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⑧ 2019-02-07 10:27:18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새벽 온천을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아침 식사 시간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났다. 시간이 넉넉 치는 않았지만 짧게 나마 샤워 대신으로 했는데, 새벽 공기를 맡으며 즐기는 온천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대충 짐을 싸 두고 정해진 조식 시간에 맞춰서 내려갔는데, 료칸 자체가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총 네 개 호실 손님들을 위한 식사가 각 테이블에 차려져 있었다. 료칸 건축물 특성 상 전체가 나무로 지어졌고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주변 호실 손님들이 돌아다니는 발소리를 듣고 우리 말고도 다른 손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모두가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도 배려해 소란스럽지 않게 하룻밤 잘 지낸 것 같다. 조식메뉴는 각자 아담한 한 상씩 나왔는데, 밥과 조미김, 미소국, 그리고 약간은 생소한 나물들, 해초류, 생선구이, 연근조림 등이 있었다. 원래 생각한 대로 소박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정성이 느껴지는 식사였기에 온천을 하고 난 뒤여서 그런지 더 꿀맛처럼 느껴졌다. 한 상 잘 차려주신 데에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후 서둘러 짐을 싸서 어제 내렸던 버스 정류장으로 다시 갔다. 오전 10시 버스로 다음 목적지인 쿠로카와 온천마을에 가기 위해서다. 후쿠오카, 유후인, 그리고 세 번째가 쿠로카와 온천마을인데, 이 곳 역시도 유후인처럼 온천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어떤 사람들은 쿠로카와 마을이 오히려 더 온천마을의 원조이고, 그 형태가 옛날부터 잘 보존되어 있으며 상업화가 덜 되어 있어 유후인보다는 쿠로카와만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필자도 잘 알려진 유후인과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자체의 매력이 있는 쿠로카와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으나, 짧게 나마 두 곳 모두 가보고 싶어서 긴 이동시간을 감수하더라도 가 보기로 했다. 그다지 성수기가 아닌건지, 원래 쿠로카와로 이동하는 버스는 인원이 적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큰 버스에 여섯 명 정도만 탑승한 뒤 버스는 출발했다. 유후인에서 또 한 시간 넘게 더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미처 다 못 잔 잠을 자려고 했는데, 쿠로카와로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들만 봐도 상쾌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자그마한 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곧바로 쿠로카와 온천마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마을 앞에는 알기 쉽게 영어과 일본어, 한자로 쿠로카와 온천마을이라는 표지판이 크게 있었고, 내리자마자 유후인과는 또 다른 느낌의 매력을 가진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쿠로카와 온천마을은 특이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마을 안에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료칸들이 여러 개 있다보니 방문객으로 하여금 보다 다양한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마패를 이용하고 있었다. 마패의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세 종류의 료칸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일정 금액을 내고 마패를 받아서 한 곳을 방문할 때마다 도장을 받아 최대 세 곳까지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도장이 찍힌 마패가 예쁘기도 하고 기념품이 될 수 있어서 많이들 이용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안타깝게도 당일 저녁 버스로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가장 가고 싶은 한 곳에만 보다 오래 머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알아 본 결과 약간은 외진 곳에 있는 료칸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차 없이는 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료칸 자체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굽이 굽이 산 길을 따라 가니 한적한 곳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료칸이 자리하고 있었고, 료칸을 구경하면서 내부로 들어가 온천 이용권을 구매했다. 이 곳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온천을 즐기는 노천 환경이 인위적이지 않으며 풍광이 멋지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스팟(spot)도 다양하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가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온천을 단독으로 이용하는 기분이 들었다. 듣던 대로 경치는 너무나도 멋졌고 창문을 통해 바깥 풍광을 보며 온천을 즐기는 실내 온천 역시도 너무나도 좋았다. 시계가 없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지만, 먼 곳에 온 만큼 아쉽지 않게 충분히 즐기고 나왔다. 어제는 작은 료칸 내부의 개인탕을 이용했고, 오늘은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경치와 함께 시원하게 즐기니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 이 곳까지 온 보람이 있어 다행이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⑦ 2019-01-07 08:59:48
조용한 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좁은 골목길 안으로 한참 들어왔기 때문에,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처음 유후인에 도착했을 때 마주했던 큰 길가로 다시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온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가면서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집들, 나무들을 구경하였다.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상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 이 곳 동네의 지리를 살펴보니 필자가 묵을 숙소가 한적하면서도 관광지에 밀접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보통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간식은 고로케였는데, 대회에서 수상 경력도 있는 탓에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식사를 방금 전에 한 탓에 고로케 같이 기름 지고 무거운 간식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포슬 포슬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롤케이크 집이 보인다. 그런데 이 역시도 후기가 갈리는 데다 작은 사이즈로는 팔지 않는다고 하여 부담이 돼 그냥 지나쳤다. 무언가 달짝지근한 것이 먹고 싶은데 이거다 싶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치즈케익, 푸딩, 과자 등등 지역 특산물도 몇 가지 보인다. 그러던 중 ‘아! 저거다!’ 생각이 드는 간식이 등장했다. 바로 녹차 아이스크림이다. 일본은 녹차, 마차 그리고 이를 이용한 음식들이 많은데, 무작정 달기만한 녹차맛이 아니라 약간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오묘한 맛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소프트 아이스크림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까지 더해지니 지금 이순간 후식으로 딱 좋은 간식임에 틀림없다. 진짜 녹차 원료를 재료로 한 탓에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았지만, 한 입 먹어보고 나니 지불한 돈이 그리 아깝지 않은 맛이다. 기대한 바 대로 약간의 쓴 맛과 단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매력적인 맛이었다. 