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최저임금 인상과 문재인 케어 2019-07-17 06:00:50
오랜 진통 끝에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2.87%인상)으로 결정됐다. 2018년의 16.4%, 2019년의 10.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속도 조절론을 수용하고, 경제 위기 상황에 노사가 합심해 대처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노사의 반응은 엇갈린다. '저임금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아 총력투쟁 방안을 마련 한다'는 양대 노총과, '영세 기업, 소상공인의 바람인 동결이 안 되어 아쉽다'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의견이 있다. 임금을 결정하는 문제는 어렵다. 대한민국 임금 체계에는 주휴수당이 있다. 주휴 수당을 포함하면 2019년 최저임금은 1만원 이다. 현재의 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불만이라, 매년 최저임금 결정에 진통이 따른다. 최저임금은 노동 생산성, 기업의 지급능력 그리고 근로자의 생계유지 등 고려사항이 많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으로, 2년간 최저임금 30% 인상돼 경제에 부담이 됐다. 상가 공실이 늘었고, 일자리가 줄었다. 최저임금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고, 인간답게 살기위해 만들어진 최저임금. 취지가 좋아도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먼저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약속한 문재인 케어도 그렇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적극 찬성한다.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모든 의학적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선택 진료 폐지, 2인실 이상의 상급 병실료 보험 적용, 간호&8231;간병 통합서비스, 치매 국가 책임제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2년간 3600만명이 의료비를 2조 2000억 원 절감했다'고 한다. 의료비 걱정 없는 좋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지난 3월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삼성의료원에 방문했을 때,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환자가 많아 대기하는 시간은 었다. 그러나 최신의 검사 장비에 삼성의료원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며 2022년까지 매년 보험료를 3.2% 올리겠다고 했다. 가입자 단체는 '국민은 보험료를 매년 3.2% 올린다는 정부 계획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복지 예산이 급증하고 있어,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늘릴 여력이 없다'고 한다. 가입자 단체와 정부 모두 '추가 부담이 싫다'는 입장이면, 매년 3조 이상 재정 계획에 차질이 생겨, 2023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될 수 있다. 최저임금처럼, 문재인 케어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의료 제도를 지속 가능하면서도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처럼 보장성만 늘리면, 결국 재정 고갈이란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 의사로 살아가기 2019-07-15 06:00:50
중환자실은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순간순간 질병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환자와 의사, 간호사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현대 의학에서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의 기구들이 즐비해 있고 분, 초를 다투어 환자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중환자실에서는 하루에 한두번 20-30분만 면회가 허락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안타까움도, 환자의 지독한 외로움도 '치료'를 위해 견뎌내야 한다. 중환자실에는 폐렴을 비롯한 여러가지 원인으로 스스로 숨쉬기가 어려워져 입실하는 환자가 많다. 이렇게 숨을 쉬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나는 존재한다. 중환자실의 호흡기내과 의사로서.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는 시간을 다투는 환자를 돌보아야 할 뿐 아니라 수주에 걸쳐 환자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아주 조금의 변화에 기뻐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기다려야 하는 진료과이다. 숨을 쉬지 못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게 되면, 인공 삽관이라는 가느다란 튜브를 통해서 인공호흡기와 연결을 하고, 숨을 불어넣어서 하루를 또 하루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든다. 그리고 그 희망이 완성되는 순간(드디어 인공 삽관을 했던 튜브를 빼고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는 그 순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 의사의 임무는 어느 정도 끝나게 된다. 이때가, 드디어 다시 한번의 삶의 순간이 찾아왔음을 느끼는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의료진에게도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인공삽관을 했던 환자가 말을 하고 입으로 물을 먹고, 게다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모든 일들이 정말 대단한, 삶의 경이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4년전 겨울, 전공의 2년차 때 중환자실 수련을 하면서 마음먹었다. ‘아, 이런 경험을 평생할 수 있다면 의사로서 너무나 행복하겠구나'라고. 그러나 모든 환자가 이렇게 인공호흡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것은 아니다. 단 하루 이틀도 있기 어려운 이런 중환자실에 보통 보름이 넘게, 길게는 한 두달을 머무는 (인간의 삶에 대한 열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환자를 떠나 보내는 보호자의 몸부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요양병원과 중환자실을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환자들이 있다. 이 분들 중 많은 수가,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기계 호흡에 의존해야하루하루 아니 일분 일분을 버틸 수 있는 만성 호흡부전 환자들이다. 이 환자들은 분들은 숨이 막히는 고통을 참아내는 분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의식이 너무 명료하기 때문에 이분들을 지켜보는 내내 의료진의 마음은 너무나 아프다. '하루 종일 저 침대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얼마나 외로울까. 죽음이 다가오는게 얼마나 두려울까' 하는 생각이 늘 마음 속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걱정하는 나를 위로해 주는 환자분들 또한 그러한 만성 호흡부전 환자분들이다. 