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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상처 주는 환자, 공감하면 단골이 된답니다"

발행날짜: 2016-10-24 05:00:58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

"왜 이렇게 안 나아?"
"검사는 필요 없고, 주사하고 약만 주세요."
"분만은 다른 병원에서 했으니까, 실밥만 뽑아주세요. 멀어서 거기까지 못 가겠어요."
"큰 병원 갈 테니까, 그동안 검사한 것이랑 차트 모두 복사해 주세요."

약 20년 전, 해성산부인과 문을 처음 열었던 개원 초기 박혜성 원장(52)이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으며, 상처로 남은 말들이다.

박혜성 원장
박 원장은 개원 초기 환자들에게 겪을 수 있는 상처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쿨해져야 한다"고 했다. '원래 이런 성격을 가진 환자구나'하면 상처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환자의 말에 상처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은 소통으로 이어지는 핵심 요소라는 게 박 원장의 생각.

"개원 초기 환자의 말 한마디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하루 종일 환자가 한 말과 행동이 남아 있어서 다른 환자에게 나의 부정적 감정이 전달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나 스스로에게 손해다."

사실 상처를 주는 말을 그냥 웃어넘기기란 쉽지 않은 일. 그는 책을 많이 읽는 평소 습관이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을 정도였다. 주말의 명화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봤다. 이런 습관들이 환자를 제3의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다. 관찰자 입장이면 쿨해질 수 있다."

해성산부인과 전경
박 원장은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말을 하는 모습, 직업, 표정들을 살펴 환자 스타일을 분석한다. 그리고 진료 기록에 환자의 특성을 약자로 써놓는다. 예를 들어 차가운 환자라면 'Cold', 잘 웃는 사람이면 'Smile', 깐깐한 환자라면 'KK'라는 식이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환자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꼭 있더라.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을 하지? '라며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의사니까,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를 공감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그들은 단골이 된다."

"트렌드 못 읽으면 망한다"…박 원장의 키워드는 '성'

환자와 공감을 했다면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박 원장은1997년경 산과 위주로 처음 개원을 했다가 2004년 지방흡입술을 도입하고 피부, 비만, 통증 치료를 추가했다. 여기에 2007년 건강검진을 추가했다.

"21세기는 소통 안되고 흐름을 못 읽으면 한마디로 망한다. 학회 등을 찾아 끊임없이 공부하고 제도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수술, 기계가 있으면 차라리 빨리 도입하는 게 낫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주위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트렌드를 읽고 있는 박 원장의 관심은 현재 어디에 있을까. 그는 '성'이라고 했다. 이미 박 원장은 2003년부터 성교육에 매진해 오고 있다.

"개원 10년이 넘어가니 내가 한 가지를 잘 한다면 뭘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산부인과 의사다 보니 성 관련 상담도 많이 할 수 있었는데, 성은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술 후 성교육과 연계되는 프로그램이 있는 산부인과 롤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교육장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가 성에 대해 수면 위에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참여율이 낮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실제 박 원장은 병원에 교육장까지 따로 만들어 환자를 대상으로 매주 1회씩 무료 성교육을 했지만 참여율이 너무 낮아 결국 없어졌다.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성 관련 책도 썼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14년 팟캐스트 '팟빵'에서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방송을 시작했다. 올해는 '닥터 박의 행복한 성' 방송도 문을 열었다.

"방송을 듣고 대전에서 갱년기 호르몬 문제로 찾아오고, 미국에서도 방송을 듣고 60대 노부부가 섹스리스(sexless)라며 외래를 왔다. 성 문제는 삶의 질과도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데 우리나라 분위기가 아직은 성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라 어려움이 있다."

상담에 시간을 쏟을 수 없는 의료시스템도 장애물 중 하나다.

박 원장은 "성교육도 무료로 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담 수가도 따로 없다 보니 관련 시장이 커지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 병원에 교육팀을 따로 두고 환자가 원하면 교육 상담을 하고, 비급여로 코칭비를 받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는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렌드를 읽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박해성 원장이 포기하지 않는 하나가 있다. 바로 분만이다. 박 원장은 아직도 1, 3, 5번째 주말에 당직을 서고 있으며 집도 병원에서 5분 거리에 있으며 1년 365일 대기 중이다.

"20년 전보다 분만이 확실히 줄었다. 한 달 분만 건수가 10건 정도로 동두천 지역에서는 유인한 분만 산부인과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분만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되길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동료 의사들에게 초심을 잃지 않고 체력을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던 박혜성 원장.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은 미리 생각해 둔 묘비명에서 읽을 수 있었다. 영국 소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차용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더니 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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