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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드나들 수 있게 내 마음을 여는 것

마새별
발행날짜: 2016-11-04 08:36:32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한 달 간 정신과 실습을 도는 동안 나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 누구라도 내게 말을 걸면 곧바로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고 어쩌면 나도 우울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살면서 처음으로 들었다.

그만큼 삶에 의욕도 없고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멍하니 슬픈 생각만 되 뇌이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정신과 실습 중이었기 때문에 매일 병동에 있는 담당 환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외래에 참관하여 다른 환자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많이 힘들었다. 아직 나의 상황도 힘든 상태라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힘든 상황을 들어가며 고민할 심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래에 있다 보면 수많은 사연들로 어려움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모두 하나같이 그런 상황 속에서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는 듯이 보였다.

어쩌면 내가 마음이 힘들어서 내 심정을 투영하여 그들을 바라보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눈과 귀로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머리 속은 온통 내 고민으로 가득 찼다.

정신과 의사가 되면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픈 곳을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럴 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생긴 일도 감당하기 힘들어 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고민까지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죄책감도 들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정신과 실습도 흘러가고 있었고 어느덧 한 달간의 실습 중 마지막 주가 되었다.

힘든 일을 겪었다는 내 이야기를 들으신 정신과 교수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내가 느끼는 슬픔에 좀 더 솔직해 지기로 했다.

교수님께서는 감정을 자꾸 감추고 숨기려고 하는 것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으니 그런 힘든 마음을 내 보이고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면서 슬픔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하는 것이 그 슬픔을 온전하게 느끼고 멀리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이것은 정신과적 면담 요법 중의 하나로 환자가 느끼는 힘든 감정을 내보일 수 있도록 표면적으로 제시하여 이끌어내는 ‘환기’에 해당하는데, 사실 나는 평소에도 내 감정을 표현하는 데 미숙한 편이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변했다고 느꼈던 부분은 오히려 특별한 일이 없었던 이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환자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문제로 인해 힘들다고 내 마음을 굳게 닫고 웅크리는 대신 내 슬픔이 바깥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열어두니, 환자들의 슬픔도 자연스레 드나들면서 오히려 내 슬픔도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픔을 겪은 만큼 환자가 느끼는 아픔이 얼마나 크고 감당하기 힘들지에 대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었고, 그 아픔에 대해 남들에게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알기에 환자와의 대화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의 슬픔과 다른 사람의 슬픔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열어 두는 것, 그리고 가끔은 나를 찾아준 다른 사람들도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내게 용기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준 이에게도 슬픔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것이 한 달 간의 정신과 실습을 돌면서 배운 가장 값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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