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속으면 바보, 세번 속으면 공범…식약처는? 2020-07-06 11:44:17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제제 메디톡신의 허가 품목 취소 사태를 보면서 "과연 첨단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주 등을 생산하면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기재했으며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했다. 인보사 역시 서류로 제출한 내용과 실제 사용한 세포가 달라 허가 취소의 운명을 맞았다. 실제 사용 세포와 서류 내용이 다른데도 임상 투약 및 허가를 거쳐 상용화되는데까지 걸림돌은 없었다.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가 아니다. 메디톡스는 작년 기준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사다. 인보사를 만든 코오롱생명과학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바꿔 말하면 비단 두 회사의 문제로 끝이냐는 지점까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가공의 서류를 내도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지금까지 없었다. 작정하고 속이려들면 식약처는 그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취재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1990년대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얻은 해당 약제는 수 년간 약효 논란에 시달렸다. 논란이 일자 식약처는 재작년 품목허가 갱신까지 적법하게 받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전체 품목에 대해 부랴부랴 재평가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재평가의 당위성에 대해 허가 '당시의 기준'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솔직히 과거 기준이 '허접했음'을 시인한 대목이다. 최근 특정 NSAIDs의 추가 적응증 획득 관련 취재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다. 많은 의료진들이 임상을 통해 진통 적응증을 획득한 NSAIDs 계열 약제가 처음 나왔다며 추켜세웠다. 과거 출시된 NSAIDs 올드 드럭의 경우 "효과가 있더라" 정도의 문헌으로도 적응증이 추가됐다고 한다. 의약품의 허가 및 관리엔 구멍이 많았다.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 새 검출법의 발견, 임상 메커니즘의 발달 등이 없었던 과거엔 그런 허점이 통용 가능했다는 주장도 일부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에도 서류 조작으로 품목 허가까지 받을 수 있거나, 과거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유효성 입증에 눈을 감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보사는 세포주 변경 이슈가 밝혀진 이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체결이 무산됐다. 품목 허가 취소로 메디톡신이 진출한 49개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가 부정 사태는 국내한정판 '해프닝'이 아닌 K-바이오/제약의 신뢰도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류 조작에 대해서는 무관용·엄단 조치를 예고했다. 식약처는 제조·품질관리 서류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중 데이터 신뢰성 보증 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 삭제, 추가 등 변경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장점검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등 관리지침에 어긋나는 경우 데이터 조작 시도·행위로 간주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과제는 이런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여부다. 이런 말이 있다. "두번 속으면 바보, 세번 속으면 공범". 식약처가 각성한 바보가 될지, 공범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AI로 의료환경 급변화…미래의학도 변화 준비한다" 2020-07-06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현재 의료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교육에 머물러 있다간 진료를 실행하는 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자는 물론 임상 현장에서도 산업에 따라가려면 그에 맞는 기본소양을 키워야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가상현실(VR) 등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이 산업은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의료계에도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래 의학교육'이라는 키워드 또한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미래의 의사들을 어떻게 교육시킬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각 의과대학 학장이 모인 한국의과대학&8231;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는 '미래의료/의학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과정개발TF(이하 미래의료TF)'를 꾸려 미래의료와 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래의료 TF는 최근까지 3번의 회의를 마친 상태로 오는 7월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각 의과대학 학장이 모여 논의하는 TF인 만큼 실행계획 또한 보다 힘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칼타임즈는 미래의료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의과대학(이하 이화의대) 한재진 학장을 만나 미래의료TF가 고민하고 있는 미래의학교육의 방향을 들어봤다. 한재진 학장이 공개한 최근 미래의료TF가 전국 의과대학 학장을 대상으로 '미래의료와 의학을 선도하는 교육 과정 개발을 위한 설문결과(35개 대학응답)' 중 일부를 살펴보면 1개 대학을 제외하고 미래의료와 의학을 선도할 교과목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이러한 영향으로 많은 대학이 빅데이터, 연구방법론, 인공지능 등의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4차 산업과 관련된 교과목이 단순 소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발전적인 교과목 커리큘럼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한 학장의 설명이다. 