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 당신의 마음은 괜찮으십니까? 2020-10-19 05:45:50
|관동의대 본과2학년 이진선|2019년 12월 31일. 처음으로 해외 어떤 지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 발병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날이다. 대부분은 이 보도를 그 날 보지도 못했거나, 봤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지역에 갈 일이 있거나 그 지역과 관련이 있지 않은 이상, 이 보도는 세계의 여러 소식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정체불명의 폐렴'은 2020년 1월, 2월 점점 전 세계로 퍼져나가더니 이제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우리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으로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 19가 우리 모두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코로나 우울’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코로나 우울 (Corona blue)’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뜻하는 말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선정한 단어이다. ‘코로나 우울’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운영된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의 심리상담 실적은 51만 120건으로, 작년 1년 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우울증 상담 건수인 35만 3388건은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 중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심리상담 건수는 1만9846건으로 전체의 3.89%, 확진자 가족은 2185건으로 0.42%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자는 38만 2150건으로 74.91%, 일반인은 10만 5939건으로 20.76%로, 확진자 이외의 코로나19 심리상담 건수는 대부분을 차지하여 ‘확진’이 아닌 ‘코로나19’ 자체가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만 해도 50만 건을 넘겼으니, 통계에 잡히지 않고 혼자서 불안이나 우울감에 시달렸을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훨씬 그 수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코로나 우울’이 생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생활 전반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여행이나 외출, 모임 등을 자제하면서 만남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으며, 학교나 회사, 학원도 수업 방식이나 업무 방식이 가능한 한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계획했던 일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무산된 사람들도 있고, 코로나 19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생활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코로나 19로 인해 좌절된 현실 등이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 확진되었을 때 주위의 반응이나 사회적인 주목에 대한 두려움, 앞날을 예측하거나 계획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력감 등이 코로나 우울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조심하려고 해도 확진자가 주변에 있었으면 감염될 수 있으니 나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까 불안함이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또,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바뀌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다 본인이 확진자가 되면 학교나 직장에 피해를 줄 것을 걱정하고, 불필요한 억측이나 소문에 시달릴까 염려하기도 한다. 적절한 불안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여 코로나 19의 예방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불안은 일상을 무너뜨리고, 우울과 분노, 그리고 또다른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팬데믹 선언이 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생겼던 3월에만 해도 여름이 되면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잦아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고,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 19는 벌써 겨울, 봄,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된 지금까지 사계절을 함께 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코로나 19의 종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는 코로나 19의 종식을 기다리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기만 할 수는 없다.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방역을 생활화함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도 지속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공포가 심해질 때는 관련 기사나 정보를 잠시 멀리하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집에만 있는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한에서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를 산책하는 등 안전한 활동으로 답답함을 해소해 볼 수 있다. 변화된 일상에 맞추어 집에서 요리나 영화 등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무력감이나 우울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친구들과도 대면으로 만날 수 없다면 전화나 문자, 영상 통화 등으로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 비대면 수업이나 업무로 인해 시간 관리가 어렵게 느껴질 때는 스스로 루틴을 정해서 조금이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는 것도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주 이상 심한 무기력감이나 불안감, 우울감 등이 지속된다면 상담을 받거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개 코로나 우울의 경우 2주 이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어질 시에는 병적 우울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이러한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전까지는 생활 방역과 더불어 마음 방역을 통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정 집단의 목소리 2020-10-05 05:45:50