이러한 만성 호흡부전 환자들은 기관절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잃어버려 주로 필답을 하는데 "오늘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 손이 너무 차네. 나는 너무 걱정안해도 되"라고 손바닥에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기는 정말 힘들다. 스스로 숨을 쉬고, 두발로 서서 걷고 푸른 하늘을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고, 집에 가서 단잠을 잘 수 있게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과 그렇게 해드리지 못하는 의사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니, AI 의 발전이니, 하는 눈부신 미래가 펼쳐진 것 같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중환자실 한 모퉁이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미래는 14년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람이란 꿈을 가진 존재이다. 이제부터 나의 칼은 생명과 동시에 그 꿈을 구하리라." 189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스스로가 폐결핵을 이겨내고,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에서 헌신적인 의료 활동을했던 Henry Norman Bethune의 말이다. 중환자실의 호흡기내과 의사는 Henry Norman Bethune처럼 칼을 갖진 못했지만 환자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니 서로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청진기를, 숨을 대신해 쉴 수 있는 인공 호흡기라는 기계를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청진기와 인공호흡기로 중환자실의 환자에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 이외에도 어떤 꿈을 꾸게 할 수 있을까. 함께 할 동료가 없이, 반복되는 당직과 36시간 지속근무에도 또 자정을 넘기는 너무 힘든 일상이 반복되어 여기서 멈춰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때가 있지만, 오늘도 나의 손을 잡아주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 의사로서의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산부인과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2019-07-10 06:00:50
2년 전 인천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서 분만 중 태아사망사건으로 의사가 금고형을 받았으나,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끈질긴 투쟁으로 금고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경상북도 안동의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중 산모 사망사건으로 또 감옥에 가게 되었다. 과거에는 과실이 있다면 이에 대해 민사상의 책임만 졌으나, 이제는 형사상 책임까지 지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번 의료사고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접하지는 않았지만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자궁 내 태아조기박리로 인해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걸로 보인다. 이 질환은 산부인과 의사가 제일 무서워하는 응급상황으로 태반박리가 심하지 않으면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산부인과 의사인 나로서도 과거에 자궁 내 태반조기박리를 수차례 경험 했었는데, 바로 진단이 되어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가도 엄청난 출혈로 결국 수혈을 하면서 수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이 늦어지고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의사도 환자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의사는 선한 목적으로 진료행위에 임한다. 그리고 의료사고가 나면 가장 괴로워하는 사람은 의사다. 실제로 내가 아시는 분들 중에는 분만사고로 아예 분만을 포기하고 부인과 진료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진료를 방해하면서 그 지역에 안 좋은 소문이 나게 되면 결국 병원 문까지 닫게 만든다. 이런 고통스러운 의료사고를 일부러 내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위해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업이 본인 마음대로 잘 안되기도 하고 경찰은 범인을 잡으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사업이 잘 못 되서 회사가 망해서 직원들이 거리에 나 앉는다면 사장을 잡아가는가? 경찰이 범인을 놓치면 그리고 그 범인이 연쇄살인범이었다면 그래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구속되는가? 특히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진료행위를 할 때 더욱더 예민해지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잡아간다면 어느 의사도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다루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부인과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이런 뉴스가 터져 나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붙어있던 숨을 틀어막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산부인과 지원율이 턱없이 낮은데 그리고 산과로 개업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예 산부인과를 고사시키려고 작정하지 않는 한 이번 판결은 백번 잘 못된 것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인용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판사가 죄 없는 자를 무기수로 만들었을 때 그 판사는 당연히 구속되어야할 것이다. 그것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칼럼|문재인케어가 '문재인푸어'로 되지 않으려면 2019-07-08 06:00:50