한 학장은 "의과대학들이 교육평가나 졸업성과 등 미래의학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비슷하고, 캐치프레이즈와 목표가 있음에도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접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미래의학에 대해 고민하지만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실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보니 KAMC차원의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정한 틀의 교육과정이 나오면 이를 검증하고 각 대학별로 통째로 교육과정을 활용하거나 일부분만 차용하는 식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학장은 "의대생이 교과과정을 마친 후, 사회에 나갔을 때 바뀐 4차산업에 당황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재의 목표"라며 "커다란 교육기반을 만드는 것보다 발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이 맞다고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7월 말 논의가 이뤄진다면 이후 실행방안대로 진행해 올해 안에 교육과정 개발을 마치고 내년에 시범적으로 교육과정 적용까지 이뤄지는 게 현재 미래의료TF가 그리는 큰 그림이다. 그는 "KAMC가 만든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 대학이 필수든 선택이든 자유롭게 적용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심화과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여름캠프를 만들거나 추가적인 교육과정을 만드는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의대교육, 코로나19 예상치 못했지만 잘 버텼다" 한편, 미래의학교육과 관련해 영향을 미친 변수 중 하나는 코로나19. 각 의과대학 교육이 일시적으로 셧다운되기도 했으며, 이후 한시적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다 결국 한 학기 모두 비대면강의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초기 학교에서는 이정도 까지 영향이 있을지 몰랐지만 비교적 의과대학의 경우 발 빠르게 대처했다고 평가한 한 학장은 상반기를 잘 버텨낸 만큼 하반기에는 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학장은 "의과대학은 타과 대학이 방학 중일 때 교육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온라인강의 등에 선제적인 대처를 했다"며 "온라인 시험도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대학이 잘 버텨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돌아오는 하반기. 한 학장은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지만 온라인강의를 진행하더라도 상반기보다 발전적인 형태의 교육을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상반기의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교육이 진행됐지만 이미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한 만큼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가령 학생들이 온라인수업을 듣고 시험만 치루는 형태에 한정돼 있었다면 평가 툴을 보완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부분 대면강의를 진행하는 방법도 고민한다는 것. 끝으로 한 학장은 의학교육을 둘러싼 환경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들이 의학교육 현장과 진료현장에서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에 모두 작용하고 있다"며 "의과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선별된 지식을 전달하고 역량강화에 도움을 줘 미래의 의사사회가 되는 토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공룡의 멸종에서 얻은 지혜 2020-07-06 05:45:50
약 2억 만 년 전부터 중생대 시기 지구를 주름잡던 공룡들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학자들은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 혹은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재가 오랫동안 하늘을 뒤덮어, 기온이 떨어지고 먹이사슬을 비롯한 환경 변화로 대멸종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환경이 변하면서 먹이가 부족해지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초식공룡보다 육식공룡이 더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초식공룡보다 점점 육식공룡이 많아지면서 육식공룡 간 경쟁이 치열해져 서로 싸우다 함께 공멸한 것 아닐까. 자원이 한정되면, 서로 우선하여 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고, 지나친 싸움은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여 결국 공멸하게 된다. 공룡이 멸종한 과정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의료계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어떤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내는 건강 보험료와 정부의 국고지원금이 합쳐 형성된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국가가 건보 재정의 20%를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가 건보에 내놓아야 하는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미납 중이다. 미납금 규모는 자그마치 24조5374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을 목표로 제시하며,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해서 요구한 수가 인상을 억제해 왔다. 대통령도 인정한 낮은 수가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의료계도 동의한다.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에 정부도 지금까지 미납한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납부하여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법을 집행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가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법률을 준수를 요구하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재정이 더 악화하기 전에, 국민의 비판 여론이 더 커지기 전에 그동안 못한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병·의원의 수가 협상도 결렬되고 말았다. 정부가 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고, 국민이 외치는 ‘덕분에’라는 구호에 동의한다면 조속히 국가보조금을 충당하고 현실적인 수준의 수가 인상에 나서야 한다. 상급병원과 대형병원만 살리면, 의료 생태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착각은 마치 초식공룡이 죽으면, 육식공룡 또한 공멸한다는 공룡의 멸종 과정이 주는 교훈을 망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상호 정당한 경쟁을 통한 선진 의료 국가 조성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풀뿌리 병·의원의 생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죽어가는 병·의원을 되살려 의료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의료전달체계의 확고한 정립 없이 선진 의료 국가 달성은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을 명심하고,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내 수가 개선에 나서야 한다.