|경상의대 의학과 1학년 김가연|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만큼 그 누구도 이 권리에 대해 침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3조 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였다. 한마디로 파업은 노동자들이 일을 놓음으로써 어떤 요구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한 집단이 파업한다면, 그 집단의 파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불편함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왜 이런 파업을 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들어야 한다. 이번 의료계의 파업은 정책 결정 방식과 정책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의 없이 정책을 발의하였고, 정책 또한 논란이 많았다. 의대 정원확대, 첩약 급여화 등 미래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큰 정책이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의대 정원확대조차도 졸업하고 난 후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마련하고, 교육의 질을 확보한 후 마련한 정책도 아니었고, 그저 1차원적인 대책이자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의 학부모들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단체에 어필할 수 있는 포퓰리적인 정책이었다.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 없이 만든 법률은 허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정된 법안 하나하나가 갖는 효력은 크기 때문에 법안 제정에는 반드시 그 효력에 상응하는 많은 고민과 많은 시행착오,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1인 시위 등 학생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파업 도중 의료계와의 어떠한 상의 없이 재난 때 의료인을 북으로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전문가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법안이 제출되는 상황이 지속되였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어도 다른 집단에 있는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만큼 비참한 심정은 없었다. 특정 단체가 어떠한 의견을 표하더라도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면 어떤 법이든 일단 제출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법률 제정의 절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이 제출되면 상임위원회에 부쳐진다.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마치고 법제 사법위원회에 넘겨져 체계, 자구심사를 거친다. 이후 본회의에 상정되어 심의 및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되며,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이 절차대로라면, 현장에서 직접 법안의 효력을 감수해야 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이 쉽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권에는 특히 법 제정이 더 쉬울 것이다. 즉,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을수록, 어떤 법이 제정되어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지켜보지 않는다면 법률로 인해 특정 집단의 권리가 없어질 수 있고, 이는 성숙하지 못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또한, 특정 집단에 관련된 법이라고 해서 포퓰리적이 법안인지 효과가 있는 법안인지를 따지지 않는다면, 효력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의료계 파업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 속해있는 특정 집단의 일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합의문에 따른 의정 협의체와 의대생의 동맹휴학으로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가 발족되었다. 전문가의 의견이 가감 없이 정책에 반영되고, 포퓰리적인 정책이 아닌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세워지고, 감시를 통한 정당한 법안이 마련되어지기를 희망한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의 전문가들도 현장의 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기를 희망한다. 더 나아가서 어떤 특정 집단이 파업한다면, 파업의 효력이자 그 집단의 목소리의 힘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파업을 하게 되었는지 집단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내일의 환자를 위해서 2020-09-28 05:45:50
|전남의대 본과2학년 이윤건|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종이기에 간호사, 수의사와 마찬가지로 직업에 임함에 있어 선서를 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제네바 선언이다. 예과 1학년 시절 교양시간 과제로 필사하면서 먼 훗날 나 또한 의사가 될 때쯤 이 선서를 할 수 있겠지 기대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필자는 이 선서를 기대했던 것처럼 의사가 될 때가 아닌 요즘 들어서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이번 의사 파업과 의대생 단체행동에 대해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들고 나온 것이 저 선서였기 때문이었다. “선서까지 한 의사들이 파업이라니 말이 되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모욕적인 말들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물론 히포크라테스가 살아있었던, 의술을 배운 한명 한명이 의료를 행함에 있어 절대적 권위자였던, 그 때였다면 선서의 글자 그대로 상황을 불문하고 의료를 손에서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여전히 환자 한명 한명의 안위는 의사 개개인에 달려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사람의 의료가 정부의 정책과 법안에 좌지우지되는 세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은 보건복지부라는 이름으로 보건과 복지를 하나로 묶어 놓은 기관이 집행한다. 