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이 현행 5580원에서 6030원으로 8.1% 인상되면서 병의원의 직원 인건비 지출에 비상이 걸렸다.
2013년부터 매년 7% 이상 가파르게 임금이 상승하면서 매년 고작 2~3% 대에 머무르는 수가 인상으로는 곧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최근 최저 임금 인상률을 두고 셈법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 최종 마지노선을 6030원으로 결정한 상황. 2013년부터 매년 평균 7% 대 이상으로 최저 임금이 인상된 점을 뛰어넘어 올해는 8.1%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최저 임금 6030원을 기준으로 한 인건비 지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 평의사회는 내부적으로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내년도 초임 임금을 170만원으로 추산했다.
평의사회 이동욱 대표는 "2015년도 최저시급 5580원을 기준으로 직원 월급을 지급할 경우 주40시간(한달 209시간) 116만6220원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주6일을 근무하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최소 연장근로 12시간이 필요하므로 한달 최소 41만8500원이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최저시급으로 직원 월급을 지급해도 최소 매달 158만4720원에 달하는데 여기에서 최저 임금 기준을 6030원으로 올리면 직원 월급이 170만원 초반대가 된다"며 "4대 보험료와 식대까지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실제 비용부담은 이보다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무경력 직원의 170만원 초임 월급 시대가 열리면 덩달아 경력직 직원의 임금도 올려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 문제는 수가 인상률은 해마다 2~3%대에 고정돼 있어 인건비 지출의 한계 상황에 달해있다는 점이다.
이동욱 대표는 "최저 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게 결코 아니다"며 "최저 임금 인상률만큼 병의원도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그야말로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게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의원의 지출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노동집약적인 구조에서 매년 7% 이상 인건비를 올리라는 것은 병의원 문을 닫으라는 소리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 회원 등 600여명을 대상으로 최저 임금에 대한 조사를 했다"며 "현재 대다수 병의원이 130만원에서 140만원을 지급하는 곳으로 조사됐는데, 최저 임금이 10% 이상 오르면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병의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 임금 인상이 사실상 의사들을 노동법 위반범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자 의원급 의료기관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제도를 부활시키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업종인 의료기관은 가파른 근로자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건강보험 수가인상률은 터무니없이 낮은데도 민주노총 등 노동자 단체는 최저 임금을 10%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로 많은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봤고, 곧 휴가철까지 겹쳐 극심한 경영난이 예상된다"며 "여기에 최저 임금 인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저 임금을 줄 수 있을 만큼 수가 인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병의원의 줄도산이나 직원 감축이 현실화될 것이다"며 "의원급 중소기업세액공제제도 부활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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