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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도네페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발행날짜: 2019-06-03 06:00:10

최선 기자

효과가 없으면 적응증을 삭제한다. 이 말에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 성분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통해 혈관성 치매 적응증을 삭제하기로 발표했다.

과거 혈관성 치매에 대한 적응증을 가진 치료제는 도네페질이 유일했다. 이번 적응증 삭제로 혈관성 치매 치료제는 없어졌다는 뜻이다.

즉각적인 반발이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로부터 나왔다. 대한신경과의사회와 대한노인신경의학회가 공동으로 도네페질의 대체제가 없다며 적응증 삭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

문제의 본질은 도네페질의 효과가 아니다. 도네페질뿐 아니라 다양한 (치매)약물들이 '비용 대비 효과'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 있다. 약물 다수가 대증적 요법, 즉 근본 치료가 아닌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네페질은 '혈관성 치매 환자 603명을 대상으로 도네페질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307 연구'와 '혈관성 치매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도네페질의 효능 및 내약성을 평가한 308 연구' 결과를 근거로 혈관성 치매 적응증을 획득한 약물이다.

실제로 2003년 Stroke지에 게재된 307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도네페질은 혈관성 치매에 효과적이고 잘 견딜 수 있는 치료제이며, 혈관성 치매 상태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같은 해 Neurology지에 게재된 혈관성 치매와 관련한 무작위, 위약 대조 임상인 308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들은 "도네페질 치료군에서는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과 전반적인 기능이 크게 개선됐으며, 우수한 내약성을 나타냈다"고 결론내렸다.

효과를 증명한 약물이 왜 지금은 그 효과에 발목을 잡혔을까. 속된 말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모집 환자나 투약 조건 등이 제한된 임상 결과와 달리 다양한 인종, 복용중인 약, 체중, 지역, 나이 등이 다양한 실제 임상에서는 종종 신약 개발 과정과는 다른 임상적 결과들이 나온다.

실제 투약 결과를 두고 이상반응을 확인한다든지, 시판 후 재평가를 거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리얼월드데이터를 두고 상반된 임상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같은 약을 두고 한쪽에서는 임상적 유용성을, 다른 한쪽은 무용성을 두고 맞서는 근본적인 원인도 유익성과 위험성의 '해석'에 따른 결과다.

임상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해서 인과 관계 해석에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고, 인종간, 표본간, 표본의 크기에 따라, 보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효능 논란에 덧붙여 어디까지를 효과로 볼 것이냐는 비용-효과성 문제도 복잡한 셈법을 야기한다.

말기 암 환자, 비용 효과를 따질 수 없는 환자에도 일부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효과가 없더라도, 최소한의 유지, 고통의 경감이라는 부분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효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취재차 만난 의사들은 하나같이 이번 결정에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됐냐고 물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모른채 그저 기계적인 판단으로 기계적인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항변이다.

치매는 비가역적인 질환이다. 비용 효과성을 따져 효과가 없으니 적응증을 삭제한다는 것은 치매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성 위주의 판단이다.

효과의 범주를 어디에 둘 것인가. 완치의 기적을 보았을 때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인가. 적어도 일부 효과가 확인됐고, 대체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혈관성 치매 환자들에게 도네페질은 차선이 아닌 최선이다.

효과 없으면 적응증을 삭제해야 한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효과의 범주를 먼저 정의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원칙의 부재를 먼저 퇴출시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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