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키노나주 임상 2상 결과 보도의 문제점 2021-01-18 05:45:50
셀트리온이 드디어 코로나 항체치료제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비교적 예상했던 대로인데(항체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도 내용이 조금 과장된 점들이 있어서 간략한 결과 요약 및 몇가지 문제점를 짚고자 한다. 먼저 이 임상시험은 2상으로서 307명의 코로나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204명은 치료제를 투여받았고, 103명은 위약을 투여받았다. 참고로 미국 FDA에서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을 받은 릴리의 항체 치료제는 465명, 리제네론은 79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부분의 보도 기사에 따르면 이 치료제가 중증으로 가는 발생률을 54% 감소시켰고,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군에서는 68% 감소시켰다고 돼 있다. 그런데 코로나와 같이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질환에서 이런 방식의 데이터 제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서 치료군에서 중증 환자가 1명 발생하고, 위약군에서 2명이 발생하면 이 또한 발생률을 50% 감소시킨 것인데, 이런 경우 50% 감소시켰다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에서는 적절한 통계기법에 의해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는가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셀트리온 보도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환자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은 치료군 9명/204명(4.4%), 위약군 9명/103명(8.7%)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전체적으로는 중증으로 가는 발생률을 줄이지 못했다. 그런데, 50세 이상의 폐렴을 동반한 중등증 환자에서는 치료군 7명/80명(8.8%), 위약군 9명/38명(23.7%)로서 p value 0.0418 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그러므로 제한된 환자군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을 감소시켰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령을 정의하는 65세 이상에서의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았는데, 같이 제시하는 것이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로 제시된 유효성 지표는 임상적 회복에 걸린 시간인데, 치료군은 평균 5.4일, 위약군은 8.8일로서 약 3일 가량 단축됐고,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에서는 약 5~-6일 단축됐다는 점이다. 이는 데이터적으로는 분명한 효과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회복에 까지 걸리는 시간은 환자간 차이가 매우 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체 치료제에 매우 신속한 반응을 보인 소수의 환자들로 인해 전체적인 중앙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중앙값을 비교한 경우 데이터의 distribution plot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회복까지의 시간이 빠른 점이 실제 방역 현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 치료제로 가장 먼저 허가된 렘데시비르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입원한 환자의 회복까지 필요한 시간이 약 5일 정도 단축된 효과로 정식 허가됐으나, WHO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또는 입원 기간 감소와 같은 실제적 효과는 없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외래 환자의 회복까지의 시간 단축이 실제 방역에서 병상순환율 등 의료시스템의 부하를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을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또 본래 셀트리온 임상2상의 주요 1차 유효성 지표 중 하나는 바이러스의 음전율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으며, 몇 개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러스 음전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서 식약처와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답변이다. 임상시험을 디자인할 때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에 대한 정의(definition) 없이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을 마치고, 이 지표에 대한 정의를 다시 의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릴리의 항체치료제의 경우 바이러스 음전율에는 영향이 없었으나 이로 인해 효과가 저평가되지는 않았다. 요즘은 약물의 효과를 전체적으로(comprehensively)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일부 1차 유효성 지표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개발에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결과 그 자체를 정직하게 소통하면 된다. 정리하면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는 릴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와 유사하게, 중등증 코로나 환자에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을 줄이는데 일부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임상디자인이 미국 등의 실정에 맞게 계획된 점이다. 이 3가지 항체치료제 임상2상은 디자인이 모두 입원하지 않고 산소 치료를 받지 않는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는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 확진자를 동네 의원에서도 진료하고 있기 때문에 외래 베이스의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진료현실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는 항체치료제를 2상 결과에 기초해서 허가하지 않았다(조건부 허가도 하지 않음). 긴급사용승인만 했다. 이는 2상 결과가 조건부 허가를 할 만큼 현저하지 않으며, 정식 허가를 위해서는 3상 결과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폐렴이 있는 50세 이상의 중등증 코로나 환자는 거의 모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3,000여명의 코로나 환자 치료 데이터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는 13.2%가 산소치료 혹은 인공호흡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진료 현실에서 50세 이상 폐렴을 동반한 코로나 확진자는 외래 치료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이 임상시험의 결과를 그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입원해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 입원 및 산소 치료에 의문의 1패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항체치료제의 허가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승인 또는 허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식약처는 raw data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이 부분은 식약처의 능력에 별로 신뢰가 안간다. 차라리 raw data 검증 경험이 있는 전문 CRO에 맡기길 바란다). 