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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환자와의 '라포' 경험 통해 깨달은 '가족주치의' 2018-09-06 06:00:59
|언제나 믿음직한, 가족 주치의⑦|삼성가정의학과 의원 이행훈 원장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의사는 환자가 은퇴시키는 것이지 스스로 은퇴하는 게 아니에요." 1987년 전국에서는 세 번째로, 전라북도에서는 가장 먼저 '가정의학과'라는 이름으로 의원의 문을 연 이행훈 원장(조선의대, 사진)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소신이자 신념이다. 미소로 기자를 맞은 이행훈 원장은 가정의학회장을 맡는 등 가정의학과 발전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 이행훈 원장은 연세의대 윤방부 교수의 조언과 공보의 시절 전주 예수병원에서 경험한 일차의료 관련 사업을 계기로 가정의학과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젊었던 시절을 회상한다. 처음으로 의원을 문을 열 당시 이행훈 원장은 '젊다'라는 것을 무기 삼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주시 중심가에서 시작했다. "1987년 전라북도에서는 처음 가정의학과 간판으로 의원을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전주시에서 가장 번화가인 코아백화점 근처에서 의원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모했던 결정이었어요." 이 후 전주시 코아백화점 근처에서 건강검진센터까지 확대 운영하다 5년 전 이를 접고 전주시 외곽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의원을 옮겨 운영하고 있다. "중간에 검진센터를 운영하면서 확장도 했지만 국가검진이다보니 요구하는 것도 많고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당시에 윤방부 교수도 번화가에 의원 문을 여는 것을 염려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이행훈 원장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차 의료의 '핵심'인 가정의학은 환자와 가까운 곳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일차 의료는 결국 환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5년 전 아파트촌이 있는 지금 위치로 의원을 옮겼어요. 환자를 많이 보고 적게 보고를 떠나서 일차 의료는 결국 환자 곁에서 머물며 그들의 환경과 배경까지 고려해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정의학과만이 아닌 내과나 소아청소년과 등도 다 같이 '가족주치의'로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행훈 원장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이행훈 원장은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해 가정등록관리 프로그램과 가정의학 인증의제 도입을 제안했다. "EMR 프로그램에 가정등록관리 프로그램을 탑재해 주기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가정의학 인증의제를 만들어서 내과나 소아과와 함께 일차 의료에서의 가족주치의 역할을 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일차 의료기관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가정의학과만이 일차 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로의 공멸만 부를 뿐이니 국가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과를 아우르는 제도가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이행훈 원장은 일차 의료에서의 '가정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동안 요양시설 3곳에서 무료로 해왔던 촉탁의 생활은 앞으로 접을 예정이다. "사실 그동안 요양시설에서 촉탁의로 무료봉사를 해 왔는데 최근에 그만 뒀어요.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니 내가 아니어도 후배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의미에서의 결정이었어요. 의원 문을 연지 32년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진료에 매진할 생각이에요. 의사는 환자가 은퇴시키지 스스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거든요."
의사들은 왜 비의사에게 초음파검사를 양보하게 됐을까 2018-08-29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초음파 특히 심장 초음파검사까지 의사가 직접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검사는 생각치도 못했다. 심초음파 검사는 언제부터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나 간호사로 넘어가게 된 것일까. 의료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90년대 중후반쯤 심초음파 건수의 급증이 검사의 주체를 바꾸는데 크게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넘어갔다"면서 "그 시점은 심초음파 검사가 급증하기 시작한 90년대말부터였다"고 했다. 또 다른 내과 교수는 "90년대 중후반, 전국의 대학병원이 규모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환자가 증가했고 이는 곧 검사 및 시술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순환기내과 교수들은 시술에 집중하면서 검사는 간호사 및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양보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병원 경영진들은 무리한 규모 확장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환자 진료를 요구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굳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급증하는 검사량을 감당할 수 없는 의료진과 경영적으로 수익을 쫒을 수 밖에 없는 병원, 최대한 빨리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로 최근 임상시험 건수의 급증으로 초음파 검사 건수가 동반 상승하면서 더욱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모 교수는 "최근 대형 대학병원 순환기내과에서는 임상시험이 급증하면서 이에 초음파 검사가 필요해 검사 로딩이 극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 않아도 밀려드는 환자에 임상시험까지 겹치면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무한대로 교수를 늘릴 수도 없고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쉽게 의료기사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식"이라며 "공간도 의사인력도 제한적인데 환자의 의료이용량은 OECD국가 평균 대비 3배 이상 높다보니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장비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초음파 장비업체들은 수시로 연수강좌를 열어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며 "의사만으로는 시장이 제한적인 만큼 그 영역을 의료기사까지 확대, 꾸준히 교육을 통해 잠재적 시장을 키우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 급증은 환자의 정확한 진단 목적이 아닌 수익적인 배경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심초음파 검사는 이대로 괜찮을 것일까. 