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에겐 비싸고 돈만 밝히는 병원으로 낙인 찍히고, 의사들 사이에선 의료 질이 떨어져서 가선 안되는 소위 '블랙병원(블랙리스트처럼 의사들 사이에서 취직을 꺼리는 병원을 칭하는 속어)' 리스트에 오르락 내리락 했던 병원.
최근 위암 적정성 평가 1등급에 응급의료기관 승격 뒤에 숨겨진 h+양지병원의 흑역사다.
지금은 지역거점병원으로 환자 중증도 또한 내로라 하는 대학병원 몫지 않지만 h+양지병원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진료수익이 높은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매출에 대한 압박을 가하다 보니 의사들 사이에선 오래 일할 수 없는 병원으로 소문이 났다.
의사가 매출 압박에 시달리니 환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환자들 사이에선 비싼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자리잡았다.
150병상 중 60병상 간신히 채우는 수준에 전문의 5명. 의료진은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의학기술을 배우고 연구할 의욕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과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싶던 시절이었다.
김철수 이사장의 바통을 받아 병원 경영진으로 나선 김상일 병원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근심이 깊어졌고, 고민 끝에 혁신을 택하고 변화를 시도했다.
일단 진료수익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중단하는 대신 연구 및 논문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했다.
수익에 매몰됐던 의료진도 연구에 매진하고, 자연스럽게 원칙에 근거한 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학회 논문을 발표하면 논문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주고 수시로 컨퍼런스를 마련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켰다.
이와 함께 각 센터장에게는 법인카드를 지급, 회식을 자주 마련해 간호사 등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자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병원 운영에 대한 의료진의 참여를 끌어올리고자 기조실장, 교육수련실장 등 6개의 다양한 보직을 마련했으며 QI적정진료 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를 마련하고 각 위원회에 의료진의 참여를 의무화했다.
김상일 병원장
또한 의료진과 의료 장비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 5명에 불과하던 의사는 64명으로 늘었다. 4년 전부터 도입한 펠로우는 올해 3명까지 늘었다. 병동 또한 274병동으로 늘었지만 병상가동률은 92%에 달한다.
특히 내과는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신장내과, 감염내과, 순환기내과 등 각 세부전공별 의료진을 영입해 전문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화기병센터는 양지병원이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분야. 소장내시경, 캡슐내시경을 도입하는가 하면 간경화 진단장비까지 갖췄다.
각고의 노력에 대한 댓가일까. 최근 종합병원급 이례적으로 위암적정성 평가 1등급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으며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의료센터로 승격되기에 이르렀다.
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은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가치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이 아파서 서러움을 받지 않도록 따뜻한 햇볕이 되겠다는 의미로 지어진 '양지병원'.
지난 2013년 그랜드오픈을 추진하면서 과거 이미지 쇄신을 위해 병원명을 바꿀까도 했지만 H+(희망, 인간존중, 치유-HOPE, HUMANITY, HEALING를 더한다)라는 의미를 붙이며 혁신을 꾀했다.
김 병원장은 "한때 병원의 정체기도 있었지만 거듭된 변화를 통해 단순히 수익을 떠나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으로 남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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