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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PA라는 명찰 단 후배를 감옥 앞으로 밀고 있다" 2018-09-20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지금 고민을 안다. 나도 병원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병원 간호사 후배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꺼다. 곧 조치해주겠다. 행여 병원 나갈 생각은 말로 나를 믿고 기다려라." 오늘도 두려움으로 내 앞에 선 후배를 또 다시 감옥 앞으로 밀어 넣었다. 간호본부장으로 3년. 지금까지 내가 감옥 앞으로 밀어 낸 후배들이 몇이나 될까. 평간호사가 내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안다. 그만큼 불안하고 힘든 마음에 수없이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게 전부다. 아니 어쩌면 나도 저런 이야기들을 전하며 애써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배를 언제 빠져 죽을지 모르는 늪에 밀어 넣으면서 말이다. "끝없는 악순환이 부른 비극 의료제도 사생아 PA" 사실 나도 이 자리에 앉아 이런 얘기들을 할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저 위에 설때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날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랬다. 나는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학생때도 신규로 발령받아 병원에 첫 발을 딛던 30여년 전에도 나는 할말을 하고야 마는 악바리 근성이 있었다. 그래서 더 피곤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문제들을 혼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렇기에 아주 극소수의 응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를 문제아로 취급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결국 모교 병원에서 밀려나 다른 취직 자리를 찾을때도 나는 당당했고 그 극소수의 응원들이 모이고 모여 어찌보면 결국 정점 아닌 정점에 올랐다. PA문제도 그랬다. 일부 병원에서 미국의 PA 제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으로 변환해 운영할때 나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절대 간호사들이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나는 지금은 그렇게 외칠 수 있을지 수없이 자문한다. 나는 이 빌어먹을 정도로 꼬여버린 병원의 시스템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식 PA가 도입됐을때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PA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매우 한시적이었다. 병원을 지탱하던 전공의라는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잠시 메워주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잠시만 도와주면 자연스레 정리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것이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병원 건물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에 비해 의사는 부족했다. 아니 이 커다란 건물을 떠받들 노동력은 부족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전공의는 줄고 수술방은 늘어갔다. 병동도 늘어났다. 하지만 병원은 늘어나는 환자에 비례해 돈을 벌고 있지 못했다. 의사를 더 뽑자니 돈이 없었다. 그럴때 기가 막힌 타이밍에 떡밥이 던져졌다. 지금의 간호등급제다. 간호사를 뽑으면 돈을 더 준다. 이건 절제절명에 있던 병원들에게 광명의 빛과 같았을지 모른다. '하얀거탑을 떠받들 노동력도 충원하고 돈도 벌 수 있다' 얼마나 좋은 기회였던가. 나와 같은 간호계 선배들의 이기심도 이를 부채질했다. 간호사 정원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 당장은 PA로 투입하지만 '잠시만' 도와주면 자연스레 간호부 인력이 늘어난다는 헛된 망상들 말이다. 그렇게 PA는 서로 다른 필요와 이기심에 의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에 맞춰 업무와 역할도 점점 더 확대됐다. 전공의는 줄고 노동력은 부족한 상황들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갔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PA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기괴한 의료제도가 만들어낸 괴물로 커져갔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형 괴물'로 말이다. 더욱이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그 괴물은 더욱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전공의라는 막강한 노동력을 가진 괴물이 사라지는 공간들을 메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불문율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렇게 한국형 괴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모두가 긴장하며 이를 지켜보는 듯 하다. '이걸 이대로 둬야 하는가' 하는 불안감이 커져가는 모습들은 이제 의료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PA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의료계 내부에서 PA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론화도 여러번이나 이뤄졌다. 누군가는 당장 없해야 한다고, 누군가는 아예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고도, 누군가는 현실을 인정하고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공허했다. 결국 그 논의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한때는 그러한 기대감도 있었다. 미국과 같이 PA가 공식적인 의료인의 한 파트로 인정받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동력'만을 원하는 의사들에 의해 요원한 상태다. 그들은 PA를 필요로 하지만 PA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도 PA의 필요성, 아니 어찌보면 그들이 바치고 있는 하얀거탑의 붕괴를 걱정하지만 그들 또한 PA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는 않는 그래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그러한 불문율이 생겨난 셈이다. 그 불문율 속에서 오늘도 내 후배들은 언제 감옥에 갈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병원 문으로 들어선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명찰을 달고 말이다. 일부 간호계 리더들도 의료계 리더들도 이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들었을때 나는 또 한번 절망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어. PA는 지금 건드릴 수가 없는거야. 복지부도 몰라서 그렇게 두겠어?" 그렇게 우리 모두는 그 불안정한 불문율에 기댄 채 '한국형 괴물'을 키워가고 있다. 모두가 공범이지만 아무도 범인은 없는 그 이상한 게임을 지속하며 말이다. 그 속에서 나이팅게일을 꿈꾸며 간호사 휘장을 고대하는 후배들은 감옥 문턱으로 끌려 가고 있다. 모두가 쉬쉬하는 가운데 어느 곳에서는 후배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끌려가며 곤욕을 치룬다. 