일선 의료진들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상초음파학회 한 임원은 "이는 저수가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병원은 수익을 내고 의사는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진료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간호사 등 비의사를 초음파 검사실로 돌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순환기내과가 특히 비의사의 초음파검사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의사들 내부에서 '심장내과 의사들은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는 만큼 단순히 환자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것 이외 달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 자리가 없다"는 젊은 의사들의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 A씨는 "내과 전공의 4년차가 되서 순환기내과로 세부전문의를 받겠다고 해도 심초음파 검사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사실상 간호사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심초음파 검사에 대해 수련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현실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며 "결국 전공의 시절에 배우지 못해 펠로우 과정을 밟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사회적 비용만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순환기내과 내부에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심장학회 한 임원은 "학회 차원에서도 간호사 등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너무 만연해지면 의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심장초음파를 실시하는 의료기사의 자격증 프로그램 등 양성화 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초음파 둘러싼 직역간 갈등 부추기는 복지부 유권해석 2018-08-28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최근 복지부 유권해석은 초음파 검사를 두고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두 직역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초음파 시행 주체' 관련 8월 7일자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방사선사 이외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의사의 실시간(real time)지도하에 임상병리사의 심장, 뇌혈류, 경동맥 초음파 검사 및 촬영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의사의 지도는 임상병리사와 1:1로 이뤄져야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방사선사협회 측은 "지금까지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했던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를 풀어준 것으로 기존의 판례를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임상병리사협회 측은 "임상병리사도 초음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복지부 유권해석을 유지한 것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두 단체는 동일한 유권해석을 두고 왜 이처럼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거 복지부 유권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논란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년 방사선사협회는 복지부로부터 모든 초음파검사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는 불가능하고 의사 또는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임상병리사협회 측은 복지부로부터 뇌혈류에 한해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는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것이 오락가락하는 복지부 유권해석의 시작이었다. 이후 2005년 광주 OO병원 임상병리사가 초음파쇄석술(ESWL)을 실시한 것에 대해 15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어 해당 임상병리사가 행정심판위원회에 면허자격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즉, 임상병리사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법으로 본 셈이다. 그러나 2016년 7월 임상병리사 측에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모호한 기준에 대해 질의하자 복지부는 뇌혈류, 경동맥, 심장 초음파가 기능 검사이기 때문에 임상병리사도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또 다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어 최근 2018년 8월, 초음파검사 시행주체에 관한 유권해석을 통해 거듭 임상병리사도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심장, 뇌혈류,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결과적으로 10여년간에 걸쳐 보건복지부의 오락가락 유권해석이 의료 현장의 의료기사 직역간 갈등만 부추긴 셈이다. 사실 임상병리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13조 규정에 의해 심전도, 뇌파, 심폐기능, 기초대사 등 기타 생리기능에 관한 검사를 허용하고 이를 어길 경우 6개월 이내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초음파검사도 임상병리사의 영역으로 자리잡았고, 방사선사의 영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들은 구별면허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방사선사'라는 별도의 면허를 준 것은 전문범위별로 업무를 한정,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취지인데 복지부의 유권해석처럼 임상병리사 등 다른 직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사선사협회 진계환 법제이사는 "이는 마치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구별면허제도 취지가 무너지면 한의사와 의사의 구분도 모호해질 수 있는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권해석은 방사선사 업무영역을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지난 주말 방사선학과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그 자리에서 의견 반대입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강경한 뜻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와 관련해 의사와 방사선사 1:1로 지도감독하라는 의미를 내포한 '의사와 방사선사가 동일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라는 문구와 모니터를 활용한 관리 감독을 의미하는 문구인 '기타 의료기술을 활용'이라는 문구를 동시에 명시한 것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여전히 편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방사선사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모니터를 활용한 관리감독도 가능하다는 기준이 혼재해 있어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사 1명이 수십개의 모니터를 통해 지도감독하는 식의 