만족스러운 디저트 하나에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 신이 나기도 하고, 약간은 흐린 날씨였지만 저녁에 료칸에 가서 온천을 느긋하게 즐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한참을 골목길 사이로 걷다 보니 유후인을 방문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찾는다는 긴린코 호수가 나왔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새벽에 물안개가 아름답게 피어나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주변 산책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와 볼만한 곳이었다. 들은 대로 볼 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온천엔 집중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곳이었다. 료칸으로 돌아가 아까는 뵙지 못했던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체크인을 했다. 사실 체크인이라고 하지만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며, 대략적인 숙소의 규칙이나 안내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것이 전부였기에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큰 문제점은 없었다. 나무로 지어진 료칸의 특성 상 걸을 때마다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바닥에서 울려 퍼졌지만, 이런 료칸 체험이 처음이었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었다. 방 안에서는 나무냄새와 은은한 녹차 향이 났는데, 한 켠에 보니 직접 녹차가루로 내려 마실 수 있도록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다시 유후인에는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작지만 편안한 노천탕에 들어가서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다. 처음에는 뜨거운 온천 물에 손을 대는 것 조차도 힘들었는데, 발부터 조금씩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뜨거움이 따뜻함으로 바뀌고 이내 그 속에 몸을 담구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노곤해진 몸을 온천으로 풀고 나니 더 잠이 잘 올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⑥ 2018-12-17 11:50:25
버스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창 밖으로 비슷한 시골 풍경이 반복되자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후쿠오카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산과 들판이 자주 보이더니 완연한 시골 풍경으로 바뀌면서 유후인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유후인 버스 정류장은 기차역과 나란히 있었는데, 기차역에서 고즈넉하면서도 운치 있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비가 채 개이지 않을 때라 그런지 온 마을에 물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후쿠오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메인 거리에 들어서기 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말처럼 상권화된 번잡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짐이 있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기도 하고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도 하지만 숙소에 미리 가서 짐만 먼저 두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지도를 보니 역에서부터 길게 나 있는 길을 그대로 따라 가면 한 켠에서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거리에는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 상점들이 많았는데, 주로 치즈 케잌이나 푸딩, 소프트 아이스크림, 롤케잌 같이 질감이 부드러운 디저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은 특히 학용품이나 음식에 있어서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에 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갖가지 재료들을 체에 곱게 거르는 등의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엄청나게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일본 특유의 감미로운 디저트들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통해 방문을 하게 되고, 특히 내가 방문한 유후인 역시도 관광객들의 수요에 맞춰 유사한 가게들이 이곳 저곳 생겨 나면서 유후인 특유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상점들을 몇 번 지나고 나니 지도상으로 숙소 바로 옆에 있다는 롤케이크 집이 보였다. 꽤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옆으로 나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니 바로 숙소가 나왔다.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이 보였는데, 안에 들어가니 주인분이 계시지 않아서 거실에 짐을 두고 곧바로 나왔다.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 내로 비가 한 번쯤 더 내릴 것 같아서 가벼운 우산만 하나 챙겨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인기 식당보다는 유후인의 한가롭고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식당을 가고 싶었는데, 마을 탐방 겸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한옥처럼 생긴 두부요리 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메뉴판이 온통 일본어라 정확히 어떤 메뉴들을 파는지 감이 잘 오지는 않았지만, 몇몇 메뉴는 그림으로나마 설명이 되어 있는데다가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여서 이끌려 들어갔다. 아직 이른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내부에는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이 나눠져 있어서 예상대로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역시나 한국어,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았기에 일본어 사전을 동원해 대충 메뉴를 파악하여 주문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두부를 이용한 요리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음식이 나왔고, 손짓을 이용해 일본인 종업원이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었으나 역시나 알아듣지 못했다. 이게 모두 두부를 기반한 요리라는 것이 신기할 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나왔다. 약간 차갑게 해서 생두부 자체로 먹는 요리, 따뜻하게 데워 다진 소고기를 볶아 함께 곁들여 먹는 요리, 두부를 넣어 말갛게 끓여낸 국, 두부를 만들 때 생겨나는 얇은 막인 유바를 이용한 요리 등등 그 다채로움에 놀랐다. 특히 유바는 말캉한 식감이 낯설게 느껴지긴 했으나 모든 음식이 건강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만족스러웠다. 순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였으니 이제는 입 안이 즐거워지는 달달한 디저트를 즐길 때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⑤ 2018-11-20 09:13:39
어둑어둑해지니 낮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도 빛이 들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그 옆의 강변에는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후쿠오카도 서울처럼 도시 안에 큰 강을 끼고 있다 보니 강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렇게 포장마차 문화가 많이 발달한 것 같았다. 방금 전에 식사를 한 터라 음식을 더 사 먹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를 만큼 다양하고 눈과 코를 즐겁게 해주는 음식들이 많았다. 호텔 옆의 쇼핑몰 안에는 큰 분수대가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매일 일정 시각마다 분수쇼를 한다고 한다. 쇼의 내용은 주로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가 있는 ‘원피스’의 캐릭터들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만화에 큰 관심이 없는지라 잘 모르는 내용이었지만, 관광객들과 특히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고 분수 쇼가 생각보다 규모가 컸으며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 나름 재밌게 보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카타 버스 터미널에서 바로 유후인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요깃거리만 사서 숙소로 갔다.