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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노트| 성형외과는 상처치료의 끝판왕

박성우
발행날짜: 2018-09-03 12:00:40

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24]


상처치료의 끝판왕

수술실에서 교수님이 물었다. "이제 3년차쯤 되니까 상처를 보면 어떻게 치료해서 며칠 정도면 낫게 할 수 있을지 짐작이 가?"

성형외과 의사는 수술을 하는 서젼이기도 하지만 상처를 낫게 하는 치유자이기도 하다. 어느 종합병원에 가든 잘 낫지 않은 상처들은 결국 성형외과로 오게 된다.

상처로는 욕창, 화상, 수술 부위 감염, 방사선 피부염, 당뇨성 궤양 등 일반적인 상처 치유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경우다. 상처 치유 이후에도 비후성 반흔이나 켈로이드성 흉터 관리 역시 성형외과로 의뢰된다.

성형외과는 상처의 처음과 끝을 모두 관장하는 치유 전문가와 같다.

인턴 시절 성형외과에 근무할 때 놀라웠던 점은 드레싱에 쓰이는 물품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상처에 바르고 붙이는 것이라고는 연고와 밴드밖에 몰랐는데, 상처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쓰이는 드레싱 제재들은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상처는 정상적인 일련의 치유 과정을 거쳐서 아문다. 피부에도 줄기세포가 있어서 점진적으로 피부세포가 분화되고 증식하면서 상처가 채워진다.

하지만 전신적인 질환이나 상처에 국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기전이 방해를 받는다. 당뇨병이나 혈관 질환이 있어 혈액순환이 좋지 않으면 상처로 전달되어야 하는 각종 성장인자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혹은 감염이 뼈나 근육을 침범할 정도로 깊숙히 조절이 안 되는 경우, 내부 장기와 연결되는 통로가 생겨서 분비물이 계속 누출되면 상처가 낫기 힘들다. 정상적인 치유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낫지 않는 상처들을 만성 창상이라고 한다. 이런 만성 창상은 종합병원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다른 과 레지던트들은 성형외과를 소방수라고 부른다. 다른 과에서 해결되지 않는 상처들이 결국 성형외과로 오기 때문이다. 수술 합병증으로 발생한 상처들도 마찬가지여서 오히려 주 수술보다 보조적인 상처 치유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있다.

만성 창상은 좋은 약을 발라서 낫기보다는 정상적인 상처 치유를 방해하는 요소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창이 잘 낫지 않으면 환자의 영양 상태를 좋게 하고 욕창 부위가 눌리거나 마찰이 생기지 않게 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당뇨성 궤양 환자들은 혈당 조절을 잘하고 죽은 조직을 잘라내고 새살이 잘 돋게 하는 데브리망이 필요하다. 오염된 조직은 고름이 마를 때까지 하루에도 두세 번씩 깨끗이 세척하고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감염부터 조절해야 한다. 나아가 치유를 촉진시킬 수 있는 성장인자나 음압치료, 고압 산소치료처럼 상처 환경을 북돋는 치료가 첨가된다.

"나는 다만 붕대를 감았고 하나님이 그것을 낫게 하셨을 뿐입니다."

외과와 산부인과에 큰 업적을 남겼던 프랑스 의학자 앙브로와즈 파레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은 만성 창상을 대하는 성형외과 의사에게 잘 어울린다.

교수님은 환자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상처에 좋은 것을 바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씻은 손으로 상처를 소독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잘 먹어야 상처가 낫습니다."

몸의 상처는 아물면서 예전의 장력을 회복하기 위해 더 얼기설기한 형태로 콜라겐이 형성된다. 그래서 상처가 낫고 난 뒤 흉터를 만져보면 딱딱하다. 흉터는 대게 수축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쪼그라든다.

화상 환자들처럼 피부 전체가 흉터인 경우 그런 모습이 두드러지고 심한 경우 흉터 구축으로 진단한다. 흉터 구축이 관절 부위에 발생하면 피부가 늘어나지 않아서 운동 범위가 제외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흉터 성형술로 재건할 수 있다.

동일한 부위에 반복적인 수술은 이런 흉터를 재생산해서 잘 늘어나지 않고 딱딱한 질감을 야기한다. 성형수술에 중독된 환자들에게서 코끝이 올라가거나 눈이 잘 감기지 않는 현상들은 이런 흉터 구축이 반복되어 나타난 경우이다.

반대로 흉터가 정상적으로 멈추지 않고 과하게 생성되면 소위 비후성 반흔이나 켈로이드처럼 흉하게 남을 수 있다. 비전문가들은 비후성 반흔을 켈로이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켈로이드는 원래 상처의 크기보다 흉터가 더 크게 증식하는 경우다.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보다 잘 동반되고 상처 없는 피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반면 비후성 반흔은 흉터가 원래 상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흉터가 눈에 띄면 켈로이드라고 하는 유난스런 환자들에게는 진단부터 바로 잡아준다.

흉터는 자신의 피부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켈로이드의 경우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잘못된 지식으로 켈로이드성 피부라고 함부로 일컫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흉터를 아예 없애는 방법은 현재 의료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흉터 치료는 예방, 그리고 흉터를 흐리게 만들거나 눈에 덜 보이게 숨기는 방법이 복합적으로 쓰인다. 성형외과 의사가 꿰매면 흉터가 안 남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눈에 잘 안 띄게 수술하고 사전에 예방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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