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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사도 감동노동자 "무례한 환자가 힘들다"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8-02-17 05:00:55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41)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41)

환자를 대하다 보면 정말 별 일이 다 있다. 특히 요즘처럼 까칠한 고객이 많아지면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까지 들기도 한다.

얼마 전 20대 초반의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20대 딸: OOO씨 아시죠? 제가 그 사람 딸인데, 우리 엄마가 그동안 국가에서 하라고 하는 암 검사를 한 번도 안 했는데 이번에 암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의료보험 공단에 전화를 해 보니 그럴 경우 보험혜택을 못 받는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나요?

나: 예,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치료비는 95% 나올거예요. 국가에서 암검사를 하라고 했는데, 한 번도 안 한 사람을 못 봐서 잘 모르겠어요. 의료보험 공단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니 그 말이 맞겠지만, 내 생각에는 아닐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으니까, 알아보세요.

20대 딸: 그럼 우리 엄마가 암 검사를 한 번도 안 했으니까 우리 엄마가 잘 못했다는 거예요? 당신은 그것도 몰라? 당신이 아는 게 뭐 있어?”

20대 여성이 반말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오자마자 자궁경부암이 의심돼 조직검사와 자궁내막조직검사를 같이 했고, 1주일 후 결과가 나왔는데 자궁경부암에다 암이 자궁내막으로 전이되었다. 바로 국립암센터로 전원했다. 엄청나게 빨리 진단을 정확하게 했는데 이렇게 딸이 나에게 전화를 하다니, 고맙다는 말을 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반말을 내가 왜 듣고 있어야 하지?

20대 딸: 접수에 슬라이드 대여를 신청했는데 슬라이드 언제 나와요?
나: 그건 접수에 물어보세요. 슬라이드 대여는 제가 잘 몰라요.
20대 딸: 도대체 당신이 아는 게 뭐가 있어?
나: (화를 누르며)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일과 원무과에서 하는 일, 접수에서 하는 일이 달라요. 그리고 왜 진료 중에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했어요? 지금 진료 중이예요.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며칠 전 산부인과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방문한 환자의 딸이 한 전화다. 그녀의 친구라면서 나하고 친한 지인이 전화를 해서 그녀의 현재 상황을 물어봐서 자궁경부암이 조금 퍼진 것 같으니 빨리 큰 병원 가보라고 말을 해 주었는데, 그 딸이 내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진료 중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한 바탕 화풀이를 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암을 진단받은 환자나 그 딸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도 된 단 말인가? 내가 의사로서 잘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의사가 보험이 되는지, 슬라이드 대여가 언제 나오는지까지 알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의사의 역할이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엄마 나이의 의사에게 반말에 무례함까지 내가 참아야 하나? 내가 얼마나 빨리 암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큰 병원으로 전원을 시켰는데, 왜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지?

결국 환자는 국립암센터에 갔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과장이 어느 병원에서 이렇게 어려운 위치에 있는 암을 이렇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했느냐고, 그 병원 이름과 의사 이름을 알고 싶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요즘 20대 여성의 무례한 전화를 많이 받게 된다. 우리 병원 50대 상담 실장이 30분간 통화한 여성이 계속 전화를 안 끊고 물어보니까 급한 상담이 있다고 끊으려고 하니 그녀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 그 따위로 상담할거면 왜 상담하는 자리에 앉아있어? 그 따위로 일하지 마!"

비슷한 경우의 일이 많다.

문자로 70통을 상담해 놓고 원하는 데로 안 되면 '나가기'를 해버리고 전화까지 꺼버리는 젊은 여성도 많다. 우리나라 문화가 왜 이렇게 무례해 지는 지 잘 모르겠다.

왜 의료는 호텔이나 백화점처럼 서비스업으로 분류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진도 하면 안 되고, 진료비도 비싸면 안 되고, 환자는 오래 기다리면 가 버리고, 조금만 불친절하면 인터넷에 도배를 해 놓고, 아무 때나 전화해서 진료비도 안 내고 상담한다. 의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말에 무례함까지 견뎌야한다.

'감정보다 생존이 먼저'인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최후의 승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정말 무례하고 예의가없는 사람을 대하는 날은 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머리에서 김이 나고, 얼굴은 빨개지고, 손은 부들부들 떨린다. 가슴은 답답하고 내가 이렇게 참아가면서 이 일을 해 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제발 바라건데 이렇게 무례한 사람이 적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화를 다른 사람에게 푸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감정 노동자에게도 아픈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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