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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정부 말 바꾸기에 질렸다…공문으로 달라"

발행날짜: 2014-07-09 06:11:45

원격진료와 부정수급 등 입장 번복…"복지부 어떻게 믿겠나"

"정부 말을 어떻게 믿나? 공문으로 달라."

논의해 풀어가겠다는 당초 입장과 달리 정부가 원격진료 시범사업과 영리자법인 확대 문제, 부정수급 방지대책에 대해 연이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자 의료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절차상의 대화를 모두 공문으로 보낼 것으로 요청하는 한편 일부 시도의사회는 공단과의 사무장병원 척결에 대한 협조 사항 역시 공문으로 보내줄 것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협의 사항을 공문으로 남겨 추후 말 바꾸기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원격진료 시범사업이나 영리자법인 확대 등 논의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번복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먼저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공단과 추진하고 있는 사무장병원 척결 사업에 대해 공문으로 사업 성격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임수흠 회장은 "의료계가 사무장병원을 제보해 주면 공단이 직접 현지조사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자고 제안해 왔다"면서 "공단 측은 사무장병원에서 발생하는 허위, 과다 청구 등의 건보재정 누수를 아끼면 이를 수가인상에 적용할 수 있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최근 정부의 말바꾸기에 하도 당해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같이 협조하기 위해서 사무장병원 척결로 인해 보전된 건보재정을 수가에 적용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공문 요청에 공단 측은 아직까지 묵묵부답.

부정수급 방지대책과 관련해서도 복지부는 "부정수급으로 누수되는 건보재정을 막자"는 비슷한 논리를 전개했지만 의료계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의협 관계자는 "공단의 책임을 의료계에 떠 넘겨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강행하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건보재정 누수를 막더라도 수가인상에 쓸 지도 미지수"라면서 "건보재정이 최대 흑자가 나도 수가인상 폭이 고작 2~3%에 불과한데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협 비대위 역시 모든 절차상 프로세스를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가 설명회 개최를 구실로 의료계가 합의해 준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자주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어 모든 프로세스를 전화나 문자 대신 공문으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제안해 왔을 때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면서 "공문 한 장 없는 설명회가 어떻게 변행될지 몰라 공문으로 정식 제안하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단 한 장의 공문조차 없는 전화나 인편을 이용한 비공식적인 대화 제의는 앞으로도 거절할 것"이라면서 "공식적인 공문을 비대위 앞으로 보내올 성의가 없다면 의료계와 복지부의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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