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는 특히 성수기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대에 자리가 없을 확률이 높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간혹 잘 알아보지 않고 가면 하루의 여행 일정이 다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을 이동하거나 교통편을 이용할 때는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다. 유후인까지는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광을 하려면 오전 중에 버스를 타야했기에 짐을 최대한 풀지 않고 잠에 들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보았지만 내심 그래도 최대한 늦게 비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둘째 날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니 이래저래 걱정이 되었다. 비 때문일까. 행여나 버스를 놓칠세라 불안해서였는지 예상보다 잠에서 일찍 깼고 대충 준비를 한 뒤에 어제 미리 사둔 샌드위치를 들고 서둘러 나갔다. 예상보다 비의 양은 많지 않았기에 한국에서 챙겨 온 가벼운 우산 정도면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햇빛이 나는 날보다는 이동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가 더 많이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터미널에 갔더니 예상대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미리 생각해 둔 시간대의 버스 좌석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바로 티켓으로 교환을 한 뒤 터미널 안에 있는 노점들을 구경하면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은 더 바쁘고 분주해 보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비 오는 날의 온천.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았다. 너무 더운 날, 햇빛이 쨍한 날보다는 이렇게 약간은 흐리고 비가 내릴 때 온천을 하면 정말 노천온천의 분위기가 더 날 것 같다. 우산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의식적으로 한 번 더 챙기며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는 한국인 반, 일본인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지만 아무렴 좋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유후인 온천마을에 가는 날이고, 버스에도 늦지 않게 탔고 이 정도면 날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누군가는 너무 상업화되어서 이제는 옛날 유후인 마을답지 않다며 아쉬워하는 곳, 그래도 누군가는 아직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그 곳에 지금 나는 가고 있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④ 2018-10-04 11:14:53
후쿠오카는 공항과 도심까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도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날 숙소는 후쿠오카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곳으로 잡아 두었는데, 지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첫 날부터 지역을 멀리 이동하는 것 보다는 하루 정도 머물면서 주변 명소들을 구경하면서 지리를 익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심에 위치한 하카타역에 내리니 우리나라의 서울역처럼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철 역과 기차역, 그리고 버스터미널까지 모두 인근에 있었기에 유동인구가 정말 많은 곳이었는데,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한 곳에서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하카타 역에서는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좋은 냄새가 계속 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무척이나 유명한 크로와상 가게가 역 1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첫 날에는 잘 몰라서 지나치고 말았지만, 이후에 다시 하카타역 방문하였을 때 나도 사람들의 긴 줄에 동참하여 크로와상 몇 개를 맛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개수가 아닌 그람(g) 수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는데, 갓 구운 빵이라서 그런지 입에 넣자마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대로변이더라도 초행길은 언제나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지도를 보면서 차근차근히 가는데도 대로변에 있다는 호텔을 쉽사리 찾기가 어려웠다. 지도에 건물이 있는 곳은 공사를 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워낙 방향과 위치에 대한 감각이 좀 떨어지다 보니 뻔히 보이는 큰 건물들을 참고로 하는데도 막상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같은 자리 주변을 맴돌다보니 계속 눈앞에 보이던 건물이 바로 내가 찾던 호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미리 지레 겁을 먹었던 건지 바로 앞에 두고도 상호명을 보지 못한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겨우내 찾은 호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보통의 일본 호텔들답게 예상대로 좁은 방이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래도 필요한 어메니티들이 잘 갖춰져 있고 도심 한복판이라는 위치적인 장점을 염두에 두고 고른 곳이었기에 나름 만족했다. 짐을 풀고 누워서 쉬다가 날이 조금 저물어갈 때쯤 저녁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일본식 우동이 먹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아까 한참 헤매면서 몇 번을 지나다니던 길목이라 그런지 벌써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길이다. 주변에 엄청 인기 있는 일본식 라멘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브레이크 타임과 겹쳐서 식사를 하지 못할 것 같았고, 그래서 다시 하카타역 쪽으로 가면서 이리저리 주변 골목들을 둘러보며 식당을 찾았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현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우동집이 보였고, 들어가서 한국어 메뉴판은 없었기에 번역기를 돌려가며 어렴풋하게나마 뜻을 알아차려 주문을 했다. 한국에서 간혹 일본 카레집이나 이자카야, 일식집에 가면 ‘어서오세요’라는 일본어 인사로 반겨주는 곳들이 있었는데 이런 곳을 모티브로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구나 싶을 만큼 일본의 작은 식당들은 주방에서부터 큰 소리로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나는 괜시리 주눅이 들어 눈인사만 하고 말지만, 그들의 친절함에 긴장감은 이내 녹아버린다. 다른 메뉴들은 한국에서도 볼 법한 평범한 것들이라 냉우동에 우엉 튀김을 토핑으로 한 낯선 메뉴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옆 테이블에 보이는 크나큰 우엉을 보고 눈이 간 것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다. 제공된 쯔유의 양을 자신이 직접 조절해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짜지 않아서 좋았고, 우엉튀김과의 조합도 신선했다.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식당의 문화, 분위기까지 함께 보고 즐기는 맛이 있기에 맛이 비록 기대에 차지 않더라도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녁을 먹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퇴근 시간 무렵이라 그런지 비슷한 차림새를 한 이들이 바쁘게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고, 그들 틈에서 나는 행여나 그들에 맞춰 발걸음에 빨라지지 않도록 생각하고 생각하며 더 천천히 걸었다.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일상에서의 하루보다 더 천천히 흐르길 바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③ 2018-09-07 11:13:12
