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한톡|쓸데 없는 '딴짓'을 위하여 2019-10-14 10:54:46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하다가 신소재공학으로 전과했을 때, 과대표/과학생회장을 맡아서 바쁘게 돌아다녔을 때, KAIST 학부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올인하겠다고 1년을 휴학했을 때,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고 싶다고 졸업을 1년 더 연기했을 때, 가지 않아도 되었던 군대에 자진해서 입대했을 때, 공과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경영/정책대학원에 지원했을 때, 해외 명문대 경영대학원을 합격하고도 의과대학 편입학 준비를 하겠다고 진로를 변경했을 때, 의대 입학 직후 '딴짓하는 의대생 모임'을 만들었을 때, 공모전을 통해 창업을 준비했을 때, 유급당한 것도 아닌데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휴학원서를 제출했을 때, 그럴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것이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하라는 공부'를 안하면 '쓸데 없는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로지 정해진 길을 따라 대학에 입학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을 최고의 가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오죽하면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인터뷰 중에 "한국 학생들은 어릴 때 부터 사교육에 시달려 스스로 호기심을 개발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진로에 대해 앞선 세대, 특히 부모님 말씀을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됩니다 (2019 노벨 화학상 뷔트히리 교수 인터뷰 중)" 라는 발언을 했을까. 세상은 쓸데없이 딴짓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발전해왔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기르려면 자꾸 딴짓을 해야 한다. 그리고 딴짓을 정말 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쓸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머리가 유연하지 않으면 안되고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9 노벨 화학상 일본 요시노 아키라 기자회견 중)" 존경하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학창시절에 쓸데 없는 짓 만 골라가면서 하고 심지어 대학까지 때려친 문제아였다. 그 뿐인가? 이곳 저곳 대학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 졸업은 하지 못했지만 세계적인 기업 오라클을 창립한 엘리슨, 어린 나이에 신문배달부에서 시작해 라스베가스 베네시안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등을 운영하는 호텔왕 아델슨, 대학교수로서 안정적인 삶이 보장될 수 있는 스탠포드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구글을 공동창립한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 최초의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과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창립한 엘론머스크까지, 세상을 바꾼 위인들 중에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지 않고 딴짓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대학까지 때려칠 정도로 심하게 딴짓을 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 사례는 의료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이 지금의 세계적인 명성을 향유하게 만들어준 석유왕 록펠러는 무학력자였고,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 의학연구소 (25조 기금) HHMI를 설립한 하워드 휴 또한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 경영자이자 영화감독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수 차례 추락사고까지 낸 사고뭉치였다. 한국에서 가장 큰 병원이 된 아산병원을 설립한 정주영 회장님도 소학교 출신이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만든 정세주 대표님도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다니시다가 중퇴하신 인물로 지금은 휘하에 하버드, 옥스포드, 연세대 출신 의사들을 두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을 이끌고 있다. 나는 대학에서 이렇게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고민해 왔고 '나에게는 용기가 부족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도 나름대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노력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딴짓을 정말 잘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Medical Mavericks는 의대생들이 '쓸데 없는 딴짓'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그 일을 함께 잘 해낼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서 조직한 단체이다. 우리가 말하는 '딴짓'은 꼭 비임상진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성적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당장 내게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더라도,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방황하는 모든 의대생과 의사선생님들을 환영한다. You are not alone, Just Be a Medical Maverick!