그리하여 현 의료 정책 시스템에선 의료에 관련한 정책 또한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에 사회복지만을 공부한 사람이 수장으로 앉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려는 정책에는 현직으로 의료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만 한다. 탁상공론과 실상이 얼마나 다른 지, 진짜 문제의 원인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현직 의사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오늘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내일의 수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 이 상황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또한 의사로서의 사명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선서에도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료직의 명예와 위엄 있는 전통을 지킨다.” 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의료인과 예비 의료인은, 지방의료와 기피과 지원자 확충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의대 정원 늘리기와, 의사의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없게끔 하는 부실의대 설립과, 안전성, 유효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첩약을 면역항암제보다도 우선시해 급여화 하는 것과, 그저 편의를 위해서 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건너 뛰게 만드는 원격의료 추진과, 의사를 공공재 취급하고 심지어 북한까지도 보내 버릴 수 있는, 미래의 의료를 망가뜨릴 정책들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의학, 그 본질로의 회귀 2020-09-21 05:45:50
|가천의대 의예과 2학년 최시연|"여러분...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이 했을 수많은 노력과 고민을 한두 마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왔으니, 부디 힘들었던 일은 내려놓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수없이 고민하고, 처한 현실에 무력함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선배와 동기들을 보며 수없이 힘을 얻었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온 우리에게, 첫 수업의 해부학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짧은 문장 안에 우리와 함께하셨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괜히 울컥하며 피피티의 첫 장을 넘겼다. 길었던 여름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올 즈음,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복귀하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왔으며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한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 가 출범되었다. 하지만 모든 단체행동이 중단되었음에도, 여론의 거센 국시 구제 반대 아래 본과 4학년들이 국가시험을 다시 응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인의 의견을 듣지 않는 현 정부의 정책 아래, 의료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전국적인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지켜왔던 최전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길밖에 없었다. 이러한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의 외침을 집단이기주의로만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 학생들은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 또 이 깊은 골을 어디서부터 메꾸어나가야 하는 것일까, 막막한 고민을 한다. 문득 작년과 올해에 배웠던 '인간과 사회와 의학' 이라는 과목에서, 환자 또는 타인과의 의사소통 방법에 관하여 들은 수업 내용이 관련될 수 있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학교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우리가 현재 의료윤리학을 배우는 데에는 이와 관련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의료윤리학이 의학 교육의 필수 과정으로 들어온 역사는 20년 전의 의료 파업과 관련이 있다.20년 전 우리는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부당한 의료정책에 맞선 의료 파업이 진행되었다. 6개월간의 의료대란을 통해 의학을 보는 관점이나 철학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의료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의학철학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환자의 신뢰를 얻고, 환자와 상호 소통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윤리학 및 의료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의과대학을 포함한 의료계에 널리 수용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적인 의료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정책의 개진을 위해 의료인들은 의료윤리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상생을 위해서는 어느 한 집단의 변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20년 전의 파업에서 의료인들이 의료윤리학을 발전시켰듯이, 국민들도 건설적인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분야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가져야 올바른 의료정책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의학은 철학 분야의 일환으로서 발전해왔다. 근대 의학이 경험과 실증에 기반을 두게 되면서 철학과는 다른 길을 걸어오게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인은 의료기술자들이 아닌 의학자들이며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의료윤리학과 의학철학의 존재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이야기하며 의료인 파업의 부당함을 외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의료인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무게를 알고 있는 의학자들임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의료인, 국민과 정부 사이의 협력을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측의 희생도 아닌, 양측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의료윤리학의 발전은 의료계에서만 의미가 있는 학문이 아니다. 의대생으로서, 현재의 의학교육은 과거의 피드백들이 모여 만들어진 의학의 역사임을 새로이 되새기게 된다.