또 타 항체치료제와 유사한 정도이지, 조건부 허가를 할 만큼 현저한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조건부 허가보다는 미국 FDA의 긴급사용승인과 유사한 제도를 활용해 승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대로 임상시험의 적응증이 우리나라의 진료현실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항체치료제의 특성 및 우리나라의 진료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적응증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 집단감염시 상급병원의 과부하로 이송이 어려운 경우 초기 대응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항체치료제는 코로나 항체 음성인 경우 더 효과가 높으므로(리제네론 항체치료제 데이터), 코로나 확진 초기 항체 음성인 경우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약물 사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의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오지 않은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이는 셀트리온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바이러스 질환에서 항체치료제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나치게 선전을 많이 해왔다. 가끔 정부가 셀트리온의 홍보대행팀인가 싶을 정도로 회사의 발표보다 정부의 발표가 더 많았다. 만약 결과까지도 조금이라도 과장해서 해석한다면 이는 과학의 영역에까지 국뽕이 개입하는 것으로서 결코 셀트리온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기로 항체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셀트리온은 그냥 셀트리오니즘으로 놔두자.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With 코로나19, 급변하는 헬스케어 따라잡기 2021-01-11 05:45:50
2020년은 코로나 19로 시작하여 코로나 19로 끝난 한해였다.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한 혼란 중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한해이기도 했다.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해 보면 마스크의 착용 유무 외에도 비대면 서비스의 확장,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 집중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실제 이 분야에 대한 투자액과 투자건수를 보아도 증명이 되고 있다. 락 헬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액은 총 94억 달러로 2018년의 82억 달러를 갱신했고 투자 건수 또한 22% 증가하였다. 비대면 서비스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이미 변화가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오프라인 학회 개최가 어렵다 보니 온라인 기반의 학회가 시작되었다. 청중이 없고 방송장비만 있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발표자들은 강의를 해야 했고 온라인 학회 참여자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그 강의를 듣고 강의 후 실시간으로 질의 응답들이 이루어 졌다. 비대면 회의들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색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국가간 장벽을 넘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는 진료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19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인 전화 상담과 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시작된 이후 7개월 간(2020년 2월부터 2020년 9월) 77만 3천건의 전화 상담과 처방이 이뤄졌고 지금도 이를 분석하는 여러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 외에도 코로나 19 진단 키트 업체들의 급성장, 인공지능(AI) 기반 임상 의사결정 도구들의 점진적인 도입 증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 증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 증가, 바이오 테크 기업들의 라이센스 아웃 계약 증가 등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빠른 헬스케어 변화의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의사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닥터스 바이오 헬스케어' 포럼만 예를 들어도 630명이 넘는 의사들이 새로운 헬스케어 지식과 흐름을 같이 공부하고 있다. 의대 교수, 개업의, 봉직의 이면서 바이오 스타트업, 디지털 헬스케어의 스타트업 대표로 근무하는 의사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뿐만이 아닌 이러한 스타트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엑셀러레이터(AC)의 투자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의사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변화를 따라잡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의사들은 헬스케어 영역의 전문가이다. 전문가로서 국민들에게 해가 예상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옥석을 구별해서 알려야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등 아직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검증하고 논문으로 알려야 한다. 그것이 헬스케어 변화 따라잡기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 닥터스 바이오헬스케어 포럼 김준환 공동대표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교수이자 DHP(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코로나 백신 확보 허둥지둥 "선택과 집중해야" 2021-01-04 05:45:50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 대책이 늦었다. 정부가 좋아하는 OECD 데이터에 따르면(공공의대를 밀어붙일 때 OECD 데이터를 활용),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는 OECD 37개국 중 34위라고 한다(12월22일 기준). 이는 정부가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백신 확보를 하고 있지 않다가,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임상결과가 예상외로 빨리, 그리고 매우 양호하게 나오고, 미국과 유럽에서 백종 접종을 시작하게 되자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백신 확보 전략이 우려스럽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확보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코박스 퍼실리티 1,0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화이자 1,000만명분이다. 즉,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확보를 뒤늦게 한 것은 정부의 실책이나, 늦게 시작할 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예를 들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다양한 백신을 인구의 여러 배 이상 확보한 것은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두가지에 몰빵했다가는 망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2개의 백신이 성공한 상태에서 백신 확보를 시작했다(물론 논의는 그 전에 시작했겠지만 계약을 기준으로). 그렇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배제하고 안전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늦게 시작하는데,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이 있다면 전체적인 코로나 방역 대책 수립에도 혼란이 오고, 국민들의 불안도 가중될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확보한 백신들에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너무 많이 있다.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어떤 백신이 언제 공급될 지 결정이 되지 않았으며, 얀센은 아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당연히 그 결과를 모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의 MHRA는 승인을 했다고 하지만, 대표적 규제기관인 미국의 FDA와 유럽연합의 EMA는 승인하지 않았고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용법/용량이 확증적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 백신을 승인할 때 용법/용량을 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는 Lancet에 발표한 중간 분석 결과를 정리한 필자의 칼럼(2020.12.14.