정부의 자화자찬이 또 시작됐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 시행 2주년 성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약 3600만명이 의료비 혜택을 누렸으며, 구체적으로는 비급여의 급여화 1조4000억원, 취약계층 본인 부담률 경감액 8000억원 등 총 2조2000억원의 환자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의료비의 가계직접 부담금이 줄어들었으니 일단은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재난적 의료비를 해소하겠다는 당초의 선전과는 달리 대부분이 대형병원의 MRI나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의 급여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문제고, 앞으로 진행될 보장성강화 정책 역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나아가 문재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투입될 재원이다. 정부가 향후 5년간 투입할 42조원 중 절반은 현재 적립되어 있는 건보적립금 20조원이 들어갈 예정인데, 이게 그냥 남아도는 돈이 아니라는 거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 2000년 건강보험 재정 통합과 의약분업 시행 이후 큰 적자가 발생해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서 억지로 재정을 맞춰왔고, 의료수가 인상 억제를 통해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최근 10년 간 조금씩 적립해온 재원이라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이 보장성 강화를, 공급자들이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건보적립금이 남아있다고 마구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즉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 인구 및 기대수명 증가, 신약·신의료기술 증가, 의료서비스 욕구 증가 등으로 국민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 예상되는 바 여기에 들어갈 재원을 미리 적립해두는 것이니 함부로 꺼내 쓸 수 없다고 거절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2년 전 정부는 한순간에 말을 뒤집었다. 이전 10년 간 힘들게 쌓아놓은 적립금을 5, 6년 만에 다 쓰겠다고 한다. 이는 긴 겨울을 대비하여 창고에 저장한 쌀을 찬바람이 불기도 전에 술 담그고 떡을 쪄서 다 먹어치우겠다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영국 NHS의 교훈 자본주의의 효시인 영국에서 사회주의적 의료보험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ystem)가 시작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은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쟁 직후 피폐해진 사회 기반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영국 국민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노동당의 애틀리를 수상으로 선택했다. 이후 보수당도 버츠켈리즘이라는 타협을 통해 NHS를 비롯한 사회 복지정책을 이어나갔다. 문제는 재정이었다. 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당과 그 지지자들은 복지의 확대를 계속 요구했고 NHS는 1948년 시작 당시 약 4억4000만 파운드의 재정이 소요되었으나 2008년에는 약 1000억 파운드로서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10배 이상 증가됐다. NHS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 전반의 복지 증가로 인한 재정 적자, 잦은 노조의 파업과 실업률 증가 등은 이른바 '영국병'을 야기했다. 1979년 노동당의 5년 집권을 무너뜨린 마가렛 대처는 파업에 강경 대응하고 재정 지출을 줄이는데 성공하여 무려 20년동안 보수당 집권을 이룩했다. 그럼에도 1997년 노동당 토니 블레어 집권 이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NHS 예산은 영국의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국가 전체 예산의 거의 1/5을 여기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NHS는 의료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와 오랜 진료 대기시간, 유능한 의료진의 해외 유출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주도하는 관료들의 상당수는 영국의 NHS를 공부하고 이를 벤치마킹 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과연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쁜 우리 상황 영국 NHS와 비교하면 우리의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영국의 경우 우리보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둔화된 상태이며, 70년 간 제도운영 경험을 통해 적립된 재원을 한꺼번에 써버리거나 하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또한 NHS는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일차진료(Primary Care, PC))와 이차진료(Secondary Care, SC)를 구분하고 있고,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각 지역의 일차진료의사(General Practitioner, GP)들이 의료 이용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잉 수요를 줄이거나 합리적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NHS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의료기관이나 자선기관 등을 허용하여 일부 수요를 해소하고 있다. 작금 문재인케어의 경우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적립금 20조원을 몇 년 만에 다 써버리고 나면 이후에 늘어난 재정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대책이 없다. 급속도의 보장성 강화는 의료수요의 증가를 촉발시켜 당초 정부에서 추계한 재원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현재의 보장성 강화 플랜이 대형병원에 초점이 맞춰져있는데다 의료전달체계 역시 갖추어져있지 않아 의료비 폭증을 제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 도입부터 이러한 전달체계가 마련되지 못했고 이미 많은 전문의들이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어 NHS와 같은 문지기 제도로 가기는 어렵다. 다만 현행 제도 하에서라도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일차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나 각종 지원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그로 인한 재원의 소모를 악화시키게 된다. 더욱 황당한 건 보장성 강화에 찬성하면서도 아무도 비용을 더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보험료 인상에 반대했고, 기획재정부는 국고지원 확대를 반대했다. 이를 조율하고 중재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결국 지난 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험료 결정이 무산되었다. 당장 내년에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과 나흘 뒤 문재인케어 2주년의 '성과'를 발표한 것이다. 아무리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다고 해도 건강보험료가 임금이나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른다면 국민들이 만족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보험료를 낼 근로자들이 줄어들고, 보험료를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올라간다. 