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치프 전공의의 하소연 "내시경 해보고 싶어요" 2020-01-22 05:45:59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병원이 안돌아가게 생겼는데 내시경이 뭐가 중요해. 펠로우 올라가서 하라고 내과 수련기간을 3년제로 바꾼거야" 서울의 한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 2년차인 노스킬씨(가명)는 최근 수련교육부장으로부터 황당하고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내과 전공의 수련이 3년제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3, 4년차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 인력공백이 심각하니 수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업무공백부터 채우라는 지시였다. 내과 병동은 물론이거니와 중환자실 등 인력공백이 현실화되자 교수들에 더해 1, 2년차 하급 전공의들의 업무량까지 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17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노 전공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수련병원 내과 실상에 분통을 터뜨렸다. 노 전공의는 3, 4년차 전공의가 전문의 시험을 본격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 12월부터 실질적인 내과 의국장(chief, 치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국장은 엄연히 3월부터 수행해야 하지만 3, 4년차 선배들이 한꺼번에 나가면서 억지로 맡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의국장 해야 할 잡무 역할뿐만 아니라 당직 업무까지 늘어나면서 전공의특별법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 버렸다. "전공의특별법의 맹점이 4주 평균 8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4주 평균의 틀을 한주로 당기거나 밀리면 다 불법이 되는 거죠. '각 주마다 80시간'으로 하면 문제가 없었는데, 4주 평균으로 기준을 삼으면서 편법으로 병원들이 전공의 수련 계획을 짜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 한 달에만 노 전공의는 중환자실 당직만 13번을 선 데다 빈자리를 채우느라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도 쓰지 못했다. 당장 지난주만 해도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총 4일 동안 중환자실 당직을 도맡아 섰다. 더구나 노 전공의에 따르면, 현재 몸담고 있는 수련병원은 다른 수련병원들과 다르게 병동과 중환자실 당직 모두를 전공의들이 서고 있었다. 일부 수련병원은 스텝들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의미로 중환자실 당직을 함께 서는 곳도 존재하지만 노 전공의의 근무 병원은 달랐다. 얼마 전 전공의 1명이 부재였을 때 한 명의 스텝이 당직업무를 도와 준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270병상인 내과 병동을 2명이, 중환자실은 1명의 전공의가 당직을 서고 있었다. 철저하게 당직업무는 전공의들에게 맡겨진 것이다. "원래는 한 달 평균 10번 당직을 섰는데 3, 4년차가 한꺼번에 나가면서 13번까지 늘어났어요. 입&8231;퇴원이 많은 날에는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데, 타과 의뢰에 협진까지 생각하면 환자 진료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수련병원은 교수님들이 당직을 선다는데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워요." "내시경은 눈으로 참관만, 주치의만 하라" 여기에 노 전공의는 최근 3, 4년차 선배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 후 가진 병원 수련교육부장과의 면담에서 다시 한 번 좌절했다. 내과 전문의의 필수 코스이기도 한 내시경과 초음파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인력공백에 따라 주치의로 맡고 있는 환자가 최근에 35명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3년차 전공의이라 하더라도 이 같은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 전공의의 예상. "현재 주치의로 입원환자 35명을 맡고 있어요. 입원환자의 주치의로 30명이 넘어가면 전공의는 너무 바쁘거든요. 전공의 3년차가 되면 내시경이랑 초음파도 해봐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니 주치의만 하라는 말을 수련교육부장에게 듣게 됐어요." 명백히 내과학회가 지난 2017년부터 수련과정에서 내시경 교육을 필수 항목으로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장을 포함한 초음파 등도 마찬가지. "3년차로 올라가면 내시경이랑 초음파를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상담을 했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주치의만 맡으라는 식이었어요. 내시경과 심장초음파 등도 모두 펠로우 때 하라는 것이죠. 내시경은 참관만 하고 오더만 내릴 것이고, 심장초음파는 병원 내 다른 인력이 해결하고 있어 결국 주치의만 하다 전공의 과정을 마칠 것 같아요." 심지어 노 전공의는 교육수련부장에게 임상강사인 '펠로우' 과정에서 내시경을 잡으면 될 것이라는 식의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내과 수련을 3년으로 전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의견까지 들어 현재 노 전공의는 '자포자기' 상태다. "교육수련부장이 저에게 그랬어요. 내과 3년제 전환 이유가 펠로우를 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그래서 내시경이든 초음파든 펠로우 때 하면 된다는 식이에요. 솔직히 펠로우를 하기 싫어요. 입원전담전문의로 일하다 나중에 요양병원 근무를 생각 중이에요. 요양병원은 내시경을 잡지 않아도 되니까."
"이젠 내 차례구나"…당직 근무가 두려운 '내과' 교수들 2020-01-21 05:45:58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응급실 당직 메일을 보는 순간 '이젠 내 차례구나' 싶었어요. 환자가 많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전공의 시절 때 해보고 처음이니까 8년 만인데…”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한 대학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배수진(가명) 진료 조교수는 황당하고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전공의특별법 여파로 내과 전공의 수련이 3년제로 전환된 이 후 2020년 1월 3, 4년차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간 탓에 당장 응급실 당직을 설 인력조차 마땅치 않았다. 결국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설 일이 없는 내분비내과 교수까지 고통 분담하기에 이르렀다. 메디칼타임즈는 배 진료조교수의 응급실 당직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함께 하며 내과 3년제 전환에 따른 대책 미비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일선 의료현장의 실상을 따라가 봤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에 분통 터진 의료진 이 날 배 진료 조교수는 응급실 오전 당번. 근무를 서게 될 응급실 전문의 대기실을 찾아가자 함께 근무를 설 임상강사(펠로우)와 PA 간호사,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배 진료 조교수를 맞이했다. 내과의 경우 응급실 당직은 펠로우와 교수가 한 조를 이뤄 5개조로 나눠 운영되는데 1년차 전공의가 새롭게 들어올 3월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할 형편이다. "두 번째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는 것인데, 사실 오전 당번은 그나마 양반이에요. 1시에 오후 당직 근무자와 교대를 하게 되는데 오후에 환자들이 특히 더 오거든요." 오전 당번이라는 것을 억지 위안으로 삼은 배 조교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내분비내과 세부 전공을 이수한 뒤 8년 만에 이 같은 현실과 마주한 것이다. 