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2~3개월 뒤 2차 접종을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은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영국 또한 이를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2차 접종을 마치고 2주 뒤) 사실상 1분기가 소요된다. 즉, 1분기를 까먹고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분기에 맞는 것과 모더나 백신을 2분기에 맞는 것이 실제 백신 효과가 있는 타이밍상 유사한 것이고, 게다가 효과는 모더나 백신이 더 좋다. 이는 모더나 백신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정부의 계획대로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백신을 나누어 공급하려고 할 때 운송 체인을 아스트라제네카는 냉장 체인, 모더나는 -20도 냉동 체인, 화이자는 -60도 이하 냉동 체인 이렇게 3가지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화이자 백신의 경우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접종이 불가능하고, 소수의 접종 센터를 별개로 지정해야 되서 백신 접종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냉동 체인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고, 과연 냉장 체인조차 제대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60도 냉동 체인이 잘 구축될지도 의구심이 든다. 더군다나 화이자 백신의 공급시기는 여름으로 추정되니 말이다. 냉동체인 구축에만 수백억이 들 가능성이 있고, 나중에 다른 용도로 쓸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과연 이렇게 하는게 효율적일지 검토가 필요하다. 모더나의 경우 -20도 냉동 체인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일반 냉장고의 냉동고가 -20도 냉동고이기 때문에 표준온도계 등으로 냉동고 정도관리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백신의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필자가 칼럼을 쓰는 오늘(2020.12.31) 국내 회사가 모더나 백신의 위탁 생산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위에 언급한 여러 사항과 오늘의 뉴스를 종합해서 고려할 때 모더나 백신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필자는 모더나라는 회사를 코로나 때문에 처음 알게 됐고 아무런 conflict of interest가 없음을 밝혀 둔다. 스포츠 경주에서 계주는 역전의 묘미가 있다. 1등으로 출발한 팀이 최종 우승자가 되는 경우가 오히려 별로 없다. 때론 경주자가 넘어져도, 심지어 바톤을 떨어뜨려도 역전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힘을 믿는다. 다만 정부의 시나리오가 불안할 뿐인데, 정부가 차분히 선택과 집중을 잘 해서 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년칼럼|With코로나19, 미래의료 어떻게 바꿀까 2021-01-04 05:45:50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의료서비스의 수요를 폭증시키고 백신, 치료제 등의 제약수요도 폭증시켰다. 그러나 특정 감염질환에 대한 수요이기에 격리병동, 중환자실 등 특수시설은 모자라고 기존 질환자들의 병의원 방문 기피현상으로 특히 의원급 환자의 급감으로 인해 의료분야도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변하지 않으면 붕괴가 될 수밖에 없다. 신속함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엄격한 규제가 일반적인 백신 및 신약개발 정책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병의원의 타격은 경증환자의 병의원 방문 기피 현상으로 대형병원은 20% 정도의 환자 감소로 인한 적자가 발생하였으나 개인의원은 평균 50% 정도의 매출 급감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의 환자감소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 감기, 독감 등 호흡기 감염질환자들의 비중이 컸는데 국민의 생활방역으로 급성 호흡기 감염환자가 준 대다가 고열, 기침 등의 증상이 코로나19와 구별이 어려워 증상이 있을 경우 개원의 방문 이전에 보건소 등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완료하고 음성이 나와야 진료가 가능하여 개점 휴업상태에 가까워 의원 운영이 심각한 상태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몇몇 병원은 코로나19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하거나 병실에 입원하여 응급실 또는 병원 전체 폐쇄를 경험하였다. 이후 병원 건물 밖에 코로나19검사 임시 시설을 구축하여 고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사전에 감염 확인을 한 후 병원 안으로 진입을 허용한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이 많다는 것이 알려진 현재 이 방법도 완벽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는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응급상황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필요함을 뜻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원격의료 반대에 부딪히자 비대면 진료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원격의료는 고가의 장비와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상업적 영리가 개입하지만 비대면 진료는 통신 수단을 이용한 1차 의료기관 중심의 기존 의료체계 내에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3~5년 지속된다면 현 체제로서는 개인의원의 존립이 어려워져 결국 적절한 선에서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한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적 경제를 불황으로 빠뜨리고 있어서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을 곤혹하게 하고 있어 10개월 만에 신속 임상시험과 허가를 승인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안정성을 중시하여 엄격했던 의약품 규제 제도의 유연한 변화는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여러 제약회사가 동시에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이 신속히 이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렘데시베르가 에볼라 출혈열 창궐이 사라지면서 임상시험이 중단되었는데 이를 개발한 길리어드 사이언스 회사가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행하여 회사가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부작용이 강해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였는데 일부 환자에서 입원기간을 단축시켜 치료제로 미국 FDA가 긴급사용승인 조치를 하였다. 이 정도의 효과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승인되기 어렵지만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이어서 신속허가를 하는 제도를 이용하였다. 그 외에도 줄기세포 등 새로운 치료가 응급임상시험 승인 및 다른 치료법이 없는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목적사용승인이 되어 신약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이는 국민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여 빠르게 신약이 개발될 수 있는 규제 정책에도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역사적으로 경험해 오던 수많은 질병 중에 하나다. 지금까지 인류는 특별한 과학지식 없이도 극복을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따랐다. 현대는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희생을 줄이면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이러한 팬데믹은 그동안 탐욕에 빠진 제약회사와 이들을 규제하던 국가의 비효율적인 신약개발 과정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공공적 협업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칼럼|2021년부터 쉬는 날이 늘어납니다 2020-12-31 05:45:50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中 - 제가 좋아하는 수필의 한 구절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는 셈인데, 이토록 밥벌이가 서글프고 힘겨웠던 건가요. 