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내 잘못'은 없는 간호계 직역 갈등 2019-07-18 06:00:50
|메디칼타임즈 황병우 기자|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이하 간무사)간 직역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간호조무사중앙회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 재가장기요양시설 시설장 자격 등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두 단체는 현재의 상황이 직역 간 갈등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간협은 여러 쟁점이 차별이 아닌 차이를 설명한 것으로 '전문인력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밝히며 간무협이 사실을 왜곡해 국민 호도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간무협은 "간호사단체가 간무사의 권리 향상이 간호사의 밥그릇을 뺏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며 언론에서 간호인력 간 갈등으로 거론하는 쟁점 사안이 "과연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이가"라며 반문하고 있다. 결국 각 단체들이 말하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상대방에게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쟁점 사안에 대해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다보니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 마련도 요원한 상황이다. 그중 대표적인 사안이 간호&8231;간병통합서비스 업무구분 및 역할 정립을 위한 협의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간호&8231;간병통합서비스 업무구분 및 역할 정립을 위해 협의체 재 운영을 유도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논의 반대로 운영자체가 중단된 상황. 지난해 11월 간협과 간무협의 추천을 받아 협회 별 3인, 총 6인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논의 반대로 운영 자체가 중단된 상태로 양 협회가 업무구분 논의 반대로 개별 간담회만 2차례 진행됐을 뿐 협의체 구성원 6인이 모두 참여하는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지지부진한 협의체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6천만 원의 예산까지 투입하며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참여유도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의료계에선 일부 이견이 있더라도 협의체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예산을 들여가며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상황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현장의 당사자는 답답하다고 받아드렸을까? 한 간호사는 간호인력 확충을 논의하는 토론회 장에서 "간호협회가 현실의 상황을 모른다"며 협의체 논의에 나서 하루 빨리 업무정립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간호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각 단체의 고집으로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라고까지 말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였다. 비록 현장에서는 간호사의 발언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이는 비단 간호협회 회원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간무협의 회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협회는 속한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 이해관계에 따라 직역 간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원들의 이익이라는 미명아래 움직이는 행동이 회원에게 '이기적인 행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제는 성명서 주고받기가 아니라 직접 테이블에 나서서 논의를 해야 할 때이다.
정중동 진해거담제 시장…시네츄라 경쟁력은 '근거' 2019-07-18 06:00:50
|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진해거담제 시장은 소위 '정중동'으로 통한다. 신약의 진입도 거의 없고, 기침과 가래를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완치나 치료 기전의 약물 등장도 어렵다. 쉽게 말해 겨울철과 독감이 유행할 때 잠깐 반짝하다가 다시 정체기에 접어드는 게 진해거담제 품목의 숙명이라는 뜻.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이 약의 오랜 선두 유지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최근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진해거담제의 12세 미만 처방 금지 결정으로 천연물신약으로서의 가치가 재부각되고 있는 약은 바로 안국약품의 '시네츄라'. 임현수 호흡기 PM을 만나 시네츄라의 마케팅 전략과 1위 수성의 원동력 등에 대해 들었다. ▲시네츄라는 어떤 약인가? 시네츄라는 안국약품에서 2011년 개발한 아이비엽과 황련의 천연물의약품이다. 아이비엽의 α-hederin이 β2-아드레날린 작용을 촉진하고 황련의 berberine이 PDE4와 5-lipoxygenase를 억제해 기관지 확장과 가래 배출을 도와주며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시네츄라는 2017년 기준 306억원 매출을, 2018년는 319억원의 매출로 품목별 1위를 기록했다. 시네츄라는 전국 4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대학병원에 모두 랜딩 돼 있다. ▲진해거담제 시장 상황은? 사실 진해거담제 시장은 플랫하다. 독감이 돌면 독감 치료제와의 병용으로 처방이 크게 늘지만 결국 또 빠지고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크게 매출이 늘거나 줄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전의 약물의 진입도 드물어 정중동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진해거담제 시럽의 전체 처방액은 1156억원으로 이중 시네츄라가 약 2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겨울철에 반짝하는 진해거담제 품목으로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건 그만큼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히드로코데인의 소아 처방 금지 관련 반사이익은? 