사실 일본 여행은 갈 때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가 조금 들긴 한다. 아직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간혹 가다 지진을 느꼈다고 하는 관광객들도 있고, 실제로 큰 지진이 난 경우도 있었기에 매번 조심스럽다. 또한 방사능에 대한 우려도 있기에 약간은 찜찜한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계속 여행하려고 생각하는 건 아무래도 일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들이 많은데, 지금까지는 일본의 제대로 된 온천 지역을 가보지 못했기에 이번 여행은 또 색다르게 느껴졌다. 미리 구매해 둔 버스표를 우편으로 받고, 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유심칩도 주문해서 챙겨두었다. 그리고 여행하는 동안의 날씨를 미리 체크해보니 비가 3일 동안 올 예정이라고 나와서 예전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선물해주었던 양산 겸 우산을 챙겼다. Waterfront라는 회사의 제품인데, 무게도 매우 가볍고 디자인도 예쁘고, 무엇보다 양산 겸 우산의 기능이 모두 되어서 아주 요긴하게 써 온 제품이다. 4일 밖에 되지 않는 여행이기 때문에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캐리어를 따로 챙기지는 않았다. 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캐리어가 오히려 짐이 될 것 같았고, 특별히 가져 갈 물건도, 사 오고 싶었던 물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출국 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했고 사람들이 많이 여행하는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공항이 무척이나 한산했다. 공항에 오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들 표정이 가득 담긴 모습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얼굴과, 그리워하던 이를 만나는 기쁨, 그리고 만나기 전의 설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기대감, 긴 여행을 다녀 온 이들의 피곤함,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한국을 마주하는 이들의 낯섦까지. 사람들의 솔직하면서도 적나라한 감정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공항이 아닐까 싶다. 그 속에서 나의 표정은 어떠했을까. 한참 공부를 해야 하는 시험기간은 아니었기에 어떠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차라리 부담감이라 하면, ‘이번 여행을 무사히 잘 마무리해야 할텐데’ 하는 정도의 여행자로서의 얕은 의무감 정도가 더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또 언제나 그랬듯 여행을 앞둔 설렘과 함께 또 한 번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감정을 품고 일본 여행을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는 비행 시간이기에 비행기에 올라 앞으로 4일간 머무르면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대략적인 동선을 다시 한 번 되 뇌였다. 이런 저런 상념을 하다 보니 어느덧 착륙할 시간이 되었다. 승무원들이 일본에 도착할 때쯤 되자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라고 나누어 주었는데, 거기에 한 자 한 자 작성하면서부터 벌써 낯선 기분이 들었다. ‘아, 이제 일본에 도착하는구나’ 이런 낯섦이 느껴지는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보통은 해외여행을 가면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기온차를 가장 먼저 느끼는 데 반해, 일본 후쿠오카의 가을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약간은 더 습하고 기온이 높은 것 같았지만, 이런 요소들보다는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르게 생긴 일본인들과 조금은 높은 톤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더 실감이 났다. 오키나와에 갔을 때는 한국의 제주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 이곳은 서울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입국 수속을 하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훅 더운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② 2018-07-20 11:18:37
후쿠오카에 갈 때는 미리 버스표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일본은 교통비가 꽤나 비싸기 때문에 본인의 관광 일정을 고려해서 최대한 가성비가 좋은 교통 패스권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항이 있는 후쿠오카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유후인과 쿠로카와 마을 두 곳을 다 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각기 개별적으로 표를 구입하는 것 보다는 3일간 무제한으로 특정 지역 내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산큐패스를 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이것 역시도 일본에 직접 가서 사는 것보다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구입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미리 주문했다. 총 5일간의 일정이고 산큐패스를 사용할 기간을 중간 3일로 지정한 후 일본에 도착한 날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공항 주변인 후쿠오카에서 머물면서 둘러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대략적인 일정을 정해둔 후에 유후인에서는 어떤 료칸에서 머물지를 살펴보았다. 유후인 자체는 마을이 크지 않아서 다 둘러보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온천을 하면서 대부분의 오랜 시간 머물게 될 마음에 맞는 료칸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보통 대부분의 료칸은 식사가 제공되는데, 조식과 석식을 추가해서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녀간 뒤에 남긴 평을 보면서 어떤 곳이 시설, 식사, 서비스 등 차원에서 좋을지 무척이나 여러 곳을 찾아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양이 엄청 많고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 것 보다는 일본 요리 답게 소담하게 나오는 가정식 백반같은 식사가 더 궁금했기에 필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부합하는 곳들을 위주로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많은 추천수를 누른 곳은 보기에도 멋지고 먹기에도 맛이 있는 화려한 음식들 위주였기에 필자가 원하는 곳을 찾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주인 아주머니가 한국말은 전혀 못 하시고 외국인 관광객에 최적화된 곳은 아니지만, 많지 않은 관광객들이 다녀가고 나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던 작은 료칸을 찾게 되었고 온천을 이용하는 방식이나 식사를 즐기는 료칸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소박해서 좋았다. 시골 길 한적한 곳에 위치한 곳이라 조용하게 쉴 수 있다는 점도 주저 없는 선택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이렇게 큰 줄기인 항공편과 함께 숙소를 대략적으로 정해놓고 나니 세부적인 것까지 계획을 짜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어느 정도 변동이 있어도 괜찮을 정도의 느슨한 스케줄로 정했다. 여행의 묘미는 루틴한 삶에서 벗어나 변화와 낯섦을 즐기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기에 사전 계획은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유후인에서 지낸 후 버스를 타고 쿠로카와 마을까지 이동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버스편을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여러 대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침 버스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이동하는 데에도 한 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오후 버스를 탈 경우 쿠로카와 마을에서 편한 마음으로 온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온천을 즐기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요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또 5일이라는 시간이 그리 긴 기간이 아니기에 많은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여행이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아서 휴식과 여유라는 확실한 테마를 염두에 두고 여행 준비를 마쳤다.
