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달인도 두손 두발 든 간호인력난 2019-10-21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기자가 중소병원장들을 만나면 듣게 되는 단골 메뉴는 단연 '간호인력'에 대한 하소연이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서도 최근 경기도 일산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진 간호인력 문제는 심각한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오죽 했으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도 이 문제가 회자됐을까. 보험자병원인 건강보험 일산병원조차도 간호인력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간호사가 202명이 퇴직한 데 이어 올해도 161명이 병원을 떠났다. 입사 1년 내 이직률도 40% 수준에 이른다. 이 같은 일산병원의 악순환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져 왔다. 1년 내내 간호사를 뽑는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올해도 2020년 신입 간호사와 경력 간호사 채용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 또 159명의 정규 간호를 또 뽑고 있다. 일산병원의 처지는 그나마 양반이다. 인근에 있는 한 종합병원은 수술팀 간호사가 통째로 새롭게 개원한 인근 병원으로 떠났다고 한다. 결국 경기도 서북부에 대학병원들이 잇따라 개원하거나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감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도 "인근 지역에 병원이 개원해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며 "간호&8231;간병통합서비스도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간호사 처우개선에 노력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돈 문제가 있다"고 어려움을 인정했다. 국내 제일의 보건&8231;의료 전문가로 꼽히는 김용익 이사장도 간호사 인력문제에 대해선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셈. 지난 몇 년간 정부는 부족한 간호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협의체를 마련하면서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동시에 메르스 사태 이후 포괄간호서비스라는 이름에서 간호&8231;간병통합서비스라고 이름이 바꿔가며 확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결국 충분한 간호인력 확보 없이 제도 확대만을 외치니 의료현장은 당연히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죽하면 외국인 간호사까지 수입하자는 허무맹랑한 말을 할까. 매번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의료현장에서는 사람 모자란다는 소리만 들린다. 간호인력 문제만 보면 참 답답할 노릇이다.
핑계로 성공한 건 김건모뿐…식약처에 필요한 건? 2019-10-17 05:45:00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돈에 쩔쩔 매고 있다. 제약사 이야기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정이 그렇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인보사 세포주 변경과 엘러간 인공유방 사태 등 다양한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발사르탄 이후 라니티딘 성분에서 재발된 NDMA 검출, 엘러간사 거친 표면 유방보형물의 대세포 림프종(BIA-ALCL) 부작용 발견을 모두 해외 기관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과도 거리가 멀었다. 인보사 사태 이후 6개월 이내 투여 받은 모든 환자에게 검사를 실시하고, 이상사례 등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검사 인원도 전무했다. 정말 식약처는 책임을 방기한, 뭇매를 맞아 마땅한 기관일까. 식약처의 부실 대응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은 주머니 사정에서 비롯된 '돈 문제'다. 국회의원들은 FDA를 인용하며 식약처 때리기에 올인했어도 사실 FDA와 식약처는 체급, 아니 각 기관을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와 철학이 다르다. FDA는 의약품 한 품목 심사에 통계, 화학, 약리 분야의 전문가 40명이 맡아서 한다. 의사 출신만 500명. 의사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이정도 인력 규모는 그들이 얼마나 안전에 투자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식약처는 어떨까. 품목 허가에 식약처는 고작 3개 분야 6명을 배정한다. 40명이 맡아서 하는 일을 6명에게 맡기고 동일한, 혹은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건 분식집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받겠다는 심보다. 허가 이후도 결국 돈이다. 식약처의 정기적인 최신 안전성 정보(PSUR) 검토 보고서는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의 요약본에 그친다. 다른 의약선진국처럼 보고서를 리뷰하고 검토해 허가 사항을 변경하는 일은 엄두도 못낸다. 식약처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안전처'라는 명칭을 부여해 놓고 일임했다면, 윽박지르기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충원할 재정이 부족한데 의욕이 없다고, 시스템 문제라고 눈가리고 아웅해봤자 발사르탄, 엘러간 사태처럼 해외 기관에 의존, 늑장 대응에 나서는 사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번 국감에선 변화한 분위기를 봤다. 김상희 의원은 "기재부나 행자부를 설득해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하라"며 "(전문 인력 확보 없이는) 의약품 사고가 나면 사후 대응하는 방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진선미 의원도 "첨단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심사 품질을 향상시키고 첨단 융복합 제품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외와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대목이다. 식약처의 허가심사 공무원은 176명. 2013년 의약품 등 허가&65381;심사 민원이 4465건에서 2018년 1만6993건으로 약 4배 증가하는 동안 인력은 고작 8명 증원에 그쳤다. 식약처도 쿨하게 인정한다. "현재 식약처의 허가·심사담당 공무원은 총 176명으로, 품질 높은 의약품 등의 허가·심사 등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앞으로 심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적 협의할 계획이며, 위원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는 게 국감 서면답변을 통한 식약처의 읍소. '뭇매'보다는 '돈'을 달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그간 심사 부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체된 인력에 허가·심사량이 4배 늘어나면서 몰골은 정말 말이 아니게 됐다. 안전은 돈이다. 윽박지르기 식으로 안전을 책임지라는 건 핑계다. 핑계로 성공한 건 아직까지 김건모가 유일하다.