디히드로코데인 성분 진해거담제에 대해 12세 미만 소아에 대해 처방이 금지됐다. 시네츄라는 천연물성분이라 해당 이슈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간 12세 미만에서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의 처방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수혜도 크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이슈를 통해 '안전한 약'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학회나 클리닉에서 디테일을 할 때도 천연물 성분이라는 점을 중점 강조한다. 안전한 약이 대안이라는 메세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은? 과거처럼 친분으로 마케팅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데이터'와 '근거'로 말하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시네츄라도 꾸준한 근거 쌓기가 계속되고 있다. 독감 치료제와의 병용 효과 임상, 시네츄라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증상 염증 반응 개선 효과에 대한 임상, 동물모델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폐염증 개선 효과 임상을 진행한 것들이 다 그런 근거 쌓기의 일환이었다. 미세먼지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임상 자료'의 유무에 따라 의료진의 선택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실제 미세먼지로 호흡기질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진해거담제 시장이 덩달아 커질 가능성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호흡기 계통 환자가 20% 늘어난다는 말이있다. 2017년 12월 발매된 알레르기성 비염 및 두드러기 증상 치료 신약 루파핀과 병용 옵션도 강점이다. 이외 자사의 기침·비염 완환제 애니코프, 거담제 에르덱스와의 병용이 가능한 것도 의료진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 ▲향후 계획은? 진해거담제는 주로 감기 환자를 주 적응증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네츄라의 항염증 분야로의 적응증 확대를 지속적으로 꾀하고 있다. COPD 흡입기 사용 환자에서의 시네츄라 병용 결과도 괜찮게 나왔다. 앞으로도 염증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려고 한다. 우리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 확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진해거담제'가 아니라, 진해거담제를 통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으면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쥐 모델에서 오셀타미르 단독 투여 대비 시네츄라 병용에서 생존율이 40% 증가한 연구도 있다. 향후에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시네츄라 병용요법의 효용성을 주제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네츄라는 현재 이란과 아프리카 2개국, 에콰도르, 베트남, 과테말라에 허가 등록이 완료됐다. 이외 중미 6개국, 콜롬비아, 쿠에이트, 칠레, 페루 등에서 허가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 등 해외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도 큰 목표다.
|칼럼|최저임금 인상과 문재인 케어 2019-07-17 06:00:50
오랜 진통 끝에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2.87%인상)으로 결정됐다. 2018년의 16.4%, 2019년의 10.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속도 조절론을 수용하고, 경제 위기 상황에 노사가 합심해 대처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노사의 반응은 엇갈린다. '저임금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아 총력투쟁 방안을 마련 한다'는 양대 노총과, '영세 기업, 소상공인의 바람인 동결이 안 되어 아쉽다'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의견이 있다. 임금을 결정하는 문제는 어렵다. 대한민국 임금 체계에는 주휴수당이 있다. 주휴 수당을 포함하면 2019년 최저임금은 1만원 이다. 현재의 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불만이라, 매년 최저임금 결정에 진통이 따른다. 최저임금은 노동 생산성, 기업의 지급능력 그리고 근로자의 생계유지 등 고려사항이 많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으로, 2년간 최저임금 30% 인상돼 경제에 부담이 됐다. 상가 공실이 늘었고, 일자리가 줄었다. 최저임금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고, 인간답게 살기위해 만들어진 최저임금. 취지가 좋아도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먼저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약속한 문재인 케어도 그렇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적극 찬성한다.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모든 의학적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선택 진료 폐지, 2인실 이상의 상급 병실료 보험 적용, 간호&8231;간병 통합서비스, 치매 국가 책임제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2년간 3600만명이 의료비를 2조 2000억 원 절감했다'고 한다. 의료비 걱정 없는 좋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지난 3월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삼성의료원에 방문했을 때,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환자가 많아 대기하는 시간은 었다. 그러나 최신의 검사 장비에 삼성의료원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며 2022년까지 매년 보험료를 3.2% 올리겠다고 했다. 가입자 단체는 '국민은 보험료를 매년 3.2% 올린다는 정부 계획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복지 예산이 급증하고 있어,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늘릴 여력이 없다'고 한다. 가입자 단체와 정부 모두 '추가 부담이 싫다'는 입장이면, 매년 3조 이상 재정 계획에 차질이 생겨, 2023년이면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될 수 있다. 