의전원생이 전하는 일본 온천 여행기① 2018-07-10 11:11:01
계절이 바뀌면서 조금씩 바람이 차다고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온천이 생각난다. 가을 단풍도 좋지만 그런 단풍을 보며 즐기는 온천은 더 좋다. 겨울에 하는 노천 온천도 나름의 운치와 낭만이 있지만, 온천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추운 날씨를 견뎌야 하는 그 찰나의 시간이 싫어서 적당히 시원하고 선선한 가을날의 온천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좋은 온천을 즐길 수 있지만 학생 때 조금이나마 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가까운 곳이라도 해외를 가보자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눈길을 일본으로 돌렸다. 사실 이전에는 일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최근 몇 년 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진짜 여행을 가는 기분을 내기 위해서 일본을 자주 방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매번 다른 지역을 방문하다보니 각기 지역마다 너무 다른 느낌이라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기분이 들어서 지루하다거나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본에는 온천을 즐길 만한 지역이 여러 군데가 있어서 어느 정도 지역의 특색을 조금 더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 유후인, 고베, 큐슈 등등 온천을 즐길 만한 곳은 생각보다 많았고 여러 검색 엔진을 통해서 알아 본 결과 온천 자체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료칸만의 독특한 느낌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을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은 어딜 가나 비슷할 수 있지만 료칸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유후인이 마음에 들었고, 물론 다른 곳들도 유사한 체험을 할 수는 있지만 그쪽의 분위기와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일본 온천에 다녀 온 주변 사람들에게 료칸마다 주인의 정성이 담긴 갖가지 가이세키 요리를 맛 볼 수 있다는 점이 온천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도 온천만큼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이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귀가 솔깃해졌고, 그래서 료칸의 수도 많고 특색이 다채로운 유후인을 가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휴인과 함께 주변에 갈만한 곳을 더 알아보니 유후인에서 한 두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쿠로카와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도 역시 온천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었다. 여기는 유후인보다 더 작은 마을인데 상업화 시설이 덜 발달해 있고 조용한 분위기의 다양한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유후인보다 오히려 이 곳을 더 선호하는 여행객들도 많았다.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기다 보니 어떻게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더 나을지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다. 총 4~5일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을까 생각했는데 후쿠오카로 도착해서 유후인으로 이동하는 시간, 유후인에서 쿠로카와로 이동하는 시간 등 이동 시간을 감안하여 생각했다. 유후인만 간다면 이동시간을 줄이고 한 곳에서 온천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쿠로카와 마을도 간다면 보다 다양한 느낌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동시간의 부담은 있지만 다양한 온천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두 곳 모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쿠로카와 마을은 유명한 일본 영화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만큼 일본 특유의 정서가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이다. 그에 비해 유후인은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게 되면서 이런 저런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래서 볼거리 먹을거리는 많아졌지만 그만큼 예전과 같은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고들 한다. 그래도 아예 방문하지 않는 것은 많이 아쉬울 것 같아 두 곳을 다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여행 계획을 짜는 데에 있어서는 더 복잡해졌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만큼은 더 편해졌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⑭ 2018-07-02 11:18:00
어제로 2주 간의 실습이 모두 끝났지만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쉽겠다 싶어서 주변에 갈 수 있는 명소들을 찾아 보았다. 플로리다 내에서는 주로 해변가가 관광 명소라면 차를 타고 조금만 더 가면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는 올랜도를 갈 수 있었다. 7살 때 생애 첫 해외 여행으로 미국 LA를 방문했을 때, 디즈니랜드를 처음 가 보고 너무 신기하고 황홀해서 놀란 어린 나 스스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에 정말 오랜 만에 디즈니를 방문하고 싶었다. 올랜도는 특이하게도 전 세계 디즈니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다른 지역의 디즈니 랜드와는 다르게 ‘디즈니 월드’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디즈니 월드 안에는 네 가지 종류의 테마파크가 있는데, 이 곳들을 모두 둘러 볼 시간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가장 대표적인 곳인 ‘매직킹덤 (Magic Kingdom)’만 가기로 했다. 사실 어릴 적에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굉장히 많이 봐서 디즈니를 매우 좋아했지만, 크면서 애니메이션에는 점차 관심이 떨어져서 디즈니월드 방문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릴 적 LA 디즈니랜드에서의 좋았던 기억과 그 때의 향수가 비싼 입장권 가격으로 조금 주저하긴 하였으나 나로 하여금 다시 이 곳을 방문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캐릭터들과 OST들은 누구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일까. 