영국 NHS외에도 NHI(National Health Insurance)를 운용하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등과 그 중간 형태를 취하는 프랑스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성 강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국민의 3분의2가 가입하고 있는 민간(실손)보험을 통해서 부족한 보장성을 이미 상당부분 메우고 있다. 문재인푸어가 되지 않으려면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있다.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무리하게 은행 대출 등을 받아 자기 소득에 비해 훨씬 고가의 집을 구입했다가 그 이자에 치여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의 여러 사회보험 제도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보장성이 충분한 건강보험이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료나 세금이 들어가고 그로 인해 국가는 물론 가계에 부담이 된다면 그건 좋은 제도가 아니라 나쁜 제도다. 대통령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제도가 '푸어(Poor)'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첫째, 의료계와 충분히 상의하여 필수의료 위주로 의학적인 보장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보상기전이나 급여기준 마련을 통해 의료의 양적인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인 제고가 동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저출산·고령화 시대와 국민생활수준 향상에 따르는 의료이용 증가를 예상하여 충분한 재원 마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따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야 하고 수익자 부담의 원칙 또한 지켜져야 한다. 셋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단순히 의료비의 가계 직접부담만 줄여주는 것이 아니다. 의료서비스 이용자가 원할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적시성도 중요한 보장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칼럼|혈맥약침 제동 건 대법원 결정이 중요한 이유 2019-07-02 06:00:00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한의사가 환자에게 혈맥약침술을 하고 비용을 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인정부터 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혈맥약침술은 산삼을 비롯한 한약재에서 추출한 약물을 환자의 혈맥(혈관의 한의학적 표현)에 직접 주입하는 것으로 주로 암 환자에게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동안 알게 모르게 행해오던 한의사의 혈맥약침술(실제로는 정맥주사)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P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한의사가 암으로 입원한 환자 B씨에게 혈맥약침 등의 치료를 한 뒤 본인부담금 92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14년 8월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을 받자 심평원을 상대로 "혈맥약침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의 범위에 된다"고 주장하면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서울행정법원)은 혈맥약침술은 약침술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심평원의 과다본인부담금확인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서울고등법원)은 혈맥약침술은 약침술과 시술대상·시술량·시술부위·원리 및 효능 발생기전에 있어서 한방 의료행위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이 기존의 한의사의 약침술과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신의료기술평가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대상인지를 살폈다. 혈맥약침술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과 같거나 비슷하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아도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약침술로부터 변경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부위·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같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한의사가 환자에게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한의학계가 증빙자료를 만들어서 한의학적으로 혈맥약침술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계의 영역으로 조금씩 넘어와 한의사도 의사라고 주장하는 한의학계의 움직임에 좋은 경고적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혈맥약침술은 한의학계에서는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사실 이 시술은 의과계의 정맥주사에 해당한다. 한의대에서는 혈액채취와 정맥주사에 대한 내용이 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혈맥약침술과 약침술이 다름에도 원심은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수진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지급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혈맥약침술 사건 관련 혈맥약침의 위험성을 다른 형사 재판과정에서 증언한 이무열 중앙의대 교수는 "정맥으로 직접 투여하는 약물은 심장·폐·뇌에 즉시 직접 반응을 나타내므로 효과와 부작용의 중요성은 근육주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혈맥약침의 위험성과 퇴출의 필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혈맥약침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의견서를 제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의협은 "현재 시술되는 한방약침액 중에서 식약처에 의해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통과돼 품목허가가 이뤄진 의약품은 없으며, 그 효과를 차치하고 적어도 안전성에 관한 검증만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행 약침시술은 이미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정확한 해석을 통해 이번 판결을 내린 것을 보인다. 하지만 2심 판결과 같이 한의학계의 억지에 가까운 틀린 주장을 인정해 준 것은 불안요소다. 앞으로 상당히 많은 한의학과의 갈등 문제가 법정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중하게 법을 통해 시시비비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의학과 한의학의 구분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창간 칼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방향 2019-07-01 06:00:50