건강한 사회를 꿈꾸며 2020-08-31 05:45:50
|원광의대 의학과 3학년 최윤정|코로나19로 떠들썩했던 2020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진들은 '코로나 전사',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받았으며, 유행처럼 유명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덕분에'라며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전까지 '의사'는 사회적으로 사명감과 희생을 강요받던 직업이었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이익을 추구하는 순간 '이익집단'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 이르러 사회가 의료진들을 향해 존중을 표하며 이들 사이 관계가 조금은 회복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순간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최전선의 현장에서 묵묵히 희생한 의료진들에게 한마디 없이, 정부는 7월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첩약 급여화, 의료 일원화 등에 대한 정책 추진에 반발한 의료계는 8월 7일 전공의 파업을 시작으로, 8월 7일부터 14일까지 의대생 수업 및 실습거부가 진행되고 있으며, 8월 14일 의사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SNS에는 대한의과대학학생협회의 시작으로 많은 의대생 및 의사들이 일명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통해 기존 정부의 '덕분에 챌린지'를 비틀어, 코로나 사태의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사들을 기만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점점 더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각이 계속되고 있다. 2000년 의약 분업 파업 이후, 20년 만에 의사 총 파업이 결정된 것, 그리고 전국 의대생들이 집단 수업 및 실습 거부를 결정한 것은 정말이지 많은 국민들이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24시간 전공의 파업 등 젊은 의사 단체행동을 선포한 이후, 정부는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며 의료계에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미 속보를 통해 의대 정원 확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한 상황이었다. 대화를 통해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건의료제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정부의 표면적인 말과는 다르게, 언론을 통해서 마치 이미 답은 정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현 정부의 본모습에 의료계는 다시 한 번 의사 총파업에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이렇듯 계속되는 어긋남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진정한 대화의 부재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대화와 소통을 원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대화는 무늬만 대화이기 때문에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입을 모아 이번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료계의 처절한 외침을 곡해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이라 말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로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사회에 잘 전달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에 들어가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보더라도, 의료계가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 의사들의 파업 이유, 의대생들이 왜 수업 및 실습을 거부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다룬 기사는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없다. 혹시라도 정보의 부족으로 단순히 이번 사태를 밥그릇 싸움으로 오인할 수 있는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의사 및 의대생들이 지금까지 대두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정책들의 내용과 반대 근거들을 보기 쉽게 카드뉴스나 영상, 그리고 직접 사이트를 개설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의대생들은 8일간의 수업 및 실습거부 기간을 활용해 헌혈릴레이와 봉사활동,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와 여러 사건·사고들에 대한 기사들에 묻혀, 아직까지 사회에 큰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한 의료사회를 꿈꾸며, 더 나아가 건설적인 소통을 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진정한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 말하고 싶다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에, 아니 전문가 이전에 같은 국민인 의사들의 외침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3%' vs. '58%'의 의미 2020-08-24 05:45:50
|충북의대 예과 2학년 전승민|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으로 인해서 의료계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전공의와 전문의 선생님들은 파업 및 집단 휴진을 실행했고, 의대생들의 의사국가시험(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경고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필자가 소속된 기관의 내부 연락망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대한 찬성 비율이 3%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비록 의대생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의료계 전반에 압도적이고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와 근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의료 정책과 의학 교육이 포퓰리즘(populism)에 기반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인 맥락에서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즉,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책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정책은 역설적으로 포퓰리즘의 목적에 반하는 대중의 반발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본질적인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정부의 정책은 일반 국민에게 인기가 높을까?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 의견은 58.2%로 반대 의견인 24.0%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의대생, 그리고 더 넓은 맥락에서는 의료계 전체의 찬성 의견을 압도한다. 의료계와 일반 국민 사이에 매우 큰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합리성 자체에 대한 문제만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료는 진공(vacuum)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의사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환자의 시선과 인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걱정됩니다. ‘의사가 자기들 밥그릇만 챙긴다'라는 의견을 언론과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의견이 완전히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올 초부터 호흡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방호복을 입은 상태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선배 의사 선생님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가혹하고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도 정부가 발표한 일부 정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정책을 입안하면서 이해관계자인 의사와의 부족한 소통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재유행 위험이 높은 현시점에서 파업, 국시 거부, 그리고 동맹휴학과 같은 강수를 진행할 경우 의료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염려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적 지지가 높은 사안에 사력을 다해 투쟁하면서 대중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데 실패한다면 의사들은 이기적이고 톤데프(tone deaf)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런 불신이 팽배한 환경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싶은 의사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투쟁은 저희의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쟁은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훼손된 우리의 안녕과 건강이라는 목적, 특정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파업과 휴학이라는 초강수 두기 전에 다른 모든 방안과 대안이 소진된 상태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필자의 생각이 이상적이고 현시점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대생이자 미래 의료인이자 일반 시민으로서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다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투쟁이 이기적이고 악하다는 비난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전에 모두가 걱정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이는 모두에게 바라는 일입니다.