디즈니에 들어서자 넓은 매직킹덤을 쉽게 오갈 수 있게 하는 디즈니 열차와 랜드마크인 하늘색 신데렐라 성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어린 나였다면 놀이동산 자체가 그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었겠지만 날이 너무 더운 날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필자가 방문한 날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 지라 햇빛이 그리 뜨겁지 않았다. 디즈니의 장점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놀이 기구의 표준 대기시간이 매우 긴데도 불구하고 패스트패스 (fastpass)라는 제도가 엄청난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 시간대 별로 정해진 인원의 방문객들에게 놀이기구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탈 수 있게 우선권을 주는 것으로, 선착순으로 마감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제도만 잘 활용한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디즈니월드를 즐길 수 있다. 필자는 디즈니 월드에 가는 것을 바로 전날 결정하게 되어 티켓을 매우 늦게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오후부터 간간히 다른 사람들이 취소하거나 변경한 건 수가 꽤 있어서 비교적 원하는 시간대로 패스트패스를 등록할 수 있었다. 디즈니의 개장은 보통 8시인데, 여름에는 저녁 9시에 디즈니월드의 가장 크고 사랑 받는 행사인 불꽃놀이가 있어 그 때까지 하루 종일 있기에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아서 10시 정도에 입장했다. 그래서 미리 예약해 둔 시간에 맞춰 놀이기구를 탈 수 있어서 그리 힘들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정말 많았는데 아시아인은 거의 찾기가 힘들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된 놀이동산이기에 자칫 어른들이 보기엔 다소 재미 없고 유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필자는 어릴 때의 추억과 더불어 디즈니 만화를 너무나도 좋아했기에 디즈니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4D로 보는 기구 하나에 뭉클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예보대로 중간에 소나기가 와서 이동이 잠시 힘들었지만 이내 그쳐서 큰 문제는 없었다. 저녁 8시 부근이 되자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명당을 찾아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해가 지면서 거의 모든 방문객들이 신데렐라성 주변에 가득 자리했다. 디즈니 테마에 맞춰 만화 OST에 따라 마치 춤을 추듯 한 폭의 그림같은 불꽃들이 이어졌고 모두들 황홀한 그 순간을 만끽하며 감상했다. 전 세계인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디즈니라는 매개체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호할 수 있음이 놀랍기도 하고 행복을 더해준 것 같다. 다시 언제 또 디즈니를 방문하게 될 지 알 수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⑬ 2018-06-12 06:00:00
오늘은 실습의 마지막 날로,Veterans hospital에서 참관을 하였다. 금요일에는평소와는 다르게 rhinoscopy clinic이 열리기 때문에 이를 참관하도록 했는데, 주로 이비인후과에서 rhinoscopy를 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께서 이비인후과를 전공하신 경력이 있으셔서 fellow들에게도 새로이 교육을 하여 환자들에게 rhinoscopy를 시행하고 있었다. 특히 현재 USF에서 진행 중인 연구가 nasal polyp에 대한 것인데, 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비내시경을 해야 보다 용이하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알러지가 있는 환자들은 한 번쯤 코 안에 용종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을 권고 받았다. 그래서 진료를 통해 비내시경을 받기로 결정을 하면 매주 금요일 마다 진행되는 rhinoscopy clinic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다. 당일 Rhinoscopy를 받는 환자 수는 3명으로 볼 수 있는 시술 건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함께 천천히 진행되어서 참관하는 데에도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저번 주부터 지금까지 실습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한국과 미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고, 2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교수님들과 fellow들이 도와줘서 빠르게 적응을 하고 진료를 함께 볼 수 있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이라 다시 옵저버쉽 프로그램 담당자를 만나서 debriefing 시간을 갖고, 또 담당 교수님을 뵙고 그 동안 실습하면서 궁금했던 점과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면서 마무리를 하였다. 가기 전까지는 막막한 점도 많고 불안하고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경험하고 마친 것 같다. 실습하기 전에는 자세히 몰랐는데,참관을 하며 이곳의 교수님들이 대단히 실력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실제로 미국 동부에서 한 달 간 visiting physician으로 와서 근무하고 있는 레지던트가 이 곳의 프로그램이 알러지 내과 분야에서 매우 체계적이고 좋은 quality를 자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내가 느낀 바가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실습 일정이 다 끝난 후 담당 교수님을 처음 만났던 장소로 다시 가서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젠가 다시 인연이 되어 교수님을 만날 수 있다면 그 때는 내가 원하는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즐기며 일하는 멋진 의사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자리가 어디가 되었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⑫ 2018-06-01 12:00:10