|신세한톡|의대생의 비임상 진출이 가져올 순기능 2019-10-06 18:00:00
2018년 인권의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과대학 학생들 중 수업이나 병원실습 중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9.5%의 학생들이 언어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회식 참석을 강요당한 경험이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60%였고, 음주를 강요당한 경우는 46%에 달했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라는 말은 아직 의과대학엔 찾아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부조리가 아직도 잔존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 그 원인은 이런 일들을 당하고도 침묵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의과대학 6년을 졸업하고 나면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 인턴과정을 수료하고, 또 그 후에는 같은 병원에서 레지던트로서 근무하게 되는 수직적인 구조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며 선배들 눈에 나게 된다면 앞으로 있을 직장생활 까지도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가해자의 구성에 대해서 보자면 병원실습을 시작한 본과 3, 4학년 학생들에게서 폭력,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가 교수, 인턴과 레지던트, 학생 순이었고 실습을 시작하지 않은 본과 1, 2학년 학생들에서 주요 가해자는 학생, 교수, 인턴과 레지던트 순서였다. 그 외 가해자로는 1차 병원 파견 의사, 졸업한 학교 선배, 외부 강사 등 주로 의사 직종에 의한 가해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통계는 위에서 이야기한 수직적인 구조가 부조리의 원인이라는 데에 힘을 실어 준다. 이런 구조는 학교 내의 선후배 관계가 직업군내 선후배 관계로 밀접히 연결되는 체육학과, 항공서비스학과 등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같은 방식으로 의과대학 내의 부조리가 일어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대부분이 대학병원에 소속되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이러한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의대생의 비임상계로의 진출은 개인의 편익과 관심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를 넘어서 전체 의과대학 학생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임상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 중 대표적으로 메디컬 매버릭스가 있다. 메디컬 매버릭스는 단순히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의사가 된다는 틀에서 벗어나 의대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진로의 기회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싱크탱크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올해 8월말 개최된 비임상 진로세미나를 기점으로 해 인턴사업이나, 타학과와의 네트워킹과 같은 방법으로 앞으로 의대생들이 진로로 선택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방향성을 마련할 예정이다. 물론 메디컬 매버릭스 하나의 존재만으로 위에서 제시한 문제들이 당장에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디컬 매버릭스가 학생사회의 발전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를 뒤따르는 발걸음들이 하나 둘 모인다면 의과대학 내 학생사회의 변화 또한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세한톡| 나의 꿈은 진정 '나'의 꿈이었을까? 2019-09-30 05:45:00
의사이신 아버지, 의사이셨던 조부님, 의사로서 다방면으로 사회에 헌신하고 계신 여러 친척 분들, 그리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친형. 어찌 보면 필자는 태어날 적부터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게 숙명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레 직간접적으로 필자에게 강요될 수밖에 없었던 의사라는 꿈은 어느새 교복을 입던 시절의 필자가 장래희망 란에 스스로, 자발적으로 적는 꿈이 돼있었다. 여러 고등학생들에게 의대 진학은 마치 하나의 로망과도 같았고, 필자를 포함한 주위의 많은 친구들은 그 꿈을 좇았다. 진정 그 꿈을 응원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본인의 의무이기에 그런 것이었을까, 실적을 위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근무하시던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그 꿈을 강하게 장려했고, 의대 진학을 희망했던 많은 학생들이 가슴 속 품고 있던 불에 장작을 지폈다. 외적 강화 요인의 끊임없는 피드백 속에서 의대에 진학한 필자는, 무언가가 쥐어준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스스로의 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진학 후에야 깨달았다. 마음에 와 닿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던, 허구한 날 되풀이되는 따분한 의대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일까, 필자는 굴레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들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것저곳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타과생들과 함께했던 경희대학교 중앙동아리 활동과 미래정책위원 활동,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를 가진 의대생들과 함께했던 의대협 활동 등을 포함한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여러 경험들을 통해 필자는 우물 밖에서 그제야 탈출해 넓은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고, 진정 스스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진정 내가 즐기는 게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예과 2년이라는 기간은 식견을 넓히기에는 적당한 시간이었지만, 목표를 설정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큰 아쉬움을 안고 생활하던 중, 인연이 닿아 'Medical Mavericks'라는 다양한 꿈을 좇는 의대생들을 위한 단체 발족에 함께했다. 방황하던 의대생은 혼자가 아님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무언가에 대한 추상적인 욕구와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할 수 있었다. 'Medical Mavericks'를 발족한 인원 중 필자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 졸업 후 의전원 신입학 혹은 의과대학 편입학을 하신 분들 중 구체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학부 때부터 가진 채 이 단체의 발족에 힘써주신 분들도 계시고, 머지않아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의사 생활을 하실 분들도 계신다. 이에 비해 필자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할 이 단체에 '고민하는 자'의 대표로 합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그늘이 생기면 결국 그 사람이 녹슬고 만다는 의미인데, 혹여 꿈이나 목표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그늘진 분들이 계신다면, 이젠 홀로 외로이 고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치 정해져 있는 듯 한 표준에서 벗어난 꿈, 목표, 방향성, 가치관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아갈 분들을 기다립니다.