나는 돌팔이 의사이다 2020-07-06 05:45:50
|을지의대 의학과 4학년 김기덕|2040년의 어느 날, A는 진료실에 앉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A는 2025년 새로 지어진 의과대학을 입학하여 2031년 졸업 후 이제 막 10년 간의 의무 복무의 끝을 앞두고 있다. A에게 의과대학에서의 6년과 병·의원에서의 9년, 지난 15년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찔했지’ 새로 지어진 의과대학의 첫 신입생으로 입학했을 때, A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의대생이 되었으니. 다른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환자를 살리고 싶었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실력 있는, 멋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꿈은 본과 1학년, 해부학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새로 지어진 학교에 기꺼이 본인의 시신을 기증해줄 의인은 없었다. 아니, 사람들은 그 이전에 이 의과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다. A는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다른 의과대학에 가서 다른 평범한 의대생들이 해부하는 것들을 구경해야만 했고, 운이 좋으면 한 번쯤 시신에 손을 댈 수 있었다. 시신에 손을 댈 수 있던 그 날, 이제는 ‘진짜 의대생’이 된 것 같은 행복감과 동시에 A가 얻어냈던 한 번의 칼질만큼의 기회를 빼앗긴 다른 학생들의 원망 어린 눈초리를 견뎌내야 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어떤 감정인지 모를 눈물을 흘렸다. 왠지 모를 서러움과 왠지 모를 억울한 행복감이 기이하게 뒤엉켜 지새웠던 그 밤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렇게 의사가 되어도 되나’ 본과 1학년과 2학년의 글로 배우는 공부는 어떻게 책만 보고서라도 할 수는 있었다. 소아과 교수님께서 감염내과도, 예방의학도 가르치시니 자주 뵈어서 더 친해지는 기분도 있었다. 가끔은 다른 학교 교수님들이 와서 본인 학교 이야기를 해주고 가실 때도 다른 학교 이야기를 들으니 철없이 마냥 재밌었다. 그 땐 그게 좋은 줄 알았었다. 병원에 실습을 처음 나갔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학교에 변변한 병원이 없다 보니 여러 의료원과 국립대 병원들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국립대 병원의 교수님들께 A는 서자였고, 의료원의 선생님들께 학생은 귀찮은 존재였다. 몇 동기들은 편하게 진급한다며 좋아했지만 A는 가슴 한 켠이 불안했다. A에게 병원은 실습이 아닌 환자 구경뿐이었고, 그 마저도 의료원에 없는 환자에 대한 수술은 유튜브나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실력 있는, 멋있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은 빼앗겨버렸고 이렇게나마 졸업하면 ‘나도 같은 의사가 될 수 있다’라는 마음만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었다. 그렇게 껍데기 뿐인 의대생에서 껍데기 뿐인 의사가 되었다. ‘나 때문은 아니었을 거야’ 인턴과 레지던트, 전공의 시절은 자괴감과 죄책감의 연속이었다. 해부 실습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A에게는 일반외과 전공 강제 배정이라는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다. 환자 한 번 본 적 없고, 동영상으로만 수술을 봐왔던 A에게 꿈이었던 외과는 훔친 보석처럼 제자리에 돌려두기 전까지 목을 조여왔다. “선생님, 수술 시간 2시간 넘게 지났는데요?” “어… 네 알겠습니다. 금방 끝낼게요.” 알긴, 전혀 모르겠다. 머리가 하얘졌다. 분명 CT로 충수돌기염인 걸 확인했던 환자인데, 아니 충수돌기염이라고 생각했는데, 충수돌기가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하겠다. 그 환자, 결국 배를 열어 충수돌기를 간신히 찾았다. 책에는 여기 있다고 했는데, 거기에 없었다. CT상 충수돌기염인 줄 알았는데 배를 열고 보니 게실염이었다. 결국 돌아가셨다. 74세의 나이로 3시간이 넘는 수술을 견디지 못해서였을까, 수술 후 관리가 부족해서였을까. ‘어차피 병원 못 가서 돌아가시나, 이렇게 수술해서 돌아가시나.’ 처음에는 이렇게 애써 자위하며 환자들을 가슴 속에 묻었다. A가 붙들고 있지 않았다면 멀쩡한 병원에 갈 수도 있었던 환자들을 애써 외면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잠을 깨웠던 악몽도 사라지고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다. 부족한 자신을 개선하는 것보다 부족한 의료원의 자원을 탓하는 것이 더 쉬웠다. “넌 복무 끝나면 뭐 할래?” 가끔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15년이 지난 지금 동기들은 어떤 길을 생각하고 있을까. A는 다시 칼을 잡을 자신이 없다. 가슴에 묻은 환자들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A같은 반쪽짜리 의사에게 생명이란 너무 과분한 것이었다. 서울로 상경해 미용 의원을 차려야 할지, 아니 그 전에 의사는 해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시는 칼은 잡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위 내용은 현재 국회에 입법 예고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관련법이 통과했을 때를 가정하고 쓴 짧은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를 주장하지만, 그 누구도 정원 확대에 필수적인 교육 자원의 구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의과대학 인증 평가 없이 의대를 짓게 하겠다는 법을 발의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많은 의과대학들은 교수를 구하지 못해 매 학기 십수명의 임용 공고를 내곤 합니다. 지금도 많은 의과대학들은 해부 실습용 카데바를 구하기 어려워 많은 학생들에게 그 기회를 주기 어려워합니다. 의학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가고,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의 가슴 아픈 폐교 사태는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불인증, 조건부 인증, 2년 인증 등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의과대학들이 매년 존재합니다. 