그것을 보며 또 다른 후배들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기대했던 간호사의 이상을 접으며 오늘도 잠재적 범법자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러한 현실이 몸서리치게 싫은 나이지만 나 또한 내일도 후배들을 또 다시 감옥 문턱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믿지 않으려해도 딱히 방법이 없는 무기력한 불문율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다. 나도 공범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나…그들은 날 PA라 부른다" 2018-09-19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출근하자 마자 수술복을 입는다. 수술방 어레인지(사용 예약)를 마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수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진행한다. 하지만 행여 보호자가 "그런데요 교수님" 이라고 질문을 한다거나 "레지던트이신가 봐요?"라는 질문을 하면 나는 잔뜩 움츠러든채 말끝을 흐린다. "아... 네에... 음... 방금 설명드린 건... "하면서. 의사의 일을 하고 있지만 의사는 아니고 간호사이기는 하지만 간호부에는 속해 있지 않은 내 타이틀은 PA(Physician Assistant)다. 누군가는 나를 필수 인력이라 칭하고 누군가는 나를 범법자 취급하는... 그렇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방항하고 있는 나. 어쩌면 PA라는 호칭조차 내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선…자기 합리화와 불안감 공존 졸업반이던 4학년 4년 내내 입사를 꿈꿨던 병원에 실습을 오게 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커다랗고 번쩍이는 건물. 수천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가운을 입은 선배들을 보며 그들이 서 있는 그 곳으로 가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날들이 쌓여갔다. 누군가는 모교에 남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지만 지방에서 상경한 나에게 그 커다란 건물과 그 안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풍경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꿈이 이뤄지던 날. 처음 ID카드를 받아들고는 벅찬 마음에 눈물까지 배어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모님의 자랑스런 딸이었고 동기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속칭 잘나가는 예비 간호사였다. 물론 태움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병원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애써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의연하게 이겨냈다. 듀티가 꼬여도 웃으며 받아들였고 휴일 근무도 일부러 자청했다. 내가 더 열심히, 성실히 임하면 모두가 나를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렇게 1년을 버티며 언젠가 완전히 병원의 일원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을때 쯤 새로운 제안이 찾아왔다. "PA자리가 하나 비는데 그동안 내가 봐온 걸로는 자기가 딱인 것 같아. 자기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꺼야. 우선 3교대가 없고 뭐 많진 않지만 수당도 있고. 자기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꺼야." 몸과 마음이 지쳤을때여서 였을까. 그 제안은 제법 솔깃했다. 무엇에 끌렸던 것일까. 남들이 출근할때 출근하고 퇴근할때 퇴근할 수 있다는 것. 무언가 조직의 아주 작은 조각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긴다는 것.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저기 한참 위에나 있는 대선배가 나를 알아봐주고 나에게 무언가를 제안했다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PA라는 이름으로 수술방에 섰다. 2~3주는 우선 지켜보며 지시 사항만 들으라는 말에 약간 자존심도 상했다. 나도 의료인인데 말이다. 하지만 근무 첫 날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곳은 병동과는 완전히 다른 구역이었다. 나에게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이 던져졌고 대학 4년 내내 단 한번도 배우지 못한 일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수많은 일들이 나에게 던져지던 때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마구 쏟아지는 일들을 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가득 차 있었을 뿐이다. 이제 일이 손에 붙을 때쯤 그때서야 지금까지 정신없이 미뤄놓았던 고민들이 찾아들어왔다. '이걸 내가 해도 되는건가?'라는 근본적 의문부터 '이거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는 건가?'라는 현실적 불안감까지. 수술실 어레인지와 검사 의뢰 등은 그나마 약과였다. 애써 합리화를 시키자면 '그래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뎌진 것도 있었다. 수술동의서를 받으러 갈때도 그랬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건가?'라는 의구심은 수차례 반복되는 업무속에서 무뎌져만 갔다. 아마도 그래서 였을까. 계속되는 버발 오더(구두 지시)를 정리하는 일도 마치 내 일처럼 익숙해졌다. EMR에 척척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고 능숙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갔다. 하지만 그 근본적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진행형이랄까. 답답한 마음에 동기, 선후배와 상담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들은 더 충격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 정도면 정말 시스템 잘 돼 있는거 아니냐? 그게 문제인가? 우리 병원에서는 PA가 마무리 다 하는데. 봉합 못하면 PA 취급도 못받아." "야 오더 정리가 일이냐? 난 회진 도는 PA도 봤다. 처방도 거의 자기들이 내던데." 그제서야 나는 애써 미뤄놓았던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PA를 다시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의사도 아닌 간호사도 아닌 우린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하지만 그 의문과 자문도 오래가진 않았다. 나는 그 날도 또 현장속에 있었고 그렇게 또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소속감도 업무도 모호한 중간자 "나도 직장인일 뿐"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와 같이 일을 준비하고 있을때 갑자기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단체 카톡방에 뉴스가 마구 링크되기 시작했고 쉴새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내용은 그랬다. 보건복지부가 PA를 불법 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엄벌에 처한다고. 여기 저기 흩어져 PA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SA(Surgery Assistant)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NP(Nurse Practitioner)로 활동중인 우리 간호사들은 동요했다. 그동안 PA를 두고 수많은 말들이 많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때마다 우리 또한 고민과 의문이 많았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다시 사그라들길 수차례였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정부가 직접 PA를 다 들춰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거기다 면허 취소라니. 