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배민의 데이터 가치는 5조원…의료데이터는? 2020-01-20 05:45:50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최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약 5조원 가량에 인수했다. 겨우(?) 배달 업체를 5조원에? 그렇다. 납득하기 어렵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건 또 있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회사가 요기요라는 경쟁 배달 앱 업체라는 점이다. 이미 기반 기술을 축적한 회사가 특수한 업종도 아닌 경쟁 배달 업체를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 차라리 고작 몇 억으로 비슷한 카피 앱을 만드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까, 본인도 그렇게만 생각했다. 정부가 15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 합동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심의 의결했다. 주요 골자는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의료 데이터는 사실상 기록확인 및 증빙용에 머물렀다.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죽은 데이터(dummy)에 불과했다는 뜻. 그간 AI, 빅데이터, 4차 산업 혁명 등 말만 거창했지 결과물은 보잘 것 없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인공지능에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은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회를 최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의료데이터를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경우 제3자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 활용범위가 확대됐다. 복지부는 "의료 빅 데이터 활용을 통해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기반 제공과 새롭게 부상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등 신기술 개발 그리고 저평가 트랙을 확대해 인공지능과 정밀의료 등 첨단 융복합 의료기술 혁신성을 보다 넓게 인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만난 모 의료정보 데이터 업체 대표는 근거(evidence) 중심의 의학의 근본에는 결국 데이터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의학을 경험 기반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리얼월드데이터와 같은 실재적인 증거들을 기반으로 한 근거 중심 의학 시대라는 것. 그리고 이후 시대는 데이터 주도 의학(data driven medicine) 시대가 열릴 것이라 확신했다. 환자의 상태 변화 등이 기록으로 남고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고, 실시간 진단/치료 자료가 수집되고 이것이 신약 개발이나 의학적 근거 창출에 반영되는 구조. 말 그대로 데이터 주도의 의학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런 설명을 들은 후에야 배달의 민족의 인수 합병 건에 보이지 않던 지점들이 보였다. 딜리버리히어가 정작 거금을 들여 구매하고 싶었던 건 플랫폼의 외형이 아니라 전국 유통망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음식 배달 및 취향, 지역별 선호도와 같은 '빅 데이터'였다고. 실제로 배달의 민족은 전국민의 절반 이상의 음식 취양, 행동 양태, 선호도 등 자료를 보유한 '데이터 회사'나 다름 없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의료정보 데이터의 활용을 가능케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이 바이오 산업 전체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런 수순. IT강국이면서 임상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내 환경에서 데이터의 활용만큼 확실한 추진체도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이 축적한 데이터의 가치가 5조원에 달한다면, 그간 국내에서 축적된 의료정보의 값어치는 어떨까. 그 데이터로부터 향후 파생될 부가가치의 총합은 어떻게 될까. 작년 방한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목표로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을 꼽았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핵심은 질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했냐는 양에서 승부가 난다. 한국은 이제 막 신약 개발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전화번호는 033 근무는 서울? 이상한 공단 예비급여부 2020-01-16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지방이전을 완료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에서 서울본부 혹은 지사, 지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소위 '선택받은 자'라고 불린다. 원주 혁신도시로 본부의 위치를 옮긴 탓에 직원들 중 소수만이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서울 지역 근무자들은 기관 내에서 선망에 대상이 됐다. 심지어 심평원에서는 '중병'이 걸려야지만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심평원 부서 이동 신청 1순위가 직원 본인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진단'을 받았을 경우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건보공단 내에서는 지역본부와 지사에 더해 서울에 근무하는 부서가 추가로 하나 더 있다. 