전공의특별법과 내과 3년제 전환 결정 후 설마 이 같은 현실이 오겠거니 했는데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지자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실제로 취재 결과, 해당 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 5명을 채용하고자 연봉 2억 5천만원을 제시했지만, 아무도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3, 4년차 내과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 자리를 교수들이 대신하게 됐다. 인력공백 해결의 몫은 병원 운영진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각 과 교수들이게 알아서 하라는 식의 '폭탄 돌리기'가 돼 버렸다. "올해는 어려운 시기를 다 같이 이겨내 보자는 의미로 당직을 서고 있는데 문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없으면 내년 이 시기에 똑같이 당직을 서야 할 형편이네요. 전공의 시절 이른바 144시간 풀(Full) 당직을 서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배 조교수의 말이 끝나자 자신도 억울한 듯 옆에 있던 펠로우가 말을 거든다. "전공의특별법이 제가 전공의 3년차 때부터 적용됐어요. 1, 2년차 때 100일 당직 등 선 후 3년차부터 '아 이제 살겠구나' 싶었는데 법 때문에 또 서야 했거든요. '끼인 세대'라고 해야 하는데 솔직히 응급실 당직까지 서야 하니 억울해요." 떨어지는 의료 질 "환자 콜이 두렵다" 신세 한탄을 늘어놓으며 논문과 컨퍼런스 자료를 확인하던 순간 갑작스럽게 3명의 응급환자가 들이닥쳤다. 이 중에서도 배 조교수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지난 11월 간이식을 받은 후 응급실을 찾은 환자였다. 간이식 환자는 갑작스럽게 복수가 차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인데 배 조교수는 응급실에 상주하는 응급의학과와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에 들어간 끝에 외과에 콜을 하기로 결정했다. "환자의 진료이력을 확인 한 후 응급수술이 필요한 지 여부를 살펴야 해요. 문제는 제가 전담하는 진료과목이 아닌 터라 부담스럽고 걱정된다는 거죠. 간이식 환자는 GS가 빠르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콜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 자체가 혼란스럽기 그지없어요." 간이식 환자의 응급수술을 결정한 뒤 얼마 되지 않아 황달 증세가 있는 간염환자 등이 추가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들을 진료하고 있으니 얼마 되지 않아 교대시간이 가까워졌다. 다음 당번인 종양내과 조교수가 '응급내과' 교과서를 들고 당직실을 찾아 배 조교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3년 선배인 종양내과 조교수 자신도 응급실 당직은 전공의 이 후 11년 만에 처음이라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일은 그대로인데 인력은 한꺼번에 빠져 나갔으니까요.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응급실 당직을 서는 것이라 걱정이 돼서 교대 시간보다 먼저 와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왔어요." 종양내과 조교수의 이야기를 듣던 신경과 진료교수는 이 같은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며 기자에게 불만을 늘어놓는다. 마침 이틀 전 응급실에서 함께 환자를 돌보던 내과 진료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사직해 신경과 진료교수의 업무도 배로 늘어났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내과와 응급의학과가 컨퍼런스를 열고 해법을 논의하자고 하는데, 사실 이 문제가 진료 과목 간 논의한다고 해결된 문제인가요. 병원 별로 전문의 정원을 늘리던지 정부가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모른척하고 외면만 하고 있자나요. 정말 화가 납니다." 실망만 커지는 의사생활 "이게 선망의 대상인가"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오후 당번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사이 어느덧 오전 당직을 마칠 시간. 인수인계가 끝내자 오후 1시가 훌쩍 넘어 오후 외래시간인 1시 30분이 가까워져 끼니를 해결할 시간조차 부족한 상황. 배 조교수는 끼니 해결은 포기하고 오후에 봐야 할 외래환자 리스트를 확인한다. 보통 종일 외래 진료를 보게 되면 110명 정도의 환자를 보게 되는데 오후 외래 진료이기 때문에 60명 안팎의 환자들의 진료가 예약돼 있다. "신규환자가 있으면 외래진료가 더 힘들어요. 체크를 해보니 신규 환자보다는 재진환자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오전에 응급실 당직을 서느라 제대로 확인을 못했어요. 이 생활을 2월 말까지 5번을 더 해야 해요." 이 때문에 교수들의 핵심 업무인 연구 업무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라고. "진료와 실습, 강의는 뺄 수 없는 의대 교수의 업무잖아요. 당직 업무가 늘어나면서 결국에는 시간을 뺄 수 있는 건 연구 밖에 없어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뒤로 밀리는 건 그것뿐이에요. 당장 2월에 의대생 PK실습(Poly-Clinic)이 예정돼 있어서 정신없을 것 같아요." 당직을 마치고 외래 진료실로 이동하던 배 조교수는 오전 동안 끝없이 울려댔던 카카오톡 알림을 확인한다. 의대 동기간의 단체톡 방에는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이국종 교수의 기사가 대다수를 이뤘지만 간간히 신세한탄을 하는 동기들의 하소연이 계속되는데 글을 읽으며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동기들 단체 톡방을 보면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지만 넋두리가 더 많아졌어요. 사회에서는 아직 의사를 공부 잘하는 수제로 선망이 대상이잖아요. 하지만 직접 의사가 돼 이 생활을 한다면 많이 실망할 것 같아요. 사회와 의료계 간의 괴리가 커지는 것 같다 랄까."
완충병동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희연병원...목표는 지역복귀 2020-01-21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완충병동을 개설한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의료정책에 대비한 요양병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명분과 실리다." 창원 희연요양병원(이사장 김덕진)은 최근 원내 4층에 완충병동을 자체 개소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정책과 제도 어디에도 없는 희연요양병원 완충병동을 방문해 현장 취재했다. 4인실 입각한 총 53병상으로 구성된 완충병동은 재활과 요양 중간개념의 병동이다. 완충병동은 노인환자 지역복귀를 목표로 재활치료를 지속 시행 중인 희연요양병원의 히든카드로 풀이된다. 김덕진 이사장은 "완충병동은 재활기능 호전 중 입원기간 경과로 퇴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의 일상복귀 훈련지원을 목적으로 자연과 우리 집을 접목한 병동"이라면서 "요양병원 장기입원에 따른 요양재활 난민을 차단하고 환자들의 지역 복귀를 유도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병상과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는 완충병동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김덕진 이사장은 "지금까지 요양병원은 최대 2년까지 장기입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보건의료 정책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급성기병원의 재원기간 단축과 함께 요양병원 역시 작년 11월부터 경증환자를 입원시키면 손해 보는 수가로 변동됐다"고 전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지역돌봄 서비스) 배경도 노인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연계 차원에서 나왔다"면서 "이제 중증 입원환자가 아니면 요양병원 성공은 요원하다"며 요양병원들의 능동적 대응을 주문했다. 