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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생존법 변화와 개선…노인의료+복지 불가피" 2018-10-01 05:40:58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내가 환자라면 소변을 본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 어떻겠느냐. 여기부터 요양병원 개선의 첫 걸음이 시작된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창원 희연병원 이사장)은 지난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 진행된 제72차 일본병원 현지연수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 넘게 일본 지역 수많은 요양병원을 현장 방문해 재활치료와 재택치료 그리고 노인홈의 변화와 발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희연병원을 통해 실현시키고 있는 요양병원 분야 전문가이자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만성기의료협회 주최 3박 4일간 일본 현지연수는 매일 4~5시간 병원 방문과 임원진 간담회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참석자들의 소회 발표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덕진 회장이 한국 요양병원 관계자들과 왜 일본병원 현지연수를 72차례나 지속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쉽게 풀렸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초과한 초고령사회 일본 병원계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요양병원의 미래를 반추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이다. 참석자들도 전 병실 1인실 도입과 신체억제 폐지, 욕창제로 아리요시병원을 시작으로 재활치료 선도 기관인 세이아이 재활병원 그리고 의료와 복지 복합체인 사가기념병원을 잇따라 방문하며 호기심 어린 눈빛에서 진지한 고민이 담긴 표정으로 변화됐다. 김덕진 회장은 "아리요시병원은 후쿠오카 선언으로 불리는 신체구속 폐지로 후생성(한국의 보건복지부) 관료들이 방문해 정책을 입안하는 데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면서 "일본 방문병원 임원진들이 설명하고 답변한 내용 속에는 한국 병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활치료 중심인 세이아이 재활병원은 내년도 한국의 재활병원 제도화 전환 시 미래 모습이다. 그리고 한국 요양병원도 일본처럼 요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의료와 재가시설을 결합하지 않으면 요양병원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김덕진 회장은 "의료와 복지 복합체인 사가기념병원의 경우, 이사장은 방문할 때마다 곧 병원이 적자를 보고 있어 곧 망할 것처럼 말하지만 매년 건물 하나 씩 늘려가고 있다"면서 "이들 3개 일본 병원의 모습을 통해 한국 요양병원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지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병원 방문을 마친 참석자들도 자성과 함께 기대감을 피력했다. 대구 한솔요양병원 이예지 사회복지사는 "원장님이 항상 병원 앞에 늑대가 와 있다고 걱정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일본 병원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일본 병원을 바로 따라가긴 힘들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환자가 뭐가 불편한지, 왜 짜증을 내는지 다시 한번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동아대병원 보험팀에서 파견된 학교법인 동아학숙 이도연 팀장은 "일본 요양병원은 급성기부터 요양과 재활치료, 재택까지 잘 구축되어 있었다. 한국이 진행 중인 재활병원 시범사업의 제도화에 일본의 장점이 잘 반영되길 기대한다"며 달라질 의료정책을 희망했다. 울산 길메리요양병원 이희수 물리치료사는 "재활치료 중심 세이아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치료사를 바꿔가며 치료하는 재활 시스템이 놀라웠다"면서 "물어보니 환자 1명을 위해 물리치료사와 재활의학과 의사 모두가 매일 정보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일본 병원 연수에 3차례 연속 참석한 고도일병원 노태린 행정원장은 "일본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크고 작은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 넓은 공간의 재활치료실이 너무 부럽다. 한국 대도시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답변했다. 노인환자 중심의 일본 수가체계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김덕진 회장은 "잘나가는 일본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에는 물리치료사와 재활치료사 등이 150명 넘게 있다. 인력기준에 맞춰 운영하는 한국 병원과 비교하면 어느 병원 환자가 집에 일찍 가겠느냐"고 반문하고 "답은 뻔하다"며 재택복귀를 위한 환자 중심의 일본 의료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수가는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재활환자를 위해 20분 단위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언어치료 각 3단위씩 3시간 치료한다"고 전하고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 요양병원은 노인환자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치료법을 쓴다. 의사가 환자 상황을 보고 물리치료보다 작업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이를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처럼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수가기준에 맞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를 적용하지 않는다. 의사의 판단과 전문성을 존중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진 회장은 끝으로 "노인환자 치료와 간호 모두 환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의료진이 환자 개별적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일본과 같이 한국도 환자 중심의 의료정책과 수가정책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령사회 일본 지역병원 위기 "노인홈까지 해도 적자" 2018-09-29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초고령사회 일본 병원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 대비 생산인구 감소와 한정된 재정 그리고 대도시 인구 집중화. 한국 사회가 우려하는 보건의료계 미래와 너무도 유사하다. 일본 병원 현지연수의 마지막 코스인 후쿠오카 사가기념병원은 일본 의료계의 감추고 싶은 민낯을 보였다. 사가시현에 위치한 사가기념병원은 지역밀착형 거점병원으로 의료와 보건, 복지를 총망라한 복합체이다. 쉽게 말해, 급성기 병동부터 요양병동, 재활병동 그리고 노인요양시설까지 모두 갖췄다. 사가기념병원은 매년 건물을 하나로 증축해 ‘사가기념병원 거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지역병원답게 넒은 부지를 십분 활용한 병원 건물은 고층 빌딩식 한국 대형병원과 다른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사가기념병원 임원진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일본 병원들의 고민을 진솔하게 전달했다. 유치타 이사장(의사)은 "사가기념병원은 의료 병동과 개호 병동, 요양병동 등을 운영한다. 