사무장병원 특사경 원하면 헌법정신부터 2019-10-14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 적발하기 위한 '경찰권'을 갖기 위해 분주하다. 사무장병원 적발 등에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 다양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건보공단은 마치 청와대를 보는 것처럼 최근 홍보실 내에 '국민소통센터'라는 TF를 새롭게 만들어 놓고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특사경 권한 부여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특사경 권한을 갖기 위한 이 같은 건보공단 행보를 두고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무장병원의 적발은 당연히 시급하지만 정작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두고서는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국회에 제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등으로 요양급여비용이 지급 보류된 요양기관 총 751개소 중 69개소(9.2%)가 재판을 통해 무혐의 또는 무죄로 판정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법안 판단으로 무혐의가 입증됐지만, 지급 보류 방침으로 요양기관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실제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로 인해 소송 기간 동안 요양기관 운영 자체가 어려워 문을 닫아 실직자까지 발생해 의료계로 부터 원성을 사는 일도 적지 않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우려 제기에 내놓은 보상안으로 조사 과정에서 지급이 보류됐던 진료비에 더해 연 2.1%의 이자를 주겠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 무죄를 받은 당사자 입장에서 건보공단이 병원 문 닫게 해놓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비록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마찬가지로 사무장병원 적발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무고한 사람에 대한 보상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사경에 대해 일반 국민들의 이해도는 높지 않다. 진정 사무장병원 경찰권을 갖고 싶다면 뻔한 설문조사가 아니라 보상방안을 마련해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특사경을 둘러싸고서 건보공단은 헌법정신부터 발휘해야 할 때다.
존재하지만 존재해선 안되는 PA, 이대로 둘건가? 2019-10-10 05:45:10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PA(Physician Assistant). 단어 그대로 진료의사를 보조하는 인력을 뜻하는 단어다. 미국에서 건너온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PA는 전혀 다른 개념이 되어 있는 듯 하다. 99% 간호사로 이뤄진 이 특수한 직종들은 의사 면허를 가진 전공의를 넘어 사실상 집도 의사의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고 의사를 대신해 초음파 검사를 맡기도 한다. 병동에서 의사의 위임을 받아 처방을 내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불문율이 되었고 일부 건강검진 기관에서는 아예 판독 업무까지 맡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모든 분야에서 모든 직종을 넘나드는 이 특수한 존재들은 이제 사실상 대형병원을 지탱하는 대들보가 된지 오래다. 80시간을 근무하면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전공의들과 달리 이들은 3교대로 든든하게 병원을 지키는데다 4년이 혹은 2년이 지나면 짐을 싸는 전공의나 전임의들과 달리 이들은 5년, 10년이 지난 후에도 더 숙련도를 높인 베테랑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전천후 인력의 병원내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 밖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사 단체들은 연이어 PA문제를 해결하라며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고 심지어 간호 단체들도 간호사들을 사지로 몰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PA문제를 해결하라고 소리치고 있는 의사 단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불법, 편법적 행위들을 멈추라고 소리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그들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이렇다.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PA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를 제도화하고 합법화 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전형적 모순이다. 물론 세세히 안을 들여다보면 매우 다양한 이유들이 공존한다. 저수가, 환자 쏠림, 의사 채용의 어려움, 전공의 특별법 등등.