저 역시 월급쟁이 시절을 거쳐 이젠 조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올 한해 빨간 날이 며칠 정도 있는지, 이번 달에 주말과 붙어있는 빨간 날이 있긴 한 것인지 자연스레 달력을 확인하는 걸 보면 밥벌이의 비애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휴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가오는 2021년은 근로자에겐 꿀맛 같은 휴일이 더 늘어나는 경사스러운 해이고, 사업주에겐 늘어난 휴일만큼 줄어든 근로일에 업무처리 방식을 어떻게 효율화해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숙제를 받아든 해입니다.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3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화되기 때문입니다.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내후년부터 법정공휴일 의무화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도 미리 법정공휴일 의무화에 따라 달라지는 점들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쯤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적으로 쉬는 날이었지, 언제 쉬는 날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볼멘소리하는 원장님들이 있을 줄 압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하도 많다보니 법정공휴일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먼저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법정휴일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유급휴일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1주 소정근로일(근로하기로 약정한 날)을 전부 출근했을 때 부여되는 주휴일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법령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매주 돌아오는 주휴일과 1년에 한 번 맞는 5월 1일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공휴일은 법정휴일과 사뭇 다릅니다.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상관없는 법에서 정한 공무원 휴무일을 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태 잘못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구정&12539;추석&12539;크리스마스 등 달력상 빨간 날에 당연하다는 듯 휴무를 가졌는데 사실은 공무원에만 해당하는 휴무일 뿐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별 상관없는 날이었던 셈입니다.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은 명칭에선 한 끗 차이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 그 이상입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해 민(民)보다 관(官)이 주도했던 경제개발계획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를 갓 넘겨 겨우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 빠른 경제부흥을 달성하기 위해 골몰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의 정책사업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우르르 움직이던 시절이다 보니 행정업무 처리를 하던 관공서와 대관 업무를 보며 사업을 일궜던 기업들은 어깨동무하며 한 걸음씩 내딛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관공서가 열지 않는 법정공휴일에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게 된 게 아니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작용한 탓도 있습니다. 구정&12539;추석 같은 민족의 가장 큰 명절에 다른 기업 근로자들은 부모님과의 상봉을 위해 서둘러 시골에 내려간다는데 한줌 제 이익 차리겠다고 근로자들에게 일만 하라 강요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공장 불빛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던 시절인데, 그날마저 일개미가 되라고 쉽사리 얘기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하등 상관없는 날이었지만, 관행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기업 근로자들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가졌던 탓에 법정공휴일은 쉽사리 연차휴가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소정근로일에 해당하는 법정공휴일에 다 같이 쉬면서 임금을 받다보니 이는 연차휴가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고, 기업에선 잔여 연차휴가일수를 줄이기 위해 법정공휴일에 휴무할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 겁니다. 1년에 법정공휴일이 10~15일 정도인데 결국 모든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면 남은 연차휴가는 겨우 2~3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여름 휴가철에 소진시킬 수 있으니 결국 근로자가 날짜를 지정해 가는 연차휴가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간에 기업은 이를 합법적으로 적극 활용했고, 근로자는 남들과 똑같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갖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관행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2021년부터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정공휴일은 의무화되었고, 이는 유급화의 다른 말입니다. 법적으로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이지요. 이 날을 연차휴가로 간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의무화된 법정공휴일에 근로를 해야 한다면 먼저 근로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향후 1.5배에 해당하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물론 휴일근로수당 대신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빡빡한 병원 스케쥴을 감안한다면 쉽진 않을 겁니다. 부담감이 물밀 듯 밀려오나요? 그게 정상입니다. 그래야 미리 대비할 수 있거든요.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씩씩하게 말을 들어 조금이라도 일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최근 이슈된 안내염 발생시 대응 방법 2020-12-28 05:45:50
최근 안과 수술에 사용하는 OVD(점탄물질)의 오염으로 인하여 일부 환자들에게 안내염이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특정 제조사의 특정 제조번호 제품에서만 오염이 있었기에, 오염된 히알루론산나트륨을 사용한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운이 없게도 이 제조번호의 제품을 공급받아 수술에 사용한 병원들에게 닥친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안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오염된 물질로 인해 안내염이 발생할 경우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고, 단시간 내에 치료가 잘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에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를 받으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고, 병원의 입장에서는 오염된 치료재료를 공급한 제약사에 책임을 떠넘기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염된 치료재료를 사용하여 수술을 한 것은 제약사가 아닌 병원이기 때문이다. 