완충병동 내부는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병실 구조로 개별 TV 모니터와 별도 커튼, 냉장고, 개인 사물함 그리고 간접조명 등 환자중심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환자 신체조건에 따라 병상 높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과 휠체어 입원환자를 배려한 세면기 그리고 낙상 사고 대비 화장실 비상벨의 무릎 아래 위치 설치 등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인간존엄'과 '환자중심' 가치를 실현하는 희연요양병원 정신과 철학이 완충병동에 녹아있는 셈이다. 환자 재활은 완충병동도 예외는 아니다. 완충병동 밖에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1인용 운동 공간을 마련했으며, 식사 역시 환자가 병실 밖으로 이동해 할 수 있도록 24시간 재활을 통한 지역사회 재택복귀에 초점을 맞췄다. 김덕진 이사장은 병실 바닥부터 침상과 욕실, 화장실까지 모든 비품과 가구 하나하나 살피며 환자 불편을 최소화했고, 거동불편 입원환자를 위한 고가의 일본 자재 수입도 마다하지 않은 과감한 투자를 했다. 환자들을 위한 샴푸실과 함께 직원들의 드레스 룸을 별도 마련해 환자와 직원 모두 행복한 병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직원들 의자 뒷면에는 '머물면 반드시 낙오한다. 가난만은 피해야 한다'는 희연 인식 문구를 부착하며 교육과 훈련에 입각한 실천하는 최고 수준의 요양병원다운 가치를 부여했다. 김덕진 이사장은 "올해 보건의료정책 방향은 크게 병상 감축과 수가제도 개선, 재원기간 단축 그리고 커뮤니티케어 등으로 요양병원들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완충병동은 희연요양병원을 지탱하는 긍정과 열정의 일환"이라며 제도변화를 선도하는 '희연' 정신을 강조했다. 희연요양병원은 지자체에 병상 허가신고를 완료한 후 완충병동 53병상을 추가한 총 530병상 요양재활병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1년 시한부 선고 받은 수은혈압계…혼란과 과제 여전 2020-01-20 05:45:58
|메디칼타임즈=원종혁·이인복·최선 기자|수십년간 진료실을 지켜온 수은 혈압계와 체온계가 마침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년여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채 남겨진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이로 인해 정부는 물론 의료계와 의학계는 이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난제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은혈압계 퇴출 가시화…의료계 대응책 마련 총력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2월로 예정됐던 수은 제품을 함유한 체온계와 혈압계 사용의 금지 조치를 2021년 4월까지로 유예했다. 2013년 당시 수은 첨가 제품에서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채택한 국제조약인 '미나마타협약(국제수은협약)'에 따라 국내 발효 시기가 오는 2월 20일로 예정됐으나, 정작 의료현장에서의 폐기물 처리 문제부터 장비 마련에 일대 혼선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비수은 혈압계로의 사용 전환이라는 '입구'는 분명했지만, 폐기물 처리와 기기 인증 방안에 있어 이렇다할 '출구'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게 이번 사태의 핵심 이슈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미나마타협약을 근거로 2014년 8월 수은 혈압·온도계 등의 사용 금지를 규정한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당분간 미뤄둔 셈이다. 시행일이 코앞까지 왔지만 수은 제품의 폐기물 처리 등에 구체적인 안내와 명확한 대책이 빠져있던 이유다. 더불어 청진기와 함께 약 100년간을 진료실 필수품으로 자리잡아온 수은 혈압계를 전자식 자동 혈압계로 전환하는데 있어, 진단 정확성의 이슈가 끊이질 않고 따라 다닌 것도 패착 중 하나로 풀이된다. 실제로 병원계와 개원가는 지금의 혼란이 이미 예상됐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퇴출 시기는 정해졌는데도 이에 대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는 "대학병원급은 이미 준비를 끝냈다고 본다. 시행일에 맞춰 수은 혈압계를 비수은 혈압계, 자동혈압계 등의 전자 혈압계로 다 전환한 상태다. 병원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학병원들은 대규모 구매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대부분 입찰 진행을 마치고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전체 의원급까지 확실히 변경됐는지는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은 기간 폐기물 처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수은 혈압계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라면서 "최근 전자 혈압계 공급 업체들이 무료 수거를 전면으로 내세우고는 있다. 마치 냉장고를 사면 기존에 쓰던 가전 제품을 무료 수거해주는 방식인데, 일부 병원급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기존 수은 혈압계를 수거해 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슈1. "병원 창고에 쌓인 수은 폐기물 어떻게 처리하죠?" 익명을 요구한 서울 A의료원 원장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일방적인 금지 조치만을 내놓았지, 정작 중요한 폐기물 관리에는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미 지난해 가을쯤 싹 다 바꿨다. 상황에 따라 중소병원들이야 조금 늦을 수 있겠지만 대학병원들은 이미 99% 수준이 교체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문제는 이렇게 모아진 폐기물에 대해, 바꾸라고만 하지 정부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공간은 중요하다. 언제까지 폐기 제품을 보관해야할지 걱정들이 많이 나온다"면서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게 하는 현 상황이 탁상행정의 결과 아니겠나. 다른 병원 얘기를 들어봐도 분위기는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유예 결정을 발표하면서 병원계의 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점 만큼은 인지한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결국 시행 시기를 미뤄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비준 절차가 완료되면서 국제수은협약 발효일로부터 수은이 함유된 체온계, 혈압계의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폐기 작업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이에 따라 소관 부처를 통해 수은폐기물 안전처리를 위한 분류 및 처리기준 신설 등 관련 규정 정비를 진행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2월부터 수은 함유 체온계, 혈압계가 금지될 경우 수은폐기물 처리업체가 갖춰야 할 시설, 장비 등이 마련되지 못해 수은함유 체온계, 혈압계의 보관 및 운반, 폐기 등 처리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의료기관 등의 혼란 방지를 위해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관련 법령의 개정, 시행 일정을 고려해 유예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서둘러 의료기관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에 폐기물관리법 하위 법령 개정 후 시행일인 2021년 4월가지 수은 함유 체온계, 혈압계의 사용금지를 유예한다"며 "다만 사용금지 유예조치 기간중이더라도 국민 보건 위해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무수은 체온계, 혈압계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슈2. "전자혈압계 정확할까? 계측비용 부담 어쩌라고요" 이렇듯 퇴출 시기는 연장됐지만 일선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전자혈압계에 대한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또한 비수은 혈압계 즉, 전자식 혈압계의 정확성과 함께 기기 특성상 일정 기간 마다 계측(캘리브레이션) 보수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도 호소하고 있다. 