|신세한톡|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2019-09-23 05:35:55
강남역의 작은 술집에 모여 앉아 친구들과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토로하던 2019년의 어느 봄날이 Medical Mavericks의 시작이었다. 친구들 앞에서나 터놓는 "의대에서 다른 꿈꾸기 참 어렵고 외롭다."는 푸념은 곧 열망이 됐다.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열 댓 명의 의대생들이 59일 만에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고 전국 단위의 의대생 단체를 발족시키는 것. '불가능과 가능'의 여부 따위를 점쳐보지 않았던 간절함이 맺은 결실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KAIST 재학 시절, 금융·정치·공학·경영·스타트업 등 다채로운 꿈을 꾸며, 더욱 많은 활동과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인턴, 정책 자문연구원, 한국장학재단의 홍보대사를 비롯해 1000여 명 앞에서 강연하고, 팟캐스트 방송으로 학생들과 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누군가는 전공에 도움 되지 않는 활동을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 과정에서 필자는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껏 길러온 공학적 전문성과 경영학적 마인드에 의학적 전문성을 접해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학도의 길에 접어들었다. 다양한 분야와 빠르게 협업하는 의료계를 꿈꾸고 의전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필자가 본 의학도의 세계는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다양한 꿈을 꿀 여유도, 정보도, 기회조차 부족했다. 마치 선택지가 정해진 OMR카드에서 인생을 선택하는 듯 한 현실과,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 혼자만 방황하는 듯했다. 물론 타전공의 학생들과 커리큘럼도 다르고, 단기간에 학습해야 하는 학습량도 무척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꿈을 재단하는 이유가 되기보다는 더 친절히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강력한 동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Medical Mavericks의 목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비 임상 진로를 희망하는 학우들이 기회를 얻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임상 의사가 될 학우들이 급변하는 의료계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돕는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기대한다. 핵심은 모든 꿈에 대한 응원이다. 이미 의대생들은 다양함을 원해왔다. 2019년도에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 대외실무국(국장 주인기)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의대생들이 선호하는 강연주제'에 대해서 1000여 명 중 43.9%가 '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진로'라고 답했다. 이는 Medical Mavericks 진로 세미나에도 확연히 나타났다. 기존 200여 명으로 예상했던 참가자는 300명을 돌파해 조기마감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전체에서 학교당 최소한 한 명의 학우가 참여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의대생의 다양한 진로가 더는 개인의 외로운 고민이 아닌,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아젠다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파우스트의 한 구절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목적 없는 방황처럼 보였던 여정은 방향을 찾기 위한 뜨거운 노력이었다.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마음껏 방황하고자 한다. 우리의 열정이 모두의 긍지로 이어지기를.
|다낭여행기7| 호이안을 찾는 이유 2019-09-21 19:21:41
호캉스, 즉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염두에 두고 여행을 왔지만 그래도 나름 한국을 벗어나 베트남이라는 외국을 온 것이기에 오롯이 방 안에서만 지내다 가기에는 조금 아쉬웠다. 한국보다 더 더운 날씨였기에 더위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서울과는 다른 베트남의 더위를 한번 쯤은 겪어보고 싶었다. 최대한 태양 볕에 타지 않도록 원단은 얇지만 긴 옷을 입고 챙이 큰 모자를 쓰고 나갔는데 이런 모든 조치는 역부족이었다. 리조트 밖으로 나서는 순간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그냥 더운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후덥지근해서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더위였다. 이왕 나온 김에 조금이라도 바깥 구경을 할 생각으로 일단 시내로 데려다 주는 리조트의 셔틀버스에 올라탔는데, 가는 내내 이게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 막상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와야 할 것 같은데 고민을 하는 틈에 버스는 이미 시내에 다다르고 있었다.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그다지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원래 이 정도로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인지 이미 오랜 시간 베트남에서 여행하며 익숙해 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엄살을 떠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려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다낭에서는 시내를 거의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다낭만의 특색은 잘 모르겠으나 호이안은 작은 골목길을 따라서 온갖 상점들이 쭉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었고, 다낭보다 좁은 길이지만 길가에 오토바이가 무척이나 많았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떼지어 다니니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매연과 열기가 더해져 길가를 걷는 일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호이안에서의 즐거움은 골목길을 걸어다니며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것인데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 억지로 즐거움을 찾아 나선 기분까지 들었다. 