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학회  
|기획|쏟아지는 근거에 흔들리는 아스피린 위상
대한심장학회서 CVD 일차예방 논의 "혜택 대비 출혈 부담 크다"
원종혁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4-23 06:00
1
  • |2018년 이후 RCT 근거 없다 결론...주요 지침 권고수준 하향조정 뚜렷
|메디칼타임즈 원종혁 기자| 심혈관질환 분야 항혈소판 효과를 가진 약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아스피린'의 입지가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일차예방 측면에서 일부 환자에 심근경색 감소 혜택을 기대해 아스피린을 사용하기에는, 출혈 발생 부담이 너무 크다는데 학계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스피린이 가진 혜택을 전면 부정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2016년부터는 주요 심장학계 진료지침에서도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권고등급을 '3등급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심장학계 학술회 자리에서도 주요 논제거리 가운데 하나로 올려졌다. 올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춘계 심혈관통합학술대회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세부 세션에서는 '아스피린이 가진 심혈관질환 일차예방 효과'에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여기서 일부 심장 전문가는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혜택을 놓고 '소탐대실'일 수도 있다는 표현을 언급했다. 약간의 심근경색을 줄이는 혜택을 얻는데 출혈이라는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일차예방 효과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박경우 교수는 "현재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들도 심혈관 질환의 일차예방 효과를 놓고 아스피린을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차예방 측면에서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 주요 열쇠인데 아스피린보다 스타틴 제제나 ARB 등의 고혈압약제 및 혈압과 혈당 조절 등 여러 인자의 혜택이 앞서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08년도 국제학술지인 JAMA에 실린 일본인 대상 JPAD 임상 결과를 일부 근거로 들었다. 2539명의 관상동맥질환 병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에서 죽상동맥경화 일차예방 효과를 따져본 결과, 아스피린 투약군에서는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줄이는 어떠한 혜택도 발견되지 않은 것.

이외 이듬해 발표된 항혈전 임상(ATT) 분석에서도 아스피린은 비치명적 심근경색에서만 소수의 혜택이 보고됐고, 주요 뇌외 출혈사건이 유의하게 늘어나며 위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진료지침 변화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USPSTF에서도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사용 범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광범위한 사용을 제안했던 2009년과 달리 2016년에는 아스피린의 역할을 축소시킨 것이다.

태스크포스팀은 논평을 통해 "출혈 부담이나 일차예방에 적은 혜택을 고려해 50세~69세 연령의 고위험군에서 저용량 아스피린의 사용을 권고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좁아진 아스피린 역할 "2018년 이후 대규모 RCT 근거들에 주목"

이렇게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일차예방 역할에 입지가 줄어든데는, 2018년도에 쏟아진 세 건의 대규모 무작위대조군임상(RCT) 결과가 주요 근거가 된다.

중등도 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ARRIVE 임상'을 비롯한 당뇨병 환자 대상의 'ASCEND 임상' 고령 환자의 'ASPREE 임상' 결과가 대표적 사례. 결론적으로 중등도 위험군, 당뇨환자, 노인 등 어떠한 환자군에서도 아스피린의 출혈 부담을 떠안을 만큼 큰 치료 혜택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결과를 짚어보면, 일각에서 제시됐던 주요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나 암발생 위험을 줄이는 혜택 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장관계 출혈 문제가 아스피린 투약군에서 두 배 이상 크게 관찰됐다.

박 교수는 "ARRIVE 임상 결과를 보면 ITT 모집단의 경우 심근경색 감소 혜택 마저도 없었다"면서 "해당 모집단은 약제를 복용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환자 대상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아스피린 사용에 의문점이 제시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ASCEND 결과에서도 심혈관 아웃콤에 다소 중립적인 결과들이 나오는 한편 주요 출혈 문제들은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하며 아스피린 사용에 회의적인 입장이 나오게 된 것"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초 유럽 심장학회지에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European Heart Journal 2019. 40, 607-617).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일차예방 효과에 있어 굵직한 RCT 결과들을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비교 분석한 결과, 모든 원인에 기인한 사망률 개선 혜택은 중립적인 경향성을 보인 반면 주요 출혈 문제는 크게 늘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결과적으로 일차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루틴하게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2000년을 기점으로 이전에 나온 결과에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했지만 이후 실제 예방 혜택에는 효과 및 출혈 이슈에서도 안전하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유를 생각해보면 스타틴의 영향권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아스피린에 심근경색 개선 혜택을 첫 보고한 PHS(Physician's Health Study) 임상의 경우도 당시 정식 게재가 안 된 연구로, 당시 스타틴 치료를 받는 환자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데 주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유럽 가이드라인 3등급 권고 입장…하향조정 이유는?