즉, 나중에 병원이 제약사에 구상을 청구할지언정, 환자는 일단 병원에 대하여 1차적인 배상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하지만 우리 민법 제750조 손해배상의 법리상 의사에게 고의·과실이 없는 상태에서 배상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에서도, “백내장 수술 후 안인내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예방적 점안 항생제 사용, 질 좋은 인공수정체 사용, 수술 시 소독 및 무균조작, 수술 시 살균소독제의 결막낭 내 점안, 술전 및 술후 항생제 결막하주사 및 술중 사용하는 수액에 항생제 첨가 등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피신청인은 이 사건 수술 4일 전 소독을 위한 점안액을 5일치 처방하고 수술 당일까지 계속 점안하도록 지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수술에서 사용된 인공수정체는 감정결과에 따르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게다가 피신청인은 안인내염 예방을 위해 절개창을 한 바늘 봉합(봉합을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한데 봉합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봉합한 경우가 외부로부터의 감염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고 함)하였고 수술 다음날 촬영된 사진을 볼 때 그 봉합은 잘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및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독 및 무균조작을 소홀히 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안인내염 발생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보인다.” 라면서 주의의무 위반을 부정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일선에서 환자와 마주하며 하소연을 듣고, 배상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매몰찬 이야기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오염된 OVD(점탄물질)을 사용하여 환자에게 안내염이 발생한 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없음을 알면서도 도의상 치료비를 배상해주고, 위자료를 얹어서 합의까지 해준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응 방법 그런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은 존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하는 것은 늘 좋은 선택이다. 합의를 할 때 자문변호사 등이 합의를 대리해 주는 경우도 있는데, 환자의 성향에 따라 변호사가 나서면 합의가 쉽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돋우기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잘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측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가 불가능하고, 진료에 차질을 빚거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라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하거나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서 대화 채널을 변경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이 명확할 경우에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분쟁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으니 합의가 되지 않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절차다. 이런 조정절차가 원활하게 마무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법원이나 경찰서를 통하게 될 때에는 미리 진료기록과 소견서, 협회의 조사 자료, 뉴스 기사 등을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분쟁이 종결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의사가 본 정경심 재판…"사실이 사실의 권위 찾아" 2020-12-28 05:45:50
어제(12월23일)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결과가 발표됐다. 입시비리 관련 공소 사실에 대해 모든 혐의가 인정됐다. 작년 9월 당시 대한의사협회,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등은 입시비리에 대해 조민씨의 퇴교를 요구했고, 5천명 이상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서명했다. 그 긴 시간이 지나 비로소 일단락된 것이다. 재판 결과가 발표된 후 어떤 분이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찾는데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지만,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보다 더 권위가 있는 뭔가가 있다는 현실이 말이다. 필자는 2019년 7월부터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 등에 대해 1인 시위를 했다. 내부에서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크게 문제 제기한 것 중 하나는 의약품의 시판 후 안전관리 정보의 핵심인 PSUR(Periodic Safety Update Report)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검토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FDA, 유럽의 EMA 등의 시판 후 조치를 그대로 copy & paste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PSUR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필자가 1인 시위 후 의약품심사부장에게 가장 크게 항의한 내용이기도 했고, 그 자리에서 의약품심사부장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인정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약처는 공식적인 답변서에는 PSUR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 때 필자는 참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니! 이런 사람들과 무슨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2019년 9월 식약처는 필자에게 3개월 정직 징계를 내리고, 그 뒤에는 해고했다. 징계 사유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했다 등이었다. 필자가 훼손했다고 하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는 과연 무엇일까? 진실을 가리고 조직을 보호하는게 공무원의 품위인가? 2019년 10월 필자는 명백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식약처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3일간 검찰에 가서 고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고, 증거자료를 정리해서 모두 제출했다. 그런데 검찰이 (아마도 바빠서겠지만) 필자의 고발 건을 경찰로 넘기더니 올해 8월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필자가 요청해 받은 경찰의 수사 내용은 고작 몇 페이지에 불과했고, 피고발인이 얘기하는 내용을 그대로 몇 줄 받아 적은 것이었다. 그 수사보고서를 보면서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서 검토 매뉴얼이 생각났다. '무엇을'만 있고, '어떻게'가 없는 매뉴얼을 보면서 초등학교 과학실험계획서도 이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부실한 수사보고서를 보면서 마피아 게임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발인의 고발 내용을 확인하는 수사가 아니라 피고발인이 얘기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을거라면 수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식약처와 경찰이 한통속이 아니라면 말이다. 2020년 국정 감사에서는 리아백스주의 부실한 허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허가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리아백스주 회사인 젬백스로 이직하고, 허가 보고서 자체가 없는 등 수상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이에 식약처는 내부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발표가 없다. 필자에 대한 내부 감사는 3일만에 끝냈던 식약처가 말이다. 문제를 제기했던 국회의원도 더 이상 follow-up을 안하는지 추가 조치가 전혀 없다. 이러는 사이 젬백스는 정부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이제 놀랍지는 않지만 여전히 화는 난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문제 제기하기만 하고 follow-up을 하지 않을 때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칼을 잠깐 빼서 칼 자랑만 하다가 칼집에 도로 꽂는 문제제기라면 차라리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 칼에 헛된 희망이라도 갖지 않도록 말이다. 