개원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이미 개원내과 차원에서도 지난해 상반기부터 준비를 해왔다. 수은 혈압계가 굉장히 단순한 듯 하지만 이를 퇴출시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일"이라며 "수은 혈압계는 상당히 정확한데 전자식 혈압계는 오차 범위가 생각보다 크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식 혈압계는 구매 가격이 이미 수은 혈압계보다 월등하게 비싼데다 1~2년에 한번씩 진행해야 하는 계측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개인적으로 자동 혈압계를 사용하다가 어느샌가 혈압 측정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캘리브레인션에 몇 십만원은 금방 깨진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개원내과의사회는 의사회 차원에서 공동구매를 시작한 상황이다. 피치 못하게 교환을 진행해야 한다면 최소한 비용 부담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김종웅 회장은 "의사회 차원에서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사후 서비스와 계측 비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켜 회원들에 상당히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의사 단체들은 공동구매 형식으로 이러한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병원과 같은 입찰 방식으로 구매비와 계측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바로 그 취지다. 김 회장은 "구매비용도 문제지만 계측비가 상당한 만큼 단체 계약을 통해 금액을 낮추고 주기적 계측 보정을 받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전자혈압계의 정확도에 대한 부분도 많은 우려가 쏟아지는 부분이다. 퇴출이 결정된 이후에도 수은혈악계를 고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혈압은 아주 작은 오차로도 진단과 처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정확한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과 개원의들에게 혈압계가 청진기와 마찬가지로 필수품인 이유"라면서 "이미 전자식으로 바꾼 곳도 꽤 있지만 수은 혈압계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정확도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어쩔 수 없이 퇴출이야 되겠지만, 회원들 가운데 아직 이를 인지를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사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고 회원들 애로점 등도 지속적으로 파악하려 한다"며 "오차가 최소화되는 시간까지 당분간은 일정 부분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슈3. "진료실, 가정혈압 진단 기준 다시 만드나요?" 한편 학계에서도 이번 이슈를 놓고, 수은 혈압계 퇴출에 대한 후속 작업으로 가이드라인 관련 전문가 논의와 더불어 혈압계 인증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표 학회인 대한고혈압학회는 수은 혈압계를 대체하는 혈압계 사용과 관련해 국내 연구를 다수 진행해 온 상황이기도 하다. 자동 혈압계의 정확도를 놓고 일부 걱정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회 차원에서도 인증기관을 통한 검증 작업을 어느정도 완료한 만큼 우려할만한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다양한 자동 혈압계가 나와있는데, 하이브리드 혈압계의 경우 기존 수은주 압력계를 대신해 전자식 압력계를 활용하며 수은 혈압계와 마찬가지로 청진기로 혈압 측정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기도 한다. 대한고혈압학회 정책연구소장인 성기철 교수(강북삼성병원)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진동법 전자혈압계를 수은 혈압계 대신 사용하는데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서 "수은 혈압계가 퇴출돼도 사용가능한 검증된 청진법을 이용한 혈압계가 여전히 상존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성 교수는 "수은 혈압계가 통용되던 시절에도 전자 혈압계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전자혈압계는 미국 유럽 영국등의 검증방법에 의해 수은혈압계와 비교 검증되 사용되고 있다"면서 "검증된 전자 혈압계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고혈압전문가는 거의 없고 실제로 미국 유럽에서 수행됬던 대규모 임상시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은 혈압계가 아닌 전자혈압계를 이용해서 수행됐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생성된 근거를 바탕으로 고혈압 진료지침서를 만들어왔는데, '혈압을 어느정도까지 조절해야 한다'라는 근거의 대분분이 이미 전자 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을 이용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한국에서도 식약처에서 고혈압 약물허가를 위한 신약 임상시험에서도 수은 혈압계를 이용한 청진법을 이용하지않고 진동법을 이용한 전자혈압계를 사용해왔다"며 "청진법의 측정자의 숙련도 성실성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질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혈압계 인증과 관련한 입장도 분명히 전했다. 성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는 수은 혈압계 퇴출 이후에 대한 대비를 오래 전부터 해왔고 2017년부터는 수은 혈압계 퇴출 이후에 대비해 공식적인 학회 차원의 TF를 구성해 국내외 연구자들과 토의하고 준비해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회가 특정 혈압계를 검증하고 인증하는것은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어 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재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식약처의 업무가 적정하게 이루어지는지, 시장에 유통되는 전자 혈압계가 적정한지 면밀히 관찰해 학회가 취할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진단 기준에 대한 전문가 논의도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고혈압 진단기준으로 잡고 있는 '140/90mmHg'이 수은 혈압계로 측정한 수치인 만큼, 이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진료지침에는 수은 혈압계로 측정한 진료실 혈압이 140/90mmHg, 가정혈압계 측정 135/85mmHg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토록 한만큼 수은 혈압계 사용이 금지된다면 이러한 진단 기준에 한 가지 기준을 더 잡아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진단 기준과 관련해 지침 개정을 위해서는 진료지침위원회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죽음의 계곡' 건너는 내과병동…환자들이 위험하다 2020-01-20 05:45:56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수도권에서도 손꼽히는 대형병원 신장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피로씨(가명)는 전문의 취득 후 30년 만에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게 됐다. '58년 개띠'로 내과 안에서도 곧 정년을 앞둔 '어른'으로 통하는 그였지만, 최근 내과 수련 3년제 전환 여파로 3, 4년차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나간 탓에 당직 근무를 설 수 밖에 없게 돼버렸다. 