최저임금처럼, 문재인 케어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의료 제도를 지속 가능하면서도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처럼 보장성만 늘리면, 결국 재정 고갈이란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첩|의협 단식투쟁 이후 플랜이 필요하다 2019-07-15 06:00:50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2일부터 의료개혁을 외치며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단식투쟁 8일째 되던 날 최대집 회장이 쓰러졌고,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의협 상임 이사진과 일선 회원들이 다양한 형태로 단식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분명 최대집 회장의 단식투쟁은 내부 결집, 내부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의학회와 진료과의사회, 국회, 시도의사회부터 시군구의사회까지 다양한 직역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우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출구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최 회장이 단식투쟁에 들어갈 당시 '회장이 쓰러지면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라는 말만 있었어도 방 상근부회장이 단식투쟁을 이어나갈 때 '물음표'는 붙지 않았을 것이다. 단식투쟁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처음부터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데다, 단식투쟁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종료를 할지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보니 '전략이 있긴 한 것인가'라는 내부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투쟁 당사자는 투쟁에서 출구전략이 굳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주고받는 'give & take(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하나라도 얻으려면 출구 전략은 꼭 필요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출구전략이라는 말은 군사전략에서 나온 용어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승산 없는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군대를 철수할 방안을 찾을 때 발이 묶인 미국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대를 철수할 방안을 모색할 때 나온 용어라고 한다. 이 말은 군사전략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의협은 정부와 국민을 향해 6개의 개혁안을 던졌다. 그럼 그 개혁안을 확인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정부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의협이 요구하는 '의료개혁'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말이다. 정부는 이 개혁안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대화를 해보자고 했다. 복지부 차관이 단식투쟁 중인 최대집 회장을 직접 찾아 대화를 해나가자고 했다. 12일에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의 주선으로 의협과 복지부가 다시 만났다. 이기일 국장도 대화를 하자고 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국고지원금 확대 같은 구체적인 항목에 대한 개선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의협이다. 의협은 거듭된 대화 제안에도 단식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단식투쟁을 접는다고 투쟁의 불씨가 꺼지는 게 아니다. 내부 비판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와 논의를 통해 단 하나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어찌 됐든 최대집 회장은 단식투쟁 중 쓰러졌고, 이를 의협 임원들이 이어나가고 있다. 내부 결집 효과는 충분히 봤다. 단식투쟁 종료 시점을 감히 이야기해보자면 최대집 회장이 기력을 회복해 투쟁 현장을 복귀하는 그날이다.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음 플랜을 실천해야 한다. 중앙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면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회원에게 중앙의 의지를 알려나가며 투쟁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 동시에 의협은 정부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칼럼|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 의사로 살아가기 2019-07-15 06:00:50
중환자실은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순간순간 질병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환자와 의사, 간호사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현대 의학에서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의 기구들이 즐비해 있고 분, 초를 다투어 환자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중환자실에서는 하루에 한두번 20-30분만 면회가 허락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안타까움도, 환자의 지독한 외로움도 '치료'를 위해 견뎌내야 한다. 중환자실에는 폐렴을 비롯한 여러가지 원인으로 스스로 숨쉬기가 어려워져 입실하는 환자가 많다. 이렇게 숨을 쉬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나는 존재한다. 중환자실의 호흡기내과 의사로서.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는 시간을 다투는 환자를 돌보아야 할 뿐 아니라 수주에 걸쳐 환자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아주 조금의 변화에 기뻐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기다려야 하는 진료과이다. 숨을 쉬지 못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게 되면, 인공 삽관이라는 가느다란 튜브를 통해서 인공호흡기와 연결을 하고, 숨을 불어넣어서 하루를 또 하루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든다. 