누가 들어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 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어찌 보면 합법과 불법, 편법의 교묘한 선에 놓여져 있었달까. '분명 불법인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들어도 '아니게 보면 아닐 수도 있나?'하는 그런 것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 간호사들에게는 지옥도가 열린 바로 그 사건 때문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전공의가 PA인지. PA가 전공의인지 모르게 우리는 함께였다. 하지만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상황은 변해버린지 오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책임 문제다. 전공의가 늘 함께 하던 시간에는 책임을 나눠질 수 있었다. 혹여 문제가 발생해도, ID를 활용해도 전공의가 '내가 했다'하면 문제될 소지가 적었다. 우리에게는 그나마 방패막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혹여 80시간 근무에 문제가 될까 전공의가 막아주던 방패를 모두 거둬가버렸다. 당직을 서지 않으니 당직시 책임을 나눠질수도 퇴근 후에는 EMR 접속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니 그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나마 합법과 불법, 편법의 교묘한 선에 서있는 우리가 이 정도이니 다른 병원은 오죽할까. 하지만 더욱 큰 충격은 그 후에 이어졌다. 혹여 모를 불안감에 믿고 따르던 선배를 찾아가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PA가 되는 순간 나는 간호사이지만 간호본부가 아닌 의국 소속으로 배정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간호사이지만 의국의 인사발령을 받는 사람이 됐다는 의미다. 그 말에 나는 동요했다. 혹여 문제가 있어도 간호본부, 나아가 병원에서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PA를 시작할때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던 조언은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갈 수 없는건가.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간호본부장 면담을 신청했다. "지금 고민을 안다. 나도 병원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병원 간호사 후배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꺼다. 곧 조치해주겠다. 행여 병원 나갈 생각은 말로 믿고 기다려라." 강한 의지가 보이는 그의 말을 들었지만 지금도 나는 하루에도 수백번의 고민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릴적 꿈인 간호사가 됐고 너무나도 꿈꾸던 병원에 들어왔는데.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한 것 뿐인데. 왜 나는 범법자가 되어 내 면허증을 뺏길가 걱정하며 잠을 설쳐야 하는 걸까. 대통령, 여야당 대표,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 병원 원장님.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소리치고 싶다. "나도 직장인이에요. 나도 좋은 간호사 되고 싶다고요. PA를 안하면 실업자가 되고 PA로 남으면 면허증을 뺏어간다니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이 기사는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건을 1인칭 에피소드로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병원이나 인물과 무관합니다.
32년 환자와의 '라포' 경험 통해 깨달은 '가족주치의' 2018-09-06 06:00:59
|언제나 믿음직한, 가족 주치의⑦|삼성가정의학과 의원 이행훈 원장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의사는 환자가 은퇴시키는 것이지 스스로 은퇴하는 게 아니에요." 1987년 전국에서는 세 번째로, 전라북도에서는 가장 먼저 '가정의학과'라는 이름으로 의원의 문을 연 이행훈 원장(조선의대, 사진)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소신이자 신념이다. 미소로 기자를 맞은 이행훈 원장은 가정의학회장을 맡는 등 가정의학과 발전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 이행훈 원장은 연세의대 윤방부 교수의 조언과 공보의 시절 전주 예수병원에서 경험한 일차의료 관련 사업을 계기로 가정의학과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젊었던 시절을 회상한다. 처음으로 의원을 문을 열 당시 이행훈 원장은 '젊다'라는 것을 무기 삼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주시 중심가에서 시작했다. "1987년 전라북도에서는 처음 가정의학과 간판으로 의원을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전주시에서 가장 번화가인 코아백화점 근처에서 의원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모했던 결정이었어요." 이 후 전주시 코아백화점 근처에서 건강검진센터까지 확대 운영하다 5년 전 이를 접고 전주시 외곽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의원을 옮겨 운영하고 있다. "중간에 검진센터를 운영하면서 확장도 했지만 국가검진이다보니 요구하는 것도 많고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당시에 윤방부 교수도 번화가에 의원 문을 여는 것을 염려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이행훈 원장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차 의료의 '핵심'인 가정의학은 환자와 가까운 곳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일차 의료는 결국 환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5년 전 아파트촌이 있는 지금 위치로 의원을 옮겼어요. 환자를 많이 보고 적게 보고를 떠나서 일차 의료는 결국 환자 곁에서 머물며 그들의 환경과 배경까지 고려해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정의학과만이 아닌 내과나 소아청소년과 등도 다 같이 '가족주치의'로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행훈 원장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이행훈 원장은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해 가정등록관리 프로그램과 가정의학 인증의제 도입을 제안했다. "EMR 프로그램에 가정등록관리 프로그램을 탑재해 주기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가정의학 인증의제를 만들어서 내과나 소아과와 함께 일차 의료에서의 가족주치의 역할을 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일차 의료기관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가정의학과만이 일차 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로의 공멸만 부를 뿐이니 국가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과를 아우르는 제도가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이행훈 원장은 일차 의료에서의 '가정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동안 요양시설 3곳에서 무료로 해왔던 촉탁의 생활은 앞으로 접을 예정이다. "사실 그동안 요양시설에서 촉탁의로 무료봉사를 해 왔는데 최근에 그만 뒀어요.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니 내가 아니어도 후배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의미에서의 결정이었어요. 의원 문을 연지 32년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진료에 매진할 생각이에요. 의사는 환자가 은퇴시키지 스스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거든요."