바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예비급여부'. 건보공단 예비급여부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TF로 신설된 조직으로, 2018년 정규직제에 편성돼 급여보장실 산하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비급여부는 제도를 함께 설계하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과의 원활한 협의를 명분으로 내세워 서울 당산동 스마트워크센터에 사무실을 차렸다. 건보공단 본부의 편성된 부서 중 유일하게 서울에 위치한 부서가 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도 역행한다는 것. 혹여나 정부와의 협의를 마친 사항이라고 한다 해도 형평성 차원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형제나 마찬가지인 심평원은 본원 직원 단 한 명도 서울에 남기면 안 된다는 국토부 지침에 회의 공간만 남겨둔 채 원주 이전을 지난 달 완료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지부와 심평원과의 원활한 협의를 이유로 내세웠던 명분조차 이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부서 이름까지 똑 같은 심평원 예비급여부 조차 원주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으니 말이다. 여기에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서울에서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 홈페이지 상 예비급여부의 민원 전화번호는 강원도의 지역번호인 '033'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전화를 걸면 서울에서 당겨 받도록 했단 것인데, 서울근무가 당당하다면 이 역시 떳떳하게 '02'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물론 부서 자체가 본부 소속인지라 전화번호를 일괄적으로 처리했던 이유도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 내 직원들뿐 아니라 타 공공기관 직원들이 바라볼 때 인기부서든 비인기부서든 상관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앞으로 건보공단은 예비급여부가 서울에 있는 것이 더 나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할 것이다. '선택적' 지방이전이라는 '꼼수'로 세간에 회자되기 싫다면 말이다.
마사지숍 취급받는 검진센터 이대로 둘건가 2020-01-13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예방 의학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건강검진 시장이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일부 사람들의 선택적 복지제도로만 여겨지던 건강검진은 이제 현대인의 필수 요소가 됐고 그 결과 연간 5조원에 달하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한지 오래다. 블루오션을 내다본 검진센터들은 이미 수진자가 수만명을 넘어서며 기업형 기관으로 성장했고 이러한 성장에 군침을 흘리며 뛰어든 후발 주자들의 참여로 검진 시장은 이미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 넉넉하게 나눠먹고도 남았던 파이는 이제 그 크기가 일정해져 가는데 달려드는 포크는 많아지니 과열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그리고 그 경쟁은 후미 그룹에서 치열하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기관들은 급할 것이 없다. 검진의 특성상 일정 이상의 질 관리만 이뤄지면 단골은 유지된다. 하지만 단골이 없는 후발 주자들은 마음이 급하다. 당장 출혈이 불가피해도 덤핑이 나오는 이유다. 그 덤핑은 덤핑을 부른다. 그리고 덤핑 경쟁은 결국 출혈을 부르고 이는 곧 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출혈 경쟁을 하면서 질 관리는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원가를 줄여야 하고 재투자는 어불성설이다. 한쪽에서는 1mm까지 잡아내는 기기를 쓰지만 다른 곳에서는 1cm도 잡아내지 못하는 기기를 쓴다. 어느 곳에서는 숙련된 교수급 인력이 30분에 걸쳐 내시경을 보지만 다른 곳에서는 10분안에 끝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질 차이를 보정할 수 있는 일체의 기전이 없다는데 있다. 실제로 의료법은 물론 건강보험법 등 어느 곳에서도 건강검진에 대한 문구는 일절 찾아볼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사실상 어느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이 이뤄지고 있는지 또한 어떤 의료기기와 어떤 의사로 검진이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신고제도 허가제도 아닌 의료기관과 환자간에 이뤄지는 철저한 서비스 계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침습과 내시경, 초음파 등이 이뤄지는 의료행위이지만 어느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안경원조차 관련 법이 있는데 건강검진은 사실상 마사지숍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다. 검진으로 충분히 경고등이 왔어야 하는 질환을 그냥 넘어가도 혹여 천공 등으로 부작용이 생겨도 이는 민사 소송으로 밖에는 다퉈볼 여지가 없다. 악화는 늘 양화를 구축하기 마련이다. 특히 정보가 극단적으로 비대칭적인 의료 분야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기에 이미 악화가 잠식한 검진 시장에 대한 인식 전환은 이제 필수적이다. 이미 악화는 양화를 절벽까지 밀어냈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