개호보험 재활치료는 재택복귀율 30%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수가 가산은 없다"면서 "당연히 필요 이상의 치료는 줄고, 수익은 감소한다"고 말했다. 사가기념병원이 운영 중인 노인홈은 복지 시설로 모두 1인실이며, 별도 운영하는 노인형 아파트는 국가 지원 없이 전액 본인부담이다. 사가기념병원은 왜 이렇게 많은 병원과 시설을 운영할까. 유치타 이사장은 "노인홈도 여러 가지 모형이 있다. 병원 적자 경영을 감안해 다양한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병원 측은 이례적으로 2017년 결산보고 결과를 한국 연수단에게 공개했다. 노인요양시설과 노인홈, 노인형 아파트 등 복지 시설만 연간 2천 만엔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참고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노인홈은 의료진과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 방식과 외진 곳 독립생활이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특별양호 방식 등 다양하다. 유치타 이사장은 "병원을 포함한 법인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현재 은행에 이자만 갚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검진센터를 증축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지역병원의 경영악화는 사가기념병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사가시현 신문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지역 기업체 순위 100위안에 병원 수가 급감했다. 사가기념병원은 2015년 20위에서 2016년 70위, 2017년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2006년 기업체 100위에 속한 지역병원은 15개에서 2016년도 5개로 줄었다. 유치타 이사장은 "노인층 타깃 치료는 무리가 있다. 검진센터 증축을 통해 경영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노인홈 운영도 종합적 형태로 환자 수 증가를 위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재활치료 재택복귀율 30% 기준 도달 시 지급하는 수가가산도 병원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치타 이사장은 "재택복귀율과 중증도, 재원일수 등에 기인한 수가 가산과 삭감 그리고 지역병상 총량제는 병원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일본 지역병원이 직면한 현실을 토로했다.
"재활치료 핵심은 재택 복귀…일본 사례로 시행착오 줄여야" 2018-09-28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1976년 개원 이후 40여년간 장애 환자 치료에 집중하며 일본 최고의 재활병원으로 자리매김한 후쿠오카 세이아이 리하빌리테이션병원(이하 세이아이 재활병원)을 방문한 한국 연수단. 210병상인 세이아이 재활병원은 뇌졸중 40%, 골절 12%, 치매 10% 등의 입원환자로 구성됐다. 특이점은 임직원 450명 중 재활에 필요한 의료기사가 150여명에 달했다. 물리치료사 65명, 작업치료사 64명, 언어치료사 24명 등이 회복기 재활치료에 정성을 쏟았다. 세이아이 재활병원도 초고령 사회에 발맞춰 법인 차원에서 재활병원 외에 노인요양시설과 방문간호, 메디컬 피트니스 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인환자의 재활치료부터 재택치료와 가정 복귀 후 체력 향상과 기능 회복 등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통합적인 의료시스템인 셈이다. 세이아이 재활병원의 노력은 재택 복귀율로 대표된다. 2013년 15%에 불과한 장애 및 노인환자 재택 복귀율이 2015년 3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특징은 개호노인시설인 '카토레아'. 재활병원 인근에 위치한 카토레아는 옥상 노천탕을 갖추며 온천 문화에 익숙한 일본 노인들의 감성과 케어를 접목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100명 정원에 의사 1명을 비롯해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간병인 등 일본 정부의 기준치보다 높은 보건의료 인력을 채용해 높은 질을 자랑하고 있다. 재활병원에 비해 치료 시간은 적으나 재택복귀를 목적으로 재활에 집중하며 의료진과 입소자 모두가 웃으면서 함께 노력하는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이아이 재활병원 운영 중인 방문간호는 한국 보건복지부도 벤치마킹 중인 아이템이다.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지역과 가정에서 요양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의사의 지시 하에 간호사와 의료기사가 방문해 간호케어와 재활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을 촉진시키고 있다. 일본 병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료진 인건비는 경영 부담이다. 세이아이 재활병원 이바야시 이사장(의사)은 한국 병원장과 이사장은 월급날 잠을 못잔다는 메디칼타임즈의 질문에 대해 "나는 잠을 못 자지는 않는다. 7개 재활병원을 운영하면서 인건비 비율은 60%를 차지한다"면서 "어쩔 수 없다"며 한국 병원들의 인건비 고민에 공감했다. 이바야시 이사장은 이어 "일본 역시 불필요한 검사 삭감 등 수가 관련 압박을 받고 있다. 회복기 재활수가는 경영에 도움을 준다"고 전하고 "재활 횟수를 늘려도 수가는 비슷한 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참고로, 일본의 재활수가는 급성기와 회복기, 유지기 등으로 구분돼 있다. 일본 정부는 재택 복귀율을 좌우하는 회복기 재활수가에 높은 가중치를 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올해 재활병원 시범사업 이어 내년도 제도화를 앞둔 한국 의료 실상을 들은 세이아이 재활병원 임원진은 뼈 있는 충고를 남겼다. 이바야시 이사장은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모두 책임감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상식적인 재활의료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일본 사례를 통해 한국 재활의료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폐광촌 위기를 기회로 "욕창 제로·신체억제 폐지 첫 실현" 2018-09-27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일본 후쿠오카 동행 취재에서 첫 방문한 병원은 일본 요양병원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아리요시병원. 병원장 이름을 내건 아리요시병원은 과거 탄광촌 지역 결핵 치료 병원에서 폐광 이후 급감한 인구와 고령화에 대비해 요양병원으로 변신했다. 산간 시골지역에 위치한 아리요시병원은 출입구부터 내부까지 따뜻하고 가정적 분위기로 차갑고 경직된 통상적인 병원 이미지와 달랐다. 평균 나이 86세인 입원환자를 배려해 백열등 느낌의 은은한 조명으로 편안함을 주고 있으며 병실 구조를 일본 전통가옥과 현대가옥을 접목시킨 형태로 노인환자의 편의성을 최우선했다. 김덕진 회장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아리요시 원장은 한국 연수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병원 간부진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마련하는 열의를 보였다. 아리요시 원장은 "과거 탄광촌 전성기 때 지역주민 6만명에서 지금은 3만명에 불과하다. 지난 40년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1%에서 30%로 급증했다"면서 "후쿠오카 등 지방의 인구 감소가 현저하다"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구 불균형을 이미 경험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과거 노인의료 비용을 무료로 하면서 병원들이 노인을 수입 수단으로 여기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악덕병원은 환자 1인당 월 70만엔을 청구했다. 