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이 그 모순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그저 그 모순을 덮기 위한 구실에 더 가까워 있다. 이러한 모순으로 PA에 대한 논의가 한발짝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도 전국의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불법과 편법의 경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형병원의 탄생과 맞물린 의료제도의 사생아들이 또 다시 배출되는 순간이다. 그들 중 누구도 의사를 대신해 처방을 내고 수술에 참여하며 초음파를 쥐길 원했던 간호사는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PA들은 모두 자신의 일에 불안해하고 있었고 하루 빨리 그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다. 누가 그들을 이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을까. PA의 불법 행위들을 막아달라고 소리치면서도 PA업무의 근절도 제도화도 안된다고 소리치는 그들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과오도 적지 않다. 최근 경찰이 부산 지역 대학병원을 압수수색해 PA들의 초음파 검사를 조사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최악의 순간에 그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PA들은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구렁텅이에 빠진 죄로 말이다. 결자해지라했다. 대형병원이 끊임없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만들어낸 의료제도의 사생아들은 지금도 불안에 떨며 의사를 대신하고 있다. PA업무의 전면적 폐지냐 제도화냐, 선택지는 양자 택일 뿐이다. 더 이상의 모순은 안된다.
국내 슈퍼박테리아 감염관리 방안, 매듭은 언제? 2019-10-06 12:28:10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0%와 6%.' 귀기울여 듣지 않았으면 훑어내리듯 스쳐 지나갔을 얘기였다. 올해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장에서도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감염 관리에 문제 지적은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이러한 수치는 매년 환자수가 급증하는 다제내성균 관리 분야에 중요한 총알로 평가되는 신규 항생제의 접근성과, 감염 환자 격리실을 따로 갖춘 전국 요양병원의 저조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5일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이어진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치료가 어려운 슈퍼박테리아 CRE 등 감염 환자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격리실을 갖춘 요양병원은 전국 6% 수준으로 이마저도 찾지 못해 환자와 가족들은 관리 사각지대로 내몰린다"고 강력하게 지적했다. 못내 아쉬운 것은, 치료제 분야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은 '면역항암제'의 급여 문제와 제산제 '라니티닌'의 원료의약품 불순물 혼입 사건, 말기 폐암에 '개구충제' 유효성 이슈 등 대중들의 이목을 끌만한 굵직한 의료 현안들에 가려진채 올해도 그렇게 뭉터기 안건 중 하나로만 짤막하게 올려진 부분이었다. 간단한 감염 질환부터 외과적 수술까지, 광범위하게 처방이 이뤄지는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 실제 국내에서는 신규 항생제들의 국내 처방권 진입 지표가 늪에 비유되곤 한다. 매년 환자수가 급증하는 다제내성균 관리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총알로 평가되지만, 정작 내성의 또 다른 대응방안이 되는 항생제 신약의 국내 도입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균 감염 문제를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지목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자"는 그늘에 가려진 채, 내성 환자 관리에 처방할 수 있는 선택지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것이다. 2018년말 기준 항생제 도입 절차가 빠른 미국의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시행한 이후 달바반신, 테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메로페넴-버보박탐 등 11개의 신규 항생제를 승인했다. 하지만 언급된 약물 가운데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은 2개 품목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허가 및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녹농균에 대한 카바페넴 내성률 2위, CRE나 VRSA 전수감시체계를 시행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도입이 지체되는 옵션들이 치료제 확보가 시급한 3대 슈퍼박테리아로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카바페넴 내성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에 대안 옵션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이는 분명 다제내성균 관리방안 마련에 분주한 주요 선진국들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영국 및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다제내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 신약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험급여 정책개정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인 것이다. 