그 심장마비 환자는 왜 KTX에 올라 탔을까 2020-08-10 05:45:50
|가천의대 의학과 2학년 모채영|"암환자들은 처음부터 지방 병원에 가지 않아요. 먼저 메이저 병원에 가서 입원을 했다가, 차도가 나아지면 집으로 돌아가고, 병세가 나빠지면 메이저 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죠. 그걸 몇 번이나 반복해요." 교수님은 씁쓸한 표정으로 숨을 골랐다. 몇 달 전, 가정의학과 강의를 듣던 중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말이었다. 2020년 8월 현재 정부가 내세운 정책의 주요 골자 중 하나는 지역의사 수급이다. 의료취약지역은 대한민국 의료계가 안고 온 해묵은 문제이다. 그러나 정작 시골과 도시의 환자들은 지역에 있는 병원보다는 수도권의 대형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 암환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스펙트럼의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을 선호한다. 정부가 말하는 '지역의사'의 손에 가 있어야 할 환자들은 서울의 메이저 병원 병동에 누워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가 입원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서 입원시켜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 심근경색이 온 환자가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본인이 원하는 병원의 응급실로 내원한 경우도 볼 수 있다. 의료인이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기에도 기형적인 일이 매일같이 응급실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자신 또는 가족의 질병을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수도권 선호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거대 병원이라면 의료의 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또한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환자의 기대감에 병원이 미치지 못한다면 환자는 또 다른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아가고, 질병의 치료 기한은 자꾸만 늦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작용한다. 의료 수요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고, 그에 따라 의료의 공급도 자꾸만 수도권 및 대도시 위주로 집중되며, 따라서 의료의 지역적인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하지만 이것을 과연 환자들의 인식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비용의 문제로 인해 상급 종합병원을 찾지 못하던 환자들도 선택 진료비의 폐지로 비용적인 문제까지 해결되면서 더욱 쉽게 의사를 선택한다. 자꾸만 환자는 수도권으로,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미 기울어 있는 인식에 더해 구조적인 부추김까지 더해지면서 '의료 생태계'가 이미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에 의사를 늘린다고 과연 환자들이 그 의사들에게 질병을 보일까? 아마 수도권 대형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증의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문턱을 밟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 의사를 수급하는 것은 지역 환자들의 의료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이지만, 해당 수요는 이미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이미 파괴되어버린 의료 생태계의 복구이다. 사막이 되어버린 땅에 나무를 심듯 의료 취약지역에 심어야 할 것은 의사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들이 돌아올 수 있는 의료 체계와 소통 구조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수치만 해결하려고 하는 대책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악화만 불러올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20-07-27 05:45:50
|강원의대 본과 4학년 심미정| 이전에 COVID-19 가 아직 우한 바이러스, 우한 폐렴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울 때 '코로나19, 우리의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이것이 벌써 4~5개월 전 이야기 이고, 그 때는 이렇게 까지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그때는 마스크를 잘 끼고 손을 잘 씻고 아프면 빠르게 병원에 가 진료를 보는 것 들이 보건문제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으나, 크나큰 오판이었다. COVID-19는 현재 보건문제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경제, 사회와 같은 큰 문제 말고도 COVID-19는 개개인의 일상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고있다. 바이러스 유행 이전에는 다양한 모임을 마스크 끼지 않고 만나고, 공연, 콘서트, 강의, 맛집탐방 등 모여서 하는 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었고, 해외 여행도 자유로웠다. 바이러스 팬데믹 초창기에는 종업원이 가게에서 마스크를 쓰는 행동이 'COVID-19 때문에 저희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구로 고객의 양해를 구해야 할 만큼 어색한 광경이었다. 이전을 회상하다 보니 과거의 바이러스 유행이 없던 세상에 대한 감사함이 생긴다. 일상이었지만 잃고 나니 그때가 정말 소중했었구나 하는 뒤늦은 감사함이 아쉬울 뿐이다. 또한 이런 불편함 속에서도 마스크를 열심히 끼고, 대면 행사를 줄이고, 적극 적으로 전염 방지에 힘쓴 국가와 국민들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들의 찬사를 받는 것을 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바이러스 팬데믹이 한창인 지금, 앞으로 국시를 앞두고 있는 본과 4학년 학생으로서 모든 일상의 변화들이 낯설고 새롭다. 대면 강의가 비대면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정말 이전에는 논의가 필요 없었던 많은 것들을 새로 태어난 아기 마냥 하나하나 논의해가며 바뀌어 나가고 있다. 처음 학교를 개강할 것 인가 말 것 인가 하는 생각부터 독서실을 개방하냐 마냐, 체온체크를 하냐 마냐, 시험을 보냐 마냐 등 다양한 일상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아직까지 어느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제목으로 말한 'COVID-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의 대답은 No이다. 