그리고 그 희망이 완성되는 순간(드디어 인공 삽관을 했던 튜브를 빼고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는 그 순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 의사의 임무는 어느 정도 끝나게 된다. 이때가, 드디어 다시 한번의 삶의 순간이 찾아왔음을 느끼는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의료진에게도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인공삽관을 했던 환자가 말을 하고 입으로 물을 먹고, 게다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모든 일들이 정말 대단한, 삶의 경이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14년전 겨울, 전공의 2년차 때 중환자실 수련을 하면서 마음먹었다. ‘아, 이런 경험을 평생할 수 있다면 의사로서 너무나 행복하겠구나'라고. 그러나 모든 환자가 이렇게 인공호흡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것은 아니다. 단 하루 이틀도 있기 어려운 이런 중환자실에 보통 보름이 넘게, 길게는 한 두달을 머무는 (인간의 삶에 대한 열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 환자를 떠나 보내는 보호자의 몸부림,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요양병원과 중환자실을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운명의)환자들이 있다. 이 분들 중 많은 수가,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기계 호흡에 의존해야하루하루 아니 일분 일분을 버틸 수 있는 만성 호흡부전 환자들이다. 이 환자들은 분들은 숨이 막히는 고통을 참아내는 분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의식이 너무 명료하기 때문에 이분들을 지켜보는 내내 의료진의 마음은 너무나 아프다. '하루 종일 저 침대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얼마나 외로울까. 죽음이 다가오는게 얼마나 두려울까' 하는 생각이 늘 마음 속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걱정하는 나를 위로해 주는 환자분들 또한 그러한 만성 호흡부전 환자분들이다. 이러한 만성 호흡부전 환자들은 기관절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잃어버려 주로 필답을 하는데 "오늘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 손이 너무 차네. 나는 너무 걱정안해도 되"라고 손바닥에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기는 정말 힘들다. 스스로 숨을 쉬고, 두발로 서서 걷고 푸른 하늘을 언제든지 바라볼 수 있고, 집에 가서 단잠을 잘 수 있게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과 그렇게 해드리지 못하는 의사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니, AI 의 발전이니, 하는 눈부신 미래가 펼쳐진 것 같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중환자실 한 모퉁이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미래는 14년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람이란 꿈을 가진 존재이다. 이제부터 나의 칼은 생명과 동시에 그 꿈을 구하리라." 189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스스로가 폐결핵을 이겨내고,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에서 헌신적인 의료 활동을했던 Henry Norman Bethune의 말이다. 중환자실의 호흡기내과 의사는 Henry Norman Bethune처럼 칼을 갖진 못했지만 환자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니 서로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청진기를, 숨을 대신해 쉴 수 있는 인공 호흡기라는 기계를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청진기와 인공호흡기로 중환자실의 환자에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 이외에도 어떤 꿈을 꾸게 할 수 있을까. 함께 할 동료가 없이, 반복되는 당직과 36시간 지속근무에도 또 자정을 넘기는 너무 힘든 일상이 반복되어 여기서 멈춰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때가 있지만, 오늘도 나의 손을 잡아주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내과 의사로서의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줄기세포 이용 국산 아토피 치료제 기대해도 좋을 것" 2019-07-13 06:00:58
|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줄기세포를 통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강스템바이오텍이 지난달 말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종료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임상 일정뿐 아니라 병용 요법과 적응증 추가 계획에 대해서도 관심이 뜨겁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로서는 이례적으로 200명 가까운 환자를 대상으로 불과 1년 7개월만에 3상을 마무리 한 부분도 기대감을 키운다. 아직 맹검을 유지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스템바이오텍 최창규 임상개발본부장을 만나 '퓨어스템 AD주'의 개발 현황과 라이센싱 아웃 가능성 등에 대해 물었다. ▲퓨어스템 AD주는 어떤 약인가 다분화능을 가진 고순도의 비 조혈계 줄기세포를 제대혈에서 분리,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통해 중등도 이상의 아급성 및 만성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개발중이다. 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 MSCs)는 전임상 연구에서 아토피 성 피부염에 대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줄기세포가 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이 몸 안에서 전신에 작용한다. 약을 끊으면 약효가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라 항상성이 있도록 아토피를 생성하는 통로 두 가지를 차단하는 기전을 갖는다. 개발이 성공만 한다면 퍼스트 인 클래스다. 전세계적으로 줄기세포로 아토피 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임상 2상 결과는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26명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8개월 간 진행했다. 