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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문명의 완충지, 발칸[21]

양기화
발행날짜: 2016-05-16 05:00:35

요정들의 정원, 플리트비체

양기화의 '이야기가 있는 세계여행'
요정들의 정원, 플리트비체


발칸여행 5일째로 전체 일정에서 반환점을 찍는 날이다. 나름 중요한 날 플리트비체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을 보게 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아마도 입장시간을 고려해서인지 평소보다는 느지막하게(?) 8시에 숙소를 나섰다.

도시 밖으로 널따랗게 펼쳐지는 초지에는 양떼들이 풀을 뜯고, 키가 작은 나무들이 이어지고 있어 목가적인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어제와는 달리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정말 살아보고 싶은 도시다. 잠시 뒤 고속도로에 올라 넓게 펼쳐진 평원을 1시간 정도 달린 버스는 지평선 끝에 보이던 산 밑에 당도했다. 그리고 터널로 진입한다.

5분여를 달려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세상이 달라졌다. 첩첩이 겹친 산이 갈색으로 물든 나무들로 덮였다. 이곳에서는 가을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 동네 단풍은 칙칙한 느낌으로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역시 단풍은 한국의 내장산이나 설악산이 제일이다. 이윽고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가 산을 타기 시작한다, 길을 낸지 오래되지 않은 듯 도로 양편의 경사면에는 회색빛 바위가 맨몸을 드러내고 있다,

플리트비체로 가는 휴게소에서
두 시간 정도 됐을 때 화장실도 이용할 겸 휴게소에 들렀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싸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어제 이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탓이라고 한다. 배낭에 담아둔 패딩을 꺼내 속에 받쳐 입으니 조금 나아진다.

휴게소에 있는 가게에서 허브제품을 잠시 구경하고 버스에 다시 올랐다. 휴게소를 떠난 버스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초입에 들어설 무렵 갑자기 되돌아간다. 글쎄 가이드가 일행의 여행경비가 들어있는 지갑을 휴게소에 두고 왔다는 거다. 휴게소까지 왕복하는데 거의 40여분이 소요되었다.

그런데 일을 만든 가이드는 휴게소까지 왕복하는 동안 이유를 일행에게 설명하지 않았을 뿐더러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해외에 나오면 이렇게 정신이 없어진다면서 조심하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가이드 입장에서는 지갑을 잃어버려서 생긴 손해가 커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일행들의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하여 진솔하게 사과하고 대체일정을 제시했어야 한다.

사람들은 먼저 사과하면 일이 커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쿨하게 사과하라'를 읽어보면,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쿨하게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자아를 가진 리더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1)

곡절 끝에 플리트비체공원에 도착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자그레브(Zagreb)에서 자다르(Zadar)로 가는 중간에 있다. 약 19.5ha 면적의 공원은 너도밤나무, 전나무, 삼나무 등이 울창하고 곳곳에 흩어진 16개의 청록색 호수가 크고 작은 폭포로 연결되는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공원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보려면 3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며, 사시사철 느낌이 다르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왜냐? 계절마다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크로아티아, 아니 발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겠다.

공원에서는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하여 공원을 둘러보기 위한 산책로 가운데 공원내 식물이나 동물에 위해가 갈 수 있는 지역에 설치한 총 길이 18km의 인도교를 모두 나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쓰레기통과 안내표지판 등 소소한 것들까지 나무로 만들었다. 당연히 수영, 취사, 채집, 낚시가 금지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애완동물도 데려갈 수 없다.

하류쪽에 층층이 생긴 폭포(좌), 코즈야크호수로 떨어지는 폭포들(우)
플리트비체공원은 서로 다른 지형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는 것도 독특하다. 공원의 상류 쪽은 백운암(Dolomite) 지형이며 하류 쪽은 석회암(Limestone) 지형이다. 상류지역에 있는 호수들은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어 빚어내는 신비로운 색으로 장관을 이루고, 하류지역에 있는 호수들은 규모가 작고 얕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흘러드는 물은 비예라(Bijela, 하얀)강과 크르나(Crna, 검은) 강으로부터 흘러 들어온다. 하얀 강은 하얀 모래가 샘에서 같이 올라오기 때문에 하얀 강이라고 부르고, 검은 강은 바닥에 자라는 이끼가 검은 색이라서 검은 강이라고 부른다. 강물은 공원에 흩어져 있는 16개의 호수를 거쳐서 사스타비치(Sastavici) 폭포 근처에 있는 코라나(Korana) 강으로 흘러 나간다. 그 밖에서 작은 호수들이 층층이 이어지는데, 작은 호수들이 생기는 과정이 독특하다.

호숫가에 서있던 큰 나무가 죽어 강물로 떨어지면 흐르는 물에 휩쓸려가다가 여울목에 걸린다. 이렇게 걸린 나무에서 자라는 물이끼에 석회암에서 녹아나온 석회물질이 엉겨 붙어 단단한 이끼화석을 만든다.