아니라고?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대답이 ‘바이러스 유행이 지속되어 마스크를 끼지 않고 사람을 만날 수 없게된다.’는 아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유행이 끝나지 않고 앞으로 스포츠 경기 구경과 같은 단체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보다 장기화되어 가고 있지만 모든 대유행 전염병들이 그러했듯 이번 COVID-19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언젠가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시대를 지나며 굳어진 우리의 변화된 위생관념, 변화된 집합문화, 변화된 교육 방법, 변화된 의료 등 많은 것이 바뀐 채로 굳어질 것이나 쉽사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첫 번째 선택지는 변화하는 세상에 저항하며 멈추어 있는 것이고, 두 번째 선택지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 나가며 한발 한발 걸어보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디에도 정해진 길은 없다. 단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멈출 것인지 걸어갈 것인지 정하는 것뿐이며, 우리가 선택한 것들이 정답이 되기를 꿈꾸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 걸어감이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데 걸어보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팬데믹인 지금 상황에서 생각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팬데믹 종말 이후의 상황 까지 충분히 고심하고 검토하여 신중히 한발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의사 정원 확대, 목적이 무엇인가? 2020-07-20 05:45:50
|연세의대 본과 2학년 김요섭|정부는 연간 배출되는 의사 수 정원을 적어도 400명 이상은 더 늘려 공공의료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내과 전문의, 예방의학과 전문의 등 COVID-19 관련 분야 인력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낮은 전공과 의사들을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위 인구 당 의사 수를 늘린다고 보건 의료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인구 당 의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TOP7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스웨덴,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로 꼽힌다. 그렇다면 의사 수가 많은 나라들은 COVID-19에 대한 방역과 치료과정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대처했을까? 인구 당 의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1명) 오스트리아는 약 900만 명의 인구 중 0.2% 이상인 1만9천여 명이 감염되어 710명이 사망하였으며 노르웨이 또한 전체 인구의 약0.2%가 감염되어 인구비율 대비 감염자 수와 사망자수는 우리나라의 10배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이탈리아는 약 24만 명이 감염되어 약 3만5천여 명이 사망하였고, 독일도 약 20만 명이나 감염되어 방역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스웨덴은 코로나 방역을 포기하고 사실상 방치해 1,012만 명의 인구 중 7만6천여 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5,540명이 사망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인구의 0.025%인 1만3천여 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289명이 사망하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방역과 치료 성적을 보인 것이다. (참고자료: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연간 의료인 400명 추가 양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영역의 의료수가를 높이는데 사용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의료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까지 의사 1인당 교육·수련비용이 8억6700만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있다. 400명의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3468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목표대로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게 된다면 3조468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비용을 정책적으로 잘 활용하여 의료수가를 조절하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은 진료에 대해 수가를 높이면 된다)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 공급을 높일 수 있고 의료전달체계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기사: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31845) 무작정 의사수를 늘리면 우리나라 의료인의 전문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급여가 낮은 국가에서는 의대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젊은 의사들이 해외로 이민 가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의료수가를 높이지 않고 무작정 의사 머리수만 늘려서 의사들의 기대급여가 낮아지게 된다면 훌륭한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될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에 남아 경쟁에 내몰린 의사들은 본인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마케팅과 영업에 더욱 열을 올려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또한 수가는 그대로인데 단순히 의사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삶의 질도 낮고 급여도 낮은 학과에 지원자 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서울에 있는 유명한 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의대생 숫자만 더 늘린다는 것은 결국 미래 세대의 교육과 산업 생태계에 큰 교란을 일으키는 행위이기에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참고기사: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097133).