저용량군과 고용량군으로 나눠 투약 12주 후 결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아토피피부염의 4가지 징후의 중증도를 점수화한 지수(EASI)에서 EASI 감소율은 고용량군에서 55%, 저용량군에서 36%를 기록했다. 모든 용량군에서 아토피 피부염 증상 지수(SCORAD INDEX) 및 가려움증 감소율 등 관련 평가 지표에서 유의한 감소를 확인했다. 특히 고용량군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감소율을 기록해 용량 상관성을 확인했다. ▲임상 3상의 설계 전반과 진행 상황은 '퓨어스템 AD주' 3상 임상시험은 유의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적절한 대상자 수를 통계학적으로 산출해 대상자 수를 결정했으며, 시험군과 대조군(위약군)으로 나눠 투여한 후 두 군간 비교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수행됐다. 시험대상자인 환자와 평가자인 의사 모두 어떤 약을 투여 받았는지 알 수 없도록 '이중맹검(Double bilind)' 방식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97명 대상자의 최종 추적 관찰까지 완료한 상황이며, 통계 분석을 통한 결과 도출을 앞두고 있다. ▲임상에서 만족스러운 점과 아쉬운 점은 의료진과 환자의 높은 기대와 관심 때문에 대상자가 빠르게 모집돼 이후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탈락률이 높지 않았던 것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 아쉬운 점은 시험군과 대조군이 1:1 배정이기 때문에 3년 이상 중등도 이상의 만성 아토피피부염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위약을 투여함으로써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점이다.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 3상 임상시험의 연장연구로 위약군 대상자에게 '퓨어스템 AD주'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 맹검이 해제되는 9월 이후부터 위약군 대상자들에게 '퓨어스템 AD주' 투여를 계획하고 있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있나 3상 임상시험은 종료됐으나, 현재 맹검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를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임상시험에 참여한 대상자들 중 상당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인 대상자들이 있기 때문에, 통계적인 유의성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맹검이 해제되고 통계분석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결과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효과를 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이 확실히 나눠졌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 ▲향후 진행 상황은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온다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내년 3월경 식약처에 품목허가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유럽 등 세계 공략을 위한 라이센싱 아웃 계획도 갖고 있다. 2016년 하반기 유럽 임상 진행을 결정했고, 2017년 9월에 임상 수행 업체(CRO), 위탁생산업체(CMO)와도 계약을 해뒀다. 글로벌 빅 파마도 임상 결과에 큰 관심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상업화 이후 추가 임상시험 계획은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존 약제와의 병용요법, 청소년 및 소아 등에 대한 임상시험 등을 허가 이후에도 계획하고 있으며, 최근 그 일환으로 4주 간격으로 3회 반복투여 하는 용법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탐색하는 1/2a임상시험을 최근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았다. 나아가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 기초 의학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적응증의 임상시험을 수행해 희귀 난치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돼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질본 출신 1호 대변인 "의약단체와 소통 강화하겠다" 2019-07-11 06:00:56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국민건강을 위해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의약단체와 협력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겠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고재영 위기소통담당관(45)은 10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방역체계 홍보 책임자로서 보건의료계와 소통 강화 의지를 이 같이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입사 15년차 공무원인 그는 위기소통담당관(4급) 개방직 공개모집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토종 1호 대변인으로 지난 8일자로 임명됐다. 3년 임기. 고재영 위기소통담당관은 영남대 철학과와 졸업과 한양대 홍보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지난 2004년 사스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에 홍보 전문가로 입사해 15년간 예방접종관리과 책임연구원과 위기소통담당관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인사혁신처의 면접에서 공중보건위기 발생 시 대국민과 대언론 등 소통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위기소통담당관실은 언론팀과 위기소통팀, 디지털소통팀, 1339 콜센터 등 4개 부서를 총괄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확대된 질병관리본부 홍보 역할을 설명했다. 