오늘의 staff lecture는 severe asthma가 주제였다. 이는 hard to treat asthma라고 불리기도 하며 말 그대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심한 천식을 일컫는다. 천식을 가진 환자들 중에서도 어떤 기준을 갖고 severe asthma로 진단을 내리는지가 일단 중요하고, 이어서 진단 후에는 보통의 천식과는 어떻게 구분해서 다르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보통 천식이라고 하면 호흡기 내과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통 알러지가 있는 경우 천식으로 발현할 확률이 높아지고 특히 소아의 경우 아토피나 알러지를 보유하는 경우 성인이 되어서 천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알러지 내과 차원에서 관련성이 큰 천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오전 컨퍼런스 후에 오늘은 LFLG클리닉에서 알러지 내과의 주임교수로 계신 Dr. Lockey의 외래에 참여하였는데, 환자들에게 모두 필자를 소개시켜 주며 환자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환자 중에는 Dr. Lockey와 나이가 같은 분이 있었는데, 이 분과 Dr.Lockey는 정말 친한 친구처럼 보였다. 환자와 의사 간의 관계를 떠나서 오랫 동안 잘 알고 지내다 보니 함께 나이 들어가며 버팀목처럼 의지하는 관계가 된 것 같았다. 이런 점은 아무래도 미국 내 특이한 점인 본인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은퇴해야하는 나이가 정해지지 않다는 점도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보던 환자들을 나이가 들어서까지 진료할 수 있게 되니, 비슷한 나이대의 경우에는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친구같은 동반자 관계를 쉽게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물어가며 챙기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또 좋아 보였다. 환자들은 의사들의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변했고, 무엇보다 참관하는 학생에 대해서도 꺼려하지 않고 오픈 마인드로 반겨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낚시를 좋아하시는 Dr. Lockey가 플로리다 해안가에서 가져온 갖가지 조개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시며 선물로 주셨는데, 환자에게 베푸시는 친절이 일상에서부터 몸에 밴 것 같았다. 본인의 손자와 함께 매 주말마다 낚시를 간다고 하시며 함께 찍은 사진들을 진료실 안에 가득 걸어놓으셨는데, 지금까지 받으신 상장만큼이나 많은 사진들에 엄청난 손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⑪ 2018-05-21 06:00:11
오늘은 저번주에도 방문했던 Veterans hospital에서 참관을 하였다. 오늘은 attending physician으로 진료를 볼 교수님들이 저번주와 달라서 새로 인사를 드리고 진료 참관을 시작했다. 환자들 중에는 알러지 내과적인 문제 외에도 다른 질환들을 복합적으로 가진 경우가 매우 많았고, 담당 fellow는 이에 대해 친절하게 병력 청취를 하면서 다른 과에 연결해 주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 여느 때처럼 fellow가 attending 교수에게 가서 환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데, 그 잠깐의 시간동안 교수가 진단을 위해 하는 추가적인 질문들에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콧물의 색을 자세하게 묻거나 환자의 알러지 반응 시간을 시간대 별로 확인하여 예후를 판단하는 것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환자들은 우리 나라에 비해 의사들을 보기 위해 긴 시간을 대기하는 것에 대해서 정말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대기가 긴 만큼 진료 시간도 그에 못지 않게 길고 꼼꼼하게 진행되어서 그런 것 같다. Veterans’ hospital에서는 미국 군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veteran appreciation wall이라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그곳에 여러 편지들이 걸려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veteran과 관련된 상점 안에 갖가지 모자, 티, 컵과 같은 상품들도 너무 다양해서 실습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돌아 보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아직 실습을 시작한 지 2주도 되지 않았는데 어느덧 이병원의 시스템과 구조, 그리고 의료진들에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는 그렇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더니 이제는 매일 가던 곳 같은 느낌이 들어 편안하고 좋았다. 사실 졸업한 후 인턴을 하게 되면 새로운 병원 시스템에 적응할 것이 우려되었는데 이렇게 금방 적응이 되는 것을 보니 사람은 정말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벌써 함께 지내는 교수님들과 fellow들에게 정도 많이 든 것 같다. 늘 많이 도와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⑩ 2018-04-25 09:25:31
저번주와 마찬가지로 매주 월요일 마다 진행되는 오전 컨퍼런스에 참여하였다. 각자의 스케줄을 점검하고 펠로우들의 경우는 본인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 및 논문의 진척 상황을 주임 교수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습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첫 주 보다는 어느덧 훨씬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모르사니 헬스클리닉 센터로 가서 Dr. Tabatabian에게 인사를 한 후 함께 진료를 볼 fellow인 Terra와도 인사하였다. 환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심해진 알러지 증상과 이에 더불어 발생한 천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본인이 어떤 것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실히 알고 싶어서 진단을 위해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여러 인종이 많은 미국이라서 그런지 환자들의 군별 특성이 매우 다양하였고 워낙 다인종에 익숙해서인지 의료진도, 환자도 이에 대해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필자는 알러지 중에서도 푸드 알러지에 관심이 많이 있었는데, 수많은 음식들에 알러지가 있는 환자들 같은 경우는 먹는 것 하나 하나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USF에서 실습에 참여한지 벌써 시간이 좀 지났지만, international office에서 다른 실습 학생들과의 스케줄을 고려해 정한 일정상 오늘 welcome lunch meeting이 잡혔고, 이에 참여하기 위해 Tampa의 downtown으로 가서 international office에 방문하였다. 프로그램 담당자 및 다른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맛집이라는 Thai island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보통 다른 과 실습생들은 downtown에 있는 Tampa general hospital에서 실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알러지 내과 분야는 분과 특성상 in-patient 환자들 보다는 외래 환자들을 주로 보기 때문에,USF 캠퍼스 주변 clinic에서 실습을 하게된 특이한 경우 임을 알게 되었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⑨ 2018-04-12 12:10:57