행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이런 식으로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 기준을 허용하면 결국 편법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모니터를 활용한 지도감독 즉 '의료기술을 이용한 지도'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상의학회 한 관계자는 "원칙은 모든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며 "일부 의사의 검사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의사의 입회하에 동일공간에서 검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간호사'만으로 돌아가는 A대학병원 심초음파 검사실 2018-08-27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8월 어느날 오후 2시경 찾아간 소위 빅5병원으로 꼽히는 A대형 대학병원 심초음파 검사실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환자 이송요원이 예약된 검사시간에 맞춰 입원복을 입은 환자를 검사실로 데려와 대기하면 곧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검사자가 나와 환자를 검사실로 옮겨간다. 검사를 마치면 휠체어나 침대로 환자를 옮겨 다시 데리고 나온다. 환자가 검사실로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대략 10~15분이 소요된다. 심초음파 검사실은 총 6곳. 검사자는 검사를 마친 환자가 나가면 잠시 후, 다음 대기 환자를 검사실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기자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심초음파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며 지켜본 결과, 검사실에는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4~5명의 검사자 이외 의사 등 다른 의료인은 없었으며 이들이 전담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초록색 수술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있었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환자는 없었다. 한 60대 남성환자는 "전에도 와봤지만 이런 검사는 의사가 안 해. 간호사나 의료기사가 하겠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들은 누구일까. 해당 대학병원을 통해 이름과 신분을 확인한 결과 간호사들이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미국 소노그래퍼(Sonographer) 자격증을 취득한 간호사로, 심초음파 검사 분야에서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갖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대학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소노그래퍼들이 미국 자격증(American Registered Diagnostic Medical Sonographer, ARDMS)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합법일까. 유감스럽게도 현행법상 불법이다. 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경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간호사는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다. 최근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의사가 한 공간 내에서 1:1로 실시간 지도감독 한다는 조건 하에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를 급여로 인정해줬지만 간호사는 현행법상 초음파 검사 자체가 불법이다. 의료법상 비의사가 단독으로 초음파 검사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A대학병원 측은 "심초음파 검사실 내에서 검사는 비의사가 실시하더라도 모두 모니터를 통해 전문의가 판독하는 등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검사자가 간호사인 이상 불법을 면하기 어렵다. 미국 소노그래퍼 자격증(American Registered Diagnostic Medical Sonographer, ARDMS)을 취득을 통해 전문성을 높일수는 있지만, 이를 국내 의료인 면허체계에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 여부를 뒤집을 순 없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이는 A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전문의는 "A대학병원 이외 빅5병원으로 알려진 B, C대형 대학병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간호사가 해당 병원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대형 대학병원 한 내과교수는 "비의사에 의한 심초음파 검사는 새로운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그 많은 검사를 어떻게 내과 교수들이 일일이 하겠나. 저수가 체계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불법을 자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심장학회 한 임원은 "현재 정해진 인력 및 수가체계 내에서 오는 환자를 해결하다보면 법에서 정한 테두리를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의사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편법적으로 진료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시설이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만 환자를 적게 진료하고 그 이외에는 대기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병원 경영진 입장에선 생각이 다르다보니 자칫 공장처럼 돌아가기도 한다"며 "환자는 낮은 가격에 빨리 진료를 볼 수 있으니 좋겠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쓴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불법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거듭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끌지는 못한 채 불법 행위가 고착화되고 있다. 실제로 대한영상의학회가 지난 2016년 비의사의 초음파검진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데 이어 의사의 실명이 적힌 오렌지색 명찰과 배지를 배포하고 착용하도록 하는 '초음파 의사 실명 캠페인'에 나서고 있지만 관행의 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매년 2회 초음파 교육을 실시하는데 3초만에 접수가 마감이 된다. 젊은 의사들은 이처럼 배우고 싶은 의지가 높은데 일부 선배 의사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불법이 만연하니 합법화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 또한 버젓이 불법행위가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다"면서 "바로잡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합법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대한임상초음파학회 한 임원은 "간호사에 의한 심초음파 검사는 엄연히 불법으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대학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실 상당수 대학병원도 이와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통합적 환자 케어" 20년차 시골의사가 꿈꾸는 '가족주치의' 2018-08-20 06:00:58