이런 과정이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댐이 만들어져 물을 가두어 호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호수가 커져서 가둔 물의 압력이 커지면 때로 댐을 무너뜨려 강물이 복원되기도 하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2)

16개의 호수 가운데 상류 쪽에 위치한 12개를 고르냐 예제라(Gornja jezera), 하류 쪽에 위치한 4개를 돈야 예제라(Donja jezera)로 구분한다. 프로스칸스코 예제로(Proscansko jezero)와 코즈야크 예제로(Kozjak jezero)가 가장 커서 전체 공원면적의 80%를 차지하며, 깊이도 각각 37m와 47m로 평균 25m인 다른 호수들보다 깊다. 코즈야크호수에는 환경친화적인 전기 배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상류에 있는 가장 높은 호수와 하류에 있는 가장 낮은 호수의 표고 차이는 약 133m이다.

하류에 있는 벨리키 폭포(좌), 하류쪽 호수의 댐에서 쏟아지는 폭포들(우)
플리트비체공원의 호수의 색다른 점은 하늘색, 밝은 초록색, 청록색, 진한 파란색, 또는 회색으로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물에 포함된 광물, 무기물과 유기물의 종류, 양에 따라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이며, 여기 더하여 날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맑은 날에는 햇살에 의해 반짝거리고 투명하던 물빛은 비가 오면 땅의 흙이 일어나 탁한 색을 띤다. 공원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포들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류의 마지막 호수에 떨어지는 벨리키 폭포(Veliki slap)는 플리티비카(Plitvica) 강물이 흘러내리는데, 가장 높고 수량이 풍부하여 낙차가 78m에 달한다. 상류에서는 낙차 25m의 갈로바치키 폭포(Galovački buk)가 대표적이다.

플리트비체 공원이 위치하는 지역에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은 앞서도 설명한 바 있다. 16-17세기 무렵 이 지역 부근에서 국경을 맞대게 된 오스만제국과 오스트리아제국이 국경을 정하기 위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렇듯 아름다운 곳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접근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악마의 정원'이라고 불렀고, 그런 이유로 많은 전설이 만들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1896년에 인근에 호텔이 처음 들어서면서 관광상품으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1951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지형의 침식이나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구체화되었다. 1991년 3월 31일, 크라지나(Krajina)의 세르비아 극단주의자들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국립공원의 경찰관을 살해하면서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사실상 시작된 곳으로 기록되어 있다.(3.4)

코즈야크 호수를 둘러싼 산에 물든 단풍(좌), 선착장에 몰려든 송어떼(우)
어제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서 위험하기 때문에 벨리키 폭포 아래 있는 인도교로 내려가지 말라는 공원측의 권고가 있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곳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폭포로 가는 인도교에서 바로 위에 만들어진 천연의 댐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피부로 전해질 것 같은데 갈 수 없다니 더 가고 싶다.

그래도 절벽 위를 따라 걸으면서 이어지는 호수들의 빛깔이 파랗거나 초록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그 호수에 드린 가을빛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의 모습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정말 좋은 계절에 이곳에 왔다.

습지에 걸쳐있는 인도교를 따라 계곡을 건너간다. 코즈야크호수를 건너가는 유람선을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배를 타려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고 유람선 선착장 주변으로 구름처럼 몰려든 송어떼 역시 볼거리다, 전기로 가는 유람선이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호수주변의 장관을 기억에 깊이 새길 수 있어 좋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폭포들이 쏟아지는 곳에 있는 선착장에서 바로 건너편으로 강을 건너는 배를 갈아타는 것이다, 국제선비행기를 타고 와서 국내선을 갈아타는 셈이라고 할까? 하지만 선착장 위쪽에서 사람들이 내려오는 품으로 보아 이 선착장은 아마도 작은 폭포 위에 있는 또 다른 볼거리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쉽게도 시간에 쫒기는 우리는 그럴 시간을 갖지 못했을 뿐이다.

배에서 내린 일행들은 버스가 기다리는 2번 출입구를 향해 올라갔다. 2번 출입구 가까이에 규모가 꽤 큰 호텔이 있다. 듣자하니 공원곳곳에는 호텔들이 들어서 있어서 하룻밤 정도는 공원 안에서 자면서 폭포와 나무 그리고 새들이 만들어내는 대자연의 합주를 감상해도 좋겠다. 사실 1번 입구에서 1번 모임 터에 이르는 내내 폭포들이 만들어내는 물소리를 끊이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참고자료

(1) 정재승과 김호 지음. 쿨하게 사과하라 1쪽, 어크로스 펴냄, 2011년.
(2) 오동석 지음. 크로아티아 여행바이블 47-51쪽, 서영 펴냄,2013년.
(3) 위키백과.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4) Wikipedia. Plitvice Lakes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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