제약회사 스폰서 연구를 맹신하면 안되는 이유 2020-01-09 05:45:50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전문약의 처방 근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이 임상 데이터다. 대규모 임상 검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한 혁신 신약들을 두고도, 치료 성적과 관련해 실제 유효성이나 약물 안전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진료현장에서나 보험급여 논의 단계에서도, 급여 등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거나 대기 중인 약제들의 리얼월드 데이터(RWD)와 한국인에서의 실제 처방근거(RWE)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하는 분위기도 갈수록 뚜렷해진다. 얼마전 열린, 고혈압 분야 신규 치료제의 한국인 임상 발표 현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역력했다. 흔히 말해 제약사들이 대규모로 임상 투자 비용을 지원한 스폰서십 연구 결과들에는 데이터의 '다시보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기자간담회 자리에 책임 저자로 참석한 한 의료진은 "해당 결과가 한국인 환자들에 새로운 처방 시사점을 제기한 것은 분명하지만, 제약사 후원 연구라는 제한점 때문에 실제적인 장기 추적관찰 결과와 리얼월드 분석 임상을 진행해볼 필요는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무엇보다 대규모 임상 검증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고가 신약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치료제들이 처방 환경에서 어떠한 치료 성적을 보일지는 객관적인 평가 잣대가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막강한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진행한 신약들의 허가 임상 결과들에 괜한 의심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얼까. 이들 신약 물질들이 규제당국의 거름망을 통과한 약물임에도, 제약사 편향 임상시험에서 보여진 효과와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치료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들에는 임상에 참여하는 피험자 선정 단계부터 결과 분석까지, 제약사 입맛에 맞게 조리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가 없다. 드물게 시판후 조사결과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경우라면, 임상연구 과정에서 불리한 임상 데이터의 일부분이 가려지거나 제외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제약사 입김이 작용한 연구일수록 이러한 의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오리지널 치료 신약들의 등재 과정에서 제출하는 임상자료의 대부분이 글로벌 무작위대조군임상(RCT) 자료들로, 임상적 근거 수준에서는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임상 연구들에는 국내 환자들이 빠져있거나 참여율이 적은 경우를 마주할 때가 많다.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는 리얼월드 자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제약사 스폰서십 임상 결과들에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 결과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0년 미국내과학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연구의 85%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으나 정부 지원의 임상 결과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2003년 BMJ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에서도 제약사 편향된 임상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 대비 4배 정도 긍정적인 결과지를 나타낸 것이다. 단순히 제약사 편향 연구 결과가 좋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인 의심도 가능해지는 이유다. 때문에 리얼월드 임상 자료의 평가가 중요해지는 것도, 제대로 된 가치 평가 구조를 만들자는 것과 관련 깊다. 국내 보험급여 상 매년 20조원에 달하는 약제비가 임상근거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의약품에 지출될 수 있다는 문제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리얼월드 임상 연구들에 전제 조건은 있다. 의료진 마다 치료제들의 처방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리얼월드 결과들의 분석치를 어느정도로 중립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기 때문. 그래서 리얼월드 자료 자체만을 맹신하기 보다는, 약제들의 가치 산정에 있어 다양한 치료제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하나 둘 모이는 이유다. 의학은 처방 경험(empirical) 중심에서 임상근거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뀐지 오래다. 국내 실제 임상현장 자료를 전향적으로 수집해 환자들에서의 효과를 검증해보는 작업은, 최적의 재정을 투입하는데 있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제약사의 지원 자금이 들어간 스폰서십 임상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리얼월드 자료들과의 종합평가가 주목되는 이유다.