그래서 그는 정년을 3년 앞두고 먼지만 가득 쌓였던 '응급내과' 교과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이처럼 전공의특별법 여파로 내과 전공의 수련이 3년제로 전환된 이 후 2020년 1월 3, 4년차 전공의가 본격적으로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전국 내과 수련병원 인력공백이 극에 달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내과 병동과 중환자실, 응급실에 이르기 까지 지난해 12월부터 무의촌 상태로 환자가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현실화 된 3, 4년차 빈자리, 벼랑 끝에 내몰린 의료진 사실 2020년 내과 전공의 3년제 시대가 현실화됨에 따라 그동안 4년차 전공의가 담당해왔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이냐는 우려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병동이나 당직 근무를 전적으로 전공의에게 의존해 왔던 한국의 수련병원 실정을 고려할 때 전공의 수가 1/4가 갑자기 줄어드는 만큼 내과는 소위 '무의촌' 상태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결국 해법이 될 줄 알았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경우도 여전히 걸음마 수준을 못 벗어나면서 내과의 인력공백 사태는 현실화 된 것이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국내에서도 꼽히는 초대형병원 5개 정도를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수련병원 내과 교수들과 1, 2년차 전공의들은 늘어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력공백에 대한 대비 없이 3, 4년차 전공의들이 지난해 12월 초부터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인력공백이 두드러지자 교수와 전공의들이 이른바 고통분담하면서 당직 등의 업무를 억지로 메우고 있다 시피했다. 내과 교수들은 기존 외래에 더해 중환자실, 응급실 당직을 돌아가면서 서는가 하면, 1, 2년차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인 전공의특별법을 늘 어겨가면서 내과 병동 당직을 추가로 더 서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전공의조차 부족한 지방 수련병원은 스텝들이 병동당직까지 도맡아 서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수도권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3, 4년차 전공의가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내과 진료의 질은 더 떨어졌다"며 "내과 3년제 전환을 대비하고 전문의를 늘린 병원들이 얼마나 있겠나. 더구나 입원전담전문의 채용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응급실, 중환자실 당직까지 맡게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방 수련병원 내과 교수들은 이 같은 인력공백 사태를 소위 빅5병원이 부채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임상강사로 불리는 소위 '펠로우'를 무더기로 뽑아대면서 자연스럽게 지방 병원들이 피해를 더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진료비 청구 1위를 다투는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최근 391명의 펠로우를 대거 채용했다. 이들의 전공의 정원이 130명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3배 넘는 펠로우를 뽑은 것이다. 지방 B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소위 국내 1위 병원은 내과를 비롯해 다른 전문 과목까지 당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곳은 펠로우가 환자보고를 하기 때문에 전공의는 마치 인턴 같다"며 "서울 초대형병원들이 전공의만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펠로우까지 독식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펠로우 정원을 늘려서 내과 등의 인력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펠로우들도 신분세탁을 위해 서울 초대형병원으로 몰려간다"며 "결국 지방 수련병원 내과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는 꿈꿀 수 없는 존재인 데다 3, 4년차 무더기 이탈이 맞물리면서 인력공백 문제가 고착화됐다"고 아쉬워했다. 죽음의 계곡이 된 2개월 "환자들이 더 걱정"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료 현장에서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2개월을 '죽음의 계곡'으로까지 표현하면서 진료 질 악화를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한 마디로 환자들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올해 의국장(chief, 치프)을 맡게 된 한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는 "3, 4년차가 한 번에 빠져나가고 기본적인 인력 숫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1, 2년차가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늘어나다 보니 부담감이 적지 않다"며 "특히 당직 시 콜을 받게 되면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환자 진료를 둘러싼 불안감은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들마저 갖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 인력공백 상황이 현실화되면서 10년 넘게 보지 않았던 응급실 당직을 내과 교수들이 서게 되면서 환자 진료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일선 내과 교수들의 의견이다. 동시에 인력공백에 따라 과거 5명이 보던 내과병동 당직을 3명이 보게 되는 일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내과 병동이 300병상이라고 친다면 전문의 1명당 100명의 환자 진료가 맡겨진 셈이다. 또한 전공의들의 경우는 3, 4년차 선배들이 한꺼번에 나가면서 주치의로 보던 환자들이 기존에는 25명 안팎이었는데 최근 35명 안팎으로 10명 가까이 늘어났다. 그 만큼 업무로딩이 늘어나면서 환자 진료에 있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수도권의 또 다른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 11년 만에 중환자실 당직을 서봤다"며 "불안감이 왜 없겠나. 전공분야가 아닌 외과나 다른 타과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올 때문 불안감부터 엄습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내과학회 수련부위원장인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는 "이전에 전공의특별법 여파로 교수가 병동 당직을 서던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수도권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해법으로 제시된 입원전담전문의가 단 1~2명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내과 수련병원의 현실은 빈익빈 부익부로 가게 될 것"이라며 "전문의를 얼마나 더 확보하는 데 달려있다. 여력이 충분한 대형병원들은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략을 펼치겠지만 지방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 이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호사 대리처방 판결로 인정…의료법 개정안 탄력 받나 2020-01-20 05:45:54