당시 일반병원의 환자 1인당 월 청구액은 25만엔 수준이었다"며 "국민들의 불신이 가중되면서 노인의료단체가 결성됐고 적정치료와 질 중심인 노인정액제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리요시병원은 의사 4명, 간호사 27명, 준 간호사(간호조무사) 21명, 복지사 31명, 약사 2명, 영양사 2명, 마사지사 1명, 방사선사 1명, 언어 청각사 2명, 어학요법사 4명 및 행정직 24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아리요시병원의 고민은 한국 요양병원과 대동소이했다. 노인환자 치료의 가장 큰 장애물은 욕창 발생. 아리요시 원장은 "의료진이 바쁘다는 이유로 노인환자 관심이 줄어들면서 욕창 발생이 증가했다. 당시 입원환자 150명 중 40명에서 욕창이 발생했다'면서 "욕창을 만들지 말자는 첫 번째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의료진이 체위 변경과 청결 유지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들의 업무 가중은 있었지만 2년 후 욕창이 급감해 전체 입원환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병원 환자들의 전원이 지속됐다"며 "25년 전 일로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다"며 함께 노력한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두 번째 전환점은 일본 요양병원 첫 신체억제 폐지와 전 병실 1인실화이다. 일명 '후쿠오카 선언'으로 불리는 아리요시병원의 선도적 노력은 입원환자 습관과 동선을 파악하는 세심함에서 출발했다. 20년 전 입원환자 150명 중 120명이 기저귀를 착용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우주복으로 불리는 차림으로 생활했다. 아리요시 원장은 "과거 4인실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 커튼을 치고 배설을 유도했으나 소리와 냄새를 배려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환자에게 기저귀보다 이동식 화장실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하고 "전 병실 1인실 이후 수면과 배설 모두 한 공간에서 이뤄지면서 환자와 환자 가족 모두 안심했다"고 답했다. 아리요시병원의 평균 재원일수는 74일이며, 개호요양형은 686일이고 재택 복귀율은 64%이다. 병원장은 "배설 문제는 입원환자 습관과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의사와 간호사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기저귀 제로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노인환자들의 적절한 배설케어를 위해 의료진 노력과 시간이 동반된다"면서 "현재 전국 다른 요양병원과 후생성(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도 견학차 방문하고 있다"며 아시요시병원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요양병원의 또 다른 고민은 노인환자들의 식사 문제이다. 일본 요양병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당 수 많은 입원환자가 치아와 소화기능 악화로 코 줄에 의지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아리요시병원은 영양팀 노력 끝에 노인환자를 위한 별도 메뉴를 개발했다. 아리요시 원장은 "코 줄에 의지한 식사를 입으로 하도록 했다. 일례로 돈가스 메뉴를 노인환자들이 입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소프트 식사를 개발 제공하고 있다. 고기를 갈아서 맛과 영양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수가가산도 가능하다"며 "마지막 여생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먹는 기쁨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리요시병원 역시 개호보험에 입각한 케어하우스와 그룹 홈 등을 별도 운영 중이다. 케어하우스는 개호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며 케어하는 1인실로 입소인원은 50명이다. 그룹홈의 경우, 치매 환자들이 소규모 공간에서 살아가는 시설로 식사 준비와 청소, 세탁 등을 이용자와 직원이 공동으로 실시하며 가정적 분위기에서 인지증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리요시 원장은 "일본의 노인의료는 재택의료로 변화하고 있다. 주거를 제공한 재택 개념으로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3만 5천 달러 수준으로 소득이 늘지 않고 있어 노인연금 지속성을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 노인의료를 둘러싼 빠른 변화를 전망했다. 아리요시병원의 케어 이념은 '생활의 편안한 느낌은 삶의 편안한 느낌으로 한다'이며, 간호 이념은 '헤아림과 안전한 간호를 제공한다'이다. 끝으로 아리요시 원장은 "노인 입원환자의 사고 다발생 시각은 오전 5시이다. 낙상 제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주일 간 환자들의 시간대별 동선과 습관을 관찰하고 기록해 의료진이 선제적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면서 "요양병원 성패의 핵심은 병실과 식사 그리고 기저귀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도 PA라는 명찰 단 후배를 감옥 앞으로 밀고 있다" 2018-09-20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지금 고민을 안다. 나도 병원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병원 간호사 후배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꺼다. 곧 조치해주겠다. 행여 병원 나갈 생각은 말로 나를 믿고 기다려라." 오늘도 두려움으로 내 앞에 선 후배를 또 다시 감옥 앞으로 밀어 넣었다. 간호본부장으로 3년. 지금까지 내가 감옥 앞으로 밀어 낸 후배들이 몇이나 될까. 평간호사가 내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안다. 그만큼 불안하고 힘든 마음에 수없이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저게 전부다. 아니 어쩌면 나도 저런 이야기들을 전하며 애써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배를 언제 빠져 죽을지 모르는 늪에 밀어 넣으면서 말이다. "끝없는 악순환이 부른 비극 의료제도 사생아 PA" 사실 나도 이 자리에 앉아 이런 얘기들을 할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저 위에 설때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공명정대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날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랬다. 나는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학생때도 신규로 발령받아 병원에 첫 발을 딛던 30여년 전에도 나는 할말을 하고야 마는 악바리 근성이 있었다. 그래서 더 피곤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문제들을 혼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렇기에 아주 극소수의 응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를 문제아로 취급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결국 모교 병원에서 밀려나 다른 취직 자리를 찾을때도 나는 당당했고 그 극소수의 응원들이 모이고 모여 어찌보면 결국 정점 아닌 정점에 올랐다. PA문제도 그랬다. 일부 병원에서 미국의 PA 제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으로 변환해 운영할때 나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절대 간호사들이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 나는 지금은 그렇게 외칠 수 있을지 수없이 자문한다. 