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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노트| 체중을 지탱하라 : 하지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8-05-10 11:59:51

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19]

체중을 지탱하라 : 하지

"환자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세수하고 크림 바르잖아요? 얼굴만큼 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는 발이 너무 차지는 않은지, 또 건조하지 않은지 보시고 보습제도 바르고 물집이나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꼬박꼬박 확인하세요."

당뇨로 고생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늘 이렇게 당부했다. 성형외과에서 발도 진찰하냐고 묻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하지'(Lower extremity)라 통칭하는 다리와 발은 성형외과에서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우리는 발을 홀대하는 경향이 있다. 걷고 뛰는 데 안정적인 지지를 하면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발. 그래도 젊은 여성들은 발 마사지를 받거나 보습제를 꾸준히 바르는 등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발을 제대로 씻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환자들에게 발 관리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의사들 또한 발을 홀대하는 데는 예외가 없다.

'서젼의 발' 이라 하면 특징적으로 발뒤꿈치가 건조해 각질도 많고 쩍쩍 갈라지는 발을 의미한다. 수술실에서는 양말 없이 수술용 슬리퍼만 신기 때문에 쉽게 건조해진다. 특히 전공의 때 온종일 크록스까지 신고 다니면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만신창이가 된 발을 볼 수 있다.

당뇨 환자의 건조하고 상처 난 발을 진료할 때면 이게 환자의 발인지 내 발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래서 외과계열 전공의에게 발이 맨질맨질하다는 것은 뺀질거린다는 의미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의 문제로 성형외과 진료를 받는 환자는 외상, 종양, 선천기형, 당뇨, 화상 등 원인이 다양하다. 교통사고, 낙상처럼 다리가 부러지거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등의 외상의 경우에는 성형외과 협진이 필요하다.

상처의 감염을 예방하고 깨끗하게 드레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는지 살펴야 한다. 하지로 내려가는 혈관이 다 끊기거나 막히는 경우 부러진 뼈를 고정해도 결국에는 끊어진 부위 밑으로 살이 다 썩어서 괴사한다. 혈관이 정상적이지 않으면 혈관부터 이어주는 응급 수술을 먼저 하기도 한다.

물론 간혹 발생하는 성형외과 응급상황 중 하나다. 응급상황 외에도 암 제거 수술 후 정강이뼈나 무릎 관절 등이 노출되거나 골수염 등이 발생하면 피판 수술로 덮어주는 중요한 과정도 수행한다.

당뇨 환자의 발

발바닥은 지면과 강한 마찰력을 유지하면서 뼈와 피부 사이를 단단하게 지지해야 하기에 다른 피부와 구조가 다르다. 발바닥 피부는 꼬집어도 잘 늘어나지 않고 아무리 살을 찌워도 발바닥까지 찌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발바닥에는 강한 마찰력을 견딜 수 있게 뼈와 피부를 이어주는 인대들이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다. 손바닥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런 특성을 볼 때마다 우리 몸의 각 부위가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감탄한다.

그런 발바닥이지만 단순히 튼튼한 특성만으로 몸을 지탱할 수는 없다. 신발에 손톱만 한 돌이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압력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균형 조절에 필요한 피드백까지 가능한 예민한 구석이 있다.

당뇨 환자들은 하지의 말초 감각 신경이 손상을 받으면서 감각이 무뎌진다. 무뎌진 감각 때문에 당뇨 환자들은 발에 쉽게 상처가 생기고 상처가 나도 빨리 감지하지 못한다. 이를 ' 당뇨성 족부 궤양' 이라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오래 걸어서 물집이 생겼는데 불편함을 못 느끼거나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데도 몰라서 계속 상처가 커지는 경우다. 사이즈가 맞는 신발도 헐렁하게 느껴서 더 꽉 끼는 양말이나 신발을 신는 경우도 그렇다.

그렇게 생긴 상처들이 혈액순환도 수월하지 않고 높은 혈당으로 인해 상처 치유도 정상적이지 못하니 당뇨성 족부 궤양이 되는 것이다.

당뇨성 족부 궤양은 골치가 아프다. 발이 썩어가는 것과 같아서 감염도 흔하고 궤양에서 고름이 나오는 것은 물론 썩은 냄새도 진동한다. 감염이 진행된 궤양은 죽은 조직을 걷어내고 깨끗이 세척하는데 이 과정을 '데브리망'(Debridement) 이라 부른다.

데브리망은 잘 낫지 않는 오래된 상처를 싱싱한 급성 상처로 바꾸는 과정이다. 죽은 조직은 과감하게 잘라내야 새살이 돋아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데브리망을 하고 나면 원래 상처보다 크기가 더 커져서 환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원은 당뇨성 족부 클리닉이 유명해서 수술실에서 매일 데브리망을 하는 것이 통과의례였다. 모든 정규 수술이 끝나고 수술실에 남아 저녁 9시까지 데브리망을 하고 있으면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우리 부모님 발도 씻겨드린 적이 없는데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네."

우리는 스스로를 수술실 세신사라고 불렀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당뇨성 족부 궤양 치료는 죽은 발가락이나 발을 절단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상처 치유를 시도해보다가 회복 가능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절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미세수술이 도입되면서 잘라내던 발을 조금씩 살려내는 시도들로 이어졌다. 그 시도들이 조금씩 치료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에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당뇨 환자는 정해진 코스처럼 궤양이 발생하는 정도에 따라 먼저 발 가락 5개를 차례대로 절단하고 그러다 발목 아래에서 절단하고 시간이 더 흐르면 무릎 아래서 절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막을 수 있는 노력을 성형외과 의사들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교육과 예방이다. 그래서 궤양이 생기기 전에 발 관리하는 것을 환자들에게 주지시킨다.

하지 재건술

종양이나 선천기형으로 하지 재건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악성 흑생 종은 피부에 발생하는 암이지만 발병하면 5년 생존률이 30퍼센트도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암이다.

다른 부위와 달리 하지에 생기는 경우에는 경과가 안 좋고 예후도 나쁘다. 생긴 것은 꼭 검은 점처럼 생겼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모양도 들쑥날쑥하고 크기도 커진다.

손톱이나 발톱에 시커멓게 흑생종이 생기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 악성 흑색종 외에도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육종이 생기면 각각의 병기에 따라 살을 몽땅 잘라내고 재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에 따라 허벅지에 어른 손바닥보다도 큰 결손이 뻥 뚫려서 대퇴근육이 빨갛게 재건을 기다릴 때도 있다.

하지 재건은 걷는 데 지장이 없도록 튼튼하면서도 피부가 쓸리지 않게 재단해야 하는 고민이 동반된다. 허벅지처럼 살이 두둑한 곳은 퍼즐처럼 살을 도려내고 끼워 맞춰서 재건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발바닥이나 정강이처럼 뼈나 인대가 바로 노출되는 부위는 다른 부위에서 두툼한 살을 떼어와 유리 피판술로 재건하기도 한다.

목욕을 할 때 점이나 사라지지 않는 각질, 두드러기, 혹은 없던 것들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의심이 되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간혹 피부병인 줄 알고 연고만 바르다가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땐 오히려 늦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얼굴에 신경 쓰듯 발과 다리에도 신경 쓰자.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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