항생제는 급여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용이 어렵고 급여기준이 제한되어 있거나, 의료기관 내 제한 항생제로 분류될 경우 처방접근성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가 지적되는 이유다. 따라서 항생제의 오남용은 엄격하게 규제하면서도, 신규 옵션의 공급과 접근성 만큼은 충분히 확보하자는 국제적인 기조도 다시금 주목해봐야 한다.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는 한 철 반짝하고 사라지는 이슈가 아니다. 해묵은 이슈를 놓고 매년 문제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명확한 관리방안에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는 서서히 환자의 목을 조르는 상황과도 같다"고 우려한 의료계 원로 교수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흔들리는 왕진 시범수가 11만 6200원 2019-09-30 05:45:0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의원급 왕진료 시범수가 11만 6200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 9얼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제동이 걸린 방문진료 개선방안 핵심 쟁점은 의원급 왕진료 비용 문제였다. 복지부는 건정심에 상정한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왕진 및 가정간호 내실화 추진방안'(보고사항)을 통해 단기간 또는 일시적 방문의료가 필요한 의원급 왕진료를 1회당 1만 5640원(초진 기준)에서 11만 6200원(환자부담 30%)으로 개선한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의사 1인당 주당 최대 21명까지 시범수가 산정이 가능하고, 진료행위별 수가 청구도 허용했다. 비공개인 건정심 회의에서 공익위원과 가입자단체 위원 등을 중심으로 현 왕진료보다 과도하게 인상된 시범수가를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원들은 높아진 수가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 그리고 향후 주당 21명 환자 제한 규정도 허물어질 것이라며 우려감을 피력했다. 반면, 공급자 위원은 의원급 왕진 시범사업 시행 전 문제 제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맞섰다. 결국 건정심은 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복지부 보고사항을 이례적으로 부결시켰다. 거동 불편한 환자를 위한 왕진 적정수가는 얼마일까. 의사협회는 진찰료와 방문료, 동행 보조인력 등을 합산해 왕진수가 최소 17만원을 제시했다. 고령사회인 일본의 경우 20만원이 넘는 수가로 왕진 전담 의원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급 초진료에 준한 현 왕진수가 1만 5640원에 비해 11만 6200원은 7배 이상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진찰료 수준인 낮은 왕진료로 해당 정책이 사문화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건정심 일부 위원은 지역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일환인 의료기관 퇴원환자 관리 비용에 왕진료가 녹아있다고 주장했다. 가입자와 공익 건정심 위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제기하나 쉽게 말해, 11만 6200원 왕진 시범수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재설계하라는 의미다. 복지부는 건정심 위원들의 이의제기에 뚜렷한 답을 못한 채 전면 재논의로 입장을 변경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에서 왕진 시범수가를 비롯한 재택의료 유형별 개선방안에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첫 시범사업인 만큼 확신이 없어 대답하기 곤란했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까지 건정심을 좌지우지했던 복지부가 의결사항도 아닌 보고사항에 대해 공익과 가입자, 공급자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하기엔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여기에 의원급을 대변하는 의사협회의 1년 넘는 건정심 불참으로 의협 소속 위원 2명의 이름표와 좌석조차 건정심 회의장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동네의원 왕진 시범수가 11만 6200원 유지 가능성은 희박한 형국이다. 보건의료 전문가 술기와 노동력에 입각한 적정수가를 외쳐온 복지부의 안일한 왕진수가 대응도, 1년 넘게 건정심 밖에서 소리 지르며 감 떨어지길 바라는 의사협회 전략도 ‘도긴개긴’ 이다. 지역 사회 환자들을 위해 묵묵히 왕진을 지속해 온 많은 의사들의 희생과 노력을 간과한 건정심 재논의 결정 역시 유감이다.