|분석=간호사 대리처방 판결 인정|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그동안 의료기관 업무정지를 포함해 무거운 처벌을 받아왔던 간호사의 대리처방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 대리처방 요건을 규정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영향도 불가피한 상황. 이에 대해 법조계는 과거 불이익을 받았던 의료기관에 대한 권리 구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법원, 간호사 대리처방 행위 인정…업무정지 처분 취소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간호사 대리처방을 인정해 급여를 청구하다 현지조사에서 적발돼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A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간호사의 대리처방은 임상 현장의 특성과 촉탁의 제도의 한계점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 재판부의 최종적인 결론이다. 19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10월 보건복지부가 A의료기관에 현지조사에 들어가 간호사가 대리로 처방받은 진료비 등을 청구한 사실을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지조사단은 이 의료기관이 간호사가 대리로 처방받은 진찰료를 청구한 것은 물론 원외 처방전을 발행해 약제비를 청구하게 하면서 1000만원여의 불법 청구를 했다며 40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의료기관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가족들이 매번 의료기관에 함께 올 수 없는 만큼 환자를 보호하는 간호사도 가족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단순히 민법상 가족의 범주에만 포함되지 않을 뿐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가족보다 의사에게 사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가족보다 대리처방 요건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러한 A의료기관의 주장을 인정했다. 과거 무수한 사건들을 통해 간호사의 대리처방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분을 이어가던 경향을 완전히 뒤짚은 셈이다. 재판부는 "현재 의료법은 간호사의 임무로 환자에 대한 관찰과 자료수집,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 환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을 규정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며 간호사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전문적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의사에게 설명할 수 있다"며 "환자의 가족들이 간호사보다 이러한 사실들을 더욱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리처방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론내렸다. 간호사의 임무를 고려할 때 환자의 가족보다 더욱 충실하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으며 전문적 의학 지식을 통해 의사에게 더 효율적인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반대 논리로 촉탁의사를 통한 전문 진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현재 촉탁의 제도의 한계를 감안할 때 반대 논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통상 월 2회에 걸쳐 진행되는 촉탁의사의 진료만으로는 적시에 의료서비스게 제공되기 어렵고 가족의 대리처방 자체를 인정해 온 것은 이미 복지부도 촉탁의 제도의 한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간호사의 대리 처방 행위가 촉탁의 제도를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에 따라 간호사 대리처방 행위를 들어 내려진 업무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복지부는 업무정지처분과 함께 A의료기관에 내려진 환수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간호사 대리처방 사실상 인정…의료법 개정·권리구제 촉각 이처럼 행정법원이 간호사의 대리처방 행위를 사실상 합법적 방식으로 인정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 작업은 물론 지금까지 무거운 처벌을 받아온 의료기관들의 권리 구제가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재판부는 간호사의 대리처방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업무정지 등의 무거운 처벌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지금까지 간호사의 대리처방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의료법상 요양급여기준 위반으로 판단해 처방전을 발급한 병원에 행정처분이 내려졌다"며 "그러한 면에서 요양급여기준을 유추 적용해 간호사의 대리처방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이번 사건은 상당한 파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만 간호사 대리처방으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B, C의료기관들이 줄줄이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인정받지 못해 병의원의 문을 닫아야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근거가 쌓여진 만큼 2심이나 새롭게 행정 처분을 받는 의료기관들의 경우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겨난 셈이다. 특히 법안 시행이 코 앞까지 이를때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의 새로운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지난해 8월 의료법 내에 대리처방 근거를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 입법 작업을 진행하며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환자 가족 등의 대리 처방을 허용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을 마련했다. 지금도 환자 가족 등을 통한 대리처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요양급여기준과 복지부 유권해석에만 의지하는 것일 뿐 모 법인 의료법에는 이러한 규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 작업은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지속하고 있다. 대리처방 규정에 가족 외에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환자의 진료를 위해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을 추가한 것을 두고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이나 시설 등은 간호사와 간병인 등을 명확하게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의 의견은 완전히 이와 상반된다. 이미 촉탁의 제도를 통해 의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간호사나 간병인 등의 대리처방이 필요하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이번에 재판부가 이러한 촉탁의 제도로만은 의료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며 결국 대리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료법 개정안의 시행에 앞서 잡음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간호사가 가족과 마찬가지로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유추적용을 한 동시에 이를 허용한다 해도 촉탁의 제도의 취지가 침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판시했다"며 "그동안 불명확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간호사 대리처방과 관련한 행정 처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병원들이 간호사 대리처방으로 부당한 제재와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대리처방에 관한 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법원이 간호사 대리처방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과거 법 집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의료기관들의 권리구제도 첨예한 안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년대담-下|입원전담의, 정년까지 지속가능할까요? 