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그림의 떡'…과거 기준이 발목
제한된 급여 설정에 발동동…관련 학회 "새로운 연구 결과 맞는 기준 재설정 필요"
최선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8-11-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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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의 엄격한 급여 기준이 중증 이상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박탈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상 현장에서는 초기~중등도 환자로 제한된 보험 기준이 과거 임상을 기준으로 설정된 까닭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반영한 보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 현 급여의 문제점과 개선안, 그리고 보험 확대의 근거가 될 최근의 연구 결과를 짚었다. -편집자 주

<상> 과거 임상에 발목 잡힌 피르페니돈 급여 기준
<하> 피르페니돈 치료제, 합리적 급여 기준 변경안은
|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호흡기 내과 A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 진단을 내릴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5년내 50%에 달하는 사망률 때문이 아니다.

폐섬유화증 치료제(성분명 피르페니돈)의 보험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 정작 IPF로 진단해 놓고도 약을 처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A 교수가 진단한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중 1/3 가량은 보험 적용이 안 됐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까다로운 보험 적용 기준이 환자들의 상태 악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증 및 중등도의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현행 보험 기준은 다음과 같다.

-폐기능검사 상 노력성 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 50% 이상
-일산화탄소확산능력(Carbon monoxide diffusing capacity, DLco) 35%이상
-6분 보행검사 시 150m 이상 보행 가능

보험에 적용되기 위해선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도 어렵지만 정작 문제는 기준에서 제시된 범위가 과연 적합한지 여부다.

폐기능검사 상 노력성 폐활량 검사는 환자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만큼의 호흡할 수 있는지를 체크한다. 코를 막고 입으로만 호흡하도록 해 최대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호흡량으로 검출하는데, 이 기능이 50% 이상이 돼야만 보험 기준에 적용이 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폐 기능이 떨어져 노력성 폐활량이 50% 미만인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뜻. 쉽게 말해 증상이 중증 이상인 환자는 보험에서 제외된다.

급여 기준
일산화탄소확산 능력 또한 경증~중등도로만 설정됐다. 호흡기능 검사법의 하나인 일산화탄소확산 능력 검사는 폐의 산소운반기능을 조사하기 위해 일산화탄소를 사용한다. 보통 80% 이상을 정상을 간주한다. 보험 적용 기준은 35% 이상으로 이 기준에서 상태가 더 나쁜 중증 환자는 보험에서 제외된다.

6분 보행검사 시 150m 이상 보행이 가능하다는 조건 역시 중증의 폐섬유화증 환자가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기준이 이렇게 설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삼성서울병원 정만표 교수는 "폐섬유화증에 사용되는 피르페니돈 성분은 사실상 치료제라기 보다는 약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지연하는 역할을 한다"며 "보험 기준이 설정될 당시 인용된 해당 성분의 임상이 경증 및 중등도로 설정된 까닭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증세가 너무 악화 상태라면 약을 쓴다고 해도 별반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보험 적용에서 제외한 것이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중증 이상의 폐섬유화 환자에서도 피르페니돈 성분을 사용해도 병세를 지연하는 등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급여기준은 경-중등도의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 대한 피르페니돈 성분의 3상 연구 기준을 근간으로 한다.

피르페니돈 성분 치료제가 IPF 환자의 질병 진행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된 2개의 3상 연구인 CAPACITY 와 ASCEND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CAPACITY의 임상 설계는 FVC 50% 이상, DLco 35% 이상(FVC 나 DLco 중 하나는 90% 미만), 6분보행거리가 150 m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ASCEND 는 FVC 50-90%, DLco 는 30-90%, 6분보행거리 150m 이상인 경-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즉 폐기능이 좋은 초기 환자(FVC 90% 초과)나 진행된 환자(FVC 50% 미만 혹은 DLco 30-35% 미만)의 경우 연구에 포함되지 못해, 기존 연구결과는 이들에 대한 페르페니돈 성분 치료제 효과의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현재 이들에 대한 진행중인 위약대조 임상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초기~중증에서 페르페니돈 치료제 보험 적용, 근거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유럽에서 시행된 2개의 3상 연구(CAPACITY, ASCEND) 대상자들에 대한 추가 연구(Pooled Analysis) 결과가 최근 발표돼 좀더 다양한 환자에서의 피르페니돈의 효과에 대해 시사해주고 있다.