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오면 진료 보는 의사가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뉴딜정책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젊은 의대생/의사들은 일찍이 IT 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에 긍정적인 편이다. 따라서 곧 다가올 미래에는 비대면 진료, 디지털치료제, 의료 인공지능 (IBM왓슨, 루닛, 뷰노 등) 등 새로운 기술들이 합법화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를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24시간, 365일 모니터링 하는 기술이 상용화&8231;표준화될 경우, 의사들의 진료 효율성이 높아지고 지역에 따른 격차가 해소된다. 따라서 의사수가 적은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며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중대한 정책 결정을 하려면 기대효과, 예산, 부작용 등 예상 시나리오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현 정부는 지금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비가역적으로 바꿔버릴 사안들에 대해서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으로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수가를 먼저 반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으니, 무작정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의대 정원 확충에 대하여 2020-07-13 05:45:50
|차의과대학 본과 3학년 김태겸|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의대 정원 확충에 대한 소식이 들린다. 한 언론기관에 따르면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약 10년간 총 4천명의 정원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증원된 4천명의 인원들은 각각 ▲중증·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무 복무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지역의사’ 3천명 ▲역학조사관과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한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연구인력 500명 등으로 나눠서 뽑을 계획이라 한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사실 그간 의사협회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의료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인원을 충원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의사협회는 왜 반대하는걸까? 많은 사람들이 의사협회는 '이익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들의 주장을 곡해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이익집단'인가, 아닌가의 여부 이전에 해당집단은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 의사와 관련된 정책을 논하는데, 관련 분야의 '전문가 집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정책을 수립해나간다면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정부의 취지는 사실 좋다. 하지만 의사협회를 비롯한 해당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과연 정부의 단순 인원 확충이라는 방안이, 또 그 인원을 배분하여 뽑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단순히 현재 우리나라 의료영역 저변의 확대와 단점 개선에 기여할지 미지수"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더 많은 의사수를 뽑는다 할지라도 증원된 인원들은 지금과 같이 특정과에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의 추진 정책 방안을 보면 특정 지역에 의무복무기간을 설정한다던가, 기초 의학 등 특수 전문분야 복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지만 이것이 실제로 부작용 없이 잘 적용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어떤 기준에 따라서 해당 인원들이 배정될 것인지, 그 배정은 자유롭게 이뤄질 것인지 강제로 이뤄질 것인지 등 벌써부터 골머리 앓는 논쟁이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의 실생활에서 대입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음식점에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는데 짠 물만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A라는 사람은 정수기에서 짠물이 나오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컵에 따른 물에 짜지 않은 물을 받아다가 섞어서 물을 마신다. B라는 사람은 정수기에서 왜 짠물이 나오는지 정수기 수리기사를 불러 정수기를 뜯고 원인을 찾아본다. 어떤 사람이 미래를 고려하여 올바른 계획은 세웠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A라는 사람의 태도와 비슷하다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장에서 그러한 연유를 듣고 그 이유들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 분야로 자원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수기 수리기사와 같은 전문가를 불러 같이 의논하고 현상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물이 짜다 해서 다른 물을 더 타는 것은 일시적인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다. 사람 B와 같이 정부가 보다 현명하고 미래를 생각한 정책을 세우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논의, 특히 관련 전문가 집단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반영한다면 더 나은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