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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의 탄생, 그리고 도시농업

이성우
발행날짜: 2014-07-30 09:44:17

고려의대 본과 4학년 이성우 씨

누구나 무병장수의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꿈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의약품의 힘을 빌려 우리는 그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의약품을 우리 인간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배탈이 나면 본능적으로 약초를 뜯어먹는다. 고대에서부터 인류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잎에서 즙을 추출하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의약품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딸이자 치료의 여신인 파나케이아가 약초를 통해 모든 병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아스피린이 개발된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천연 의약품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농작물처럼 재배할 수 있거나 잡초처럼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약초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특별한 약효가 알려진 약초들은 오늘날 거의 대부분 멸종 위기에 놓여있고, 우리 인간들이 그런 약초가 번성하도록 놓아두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천연 의약품이 만병통치약도 아니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합성의약품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새로운 역할이 밝혀지면서 더욱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약 120년의 역사를 거치며 한 해에 1조 알 넘게 판매된다고 한다. 아스피린의 역사는 기원 전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와 중국에서는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이 기록되어 있고, 기원전 5세기 무렵 히포크라테스가 해열과 진통의 효과를 얻기 위해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즙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껍질이 벗겨진 버드나무는 수분이 손실되어 쉽게 고사한다.

19세기에 이르러 화학자들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활성 물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19세기 후반 헤르만 콜베가 살리실산을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살리실산을 만들어내는 원료는 자연에서 버드나무 껍질로 어렵게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산업 폐기물로 취급되던 콜타르라는 물질이었다. 콜타르는 석탄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악취가 나는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액체로 당시 사회적 골칫거리였다. 그야말로 쓰레기더미에서 만들어 낸 기적의 물질이었던 셈이다. 아스피린의 발견으로 버드나무는 고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합성의약품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과거처럼 산과 들로 직접 약초를 캐러 다니며 자연을 훼손할 필요가 없어졌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서인지 최근 들어 도시 곳곳에 도시 텃밭이 들어서고 있다. 노들섬은 주말농장으로 변신했고, 광화문광장과 시청 앞에서는 '상자 벼'를 만나볼 수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앞다투어 도시 농업을 실험하고 있다. 도시 농업은 친환경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농업이 국가 산업의 근간이었던 조선으로 돌아가 보자. 조선 말기에 한반도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국토 전체가 온통 민둥산임을 기록했다. 땔감과 식량 해결을 위해 산 정상까지 벌목과 개간이 이뤄지다 보니 민둥산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후 산업화와 함께 인구의 절반이 도시로 모여들고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건축이 발달하였고, 고층 건물은 우리의 삶을 수평에서 수직적 생활양식으로 변모시켰다. 그만큼 지상에는 많은 공간이 남게 되고 건물을 짓기 위해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줄어들어, 동시에 국토 전역에 산림녹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도시의 남은 공간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도시인들의 쉼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 독일,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4대 조림 성공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환경파괴의 온상으로 알려진 도시의 탄생이 오히려 생태계 보존을 담보하게 되었다.

숲을 밀어내고 경작지를 개간해야만 하는 농업은 그 자체로는 친환경적인 산업이 될 수 없다. 숲을 이루던 자연적 생태계를 파괴하고 경작을 위해 단일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 농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노는 땅이 줄어드는 만큼, 그 몇 배 면적의 산림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농업이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은 잘못되었다.

농업 기술의 발달과 산업화 덕에 이미 지구상 전 인구가 소비하고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식량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농업의 흐름은 점차 고부가가치 작물로 이행하고 있다. 농업의 미래는 도시 농업이 아닌 농업의 산업화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아스피린의 탄생과 도시의 승리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농경시대에 대한 향수인가. 흙냄새를 맡고 싶다면 벼농사보다는 나무를 심는 게 더 자연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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