|수첩|경자년, 문케어 보다 센 놈이 온다 2020-01-02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2020년 경자년 새해를 맞아 보건의료 정책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지난해 9월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실행계획이 마련된다. 또한 MRI 검사 급여화 초과 지출비용 절감을 위한 환자본인부담 상향과 급여기준 강화 그리고 여성 생식기 및 심장 초음파 보험적용도 병행된다. 2020년 보건의료 정책의 최대 변수는 오는 4월 15일 총선(국회의원 선거)이다.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으로 현 국회의원 300석(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보다 30석이 더 늘어난다. 여기에 선거연령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현 고등학교 3학년까지 확대된다. 핵심은 여야의 선거 전략이다. 지역구 당선과 다득표 최대 전략은 민심 구애. 여기에는 보건복지 선심형 공약이 단골 메뉴이다. 여당과 청와대는 총선 승리를 위해 문케어로 명명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더욱 확대할 것이 자명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역시 선심성 보건복지 공약에 공을 들이며 1석이라도 더 확보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재정이다. 문케어 3년차 MRI 급여화 이후 초과지출로 환자본인부담을 상향하는 상황에서 선심성 보건의료 공약 남발은 의료계와 국민 모두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여당과 청와대 눈치를 보며 공약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1~2년 이내 과소 추계와 사용량 증가를 이유로 의료계를 압박하는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와 정치공학을 결합한 포퓰리즘은 여야 누구도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보건의료계 쌍두마차인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랙홀처럼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보건의료 선심성 공약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붉은 띠를 두룬 채 단식투쟁 등 무조건 반대로 맞설 지 아니면, 의료계 주도의 공약으로 진화시킬 지 양 의료단체에 달렸다. 의료계 한 중진 인사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보건복지 분야에서 선심성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문케어를 뛰어넘는 더 센 공약들이 남발될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의료계가 끌려갈지, 주도할지 전문가 단체인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로서 한 목소리를 내며 정치권과 국민 여론에 부응한 보건의료 공약의 합을 도출해야 한다. 4월 총선을 여의도 입성으로 착각하는 일부 의료단체장들의 정치 꼼수는 과거 기록을 반추해보더라도 그들만의 성과인 의료계에 불행한 결과로 귀결됐다.
최대집 회장, 탄핵 모면했다고 '자만'은 금물 2019-12-30 05:45:50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최대집 회장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안건으로 2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 총회는 집행부의 '방어' 성공으로 끝났다. 불신임도 되지 않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불신임은 불가능할지라도 비대위는 구성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빗나갔다. 임총 현장에서 의협 최대집 회장의 불신임이 필요하다며 찬성표를 던진 대의원 숫자는 82명. 처음 불신임이 필요하다며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하다고 동의서를 '기꺼이' 던진 대의원 숫자보다 딱 한 명 더 많은 수준에 불과했다.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더 지지를 받지 못했다. 투표에 참여한 202명 중 절반에도 한참 모자란 62명만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위기를 모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집행부는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 대의원들이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힘을 실어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자만 해선 안된다는 신호는 임총 시기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연말이라는 특수한 상황인데다 불신임안 상정부터 임총 소집 공고까지 급작스럽게 진행됐음에도 204명이 참석했다. 재적대의원 239명 중 85%가 넘는 대의원이 참석했다. 불참자는 단 35명이었다. 그만큼 의사 회원의 뜻을 대신할 대의원은 현재 의협 집행부의 회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회장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진 대의원 숫자(82표)가 비대위 구성 찬성표(62표)보다 더 많다는 것도 집행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실제 기자와 통화한 다수의 대의원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 임총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so what?"