오늘은 어제 다녀 온 Clearwater beach와 같은 바다이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St. Pete beach에 다녀 왔다. St. Petersburg라는 지명의 표지판이 길가 곳곳에서 자주 보여서 여기서 중요한 명소인가 보다 짐작을 했는데,이곳 역시도 멋진 해안가의 풍경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영화를 볼 때도 그렇고,어떤 명소를 갈 때도 그렇고 사전에 많은 정보를 미리 알고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자세한 정보는 거의 알아보지 않은 채 St. Pete beach로 나섰다. 2년 전쯤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St. Petersburg가 그곳과 철자가 완전히 일치해서 우연치 않게 이름이 같은 것인가보다 하고 짐작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차를 타고 St. Petersburg와 가까워질수록 멀리서 보이는 모습이 정말 유럽 같았다.어떤 용도로 지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양식이었다. Tampa는 정말 미국다운 도시였는데,반면에 이곳은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을 느끼게끔 하였다. St. Petersburg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오후 여덟시 정도였는데 플로리다의 여름은 낮이 길고 해가 굉장히 늦게 지기 때문에 아직도 해가 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서서히 해가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정말 태어나서 처음 본 오묘한 색의 하늘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분홍빛과 하늘색,보랏빛이 절묘하게 뒤섞인 색이었는데 이런 하늘은 평생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사진으로 담아보려 했으나 그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아지지 않아 아쉬웠다. St. Pete beach가 안 그래도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유명한지 이 광경을 보러 해변에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다른 나라의 관광객이 아니라 이 곳의 아름다움을 익히 알고 있는 주변 거주민들이었다. 그래서 유명한 관광지라 할 법 한데도 전혀 시끌벅적하지 않고 매우 조용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모래에 앉아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도시에 대해 궁금해져서 알아 보았는데,찾아 보니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사람이 St. Petersburg 도시 건설 계획에 참여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유럽에서 느껴지는 풍광이 이 곳에서도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주말을 틈타 이렇게 아름다운 beach들을 보고 마음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Florida 병원 실습기⑧ 2018-03-21 12:00:53
Tampa는 관광지 자체로서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며 대신 대학이나 병원 등이 밀집한 교육 중심지에 더 가깝다. 그래서 주중에 실습을 하는 동안은 시차적응이 잘 안 되어 몸이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근거리에 볼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 굳이 관광 욕심을 내지 않았다. 금요일 쯤이 되어서야 주말에 무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주변 fellow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beach를 좋아한다면 가볼 만한 곳이 있다고 하여 토요일에 느지막히 일어나 찾아 나섰다. 가까운 해변의 이름을 들어 보니 Clearwater beach라는 곳이었는데,이름부터 바닷물이 참 맑고 깨끗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복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벼운 원피스를 입고 갔는다. Clearwater beach로 가는 이정표가 가까워지면서 바다 사이로 길게 쭉 뻗어 있는 도로를 가로지르며 ‘이곳은 수영복을 입고 와야 하는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 곳의 해안 도로는 마치 오키나와에서 봤던 코우리 대교를 떠올리게 만들었는데,그곳에 비해서 길이가 훨씬 길게 느껴졌다. 이정표 대로 Clearwater beach로 갔는데,생각보다 해변의 주변 동네가 관광지 마냥 번화하거나 번잡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데 해변을 보는 순간,드넓게 펼쳐진 하늘색 빛의 바다가 하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모습에 감탄했다. 동양인은 아무도 없었고,해수욕을 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이런 아름다움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7월의 플로리다는 너무나도 더웠지만, 견디지 못할 폭염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오히려 이런 멋진 해변을 반짝거리게 빛내주는 태양이 이 광경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안타깝게도 수영복을 입고 오지 않아 해수욕을 할 수는 없었지만,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바닷가를 따라 걷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이 바다의 이름을 도대체 누가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Clearwater는 정말 잘 지은 이름이었다. 오로지 휴양 혹은 관광을 목적으로 이곳에 방문했다면 오늘 느낀 이 정도의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주 간 바쁘게 실습을 하고 나서 맞은 휴일에 우연치 않게,조금의 노력만으로 이런 아름다운 바다를 마주할 수 있어 내게는 더 큰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플로리다는 일년 내내 태양이 밝게 비치고 비가 와도 소나기로 1~2시간 내리고 마는 맑고 청명한 날씨를 자랑하기 때문에 Sunshine state라는 예쁜 별명을 갖고 있다. 그만큼 낮 시간이 길고 해가 지는 시간이 매우 늦어서 휴양을 즐기기에,이런 여유를 만끽하기에는 정말 제격인 곳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