식약처는 필자가 1인 시위를 통해 요구한 임상시험 중 안전성 정보인 DSUR(Development Safety Update Report) 검토에 대해서 2020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제 2020년이 1주일도 안남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실리콘겔 유방 시술 후 발생하는 역형성 림프종에 대해서 환자등록연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나 감감무소식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필자가 식약처에서 일하기 전까지 필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다. 사실이 힘이 있는 사회였다. 그러나 식약처에서 일하면서, 징계와 해고를 받으면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사실보다는 거짓말이, 조작된 위조가 더 힘 있는 사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말이다. 사실과 진실이 힘이 없다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다. 거짓이 힘있는 사회에 무슨 소망이 있겠는가? 이런 필자에게 사실이 사실로서의 권위를 찾은 어제의 재판 결과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아마도 필자에게뿐만은 아니었으리라. 2021년, 사실의 힘을 믿고, 더 열심히 싸우자고 스스로를 격려해 본다. Happy New Year!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관한 합리적 회의 2020-12-28 05:45:50
대부분 동료 의사들은 한방 의료와 정책에 관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우리 주변의 다른 직업, 예를 들면 약사나 간호사 같은 직업에 관해서 가지는 정도의 관심일 것 같다. 의사들은 스스로 의사와 한방은 완전히 다른 직업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방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의사처럼 생각하고, 의사처럼 말하고, 어쩌면 스스로를 의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평소 정부의 한방 정책에 관심이 없고, 한방협회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무시하다가 뭔가 의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터지면 그 때 비로소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라며 탄식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의사들이 크게 탄식할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소위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이란 것은 공보험의 급여화 원칙을 조금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보험에서 유효성, 안전성 그리고 비용효과성 등이 불분명한 행위를 1년에 500억원이나 들여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발이야 어떻든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한방 측의 열기는 매우 뜨거워서 불과 몇 일만에 9천 여 곳의 한방 의료기관이 시범사업 참여 신청을 하고 전국에서 1만2천명이 넘는 한방치료 종사자들이 관련 교육을 이미 수료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한방 종사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일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보험 재정이 매우 부족한 한국에서 특정 비급여 의료행위의 급여화라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급여 행위인 경우에는 환자와 의료기관의 개별적 계약과 만족도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시술할 수 있지만, 급여화 되면 모든 것이 세밀하게 정의되고 그 정의와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설령 환자는 매우 만족하더라도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다는 오명(汚名)과 함께 환급 환수를 당하게 된다. 의사들의 영역과 한방 영역을 비교해서 몇 가지만 살펴봐도 한방에서 급여화 이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매우 많아 보인다. 예를 들면, 조제-탕전이란 행위를 한 번 세분화해서 살펴보자. 한의원에 들어가는 첩약의 원료 한약재를 검수하고, 약장에 넣어서 관리하고, 처방된 원료 한약재를 약장에서 꺼내고, 그 원료 약재들의 무게를 재고, 섞고, 탕전기에 넣고, 탕전기의 시간과 온도 등을 설정하고, 스위치를 누르고, 탕전이 끝나고 나온 시꺼먼 액체가 각각의 포장재에 제대로 담겼는지를 검사한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약을 환자에게 주면서 약의 복용 방법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는 상세한 행위로 나눠볼 때, 각각의 상세 행위를 누가 해야 할까? 참고로 현재의 대한민국 약사법에 의하면 조제는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 범위이고 부칙에 의해서 예외적으로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위에 나열한 행위 중 대부분의 행위를 한의사가 직접 해야 조제-탕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비급여 상황에서는 한의사 본인이 하든, 한약사를 고용해서 하든, 심지어 무자격자인 간호조무사가 한방 조제-탕전에 관여해도 지금까지는 관심 갖는 이가 거의 없었지만, 현재 약사가 직접 조제하는 약국의 10일치 조제관련 수가와 비교해서 5배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조제-탕전 행위에 대해서 심사평가원과 공단 등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도에 의하면 2019년 국정감사 기간에 윤일규 의원은 한방의 원외 탕전실 한 곳이 2000여 곳의 한방 의료기관과 거래하는 경우도 있고, 한약사의 한약 조제건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약국에서는 약사 면허 당 조제 건수가 75건 이상일 경우에 일정 비율로 수가를 감액하는 차등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약국의 차등 수가제를 풀어주거나, 한의사 또는 한약사의 조제 건수를 제한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마땅한데, 조제 건수 제한을 통해서 의료의 질을 향상 시킨다는 명분을 훼손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복지부가 원외 탕전실에서 상근하는 한약사에게도 차등 수가제를 시행한다면 하루에 한약사 면허 당 몇 건 정도가 적당할까? 필자는 약국 수가 대비해서 본다면 아마도 20명 정도일 것이고, 최대 30명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993년에 약사-한의사 분쟁 합의에 따른 한방 의약분업이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방협회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기왕에 공보험에서 첩약을 급여화 하는 마당에 무슨 비방이니 한의분야에서는 의약일체니 같은 변명이 통하기 어렵다. 기존에 없던 한약사라는 직업을 만든 이유도 결국 한방의약분업의 준비 작업이었다고 본다면 첩약 급여화 이후에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한방에서는 한방 의약분업 이후에 어떤 형태로 진료를 하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기고|의료계 결집력 강화 중심에 '의사배상책임보험' 있다 2020-12-24 12:00:00
