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삭감 유리벽…그림의 떡이 된 골다공증 신약
10년만에 급여 적용 불구 처방 20% 미만…"의사도 환자도 운다"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7-07-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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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의학계와 환자들의 수년간 노력으로 급여권에 들어온 골형성 촉진제가 삭감 유리벽에 갇혀 처방이 막히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10년 세월이 지나서야 겨우 급여권에 들어왔지만 그나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방식이라면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약의 혜택을 받는 것도 요원한 일이라는 점에서 의사와 환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0년만에 제도권 진입 하지만 기다린 것은 삭감 유리벽

대한골대사학회 변동원 이사장(순천향의대)은 19일 "포스테오가 한국에 정착하기 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지만 여전히 그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포스테오와 테리본이 급여를 받은 지금도 처방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한달에 60만~70만원까지 가던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6만원대까지 낮아졌지만 실제 환자에게 처방을 할 수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라며 "처방을 막는 규정이 너무나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릴리의 테리파라타이드 제제인 포스테오는 기존 골흡수 억제제 중 한가지 이상에 효과가 없는 환자 중에서도 65세 이상이면서 T-score -2.5 이하, 골다공증성 골절이 2개 이상 발생한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그마저도 투여기간은 24개월에 묶여 있다. 환자가 골다공증 치료를 받는 동안 단 24개월 밖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일선 의료진들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약을 쓸 수 있는 환자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급여일때 포스테오를 처방하던 환자 중에서 급여 기준에 맞추면 약을 줄 수 있는 환자가 10명 중에 1~2명 밖에 남지 않는다"며 "10%밖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급여기준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이미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골다공증 치료가 골흡수억제제에서 골형성 촉진제로 패러다임이 넘어가 처방률이 50%~60%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10%대 처방이 나오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료진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충분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도 어쩔 수 없이 골흡수 억제제를 처방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견.

B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골형성 촉진제를 쓴다면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이 되는 환자도 많지만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골흡수 억제제만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며 "처방을 한다면 결국 임의비급여 형태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요즘은 환자들도 많은 정보를 얻고 있기에 처방을 원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며 "결국 의사도 답답하고 환자도 답답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10년만의 급여도 제한적…새로운 신약 기대감 제로

상황이 이렇게 벌어지면서 의료진들은 새로운 신약에 대한 기대감마저 포기하는 모습이다. 유수 학회들에서 신약의 우수한 효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국내 적용까지는 기약이 없는 이유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킨 포스테오조차 10년만에 급여화가 이뤄지고 그마저도 처방율이 2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약 적용은 먼 훗날의 일이라는 공통된 의견.

C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세계 학회에서는 과거 약제에 비해 2~3배의 효과가 있는 약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며 "프레오나 데노수맙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PTH(골형성 촉진제)도 10년만에 그것도 이렇게 타이트하게 급여가 잡힌 상황에 이런 약들이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느냐"며 "그나마 급여에 잡히기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품목 허가를 받은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데노수맙)은 그나마 진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최초의 RANKL 표적 골다공증 치료제인 프롤리아는 골밀도 증가율과 골절 예방에서 이미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며 비스포스포네이트를 투여했던 환자들에게도 큰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약제.

포스테오가 10년이나 걸린 급여권의 문턱을 빠르게 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프롤리아는 이미 지난 6월 약평위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의료진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상태다. 이미 10년간 안정성과 효과를 인정받은 포스테오조차 이렇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신약의 기준은 더욱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A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마도 데노수맙이 급여권에 들어온다해도 아주 제한된 2차 약제로 허가될 확률이 높다"며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포스테오보다 2~3배는 더욱 엄격하게 급여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급여가 이뤄진다해도 실제로 환자들에게 쓰는데는 극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이사장(한양의대)은 "지나치게 엄격하고 극단적으로 급여기준을 잡다 보니 효과가 좋은 약을 써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골절 등으로 고통 받은 뒤에야 약을 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포스테오부터 데노수맙까지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지속적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늘고 있지만 만성질환이라는 프레임이 이를 저해하고 있는 듯 하다"고 풀이했다.

유리벽을 깨기 위한 몸부림…한국형 의학적 근거가 발목

이로 인해 학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급여기준과 신약 등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대한골다공증학회 등이 나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대한골대사학회 변동원 이사장은 "복지부도, 공단도, 심평원도 골형성 촉진제 급여기준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당초 예상했던 급여비용의 절반도 나가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다보니 정부 또한 학회와 논의를 이어갈 의지를 갖고 있다"며 "기준 완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골대사학회, 골다공증학회가 주장하는 부분은 현재의 엄격한 급여기준부터 그나마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일이다.

65세 이상으로 묶여 있는 기준까지는 어쩔 수 없더라도 2번 이상의 골절을 1회로 줄이고 2차로 묶여 있는 부분을 제한적으로나마 1차까지는 풀어내는 것이 학계의 목표.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의학적인 근거들이다. 정부는 이러한 급여 기준 완화의 타당성을 입증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형 의학적 근거를 먼저 내라는 정부와 일단 급여기준을 완화한 뒤 이를 통해 의학적 성과를 보이겠다는 학회와의 의견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변 이사장은 "정부에서는 객관화된 데이터를 원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상 이를 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결국 정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골다공증학회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선 것도 결국 학계의 의견을 통해 정부를 설득해보자는 의미"라며 "그나마 정부 또한 현재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전향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부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급여 정책을 풀어가야 하는 이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약을 포함해 급여 등재와 기준은 결국 얼마나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그나마 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급여를 인정해 준다면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기준을 타이트하게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의학계의 요구대로 골감소증을 포함해 다양한 신약의 문을 연다면 그만큼의 보험재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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