베트남에 가면 한국사람들이 흔히 찾는 콩카페가 있는데, 달달한 커피로 유명한 곳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아메리카노는 즐기지 않지만 그래도 단 맛이 나는 커피는 좋아하는지라 베트남에 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도를 보면서 그곳을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을 만큼의 더위였다. 하지만 우리를 다시 데리러 오는 셔틀버스는 앞으로 한 시간 남짓이 지나야 오기 때문에 강제로 한 시간의 여행을 해야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발길 닿는 대로, 다만 길을 잃을 만큼 너무 멀리는 가지 않기 위해 신경 쓰면서 돌아 다녔는데 조금씩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인파가 점점 더 많이 몰리기 시작했다. 더위가 좀 풀리려 해서 그런건가? 싶었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인파들 너머로 많은 사람들이 호이안을 찾는 이유가 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는 내 마음도 어쩔 수 없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다낭여행기6| 최상의 휴가 2019-09-18 19:16:42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아 리조트 안으로 들어가니 보통의 호텔들과는 달리 어두운 톤의 원목 위주로 이루어진 로비가 반기고 있었다. 대리석과 같은 차가운 소재보다는 원목 탁자, 지붕, 협탁 등을 이용한 인테리어라서 좀 더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원 안내에 따라 로비 의자에 앉아 기다리니 갖가지 종류의 열대 과일을 가져다 주었다. 예쁜 접시에 놓인 과일을 먹으면서 앞으로의 리조트 생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설렘이 배가 되었다. 로비 뒤쪽으로 보이는 풀장과 숲길처럼 마련된 조용한 산책길은 리조트에서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게끔 조성된 최상의 조화였다. 이 리조트는 구관과 신관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구관은 좀 더 클래식한 느낌이라면 신관은 그 이름처럼 현대적이고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보다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미리 알아보았을 때는 구관의 투숙객들이 신관의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구관과 신관의 시설 이용 간에 따로 제한을 두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신관과 구관이 갖고 있는 풀장 종류도 달랐지만 둘 다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베트남이 더운 편인 것은 알았지만 방문했을 당시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덥게 느껴졌다. 사실 이럴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리조트에 머무는 시간이 길 것이라 생각하고 계획을 짰으나 정말로 시내에 나가기 힘들 정도로 잠시 바깥에만 나가도 땀이 줄줄 흘렀다. 이러다 호이안 시내를 한 번도 못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리조트에서 많이 쉬고 휴양하는 것이 가장 주된 여행의 목적이었기에 짐을 풀고 그 다음 일정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놓기로 하였다. 로비와 마찬가지로 룸 인테리어도 원목으로 꾸며진 방이었고, 널찍한 공간에 은은한 나무향과 아로마향이 어우러져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었다. 가만히 누워 쉬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휴가는 없겠다 싶었다. 요새 ‘호캉스’(호텔과 바캉스를 합친 신조어)가 유행하는데 어차피 호텔에서 쉬는 것이라면 무엇을 위해 타지로 여행을 가느냐 하는 반문이 있기도 하지만 호캉스를 즐겨 보면 그곳이 어디든 간에 한 번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는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최대한 많이 보고 겪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행을 곧 휴가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어딘가로 가서 별 것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것을 경험하지 않아도 그것이 곧 여행이자 휴가가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 휴가의 형태가 자유로운 방식으로 다양화되면서 호캉스도 일상 탈출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반나절 정도 쉬었을까. 뜨거운 태양이 어느덧 내려앉을 기운이 보이자 석양을 보면서 한가로이 수영을 하면 좋겠다 싶어 수영할 채비를 하고 호텔 일층으로 내려왔다. 오후가 되면서 더위가 한 풀 꺾이고 풀장 바로 옆에 야외석을 마련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국에서 종종 먹었던 분짜라는 베트남 음식을 시켰는데 대단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소소하게 맛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뷔페식으로 이것저것 먹는 것 보다는 음식 한 두 개만 시켜놓고 그 자체의 맛에 집중하면서 먹는 것이 더 먹는 기쁨을 배가 시키는 것 같다. 음식도 맛있고, 날씨도 괜찮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하니 이보다 더 좋은 휴가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좋은 밤이었다.