|언제나 믿음직한, 가족 주치의⑥|김홍기가정의학과의원 김홍기 원장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처음부터 시골의사를 꿈 꿔왔고 20년 동안 이를 지켜왔어요. 능력이 닿는 한 지역 주민들과 이대로 함께 하고 싶답니다." 전라북도 진안군에서 가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홍기 원장(55, 고신의대, 사진)이 20년 전인 1998년, 처음 의원 문을 열면서 지금까지 지켜 온 소망이다. 처음 문을 열 던 곳에서 아직까지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홍기 원장은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덕에 진안군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며 미소로 기자를 맞이한다. "진안군은 인구가 약 2만 5000명 정도 되는 시골이에요. 제가 환자들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20년 한 자리에서 의원을 운영해 환자들이 저를 기억해주고 있답니다." 실제로 김홍기 원장은 진안군의 가정의학과 전담 '선생님'으로 통한다. 이 같은 환자들의 고마움에 김홍기 원장은 단 한 번도 의원을 옮기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의미로 더 큰 꿈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옮길 이유가 없었어요. 시골의사를 원래부터 꿈 꿔왔고, 이 자체에 만족하고 제가 원하는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덕에 하루 내원 환자가 150명에서 많게는 180명까지 되는 의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제 자신을 바라 볼 때 대학교수로 있는 것보다 직접 필드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적성에도 맞고 좋았어요. 제가 가정의학과를 선택할 때는 정말 초창기라 진료과의 정립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시절이었는데, 제가 경험한 가정의학과는 질병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차의료로서의 환자 케어에 집중해야 해요. 이 같은 소신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서 환자와 함께 할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김 원장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각개전투식 진료보다는 통합적인 케어가 자리 잡아야 하는 동시에 가정의학과를 포함한 일차의료가 그 최전선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사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필요한 중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정말로 좋아요. 하지만 진료과목이 세부적으로 따로국밥 식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의료비 지출이 심각할 지경이에요. 보다 통합적으로 환자케어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김 원장은 일차의료에서 통합적인 환자케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과처럼 일차의료 진료를 위해 모든 진료과목을 일정수준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만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간판을 달고 의원을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일차의료에서는 가정의학과처럼 모든 진료과목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해요. 따라서 의원 개원을 위해서는 일정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현된다면 전반적으로 의료 질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향후 15년까지는 지금처럼 같은 곳에서 의원을 운영하며, 환자들과 함께하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20년 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70세까지는 이곳을 지키며 의사로서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인구수가 줄면 자연히 환자수도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환자들의 질병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 걱정이었어요. 특히 진안군에 이비인후과와 피부과가 없어 관련 환자들까지 의원을 찾았는데 다행이 진안군의료원이 생겨 다행입니다."
"주110시간씩 일하는 교수가 전공의 교육 어떻게 하나" 2018-07-12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올해로 외과 전문의 경력 11년차인 한양대구리병원 김민규 교수(42·외과)는 한때 대한외과학회 수련위원회 간사였다. 현재 외과학회가 추진 중인 커리큘럼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참여했지만 얼마 전 그는 책임지도전문의를 포기 선언을 하고 말았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 교수가 근무 중인 병원에 위암 수술 교수는 단 한명. 응급 수술이 잡혀 밤새 수술한 다음 날 오전부터 외래진료실을 지켜야 한다. 그의 외래진료 일정은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로 총 3일. 외래가 없는 날은 수술 일정으로 채워진다. 정규 근무시간은 오후 6시 퇴근이지만 현실은 한달 6회 당직 근무와 1주일에 2~3건 이상 잡히는 응급수술을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전공의는 주80시간 근무제에 맞춰 퇴근을 시키다보니 야간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까지 그의 업무가 됐다. "전공의 특별법 제정 취지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였던 것으로 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이 높은 교수들이 환자 안전사고를 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책임지도전문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은 무리다." 올해 부교수 발령을 받은 그는 병원 내에서 외과 전문의로서 수술, 진료는 물론 연구에서도 퍼포먼스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전공의 교육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주 11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 밀려드는 수술, 외래진료에 치이는 상황에서 교수와 전공의, 1:4 비율로 멘토-멘티를 맺고 집중관리 해야하는 책임지도전문의 역할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공의 교육을 하려면 적어도 3명 이상 모아 진행해야 하는데 전공의 오프 일정에 맞추다보면 교육을 할 수 없더라. 당직, 수술 스케쥴을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공의 시간에 맞춰 교육해 줄 별도의 책임지도전문의를 채용할 수도 없지 않나. 펠로우가 넘쳐나는 대형 대학병원은 몰라도 중소 대학병원은 불가능하다." 외과 전공의의 경우 책임지도전문의가 술기에 대한 역량 이외 연구 등 학술활동부터 사회관계 등 인성교육을 포함해 두루 지도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책임지도전문의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책임지도전문의를 채용할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과 더불어 지도전문의 기준을 낮춰 해당 교수 풀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전공의 주80시간 근무제도 정착이 안된 상황에서 교육부터 앞서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대형 대학병원은 가능할지 몰라도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 대학병원에선 불가능하다."