고재영 담당관은 "지난해 WHO(세계보건기구)에서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언론 홍보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내부와 지역현장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됐다"면서 "정은경 본부장 역시 위기대응을 위한 내부 역량과 소통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보건과 예방의학, 감염, 언론, 광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소통 자문단을 활성화시켜 지역 보건의료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지역 보건소로 감염병 대응 담당자 교육을 통해 질병과 감염 관련 정보를 공유해 위기상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업무 중 중점사업인 국가예방접종(NIP)과 의료기관 감염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은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고재영 담당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서로 알고, 협의를 통해 서로의 관심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국민건강에 초점을 맞춰 합리적인 의료현장 의견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1339 콜센터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전문 직종을 대거 투입해 국내외에서 24시간 답변하는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그는 "메르스 사태 이후 소통 시스템을 대폭 개선됐다 국민들의 사소한 물음이라도 언제든 답변해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언론 홍보에서 소통과 신뢰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보건의료 분야 전문언론과 신뢰도 더욱 쌓아 가겠다"고 말했다. 고재영 위기소통담당관은 "첫 번째 내부에서 승진한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적지 않으나 위기소통과 질병관리 경험자에게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하고 "신종 감염병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에 내부와 보건의료계 소통 강화로 국가 방역체계 대응력을 높여 가겠다"고 강조했다.
|수첩|의료계, 하인리히 법칙을 찾아서 2019-07-11 06:00:50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1 : 29 : 300 1건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29가지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고 300가지의 이상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강조하며 도출한 법칙이지만 이는 의료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얼마 전 농 자궁증으로 복통을 호소하던 할머니 환자가 서울의 빅5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지 못해 타 대학병원으로 전원됐지만 결국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2차병원에서도 수술이 가능한 난이도 낮은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환자를 놓쳤다. 해당 빅5병원은 규모면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였지만 당장 간단한 응급수술을 진행할 여건이 안됐다. 수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집도의와 수술장 이외에도 중환자실과 병실 등 인프라까지 확보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보장성 강화로 풀가동 상태에 이른 해당 대학병원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었다. 해당 병원에서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선뜻 받아주는 의료기관이 없어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전원을 요청한 끝에 간신히 전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그 사이 골든타임을 놓쳤다. 문제는 이 사건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이는 대형사고가 터지기 이전의 29가지 경미한 사고 중 하나라는 것이 응급의료 현장의 목소리다. 지난 2016년, 중증 외상 소아환자가 당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지 못한 채 시간을 끌다가 결국 헬기로 아주대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병원은 권역응급센터 지정 취소 등 상당한 파장을 몰고왔다. 최근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을 두고 3년전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 장중첩 소아환자 사망사건,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사건 등 지방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일들이 최근 서울권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등 인프라가 충분한 서울권에서조차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은 의료 인프라가 필요한 환자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빅5병원과 대형 대학병원이 몰려있는 서울에서조차 응급환자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의료전달체계. 1건의 대형사고가 터지기전에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금 의료 현장의 의료진들이 보내고 있는 300가지의 이상징후에 대한 신호를 놓치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대한민국 산부인과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2019-07-10 06:00:50
