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정신질환자 비극적 범죄 어떻게 막아야 하나?
|긴급좌담회| 의사·변호사·환자가족이 바라본 정신질환자 사건 실태
이지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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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정신보건법 개정 이후 범죄 증가"...해법은 재개정

|메디칼타임즈 특별취재팀| 조현병 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건이 잇따르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3일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의회 유지혜 특임이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배준익 변호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을 본사 스튜디오에 초청해 긴급 좌담회를 실시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건과 관련한 각계 전문가 혹은 당사자들은 일련의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먼저 조현병 아들을 둔 조순득 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경남도 인근에서 사건이 잇따르면서 평소 이웃과 잘 지내던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도 위축돼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며 "치매만 국가책임제를 할 게 아니라 정신질환도 국가가 직접 나서서 대책을 좀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2년전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오히려 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원적합성심사 절차를 까다롭게 강화하면서 환자를 둔 부모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응급정신질환인 경우에는 환자는 입원을 거부하기 때문에 강제입원이 아니면 입원을 시킬 방법이 없다"며 "아무리 부모라도 발병 상태의 환자를 설득해 입원을 시킬 수가 없어 애를 먹는다.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단 치료를 해주면서 인권을 보호해줘야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좌측부터 배준익 변호사, 권준수 이사장, 조순득 회장, 유지혜 특임이사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도 "외래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의 보호자들이 입원을 좀 시켜달라고 요구하는데 법 개정으로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응급입원은 필요한 경우 경찰이 나서줘야 하는데 법이 미비해 경찰도 자칫 고소고발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뒤로 빠지고 있다"며 "개정된 법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더 문제가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의료진 또한 정신보건법 개정 이후 위험천만한 의료현장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전했다.

정신과봉직의협의회 유지혜 특임이사는 치료감호소에서 23년째 근무 중인 한 정신과 의사의 사례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이전에는 수감자가 중증정신질환자, 마약사범, 성도착증 등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는데 최근에는 조현병 환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치료감호소가 좁아 마약사범, 성도착증 등 범죄자는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사례가 늘었다.

즉, 2년전 정신보건법 개정 이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조현병 환자의 사건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유 특임이사는 이를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를 들었다. 정신과 의사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해 매달 봉사활동을 나가는데 2년전만 해도 전문의 1명당 8명의 환자를 진료하면 끝났지만 최근에는 의사 1명당 25명을 진료해야 할 정도로 늘었다.

또한 그는 의료현장에선 의료진은 늘 조현병 환자의 원망이 대상으로 목숨을 내걸야하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고 임세원 교수처럼 사망까지는 아니지만 부산 양산에서도 한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치료하던 조현병 환자에게 칼을 맞아 폐와 장기가 손상돼 몇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다"며 "치료가 제대로 안된 환자가 퇴원해 이후 관리가 안되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해지는데 현행법에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유 특임이사는 "모든 정신과 의사들은 삼단봉과 치료용 스프레이는 소지하고 있지만 이는 환자를 적대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사 자신을 지키지 위한 것일 뿐"이라며 "치료만 잘 받으면 사회복귀도 가능한데 범죄자로 내몰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의료현장의 위기감은 매우 극심한데 정부는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며 "전문가 입장에서는 주무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법을 모색해야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는데 최근 복지부 차원의 대책발표 내용은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다음은 긴급 좌담회 전문. 이하 직함 생략.

Q: 팩트체크부터 해보자. 2017년 5월 30일 정신보건법 개정 당시 정신과 의사들의 경고가 있었다. 실제로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늘었다고 느끼나.

유지혜: 치료감호소에서 23년째 근무 중인 정신과 의사가 말하길 2017년 이후 인적구성에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 이전에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성도착자, 마약사범이 골고루 분포했다면 최근에는 조현병 환자가 늘어나면서 성도착자나 마약사범은 교도소에 수감하는 경우가 늘고있다더라.

