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  
비고시 복지부 공무원의 비애 "나는 50대 만년 사무관"
[창간기획]비고시파 "공정한 승진 룰 부재"…고시파 자성 "현실 안주 부인 못 해"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7-07-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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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보건복지부 그들만의 리그 고시공화국

보건복지부 본부 공무원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과 공무원 시험 출신 비고시 공무원들. 전체 구성원에서 비고시 출신이 70% 이상을 차지하나 보건의료 등 주요 부서 요직은 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장차관에 임명되면 가장 먼저 표방하는 공정 인사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상]간부진 점령한 고시파, 바뀌지 않은 인사 관행
[하]비고시 공무원의 고백과 고시 공무원의 자성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사례 1] 나는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50대 공무원이다.

공무원 시험으로 주무관으로 입사해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만년 사무관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보건복지 정책을 직접 기획 추진하고, 과장과 국장이 되면 나만의 청사진을 그려보겠다는 20대 시절 부푼 꿈은 이미 접었다.

과천청사 시절 행정고시 공무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룬 쟁쟁한 실국장 선배 공무원들은 사라진지 오래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획조정실을 비롯한 각 실별 배치된 비고시 출신 실장과 국장은 하나둘 시나브로 사라졌고, 지금은 본부 조직표 상 비고시 출신 과장 이름도 손에 꼽을 정도다.

본부 조직표 비고시 출신 과장 일부 그쳐 "30년 근무 잘해야 서기관"

그나마 비고시 출신 자리였던 기획조정실 감사관, 재정관, 인사과장 자리도 행정고시 공무원들로 채워지는 인사가 일상화됐다.

복지부 본부 공무원 75%를 차지하는 비고시 출신 중 과장급은 27명에 불과하다.
후배 주무관들은 "30년 근무해도 잘해야 서기관"이라는 푸념을 쏟아내는데 달리 해줄 말이 없다.

인사과장에게 찾아가 문제를 제기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려달라", "노력하고 있다" 등 똑같은 답변뿐이다.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은 장관 발령이나 실제는 국실장을 거쳐 차관이 결정한다.

이들 모두가 행정고시 출신이니 비고시 출신은 만년 사무관과 만년 서기관으로 변방일 수밖에 없다.

가끔은 '내가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는 자괴감이 든다.

지자체 공무원이 업무 부담도 적고, 복지 혜택도 많고, 승진도 잘된다는 소리가 자꾸 크게 들린다.

이상한 인사시스템, 공정한 룰 부재 "답답하지만 버텨야 한다"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한 행정고시 출신과 7급과 9급으로 시작한 공무원 시험 출신의 출발점은 분명히 다르다.

행정고시 출신이 똑똑하고, 잘 나가는 대학을 졸업한 인재라는 점은 인정한다.

복지부는 2016년 인사개선 등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했으나 인사 불균형은 여전한 상태이다. (사진:복지부 홈페이ㅣ)
하지만 최소한 주무관에서 사무관, 사무관에서 서기관, 서기관에서 부이사관, 부이사관에서 일반직고위공무원 등 직급별 승진의 공정한 룰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무관까지 15년, 서기관까지 7~8년 등 흰머리가 돼서야 과장도 아닌 팀장 대상에 오르는 현 인사시스템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아이들은 장성해 서울서 대학을 다니고, 아내와 나는 세종시로 이주했다.

공무원연금 경력을 채워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아이들 얼굴에 마음을 고쳐 먹는다.

등록금과 결혼자금 등 앞으로 들어갈 돈이 많은데 답답하지만 버텨야 한다.

혹시 아나, 신임 장관이 인사개선 조치로 서기관 승진기회가 빨라질지…

[사례 2] 행정고시를 패스해 부서 과장을 맡고 있는 40대 공무원이다.

입사 시절 초짜 사무관 소리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동안 선배들이 실장에 이어 차관되는 모습을 보면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과천청사와 계동청사, 세종청사까지 근무지는 변화했고 그동안 퇴임한 선배들만큼 새로 들어온 후배들도 많아지면서 같은 건물에서 근무해도 얼굴과 이름을 모두 기억하긴 힘들다.

국내외 파견 공무원 현황도 고시 출신 공무원이 다수를 이뤘다.
인사 시즌이 되면, 복도 통신이 가동된다.

부서 내 나이 많은 비고시 출신 사무관은 서기관 승진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이나 이번에도 어려울 것 같다.

비고시 출신 중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젊은 주무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장은 부서 일만 하는 게 아니다.

비고시 출신 뛰어난 사람 많아 "부처간 협의 성과 의문"

부처 간 협의와 예산 배정 등 보이지 않은 노력이 숨어 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내 관련 부서 대부분이 행정고시 출신으로 업무를 조율하고 설득하는 데 선후배 라인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륜있는 비고시 출신들이 현안 업무는 뛰어나지만 행정고시 선후배 라인과 무관해 윗분들 오더를 제대로 수행할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래도 비고시 출신과 고시 출신 사이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상호 존중하며 다독여 나가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물론, 행정고시 출신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기회를 잡아 해외파견을 다녀왔다.

선진국에서 있으면서 느낀 부분은 현실에 너무 안주했다는 점이다.

공정한 나라를 표방한 새정부에서 복지부 인사 불균형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권덕철 차관 취임 후 주요 간부진과 국립묘지 참배 모습. (사진:복지부 홈페이지)
보건의료계와 충돌해 현안이 발생하면 막느라 급급했지 제대로 된 중장기 정책 계획을 세웠다고 자신할 수 없다.

실국장도 새로운 정책보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진행 중인 정책을 무탈하게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고시 출신 간부진 현안 막는데 급급 "중장기 정책 계획 부재"

과거 청와대 오더와 지적이 있으면 국 전체가 뒤집어졌지만, 새로운 정부는 중앙부처에 힘을 실어준다고 하니 밤샘 작업은 줄어들 것 같다.

나도 승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동기들 중 국장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불안하다. 일찍 승진하면 결국 일찍 퇴임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돼야 국장 승진이 가능해 어느새 윗분들에게 보조를 맞추는 나를 발견한다.

[에필로그]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복지부 많은 공무원들 취재를 통해 가공한 가상인물로 특정 공무원을 지칭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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