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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료진 구속이 환자안전사고 대책인가?

이창진
발행날짜: 2018-04-09 12:02:25

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

4명의 신생아가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사건은 부모와 그 가족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밝히고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료진을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부주의로 환자가 숨지면 병원영업을 정지시키겠다고 발표했고, 정치권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인증을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료제도 허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사고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진정성 있는 검토와 반성의 노력은 없고 현장의 의료진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생아중환자실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신생아를 돌보던 의사, 간호사에게만 그 책임을 모두 돌리고 구속까지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열악한 주사제 관리 체계

경찰이 의료진을 기소한 주요한 이유로 간호사가 주사제를 조제, 보관하는 과정에서 세균감염이 발생한 것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담당 교수가 주사준비실에 한번도 들어가 본적이 없고, 간호사를 상대로 감염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요 죄목이다.

약사법에 의하면 모든 주사제의 조제는 약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사항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주사제 조제는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주사제 중에는 의사가 조제, 보관을 관리하기 어려운 고위험 의약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항암제나 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 완전비경구영양법) 제제의 경우, 과거 간호사가 조제한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무균조제공간에서 전문약사가 조제하고 간호사는 투약만 수행한다.

사고가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에서도 TPN제제는 약국에서 별도로 조제해서 신생아중환자실로 보냈으나, 지질영양제를 진료현장에서 간호사가 분할 조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국내 상급종합병원중 일부에서는 조제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수십억원을 투자하여 약물조제용 로봇을 약국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모든 주사제를 약국에서 조제해서 중환자실로 보내고, 간호사는 투약만 하면 이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안전 수칙을 지키려면 약사의 추가 고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거나 막대한 시설투자를 해야 하지만 건강보험수가 체계에서는 재원을 마련할 수 없어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고유 업무가 아닌 주사제조제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하고 있다.

주사제를 병상에서 의사감독하에 간호사가 조제, 관리하는 제도에서는 유사한 사고의 발생을 피할 수 없다. 또, 의료진 처벌을 강화한다고, 의사가 고위험 주사제의 조제, 관리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최근 너무도 다양한 약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어,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고위험 의약품 조제와 관리는 병원약사가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2. 비현실적인 급여 기준

한 일간지는 '1병당 8만원 이익 남기려다 사고'라는 선정적 기사 제목으로 담당의사의 윤리성을 공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질영양제를 나누어 투여하여 남은 이익을 구속된 담당 의료진이 가져갔는가? 그것이 아니고 해당 의료기관이 이익을 얻기 위해 신생아에게 의약품을 분주하는 것이 위법인데 방치했다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이 맞다.

경찰은 "보건복지부는 1994년에 주사제 잔량까지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으로 행정 지침을 바꿨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위법 관행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앰플(ample) 주사제는 1인 1병만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는 앰플 주사제와 바이알(vial) 주사제에 대한 급여기준이 다른 것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1994년 10월 6일 보건복지부는 "바이알 주사제는 실사용량에 따라 약가를 산정해야 하며 일부 사용하고 일률적으로 폐기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분량을 한사람에게 주사하고 나머지 양을 보관상 문제 등으로 부득이하게 폐기할 경우, 폐기사유를 해당 요양기관에서 소명해야 함"이라고 행정 해석하였다. 바이알 주사제는 분할투여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소용량 제형의 바이알 주사제가 생산되지 않아 소아 환자에게 성인제형의 대용량 바이알을 사용하는 경우 환자에게 사용된 양 만큼만 급여해 주고 남겨진 양은 의료기관의 손실로 떠넘겨왔다.

심평원은 2017년 스모프리피드의 삭감사례가 없었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지질영양제에 대한 건강보험의 삭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스모프리피드는 주2회만 급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지질영양제 주사뿐만 아니라 바이알 주사제 전체의 급여기준을 공개하고, 투명하고 일관성있는 행정집행을 하여야 할 것이다.

3. 의사인력 관리체계의 미비

사고가 발생한 12월 16일은 주말인 토요일이었다. 2명의 전공의(1년차, 3년차)가 병실, 응급실, 중환자실로 분산되어 있던 소아과 환자 126명의 진료를 책임지고 있었다.

외래환자와 비교하면 응급실, 입원, 중환자실 환자들은 중증환자이다. 2명의 의사가 이렇게 많은 중증 환자를 24시간 내내 진료하다 환자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는 14명의 전공의가 근무해야할 조직에 6명만 실제 근무하는 상황이 갑자기 발생했기 때문에 당직 전공의가 2명밖에 근무할 수 없었다. 병원행정당국은 사전에 비상 인력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위기에 미리 대처했어야 하는데 실제 그런 노력을 시도한 흔적이 없다.

전문의들은 외래환자에 집중하고 있고, 중증도가 높은 입원환자의 진료업무는 피교육자인 전공의에게 책임이 주어져 있다.

특히, 야간과 주말에는 전공의만 병원에 남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도입하여 입원환자에 대한 전문의진료가 24시간 가능하게 했고 내과와 소아과를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환자안전을 위해 의사인력관리의 제도적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주당 52시간의 근로기준법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자발적인 희생정신 없이는 버티기 힘든 근무환경을 알고 있기에 담당 의료진 구속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현 정권의 대응은 납득할 수 없다.

현재 신생아중환자실에 일하는 의료진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정부, 보건복지부, 심평원에서 중환자실의 운영 환경개선, 적정수가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고 제대로 된 권고안조차 준적이 없다. 열악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사명감을 가지고 부족한 인력과 설비로 운영해왔는데 사고가 나자 모든 것을 24시간 고생하며 환자를 보는 의사와 간호사의 무책임으로 비난하는 것에 화가 나고 힘이 빠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저수가정책에 의존해서 양적으로만 팽창해온 한국의료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보건복지부, 심평원등 관련기관들은 이런 환자안전사고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주사제 관리와 중환자실 근무인력 수급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책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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