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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한 수술실…간호 분야 스페셜리스트, 나야 나"

발행날짜: 2017-10-24 04:34:58

나는 간호사다 건국대병원 수술간호팀 김정희 선임간호사

"어메이징(amazing)한 일들이 방마다 일어나고 있었다."

건국대병원 수술간호팀 김정희 선임간호사(43)는 대학교 4학년 인턴십 과정 때 처음 들어가 본 수술실을 '어메이징'하다고 기억했다.

1지망도, 2지망도, 3지망까지 오로지 수술실 근무를 고집했고 20년 넘도록 수술실에서만 일해온 그는 여전히 수술실이 "멋지다"고 말했다.

병원 차원에서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로봇수술센터 세팅에 투입된 김정희 선임간호사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분야를 공부하는 게 즐겁기만 하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간호협회와 공동기획하는 '나는 간호사다' 인터뷰를 통해 김정희 선임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정희 간호사
Q.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술실 간호사는 그저 의사에게 수술복을 입혀주고, 의사가 달라고 하는 기구를 넘겨주는 등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려지더라고요. 현실은 어떤가요.

수술실 간호사는 순회 간호사와 소독 간호사가 팀을 이뤄 근무하는데 두 사람은 동시다발적으로 굉장히 많은 일을 진행합니다. 출근하면 수술 스케줄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기구 및 소모품을 준비하며,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수술실 간호사는 아주 수동적입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의사가 기구를 달라고 해서 주는 게 아니라 의사와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포인트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며 수술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수술팀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실 간호사는 해부학을 필수로 공부해야 하고, 수술 절차(procedure), 수술 기구를 모두 외워야 합니다. 숙련된 간호사는 오히려 외과의사에게 수술을 더 잘 진행할 수 있는 기구를 추천하는 등의 능동적인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Q. 해부학부터 수많은 수술기구까지 외우려면 근무시간 외 공부는 필수겠군요.

요즘은 자료가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해부학은 기본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해부학은 4년 과정 중 한 학기만 들었고, 용어 자체도 한글로 배웠어요. 결국 수술실 간호사가 되고 나서 의대생들이 주로 보는 '시바'라는 해부학 교과서를 들고 다시 해부학 공부를 해야 했죠.

이 밖에도 수술 절차를 비롯해 수많은 기구와 치료재료, 장비를 외워야 합니다. 정형외과는 수술기구를 조립해서 쓰는 경우도 많고 이비인후과는 1mm 단위로 수술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료과별로 수술 매뉴얼이 있는데 이를 아무리 외워도 실전에 들어가면 혼란이 오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경험도 중요하다는 거죠.

김정희 간호사가 소독간호사로서 수술에 참여하고 있다.
Q. 간호사 면허를 따는 순간부터 20년이 넘도록 수술실에서만 근무하셨어요. 도대체 수술실의 매력은 뭔가요.

골절 환자가 수술을 받으면 부러진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집니다. 턱교정 수술을 하면 처음 수술실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다른 사람이 돼서 나가죠. 이런 어메이징한 일들이 방방마다 일어나고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수술실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의료 행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의사든 간호사든 함께 긴장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팀 워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응급수술 때눈에 자다가 뛰어나갈 일도 생겨요. 간호 분야에서도 스페셜리스트 같은 느낌입니다.

Q.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수술을 겪어봤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수술실은 응급콜을 종종 받습니다. 잠결에 응급 제왕절개술을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에 나왔어요. 정신없이 수술에 참여했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쉬게 되죠.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으로 축복해주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어요. 힘들었던 게 달아날 정도죠.

무려 25시간 동안 이뤄졌던 수술도 기억나네요. 아침에 수술에 들어갔다가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에 출근했는데 수술이 계속 이뤄지고 있더라고요. 의료진도 그렇지만 25시간 동안 수술대에 누워 있었던 환자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제가 본 가장 최장시간 수술이었습니다. 다행히 환자 예후도 좋아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Q. 생명이 오가는 수술실에 들어가는 간호사로서 갖춰야 하는 게 있을까요. 해부학 등 공부 말고요.

일을 해보지 않으면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요. 처음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델과 실제는 다릅니다. 완전히 멘붕(멘탈 붕괴)이 되는 후배들도 많이 봤어요.

수술실에 처음 오면 수술기구도 많고 조립해서 쓰는 기구도 많습니다. 만들기 등이 취미인 사람들은 업무와 연결 지으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체력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수술실 간호사를 하고 싶었지만 출근 첫날 8시간을 내리 서있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고요. 30분 만에 끝나는 수술도 있지만 몇 시간씩 서있어도 끄떡없는 체력이 필수입니다.

Q. 건국대병원은 로봇수술센터 개소를 준비 중입니다. 여기에 투입,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계시죠.

건국대병원이 개원할 때부터 몸을 담았습니다. 수술기구를 담은 바구니 하나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부터 제 손으로 했습니다. 수술실을 셋업하는 작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았죠. 수술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죠.

처음 수술실을 세팅했던 것과 같은 과정을 로봇수술센터를 준비하면서 또다시 겪고 있습니다. 애틋한 마음이 더 생기네요.

수술 과정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해부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면 준비가 안 돼 있는 겁니다. 그럼 수술에 들어가면 안 되죠. 준비 없이 수술에 들어가는 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수술실에서 좋은 간호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Q. '나는 간호사다'의 공통질문입니다. 이 코너가 간호대생들과 신규 간호사들을 위한 직업 탐방과 같은 코너거든요. 규칙적인 근무 시간 때문에 수술실 근무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은데요. 후배들에게 이것만은 꼭 알아뒀으면 하는 게 무엇일까요.

장점만 보고 선택하면 좌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장점 말고 단점을 정리해보고, 그 단점들도 극복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특히 수술실 간호사는 학교에서는 집중적으로 배우는 분야가 아니니까 실습이나 인턴십 때 눈여겨보고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해버리는 후배들이 많은데 버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탈출구를 찾으세요.
김정희 간호사가 순회간호사와 수술에 필요한 기구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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