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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원에서 숙적된 의료일원화, 왜 의사회원들은 등 돌렸나

발행날짜: 2015-12-23 05:15:58

역사가 말하는 의료일원화,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의료계의 숙원 사업이던 의료일원화가 숙적으로 돌변했다.

불과 올해 4월, 의협 대의원회 수임사항으로 의료일원화가 의결됐지만 불과 8개월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의료일원화가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논리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의협 집행부로서는 의료일원화 논리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주장을 효과적으로 막았다고 자평하던 터. 무엇이 회원들의 민심 이반을 이끈 것일까.

의료일원화 추진 vs 반대의 '데자뷰'

의료일원화는 먼저 이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과연 의료일원화는 의료계의 숙원 사업이 맞는 걸까."

2000년 이후부터 매년 의협 정기총회의 단골 메뉴는 의료일원화였다. 15년간 대의원회는 '의료일원화 추진'을 의결하고 집행부는 일원화를 수임사항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하자면 의료일원화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해결해야만 하는 숙원사업이 맞다.

의료일원화를 들고 나온 추무진 집행부 역시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의원회 의결 사항을 수임해서 추진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회원들은 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반대 정서는 과연 새로운 이슈일까. 의협 발 의료일원화 논란은 켤코 최근 불거진 일이 아니다. 시계를 돌려보자.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와 의학회 관련 단체 등 의료계는 국립한의과대학 설립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며 양한방 의료일원화와 통합추진을 위한 '범국가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2003년 6월.

대한의사협회는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어 서울행정법원의 한방병원 CT사용 합법판결과 관련해 의료계가 '의료일원화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구성, 다음주 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2004년 12월.


21일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의협 회관에서 화형식이라는 극단의 방법으로 회원들의 의료일원화 반대 여론을 표출했다.
위는 발행된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앞서 2003년 김재정 집행부는 국립한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반대 논리로 의료일원화를 들고 나온다. 한방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의료일원화를 들고 나온 추무진 집행부와 묘한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 데자뷰는 다음에서 더욱 확고해진다.

한편 의협은 현재까지 경과보고와 함께 의료일원화를 대응책으로 내세웠으나 "한의사 CT사용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위원들의 반발로 이날 대책위에서는 논의되지 못했다. -2004년 12월.

과거 의협의 의료일원화 추진 논의는 의협의 현재 상황과 정확하게 맞물린다. 도식화는 이렇다. 정부의 한방 정책 추진 움직임 → 저지 논리로 의료일원화 등장 → 의협의 협의체 제안 → 회원들의 반대 여론 → 의료일원화 실패.

도식은 2003년뿐 아니라 비근한 2005년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약대 6년제가 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의협은 그간 '유보된 현안'인 의료일원화에 대해 본격적인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무위에 그쳤다.

2005년 의협 집행부는 "의사 본연의 사명을 다해 국민 건강을 수호하자는 취지의 의료일원화 추진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한의사협회에 정식 요청하기에 이른다. 2015년 의협 집행부가 "한국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 의료일원화 논의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한의사협회에 요청한 것과도 완벽히 일치한다.

"이상적으로는 찬성"…회원들의 반대 속내는?

70년대부터 의료일원화에 대한 목소리는 존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의료계나 한의계의 의료일원화 화두 꺼내기가 주로 정부 정책이나 경영 여건과 맞닿아 있다는 점.

이를테면 2000년 허준을 등에 업고 한방이 한창 뜨고 있을 당시에는 의료계가 의료일원화로 손을 내민 반면, 한방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2008년에는 한의계에서 먼저 의료일원화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의료일원화가 성사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쉽게 말해 양쪽 협회가 일원화로 윈윈(win-win)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 양쪽 협회 상황이 대외적인 여건으로 '대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손해가 불가피한 쪽에서 일원화에 극렬히 반대했다는 소리다.

2010년 양한방일원화 TFT를 추진했다 비난 여론에 시달린 경만호 집행부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집행부에 참여했던 모 인사는 "당시에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도 없었고 순수하게 한의사와 의료일원화를 하자고 했지만 회원들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며 "당시 회원들은 일원화 자체가 의사들만 손해를 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물며 지금은 지속된 저수가 등으로 의료계 경영 여건이 더욱 나쁘게 됐다"며 "한방 현대 의료기기 허용 등의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누가 의사 몫을 뺏기는 방식의 일원화에 찬성하겠냐"고 지적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의 불신임까지 거론하며 회원들이 성급한 의료일원화 논의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에는 위와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이상적으로는 의료일원화에 찬성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당장 경영 여건을 감내해야 하는 회원들로서는 일원화는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라 '손해나는 셈법'이라는 소리다. 일원화 수혜의 주체는 먼 미래의 후배들과 타 직역이라는 생각이 작용한 셈.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사실 민초 의사들은 의료일원화가 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잘 모른다"며 "대의원회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의원회나 집행부 모두 이상론에 매몰돼 민초 회원들의 생각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당장 내가 수혜가 주체가 아니라면 의료일원화에 찬성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의료일원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마찬가지다"며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결코 내가 활동하는 때에는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다들 똑같을 것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의협 역시 의료일원화 토론회 개최 전에 여론 수렴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하게 나타났다.

시도의사회, 각과 개원의협의회 등 40여개가 넘는 단체에 의료일원화와 관련된 의견을 물었지만 고작 9개 단체만 '원론적인 일원화'에 찬성 입장을 밝힌 터.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해프닝을 겪었다.

소청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추진을 즉각 중지하라"며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승적 차원으로 동의하지만 이는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큰 원칙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소청과의사회는 급히 보도자료 수정 요청을 통해 "의료일원화에 '대승적 차원 동의으로 동의하지만'이라는 문구 때문에 거의 회장의 탄핵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문구 삭제를 요청했다.

최근의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의-한의계, 집행부-회원간 갈등은 결코 끝이 아니다. 지난한 역사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미래를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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