2년 전 인천의 한 산부인과병원에서 분만 중 태아사망사건으로 의사가 금고형을 받았으나,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끈질긴 투쟁으로 금고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경상북도 안동의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중 산모 사망사건으로 또 감옥에 가게 되었다. 과거에는 과실이 있다면 이에 대해 민사상의 책임만 졌으나, 이제는 형사상 책임까지 지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번 의료사고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접하지는 않았지만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자궁 내 태아조기박리로 인해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걸로 보인다. 이 질환은 산부인과 의사가 제일 무서워하는 응급상황으로 태반박리가 심하지 않으면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산부인과 의사인 나로서도 과거에 자궁 내 태반조기박리를 수차례 경험 했었는데, 바로 진단이 되어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가도 엄청난 출혈로 결국 수혈을 하면서 수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수술이 늦어지고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의사도 환자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의사는 선한 목적으로 진료행위에 임한다. 그리고 의료사고가 나면 가장 괴로워하는 사람은 의사다. 실제로 내가 아시는 분들 중에는 분만사고로 아예 분만을 포기하고 부인과 진료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에는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진료를 방해하면서 그 지역에 안 좋은 소문이 나게 되면 결국 병원 문까지 닫게 만든다. 이런 고통스러운 의료사고를 일부러 내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위해 노력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업이 본인 마음대로 잘 안되기도 하고 경찰은 범인을 잡으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사업이 잘 못 되서 회사가 망해서 직원들이 거리에 나 앉는다면 사장을 잡아가는가? 경찰이 범인을 놓치면 그리고 그 범인이 연쇄살인범이었다면 그래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구속되는가? 특히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진료행위를 할 때 더욱더 예민해지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잡아간다면 어느 의사도 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다루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부인과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이런 뉴스가 터져 나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붙어있던 숨을 틀어막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산부인과 지원율이 턱없이 낮은데 그리고 산과로 개업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예 산부인과를 고사시키려고 작정하지 않는 한 이번 판결은 백번 잘 못된 것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인용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판사가 죄 없는 자를 무기수로 만들었을 때 그 판사는 당연히 구속되어야할 것이다. 그것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칼럼|문재인케어가 '문재인푸어'로 되지 않으려면 2019-07-08 06:00:50
정부의 자화자찬이 또 시작됐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 시행 2주년 성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약 3600만명이 의료비 혜택을 누렸으며, 구체적으로는 비급여의 급여화 1조4000억원, 취약계층 본인 부담률 경감액 8000억원 등 총 2조2000억원의 환자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언뜻 들으면 의료비의 가계직접 부담금이 줄어들었으니 일단은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재난적 의료비를 해소하겠다는 당초의 선전과는 달리 대부분이 대형병원의 MRI나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의 급여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문제고, 앞으로 진행될 보장성강화 정책 역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나아가 문재인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투입될 재원이다. 정부가 향후 5년간 투입할 42조원 중 절반은 현재 적립되어 있는 건보적립금 20조원이 들어갈 예정인데, 이게 그냥 남아도는 돈이 아니라는 거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 2000년 건강보험 재정 통합과 의약분업 시행 이후 큰 적자가 발생해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서 억지로 재정을 맞춰왔고, 의료수가 인상 억제를 통해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최근 10년 간 조금씩 적립해온 재원이라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이 보장성 강화를, 공급자들이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건보적립금이 남아있다고 마구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즉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 인구 및 기대수명 증가, 신약·신의료기술 증가, 의료서비스 욕구 증가 등으로 국민 의료비가 폭증할 것이 예상되는 바 여기에 들어갈 재원을 미리 적립해두는 것이니 함부로 꺼내 쓸 수 없다고 거절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2년 전 정부는 한순간에 말을 뒤집었다. 이전 10년 간 힘들게 쌓아놓은 적립금을 5, 6년 만에 다 쓰겠다고 한다. 이는 긴 겨울을 대비하여 창고에 저장한 쌀을 찬바람이 불기도 전에 술 담그고 떡을 쪄서 다 먹어치우겠다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영국 NHS의 교훈 자본주의의 효시인 영국에서 사회주의적 의료보험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ystem)가 시작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은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쟁 직후 피폐해진 사회 기반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영국 국민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노동당의 애틀리를 수상으로 선택했다. 이후 보수당도 버츠켈리즘이라는 타협을 통해 NHS를 비롯한 사회 복지정책을 이어나갔다. 문제는 재정이었다. 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노동당과 그 지지자들은 복지의 확대를 계속 요구했고 NHS는 1948년 시작 당시 약 4억4000만 파운드의 재정이 소요되었으나 2008년에는 약 1000억 파운드로서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10배 이상 증가됐다. NHS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 전반의 복지 증가로 인한 재정 적자, 잦은 노조의 파업과 실업률 증가 등은 이른바 '영국병'을 야기했다. 1979년 노동당의 5년 집권을 무너뜨린 마가렛 대처는 파업에 강경 대응하고 재정 지출을 줄이는데 성공하여 무려 20년동안 보수당 집권을 이룩했다. 