다양한 임상 특성을 보이는 환자들에서의 피르페니돈의 효과
Noble 등의 연구에서 ASCEND 와 CAPAITY 의 pooled data 를 이용해 FVC 를 80% predicted 로 나눠 보았을 때 세 군 모두에서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동일했다.

DLco 도 50 % predicted 로 나누어 세 군을 비교해보았을 때 효과는 동일했고, 6분 보행거리도 450m로 나눠 보았을 때 세 군 모두에서 효과가 같았다.

간질성폐질환연구회 제갈양진 총무이사는 "연구는 치료 시작 시점의 폐기능(FVC, DLco), 운동능력(6분도보거리)에 상관없이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동일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연구에 포함되지 못한 초기 환자(FVC 90% 초과)나 진행된 환자(FVC 50% predicted 미만 혹은 DLco 30-35% predicted 미만)의 경우에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FVC 80% 이상인 초기환자에서의 피르페니돈의 효과가 유의미했다.

Albera 등이 CAPACITY/ASCEND 연구를 사후분석(post-hoc)한 연구에 따르면, FVC 80% 이상인 초기환자와 진행된(FVC 80%미만) 환자에서 52주간 질병진행 위험도는 동일했다.(hazard ratio 1.28, 95% confidence interval 0.85-1.92, p=0.2403).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FVC 가 80% 이상인 군에서 FVC <80% 이하인 군과 치료효과에 차이가 없었고(interaction p-value=0.3969) 다른 중증도 지표인 GAP stage 로 나누어 보았을 때도 GAP stage I 이나 II-III 인 군에서 피르페니돈 의 효과의 차이는 없었다.

제갈양진 총무이사는 "이 결과 역시 FVC 80% predicted 이상인 초기환자에서도 진행된 환자와 동일한 질병위험도를 보여주고 피르페니돈 의 치료효과도 동일해 조기치료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또한 연구에 포함되지 못한 FVC 90% predicted 이상의 초기환자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증세가 진행된 환자에서 피르페니돈의 효과는 어떨까.

현재 치료 당시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피르페니돈 위약 대조 연구 결과는 없다.

초기환자(FVC 80% predicted 이상 혹은 GAP stage I)와 진행된 환자에서 피르페니돈과 위약군의 효과 비교
다만 최근 Nathan 등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SCEND 와 CAPACITY의 환자들 중 치료 3개월간 FVC 가 10% 이상 감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경우, FVC 가 10%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폐기능이 10% 이상 감소됐다면 이 환자들의 많은 수가 FVC 가 50% 미만이었을 것으로 판단됨) 지속적으로 피르페니돈 을 사용했을 경우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도가 더 적었다.

이 결과는 치료중 FVC 감소를 경험한 환자들(치료중 FVC 가 50% 미만이된 환자들)에서도 피르페니돈 의 효과가 유지됨을 시사한다.

사망위험도가 높은 중증 환자의 경우 향후에도 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현실적으로 시행되기 어렵고, 폐 이식은 일부 환자에만 적응증이 되는 상황으로, 이들에서 유일한 치료기회인 피르페니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제갈양진 총무이사는 "실제 일본에서는 중증 환자들의 경우 전액 국가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며 "또한 폐이식 적응이 되는 진행된 환자의 경우도, 폐이식 등록후의 장기간의 대기시간 및 이로 인한 대기 중 사망을 감안할 때 피르페니돈 치료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폐쇄성 장애를 동반한 FEV1/FVC 가 0.8 미만 환자에서도 피르페니돈 치료제는 효과가 있었다"며 "Noble 등의 연구에서 ASCEND 와 CAPAITY의 pooled data 를 이용해 폐쇄성 장애의 지표인 1초간 노력성 호기량/노력성 폐활량(FEV1/FVC) 을 0.80 미만, 0.80-0.85, 0.85 이상으로 나눠 보았을 때 세 군 모두에서 피르페니돈 의 효과는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폐쇄성 기도질환(혹은 폐기종)을 동반한 환자에서도 피르페니돈 의 효과를 동일하게 기대할 수 있다는 뜻.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 박종선 교수는 "해외뿐 아니라 최근 아산병원에서도 중증 이상에 페르페니돈 성분을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며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이를 반영한 보험 적용 기준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중등도에 한정된 보험 기준은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며 "현재 간질성폐질환연구회 차원에서 합리적인 급여 기준을 설정, 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 정부 측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새로운 기준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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