'책임지도전문의'라는 이름의 무게…지쳐만 가는 교수들 2018-07-11 06:01:59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 서울 초대형병원 임상교수로 일하다 최근 지방 대학병원 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김행복씨(가명)는 요즘 죽을 맛이다. 소위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해 밤샘수술에 외래 진료, 교수 당직과 각 전문 분야별 당직근무를 서고 있는 탓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책임지도전문의'로 전공의 교육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가지 더해져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교육을 책임지는 의료진의 업무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지도전문의로서의 역할까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은 수련시간 주 80시간제한으로 대변되는 전공의특별법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까지 앞서가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범사업도 없이 시작된 '책임지도전문의' 앞서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올해 수련환경평가부터 '책임지도전문의 제도' 관련 평가 문항을 신설하고, 인턴 수련병원을 제외한 수련병원에 '각 전문과목별 책임지도전문의 제도 운영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또한 수련병원 지도전문의의 교육을 의무화하기 위해 병원협회 및 각 개별 학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도전문의 교육을 관리하고 있는 지를 체크하고 있다. 여기에 복지부는 전공의특별법으로 인한 전공의 수련의 질 하락을 우려해 지도전문의의 역할이 강화된 수련과정을 신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과목이 바로 외과다. 복지부는 외과학회 의견을 수용해 올해 3월 시작하는 외과 레지던트 1년차부터 지도전문의 감독 하에 충수절제술(맹장수술) 20예, 실습 술기 과정인 Unit 4개(간담췌외과, 상부위장관외과 및 유방외과, 소아외과 및 대장항문외과, 내분비외과 및 이식혈관외과) 중 1개 이상 이수 후 합격해야 하는 E-learning 과정을 신설했다. 대한외과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지도전문의가 많은 역할을 해왔으나 외과 전공의 역량 강화가 관리감독을 위한 실질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책임지도전문의를 첫 신설했다"며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을 기준으로 책임지도전문의를 선발하고, 학회 차원의 별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임지도전문의를 선발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전공의 정원 책정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며 학회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늘 대기 중입니다" 지쳐가는 지도전문의 하지만 일선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지도전문의들은 전공의특별법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련은 이뤄질 수 없다고 비판한다. 수도권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지도전문의로 병원에서 핵심 멤버로 일하는 것은 주니어 교수들이다. 하지만 외과도 물론이거니와 전공의특별법으로 주니어 교수들 피로는 쌓일 데로 쌓였다"며 "수술 중인 상황에서 전공의는 퇴근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막상 교육을 하려고 해도 전공의가 퇴근한다. 오프까지 챙기게 되면 3명의 전공의를 모아서 교육을 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현실은 다른 전문 과목도 마찬가지. 지방 B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응급실에서는 환자 체류시간을 이유로 무한대로 환자를 병실로 올리지만, 막상 이를 진료할 병동에 의사가 없는 현실"이라며 "노동법에서는 온콜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데 병원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꼼짝없이 한 달에 15일을 온콜당직인 상황에서 지도전문의 역할까지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지도전문의들은 자신들의 자질 관리 등을 이유로 한 법안이 입법되는 것을 두고 '과한' 입법이라고 지적한다. 해당 내과 교수는 "전공의 폭행에 따른 지도전문의 취소 법안이 발의됐는데, 과한 입법이다. 의사협회 윤리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부적절한 전공의도 함께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며 "지도전문의 취소라고 하는데,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안하고 만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방적 떠 맡겨진 지도전문의, 지원 없이는 '총체적 난국' 결국 지도전문의들은 전공의특별법 시행을 위한 진료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교육까지 함께 강화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도전문의를 확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 외과 부교수는 "지도전문의는 전공의 역량을 평가하고, 부족하면 재교육을 통해 전공의가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평가자에 대한 교육도 없고, 지침도 없다"며 "단 하나의 지원도 없이 역량 프로그램만 도입하는 꼴이다. 교육도 없이 지도전문의라는 일만 주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특별법으로 지도전문의를 해야 할 교수들의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교육부터 앞서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형병원에만 있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 다른 수련병원은 알 수조차 없다. 진료환경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각의 교수 개인에게 떠 맡겨진 꼴인데 지도전문의 제도 정착을 위해선 먼저 시범사업 형태로 제도를 설계해 해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같은 수련병원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복지부는 전공의특별법에 따른 업무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 추진된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만을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의사 인력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가로 지원하는 체계로 가야 한다"며 "현장의 업무공백 문제이기에 입원전담전문의를 확대해 인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업무 공백 문제가 이를 통해 해소된다면 전공의 교육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한경쟁 사막에서 '워라밸' 쫓는 제약 유목민들 2018-07-05 06:00:59
