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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의료기기, 규제개선 없는 지원책 ‘무용지물’

정희석
발행날짜: 2018-04-09 00:25:37

허가부터 출시까지 전통적 규제 허들로 사업화 난항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0월 11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신기술 융·복합 국산 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개발업체들은 인허가·보험등재 등 규제 걸림돌에 막혀 국내보다 해외시장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의료기기 규제는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식약처·심평원과 의료기기업계 소통 또한 많은 규제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융·복합 의료기기는 전통적인 규제에 발목 잡혀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해 의료기기 규제연구모임 ‘월간규제연구회’ 자문을 받아 신기술 의료기기 시장진입을 막는 규제가 무엇인지 긴급 진단해봤다.

월간규제연구회는 국내외 의료기기 규제 이슈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인허가·규제 담당자 연구·학술 모임이다.

규제는 크게 ▲연구단계 ▲허가단계 ▲출시단계 ▲사후관리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허가·출시단계에서의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신기술 융·복합 의료기기와 개인 맞춤형 제품들은 가까운 미래 개인들의 최적화된 예방·진단·치료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 제품들은 출시단계부터 규제 허들에 걸려 국내 판매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얼마 전 국내 기술진은 ‘당뇨렌즈’를 개발했다.

A사는 자궁경부암 검사 시 환자가 어려움을 겪던 내진이 필요 없는 패드형 시료채취 기구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B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망막질환 치료기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들 제품들은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현행 품목분류와 급여등재 환경을 고려하면 사업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당뇨렌즈는 기존 렌즈로 품목분류를 받으면 안경사 처방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유통 단계에서의 제한으로 사용자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당뇨진단기기’로 분류돼도 이 역시 단일상한가에 묶여 기존 제품과 동일한 가격을 받아야 하니 시장성이 없다.

시장성이 없다보니 국내 유통을 포기할 것이고 당연히 해외바이어가 요구하는 국내 판매 근거 또한 제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당뇨렌즈 사례는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삼중고)의 덫’에 걸린 전형적인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자궁경부암 검사 패드형 시료채취 기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환자는 필요에 따라 해당 제품을 자유롭게 구매해 질병 여부를 진단한 후 병원에 검사를 의뢰하면 되지만 현행 제도상 모든 진단검사는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개인 판매가 불가능할뿐더러 보험등재 절차나 가격을 고려할 때 시장성도 없다.

현재 허용되는 개인용 진단기기는 임신진단 및 당뇨키트 정도에 불과하다.

이밖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망막질환 치료기기는 급여를 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을 때 임상자료와 근거부족으로 제한적 의료기술로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정부 임상시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 신의료기술평가 단계에서 해당 기술과 제품이 사장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출시단계에 이어 허가과정에서의 한계점도 짚어봤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분야 전문가를 위촉해 4차 산업 생태계 조성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전문성을 특화해 위원회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위’를 꾸려 미래 맞춤형 의료를 위한 전주기적 지원방안을 논의 중이다.

헬스케어특위는 의료기기 등 분야별 프로젝트팀을 가동해 제품 연구개발에서 출시까지의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제도개선 ▲규제개혁 ▲네거티브 규제 ▲규제 샌드박스 ▲사회적 합의 등 다각적 검토를 진행 중이며, 올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의료기기 규제개혁을 실행하고 규제특례(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할 식약처에는 관련 전문부서가 없고 전문가 또한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 잠재성이 큰 체외진단기기는 당장 체외진단법이 통과하더라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식약처 내 전담조직이 부재한 상태다.

신기술 융·복합 의료기기를 개발한 의료기기업체가 허가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신기술 적용 융·복합 의료기기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인허가 및 규제 패러다임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에 대한 기준규격과 GMP 등 전문성을 갖춘 전담부서 확보가 선행돼야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제도와 시스템의 발전적 보완과 해체를 통해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정부가 산업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의료용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해 ‘기업형 인증’을 통한 허가와 제품 출시 길을 열었다.

직접적인 위해가 적고 다양한 필요에 따른 제품은 정부가 민간과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해 신속한 제품 출시와 시장진입을 도모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물론 인권과 동물복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임상시험은 실세계근거(Real World Evidence)나 모델링 앤 시물레이션 방법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형 인증과 실세계근거 등 새로운 규제 틀은 신기술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을 촉진하고 신속한 시장진입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선행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사회적 합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기기 제조사와 정부·의료계·소비자단체가 협의와 합의를 통해 제조사와 소비자 간 제품 유통 절차를 간소화하고 구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DTC(Direct to Customer·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기업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 등이 가능해야 하고, 또 개인용 의료기기를 온라인이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새로운 규제 마련을 위해 식약처·복지부 등 전담부서 신설 및 전문인력 충원과 함께 임상근거가 부족한 국내사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기업형 인증 도입에 필요한 관리·기준 설정을 위한 전담부서 설립을 고려해볼만하다.

또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과기부·산통부·복지부는 원천기술 또는 신기술로 개발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를 위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역시 국내 제조사들이 충분한 임상근거를 제시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확보해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

셋째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 산하 헬스케어특위에서 도출된 신기술 의료기기 발전 방안을 부처별 의료기기진흥법이나 첨단법에 반영해 규제완화와 지원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밖에 신기술 융·복합 의료기기의 새로운 규제 틀을 만들기 위한 범부처 협력단을 꾸려 제조업 중심의 세부 규제 개선과 함께 전주기적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될 필요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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