권준수: 해외 보고서를 보면 정신과 입원 병상수가 감소하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폭력 범죄가 늘어나고 교도소에 정신질환자가 증가한다는 조사가 이미 나와있다. 즉, 적절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학회 차원에서도 정책연구소를 통해 한국의 자료를 조사하고 있는데 국내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지혜: 그런데 사실 팩트체크는 정부 측에 해야한다. 모든 정보는 행정당국에 있는데 잇따라 터지고 있는 사건으로 국가 전체가 난리가 났는데 이와 관련해 정보 공개를 한 적이 없다. 정보를 확실하게 알아야 대안을 찾을 수 있고 국민들 의견도 모아질 수 있다고 본다.

배준익: 그런 부분은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된다. 정부도 비공개 사유가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검찰도 수형자에 대한 자료가 있고 복지부도 법 개정 이후 입원적합성 심사 이후 관련 통계자료가 있다.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그런데 의료 전문가들이 독촉을 해야만 하는건가. 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서 이끌어가야 하는게 아닌가. 의료현장은 심각하다. 정신과 의사들이 매달 교도소 봉사활동을 가는데 2017년 이전까지만해도 의사 1명당 8명 진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사 1명당 25명씩 진료해야할 정도로 교도소에 정신질환자가 늘었다. 그만큼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늘었다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상이 이러한데 정부는 왜 방관하나.

권준수: 그렇다. 의료현장과 정부의 속도차이가 크다. 주무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 실태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하는데 대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

Q: 환자들 입장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궁금하다.

조순득: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사실 진주 화재사건이 발생한 직후 마침 내가 거주하는 마산창원에서도 정신질환자의 사건이 잇따라 터졌는데 경남도 인근 환자와 그의 가족들은 전체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평소 이웃과 잘 지내던 환자들도 최근 사건들로 '저 집 애들도 정신과 약 먹는다던데 사고치는 것 아닌가'라는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아 외출도 제대로 못할 정도다. 이번 계기에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치매처럼 정신질환도 환자와 그의 가족까지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정신보건법 개정 이후 정신과 의사들은 입원시키기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환자 보호자 입장에선 어떤가.

조순득: 입원적합성심사(입적심)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얼마 전, 조현병 자식을 둔 한 어머니가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도저히 아들이 감당이 안되서 민간인 호송차량을 불러 간신히 병원에 데려갔는데 입적심 위반으로 입원을 못시켰다며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급히 물었다. 119구급대라도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아무리 부모라도 응급 중증질환자를 설득해서 병원에 입원시킬 방법이 없다. 잘못된 법이다. 오죽하면 지난 공청회 때 '이 법을 통과시킨 사람이 책임지라'고 했겠나.

권순수: 가족들의 고통이 심하다. 외래진료실에서도 보호자들이 어떻게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행법에서는 일단 비자의입원은 강제입원으로 판단하는 등 입원이 어렵다. 응급입원은 경찰이 해줘야하는데 법이 미비하다 보니 경찰도 자칫 고소고발의 대상이 되다보니 나서질 않는다. 보호자가 있으면 행정입원에서도 모든 책임을 보호자에게 미루다보니 가족들이 힘들어 한다. 개정된 법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가 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Q: 최근 고 임세원 교수도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범행을 가한 사례인데 이후 불안감은 없나.

유지혜: 위기감은 늘 있다. 부산 양산에서도 한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에게 칼을 맞아 폐와 복부에 상해를 입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수개월 치료를 받아야했다. 나 또한 3~4년전 알코올중독에서 피해망상을 보이던 환자가 칼을 들고 병원을 찾아왔었다. 때 마침 1층에 남자간호사가 막아 진입을 못했지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없는 정신과 의사는 없다. 삼단봉과 호신용 스프레이를 소지하고 있지만 환자를 적대시하자는 게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사회복귀도 가능한데 범법자로 내몰리는 게 안타깝다. 결국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국가, 사법부가 해야할 일을 의사와 환자의 가족이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취재팀] 진행 및 정리 = 이지현, 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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