얼마 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제도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82.0%를 차지하였고,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향상되었다’고 응답하는 등 우리 국민 대다수가 건강보험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아프거나 다친 경우에 누구나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난 30년간 국민 곁에서 든든한 사회보장제도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그간의 보장성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최근 10년간 60% 수준에서 계속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며,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거나 적용되더라도 본인부담이 높아 의료비 부담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2017년 8월에 발표하였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건강보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대책 발표 이후 정부는 계획했던 다양한 과제들을 충실하게 이행해 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주요 성과로는 2018년 1월 ‘대학병원 특진’이라는 이름의 선택진료비를 폐지하였고, 상급병실료도 종합병원 이상의 큰 병원은 작년 7월에 2&8228;3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였고, 일반 병원과 한방병원은 올해 7월부터 적용할 예정으로 있다. MRI, 초음파 같이 꼭 필요한 검사나 응급, 중환자치료 등 필수적인 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도 단계적으로 확대하였으며, 노인 틀니 및 임플란트 부담 경감,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인하 등을 의료 취약계층의 부담 경감을 중점적으로 추진하였다. 올해는 1989년 7월 1일 전국민 대상 건강보험이 시행된 지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여러 선진국에 비해 건강보험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제도로 성장하였으며, 정부는 이제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남은 과제들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과도한 대형병원 이용 증가와 같은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당초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장성 강화 이후 환자의 의료이용 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지역 병의원은 경증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보장성 강화 대책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을 통해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 여건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하여 향후 추진될 보장성 강화 대책의 다양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의료인의 전문성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적정한 보상 체계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건강보험, 의료 종사자들이 만족하는 건강보험이 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포용적 복지 국가 실현을 위해 메디칼타임즈가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들 간의 소통의 도구로서, 때로는 따끔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 전국민 건강보험 30주년, 그리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2주년에 즈음하여 메디칼타임즈 창간 16주년을 축하하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전문언론 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응원한다.
|칼럼|안민석 의원의 막말, 정신병원에 대한 오해와 편견 2019-06-21 12:43:00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에 평안한사랑병원(정신과병원)의 허가 철회 과정에서 이동진 정신건강의학과 부원장을 향한 위협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지난달 17일 한 아파트 주민 공청회에서 "병원장이 소송을 하면 특별감사를 실시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 “일개 의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 가지고 자기 재산을 다 털어놔야 한다” 등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보다 앞선 15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났고, 병원 허가가 철회되기 이전인 18일 '병원허가 취소환영'의 현수막을 걸기도 하며 어떠한 권한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있다. 병원 개설 당사자인 이동진 부원장 집안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할아버지부터 3대에 걸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해왔다. 이동진 본인은 18년간 오산에서 한사랑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해오면서 오산 시민과 환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헌신해 온 분이다. 수많은 규제와 편견, 저수가 속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병동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 봉사에 가깝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 강제입원이 까다로워지면서 수많은 소규모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병동이 폐업을 하기도 해 그 결과 현재 정신질환자 입원 병상은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최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정신병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고들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안 의원은 국민을 무시하고, 의사 직종을 폄하했으며, 개인의 사유재산권를 침해하고, 소송결과에 대해 검찰수사 결과까지 미리 예단하면서 개인을 위협하고, 직권남용이 의심되는 언행을 했다. 