|다낭여행기5|다낭에서 호이안으로 2019-09-15 17:02:10
한국과 베트남은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반복된 비행기 지연 탓에 피곤해서 그런지 여행 첫 날 치고 푹 잘 수 있었다. 첫날은 저렴한 값에 공항 근처 호텔을 구했지만 나름 픽업과 조식이 포함된 곳이었기에 가볍게 나마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는 너무 늦은 시간에 호텔에 도착해서 부산스럽고 정돈이 잘 되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조식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날 직원이 알려준 대로 7층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고, 아침 뷔페 종류도 많아 보였다. 베트남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더니 직원이 다가와서 원하는 쌀국수 종류가 있는지 물었다. 다른 메뉴들은 뷔페식으로 자유롭게 먹으면 되고 쌀국수는 해산물과 고기 중에 선택하면 조리해서 직접 가져다 주는 방식이었다. 보통 현지에서 먹는 쌀국수는 향신료의 향이 강해서 한국사람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걱정이 되었고, 인터넷에서 고수는 빼달라는 표현을 급하게 찾아서 직원에게 말하니 필자 외에도 이런 표현을 하는 한국인이 많았는지 알겠다고 웃어 보였다.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파인애플, 망고 같은 과일들이 많았고 계란이나 빵 등 따뜻한 음식 종류도 고루 있어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다른 음식들을 먹고 있으니 금세 쌀국수가 서빙되어 나왔고, 고기와 야채도 많고 예상보다 향신료가 강하게 가미되어 있지 않아서 맛있게 먹었다. 어제 체크인 때 받았던 인상보다 호텔의 조식 수준이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체크아웃 하면서 소액만 미리 베트남 화폐로 환전을 하고 바로 하노이로 넘어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처음 계획이 다낭보다는 하노이에 머물 생각이었기 때문에 많은 짐을 들고 다낭에서 애매하게 돌아다니기 보다는 바로 하노이로 가서 앞으로 머물 호텔에 짐을 풀고 편하게 하노이를 집중 탐색하려는 생각이었다. 어제 한번 택시 기사에 안 좋은 경험이 있던 터라 이번에도 하노이까지 가는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약간 긴장을 했는데, 일단 인상이 좋은 분이 픽업을 오셔서 내심 안심했다. 차에 타서 목적지를 다시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기사님이 전혀 난폭운전을 하지 않으시고 묵묵하면서도 젠틀하게 운행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베트남은 길에서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들을 볼 수 있는데, 출퇴근을 오토바이로 많이들 하는 만큼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보여행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것이 꽤나 많은 매연을 길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더운 날씨에 매연까지 겹치면 여행하기에 고역일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다낭에서 호이안까지는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가면서 다낭 시내를 구경했고 호이안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더 전원의 느낌이 강해졌고 큰 도로보다는 골목길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호이안은 올드타운, 즉 구시가지로 유명한 곳인데 복고적인 분위기가 짙고 특히나 밤에 등불을 켜 둔 강가의 모습이 멋져서 많은 관광객들이 모인다고 한다. 다낭과는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나오면서 서양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다낭보다 호이안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실감났다. 우리는 호이안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한 한적한 분위기의 리조트를 예약했는데, 리조트의 이름인 ‘라 시에스타’를 해석하면 낮잠, 또는 낮잠을 자는 시간이라는 뜻으로 숙박객이 편히 쉴 수 있는 조용한 분위기의 숙소였다. 안전하게 호이안까지 잘 데려다 주신 택시기사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내리니 리조트의 직원이 나와서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사진으로만 본 리조트를 실제로 와서 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4일간의 일정을 보낼 이곳과의 만남이 반갑다.