의사들은 왜 비의사에게 초음파검사를 양보하게 됐을까 2018-08-29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초음파 특히 심장 초음파검사까지 의사가 직접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검사는 생각치도 못했다. 심초음파 검사는 언제부터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나 간호사로 넘어가게 된 것일까. 의료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90년대 중후반쯤 심초음파 건수의 급증이 검사의 주체를 바꾸는데 크게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넘어갔다"면서 "그 시점은 심초음파 검사가 급증하기 시작한 90년대말부터였다"고 했다. 또 다른 내과 교수는 "90년대 중후반, 전국의 대학병원이 규모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환자가 증가했고 이는 곧 검사 및 시술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순환기내과 교수들은 시술에 집중하면서 검사는 간호사 및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양보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병원 경영진들은 무리한 규모 확장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환자 진료를 요구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굳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급증하는 검사량을 감당할 수 없는 의료진과 경영적으로 수익을 쫒을 수 밖에 없는 병원, 최대한 빨리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로 최근 임상시험 건수의 급증으로 초음파 검사 건수가 동반 상승하면서 더욱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모 교수는 "최근 대형 대학병원 순환기내과에서는 임상시험이 급증하면서 이에 초음파 검사가 필요해 검사 로딩이 극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 않아도 밀려드는 환자에 임상시험까지 겹치면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무한대로 교수를 늘릴 수도 없고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쉽게 의료기사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식"이라며 "공간도 의사인력도 제한적인데 환자의 의료이용량은 OECD국가 평균 대비 3배 이상 높다보니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장비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초음파 장비업체들은 수시로 연수강좌를 열어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며 "의사만으로는 시장이 제한적인 만큼 그 영역을 의료기사까지 확대, 꾸준히 교육을 통해 잠재적 시장을 키우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 급증은 환자의 정확한 진단 목적이 아닌 수익적인 배경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심초음파 검사는 이대로 괜찮을 것일까. 일선 의료진들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상초음파학회 한 임원은 "이는 저수가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병원은 수익을 내고 의사는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진료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간호사 등 비의사를 초음파 검사실로 돌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순환기내과가 특히 비의사의 초음파검사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의사들 내부에서 '심장내과 의사들은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는 만큼 단순히 환자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것 이외 달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 자리가 없다"는 젊은 의사들의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 A씨는 "내과 전공의 4년차가 되서 순환기내과로 세부전문의를 받겠다고 해도 심초음파 검사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사실상 간호사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심초음파 검사에 대해 수련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현실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며 "결국 전공의 시절에 배우지 못해 펠로우 과정을 밟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사회적 비용만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순환기내과 내부에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심장학회 한 임원은 "학회 차원에서도 간호사 등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너무 만연해지면 의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심장초음파를 실시하는 의료기사의 자격증 프로그램 등 양성화 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초음파 둘러싼 직역간 갈등 부추기는 복지부 유권해석 2018-08-28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최근 복지부 유권해석은 초음파 검사를 두고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두 직역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초음파 시행 주체' 관련 8월 7일자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방사선사 이외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의사의 실시간(real time)지도하에 임상병리사의 심장, 뇌혈류, 경동맥 초음파 검사 및 촬영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의사의 지도는 임상병리사와 1:1로 이뤄져야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방사선사협회 측은 "지금까지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했던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를 풀어준 것으로 기존의 판례를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임상병리사협회 측은 "임상병리사도 초음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복지부 유권해석을 유지한 것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두 단체는 동일한 유권해석을 두고 왜 이처럼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거 복지부 유권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논란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년 방사선사협회는 복지부로부터 모든 초음파검사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는 불가능하고 의사 또는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임상병리사협회 측은 복지부로부터 뇌혈류에 한해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는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것이 오락가락하는 복지부 유권해석의 시작이었다. 이후 2005년 광주 OO병원 임상병리사가 초음파쇄석술(ESWL)을 실시한 것에 대해 15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어 해당 임상병리사가 행정심판위원회에 면허자격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즉, 임상병리사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법으로 본 셈이다. 