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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A턴이고 누가 C턴일까

박성우
발행날짜: 2017-02-02 05:00:22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68]

A턴과 C턴

11월, 인턴 근무 평가 점수가 공개됐다. 근무 평가 점수는 인턴으로 얼마나 성실하고 탁월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된다. 전공의 선발 경쟁에서도 시험 점수보다 오히려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경우도 많다.

정확히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준은 알 수 없었다. 한 달, 거쳐 가는 신분이지만 얼마만큼 애착을 갖고 협동하면서 일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해당 과의 의국에서 주는 점수 외에도 간호부 의견이나 직원 칭찬카드 등 다면적으로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었다.

우직하게 일만 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인턴이 하는 일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새벽 병동 채혈이나 당직 때 얼만큼 성실하게 콜에 응답하느냐는 교수님이나 레지던트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사회성이나 사교성도 중요한 부분이라 했다.

예를 들어 콜이나 시키는 일에 응답할 때도 퉁명스러운 태도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다. 교수님이나 레지던트들의 짓궂은 농담에도 능글맞게 넘어가는 태도도 필요하다.

샌님 의대생에게 사회성을 평가받는 순간이 찾아온다. 외과 펠로우 선생님이 인턴 점수를 잘 받는 법에 대해 귀띔해준 적이 있었다.

새벽 2시에 병동에서 콜이 온다. 오늘 입원한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검사가 급히 필요하다고 한다. 채혈, 심전도, 동의서까지 종합세트 오더가 있다. 부스스 까치머리를 하고 입이 삐쭉 튀어나와서는 병동으로 향한다.

병동에 도착하면 당직 레지던트들이 환자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간호사들이 옆을 부산스레 왔다 간다. 처치실 밖에서 보호자들은 팔짱을 끼고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문을 들어서는 인턴을 쳐다본다. 닫히는 문틈으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얼굴이 사라진다. 검사를 진행하고 나니 어느덧 새벽 3시. 환자는 안정되었지만 당직 레지던트는 병동을 떠나지 못한다.

"선생님은 이제 할 일 끝났어요. 들어가서 자요"라고 인턴을 들여보낸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네" 하고는 자리를 뜨는 인턴이 있다.
"선생님도 수고하셨습니다. 환자가 괜찮을까요?"라며 레지던트와 환자 걱정을 하는 인턴이 있다.
"선생님! 제가 옆에서 지키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라며 자리를 뜨지 않는 인턴이 있다.
어느 인턴이 A턴이고 어느 인턴이 C턴인지 불 보듯 뻔하다.

모든 인턴이 동일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아니다. 그 평가를 담당하는 레지던트도 같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얻는 평판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진다. 나쁜 평판은 좋은 평판에 비해 빨리 퍼진다.

"저 인턴 선생은 태도가 참 불량하네. 자기 몸 편한 것만 생각해서 절대 병원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들어."

말리그넌시(Malignancy)는 악성 종양, 즉 암을 수식하는 용어 중 하나이다. 종양은 암과 동의어가 아니다. 종양 중에도 양성종양이 있고 악성종양이 있다.

그중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고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경우를 악성이라 일컫는다. 그 악성 종양이 우리가 무서워하는 암이다. 품성이 나쁜 사람을 악독하다고, 악랄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사람을 '말리그넌시'라고 표현하는 것은 같은 의미다.

더 줄여서 '말리그'라고 할 때는 같이 일하기 싫은 평판 나쁜 동료를 폄하할 때 말한다. 병원에서 '말리그' 의사라는 불명예를 얻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원내 메일을 통해 받은 내 인턴 점수는 'A'였다. 넉살 좋은 성격 덕에 환자들에게 칭찬카드를 많이 받은 동기도 있었다. 그에 비해 평범하게 일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A턴으로 남게 되어 다행이다.

[69]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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