의사 면허를 종이에 써서 준다고 모두 의사가 아닙니다. 의사는 좋은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사람입니다. OECD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가진 나라에서 그 접근성의 미미한 상승을 위해 ‘돌팔이 의사 양산법’, ‘의료사고 촉진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옳은가요? 공공보건의료법에 따른 공공의료의 대상들을 위해서는 수준 낮은 의료를 공급해도 좋은가요? 제 소설이 사실이 아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의 교육권과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사회에서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인권이 보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족냉증 체질 탓 하지 말고 정확히 진단해야 2020-07-03 15:05:46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이 지나치게 차가운 증상이다. 따뜻한 곳에서도 손발의 냉감은 물론 무릎이 시리거나, 아랫배, 허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냉기를 함께 느끼기도 한다.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손이 하얗거나 푸르게 변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부터 매년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수족냉증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족냉증을 단순히 체질적인 문제나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수족냉증 자체가 합병증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혈액 순환제만 복용하며 방치할 경우 원인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 수족냉증은 다양한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을 간과한다면 여러 가지 질병의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증상 초기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손발에 혈액공급 줄면서 냉증 느껴 대부분 체질적으로 냉증이 온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족냉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연령층도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특히 40세 이상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원인은 임신이나 출산, 폐경 등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추위 등 외부 자극에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혈관이 수축하면서 손발에 혈액공급이 줄어 차가운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은 단독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혈관이 확장되면서 붉게 변하는 레이노병 ▲흡연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버거씨병 ▲ 류마티스성 질환 ▲추간판 탈출증 ▲말초신경염 ▲말초동맥질환 ▲손목터널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을 때 수족냉증이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다른 질병과 감별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갑상선 기능 검사, 염증 관련 수치 등을 포함한 혈액검사 뿐만 아니라 의심되는 원인에 따른 각종 질병에 대한 신경전도, 근전도, 도플러 검사, 손톱 미세혈관 검사 등도 시행한다. 수족냉증 악화시키는 여름철 냉방병 여름철 냉방병은 수족냉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뚜렷이 정의된 질병은 아니지만 냉방 중인 실내에서 오랜 시간 머물 때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임상 증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특히 평소 수족냉증이 있다면 혈류의 변화로 인해 얼굴이나 손발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지거나 반대로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또한 추위를 느낄 때 체내에서는 열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피로도 쉽게 느낀다. 이밖에도 뇌로 가는 혈류량 감소로 두통이 발생하거나 어지럽고 졸릴 수 있다. 근육수축 불균형으로 무기력감이나 근육통도 발생한다. 평소 소화기계통이 예민한 사람들은 위장관 운동의 변화로 인해 소화불량, 복통, 설사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이라면 호르몬 영향으로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냉방병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우리 몸이 바깥 기온과 실내 냉방 사이 심한 기온 차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다. 온도 차가 과도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말초 혈관이 급속히 수축을 일으켜 혈액 순환의 이상과 함께 자율신경계 기능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둘째, 시원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실내 화학 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이나 눈, 코, 목 등의 건조증과 따가움,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에어컨 냉각수나 공기가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돼 냉방기를 통해 사람들을 감염시켜 노약자 또는 면역 기능이 약해진 사람에게서 감염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으로 인한 수족냉증 예방하려면 아무리 덥더라도 에어컨 설정 온도를 확인하고 외부 온도와 5℃ 이상 차이나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26~27℃일 때는 2℃ 낮게, 28~29℃일 때는 3℃ 정도 낮추자. 기온이 30℃일 때는 4℃, 31~32℃일 때는 5℃, 그리고 33℃가 넘으면 6℃ 정도 낮추는 것이 적당하다. 에어컨 송풍 방향은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맞추자.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긴 소매의 옷을 덧입거나 양말을 신는 것도 방법이다. 2~4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따뜻한 물을 틈틈이 마시며 손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하자. 