|메디칼타임즈 원종혁 기자| 김 모씨(가명·33세)는 최근 더 나은 '워라밸'을 쫓아 두 번째 이직을 결정했다. 6년여가 넘는 제약 에이젼시(홍보대행) 경력을 뒤로하고 옮긴 곳은 다국적 제약사. 알음알음 알고 지내오던 주변 선후배들의 조언에 몇날 며칠을 심사숙고하다 '워라밸 유목민'이 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전 직장에서 피로감이 굉장했어요. 계속되는 비딩(biding) 경쟁과 끝없는 업무는 강철 체력을 가진 사람도, 부처같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도 결국 지치게 만들어요"라고 푸념했다. 매일 쳇바퀴 굴러가듯 이어지는 야근과 업무 사이클에 넌덜머리가 날 즈음, 인하우스(다국적제약사 이직)에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어졌다고도 했다. 회사의 네임밸류보다는 업무간 효율성과, 제 때 낼 수 있는 연차 휴가에 더 끌렸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 생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자신은 없었지만, 야근 없는 삶을 누려보고 싶다는 것 뿐"이었다. 한때 '디지털 유목민'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족'이라는 키워드가 사회 트랜드를 대변한 적이 있다. 이들은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며 최신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통한 20, 30대였다. 한 자리에 정착하기를 거부하며, 편의성과 신속성을 우선시 한다는게 특징이었다. 그러다 최근, 비슷한 성향을 품은 신조어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최신 정보 습득에 익숙한 이들 젊은 직장인 사이에는 욜로(YOLO, 한 번뿐인 인생 즐기자) 열풍을 거쳐,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브랜드와 커리어를 따지던 디지털 유목민들이 '워라밸 유목민'으로서 정체성을 잡아가는 또 다른 현상이 그려지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부터 욜로까지, 2018 이직 키워드 '워라밸'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제약·바이오업종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확연하다. 특히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표방한 다국적 제약기업 종사자들 사이에는 '질 좋은 근무시간'을 바라는 유목행렬이 더 길어졌다. 가족적이고 조직 문화가 강한 국내사보다는, 업무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강조되는 외국계 제약사를 선택한 이들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 다국적 제약사 인사 담당자는 "외자사는 신규 채용이 드문데다 내부적으로도 의사, 약사, 간호사, 수의사 등 라이선스를 가진 출신 비율이 높아요. 최근 경력 이직이 빈번한 제약 관련 에이전시에도 해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력직을 선호하고 고스펙을 가진 이들이 많은 탓에, 워라밸을 고려한 이직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직구조 회식문화 강요 'N0'…"네임밸류 따진다고요?" "우스갯 소리로 이런 얘기 자주 나눠요, 막상 일해보면 네임밸 따위 워라밸 발 끝도 못 따라온다고요." 외국계 화학제조회사에서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경력을 뒤로하고, 제약 마케팅업으로 이직한 30대 후반의 박 모씨(남·기혼)는 이직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 직군간 연봉 문제라기 보다는, 외국계 제조직군임에도 불구하고 사내 수직구조가 분명하고 회식문화 군기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이직 후 세일즈 팀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팀단위로 움직이는 회식이 없는 편이라고 봐야죠"라면서 "주어진 시간에 내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집중되어 있고 성과주의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차피 같기 때문에 지금의 워라밸은 만족합니다"라고 했다. 홍보 대행업종에서 제약사(인하우스)로 넘어온 김 모씨(여·미혼)는, 늘상 촉박한 업무 압박과 야근에 시달리며 오랜시간 이직을 염두해왔다고 했다. 그는 "클라이언트의 시간을 기반으로 내 스케쥴이 결정된다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라면서 "에이전시 담당자들은 보통 3~5개의 고객사를 담당하고 타임라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본인이나 팀의 타임라인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어렵죠"라고 설명했다. ▲"주52시간 근무요?" 홍보 업종 이직률 급증에 진땀 그는 "이직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지만, 사실 업무 타임라인의 문제나 워라밸 등 시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불만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생각해요"라며 "일단 워라밸의 중요성에 대해 내부 임직원의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공감하는 분위기도 강하죠"라고 말했다. 이직 빈도가 빨라진 홍보 대행 업종에도 한 마디 덧붙였다. "에이전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이직률(turnover rate)가 너무 높다는 것이에요"라며 "일단 경력을 쌓고 외자사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비율도 높고, 과다한 업무와 최저 수준의 워라밸에 지쳐 떨어져나가는 사람이 많아서 이직은 해결되지 않는 숙제 같아요." 10여년간 제약 마케팅 담당자로 여러번 적을 옮긴 경험이 있는 40대 이 모씨(여·미혼)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이직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 바이오 제약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주목받는 인지도에 비해선 고용인원은 적어요. 도미노 현상처럼 경력직의 이직은 순간 순간 빠르게 이뤄지는 반면 신규 채용수가 많지 않은 구조죠"라고 귀띔했다. 동종 업계로 이직 후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할 몫은 늘상 따른다고 했다. "정작 이직 뒤에 기대와 다른 사내 분위기와 성과중심주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탓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반대로 근속이 오래된 회사에서도 임직원들의 보수적인 성향이나 상하조직문화가 강조될 때엔 또 다른 고민이 생기는 거죠." ▲"일 인간관계 부침…스트레스 못 견뎌" 약사 면허를 가지고 모 다국적 제약사에서 다년간 프로덕트 매니져로 근무해온 30대 후반의 오 모씨(남·기혼)는 최근 업계를 나와 창업을 결정했다. 그는 "A사에서 이보다 더 혁신적일 수 없다던 신약도 6개월 있으면 B사에서 비슷한 신약이 출시됐어요. 메시지도 비슷하고 임상 결과도 새로울게 없는데다,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거기서 거기라는데 업무적인 권태기도 있었고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아직 개업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수익을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를 본다면 약국 경영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내 시간을 유동적으로 분배해서 쓸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스트레스는 사람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정작 업무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물론 이전에 근무하던 제약사의 워라벨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랬겠죠"라고 덧붙였다. 이달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가 첫 발을 뗐다. 한 외자사 마케팅 담당자는 "워라밸을 시간적인 문제에 국한시킬 수 만은 없다"며 "외국계 기업에서는 실수가 도태로 이어지는 만큼 개인에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외부에서 비춰지는 이미지와 달리 매순간 이직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고 했다.