이라고 되물음이 따라돌아왔다. 불신임한다고, 비대위를 만든다고 해서 현재 집행부의 답답한 회무가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원활해질거라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즉 대안이 없기 때문에 '굳이' 집행부를 바꾸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최대집 집행부는 대의원의 뜻을 읽었을까. 임총에 앞선 최 회장의 인사말에서 "비록 모든 대의원의 뜻은 아닐지라도"라는 불필요한 말을 넣은 것으로 봐서는 남은 1년 4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에도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명심해야 할 점은 집행부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불신임을 묻는 임총은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4월 정기대의원총회 전까지도 불신임 임총 위험(?)은 언제든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못 먹어도 고'인 제주대병원 상종진입 선언 2019-12-24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지난 11월 병원을 이끄는 수장이 송병철 병원장으로 바뀐 제주대학교병원의 최대 화두는 상급종합병원 진입이다. 송병철 신임 병원장이 취임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진입 포부를 명백히 밝혔기 때문. 이에 따라 제주대병원은 병상수를 늘리기 위한 신축건물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5주기 인증 때는 상급종합병원에 진입을 노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플랜을 밟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상급종합병원 숫자 안에 제주대병원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 지금도 수도권의 대형병원이나 지방의 경우 울산대병원이 공공연하게 상급종합병원 진입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또한 전체 인구수가 70만도 안 되는 제주도 특성상 굳이 '상급종합병원을 노릴 필요가 있는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어쩔 수 없이'라도 노릴 수밖에 없는 제주대병원의 사연이 숨어있다. 송병철 병원장이 기자와의 취임 인터뷰 중 밝힌 바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발생한 암 환자 중 암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는 4대암을 기준으로 제주대병원에서 치료하는 환자는 15~20%밖에 되지 않는다. 즉, 제주도 내 다른 병원의 치료를 감안하더라도 제주도 내에서 발생한 4대암 환자의 절반 정도는 다른 지역에서의 치료를 선택한다는 것. 이와 함께 송 병원장은 인터뷰 중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직원의 3분의 1정도 많이 가족이 아플 때 제주대병원을 선택하겠다는 조사결과 나왔다"고 언급하며 씁쓸함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제주대병원이 제주도를 대표하고 있는 병원이지만 이를 바라고 있는 제주도민의 시선이 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으로 제주대병원 입장에선 병원을 바라보는 제주도민의 눈높이와 신뢰를 올리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이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고민과 맞닿은 문제이기도 하다. 송병철 병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중 제주대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진입은 제주대병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제주도민을 위한 목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제주대도를 대표하는 제주대병원이 제주도의 환자들을 위한 선택과 노력의 방향이 꼭 상급종합병원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환자들에게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무게가 크기 때문. 제주대병원이 다양한 노력을 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면 환자들이 눈길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고민이 내표돼 있는 것이다. 결국 병원 입장에서 '못 먹어도 고'가 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미. 이는 제주대병원 외에도 많은 지방에 위치한 병원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병원의 노력이 이름값이라는 무게에 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현재 논의되는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첩|병원 슈퍼맨도 번아웃 증후군에 가끔은 아프다 2019-12-19 05:45:55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다 불태워서 더는 없다.' 