나는 이 빌어먹을 정도로 꼬여버린 병원의 시스템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식 PA가 도입됐을때 시작은 이렇지 않았다. PA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매우 한시적이었다. 병원을 지탱하던 전공의라는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잠시 메워주는 역할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잠시만 도와주면 자연스레 정리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것이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병원 건물은 점점 더 커져갔고 그에 비해 의사는 부족했다. 아니 이 커다란 건물을 떠받들 노동력은 부족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전공의는 줄고 수술방은 늘어갔다. 병동도 늘어났다. 하지만 병원은 늘어나는 환자에 비례해 돈을 벌고 있지 못했다. 의사를 더 뽑자니 돈이 없었다. 그럴때 기가 막힌 타이밍에 떡밥이 던져졌다. 지금의 간호등급제다. 간호사를 뽑으면 돈을 더 준다. 이건 절제절명에 있던 병원들에게 광명의 빛과 같았을지 모른다. '하얀거탑을 떠받들 노동력도 충원하고 돈도 벌 수 있다' 얼마나 좋은 기회였던가. 나와 같은 간호계 선배들의 이기심도 이를 부채질했다. 간호사 정원을 크게 확대할 수 있고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 당장은 PA로 투입하지만 '잠시만' 도와주면 자연스레 간호부 인력이 늘어난다는 헛된 망상들 말이다. 그렇게 PA는 서로 다른 필요와 이기심에 의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에 맞춰 업무와 역할도 점점 더 확대됐다. 전공의는 줄고 노동력은 부족한 상황들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갔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한적'이고 '한시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PA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기괴한 의료제도가 만들어낸 괴물로 커져갔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형 괴물'로 말이다. 더욱이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그 괴물은 더욱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전공의라는 막강한 노동력을 가진 괴물이 사라지는 공간들을 메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불문율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그렇게 한국형 괴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모두가 긴장하며 이를 지켜보는 듯 하다. '이걸 이대로 둬야 하는가' 하는 불안감이 커져가는 모습들은 이제 의료계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PA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의료계 내부에서 PA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론화도 여러번이나 이뤄졌다. 누군가는 당장 없해야 한다고, 누군가는 아예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고도, 누군가는 현실을 인정하고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지만 공허했다. 결국 그 논의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한때는 그러한 기대감도 있었다. 미국과 같이 PA가 공식적인 의료인의 한 파트로 인정받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노동력'만을 원하는 의사들에 의해 요원한 상태다. 그들은 PA를 필요로 하지만 PA를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도 PA의 필요성, 아니 어찌보면 그들이 바치고 있는 하얀거탑의 붕괴를 걱정하지만 그들 또한 PA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는 않는 그래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그러한 불문율이 생겨난 셈이다. 그 불문율 속에서 오늘도 내 후배들은 언제 감옥에 갈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병원 문으로 들어선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명찰을 달고 말이다. 일부 간호계 리더들도 의료계 리더들도 이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들었을때 나는 또 한번 절망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어. PA는 지금 건드릴 수가 없는거야. 복지부도 몰라서 그렇게 두겠어?" 그렇게 우리 모두는 그 불안정한 불문율에 기댄 채 '한국형 괴물'을 키워가고 있다. 모두가 공범이지만 아무도 범인은 없는 그 이상한 게임을 지속하며 말이다. 그 속에서 나이팅게일을 꿈꾸며 간호사 휘장을 고대하는 후배들은 감옥 문턱으로 끌려 가고 있다. 모두가 쉬쉬하는 가운데 어느 곳에서는 후배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끌려가며 곤욕을 치룬다. 그것을 보며 또 다른 후배들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기대했던 간호사의 이상을 접으며 오늘도 잠재적 범법자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러한 현실이 몸서리치게 싫은 나이지만 나 또한 내일도 후배들을 또 다시 감옥 문턱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믿지 않으려해도 딱히 방법이 없는 무기력한 불문율을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다. 나도 공범이다.
이상지질혈증 동반 고혈압 환자, 복합제 주목 이유는 2018-09-20 06:00:56
|메디칼타임즈 원종혁 기자|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 임의로 스타틴 투약을 멈추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문제죠." 강력한 혈압 조절에 부가적인 혜택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동반질환 관리의 사각지대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강력한 혈압조절을 목표로 단순히 약을 세게 쓰기보다 동반 질환을 가진 환자의 복약 순응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병용전략과 함께 복합제의 사용이 학계 주목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매년 유병률이 늘고 있는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들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난다. 진료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질환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혈압약은 계속 먹더라도, 부작용이나 복약순응도를 이유로 지질강하제(스타틴 제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치료 이탈현상이 드물지 않게 보고된다"고 지적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공표한 국내 '고혈압 Fact Sheet(팩트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유병 환자가 1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혈압 치료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02년 34%에서 2016년 46%로 빠르게 증가했다. 