영업왕·강소제약사의 비결…"노오력 대신 휴식을 허하라" 2018-07-04 06:00:59
|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대표되는 일중독 사회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반성 때문일까. 1990년대 일본 소설에 등장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리고 1970년 대 말 영국에서 등장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까지, 해묵은 단어가 2018년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69 시간에 달한다.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에 비해 연간 706 시간을, OECD 회원국 평균 보다 305 시간을 더 일한다. 노동생산성은 반대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꼴찌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노동시간이 길어야 생산력이 높아진다는 믿음 자체가 허구는 아닐까.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못했던 '저녁 있는 삶'이 회자되고 있다. 저녁을 찾아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산성의 비밀을 들었다. ▲영업왕의 비밀은 휴식…"휴식이 곧 생산성" 2013년 모범상, 사내 KPI 평가 전국 1등, 최연소 과장 특진. 입사 7년만에 전국 매출 1등에 오른 제약 영업왕의 비결은 뭘까.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꼰대들이 들으면 의아할지 모른다. 그 비결은 그를 뛰게 만들고, 성장하게 했다. 회사 눈치를 보지 않게 된 지금에서야 고백한다는 그 비결은 '휴식'이다.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는 "한국에는 휴식을 생산력 저하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독일 같은 선진국을 보면 근로시간이 짧아도 생산력은 월등하다"며 "기계적으로 근로시간과 생산력을 동일시하는 건 오류"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떤 제약사는 영업사원에게 하루 20곳의 거래처 방문을 강요하는 곳이 있다"며 "거래처 방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실적이 좋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은 그저 관리를 위한 구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손 대표의 경우 영업사원 시절 쉴틈없이 돌아다니기 보다는 동종 업계 영업사원을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등 휴식을 중요시 했고 이런 휴식이 장기 근속과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차원의 거래처 방문 강요와 같은 수단이 실적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영업사원의 퇴직 원인의 1순위가 실적 압박인 만큼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휴식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손재현 대표는 "실적만 요구하면 오히려 실적 좋은 직원은 워라밸이 좋은 곳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에 손실이 된다"며 "이제 관점을 바꿔 휴식이 곧 생산력이라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업계의 연봉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이직의 주요 척도가 회사의 분위기, 워라밸 등 근무 환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신입들의 직장 선택 요소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직원이 즐거워야 회사 성장" 지금까지 대부분의 제약사들의 성장 모델은 양적 팽창이었다. 자사 품목 개발보다는 제네릭과 오리지널 제약사의 도입 품목으로 매출을 늘려왔다. 매출이 성장의 척도가 되면서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은 소모품처럼 대체돼 왔다. 직원들과 동반 성장하는 대신 기업들만 성장했던 셈이다. 채찍질만 하면 오히려 실적이 떨어진다는 역설을 깨달은 손재현 대표는 영업직 경험을 살려 제약(도매)사 창업을 준비중이다. 순우리말로 즐거움을 뜻하는 '라온'을 사명으로 정했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존재 목적이 된 한국 사회에서 즐거움을 경영 이념으로 내민 건 특별하다 못해 특이하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손재현 대표는 "양적 팽창 모델은 한계가 있고, 젊은 세대들의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은 확실히 바뀌었다"며 "이제 제약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그 과정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직원들끼리 승진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약사에서의 정년 보장이나 퇴근 후에 삶 보장 여부를 먼저 따진다"며 "워라밸이 좋은 곳에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쉴 때 쉬고 즐기면서 일했을 때 성과가 좋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사명을 라온으로 결정한 것이다"며 "경영 이념 역시 우수한 의약품으로 환우에게 즐거운 삶 제공, 고객에게 즐겁게 다가가는 기업, 직원들이 즐겁게 다니는 기업으로, 즐거움을 키워드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강소제약사 되겠다" 더유의 실험 워라밸을 강조하는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휴식과 복지의 강화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적어도 제약사 더유 사례에서는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2013년 설립된 더유는 학자금 지원과 건강검진, 해외여행, 사내동호회 활동 지원, 골프 레슨 등 자기개발비 지원, 조식 제공, 무조건 출산 휴가, 콘도 지원 등 대형 제약사 못지 않은 복지 혜택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업사원 출신인 김민구 더유 대표는 "우리의 비전에는 우수한 의약품 제공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들의 행복이 명시돼 있다"며 "그 비전을 공유하면서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시장을 특화해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서 추구하는 건 직원들과의 동반 성장이고,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여러 복지 혜택도 그런 철학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유는 동반 성장을 목표로 경력보다는 신입을 선호한다. 팀장급의 경력직을 제외하면 사원의 95%는 신입으로 채워졌다. 