이밖에도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흡연은 절대 금하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카페인 함유 음료인 커피나 콜라, 음주도 적정량만 마셔야 한다. 특히 피임약이나 편두통약, 심장약, 혈압약 중에서 혈관 수축과 관련된 약물은 전문의와 상의 후 다른 종류도 대체하자. 혈액 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은 주 3~5회 이상 30분씩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수족냉증 환자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호흡기 질환, 관절염 등 만성질환자도 냉방병에 취약하다. 아무리 덥더라도 에어컨 설정 온도를 확인하고, 외부 온도와 5℃ 이상 차이나지 않게 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냉방병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하기 때문에 고열, 기침, 근육통 등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다른 질환과 감별을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인턴 필수과목 수련, 리셋 버튼이 필요하다 2020-07-02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서울대병원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사태를 둘러싼 처분을 두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열린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결국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추가수련을 받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7월 15일까지 추가수련 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 하지만 궁금하다.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사태가 과연 서울대병원이 추가수련만 실시하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인가. 이미 알져진 사실이지만,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실태는 서울대병원 이외 소위 빅5병원이라는 대형 수련병원부터 전국 복수의 수련병원까지 한두곳이 아니다. 병원계 내부에선 '털리면 안 털리는 병원이 몇 곳 없을 것이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높았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확인한 다수의 수련병원 인턴 수련 일정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대형 수련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 미이수가 대부분. 하지만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 중에는 필수과목 중 내과, 외과를 미이수한 사례도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최근 환자가 감소하고 위축되는 등의 환경적 영향을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내과, 외과 미이수는 납득이 어려운 상황. 문제는 이들 다수의 수련병원이다. 복지부 측은 서울대병원 이외 타 병원도 사실확인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당 전공의들이 줄줄이 행정처분을 받는다면 그 여파는 어떻게 될까.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전공의 정원에서 패널티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는데 있어 복수의 수련병원에서 상당수 전공의를 징계할 경우 그 여파는 어떻게 감당해야할까. 특정 병원 징계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해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리셋 버튼을 누를 때가 됐다.
식약처, 업체 목숨줄 쥐락펴락…GLP 인증은 받았나 2020-07-01 05:45:50
필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이다. 필자가 인턴 때 한 지방병원에 파견을 갔는데, 환자의 임상 상태와 검사 결과가 너무 달라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 그 때 검사가 다 같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검사를 기계가 하는 것 같지만 검사실의 질 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을 알게 됐다. 병원의 검사실은 진단검사의학재단에서 주관하는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으면, 그 검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질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시험 또는 약물 농도 분석 등 비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은 GLP 인증을 받으면 그 기관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GLP 인증은 매우 까다로와서 우리나라에 이 인증을 받은 기관이 몇 개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GLP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검사결과에 따라서 허가가 되기도 하고, 허가 취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 검사결과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한 식용유에서 유해성분인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를 명령하고,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의 소송으로 그 검사 결과는 잘못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이 언론에 공표돼 이미 이 회사의 매출은 30% 이상 떨어졌고, 이에 대해 식약처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는 분석기관의 결과가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며, 그러므로 분석기관의 신뢰성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허가 또는 허가 취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의 분석 결과는 매우 중차대한 영향을 주므로 정부의 분석기관은 반드시 GLP 인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는 당연히 식약처 내 분석기관이 GLP 인증을 받았으려니 생각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식약처의 분석 결과에 따라 허가되기도 하고 허가취소가 되기도 하는데, 설마 GLP 인증을 안받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식약처 내 분석기관이 과연 GLP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데, 작년 식약처가 발표한 액상전자담배 유해성 자료를 보면서이다. 