의료사고로 교수가 구속되는 사태가 해마다 일어나고있다. 의료계는 해결도 못하고 이런 심각한 사태가 해묵은 산적한 미해결 현안들과 함께 파업투쟁 속으로 다시 묻히고 있는 듯 보인다. 파업으로도 모든 현안 해결이 불가능하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도 정리되지 않고 혼란스런 의사사회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 미국, 일본에서는 의료사고가 형사적인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은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하 의사배상보험)이라는 안전장치 없이는 진료를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한다. 자동차보험가입자는 교통사고를 내도 중과실이 아니면 구속이 드물다. 의사배상보험은 의료사고를 일반상해 사건과 같이 취급하여 구속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의미가 있다. 교수/봉직의/전공의 뿐만 아니라 병원에 비해 행정조직이 없어 대응이 어려운 개원의의 보험가입은 환자가족대면, 법률적 대응 등 경제적, 절차적 위험을 보험회사에 전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사가 아니라 오직 개원의와 이에 소속된 대진/봉직의만 의사배상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미국은 각 의사가 보험회사에 가입하는 형태이고 의료사고 시 미국의사협회(AMA)의 사고조사 결과에 따라 배상 항목에서 배제한다. 즉 내시경 사고가 나면 이 후에는 내시경시술은 보험커버가 안 된다. 일본은 협회비를 보험료와 함께 징수하고 각 지역의사회가 운영해 의사회비 징수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제도화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사망이나 중증 사고는 제외되고 경한 의료사고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할 경우만 기소가 안되도록 한정되면서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자동차사고특례법 같이 의료분쟁조정법을 대체하는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은 모든 진료의사가 의사배상보험을 가입한다는 전제 없이 국회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개발 경위 의사배상보험을 말하려면 23년 전 의약분업 직전 의료계 상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당시 진료는 의사 만의 것이 아니고 약사와 의사가 모두 1차 진료를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을 주장해왔고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곧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실제 의약분업 시행으로 생기는 문제를 인지한 의료계는 위기감에 긴장하고 있었다. 당시 '의학회'는 각 전문과별 요구(니즈, NEEDS)를 수렴하지 못하고 사안마다 병원협회 입김에 휘둘리고 있었고, 이를 견제할 강력한 개원의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임의단체로 이미 몇몇 개원의조직이 활동하고 있었고 서울의 내과 개원의들이 모임을 시작해 1997년 4월 19일 서울내과개원의협의회 창립총회를 마치고 전국 조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의약분업반대투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전열의 정비가 시급했다. 한편 당시에도 의료사고 시 환자나 보호자가 고액의 배상을 요구하며 병원 집기를 부수고 멱살을 잡히는 등 폭력을 당하는 일은 지금보다 더 흔해 의료사고 시 회원들은 큰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의협 공제회에서 1천만원 이내로 합의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지만 해결에는 많이 부족했다. 1998년이 되었지만 내과개원의 조직은 회비, 재정기반은 물론 회원 결집력도 미흡했다. 고심 끝에 초대 내과개원의협의회 김동준회장에게 의료사고 시 경호원을 출동시켜 회원을 보호하는 '배상보험'을 만들어 보겠다고 제안했다. 이 때 5~6군데 보험사를 접촉했으나, 70년대 산부인과 '배상보험'의 손해율이 커서 판매 중지된 선례 때문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그 중 유일하게 관심을 보인 H해상과 약관을 만들고 마케팅 방안을 논의하는 등 6개월의 산고 끝에. 1998년 10월 '의료사고 대응을 위한 의사배상책임보험 세미나'를 내과개원의협의회와 H해상 공동주관으로 개최했다. 의료법학회 관계자들과 대법원 연구관들도 함께 참석해 최대 보상한도액을 차량 사고(8억원)를 준용하는 일본과 달리 항공기 사고를 준용해 2억원으로 논의하여 일본보다 4분의1로 또 단체 계약으로 보험료 부담을 더욱 최소화해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리스크 분산을 위해 H해상을 주간사 회사로 하고 3개사 컨소시엄 형태로 같은 해 11월 내과개원의협의회가 의사배상책임보험을 단체계약으로 런칭했다. 우리나라 처음이었다. 1800여명의 내과 개원의 중 1100명이 가입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 산부인과, 정형외과, 그리고 연이어 각 과 개원의 단체가 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초석이 되었으며 협의회 사업의 성공 경험은 결속력으로 이어져 개원의 단체의 조직 결속력에 도움을 주고 이후 의료장비 공동구매 등 편익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의협 공제회도 2002년 동 프로그램을 도입해 의료배상공제 사업을 시작하게 되어 개원의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의료사고로 인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소신진료 할 수 있는 기틀이 되어 의협의 결속력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후기 작금의 파업사태는 의약분업 직전 상황이 연상된다. 이를 대비하는 의사 조직의 결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나 지금도 의협은 약하고 이 틈새를 이용한 정부와 병협의 독주가 맞물려 생긴 파장은 의료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의정협의체 구성이라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의견 수렴을 위해 병협을 포함한 의료계 내부의 협의기구 구성이 더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의사회 조직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 대응 단계와 같이 투쟁단계를 설정하고 1)조직역량강화 2)의사신분안정 3)의사편익제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개원의/교수/전공의단체는 가능하다면 병협도, 의협 아래 다시 조직되어 조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의협은 의견수렴 방법을 모색하고 거듭나서 의협이 단 하나의 힘있는 대정부 협상 상대가 되길 바란다. 전공의 조직은 단계별 투쟁계획을 가지고 있어 의협보다 전투력이 낫다. 조직은 목표가 없으면 죽은 조직이다. 각 의사 조직은 자체생존을 위해 수익사업을 경쟁적으로 해야 하고 전공의와 교수도 가입 가능한 의사배상보험을 개발하고 일본과 미국의 예를 참고해 운영하여 조직결속력을 키워야 한다. 편익제공으로 회원결집을 못하면 의사회는 정부문서 수발조직으로 전락한다. 이런 문제해결의 중심에 의사배상책임보험이 있다. 전직역 모두 가입 가능한 의료사고 보험은 3대 목표를 모두 가능하게 만드는 만능키가 된다. 이를 잘 활용하면 회비 미납회원에게 투표권을 줄지 말지 하는 논의가 무의미해진다. 그 다음에 의협 조직을 문서수발 등 공적부문과 의사편익을 제공하는 편익부문으로 나누어 정부 예산을 받아내고 의협조직을 정비해서 정부에 대한 조직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의사의 미래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이번 파업 투쟁 때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직역 동료의사들의 힘이 합쳐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통계 왜곡 방역, 국민 생명을 위협한다 2020-12-22 05:45:50
1945년 독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봄, 미국 소련 연합군이 독일 영토 안으로 진군하자 히틀러는 날마다 휘하의 장군들을 지하 벙커로 불러서 닦달을 했다. 그리곤 지도를 펼쳐놓고 직접 독일군 사단(師團)의 공격을 지시했는데, 명령을 받은 장군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술만 마실 뿐이었다. 왜냐하면 공격 명령을 받은 사단들은 지도상에만 존재할 뿐, 대부분의 장병들이 전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왜 작전 참모들은 지도 위에 이미 사라져버린 사단의 존재를 지우지 않았을까. 사실대로 기록했다간 총통의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의 패배를 알고 있는 장군들은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참모 장교들은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오로지 히틀러만 부하들의 무능을 질타하면서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가 무산되거나 취소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독일군 수뇌부가 전쟁의 패배를 빨리 인정하지 않고 소년병까지 동원하면서 버티는 동안, 죽지 않아도 되었을 많은 독일인들이 무차별 공습과 포격으로 희생되었다. 결국 전쟁은 히틀러의 자살과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을 맺었지만, 지도부의 안위만 생각한 결정은 많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1958년 중국 1958년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제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라고 선포했다. 이후 중국은 이른바 ‘대약진운동’이라는 비극적인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명 토법고로(土法高爐)와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즉 철강생산 증진과 네 가지 해악(참새, 쥐, 파리, 모기)을 제거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매달렸다. 