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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트 강국의 민낯…의사들은 왜 미허가 제품을 시술했나

발행날짜: 2019-05-28 11:00:59

대동맥 스탠트 시술 의료진들 "경직된 제도탓 허가 절차 문제"
에스앤지 경쟁력은 환자별 '주문제작'…다국적 제품 한계 채워

자타공인 세계 탑 수준에 이른 한국의 스탠트 시술 그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났다.

KBS 시사기획 추적60분팀은 지난 24일 방송을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대동맥 스탠트 시술이 이뤄졌으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유명 대학병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소위 스탠트 대국이라 칭하는 한국 의료계의 민낯일까.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 제도의 한계일까.

에스앤지바이오텍의 혈관용 스텐트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식약처는 지난 23일 에스앤지바이오텍에서 제조, 유통한 혈관용 스탠트 제품 중 지난 2014년 허가사항에서 직경 및 모양을 달리한 4300여개의 제품에 대해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업체는 이미 대동맥 스탠트 제품의 원천기술력을 허가를 받은 상태. 이후 직경 및 모양 일부 변경이 필요한 제품을 제조, 공급하는 과정에서 식약처 허가없이 임의로 병원에 제품을 납품한 것이 문제였다.

에스앤지바이오텍 측은 동일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한 제품에서 사양 즉, 사이즈만 달리한 것으로 식약처 미허가 제품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제품의 규격만 달라져도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 결국 미허가 제품은 즉각 공급이 중단됐다.

문제는 대동맥 스탠트는 환자의 몸속에 심는 치료재료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일개 의료기기 업체의 일부 제품에 대해 공급을 중단했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해당 제품이 미허가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았을까. 또 미허가 제품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복수의 의료진에 따르면 에스앤지바이오텍의 대동맥 스탠트의 경쟁력은 '주문제작'. 의료진이 원하는 모양에 맞춰 제품을 공급해왔다.

해당 업체의 송호영 초대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출신으로 2008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는 등 의학계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던 인물로 지난 2000년 임상에서의 경험을 살려 스탠트를 개발, 에스앤지바이오텍 CEO로 변신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동맥 스탠트 시술을 주로 하는 S대학병원 흉부외과 S교수는 "환자마다 대동맥 스탠트의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어떤 환자는 원통형 스탠트로 가능하지만 나뭇가지 모양의 스탠트가 필요하기도 하고 원통에 창을 내야할 때도 있다"며 "에스앤지 측은 환자에 꼭 맞는 스탠트를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실제로 다국적사의 대동맥 스탠트 치료재료도 다양한 규격과 모양이 있어 의료진이 취사선택해 시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여기에 스탠트 대국의 씁쓸한 현실이 녹아있다. 한국의 경우 식약처의 가격상한제로 고가의 다국적사가 다양한 품목 공급하지 않는다.

즉, 나뭇가지 모양 등의 스탠트가 필요한 경우 다국적사가 국내 공급하는 일부 치료재료만 갖고 시술을 해야하는 셈이다.

이 빈틈을 에스앤지바이오텍이 채워주면서 대동맥 스탠트 시술을 하는 의료진의 만족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10여년간 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것이다.

S교수는 "다국적사 제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환자별로 대동맥 시술을 해야하는 규격에 맞춰 제작해줬다"며 "기본적인 형태에 모양을 달리할 때마다 1년, 길게는 2년씩 걸리는 허가를 받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는 미허가 제품이지만 스탠트를 만드는 원천기술은 이미 허가를 받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르면 이는 미허가 치료재료를 환자의 몸에 시술한 의료행위일 뿐이다. 해당 업체는 허가받은 제품과 허가받지 않은 제품의 상자에 다른 색깔로 표기해 공급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스탠트 유일 업체가 다국적 업체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위해 '환자맞춤형'을 내세웠지만 식약처 허가 절차에서 묘책(?)을 찾지 못하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된 셈이다.

국내 심장수술 분야 명성이 높은 B병원 의료진은 "환자마다 대동맥 사이즈가 천차만별이고 그에 맞는 치료재료가 필요한데 그때마다 허가를 받으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강북삼성병원)은 "경직된 정부 제도의 전형적 사례"라며 "원천기술에 대한 허가를 받더라도 규격만 달리해도 또 다시 허가절차를 다시 밟으라는 것은 제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심장학회 김기식 이사장(대구가톨릭대병원)과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정명호 회장(전남대병원)은 "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에스앤지바이오텍 측은 국내 유일 대동맥 스탠트 제조 업체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공식적인 답변은 주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 해당 시술에 대한 급여는 유지하고 식약처가 미허가 제품에 대해서는 회수 및 판매를 중지한 상태"라며 "이후에도 시술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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