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과 혁신의료기기는 동행할 수 있을까
정부 ‘근거기반 보편적 가치’ vs 기업 ‘혁신성·적정보상’ 방점
정희석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8-12-0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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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5일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혁신의료기술(기기) 규제혁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메디칼타임즈 정희석 기자] 건강보험과 혁신의료기기는 동행할 수 있을까.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한 ‘혁신의료기술(기기) 규제혁신 심포지엄’은 정부와 의료기기업계 모두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임상근거를 기반으로 안전성·유효성은 물론 비용효과성과 환자 접근성을 보편적 가치로 평가하는 현 건강보험체계에서 근거창출이 요원한 혁신의료기기가 적정수가 등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혁신의료기술 시대, 건강보험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은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 정책 방향을 환기시켰다.

앞서 정부는 의료기기 규제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시장진입 과정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시 비용 산출과 관련된 자료를 함께 제출할 경우 신의료기술평가·건강보험 등재를 동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에서 안전성 등이 확인된 체외진단기기는 신속하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선시장진입·후평가 등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적용을 발표했다.

특히 환자안전 증진과 기능개선 등 기술혁신에 대한 가중치를 상향해 혁신의료기기(치료재료) 보험수가를 가산하고, 혁신 의료기술 보험인정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예정이다.

이중규 과장은 “혁신의료기기의 가치판단 기준은 기존 대비 치료효과와 경제성이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기술에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다만 현장 활용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것은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혁신의료기기의 가치는 급여 등재 및 수가 결정 시 고려하겠다. 다만 기존에 설정된 수가 수준 자체가 적정한지가 관건”이라며 “특히 기기의 가격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상대적 가치를 고려해 책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행위에 포함된 의료기기(치료재료)가 환자 치료결과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를 볼 것이다. 기기의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차별성이 있는지를 고려할 것”이라며 “이러한 점들이 (의료기기업계와) 부딪치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규제혁신은 추진하되 적정수가 보상의 경우 현행 건강보험 적용기준을 기본방침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이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과장은 “빨리 적용해야 할 것은 빠르게, 더 인정해줘야 할 것은 더 인정하고, 불합리한 절차와 불분명한 기준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질 높은 합리적 가격의 의료서비스 전달, 제대로 된 진료환경 보장, 비용부담을 낮춰 진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세 가지 가치에 중심을 두는 게 복지부의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건강보험 적용의 변함없는 원칙은 새로운 기술의 혁신성이 과연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라며 “(업계와) 더 많은 토론을 통해 간격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혁신의료기기 가치평가와 보상은 임상근거 기반 비용대비 경제성을 고려한 기존 건강보험 적용의 보편적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관련해 학계와 업계는 건강보험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혁신의료기기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잣대로 삼아서는 의료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심포지엄 기조강연을 통해 “한쪽에서는 보편성을, 다른 한쪽에서는 혁신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건강보험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와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의료기기를 통한 수익성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 등장한 근거중심 의학은 전반적인 의료수준을 높이고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근거를 요구하다보니 혁신의료기술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근거를 창출하고 검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배성윤 인제대 교수는 “지금의 건강보험체계는 임상근거가 충분해야 급여가 되는 구조”라며 “혁신의료기기는 근거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일정 부분 유예기간을 주고 우선 조건부 급여를 통해 임상근거를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혁신의료기기의 선진입·후평가는 임상적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돼 근거창출을 유예해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후평가 시 유효성이 없다고 평가되면 정부가 투입한 재정을 환수하는 규정과 제도를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영 사이넥스 대표는 “현재 건강보험은 충분한 임상근거를 기반으로 한 안전하고 유효한 의료기술로 전 국민에게 보편적 가치와 접근성을 제공하는 양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의료기술은 보편적 가치가 아닌 환자 스스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기선택권을 존중하는 질적 측면에서 그 가치를 평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기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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