그러나 2016년 7월 임상병리사 측에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모호한 기준에 대해 질의하자 복지부는 뇌혈류, 경동맥, 심장 초음파가 기능 검사이기 때문에 임상병리사도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또 다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어 최근 2018년 8월, 초음파검사 시행주체에 관한 유권해석을 통해 거듭 임상병리사도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심장, 뇌혈류,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결과적으로 10여년간에 걸쳐 보건복지부의 오락가락 유권해석이 의료 현장의 의료기사 직역간 갈등만 부추긴 셈이다. 사실 임상병리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13조 규정에 의해 심전도, 뇌파, 심폐기능, 기초대사 등 기타 생리기능에 관한 검사를 허용하고 이를 어길 경우 6개월 이내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초음파검사도 임상병리사의 영역으로 자리잡았고, 방사선사의 영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들은 구별면허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방사선사'라는 별도의 면허를 준 것은 전문범위별로 업무를 한정,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취지인데 복지부의 유권해석처럼 임상병리사 등 다른 직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사선사협회 진계환 법제이사는 "이는 마치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구별면허제도 취지가 무너지면 한의사와 의사의 구분도 모호해질 수 있는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권해석은 방사선사 업무영역을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지난 주말 방사선학과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그 자리에서 의견 반대입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강경한 뜻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와 관련해 의사와 방사선사 1:1로 지도감독하라는 의미를 내포한 '의사와 방사선사가 동일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라는 문구와 모니터를 활용한 관리 감독을 의미하는 문구인 '기타 의료기술을 활용'이라는 문구를 동시에 명시한 것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여전히 편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방사선사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모니터를 활용한 관리감독도 가능하다는 기준이 혼재해 있어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사 1명이 수십개의 모니터를 통해 지도감독하는 식의 행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이런 식으로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 기준을 허용하면 결국 편법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모니터를 활용한 지도감독 즉 '의료기술을 이용한 지도'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상의학회 한 관계자는 "원칙은 모든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며 "일부 의사의 검사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의사의 입회하에 동일공간에서 검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간호사'만으로 돌아가는 A대학병원 심초음파 검사실 2018-08-27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8월 어느날 오후 2시경 찾아간 소위 빅5병원으로 꼽히는 A대형 대학병원 심초음파 검사실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환자 이송요원이 예약된 검사시간에 맞춰 입원복을 입은 환자를 검사실로 데려와 대기하면 곧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검사자가 나와 환자를 검사실로 옮겨간다. 검사를 마치면 휠체어나 침대로 환자를 옮겨 다시 데리고 나온다. 환자가 검사실로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대략 10~15분이 소요된다. 심초음파 검사실은 총 6곳. 검사자는 검사를 마친 환자가 나가면 잠시 후, 다음 대기 환자를 검사실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기자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심초음파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며 지켜본 결과, 검사실에는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4~5명의 검사자 이외 의사 등 다른 의료인은 없었으며 이들이 전담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있었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환자는 없었다. 한 60대 남성환자는 "전에도 와봤지만 이런 검사는 의사가 안 해. 간호사나 의료기사가 하겠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들은 누구일까. 해당 대학병원을 통해 이름과 신분을 확인한 결과 간호사들이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미국 소노그래퍼(Sonographer) 자격증을 취득한 간호사로, 심초음파 검사 분야에서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갖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대학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소노그래퍼들이 미국 자격증(American Registered Diagnostic Medical Sonographer, ARDMS)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합법일까. 유감스럽게도 현행법상 불법이다. 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경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간호사는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다. 최근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의사가 한 공간 내에서 1:1로 실시간 지도감독 한다는 조건 하에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를 급여로 인정해줬지만 간호사는 현행법상 초음파 검사 자체가 불법이다. 의료법상 비의사가 단독으로 초음파 검사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A대학병원 측은 "심초음파 검사실 내에서 검사는 비의사가 실시하더라도 모두 모니터를 통해 전문의가 판독하는 등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검사자가 간호사인 이상 불법을 면하기 어렵다. 미국 소노그래퍼 자격증(American Registered Diagnostic Medical Sonographer, ARDMS)을 취득을 통해 전문성을 높일수는 있지만, 이를 국내 의료인 면허체계에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 여부를 뒤집을 순 없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이는 A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전문의는 "A대학병원 이외 빅5병원으로 알려진 B, C대형 대학병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간호사가 해당 병원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대형 대학병원 한 내과교수는 "비의사에 의한 심초음파 검사는 새로운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그 많은 검사를 어떻게 내과 교수들이 일일이 하겠나. 