여당의 중진의원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20일 대한의사협회는 안민석 의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신과 의원이나 정신병원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립서울병원이 지난 2008년 재건축 작업을 추진하려다 지역주민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고,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지역 주민의 반발로 정신병원 2곳이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수원시의 정신건강센터 설립 사업이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작년에는 부산 북구청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개설되는 것이 건물의 안전과 공동의 이익에 반하고,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개설신고 수리를 거부했고 대법원은 북구청의 개설신고 수리 반려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었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에 따르면 주요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 1년 유병률은 11.9%로 최근 일년 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470만 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평생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 중 22.2%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정신건강 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미국(43.1%), 캐나다(46.5%), 호주(34.9%)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지만 우울증약 복용률은 꼴지 수준으로 이런 것들이 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기 전에 우선 개념적인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이란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중독, ADHD 및 정신병 등을 모두 통칭한다. 그리고 정신질환 중 정신병은 대표적으로 조현병(정신분열병)과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를 뜻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100명당 3~4명은 정신병을 갖고 있다. 정신병 환자들은 과연 위험한가? 언론은 정신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앞다투어 자극적으로 보도해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높이고 님비(NIMBY)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 등 정신병 환자의 강력범죄율은 전체 강력범죄의 0.04%로 일반인 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에 입원하고 외래를 오는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들로 지역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조현병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받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환자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고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반대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환자들을 음지로 내몰고, 치료되지 않아 방치된 환자들 중 일부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또 하나의 큰 잘못은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규정하고 행동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정신병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있는데 이를 중재하고 바로잡아야 할 국회의원이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지자체와 국회의원조차 정신질환자와 입원시설에 대해 이렇게 편견과 차별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 정신건강종합대책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오산시 인구는 5월 현재 22만여명이다. 통계적으로 계산한다면 이 중 6000~8000여명이 정신질환 환자인데 오산시와 안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강제 전출시키거나 외딴 섬으로 격리시킬 것인가? 정신병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는 격리가 아니다. 정부도 선진국처럼 정신병 환자의 조기 발견과 약물치료, 지역사회복귀 및 지역사회내 정신재활을 치료의 우선으로 꼽고 있다. 동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해준 말이 생각이 난다. 사람들이 정신병에 걸리는 건 암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지 운과 확률의 문제일 뿐이라고, 그리고 정말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병원에 오질 않는다고… 정신과 입원병동은 혐오시설이나 위험시설이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안 의원의 언행에 대해 심한 유감을 표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칼럼|재활의료기관 제1기 본사업 지정기준 제언 2019-06-18 06:00:50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9년 6월 4일 오후 2시 서울성모병원에서 '본 사업 제1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설명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들의 지정기준이 발표됨에 따라 지정신청을 위해 준비했던 병원 및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예상외로 높은 진입장벽을 체감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병원 전체를 평가하겠다고 하는데 수가는 회복기 재활환자에게만 치료시간당 단위수가를 준다고 한다. 회복기 재활환자는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전체 입원환자 중 40% 이상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재활의료기관은 대부분 회복기 재활환자 비율이 30~40% 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전문재활을 중심으로 노인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기능수행으로 만성기 의료 공급체계를 구축해왔던 요양병원은 병원에 비하여 병상수가 많아 회복기 재활환자 비율을 40%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실정이다. 300병상 이상 대형 요양병원은 지정평가에서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과 요양병원을 똑같은 기준으로 상대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사업은 회복기 환자가 기능회복시기에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아 사회복귀율을 높이고자 계획된 사업이었다. 보건복지부의 로드맵대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30개소 병원(5천병상)을 지정하여 운영한다고 한다면 회복기 환자의 접근성이 제한이 되어 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가 없다. 