현재 미국 및 유럽 주요 글로벌 심장학계에서도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효과에는 힘을 빼고 있다.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는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와 관련 편집자 논평을 실으며 "심혈관질환 일차예방 효과를 고려한 아스피린의 사용에는 '작별을 고할 시간이 왔다(say bye bye to aspirin)'"고 밝혔다.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도 아스피린 항혈소판요법에 있어 '심혈관질환(CVD)이 없는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사용은 주요 출혈 위험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기존 권고등급에서 하향조정한 3등급(Class III) 치료제로 분류하면서 치료 혜택보다는 안전성을 우려했다.

2019년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 가이드라인의 입장도 비슷하다. 아스피린은 해당 적응증과 관련 'IIb/III 등급' 옵션으로 하향 권고된 것이다.

박 교수는 "아스피린이 항혈소판효과로 인해 오랜기간 심혈관 영역에 주요 옵션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일차예방에 실익은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그나마 심근경색 예방효과에 일부 기대가 됐지만 최근 임상결과에서는 스타틴을 제대로 사용한 경우 이러한 효과 또한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도 아스피린의 사용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공유됐다.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과, 투약군에서 출혈이 문제라면 어떤 대응 방안이 있는지를 놓고서다. 지금껏 아스피린을 사용해온 환자의 경우 갑자기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는 것도 부담이될 수 있기 때문.

중앙의대 내분비내과 김재택 교수는 "당뇨환자의 경우 오랜기간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환자들이 있다. 이들 환자에서 아스피린을 당장 끊어야 하는지엔 고민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뇨를 보는 의사 입장에서도 출혈은 상당한 문제다. 출혈 부담만 적다면 아스피린을 중단하지 않고 가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며 "이를테면 출혈 위험이 있는 합병증 고위험군에서는 아스피린 중단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상의대 심혈관센터 정영훈 교수는 "프로톤펌프차단제(PPI)를 함께 쓰는게 출혈 관리에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결국은 비용 문제"라며 "개인적으로도 고령 환자 등 아스피린을 꼭 써야하는 환자에서는 PPI 부작용이나 복용기간, 투약 용량을 고려해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메디칼타임즈는 독자의 제보에 응답합니다.
    • 이 기사를 쓴

      원종혁 기자

    •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를 기반으로 다국적제약사와 학술 분야를 취재 보도하고 있습니다..
    • 기사 관련 궁금증이나 제보할 내용이 있으면 지금 원종혁 기자에게 연락주세요.
      메디칼타임즈는 여러분의 제보에 응답합니다.
    • 사실관계 확인 후 기사화된 제보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건당 5만원)을 지급해드립니다.
      ※프로필을 클릭하면 기사 제보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독자의견
    1
    익명의견 쓰기 | 실명의견쓰기 운영규칙
    닫기

    댓글 운영방식은

    댓글은익명게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익명은 필명으로 등록 가능하며, 대댓글은 익명으로 등록 가능합니다.

    댓글의 삭제 기준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제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상용 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 근거 없는 비방·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특정 이용자 및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적인 내용의 글 및 직접적인 욕설이 사용된 경우

      특정 지역 및 종교간의 감정대립을 조장하는 내용

      사실 확인이 안된 소문을 유포 시키는 경우

      욕설과 비어, 속어를 담은 내용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관계 법령에 저촉되는 경우(선관위 요청 시 즉시 삭제)

      특정 지역이나 단체를 비하하는 경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해당인이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특정인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전화, 상세주소 등)를 무단으로 게시하는 경우

      타인의 ID 혹은 닉네임을 도용하는 경우

    • 게시판 특성상 제한되는 내용

      서비스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경우

      동일 내용의 연속 게재 및 여러 기사에 중복 게재한 경우

      부분적으로 변경하여 반복 게재하는 경우도 포함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의 게시물, 제목과 본문이 무관한 경우

      돈벌기 및 직·간접 상업적 목적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

      게시물 읽기 유도 등을 위해 내용과 무관한 제목을 사용한 경우

    •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 기타사항

      각 서비스의 필요성에 따라 미리 공지한 경우

      기타 법률에 저촉되는 정보 게재를 목적으로 할 경우

      기타 원만한 운영을 위해 운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

    • 사실 관계 확인 후 삭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받지 않은 내용을 무단 게재, 복제, 배포하는 경우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당사에 제공한 이용자의 정보가 허위인 경우 (타인의 ID, 비밀번호 도용 등)

    • ※이상의 내용중 일부 사항에 적용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으실 수도 있으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으로 판단되거나 메디칼타임즈 서비스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선 조치 이후 본 관리 기준을 수정 공시하겠습니다.

      ※기타 문의 사항은 메디칼타임즈 운영자에게 연락주십시오. 메일 주소는 admin@medicaltimes.com입니다.

    등록
    등록
    • 유선희314038
      2019.05.02 07:12:32 수정 | 삭제

      임신중 저용량아스피린 사용

      임신중 조기유산이나 임신중독증 예방차원에서 저용량아스피린 복용은 안전한가요? 안전한 사용기간은 임신기간중 얼마동안 인가요?

      댓글 0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