그럼에도 1997년 노동당 토니 블레어 집권 이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NHS 예산은 영국의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데, 국가 전체 예산의 거의 1/5을 여기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NHS는 의료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와 오랜 진료 대기시간, 유능한 의료진의 해외 유출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주도하는 관료들의 상당수는 영국의 NHS를 공부하고 이를 벤치마킹 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과연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쁜 우리 상황 영국 NHS와 비교하면 우리의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영국의 경우 우리보다 인구고령화 속도가 둔화된 상태이며, 70년 간 제도운영 경험을 통해 적립된 재원을 한꺼번에 써버리거나 하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또한 NHS는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일차진료(Primary Care, PC))와 이차진료(Secondary Care, SC)를 구분하고 있고,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각 지역의 일차진료의사(General Practitioner, GP)들이 의료 이용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잉 수요를 줄이거나 합리적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NHS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의료기관이나 자선기관 등을 허용하여 일부 수요를 해소하고 있다. 작금 문재인케어의 경우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적립금 20조원을 몇 년 만에 다 써버리고 나면 이후에 늘어난 재정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대책이 없다. 급속도의 보장성 강화는 의료수요의 증가를 촉발시켜 당초 정부에서 추계한 재원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현재의 보장성 강화 플랜이 대형병원에 초점이 맞춰져있는데다 의료전달체계 역시 갖추어져있지 않아 의료비 폭증을 제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 도입부터 이러한 전달체계가 마련되지 못했고 이미 많은 전문의들이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어 NHS와 같은 문지기 제도로 가기는 어렵다. 다만 현행 제도 하에서라도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일차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나 각종 지원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그로 인한 재원의 소모를 악화시키게 된다. 더욱 황당한 건 보장성 강화에 찬성하면서도 아무도 비용을 더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보험료 인상에 반대했고, 기획재정부는 국고지원 확대를 반대했다. 이를 조율하고 중재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결국 지난 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험료 결정이 무산되었다. 당장 내년에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과 나흘 뒤 문재인케어 2주년의 '성과'를 발표한 것이다. 아무리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다고 해도 건강보험료가 임금이나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른다면 국민들이 만족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보험료를 낼 근로자들이 줄어들고, 보험료를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올라간다. 영국 NHS외에도 NHI(National Health Insurance)를 운용하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등과 그 중간 형태를 취하는 프랑스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성 강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국민의 3분의2가 가입하고 있는 민간(실손)보험을 통해서 부족한 보장성을 이미 상당부분 메우고 있다. 문재인푸어가 되지 않으려면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있다.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무리하게 은행 대출 등을 받아 자기 소득에 비해 훨씬 고가의 집을 구입했다가 그 이자에 치여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의 여러 사회보험 제도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보장성이 충분한 건강보험이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료나 세금이 들어가고 그로 인해 국가는 물론 가계에 부담이 된다면 그건 좋은 제도가 아니라 나쁜 제도다. 대통령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제도가 '푸어(Poor)'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첫째, 의료계와 충분히 상의하여 필수의료 위주로 의학적인 보장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보상기전이나 급여기준 마련을 통해 의료의 양적인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인 제고가 동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저출산·고령화 시대와 국민생활수준 향상에 따르는 의료이용 증가를 예상하여 충분한 재원 마련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회보험의 원리에 따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야 하고 수익자 부담의 원칙 또한 지켜져야 한다. 셋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단순히 의료비의 가계 직접부담만 줄여주는 것이 아니다. 의료서비스 이용자가 원할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적시성도 중요한 보장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