여기서 고혈압 치료자 중 57%가 당뇨 혹은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동반한 것. 비만, 당뇨병, 공복혈당장애,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등 1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65%, 2개 이상 동반 비율은 44%로 나타나 효율적인 관리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A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진료현장에서 마주하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6개월만 지나도 스타틴 복약순응도가 현저히 저하된다"면서 "통계 결과에서도 이상지질혈증의 조절율은 고혈압 조절율의 3분의 1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표가 이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혈압약과 달리 치료 중간에 스타틴 투약을 멈추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보고된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은 함께 잡는다는 치료 목표가 중요하다"면서 "대부분의 환자에서 목표혈압 도달을 위해 2제 이상의 복합제가 필요한 가운데 단순히 단일제의 용량 증량보다는 선택 옵션을 애드온하는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지오텐신Ⅱ수용체 차단제(ARB)와 칼슘채널차단제(CCB) 복합제에 스타틴을 합친 3제 복합제의 수요 증가도 이러한 상황을 대변해준다. 고혈압 ARB+CCB 처방 주도 "동반 질환 순응도 고려 복합제 고려해야" 국내 고혈압약제 처방 점유는, 베타차단제나 이뇨제 계열 약물보다 ARB와 CCB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단일요법 처방에 ARB 제제 43.3%, CCB 계열약이 42.9%의 분포를 보인 것. 고혈압학회 관계자는 "혈압에서 주요한 것이 RAS 체계에서 특히 안지오텐신 2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ARB나 ACE 억제제의 선택 비중이 높은 것"이라며 "최근 미국 및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도 2제요법에서도 ARB+DU(이뇨제) 조합보다 ARB+CCB 조합을 추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고혈압 치료제 처방현황을 짚어보면 2제요법의 처방이 가장 높았고, 단독제제와 3제요법도 꾸준하게 늘고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2016년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준으로 한 구체적인 처방현황을 보면 2제요법이 43.0%로 가장 많았고 단독요법(34.8%)과 3제 이상 병용(22.2%) 순으로 확인됐다. 국내 B 대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강력한 혈압 조절이 심혈관 위험도를 예방하는데 혜택이 기대되지만 국내 환자에서 부작용을 경험하면 순응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환자들이 많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환자들이 고혈압 약제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다. 강력한 조절과 함께 환자 순응도도 고려에 넣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합제의 경우 의료진의 복약지도가 잘 이뤄진다면 환자 관리 측면에 순응도가 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나…그들은 날 PA라 부른다" 2018-09-19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출근하자 마자 수술복을 입는다. 수술방 어레인지(사용 예약)를 마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수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진행한다. 하지만 행여 보호자가 "그런데요 교수님" 이라고 질문을 한다거나 "레지던트이신가 봐요?"라는 질문을 하면 나는 잔뜩 움츠러든채 말끝을 흐린다. "아... 네에... 음... 방금 설명드린 건... "하면서. 의사의 일을 하고 있지만 의사는 아니고 간호사이기는 하지만 간호부에는 속해 있지 않은 내 타이틀은 PA(Physician Assistant)다. 누군가는 나를 필수 인력이라 칭하고 누군가는 나를 범법자 취급하는... 그렇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방항하고 있는 나. 어쩌면 PA라는 호칭조차 내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선…자기 합리화와 불안감 공존 졸업반이던 4학년 4년 내내 입사를 꿈꿨던 병원에 실습을 오게 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커다랗고 번쩍이는 건물. 수천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가운을 입은 선배들을 보며 그들이 서 있는 그 곳으로 가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날들이 쌓여갔다. 누군가는 모교에 남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지만 지방에서 상경한 나에게 그 커다란 건물과 그 안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풍경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꿈이 이뤄지던 날. 처음 ID카드를 받아들고는 벅찬 마음에 눈물까지 배어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부모님의 자랑스런 딸이었고 동기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속칭 잘나가는 예비 간호사였다. 물론 태움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병원의 주류가 아니었기에 애써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의연하게 이겨냈다. 듀티가 꼬여도 웃으며 받아들였고 휴일 근무도 일부러 자청했다. 내가 더 열심히, 성실히 임하면 모두가 나를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마음은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렇게 1년을 버티며 언젠가 완전히 병원의 일원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을때 쯤 새로운 제안이 찾아왔다. "PA자리가 하나 비는데 그동안 내가 봐온 걸로는 자기가 딱인 것 같아. 자기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꺼야. 우선 3교대가 없고 뭐 많진 않지만 수당도 있고. 자기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꺼야." 몸과 마음이 지쳤을때여서 였을까. 그 제안은 제법 솔깃했다. 무엇에 끌렸던 것일까. 남들이 출근할때 출근하고 퇴근할때 퇴근할 수 있다는 것. 무언가 조직의 아주 작은 조각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긴다는 것. 가장 크게 마음을 움직인 것은 저기 한참 위에나 있는 대선배가 나를 알아봐주고 나에게 무언가를 제안했다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PA라는 이름으로 수술방에 섰다. 2~3주는 우선 지켜보며 지시 사항만 들으라는 말에 약간 자존심도 상했다. 나도 의료인인데 말이다. 하지만 근무 첫 날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곳은 병동과는 완전히 다른 구역이었다. 나에게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이 던져졌고 대학 4년 내내 단 한번도 배우지 못한 일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수많은 일들이 나에게 던져지던 때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저 마구 쏟아지는 일들을 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가득 차 있었을 뿐이다. 