저수가 체계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불법을 자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심장학회 한 임원은 "현재 정해진 인력 및 수가체계 내에서 오는 환자를 해결하다보면 법에서 정한 테두리를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의사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편법적으로 진료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시설이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만 환자를 적게 진료하고 그 이외에는 대기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병원 경영진 입장에선 생각이 다르다보니 자칫 공장처럼 돌아가기도 한다"며 "환자는 낮은 가격에 빨리 진료를 볼 수 있으니 좋겠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쓴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불법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거듭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끌지는 못한 채 불법 행위가 고착화되고 있다. 실제로 대한영상의학회가 지난 2016년 비의사의 초음파검진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데 이어 의사의 실명이 적힌 오렌지색 명찰과 배지를 배포하고 착용하도록 하는 '초음파 의사 실명 캠페인'에 나서고 있지만 관행의 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매년 2회 초음파 교육을 실시하는데 3초만에 접수가 마감이 된다. 젊은 의사들은 이처럼 배우고 싶은 의지가 높은데 일부 선배 의사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불법이 만연하니 합법화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 또한 버젓이 불법행위가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다"면서 "바로잡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합법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대한임상초음파학회 한 임원은 "간호사에 의한 심초음파 검사는 엄연히 불법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대학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실 상당수 대학병원도 이와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의원급 병상 점유율 9%대로 추락…"병실 운영 의미없다" 2018-08-20 06:00:59
|분석|최근 3년 의원급 병상 수 변화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의원급 병상 수가 전체 의료기관 병상 수 대비 처음으로 한 자리수를 기록해 동네의원 병상의 사실상 도태를 예고했다. 진료과별 정신건강의학과와 산부인과, 외과 등의 감소가 두드러진 반면, 성형외과와 비뇨의학과는 되레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와 심가평가원이 19일 국회에 제출한 '최근 3년(2016~2018년) 의원급 허가병상 수 변화'에 따르면, 2016년 3월 7만 7892병상에서 2018년 3월 6만 5254병상으로 의원급 병상 수가 16.2%로 줄었다. 연도별로는 2016년 3월 7만 7892병상에서 2017년 3월 7만 4604병상, 2018년 3월 6만 5254병상이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3288병상이 줄어든 데 비해, 2017년과 2018년 사이 9350병상이 줄어들어 한해 사이 의원급 병상 수가 2배 넘게 급감했다. 진료과별 2016년과 2018년 달라진 병상 수를 살펴보면, 내과는 2460병상에서 2018병상으로 -18%, 신경과는 222병상에서 178병상으로 -23.9%, 정신건강의학과는 3834병상에서 2496병상으로 -34.9% 등의 뚜렷한 병상 감소를 기록했다. 의원급 병상 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반과도 1만 8129병상에서 1만 5288병상으로 -16%를 보였다. 기피과로 불리는 외과계 병상 수 감소는 지속됐다. 산부인과는 6772병상에서 5258병상으로 -22.3%, 외과는 7168병상에서 6218병상으로 -13.2%, 신경외과는 4225병상에서 3673병상으로 -13.1%, 흉부외과는 188병상에서 177병상으로 -5.9% 등 추락세를 나타냈다. 의원급 최다 병상 수를 보유한 정형외과의 경우, 2만 8195병상에서 2만 3622병상으로 -16%를 보이며, 동네의원 병상 감소 추세와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특이 사항은 일부 진료과에서 병상 수 증가를 보였다는 점이다. 문케어 제외 비급여 성형외과와 비뇨의학과 병상 수 되레 '증가' 성형외과는 490병상에서 706병상으로 44.1% 증가했으며, 비뇨의학과는 396병상에서 438병상으로 10.6% 늘었다. 미용성형과 비뇨기 질환 등 문케어와 무관한 비급여 확대 추세를 반영한 변화로 풀이된다. 소아청소년과는 1083병상에서 1050병상으로, 안과는 1119병상에서 942병상으로, 이비인후과는 1810병상에서 1680병상으로, 재활의학과는 699병상에서 655병상으로, 가정의학과는 185병상에서 76병상으로 각각 감소했다. 의원급 병상 수를 의과 분야 전체 병상수와 비교하면, 2016년 67만 850병상 중 7만 7892병상으로 11.6%, 2017년 67만 7696병상 중 7만 4604병상으로 11.0%, 2018년 68만 54병상 중 6만 5254병상으로 9.6%으로 분석됐다. 불과 10년 전 의원급 병상 수가 전체 병상 수의 25%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으로 9%대라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2017년과 2018년 사이 의원급 병상 수 변화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서울 지역 병상 수는 2016년부터 2018년 3년간 982병상에서 994병상, 584병상으로 절반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으며, 경기도 역시 4762병상에서 4479병상, 3942병상을, 충남은 1053병상에서 949병상, 753병상 등으로 2016년과 2017년 감소세와 2017년과 2018년 감소세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문정부 출범 후 의원급 병상 감소 뚜렷 "병실 운영 의미없다" 외과도 서울은 같은 기간 1178병상에서 1158병상, 1058병상을, 경기는 1229병상에서 1132병상, 894병상을, 충남은 639병상에서 587병상, 371병상을, 전남은 182병상에서 174병상, 137병상, 경북은 301병상에서 292병상, 261병상으로 각각 줄었다. 산부인과의 경우, 서울은 1345병상에서 1224병상, 953병상으로 경기는 1643병상에서 1538병상, 1393병상으로, 충남은 392병상에서 365병상, 342병상으로, 전남은 47병상에서 40병상, 23병상으로, 경북은 299병상에서 277병상, 232병상으로 감소했다. 얼마 전까지 병상이 필수인 재활의학과의 경우, 서울은 148병상에서 128병상, 132병상으로 경기는 175병상에서 167병상, 148병상, 충남은 21병상에서 10병상, 10병상으로 경북은 14병상에서 8병상, 0병상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문케어로 불리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대형병원 중심의 급여화와 보상체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합의 도출 실패 후 지속된 복지부의 외래 중심의 의원급 정책 등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원급 병상 수 감소를 지속된 현상이나 현 정부 출범 이후 문케어라는 거대한 파도에 병실을 포기하는 의원급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의원급은 외래 중심, 병원급은 입원 중심의 의료수가 정책으로 의원급 병실 운영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이 의원급 병상 축소를 작은 문제라고 표현한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외래 중심 수가 당근책과 스프링클러 설치 등 압박책을 지속하면 의원급 병상은 자연적으로 도태할 것으로 본 것 같다"며 "외과계를 준비하는 젊은 의사들의 진료과 선택과 미래의 불안감 등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적 환자 케어" 20년차 시골의사가 꿈꾸는 '가족주치의' 2018-08-20 06:00:58
