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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단

1형 소아당뇨 보호대책에 정작 환자는 없다?

정희석
발행날짜: 2018-05-14 00:00:42

소모성 재료 급여품목만 확대…연속혈당측정기 사용 실효성 의문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1월 13일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 혈당관리 의료기기 사용 지원 확대 추진일정.
얼마 전 1형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수입해 사용하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략적인 사건 내용은 이렇다.

1형 소아당뇨는 몸속에서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 질환으로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데 수시로 고혈당과 저혈당이 발생하고 상황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때문에 1형 소아당뇨 환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혈당을 측정하고 이에 따른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 번 채혈하고 또 다른 바늘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하는 아이의 고통만큼이나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아픔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마침 1형 소아당뇨 아이 부모인 김미영 씨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발견하고 이를 직접 수입해 아이에게 사용했다.

아이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서 잦은 채혈을 하지 않고도 일주일마다 바늘을 교체해 연속으로 혈당수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 정보와 사용법을 공유하고 해외직구로 기기 수입을 대행해줬다.

하지만 김 씨는 누군가의 신고로 의료기기 불법 수입에 따른 관세법 위반 협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는다.

다행히 관세청은 김 씨가 신고를 하지 않고 의료기기를 수입한 점은 관세법 위반이 맞지만 판매행위가 아니고 해외 구매절차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수입대행만 했다는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불행히도 김 씨에게 닥친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시 누군가가 의료기기법 제26조 위반을 이유로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한 것.

식약처는 김 씨를 세 번에 걸쳐 소환 조사한 뒤 검찰에 관련 사건을 송치했다.

1형 소아당뇨 환자와 부모들을 위해 도움을 준 해당 사건은 두 가지 관점이 충돌한다.

우선 김 씨가 현행법을 어겼다는 관점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해야 하며, 법이 정한 테두리를 지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결국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김 씨가 아이를 위해 수입한 의료기기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주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 행위 또한 명백한 의료기기 불법 판매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씨가 의료기기 수입절차를 알아보니 수입업체가 아니면 정식통관이 불가능해 해외직구를 할 수밖에 없었고, 또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후기를 올리고 주변 환우들에게 구매대행을 해준 행위가 영리로 보기에는 그 금액이 미비하다는 이유다.

결국 지난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당뇨 등 희귀질환에 대한 의료기기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과연 의료기기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1형 소아당뇨 환자와 부모들은 의료기기법에 이어 실효성 없는 인슐린 소모성 재료 급여로 또 다시 깊은 한숨을 쉬게 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은 ‘소아당뇨(1형 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소아당뇨 어린이에게 채혈과 인슐린 주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자동주입기가 고가이면서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못해 사용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 소모성 재료 급여대상에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자동주입기 사용에 필요한 소모성 재료를 추가해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함에 따라 1인당 소요비용의 최대 90%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자동주입기 등 기기에 대해서도 다른 이식형·착용형 의료기기와의 형평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향에 따라 국내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빠른 시일 내 급여 지원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1형 소아당뇨 환우회는 정부 발표에 따라 소모품뿐만 아니라 연속혈당측정기 급여 확대로 아이들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정부가 개최한 간담회 결과 소모품 외에 연속혈당측정기 급여 확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밝힌 당뇨병 환자 급여 확대는 기존 소모성 재료 4개 품목(검사지·채혈침·주사기·주사바늘)에 3개 품목(연속혈당측정기 센서·인슐린자동주입기 주사기·주사바늘)을 추가했다.

이는 기존 1형 소아당뇨 환아에게 적용했던 6개월 45만원 급여비는 그대로인 채 소모성 재료 급여품목만 늘어난 것이다.

현행 6개월 45만원 급여비로는 소모품을 포함한 연속혈당측정기 구입비용 부담을 덜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환우회 측 입장.

정부 입장에서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한 형평성 측면에서 1형 소아당뇨 환자에 대해서만 당장 높은 가격을 보상하기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 연속혈당측정기의 국내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관련 이익단체 목소리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실질적인 급여 확대를 기대했던 1형 소아당뇨 환우회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경직된 급여정책, 실효성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고가의 가격 책정 및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의료기기업체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어디에도 정부 의료계 업계가 하루에 수십 번 채혈을 해야 하는 아이의 고통과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린 흔적 또한 찾기가 쉽지 않다.

1형 소아당뇨 환자들의 급여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의료 불평등 측면에서 보면, 그간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 또는 수입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1형 소아당뇨 환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만 18세 이하 소아당뇨 어린이는 1720명, 18세 이하 인구 10만 명당 소아당뇨 어린이는 18.3명이다.

의료기기업체 입장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돈 되는 아이템이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개인이 알아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했고, 그만큼 사용과 수입 그리고 급여 등에 대해 소외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식약처는 또한 개인이 필요한 의료기기를 수입하고자 할 때 접근성과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제도와 절차를 고수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행법상 개인이 필요한 의료기기를 수입하려면 관련 서류를 구비해 지방청에 신청하고 이후 물건이 들어오면 이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산에 등록해 통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개인이 이 과정을 밟기엔 상당히 번거로울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또 연속혈당측정기 급여 확대를 요구해온 다국적기업의 경우 제품 기술력과 효용성은 충분히 인정하나 가격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가의 가격정책을 고집했다.

환자를 내세워 건강보험 급여로 보상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정부가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형 소아당뇨 같은 희귀 또는 난치성질환은 좀 더 유연한 급여 해법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고통이며 이를 경감시킬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1형 소아당뇨는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질환인 만큼 환자의 실질적인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일단 예비급여에 포함시켜 가격을 관리하고 통제권을 가지되 몇 년간 지켜본 뒤 제품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면 그때 전면급여 여부를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 펌프 개발을 지원하거나 수입을 확대해 특정기업들의 독과점에서 벗어나 시장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소모품·장비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춰야 한다.

더불어 연속혈당측정기와 같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품은 희귀·필수의료기기로 지정하고 공공기관에서 수입을 대행해주는 방법도 검토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고사리 같은 손과 몸에 하루에도 수십 번 바늘을 찔러야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의 1형 소아당뇨 보호대책에 정작 아이들은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전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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