의료취약지 공보의를 아시나요? 2019-09-23 06:39:17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저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최근 병원선 공보의, 병공의 등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를 취재하던 도중 기자가 들은 이야기이다. 특정 지역의 공보의가 아니라 대부분이 최초 배치 시 정보부족과 불확실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 공보의가 필요한 의료취약지에 공보의를 배치하고 있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배치를 받아 현장에 가기까지 본인이 무엇을 할지 알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는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의 근무여건의 현실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병원선 등 의료취약지의 공보의는 보건소나 보건지소보다 어려운 근무현장에 노출돼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얼마나', '어떻게' 힘든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이런 모습은 같은 의사직군에게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공보의협의회에서 이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공협 안에서도 소수만이 배치 받는 의료취약지 공보의 특성상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대외적으로는 더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의료취약지 공보의는 "지역에 공보의들이 만나는 모임이 가끔 있지만 보건소 등에 근무하는 공보의와는 공감대가 다르다"며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뿐이다"고 토로한 바 있다. 문제는 의료취약지 공보의의 어려운 현실이 환자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병원선의 경우 한명의 의과 공보의가 배치되는데 의과 공보의가 없을 경우 병원선은 출항하지 않는다. 공보의가 갑자기 아프거나 불가피한 일정이 생길 경우 한 달에 한번 오는 병원선을 바라보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는 것. 또한 의료취약지 공보의의 어려움을 인정해 1년 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환자 입장에서는 나를 진료해준 주치의가 1년마다 바뀌는 셈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료취약지 공보의는 의료취약지의 재설정과 효율적인 배치를 강조한다. 이미 민간의료기관이 가까이 있는 곳 보다 의료취약지에 공보의 배치 수를 늘리면서 공보의의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의료의 질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 즉, 의료취약지 공보의들은 어려운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핸 해결책이 멀리 있지 않고, 공보의를 보다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현재 입대 연령층 감소, 여의사 비중의 증가 등으로 신규공보의보다 전역의가 많아 공보의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운영지침 변경을 통해 배치 인구수 기준을 수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존의 배치 현황을 넘어선 효율적 배치의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지금도 어떤 지역의 보건지소 바로 앞에는 민간의료기관이 운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공보의 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의료취약지 공보의에게 더 많은 관심 필요할 때다.
대화 나선 의협, 투쟁 위한 협상은 안된다 2019-09-19 05:45:50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 '진찰료 30%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의협이 대화 중단을 선언한지 약 7개월 만이다. 당시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함에 있어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이후 의협은 1인 시위부터 삭발, 단식, 밤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정부 투쟁을 펼쳤다. 문재인 케어 정책 전면 수정을 비롯해 7가지 선결과제를 외쳤다. 늦어도 10월에는 '총파업'까지 할 수도 있다며 투쟁을 준비했다. 복지부는 최대집 회장의 단식투쟁 현장을 직접 찾아 대화를 하자고 하는 등 끊임없이 의협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이 열린 자세를 의협은 '진정성'이라고 봤을까. 의협은 돌연 정부와 협상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의 권유가 가장 유효하게 작용했다며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의정협상-결렬-투쟁 순으로 이어졌던 7개월 전 의협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 이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 의협 내부에서도 '순탄한' 협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 임원은 "어차피 결렬될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어젠다 자체가 지난 7개월 동안 의협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것들이다. 의협과 정부는 우선 단기과제를 선정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협상장에서 정부는 의협이 기대하는 '신뢰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협은 또다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 투쟁을 할 수도 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투쟁이든, 대화든 목적은 같다.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과 협상의 성격은 정반대지만 방 부회장의 말처럼 모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취하는 수단들이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개혁' 같은 추상적인 대전제를 앞세워 투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로 얻는 이익을 뜻하는 '실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진정성이 없었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길 기대해본다.