|언제나 믿음직한, 가족 주치의⑥|김홍기가정의학과의원 김홍기 원장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처음부터 시골의사를 꿈 꿔왔고 20년 동안 이를 지켜왔어요. 능력이 닿는 한 지역 주민들과 이대로 함께 하고 싶답니다." 전라북도 진안군에서 가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홍기 원장(55, 고신의대, 사진)이 20년 전인 1998년, 처음 의원 문을 열면서 지금까지 지켜 온 소망이다. 처음 문을 열 던 곳에서 아직까지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홍기 원장은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덕에 진안군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며 미소로 기자를 맞이한다. "진안군은 인구가 약 2만 5000명 정도 되는 시골이에요. 제가 환자들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20년 한 자리에서 의원을 운영해 환자들이 저를 기억해주고 있답니다." 실제로 김홍기 원장은 진안군의 가정의학과 전담 '선생님'으로 통한다. 이 같은 환자들의 고마움에 김홍기 원장은 단 한 번도 의원을 옮기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의미로 더 큰 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옮길 이유가 없었어요. 시골의사를 원래부터 꿈 꿔왔고, 이 자체에 만족하고 제가 원하는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덕에 하루 내원 환자가 150명에서 많게는 180명까지 되는 의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제 자신을 바라 볼 때 대학교수로 있는 것보다 직접 필드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적성에도 맞고 좋았어요. 제가 가정의학과를 선택할 때는 정말 초창기라 진료과의 정립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시절이었는데, 제가 경험한 가정의학과는 질병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차의료로서의 환자 케어에 집중해야 해요. 이 같은 소신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서 환자와 함께 할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김 원장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각개전투식 진료보다는 통합적인 케어가 자리 잡아야 하는 동시에 가정의학과를 포함한 일차의료가 그 최전선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사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필요한 중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정말로 좋아요. 하지만 진료과목이 세부적으로 따로국밥 식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의료비 지출이 심각할 지경이에요. 보다 통합적으로 환자케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김 원장은 일차의료에서 통합적인 환자케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과처럼 일차의료 진료를 위해 모든 진료과목을 일정수준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만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간판을 달고 의원을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일차의료에서는 가정의학과처럼 모든 진료과목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해요. 따라서 의원 개원을 위해서는 일정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현된다면 전반적으로 의료 질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향후 15년까지는 지금처럼 같은 곳에서 의원을 운영하며, 환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20년 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70세까지는 이곳을 지키며 의사로서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인구수가 줄면 자연히 환자수도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환자들의 질병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걱정이었어요. 특히 진안군에 이비인후과와 피부과가 없어 관련 환자들까지 의원을 찾았는데 다행이 진안군의료원이 생겨 다행입니다."
지역응급센터 도전 중소병원 자괴감 "시스템이 막고 있다" 2018-08-16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사례1|경기 지역 A 병원 원장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격상시키기 위해 의료인력과 장비, 시설 등에 수 십 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재지정 신청을 앞두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인구 50만명 당 1개소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의해 지역 인구 수 미달로 해당 지자체가 난색을 표해 허탈감에 빠졌다. |사례2|인천 B 종합병원 원장은 지역 주민 중증응급 치료를 위해 응급실에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인력기준을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버금가게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재지정을 계기로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인천 지역에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이미 지정됐다는 단편적인 이유로 일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병원계가 보건복지부의 지난 6월 '2018년 응급의료기관 재지정 계획' 발표 이후 술렁거리고 있다. 그동안 복지부와 지자체가 법정 지정기준에 의해 지역응급의료센터로 한번 지정하면 지속된 특권이 응급의료법 개정(2015년 1월)에 의해 3년마다 재지정하는 절차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재지정 기대감에 경영손실을 감수하고 응급실 의료인력과 장비, 시설 등에 집중 투자하며 지역응급의료센터 도약을 꿈꾼 병원계에 지정 신청 전부터 힘 빠지는 소식이 잇따랐다. 앞서 소개한 사례의 공통점은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장의 의지와 실행력이 강한 신생 중소병원이다. 현재 권역응급센터는 복지부장관이 지정하며, 지역응급센터는 시도지사, 지역응급기관은 시군구청장게 지정권이 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환자분류소와 응급환자 진료구역 20병상 이상, 검사실 1실 이상 등의 시설과 제세동기, 인공호흡기, 초음파검사기, 이동환자 감시장치 부착형흡입기, 급속혈액가온주입기, CT 촬영기, 특수구급차 1대 등의 장비 지정기준을 갖춰야 한다. 핵심인 의료인력 기준은 응급실 전담전문의 2인 이상을 포함한 전담의사 4인 이상(24시간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 수련의 1인 이상 근무) 그리고 간호사 10인 이상이다. 지역응급의료기관 인력기준인 응급실 전담의사 2명 또는 1명 이상(응급실 전담의사 또는 병원 당직의사 중 1명 이상 24시간 근무)와 간호사 5인 이상 등을 비롯해 시설, 장비 기준과 비교하면 현격히 강화된 기준이다. 이들 병원은 응급실 병상 간격 1.5m를 포함한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6~7명의 전문의와 간호사를 채용하며 사실상 지역응급의료센터 기준 이상에 맞춰 1년 전부터 증증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중증 응급환자 발길이 줄었다. 행안부가 119센터에 내려 보낸 공문 때문이다. 