이제 일이 손에 붙을 때쯤 그때서야 지금까지 정신없이 미뤄놓았던 고민들이 찾아들어왔다. '이걸 내가 해도 되는건가?'라는 근본적 의문부터 '이거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는 건가?'라는 현실적 불안감까지. 수술실 어레인지와 검사 의뢰 등은 그나마 약과였다. 애써 합리화를 시키자면 '그래 이 정도는 내가 해도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뎌진 것도 있었다. 수술동의서를 받으러 갈때도 그랬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건가?'라는 의구심은 수차례 반복되는 업무속에서 무뎌져만 갔다. 아마도 그래서 였을까. 계속되는 버발 오더(구두 지시)를 정리하는 일도 마치 내 일처럼 익숙해졌다. EMR에 척척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넣고 능숙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갔다. 하지만 그 근본적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진행형이랄까. 답답한 마음에 동기, 선후배와 상담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들은 더 충격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 정도면 정말 시스템 잘 돼 있는거 아니냐? 그게 문제인가? 우리 병원에서는 PA가 마무리 다 하는데. 봉합 못하면 PA 취급도 못받아." "야 오더 정리가 일이냐? 난 회진 도는 PA도 봤다. 처방도 거의 자기들이 내던데." 그제서야 나는 애써 미뤄놓았던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보면 PA를 다시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의사도 아닌 간호사도 아닌 우린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건가?" 하지만 그 의문과 자문도 오래가진 않았다. 나는 그 날도 또 현장속에 있었고 그렇게 또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소속감도 업무도 모호한 중간자 "나도 직장인일 뿐"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와 같이 일을 준비하고 있을때 갑자기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단체 카톡방에 뉴스가 마구 링크되기 시작했고 쉴새 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내용은 그랬다. 보건복지부가 PA를 불법 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엄벌에 처한다고. 여기 저기 흩어져 PA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SA(Surgery Assistant)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는 NP(Nurse Practitioner)로 활동중인 우리 간호사들은 동요했다. 그동안 PA를 두고 수많은 말들이 많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때마다 우리 또한 고민과 의문이 많았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다시 사그라들길 수차례였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정부가 직접 PA를 다 들춰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거기다 면허 취소라니. 누가 들어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우리 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어찌 보면 합법과 불법, 편법의 교묘한 선에 놓여져 있었달까. '분명 불법인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들어도 '아니게 보면 아닐 수도 있나?'하는 그런 것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 간호사들에게는 지옥도가 열린 바로 그 사건 때문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전공의가 PA인지. PA가 전공의인지 모르게 우리는 함께였다. 하지만 8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상황은 변해버린지 오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책임 문제다. 전공의가 늘 함께 하던 시간에는 책임을 나눠질 수 있었다. 혹여 문제가 발생해도, ID를 활용해도 전공의가 '내가 했다'하면 문제될 소지가 적었다. 우리에게는 그나마 방패막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혹여 80시간 근무에 문제가 될까 전공의가 막아주던 방패를 모두 거둬가버렸다. 당직을 서지 않으니 당직시 책임을 나눠질수도 퇴근 후에는 EMR 접속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니 그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나마 합법과 불법, 편법의 교묘한 선에 서있는 우리가 이 정도이니 다른 병원은 오죽할까. 하지만 더욱 큰 충격은 그 후에 이어졌다. 혹여 모를 불안감에 믿고 따르던 선배를 찾아가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PA가 되는 순간 나는 간호사이지만 간호본부가 아닌 의국 소속으로 배정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간호사이지만 의국의 인사발령을 받는 사람이 됐다는 의미다. 그 말에 나는 동요했다. 혹여 문제가 있어도 간호본부, 나아가 병원에서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PA를 시작할때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던 조언은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다시 병동으로 돌아갈 수 없는건가.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간호본부장 면담을 신청했다. "지금 고민을 안다. 나도 병원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병원 간호사 후배 누구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없을꺼다. 곧 조치해주겠다. 행여 병원 나갈 생각은 말로 믿고 기다려라." 강한 의지가 보이는 그의 말을 들었지만 지금도 나는 하루에도 수백번의 고민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릴적 꿈인 간호사가 됐고 너무나도 꿈꾸던 병원에 들어왔는데.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한 것 뿐인데. 왜 나는 범법자가 되어 내 면허증을 뺏길가 걱정하며 잠을 설쳐야 하는 걸까. 대통령, 여야당 대표,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 병원 원장님.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소리치고 싶다. "나도 직장인이에요. 나도 좋은 간호사 되고 싶다고요. PA를 안하면 실업자가 되고 PA로 남으면 면허증을 뺏어간다니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이 기사는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건을 1인칭 에피소드로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병원이나 인물과 무관합니다.
32년 환자와의 '라포' 경험 통해 깨달은 '가족주치의' 2018-09-06 06:00:59