식약처는 액상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의 하나로 추정되는 비타민 E acetate가 일부 제품에서 0.1~8.4ppm 정도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매우 정밀한 HPLC(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분석의 비타민 E acetate 정량한계가 0.889 ppm이고, 이 결과에 따르면 0.1ppm 이라는 수치는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수치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식약처는 어떤 방법으로 분석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2019.12.16일자)을 쓴 바 있다. 전자담배협회 또한 식약처 분석방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식약처가 공개를 거부해 소송까지 가게 됐는데 법원은 정보공개 거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최근 식약처는 NDMA 자체 분석 결과에 따라 당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31개 제품에 대해서 제조와 판매를 중지했다. 그러면서 검출된 NDMA양은 인체에 위해한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인체에 위해한 정도가 아니지만 잠재된 위험 때문에 판매를 중지하는 것이라면 더욱 더 그 분석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제품 중 어떤 제품은 연간 100억 이상의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약품이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제약회사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식약처의 결과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같은 제조공정을 거친 제품 중 어떤 제품에서는 검출이 되고, 어떤 제품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았다. 메트포르민 용량이 높은 제품에서만 검출이 되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어떤 제품은 낮은 용량에서는 검출이 되고 최고용량에서는 검출이 안됐다. 이렇게 분석결과가 과학적으로 개연성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예를 들어서 필자는 병원의 검사실에서 일하면서 가끔 주치의로부터 '검사결과가 환자 상태랑 안맞아요'라는 문의를 받을 때가 있다. 검사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검사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검사 결과가 맞고 환자 상태가 틀린걸까? 그렇지 않다. 검사과정의 한단계 한단계 검증해보면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큰 문제였으면 검사하는 사람이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사실의 허용범위내에서도 오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전혀 개연성이 없는 결과를 가지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 마치 병원에서 환자 상태와는 상관없이 검사는 제대로 했으니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과학적으로 개연성이 없다면 분석 과정에 오류는 없었는지를 다시 점검하고 더 많은 검체로 재분석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막무가내로 제조와 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다. 심지어 식약처는 해당 회사에 NDMA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음으로 해당 회사가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결과를 알아야 자체 조사를 통해서 비교라도 해볼텐데 말이다. 필자가 일하는 검사실은 이번에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필자의 검사실은 그 결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뢰성을 보증하게 됐다. 식약처 내 분석기관은 GLP 인증을 받았을까? 그래서 그 결과를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용혈요독증후군 집단발병에 대해 2020-06-29 11:44:27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장기화되어 힘든 상황인데 최근 용혈요독증후군으로 투석을 받는 어린이들까지 생겼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한숨짓고 있다. 아픈 환자와 부모의 어려움과 걱정은 물론이려니와 이 일로 경황이 없을 보건 당국자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알려진 대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 의한 용혈요독증후군은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는 위중한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소아도 투석 등 신대체요법(신장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치료)이 가능해 위험한 급성기를 넘기면 대부분의 환자는 회복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소아 신대체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소아 신부전의 희소성과 턱없이 낮은 소아 투석 수가에 기인하는 문제로 앞으로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또 하나 강조할 점은 투석을 할 정도로 심하게 급성 신손상을 받은 어린이는 초기에 회복하더라도 일부가 다시 나빠져 만성 콩팥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급성 신손상을 심하게 앓은 어린이는 회복되더라도 반드시 수년 이상 장기적으로 소아신장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10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날 음식을 먹이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특히 생선회와 육회 종류는 피하는 것이 좋고 구워 먹을 때에도 다진 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잘 익었는지 확인하고 먹는 것이 좋다. 과거에 완전히 익히지 않은 햄버거를 먹고 용혈요독증후군 집단 발생이 유명해졌지만 꼭 햄버거만 이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오염된 칼과 도마로 조리한 야채나 과일도 위험할 수 있어 주방 기구를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에게 끓이지 않거나 정수되지 않은 물, 약수 등의 오염 가능성 있는 식수는 피해야 한다. 10세 미만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모든 식구가 함께 조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들 가정에서는 가장 어린아이를 기준으로 음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단체 급식에서도 10세 미만 어린이 급식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우리나라 어린이에 맞는 더 자세한 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사무장병원, 네트워크 병원과 요양급여 환수의 문제 2020-06-29 10:41:29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의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으로 당연 지정된다. 