행안부는 구급차 운영 시 중증 응급환자를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만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겉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 준비를 위해 장비와 인력에 투자한 병원은 첨단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의료인력을 경증 응급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 중 세부 사항인 환자 중증도를 비롯한 운영실적 평가 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해당 지역 인구 50만명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 1개소 설치라는 복지부 지침도 발목을 잡고 있다. A 병원의 경우, 지역 인구 40만명 소도시라는 점이, B 병원은 인천지역 6개의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이미 지정됐다는 점이 해당 지자체의 판단기준에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다. A 병원 원장은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24시간 우수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 발생한 중증 응급환자는 거리가 떨어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다"면서 "지역 응급의료기관 현실을 간과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지정된 지역응급의료센터보다 우수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손실을 감수하며 운영한 결과가 재지정 신청 전부터 비관적 소식만 들리고 있다"고 전하고 "지역주민 응급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료진들의 의지와 사명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원장은 "복지부의 인구수에 따른 지정 지침도 문제가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복지부 지침에 입각해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라며 "골든타임을 요하는 중증 응급환자가 인구 수 문제로 지역응급센터가 없다는 이유로 이송 중 문제가 발생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B 병원 원장은 "복지부가 인구수에 따른 지역응급의료센터 배치 기준을 둔 이유는 센터 쏠림과 집중화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전하고 "권역응급센터에 버금가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춰도 과거의 지침에 의해 지자체가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병원장은 "의사와 간호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병원 중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도전장을 내미는 자신있는 병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병원들의 의지를 제도와 시스템이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병원들의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 모습이다. 응급의료과(과장 박재찬) 관계자는 "중증 응급환자를 지역응급센터에 이송하라는 행안부 공문은 확인해봐야겠지만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구 50만명 이상 지역응급의료센터 배치는 상징적 의미로 해당 지자체에서 필요하다면 인구수와 지정 센터 수와 무관하게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면서 "현재 116개소인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재지정을 통해 신규 진입과 응급의료 질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9월 17일부터 10월 26일까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신청과 현장평가를 담당하며, 지정 여부는 시도 지사에 의해 오는 11월초 결정될 예정이다.
내과 3년제 약발 다했나…후반기 내과 전공의 미달 속출 2018-08-13 06:00:56
|초점| 2018년도 후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현황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든 내과 수련 3년제 약발이 다한 것일까. 최근 전국 각 수련병원이 2018년도 후반기 내과 레지던트 모집에 나섰지만 상당수가 미달을 면치 못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전국 수련병원 중 내과 전문과목을 두고 있는 34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2018년도 후반기 내과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조사를 실시한 수련병원 34곳 중 7곳만이 내과 정원을 채웠을 뿐 상당수가 미달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빅5병원으로 혹은 서울권으로 지원자가 쏠려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내과 3명 정원을 내걸고 채용에 나선 결과 5명이 몰렸으며 서울아산병원도 1명 정원에 2명이 원서를 접수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이어 건국대병원, 국립암센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등 서울권에 위치한 대학병원은 내과 정원을 무난하게 채웠다. 하지만 이는 빅5병원과 서울권 수련병원 일부에 국한된 얘기일 뿐 전국 내과 수련병원 상당수가 정원을 일부만 채우거나 지원율 제로행진을 기록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수련병원도 내과 지원자를 찾기 힘들었으며 지방의 중소병원 혹은 대학병원은 단 한명의 지원자도 찾지 못한 채 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기약해야 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6명 정원 중 절반인 3명을 채우는데 만족해야 했고, 고대의료원과 광주기독병원도 각각 2명 정원에 1명씩만 정원을 채우는 데 그쳤다. 이어 강원대병원도 내과 3명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 2명만 접수했다. 지원율 제로행진은 지방의 수련병원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 중에서도 강동경희대, 한림대성심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길병원, 분당차병원은 내과 지원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내과 3년제 시행 직후인 2017년도 레지던트 지원현황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내과 미달 사태를 해소하는 듯 했지만 2018년도 내과 전공의 후반기 모집에선 약발이 다한 듯 지원율이 저조했다. 그렇다면 올해 전공의 후반기 모집에서 왜 미달이 속출한 것일까. 일선 내과 교수들은 "소위 3D로 분류되는 내과를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최근 내과 펠로우부터 스텝까지 야간 당직까지 서가면서 근무하는 것을 지켜봤을텐데 누가 지원하겠느냐는 얘기다. 지방의 모 수련병원 내과 교수는 "지방에선 펠로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직접 당직을 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당직에 외래진료, 시술까지 겹쳐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기피과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주 80시간 근무제가 현실화 됐지만 전문의 취득 이후 내과 교수로서의 삶이 고달픔의 연속으로 비춰졌을 것"이라며 "교수들도 강제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든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과 3년제 시행 직후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교수들의 근무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내과 지원율이 맥을 못추고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수련병원 내과 교수는 "올해 후반기부터 내년까지 내과 미달을 예고하고 있었다"면서 "대개 빅5병원에 이어 서울권 수련병원까지 정원을 채우면 지방까지 자연스럽게 지방 수련병원으로 흘러들어오기 마련인데 이번 후반기에는 수도권에서도 미달이 속출했으니 지방은 볼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방 수련병원들은 내년도 내과 레지던트 지원도 암울한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내과는 지방에서도 일단 정원은 무조건 채웠는데 최근 들어서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