얼마전, 연말 술 한잔을 기약했던 오랜 벗이자 기자의 취재원이기도한 대학병원 외과계 전임의(펠로우)로 근무 중인 친구 A씨를 만났다. 이제막 둘째 아이를 본 두 딸들의 아빠였다. 또 막연한 기대감에 밤낮없이 의국내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어려운 형편에 대학원 공부까지 쉽사리 놓지 못하는 교수 취준생이기도 했다. 처음 의사면허를 따고 전공의를 마친 뒤 개원이나 봉직의를 꿈꾸기엔 그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가끔 대면하는 자리마다 꽉찬 수술 스케쥴과 몰아치는 당직근무, 연구 논문 등 잡다한 일거리로 한껏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지금 당장은 봉직의로 뛰거나 개원을 하고 진료를 보기에는 겁이 난다"는게 그의 유일한 핑계이자 자위였다. 그렇게 잡혔던 술약속은 번번이 취소되기 일쑤였고, 언제나처럼 사정상을 이유로 뒷날로 미뤄지다 결국은 올해가 저무는 연말께가 되어서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처럼 자리한 그의 얼굴에는 부쩍 핏기가 없어 보였다. 안색이 왜그렇냐며 툭 던진 말에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언제부턴가 스트레스가 쌓일때면 자기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는 과호흡 증상이 잦아졌다고 했다. 공황장애가 생긴건지 가끔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참아내기 버겁다고 말끝을 흐렸다. 걱정은 이어졌다. 최근엔 예전 수련병원 동기 중 한 명이 회진을 돌고 학회 논문 발표를 준비하다가 간밤에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다들 단순히 피곤해서, 평소보다 늦잠을 자나보다 생각했지만 아닌 밤중에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는데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는 괜찮을까. 아마 괜찮겠지'라는 자조섞인 말은 그의 입에서 쉽사리 떠나질 않았다. 남들 다쉬는 빨간날, 아이들과 손잡고 집앞 놀이터에 나가는 시간을 쪼개기조차 어려웠다. 잡혀있는 공휴일 회진이나 학술연구, 대외활동에 잔업이 허다했기 때문. 이렇다할 근무시간 기준도 없고 불만도 티를 내지 못하는 전임의 A씨의 삶의 질이 친구로서 걱정스러웠다. "애도 커가고, 다 내가 선택한 일인데. 그래도 별다른 수가 없으니까." 얼큰히 술에 취해갈 즈음, 다시 병원에서라도 쪽잠을 좀 자야겠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 그의 모습이 그날따라 더 무거워보였다. 이렇게 의사 1인당 내원환자 수 세계 최대치를 나타내는 번아웃에 빠진 국내 의료현실은, 주변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대형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려면 주차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가 심각한데다,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제한 등 보완책이 나왔음에도 돼려 일은 여기저기 분산되며 과중한 업무강도는 또 누군가의 목을 여전히 죄고 있다. 올해 매체 조사결과에서도 전국 94개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 역시 번아웃 상태는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업무 중 '평균적으로 주 2회 이상'은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을 좇는 현상과 함께, 현재 국내 진료현장에 가장 큰 위기는 의료진의 번아웃"이라고 지적한 한 원로교수의 쓴소리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거 박사가 쓴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연구 논문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번아웃 증후군. 일부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을 지칭했던 해당 용어는, 이제 직역을 막론하고 모든 의료현장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주요 이슈가 돼버렸다. 국내외 의료전문매체에서 꼽는, 한해를 관통하는 의료 키워드 가운데엔 번아웃이란 세글자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환자 중심과 정밀검사로 유명한 글로벌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도 2019년 연말 의료진들의 번아웃 실태를 지적한 대규모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내과 및 외과, 검진학계 등 주요 학술대회에서는 빠지지 않는 주제로 '의사들의 과도한 번아웃 상황'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되고 있어 그저 안타까움을 더할 뿐이다. 올한해 의료계에서는 진료를 보던 의료진이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하거나 '묻지마 폭행', 과로사 등 우울한 뉴스들이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다. 단순히 정부 규제와 저수가 문제로만 바라봐야할 사건들이 아니다. 확실한건 의사들은 번아웃 상태다. 단순히 우울하다는 감정의 표현을 넘어 에너지 고갈상태가 반복되는 진료현장에서, 이렇게까지 번아웃된 의료진들의 안녕(安寧)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의사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이자 엄마, 아들과 딸이었으며 추억많은 오랜 벗 중 하나기도 하다. 돌아오는 새해, 당신이 마주한 의료진들에 '안녕하신가' 한 번쯤 물어볼 때이다.
