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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여 안녕

박성우
발행날짜: 2016-10-06 05:00:20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54]

비뇨기과 안녕

완연한 말턴의 겨울. 전공의 발표와 동시에 서로의 운명이 갈렸다. 내년에도 병원에 계속 남는 인턴들과 다른 병원에서 수련을 지속하는 인턴들, 그리고 전공의 경쟁에서 밀려난 소위 '떨턴'들로 나뉘었다.

그래서일까. 12월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다들 인턴 업무보다는 전공의 지원 과정에 온통 신경이 쏠려있다.

여전히 신분은 인턴이었지만 본원 전공의로 내정된 인턴들의 마음에 일말이나마 자존감이 생긴 듯싶다. '그래, 곧 있으면 나도 레지던트야' 하는 마음일지 모르겠다.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간호사들의 말이나 선배 전공의들의 덕담을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경쟁에서 밀려난 동기의 얼굴은 씁쓸해 보였다. 같이 비뇨기과를 돌았던 친구의 의기소침한 모습이 눈에 밟혀 선뜻 위로도 못했다.

그래서 12월은 비뇨기과를 돌았지만 비뇨기과 인턴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희박하다. 나 역시 전공의 시험에 신경쓸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제 손에 익은 인턴잡 때문에 사고치는 에피소드가 드물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양한 비뇨기과 수술에 참관할 수 있어 좋았다.

신장은 후복막에 위치한 장기여서 해부학적으로는 복강과 다른 공간에 위치한다. 하지만 수술실에서 보면 배를 절개하고 보는 만큼 전체적인 풍경은 외과와 비슷하다.

수술의 편의를 위하여 환자를 모로 누워있는 자세를 잡거나 혹은 아예 엎드린 채 자세를 잡아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준비를 할 때 마취된 환자의 자세를 잡을 때면 인턴 힘이 좋아야 한다.

축 쳐진 환자를 안전하게 옮기려면 무거운 몸을 번쩍 잘 들어야 한다. 또 장시간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몸이 어디 배기거나 눌리지 않게 푹신한 스폰지 베개로 곳곳을 잘 받쳐야 한다.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것은 외과에서 대세를 이룬 지 꽤 되었다. 비뇨기과의 여러 수술들도 많은 부분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했다. 그중에서도 할스(Hals) 수술은 비뇨기과에서 유일하게 보았던 방법이다. 할스는 '손의 도움을 받은 복강경 수술'이라 한다.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면 환자의 배에 1센티미터 혹은 0.5센티미터 정도만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기다란 집게 모양의 기구팔을 넣어 수술한다. 할스 수술은 추가적으로 서젼의 손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을 절개한다. 그 구멍을 통해 서젼은 손을 넣고 장기를 직접 만지면서 다른 한손으로 복강경 기구팔을 이용한다.

그래서 모니터를 통해 보면 복강 안에 손과 기구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그 과정을 수술대 밖에서 보면 신기하다. 서젼은 한쪽 팔을 깊숙이 환자 배에 넣어두고 수술팀은 연신 복강경 모니터를 보고 있다.

신장암이나 신장 이식을 위해 신장을 떼어내는 경우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절제한 신장을 몸 밖으로 꺼내려고 하면 신장 크기만큼의 절개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술 시작부터 신장이 나올 수 있는 크기만큼 7~9센티미터 정도 절개하고 그 구멍을 이용하는 방법이 고안된 것이다.

또한 아무리 기구가 정교해도 집도의의 손처럼 정교할 수는 없기에 단순 복강경 수술에 비해 걸리는 시간도 적게 걸리는 장점이 있다. 신장 이식 공여자의 신장을 손상 없이 몸 밖으로 적출하는 것은 필수다. 비뇨기과 전공의 선생님은 신장 이식 기증자의 수술은 거의 할스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종합병원 안의 비뇨기과는 큰 수술도 많지만 대개 내과적 특성과 외과적 특성이 섞인 중간 과라고 많이 얘기한다. 종합병원에는 수술적 치료가 목적이 아닌 환자들도 비뇨기과를 찾는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꾸준히 외래를 통해 치료하는 환자들도 많다.

하지만 비뇨기과 인턴은 늘 일손이 부족한 수술실에 투입되어 다른 질환군의 비뇨기과 환자들은 겪어보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비뇨기과가 더 외과처럼 느껴진 것 같다.

마지막 12월이 끝남과 동시에 비뇨기과 인턴도 끝났다. 정규 수술이 모두 끝날 즈음 비뇨기과 수술 휴게실로 피자가 배달됐다. 과장님이 수술장 식구들을 위해 나눠먹으라고 특별히 배달한 피자였다. 배달 박스에 쓰인 "올 한해 수고 많았습니다"라는 말이 와닿았다.

병원이라는 현장은 학생 때부터 접했지만 일하면서 보낸 1년, 사회인으로서 초년생이 보낸 1년이었기 때문이다.

내년 1월도 여전히 인턴 신분은 변함없다. 머리가 큰 말턴인지라 주치의 선생님의 황당한 처방에 불만을 같기도 하고 더딘 수술 진행에 답답함을 참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도 면밀히 들여다 보면 배울 점이 있고 깨닫는 것이 있다. 그래서 말턴에게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55]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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