'상종' 잡는다고 의료전달체계 잡히나 2019-09-16 05:30:50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상급종합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대형 대학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을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대책 상당수가 상급종합병원에 커다란 숙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어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다. 2021년, 상급종합병원에 지정 받으려면 중증입원환자는 44%, 경증외래환자는 4.5%라는 목표점을 향해 병원간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아니나 다를까, 상급종합병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중증환자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한 병원에서는 일찌감치 경증환자를 줄여서 중증환자 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환자의 실제 질환보다 중증인 질병코드를 매겨 임의로 중증도를 높이는 업코드 처방까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다간 몇년후 한국에는 모두 중증환자만 넘쳐난다는 질병통계가 발표될 판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돈다. 병원들의 행보는 충분히 이해된다. 당장 상급종합병원에 탈락하면 경영상 직격탄을 맞으니 필사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만 채찍질 한다고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까. 사실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선호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요즘 환자들은 영리하다. 그들이 상급종합병원 특히 빅5병원으로 몰리는 것은 수년간 경험을 통해 쌓아온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동네병의원에서 진료받았는데 오진이었다" "간단한 시술이었는데 부작용이 생겼다" "가까워서 찾았는데 위생관리가 안되있더라" 등등 주변인들이 건네는 1,2차 병원의 진료 경험담(?)이 쌓이고 쌓여 대형 대학병원 쏠림현상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1,2차 의료기관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한국은 스펙 좋은 전문의들을 동네병의원에서 만날 수 있는 전 세계 몇 안되는 국가로 3차 몫지 않은 의료시스템과 높은 의료질을 제공하는 1,2차병원이 꽤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일부 의료기관을 질을 끌어올리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책에는 1,2차 병원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는 비어있다. 달랑 '지역우수병원'이라는 간판 하나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없지 않겠나. 우수한 동네병의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제도가 절실하다. 환자는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입장에서 필사적이다. 막연히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안받으면 1,2차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편법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먼저 찾을 수 있는 동네병의원을 만드는 것이 의료전달체계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길이 아닐까 싶다.
내몸의 시한폭탄? 인공유방 사태 식약처 불신 원인은 2019-09-08 22:15:38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하루 종일 문의 전화를 받는다." 앨러간 인공유방 제품의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BIA-ALCL)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 자진 회수 명령이 내려진지 한달이 넘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 원장들은 앨러간 제품 혹은 거친표면 인공유방의 제거 여부를 두고 여전히 환자들로부터 하루 종일 문의 전화를 받는다고까지 표현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 간의 온도차다. BIA-ALCL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 암의 한 종류로 유방암과는 별개의 질환이다. 식약처는 해당 림프종은 희귀 암의 한 종류로 유방암과는 별개의 질환이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는 검사가 필요하지만 예방적 차원의 제거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결론은 식약처의 자체 판단이 아니다. 식약처는 그간 성형외과, 암센터 전문가, 병리학, 생체재료 전문가들과 총 세 차례 회의를 갖고 예방적 차원의 제거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앨러간사에 첫 자진 회수 명령을 내린 FDA 역시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술과 마취에 따르는 위험 및 BIA-ALCL 발생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예방적 조치로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 그대로 두는 것의 혜택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 식약처는 인공유방 부작용 예방 안전관리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보도자료만 5차례 발표했다. 그런데도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바로 환자 설득의 과정이 지나치게 '결론' 중심이었다는 데 있다고 환자들도, 의료진도 입을 모으는 이유다. 모 원장은 "한국에서 BIA-ALCL 실제 사례가 나타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올라갔다"며 "쉽게 말해 내 몸안에 시한폭탄이 있는 건데 그냥 놔 두라고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식약처의 공식 대응은 인공유방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 및 발생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점,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 의견이 종합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식약처가 그간 어떤 회의를 거쳤고, 전문가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았으며, 해외의 방향은 어떻게, 어떤 기전을 통해 BIA-ALCL이 나타나는지 설명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조금 더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장면은 발사르탄 오염물 혼입 사태에서도 비슷했다. 환자들은 내가 이 약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 먹었을 때 발암의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했지만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식약처는 "이런 저런 조치를 했고, 앞으로 계획은 이렇다" 하는 식의 '결론' 위주의 해명이었다. 만일 본인이 인공유방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라면, 식약처의 해명을 보고 그냥 있을 수 있을까. 내일 당장 수술한 병원에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 과연 하루 종일 전화를 거는 환자들을 보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나무랄 수 있을까. 오히려 "식약처에서 이렇게 말하는데 이거 믿을 수 있나요?"라고 묻는 질문이 식약처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답을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