|다낭여행기4| 호텔 도착전 첫번째 고비 2019-09-11 16:59:12
미터기 기준으로 요금을 받겠다는 약속대로 우리가 택시에 올라타자 택시 기사는 미터키를 키고 출발했다. ‘다행이다. 역시 이런건 미리 알아보길 잘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가고 있었고, 늦은 밤 중이라 호텔에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늦은 시간 비행기가 도착한다는 것을 고려해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았기에 몇 분이 지나자 구글 지도상으로 거의 다 와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던 호텔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미터기에 찍힌 금액대로 택시비를 지불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도착과 동시에 택시 기사에게 그 금액을 드리니 갑자기 이건 아니다 싶은 표정으로 필자를 다시 바라본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아까 미터기로 가겠다고 약속한 그 사람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분히 영어로 소통해서 오케이라며 확인을 받고 탄 택시임에도 기사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한다. 미터기는 미터기이지만, 이 금액에서 더 많이 줘야 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물론 늦은 시간이기에 심야 할증을 고려한다해도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할 것이었다면 대체 왜 미터기를 킨 것인지, 단지 눈속임일 뿐이었던 건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여행의 첫 시작인데 이런 식으로 실랑이하며 싸우고 싶지는 않아서 택시기사가 요구하는 금액과 미터기에 찍힌 금액 사이에서 적당히 절충하여 금액을 지불하고 나서야 택시에서 내릴 수 있었다. 물론 이에도 택시기사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툴툴 대며 우리가 호텔에 들어갈 때까지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다.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베트남의 물가가 싸서 큰 지출은 아니었기에 괜찮다고 위로하며 호텔로 들어갔다. 이런 게 여행자의 비애인가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처사인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일이니 웃픈(?) 해프닝으로 삼고 지나가기로 했다. 밤 늦은 시간에 호텔에 들어가니 로비는 불이 꺼져 있고 리셉션에는 아무도 없다. “헬로우?” 일부러 인기척을 내니 어둠 속에서 리셉션 의자에서 자고 있던 직원 한명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얼굴을 내민다. 첫 날 늦게 도착해서 잠만 자고 갈 곳이라 공항 근처에 저렴한 곳으로 예약하기는 했으나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식의 체크인 경험은 처음이었다. 오히려 필자가 직원에게 늦은 시간에 잠을 깨워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여권을 내보이자, 이름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방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룸 컨디션은 생각했던 수준 정도였고, 늦은 시간이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방을 더 둘러 볼 새도 없이 자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직원은 ‘굿 나잇’이라고 짧게 말하며 자리를 떴고 필자도 내일부터 여행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오늘 겪었던 에피소드들은 웃어 넘기고 일찍 잠에 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 무사히 몸 건강히 즐겁게 잘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
|다낭여행기3| 여행의 시작 2019-09-09 15:34:32
여행을 갈 날이 다가오면서 한국의 날씨도 점점 더 더워지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날씨도 비슷하게 덥겠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이곳 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여행길에 올랐다. 저녁 8시에 출발하는 항공편이었는데 불안하게도 오후 3시경에 1시간 정도 연착될 것이라는 공지 문자가 왔다. 이미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고 한 시간 정도면 넓은 공항에서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자꾸 들었다. 베트남 공항에 도착할 예정 시간이 밤 11시정도였는데 이보다 더 연착이 될 경우 새벽 시간대에 도착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대로만 잘 도착하기를 바랐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공항 라운지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에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까지의 시간이 지겹지 않았고, 오히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부러 넉넉히 여유시간을 두고 일찍 공항으로 가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면 시간이 딱 적절하겠다 싶었는데 아뿔싸, 한 번 더 연착 문자가 온다. 한 시간 더 연착이다. 한 시간 여유는 괜찮은데 예정에 없던 두 시간의 여유가 더 생겨버렸다. 이 참에 평소에 바빠서 못 봤던 영화를 공항 영화관에서 볼까도 싶었지만 영화를 보기에는 약간 애매한 시간대인데다가 여행을 앞두고 괜히 더 피곤해질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면세점을 둘러보고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야지 생각을 하며 출국 수속을 마쳤다. 여유를 갖고 라운지로 향했고 미처 하지 못한 식사를 한 후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여행 계획을 대략적으로 정리했다. 시간이 좀 남았지만 라운지에서 더 할 만한 일도 이젠 없다 싶어서 게이트 앞으로 갔다. 게이트 앞이 연착 때문인지 승객들의 문의로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항공사 측에서도 계속 어딘가에 전화를 하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더 이상의 연착 없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는데, 더 큰 문제는 탑승한 이후로도 이륙까지 약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항공사 측에서는 계속 도착지의 사정 상 아직 확정이 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출발할 수 없다고 하였다. 승객들은 거듭 되는 연착에 지쳐 이제는 불평을 할 힘도 없는지 포기하고 잠을 자기도 했는데, 필자 역시도 이미 늦은 시간이고 비행기에서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저 가만히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상황이 정리되어 이제 이륙할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 그래도 저녁 항공편이라 피곤했는데 이제는 밤 시간이 되어 가는 내내 잠을 청했다. 다낭은 약 6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는데, 도착하니 새벽 한 두시 경이었고 호텔에 따로 픽업요청을 하지 않아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미리 다낭에 대해 들은 바로는, 절대 아무 택시나 타면 안 되고 택시의 색이 다양한데, 특정한 색 택시들이 신뢰할 만한 업체이기 때문에 잘 가려서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역시나 여러 무리들이 택시를 찾냐고 물어온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쉽사리 말하지 못했고, 많고 많은 택시들 중에 믿을 만한 업체라는 택시를 찾아 기사에게 물었다. “미터기 기준으로 가나요? 아님 정해진 가격이 있나요?” 기사는 내가 예상했듯이 미터기 기준으로 간다고 말했다. 아, 이거다. 미터기 기준으로 가는 택시를 타야 한다고 들었기에 알겠다고 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에 올라타니 기사가 미터기를 켰고 나는 안심했다. 그런데 마음 한 켠에 약간의 불안감은 남아있었다. 늘 여행에 가면 설렘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어서일까. 어두운 새벽, 짐은 많고 수많은 택시들 중 이 기사님을 믿고 올라탔다. 나는 무사히 호텔로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겠지. 속으로 끝없이 되뇌었다.