그리고 요양기관에서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헙법 제41조, 제47조). 다만,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만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엄격한 자격주의를 택하고 있고, 학교법인,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으며,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 등 무거운 수준의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와 같은 엄격한 자격주의로 인해, 비의료인들이나 영리법인이 병원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탈법적인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보건 당국은 이런 병원을 사무장병원이라 부르며 지속적인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다만, 과거에는 사무장 병원의 제재와 관련하여 고용된 의료인의 자격 정지, 의료법에 따른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등이 주로 이슈가 되어 왔다면, 최근에는 병원에서 수령한 요양급여의 사기죄 성부, 요양급여 환수 문제가 더 큰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논의가 있게 된 히스토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작은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 이었다. 2000년대부터 주로 식품분야에 중점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생활협동조합’이 어느 순간부터 의료 서비스를 하겠다고 설립인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의료생협이 표면상으로는 비영리법인이기에 요건만 갖추면 병원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실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한 우회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던바, 당국에서는 그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단속할 수단이 없어 허위·부당 청구에 대한 감시 등 간접적인 제재만을 해왔다. 그러던 중 검찰에서 일부 의료생협의 자본조달,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후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본격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설립 과정이 불투명한 많은 의료생협들이 일종의 사무장병원으로 처벌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명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른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비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하여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따르면 소위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는 동안 수령한 국민건강보험금은 모두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청구한 것이 되어 환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명의대여로 인한 자격정지, 의료법상 가벼운 형사 처벌을 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운영하는 동안 얻은 수익금을 모두 반환해야 하는 무거운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실제 의사가 진료를 한 것은 사실인데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타당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이후 단속의 시각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병원’ 으로 옮겨졌다. 사무장병원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의료법이 금지하는 방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대거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1명의 의료인이 MSO, 컨설팅 계약의 형태를 통해 사실상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지배하는 형태가 주된 단속의 대상인데, 이들 또한 ‘속임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수령하고 있다는 논리에 따라 공단의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이 이루어졌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네트워크 병원에 대해 사무장 병원과 다른 판결을 내놓았다. 비록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중복개설금지 조항), 제4조 제2항(명의차용개설금지 조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및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또한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하여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였다면, 설령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거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어서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10183 판결). 결국, 사무장 병원과는 달리 1인 1개소 원칙에 위반한 네트워크 의료기관은 요양급여 환수처분까지는 이르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사무장 병원의 요양급여 환수의 타당성, 그 범위 등에 대해 크고 작은 분쟁이 잇따르며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2020년 6월).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요양급여를 전액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 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과정에서의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요양급여를 전액 징수할지, 아니면 일부를 징수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 없이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인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때에 해당한다고 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두39996 판결).