병원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하기보다 병원 내 회복기 재활환자를 대상으로 평가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에는 조건부 지정(지정후 6개월이내 기준충족을 조건으로) 제도를 검토해보는 것도 제언한다. 2018년 12월 27일, 제 22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요양병원도 조건부 지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요양병원에서 병원으로 종별 전환을 하려고 알아봤더니 주차장 면적을 2배 확장해야하고 병상 간 간격 1.5m 이격거리 유지, 다인실을 최대 4인실로 축소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300병상 이상 대형 요양병원은 현 요양병원 기관기호를 재활의료기관으로 승계했을 때 병상 과다로 재활의료기관으로 전부 전환할 때 공실율, 인력퇴사 권유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명회에서 의료법인 사업자를 분리해서 신청하면 된다고 하지만, 일부 층만 분리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고 나머지 병상은 요양병원으로 운영하는 경우 신규 의료기관으로 개설허가를 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규 의료기관 시설기준은 병상 간격 1.5미터를 확보해야하므로 30%이상 병상을 축소해야하고 이에 따른 매출감소로 병원 경영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하고 재활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진입하고자 하는 요양병원의 노력에 귀 기울여 줄 필요가 있다. 재활의료기관으로 종별 전환을 하고자 하는 요양병원이 지정평가를 받도록 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을 주어 1년 동안 재활의료기관 지정에 필요한 조건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필요조건을 맞춘 요양병원이 병원으로 종별 전환을 했을 때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제안한다. 요양병원에서 매년 조건부 지정 제도를 신청하여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도록 제안한다. 300병상 이상의 대형 요양병원에는 기관 전부 재활의료기관 전환은 불가하므로 적정한 병원분리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유감 2019-06-07 06:00:10
방사선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간단한 골절 등을 한의사가 보기 위해서 라고 한다. 방사선 판독을 너무 쉽게 생각 한 것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동료에게 "환자를 마주하지 않으니 스트레스 없겠다"고 했더니 30년 판독만 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조금만 판독이 이상하면 주치의들에게 왜 이렇게 보느냐"며 항의성 문의 전화가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만큼 판독은 어려운 것이다. 필름에 '골절' '폐렴' '결핵'이 쓰여 있는 줄 안다. 우리나라 동네 의원들조차 방사선 촬영 장치 보유율이 단 20-30%에 불과하다. 방사선 촬영을 하지 않는 동네의원들은 필요한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의뢰를 한다. 한국에서 한방은 이천오백년 동안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의술이다. 이어져 내려온 고유의 전통 의술을 지켜내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면 한방이 철저히 전통을 지켜서 우리나라 고유 의술로서의 가치를 지켜나가게 하기 위해 전통의술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의료기기는 의학을 바탕으로 해서 의사가 사용하는 의료기기이다 한의사면 세금으로 지원받은 한의학을 바탕으로(사상체질 진단기, 맥 진단기 등)를 한방 현대의료기기를 써야 한다. 한의사들은 의사에게는 양의사 하면서 현대의학을 양의학이라고 부르면서 엑스레이, 초음파 같은 의료기를 양의료기기라고 부르지 않고 현대의료기기라고 부르면서 사용하려 한다. 한의사는 한의학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가진 사람이다. 의료 행위에는 진단, 치료가 모두 포함된다는 얘기다.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게 규제라고 주장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게 규제 철폐에 들어간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무지한 이야기이다. 규제와 면허를 구별하지 못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자에게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불합리한 규제인가? &8203;의사면허제도는 의사들을 잘 먹고 잘 살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본래 취지는 환자의 안전이다. &8203;의학을 제대로 배우고, 시험에 통과한 자에게만 환자 진료를 허용해 환자가 올바르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한의사는 한방으로 진료하고, 수의사는 동물을 진료하고, 의사는 현대의학으로 진료하라고 면허제도가 있는 것이다&8203; 의학과 한의학은 전혀 다르고, 환자를 본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전혀 면허범위가 다른데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운전면허 없이 말 타고, 마차 끌던 경력자를 버스 기사로 채용하는 꼴이다. 다 같은 선생인데 영어 선생이 수학도 가르치고, 물리 선생이 국사도 가르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방에서도 각종 보건학과처럼 현대의학을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배운다. 의사들도 치과학과 약리학을 배우지만 치과의사나 약사 노릇을 하겠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국민이 불편하다? 국민이 불편한데 운전면허제도를 없애고 누구나 자동차, 중장비, 비행기를 운전하게 하라. 의대도 없애고, 누구나 의사를 하게 하면 된다. 건강보험을 현대의학과 한방을 분리해라. 그리고 선택적으로 가입하도록 하자. 둘다 선택하려는 사람은 건강보험료를 더 내면 된다. 인류의 위대한 업적인 생명공학의 현대의학과 아직도 조선시대 동의보감에 얽매여있는 한의학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법은 의사 편이여서도 안 되고 한의사 편이여서도 안 된다. 국민의 편이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법 1년…죽음을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나 2019-06-03 05:59:47