|다낭여행기2|한 여름 날에, 그래도 더운 곳으로 2019-09-02 14:54:34
여행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 다음으로 생각이 난 곳은 다낭인데, 동남아는 물가가 싸고 그리 멀지 않아서 부담 없이 가기에 좋지만 요즘 들어 부쩍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이 걱정이 되었다. 무언가 지금 내가 머무는 곳과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 여행의 묘미인데 막상 비행기 타고 다른 나라까지 갔는데 그곳에도 온통 한국인 뿐이라면 실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다른 곳을 찾아보려 했는데 다낭 바로 옆에 있는 호이안은 그래도 다낭에 비해 한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으며 호이안 특유의 볼거리가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다낭에 가 본 사람들이 다음에 다시 베트남을 방문할 때는 호이안에만 머물러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는 ‘아, 나는 처음부터 호이안에서만 머물러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선지를 정하고 나니 이제는 항공권부터 기본적인 것들을 정해야 했다. 이미 여행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여서 오래 더 고민하고 끌어봤자 항공권 가격이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평소 잘 사용하던 사이트를 통해 바로 항공권을 알아보았다. 저녁 항공편이 많았기 때문에 오전 일정이 있는 날 일과 후에 떠날 수 있어서 하루라는 시간을 더 벌 수 있었다. 요새는 저가항공이 많아져서 그런지 다양한 시간대로 항공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낭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물가가 워낙 싸다보니 특히 숙박의 경우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저렴했다.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역시나 고민의 폭도 넓어졌고 날씨도 덥고 물가도 싸니 이곳에서 만큼은 좋은 곳에서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깥을 돌아다니는 시간보다 숙소에서 지낼 시간이 더 많을 것을 고려하면, 숙소의 중요성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객관적인 숙소의 가격이나 평점 자체보다 필자가 숙소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그곳에 이미 머물렀던 방문객들의 후기이다. 평점 자체가 높을지라도 개인마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나 숙소에서 이것은 꼭 있어야 한다,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하는 등의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사람들이 남긴 후기에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위생이 가장 중요하고, 조식의 퀄리티,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부대시설을 중시하는데, 예를 들어서 다낭에 있는 해안가 주변 호텔들은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주어서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다. 2년 전 쯤 키프로스 섬으로 여행을 갔을 때, 굉장히 작은 호텔이었음에도 쉽게 자전거를 구할 수 없는 마을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주어서 아기자기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소한 즐거움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 여행을 가면 매우 더운 시기라 거의 택시만 타고 다녀야하는 수준의 날씨인데, 그렇게 되면 자전거 대여 여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게 된다. 오히려 호텔 내부의 수영장과 같은 부대시설이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규모가 크고 화려한 인테리어의 호텔이라도 위생이 좋지 않았다는 후기가 보이면 바로 선택지에서 제외하고는 하는데, 특히나 여행을 가서 지친 몸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더럽다면 맘 편히 잠들지 못 해서 남은 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이 싫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다낭이 아닌 호이안에서 주된 일정을 보낼 예정인 만큼 밤 늦게 공항에 도착하는 당일만 다낭에서 머물고, 다음 날 오전에 바로 호이안으로 이동하여 지낼 생각이었기에 호이안 내에서는 숙소 이동 없이 같은 곳에서 지내는 쪽으로 계획을 짰다. 여행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숙소이기에 내 선택이 나쁜 선택이 아니기를 바라며, 항공권과 숙소까지 모든 예약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