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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외상외과 현실…촬영장은 그나마 꿈이 있다

발행날짜: 2012-07-23 06:16:33

현장출동③ MBC <골든타임> 자문 해운대백병원 박성진 교수

"어어~ 어디까지 들어가는 거야! 저렇게 많이 들어간 적 없었는데, NG!"
"교수님! 교수님! 환자가 어디까지 들어가는 게 맞을까요?"
"골반에서 무릎 사이면 됩니다."

골든타임 6회 대본
21일 오후 4시. MBC 드라마 <골든타임> 6회분 촬영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부산 해운대백병원. 영상검사실에서는 극중 인턴으로 나오는 주연배우 이선균, 황정음 씨가 CT 검사를 받는 외상환자를 지켜보는 장면이 한창 촬영중이었다.

PD가 NG를 외친 이유는 배우의 연기 때문도, 다른 어떤 잡음 때문도 아니었다. 의학적 자문을 위해서였다. CT로 들어가는 환자가 예상보다 너무 깊이 들어갔던 것이다.

현장에 있던 외상외과 박성진 교수와 응급의학과 조준호 교수는 즉각 "골반에서 무릎사이면 된다"고 답했다. 이들 두 교수는 드라마에 필요한 의학적 자문을 하고 있다.

박성진 교수(왼쪽)와 조준호 교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골든타임>은 외상외과의 현실을 다루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상외과인 박성진 교수가 드라마 자문에 임하는 자세도 남 다르다. 나흘에 한번씩 당직을 서면서도 주말이면 드라마 자문을 위해 촬영장에 상주하고 있다.

현재 해운대백병원은 4명의 외상외과 전문의가 서로 4일에 한번씩 당직을 서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외상외과 현실은 아직 원시적, 초보적인 단계다. 정부의 중증외상센터 지원계획이 나오고, 석해균 선장 사건이 터지면서 관심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바람처럼 지나간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통해 외상외과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외국 자료를 보고 공부는 빨리빨리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상외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만 늘어나면 연구 부분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대백병원 영상촬영실. 촬영팀이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박성진 교수는 외상환자 분장을 살피고 있다.
스태프는 'CT 검사를 하고 있는 동안 의사의 장갑에 피가 묻어 있어도 되냐'는 등의 세세한 질문도 던졌다.

박 교수는 "피가 튀는 장면이 있으면 어디까지 피가 튀어야 하는지, 수술할 때 절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촬영전 수술 장면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다시 촬영이 재개됐다. 전 스태프가 숨 죽인 가운데 PD는 두 교수에게 동의를 구한 후 "컷!"을 외쳤다.

수술실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이유…"드라마이기 때문에…"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병원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드라마 세트장으로 이동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중증외상센터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등은 따로 세트장이 만들어져 있다. 모든 장면을 병원에서 촬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수술실에 뛰어들어가 흉부외과 교수에게 응급외상환자 수술을 요청하는 장면 촬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박 교수가 도착하자마자 PD의 질문이 이어졌다. 수술실에 잠깐 뛰어들어가는데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PD와 박성진 교수가 수술실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술실에는 무조건 소독된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대사 전달에 무리가 있어 늘 골칫거리다. 결국 주인공은 마스크를 완전히 착용하지 않고 손으로 들어 입을 가리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박 교수는 "대사 전달을 위해 수술실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 즉시 항의 글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요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 차트와 X-ray 필름을 대표로 꼽았다.

그는 "지금 대부분 병원은 전산화 돼서 종이차트, 영상 필름이 없어졌다. 하지만 드라마적 요소를 위해서는 필요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거의 없어진 종이차트와 영상 필름
"환자 없으면 놀겠다는건가" "60만 국군은 전쟁 기다리면서 놀고 있나?"

박 교수는 드라마에 나오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촬영 중간중간 쉬는 시간 응급실 온콜제도의 개선, 외상외과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박성진 교수
박 교수는 "드라마처럼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면 온콜 순서가 인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해당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에게 최종 들어온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8월부터 시행할 것이라는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는 분명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문의 고용 등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의사면허 정지 같은 처분도 너무 과하다"고 전했다.

외상외과 현실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박성진 교수는 "내 주변 가까운 인물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었다고 생각하면 답은 쉽다. 10명 중 3명은 살릴 수 있다는데 그 중의 한명이라면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경제논리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못박았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최인혁 교수(이성민 분)가 한 심포지엄에서 정부 관계자와 주고받았던 대화를 들려줬다. 외상외과 전문의의 필요성과 일반인의 인식이 모두 드러났다.

"수술실을 텅텅 비워두고 교통사고 환자 한두명을 기다리자는 거죠? 의료진은요?"

"대기하고 있어야죠."

"말이 좋아 대기지 놀고 있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육해공군 60만 대군은 전쟁나길 기다리면서 놀고 있는 거네요. 소방대원들도 놀고 있네요. 불나기 기다리면서…"

박 교수가 분장팀이 만든 인체모형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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