김민구 대표는 "스펙과 학점, 자격증보다는 인성과 개성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오래 함께 해야 할 사람을 뽑기 위해 이력서 한장에 5분 이상을 볼 정도로 고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4세 정도로 직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며 "작년 말 기준 적성으로 인한 수습 기간 퇴사자를 빼고 3년간 퇴사자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더유의 직원 행복 우선주의 철학은 현재까지 합격점. 2013년 직원 17명, 매출액 25억원으로 시작한 더유는 2016년 피부과 처방 1위 의약품 5품목을 보유하고 전국 9개 지점으로 영업망을 확대한 바 있다. 2017년 260억원 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올해 cGMP 공장 완공과 매출 360억원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중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더유를 모델로 복리후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연봉이 높지 않더라도 인재들이 더유에 몰리는 것을 보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더유가 한국형 강소제약사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개원의도 워라밸 원하지만…현실은 하루 10시간 진료 2018-07-02 05:41:59
|메디칼타임즈 취재팀| . 서울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는 50대 개원의 A씨는 직장인들이 한다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 중 일요일과 평일 중 하루는 의원 문을 닫는 것이다. 1년 반째 주 5일만 의원 문을 열고 있는 A씨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돈 보다 인간답게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크고 작은 가족 대소사 챙기기도 쉽고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덜 쌓이는 것 같아서 진료하는 날도 덜 힘들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열풍이 의료계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10시간이 넘도록 한 평짜리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던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워라밸을 실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 이 문화가 의사 사회로 확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워라밸 열풍을 개원의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개원의 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개원의들은 워라밸을 '실현하고 있다', '그렇지 못하다'는 입장이 각각 54명씩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워라밸이 매우 좋다는 개원의가 10명, 워라밸이 매우 나쁘다는 개원의가 2명이라는 것을 봤을 때 워라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고 할 수 있겠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10명 중 7명은 워라밸 문화가 의료계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 영향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젊은 의사, 개인적 인식 변화 때문이라는 이유가 뒤를 이었다. 생활가치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다. 반면 17%의 개원의는 의료를 공공재로 보는 정부 정책, 개원가의 치열한 경쟁, 수입 감소 영향 등의 이유로 워라밸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눈에 띄는 것은 워라밸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더라도 수입이 낮아지는 것은 크게 바라지 않는다는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명 중 6명꼴인 65%가 워라밸을 위해 수입이 낮아지더라도 봉직의로 전향할 생각이 '없다'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0.6%가 월 수입이 최소 2000만원은 돼야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덕분일까. 워라밸에 대한 긍정적 인식 속에서도 개원가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1%에 달하는 개원의가 하루 평균 9~10시간 미만으로 의원 문을 열고 있었다. 개원 시간이 8시간 미만인 개원의는 14%에 불과했다. 의원 문을 여는 시간이 11~12시간 미만에 해당하는 개원의도 14%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한 달에 평균 5일만 쉰다고 했다. 사실상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80%가 넘는 의사가 의원 문을 닫고 쉬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고, 27%는 쉬고 싶었던 적이 매우 자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익이 줄어들까 걱정이 되고(59%) 인근 의원과 경쟁(41%) 때문에 쉽사리 문을 닫지 못하고 있었다. 개원의는 일종의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직장인처럼 '연차'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래서 쉬고 싶을 때 쉽사리 쉴 수가 없다. 64%에 해당하는 104명의 개원의가 몸이 아프거나 피곤해도 쉬지 못해 가장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남들 다 쉬는 휴가 시즌이나 명절에 일해야 할 때, 가족의 대소사에 참석하지 못할 때, 자녀와 배우자가 아플 때도 쉴 수 없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개원의 10명 중 7명꼴인 74%는 워라밸이 보장된다면 '여행'을 가장 하고 싶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게 개원의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는 주 6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앞서 언급했던 주 5일 의원 문을 여는 개원의 A씨의 단호한 결심이다. 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사는 면허가 있다. 의사끼리 경쟁하지 말라고 환자 유인행위나 진료비 할인은 법으로도 제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의사들은 경쟁을 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의식을 버리고 의사도 주 40시간 근무를 확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