|언제나 믿음직한, 가족 주치의⑦|삼성가정의학과 의원 이행훈 원장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의사는 환자가 은퇴시키는 것이지 스스로 은퇴하는 게 아니에요." 1987년 전국에서는 세 번째로, 전라북도에서는 가장 먼저 '가정의학과'라는 이름으로 의원의 문을 연 이행훈 원장(조선의대, 사진)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소신이자 신념이다. 미소로 기자를 맞은 이행훈 원장은 가정의학회장을 맡는 등 가정의학과 발전에 있어 산증인 같은 인물. 이행훈 원장은 연세의대 윤방부 교수의 조언과 공보의 시절 전주 예수병원에서 경험한 일차의료 관련 사업을 계기로 가정의학과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젊었던 시절을 회상한다. 처음으로 의원을 문을 열 당시 이행훈 원장은 '젊다'라는 것을 무기 삼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전주시 중심가에서 시작했다. "1987년 전라북도에서는 처음 가정의학과 간판으로 의원을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전주시에서 가장 번화가인 코아백화점 근처에서 의원을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모했던 결정이었어요." 이 후 전주시 코아백화점 근처에서 건강검진센터까지 확대 운영하다 5년 전 이를 접고 전주시 외곽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의원을 옮겨 운영하고 있다. "중간에 검진센터를 운영하면서 확장도 했지만 국가검진이다보니 요구하는 것도 많고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당시에 윤방부 교수도 번화가에 의원 문을 여는 것을 염려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요." 이행훈 원장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차 의료의 '핵심'인 가정의학은 환자와 가까운 곳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일차 의료는 결국 환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5년 전 아파트촌이 있는 지금 위치로 의원을 옮겼어요. 환자를 많이 보고 적게 보고를 떠나서 일차 의료는 결국 환자 곁에서 머물며 그들의 환경과 배경까지 고려해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정의학과만이 아닌 내과나 소아청소년과 등도 다 같이 '가족주치의'로서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행훈 원장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이행훈 원장은 일차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해 가정등록관리 프로그램과 가정의학 인증의제 도입을 제안했다. "EMR 프로그램에 가정등록관리 프로그램을 탑재해 주기적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가정의학 인증의제를 만들어서 내과나 소아과와 함께 일차 의료에서의 가족주치의 역할을 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일차 의료기관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가정의학과만이 일차 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로의 공멸만 부를 뿐이니 국가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과를 아우르는 제도가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이행훈 원장은 일차 의료에서의 '가정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동안 요양시설 3곳에서 무료로 해왔던 촉탁의 생활은 앞으로 접을 예정이다. "사실 그동안 요양시설에서 촉탁의로 무료봉사를 해 왔는데 최근에 그만 뒀어요.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니 내가 아니어도 후배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의미에서의 결정이었어요. 의원 문을 연지 32년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진료에 매진할 생각이에요. 의사는 환자가 은퇴시키지 스스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거든요."
의사들은 왜 비의사에게 초음파검사를 양보하게 됐을까 2018-08-29 06: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초음파 특히 심장 초음파검사까지 의사가 직접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검사는 생각치도 못했다. 심초음파 검사는 언제부터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나 간호사로 넘어가게 된 것일까. 의료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90년대 중후반쯤 심초음파 건수의 급증이 검사의 주체를 바꾸는데 크게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넘어갔다"면서 "그 시점은 심초음파 검사가 급증하기 시작한 90년대말부터였다"고 했다. 또 다른 내과 교수는 "90년대 중후반, 전국의 대학병원이 규모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환자가 증가했고 이는 곧 검사 및 시술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순환기내과 교수들은 시술에 집중하면서 검사는 간호사 및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양보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병원 경영진들은 무리한 규모 확장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환자 진료를 요구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굳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급증하는 검사량을 감당할 수 없는 의료진과 경영적으로 수익을 쫒을 수 밖에 없는 병원, 최대한 빨리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로 최근 임상시험 건수의 급증으로 초음파 검사 건수가 동반 상승하면서 더욱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모 교수는 "최근 대형 대학병원 순환기내과에서는 임상시험이 급증하면서 이에 초음파 검사가 필요해 검사 로딩이 극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 않아도 밀려드는 환자에 임상시험까지 겹치면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무한대로 교수를 늘릴 수도 없고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쉽게 의료기사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식"이라며 "공간도 의사인력도 제한적인데 환자의 의료이용량은 OECD국가 평균 대비 3배 이상 높다보니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장비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초음파 장비업체들은 수시로 연수강좌를 열어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며 "의사만으로는 시장이 제한적인 만큼 그 영역을 의료기사까지 확대, 꾸준히 교육을 통해 잠재적 시장을 키우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 급증은 환자의 정확한 진단 목적이 아닌 수익적인 배경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심초음파 검사는 이대로 괜찮을 것일까. 