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사무장 병원의 경우 그 불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양한 조건들을 검토하여 판단해 보아야 하고, 그 불법성의 정도에 따라 개별 사건별로 환수 비율과 금액이 결정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현재도 요양급여의 환수와 관련한 다양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법원의 판결이 어느 방향으로 확정될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진료에 최선을 다한 원장이 불의의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직격탄 맞은 이비인후과 개원가 대책마련 시급" 2020-06-29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개원가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직격탄을 맞았지만 장기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전문과목이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와 더불어 이비인후과는 여전히 반등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비인후과 특성상 호흡기 환자 진료가 많아 '낙인'이 씌워진 채 환자의 외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안함', '우려'', '심각성'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이 꼽은 현 상황에서 느끼는 대표적인 키워드. "비상구가 없으니 버틸 수밖에 없다"고 전한 박국진 회장은 경영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향후 전망도 안개속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비인후과 개원가 대부분이 적어도 50%에서 70%의 환자수가 줄어 직접적인 경영 타격을 입었지만 심각한 것은 언제까지 진행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일부에서는 이비인후과 약을 먹으면 학교나 유치원을 오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이비인후과에 대한 오해와 낙인이 만연하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오는 28일 예정돼있던 춘계학술대회를 취소했다. 회원들의 여론조사결과 상당수가 학회를 진행하는데 반대했기 때문. 이비인후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모인 학회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 박 회장은 "학술대회 취소는 회원들이 그만큼 예민하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압박을 받고 있단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앞서 이비인후과의사회가 회원들을 대상(588명)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45%가 폐업을 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해 개원가의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실제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만큼 경영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완전히 벼랑 끝에 선 상태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가령 일반적인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다면 의원 이전이나 휴업이나 폐업 후 봉직의 전환이라는 선택도 고민해보겠지만 전국적으로 이비인후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어려움을 껴안은 상태로 버티기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메디칼타임즈가 박국진 회장을 만날 당시부터 박 회장은 장갑, 마스크, 페이스쉴드 등 4대 보호구를 이미 착용하고 있던 상태. 이처럼 개원가에서 조심하는 것과 별개로 확진자가 거쳐 갈 경우 무차별적인 격리에 들어가 개원가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 회장 또한 확진자가 거쳐 가면서 2주간의 격리 기간을 경험한 바 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개원가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 의원을 휴업한 회원은 약 80명 정도로 이중 양성이 나온 의사는 없었지만 무조건 자가격리를 이어가 부정적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이비인후과 진료 특성상 확진자가 다녀갈 수 있지만 검사 후 음성이 나온다면 능동감시로 전환해야하지만 과도한 격리가 이뤄졌다"며 "격리나 동선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 등 피해를 2중 3중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이비인후과 진료의 특성에 맞는 지침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비인후과 환자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진료를 해야 하고 정상적인 진료를 했을 때 과도한 격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진료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며 "환자 진료 시 의료진이 불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이비인후과 진료특성을 고려한 표준지침이라도 달라고 공문을 보내 요청한 상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이비인후과의사회를 새롭게 이끌 수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박 회장은 취임 반년이 지났지만 코로나로 인해 구상했던 여러 현안을 추진하지 못하는 점도 고민거리 중에 하나. 박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의사회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다른 회무보다 하반기 독감 유행 등을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독감이나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시기가 되면 더 심각해지고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겪은 어려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급성호흡기클리닉 등을 제시했지만 1인 개원의가 참여하기는 쉽지 않고 실질적 대안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 어려움은 제외하고라도 이비인후과 환자가 불안함 없이 외래를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부가 이비인후과 환자들이 진료를 주저하지 않도록 표준지침 마련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