2020-01-14 05:45:59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입원전담전문의로 정년 퇴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지속가능한 분야인가. 입원전담전문의 진로를 선택하기 이전에 한번쯤 던져볼 질문이다. 현직 입원전담전문의로 활동 중인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주니어 스텝. 이 제도를 국내 최초로 주장한 교수인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에게 그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내년 정년을 앞둔 원로 교수의 연륜과 깊은 식견을 담은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막연한 불안감 "지속가능해야할텐데" 김준환=사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지속가능하려면 병원 내에서 역할이랄까요, 지위도 찾아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막연합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하셨듯 기술중심으로 교육을 받은 후배 의사를 교육을 통해 통합진료가 가능하도록 해야하고…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할까요. 허대석=입원전담전문의만의 영역을 개척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가령, 입원환자가 퇴원할 때 노인환자들 알약 수가 10여개가 넘죠. 각 진료과목별로 세분화된 진료를 받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같은 폴리파마시(Polypharmacy, 다약제 복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입원전담전문의밖에 없다고 봐요. 이 문제는 세분화, 전문화된 의사들은 관심도 없고 할 수도 없죠. 김준환=아, 맞습니다. 병동에 있다보면 고령화를 피부로 느끼죠. 노인환자들 퇴원할 때 약 갯수도 최소화해드리곤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당장 이번주 회의때 적용해야겠는데요. 허대석=간병문제도 마찬가지에요. 사실 입원환자에게 가장 큰 이슈는 고가 항암제가 아니죠. 환자와 보호자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간병인데 의사들은 눈높이를 환자에게 못맞추고 있어요. 기술중심으로 훈련된 의사들은 신약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글쎄요, 과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생각해봐야한다고 봐요. 정부도 고가항암제 등 신약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은 간병 이슈로 퇴원하지 못하는게 현실이죠. 김준환=간병은 생각치도 못했는데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병동에 환자, 보호자 면담을 진행하다보면 간병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허대석=거창한 논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연구 혹은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봐요. 필요하다면 정부에 제도개선도 요구하고요. 김준환=맞는 말씀이십니다. 입원환자를 많이 접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해야할 부분입니다. 언급해주신 활동을 바탕으로 역할을 해나가다보면 지속가능성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대석=이밖에도 환자 안전, 입원환자 질 개선 등 입원환자 치료 개선을 위한 이슈는 얼마든지 많아요. 일단 문제제기부터 시작해봐요. 수천억 예산을 쏟아붓는 면역항암제 등 신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도 많아요. 환자단체와도 교류하면서 환자들의 니즈를 파악해볼 필요도 있어요. 환자들의 목소리가 되면 정책적으로 효과적일수 있으니까요. 김준환=네, 입원전담전문의 영역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덕분에 새로운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떴습니다. '내 교수님' 찾는 입원환자들 김준환=또 다른 고민은 여전히 환자들이 입원전담전문의가 있음에도 '나의 의사 선생님'을 찾는다는 사실입니다. "제 교수님 언제 뵐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특히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일 때 중증환자들이다보니 그런 경향이 짙었던 것 같아요. 허대석=물론 일부 현실적인 한계는 있어요.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입지를 견고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있어요. 전화를 통해 병동환자가 퇴원 이후 약 복용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보는 거에요. 이를 기반으로 서베이를 할 수도 있죠. 퇴원 후 환자들이 겪은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알 수도 있겠죠. 이는 한국 의료제도에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 봐요. 이런건 기술중심의 의료진이 하기 어려워요. 김준환=일종의 해피콜 개념이네요. 결국 자연스럽게 환자와 국민들에게 입원전담전문의를 알리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업무는 많아질 수 있겠지만, 방법은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야간당직도 인력관리 유연성 높이면 해결 허대석=그나저나 앞서 우려한 지속가능성 관련해 병원마다 인력 관리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결국 당직이 문제죠. 나이를 먹을수록 야간당직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가령 월 15일만 몰아서 근무하고 15일은 오프를 주거나 파격적인 급여를 제시하는 등 그에 적합한 의료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한다고 봐요. 김준환=네, 만약에 당직 전담 인력이 있다면 저 또한 월 1주일 정도 당직 근무를 서는데 이를 줄여나갈 수 있다면 좋쵸. 허대석=사실 미국 병원에 가보면 할머니로 보이는 간호사가 당직근무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야간에 잠이 없어진 분들이 근무를 하는 거에요. 이들은 월 15일 근무, 15일 오프로 운영하면서 근무 만족도를 높일수도 있어요. 누구나 일하는 동기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해요. 문제는 노동제도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선 어렵죠. 김준환=맞습니다. 아니면 당직에 대한 충분한 리워드를 줘야합니다. 특히 최근 내과 전공의 3,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시험 준비에 돌입하면서 당직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태입니다. 이와 더불어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세부분과 교수님은 물론 보건복지부 실무진과도 접해야할 일이 늘어가는데 어떻게 소통하고 설득해야할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허대석=문제가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환자 혹은 국민입장에서 답을 찾으면 단순해요. 그런데 이해당사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어렵죠. 또 점점 더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으니 쉽진 않겠지만, 김 교수는 아직 젊기 때문에 뭐든지 가능하다고 봐요. 하하하. 김준환=하하하,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지만 막연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교수님을 뵙고 나니 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암제 주도권 종양내과 뚜렷…면역항암제 대세 등극 2020-01-13 12:00:59