여름의 태양이 작열하던 8월의 어느 날, 한 지방의 교도소에서 사십 대 중반에 장기수가 멈추지 않는 장출혈로 중환자실로 이송되어 왔다. 이미 응급으로 혈관색전술을 시행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출혈은 지속되었고 수술을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는 간경화 말기 환자였다. 수혈을 하고 지혈제를 쓰고 많은 방법을 동원하였지만 죽음의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막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그는 간성뇌증으로 의식을 잃을 것이고 혈압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호흡도 어려워 질것이고. 심장도 멎을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에게는 아직 병원에 도착하지 않은, 수년간 연락을 하지 않은 친형과, 가끔 면회를 오는 사촌 형이 있었다. 숨쉬기가 어려울 때 인공삽관을 할 것인지, 심장이 멈추면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지 그의 의식이 남아있을 때, 환자 본인에게 물어보아야 했다. 그러나 환자가 내게 먼저 말을 건넨다. “선생님, 저는 장기수 인데요, 오늘 갑자기 형(刑)집행정지가 되었어요. 조금 있으면, 가족들도 온다면서요? 너무 기뻐요. 정말 좋아요. 근데 왜 갑자기 … 형(刑)집행정지가 되었을지 선생님은 아세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지만 그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서 나는 말을 해야 했다. "저…환자분, 사실은 환자분 건강상태가 많이 안좋아요, 간경변 말기인데 소장에서 출혈이 의심이 되는데 안타깝게도 혈관 색전술도, 수혈도, 지혈제도 효과가 없습니다. 수술은 너무 위험해서 할 수가 없어요. 환자분 어쩌면 환자분 조금 있으면 숨쉬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또… 더 악화되면 심장이 멎을 수도 있어요." 나는 너무나 무서운 말을 나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형(刑)집행정지로 풀려난 것이 마냥 기쁜 한 인간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선생님 심장이 멎으면 내가 죽는다는 건가요? 진짜예요? 내가 죽는다는 게? 진짜 내가 죽는다고요?" 나는 망설였다. 이 환자를 인공삽관 하고 심폐소생술을 한다면… 그 끔찍한 상황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냥 "네, 안타깝지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환자분께서 상태가 나빠지면, 호흡이 나빠지면 인공삽관 하실 것인지, 심장이 멈추면 심폐소생술 하실 것인지 결정해주셔야 해요, 지금은 간경변 말기고 출혈이 계속되고 있어 인공삽관이나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혈소판이 1000개도 안되기 때문에 가슴압박을 하게 되면…" 나는 환자를 바라볼 수 없었다. 환자는 말을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 사촌형이 오면 이야기 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제발 그가 깨어 있는 동안 사촌형이 도착하길 간절히 바랬다. 다행히 얼마 안되어 사촌형이 도착했다. 한참을 이야기 하고 환자가 나를 부른다. "결정하셨어요?" "네. 선생님 저. 편하게 죽을래요. 꼭 죽어야 하는 거라면요. 근데 한가지 소원이 있어요. 제 소원이 가족이랑 밥한번만 같이 먹는거예요. 그건 할 수 있지요?" 그는 아무리 산해 진미가 차려진다 할지라도 먹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당연히 되지요"하고 침대 앞에 붙어 있던 NPO(금식) 스티커를 떼주었다. 점심 시간에 사촌형 내외는 그를 위해 죽을 사왔고, 그를 위해 근사한, 마지막 상을 차려주었다. 그는 당연히 한숟갈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그는 쓸쓸히 중환자실 한 모퉁이에서 삶을 마감하였다. 나는 그에게 죽음의 소식을 전하고 며칠간 우울함에 빠져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환자에게 죽음을 이야기 하기 어려울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연명의료결정법 1년이 지난 후 중환자실 의사로서 견해를 써달라는 기자분의 말씀을 듣고 좀 망설였다. 어떤 이야기를 담는 것이 가장 좋을까. 나는 중환자실 의사로서 연명의료결정시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적용에 대해서는 많은 한계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1.환자의 최선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 사회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되고, 보호자가 환자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최선의 이익이 보장되기 어렵다. 2. 중환자는 말기 암환자와는 달리 갑자기 나빠져 내원하는 경우가 많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환자가 생존할 것인지, 사망할 것인지 예측이 어렵고, 언제 사망할 것인지 예측은 더더욱 어렵다. 3. 경제적 상황, 가족들의 심적 부담이 연명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러한 점들이 연명의료결정법을 현실에 적용하는데 많은 방해요인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의료인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죽음에 대해 환자에게 직접 말하는 일이었다. 나는 묻고 싶다. 우리가 &8211;의료인이, 환자가, 환자의 가족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각자의 죽음에 대해서 논의할 준비가 되었나 하는 것이다. 가정 산소에 의지해서 집안에서만 계시던 82세 만성폐쇄성 폐질환 할아버지가 폐렴에 의한 패혈증 쇼크로 입원했다. 할아버지의 가족은 약물치료를 제외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조금씩 경과가 좋아졌다. 할아버지는 나만 보면 매일 묻는다. "나 정말 일년만 더 살고 싶어. 집에 갈 수 있지?" 이렇게 묻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그분의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 "할아버지께서는 가정 산소를 이미 오래 하신 말기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여서 죽음을 준비해야 해요, 숨을 못 쉬게 되면 인공 삽관 하실 거예요? 그러면 인공 삽관 제거가 힘들고…" 라는 말 대신에 오늘도 나는, "당연하지요, 숨 크게 크게 잘 쉬고 기침 잘 해서 가래 잘 뱉으면 얼른 집에 갈수 있어요. 집에 가서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어요. 얼른 나아요. 우리." 라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아직 의료인조차, 죽음에 대해 환자와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환자에게 직접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겪게 되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료받을 길이 없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이 지났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연명의료 중단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명의료중단의 문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환자의 자기결정을 중심으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된 것은 의료분야의 결정과정에 환자가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삶에 대해, 죽음을 향해 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한 인간이 죽음을 마주할 때, 삶에 대한 애착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히 생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할 수 있는지를. 연명의료결정법의 성공적 시행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죽음의 결정과 관련된 성숙한 문화적 성장이 가능해야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