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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사 법정근무시간 제정 논의 시작할 때다

좌훈정
발행날짜: 2019-02-12 12:00:57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부회장
지난 설 연휴 故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 순직에 이어 K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35시간 연속 근무 중 사망하는 비보가 잇따라 전해졌고 의료계는 비탄에 빠졌다.

소식을 접한 우리 사회는 고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숭고한 희생을 기리자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추모는 잠깐이고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 없이 머지않아 또 다른 희생자만 늘어나갈 개연성이 매우 높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주52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되어 있다. 얼마 전 故임세원교수의 사망에서 보듯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나 격무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타 직종보다 근무시간 제한이 먼저 시행되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노동부는 과로사의 기준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나마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는 주당 88시간(수련 80시간, 교육 8시간) 이하 근무로 제한되었다고 하지만, 그 로딩이 전임의(펠로우)나 주니어 스태프에게 전가되었을 뿐이라는 한탄이 들린다. 결국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직종 전반에 대한 법정근무시간 제정 없이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의료시스템(NHS) 하에서 의사가 공무원의 근로 기준을 적용받는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1980년대에 발생한 의료 사고를 계기로 전공의 노동 시간을 규제하기 시작하여 뉴욕에서부터 주 80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최근 정보에 의하면 주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전공의는 72시간, 전공의 과정을 마친 봉직의나 개원의는 약 51시간정도 근무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사의 과도한 근무시간은 개원의들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십여 년 전 저녁시간이나 일요일 진료 등을 수 년 간 했던 적이 있었다. 진료 시간을 늘려서 얻은 수입은 연장근로에 따르는 직원 인건비 증가라든지 체력 고갈로 다음날 진료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효과 등으로 상쇄되어버렸고, 환자들을 배려하겠다는 신념은 상처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결국 의료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의료진의 과로는 서비스의 저하로 이어지고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과로는 의료서비스의 저하를 유발

그러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왜 이렇게 과도한 근무에 시달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저수가(低酬價)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의견이 많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 때문에 병원에서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의 고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개원의사들 역시도 근무 시간을 늘린 박리다매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이는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 도입 당시 5천 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수가 저급여로 설계된 의료보험제도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지금에도 똑같은 싸구려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결국 저비용 저효율의 의료제도가 의료진들을 과로로 내몰고 이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져 의사는 물론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을 알면서도 정부의 대책은 싸늘하다. 의료수가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급여나 복지에 기여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 및 장비 등에 투자된다. 그러나 수가 현실화를 주장하면 의사들만 이득을 보는 것처럼 매도당한다. 결국 저수가로 인한 병의원들의 경영 압박은 의료기관의 근로 환경 악화로 이어져 종사자들의 번-아웃(Burn Out)으로 귀결된다.

응급실에서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극도로 피곤해진 새벽에 환자를 진료할 때면 ‘내 생명을 잘게 쪼개어 환자에게 나눠주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했어도 돌아오는 반응은 의사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고, 의사는 돈을 벌면 안 되고, 의료 과실이 없어도 의사가 다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제 의사들은 알량한 희생이나 봉사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내 생명부터 돌보아야 한다. 이에 보건의료 직종의 주52시간 법정근무시간 포함을 주장한다.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종사자들도 생명을 존중받아야 할 국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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