한때 소동으로 끝난 발사르탄 사태, 전자담배는? 2019-12-17 05:10:01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최근 전자담배와 관련된 기사를 썼다가 호되게 당했다. 기사를 내려달라는 끈질긴 요청 때문이다. 저간 사정은 알만하다. 전자담배가 일부분 일반담배만큼 해로울 수 있다는 학술적 내용을 다뤘을 뿐인데도 댓글부터 심상치 않았다. 연자를 고소하겠다는 말부터 입에 담기힘든 욕설까지 협박성 멘트가 줄 이었다. 최근에 만난 모 매체 기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 역시 전자담배의 위해 가능성을 다뤘다가 댓글 테러에 시달렸다. 전문가가 학술적인 근거로 위해성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그에 상응하는 학술적인 반박 내지 옹호는 커녕 학계도 쉽게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자담배의 위해성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한 과정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복지부가 허둥지둥 전자담배 사용 중지 권고를 내렸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이 있었지만 학술/과학적 근거는 실종되고 없었다. 일단 사용 중단 권고를 내리고 조사를 통해 후속 근거를 찾겠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전자담배의 태동 시기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최근에서야 전자담배가 유해성 이슈로 뜨겁지만 실제 전자담배가 처음 시장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3년.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형태의 전자담배로 대중화된 건 2013년부터다. 그간 전자담배는 독한 담배 연기가 없고 기존 담배보다 안전한 대체품으로 인식되면서 날개 돋힌 듯이 팔렸다. 2019년까지 6년이 흘렀지만 위해성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통령이 옆구리를 찌르기 전까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반면 영국은 정부가 전자담배를 허용/금지 성분을 포함해 품질 관리를 해왔다. 익숙한 풍경이다. (전문성은 없지만) 힘있는 자의 한마디 말에 전문가 집단인 주무 부처가 휘둘리는 행태를 그간 많이 봐 왔다. 원전 폐기나 보 개방을 둘러싼 논란도 학술적 토론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 황당한 일은 최근에도 있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두고 병사냐, 외인사냐를 판단하는 데 있어 재판부는 주치의에게 사망진단서를 잘못 기재한 책임을 물었다. 물론 이같은 결정 앞에 직접 진료한 '주치의'의 의견은 무력화됐다. 등 떠밀려 호들갑 떠는 전문가 집단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재보다 더 큰 우려를 느끼게 한다. 이것이 덜도 말고, 더도 말고 과학적 근거로 말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암에 걸릴 것같은 우려감을 키웠던 발사르탄 NDMA 검출 사태도 '한때의 소동'으로 끝나지 않았나. 위험의 과장이나 축소 모두 옳지 않다. 적어도 복지부와 식약처만큼은 과학과 근거로 움직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논리 대 논리, 이성 대 이성, 과학적 근거가 치열하게 맞대결하는 학술의 장은 실종되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구시대의 망령이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는 건 아닐까. 누군가 말했다. 전문가 몰락의 시대를 넘어 이제 전문가 실종의 시대라고.
대형병원 공화국…그들만을 위한 제도 2019-12-12 05:45:0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대형병원은 알아서 모신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서울의 한 종합병원장의 자조 섞인 하소연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심으로 추진되는 보건&8231;의료 정책이 국민 누구나 알만한 초대형병원들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왜 이 같은 하소연을 늘어놓았을까. 정부가 시행 중인 몇 가지 보건&8231;정책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택진료제 폐지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의료 질 평가. 현재 의료 질 평가는 종합병원이 아무리 의료 질 관리를 통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도 상급종합병원보다도 수가를 적제 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 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가'를 받을 경우 환자 수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외래 7500원과 입원 2만 2500원을 가져가게 된다. 반면, 종합병원은 같은 1-가 등급을 받아도 외래 3930원과 입원 1만 1810원을 받게 돼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3등급으로 분류된 상급종합병원보다도 1-가 등급을 받은 종합병원이 수가를 적게 가져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2019년 의료 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가'로 분류됐지만 종합병원인 탓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가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심평원의 암 적정성평가를 두고서도 병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른바 초대형병원 눈치 보느라 정작 필요한 '진단 후 조기치료율' 지표를 넣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조기치료하면 그만큼 완치율이 좋은데 초대형병원에서 치료 받겠다고 한두 달 기다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며 "제도적으로 이를 개선시켜야 하는데 정부가 대형병원들 눈치 보며 알아서 받들어 모시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는 뒤 늦게나마 무너져 있는 의료전달체계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바로잡고자 단기대책을 발표한 이 후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개선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기존에 펼쳐왔던 정책들이 오히려 문제를 가속화시키진 않았는지 점검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복지부와 심평원이 대형병원을 알아서 모신다"는 일부 의료계의 비판을 새겨들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