일선 의료진들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상초음파학회 한 임원은 "이는 저수가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병원은 수익을 내고 의사는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진료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간호사 등 비의사를 초음파 검사실로 돌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순환기내과가 특히 비의사의 초음파검사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의사들 내부에서 '심장내과 의사들은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는 만큼 단순히 환자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것 이외 달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 자리가 없다"는 젊은 의사들의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 A씨는 "내과 전공의 4년차가 되서 순환기내과로 세부전문의를 받겠다고 해도 심초음파 검사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사실상 간호사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심초음파 검사에 대해 수련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현실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며 "결국 전공의 시절에 배우지 못해 펠로우 과정을 밟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사회적 비용만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순환기내과 내부에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심장학회 한 임원은 "학회 차원에서도 간호사 등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너무 만연해지면 의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심장초음파를 실시하는 의료기사의 자격증 프로그램 등 양성화 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초음파 둘러싼 직역간 갈등 부추기는 복지부 유권해석 2018-08-28 06:00:58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최근 복지부 유권해석은 초음파 검사를 두고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두 직역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초음파 시행 주체' 관련 8월 7일자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방사선사 이외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의사의 실시간(real time)지도하에 임상병리사의 심장, 뇌혈류, 경동맥 초음파 검사 및 촬영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의사의 지도는 임상병리사와 1:1로 이뤄져야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방사선사협회 측은 "지금까지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했던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를 풀어준 것으로 기존의 판례를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임상병리사협회 측은 "임상병리사도 초음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기존의 복지부 유권해석을 유지한 것으로 이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두 단체는 동일한 유권해석을 두고 왜 이처럼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거 복지부 유권해석에서 찾을 수 있다. 논란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년 방사선사협회는 복지부로부터 모든 초음파검사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는 불가능하고 의사 또는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임상병리사협회 측은 복지부로부터 뇌혈류에 한해 임상병리사의 초음파 검사는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것이 오락가락하는 복지부 유권해석의 시작이었다. 이후 2005년 광주 OO병원 임상병리사가 초음파쇄석술(ESWL)을 실시한 것에 대해 15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어 해당 임상병리사가 행정심판위원회에 면허자격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즉, 임상병리사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법으로 본 셈이다. 그러나 2016년 7월 임상병리사 측에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모호한 기준에 대해 질의하자 복지부는 뇌혈류, 경동맥, 심장 초음파가 기능 검사이기 때문에 임상병리사도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또 다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어 최근 2018년 8월, 초음파검사 시행주체에 관한 유권해석을 통해 거듭 임상병리사도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심장, 뇌혈류,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결과적으로 10여년간에 걸쳐 보건복지부의 오락가락 유권해석이 의료 현장의 의료기사 직역간 갈등만 부추긴 셈이다. 사실 임상병리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및 제13조 규정에 의해 심전도, 뇌파, 심폐기능, 기초대사 등 기타 생리기능에 관한 검사를 허용하고 이를 어길 경우 6개월 이내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초음파검사도 임상병리사의 영역으로 자리잡았고, 방사선사의 영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들은 구별면허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방사선사'라는 별도의 면허를 준 것은 전문범위별로 업무를 한정,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취지인데 복지부의 유권해석처럼 임상병리사 등 다른 직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사선사협회 진계환 법제이사는 "이는 마치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구별면허제도 취지가 무너지면 한의사와 의사의 구분도 모호해질 수 있는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권해석은 방사선사 업무영역을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지난 주말 방사선학과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그 자리에서 의견 반대입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강경한 뜻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와 관련해 의사와 방사선사 1:1로 지도감독하라는 의미를 내포한 '의사와 방사선사가 동일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라는 문구와 모니터를 활용한 관리 감독을 의미하는 문구인 '기타 의료기술을 활용'이라는 문구를 동시에 명시한 것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여전히 편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방사선사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모니터를 활용한 관리감독도 가능하다는 기준이 혼재해 있어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사 1명이 수십개의 모니터를 통해 지도감독하는 식의 행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이런 식으로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 기준을 허용하면 결국 편법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모니터를 활용한 지도감독 즉 '의료기술을 이용한 지도'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상의학회 한 관계자는 "원칙은 모든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며 "일부 의사의 검사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의사의 입회하에 동일공간에서 검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