자 및 가족들에 대한 교육과 당부 모두 '최선'의 조치를 다한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또 다시 언급한 것은 불가항력이다. 병원이 낙상 예방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해도 경위를 알 수 없는 이유로 피해가 나온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요약하면 불가항력이었다고 해도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사실 의료 판례에서 이같은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때마다 판시 내용은 모두 유사하다. '의사와 병원은 현재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이라는 문구다. 최선을 다했다 해도 결과가 벌어졌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이러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선 의사들은 더이상 '불가항력'적 상황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혹여라도 위험 요소가 있는 환자들을 굳이 치료하거나 입원시켜서는 안된다는 한탄이다.

이러한 그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1, 2차 의료기관에서는 약간의 위험성만 감지해도 환자를 모두 3차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3차 병원들은 더이상 발 딛을 틈도 없이 포화상태에 빠져들어 신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병상이 있어도 위험도가 높으면 서로 받지 않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서울에만 20여개의 3차 병원이 있는데 어느 곳도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환자를 태우고 2시간 넘게 서울 시내를 헤매다가 결국 수도권에 있는 3차 병원에 CPR 직전에 넣을 수 있었다는 일선 원장들의 가슴 철렁한 사연들은 이미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응급실과 분만 산부인과가 없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이미 의료업에 있어 불가항력의 상황까지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알고 있다. 이제 의사들은 불가항력의 마음으로 불가항력한 위기 상황을 결사적으로 피하고 있다. 이제 누가 불가항력에 빠질지는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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