집단농장 생활이 강제화 되었고 농업과 공업 생산량 목표가 터무니없게 높이 잡혔다. 무리한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 간부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여지없이 숙청되었다. 오히려 너도나도 충성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업 공업 생산 부문에서 과장된 수치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목표량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 목표들은 대부분 실패했으나 어쩌다 좋은 실적을 낸 곳은 큰 영예를 받았다. 그 쯤 해서 끝냈으면 피해를 최소화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듬해 참담한 실적을 보였는데도 당 간부나 관료들은 실패를 감추고 성공했다고 보고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 더욱 끔찍한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약진운동의 광풍(狂風)은 5년 만에 대실패로 끝나면서 중국의 경제는 파탄이 났고, 약 3천만 명에서 5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들이 굶어죽으며 세계 역사에도 기록적인 대기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장 치명적인 원인 중 하나는 통계의 조작이었다. 온 국민들이 쓸데없는 철 생산 등에 매달리느라 농업생산량이 격감했고 때마침 홍수나 가뭄까지 겹쳐서 식량이 크게 부족해졌는데도, 왜곡된 통계를 접한 중국 정부는 오히려 식량을 징발해서 해외로 수출했다. 뒤늦게 중국 정부가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국민들이 죽고 난지 한참 뒤였다. 2020년 대한민국 올해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일명 ‘우한 폐렴’이 Covid-19라는 명칭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많은 의사들은 아직도 1,2월에 중국으로부터 유입 차단에 실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이후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조언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부 정치 의사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감염 확진자 수가 좀 줄어들자 민간병원들의 노력과 희생은 외면하고 이게 다 정부의 방역 성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도를 넘어 이른바 K-방역이라는 신조어로 포장 되었는데, 그것이 아전인수 정도로 끝났으면 모르되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상식 밖의 대처로 이어져 진료 현장의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예컨대 주로 호흡기 감염으로 이뤄지는 Covid-19의 특성상 겨울에 다시 전파 확산이 심해질 것이라는 의사들의 우려가 많았는데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가을에 여행 숙박 등 쿠폰을 뿌리면서 사람들의 이동을 부추겼다. 지금 화이자(Pfizer)나 모더나(Moderna) 등에서 백신이 개발되어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므로, 이번 겨울만 철저한 방역을 통해 잘 버티면 내년 봄에는 백신 면역을 통한 Covid-19 극복이 원활하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안이한 판단으로 올 겨울 대유행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촉발시킨 것이 아닌가. 심지어 백신 확보에도 비상이 걸려 정부가 주요 공급원으로 정한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면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백신 접종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방역 당국이 Covid-19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나 통계를 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가 적었던 것은 검사 건수가 적어서 그런 착시현상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검사율은 6.7%로서 세계 218개국 중 130위에 불과하며(검사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후진국들도 많다) OECD가입 37개국 중 검사율은 35위로 최하위권이다. 다시 말하면 검사율을 높일 경우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확진자 발생률은 OECD국가들 중 최저 수준인 36위지만 치명률은 중하위권인 27위로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에 비해 치명률이 높은 이유는 숨어있는 감염자 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방역단계가 자꾸 상향되는 것은 정치적 오락가락 방역에 따른 인재(人災)지변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은?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이에 따른 입원 병상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의료계가 올해 초부터 계속 주장해왔던 Covid-19 국공립병원 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정부가 미뤄온 탓에 애꿎은 민간병원들로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중환자실의 상당수를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의사들을 놀라게 한 것은 어느 친정부 학자의 얘기였다. Covid-19 병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여유 병상이 있음에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들은 그의 발언에 경악하면서 통계상 숫자 놀음으로 생명을 재단하지 말라고 성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환자실 병상 하나를 확보하지 못해서 입원이나 전원이 안 되는 중환자들이 부지기수다. 비단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자뿐만 아니라 생명이 경각에 처해있는 여러 중환자들이 병상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강압으로 불이익을 염려한 대형병원들이 억지로 중환자실을 비우고 Covid-19 병상으로 제공한다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환자의 사망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통계에 보이는 Covid-19 방역의 성과를 위해서 그렇지 않은 국민의 사망이 더 많이 생긴다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싶다. 결국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과 차별되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 방역시스템이라기보다는, 통계를 주물러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식(粉飾)방역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거둘 수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 다투어 검사를 늘리고 백신을 사들이고 공공병원의 Covid-19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과연 우리만 못해서 그런 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통계주도성장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방역 또한 통계주도방역, 나아가 통계왜곡방역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다른 선진국들의 대응을 참고하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의료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으로 의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방역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독일과 중국의 비유가 불편할지 모르겠다. 나도 우리 정부가 그렇게까지 막장 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시 독일이나 중국 정부도 자국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로 탄생되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실 되게 일하라. 그것이 전 세계적 방역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