|메디칼타임즈·IQVIA 공동기획=대한민국 암 치료 대동여지도|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우리나라 대학병원 교수들 중 종양내과가 항암 등 암 치료에 압도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처방을 위한 바이오마커로는 PD1, PDL1 등이 확고한 비중을 차지했다. 항암제 시장이 면역항암제로 이미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종양내과 암 치료 주도권…ENT, 피부과 등 비중 낮아 메디칼타임즈는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그룹인 IQVIA가 지난 2019년 한해동안 자사 패널인 대학병원 교수 4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EPI 스터티 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전문과목별 암 치료 현황을 보면 암 치료와 항암제 처방에 대해 종양내과의 주도권이 확고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 중에 암 환자 비중을 조사하자 종양내과는 평균 100%를 기록했다. 종양내과 교수는 예외없이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문과목은 혈액내과였다. 혈액내과 교수들이 치료하는 환자의 96%가 암 환자라고 답했다. 이후에는 외과의 비중이(77%) 상당히 높았다. 수술을 진행한 뒤 항암 치료 등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비뇨의학과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72%의 환자들이 암 투병중이었기 때문이다. 비중이 낮은 과목 중 대표적인 전문과목은 이비인후과로 21%에 불과했고 피부과도 20% 밖에 되지 않았다. IQVIA 관계자는 "패널 분석 결과 종양내과, 혈액내과, 외과 순으로 항암 치료 등을 담당하는 비중이 높았다"며 "반면 이비인후과와 피부과 등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게 낮았다"고 설명했다. 항암제 처방도 마찬가지 양상을 나타냈다. 종양내과 교수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항암제 처방 건수의 79%는 종양내과 교수들에 의해 이뤄졌다. 환자 10명 중 8명은 종양내과 교수로부터 항암제를 처방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병기가 악화될 수록 비중이 더욱 확대됐다. 초기암 환자의 경우 각 전문과목에서 항암제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3~4기 환자들은 80%가 종양내과 교수에 의해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역시 전문과목별 차이는 명확했다. 암 환자 비중이 크게 낮았던 이비인후과의 경우 항암제 처방 비중도 2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항암제 시장 면역항암제 대세론…바이오마커 압도적 그렇다면 이들이 처방하는 항암제의 경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항암제 처방을 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바이오마커 검사 여부와 종류를 조사한 결과 면역항암제 처방을 위한 사전 준비 경향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종양내과에서 PD1과 PDL-1, PDL-2 등에 대한 바이오마커 검사 비중이 9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바이오마커는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이를 처방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면역항암제의 선두 주자인 옵디보는 PDL-1 발현율 10% 이상에서, 키트루다는 PDL-1 발현율 50% 이상에게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마커에 대한 검사가 늘고 있다는 것은 옵디보나 키트루다 등을 처방하기 위한 기대감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비단 종양내과 뿐만이 아니었다. 혈액내과에서도 42%의 교수들이 PD1과 PDL1, PDL2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항암제 처방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양대 전문과목에서 모두 이 바이오마커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음으로는 미세부수체(microsatellite)가 부인과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종양내과에서 73%의 교수들이 microsatellite 검사를 진행했고 부인과에서도 30%의 검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마커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TRK가 꼽혔다. 또한 VEGF, PIK3CA, FGFR, CD38 등이 전체 검사의 7% 미만인 바이오마커로 이름을 올렸다. IQVIA 관계자는 "확연하게 면역항암제에 대한 교수들의 관심이 보여지고 있는 추세"라며 "바이오마커는 교수들의 관심과 처방 패턴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향후 항암제 시장이 면역항암제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신년대담-上|불러도 대답없는 입원전담의, 묘수는 없나? 2020-01-13 05:45:59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지난 2012년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야한다고 주창했다. 그후로 8년,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현재 서울아산병원 입원전담전문의이자 입원의학연구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김준환 교수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허 교수를 직접 만나 물어봤다. 김 교수는 불안한 미래를 이유로 입원전담전문의 길을 선택하는데 주저하는 후배의사들을 어떻게 설득해야할지,어떻게 새로운 제도를 알려나갈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미국의 경우 병원 경영진이 먼저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르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기술중심에서 통합으로 방향성 전환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로교수와 주니어교수의 만남 김준환=저는 허대석 키즈라고 할 수 있어요. 내과 2년차 당시 2014년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제도 논의가 막 탄력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허대석 교수님 칼럼, 인터뷰를 읽으면서 개념을 잡았으니까요.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입원전담전문의 팀 조직을 구성할 때 참고 많이했어요. 5인 1조로 시작한 것도 교수님이 공개적으로 발표하신 내용을 참고했어요. 허대석 키즈라고 할만하죠?! 허대석=허허, 내년에 정년퇴임하는데 김 교수 같은 분이 있어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정착까지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서울아산병원 입원전담전문의는 어떻게 운영 중인지 궁금하네요. 김준환=입원전담전문의를 맡고 있는 의료진은 가정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등 다양합니다. 교수님께서 앞서 인터뷰에서 지적했듯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통합적으로 가야한다는데 공감합니다. 허대석=사실 미국도 초반에는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외과 등 타과에서도 대거 뛰어들었지만 결국은 내과에서 상당수 전담하는 모델로 정착했고, 세부 분과를 활성화하고 전문화하던 것에서 점차 통합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죠. 김준환=네, 맞습니다. 통합적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허대석=잠시 서울대병원 얘기를 해볼까요. 서울대병원도 1979년 신축 오픈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내과 내 분과를 처음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그 이전에는 내과에 세부 분과가 없었죠. 이후 내과에서 세분화를 시작하면서 외과로 확산되고 어느새 큰 흐름이 됐죠. 개인적으로 세분과 이전과 이후를 모두 지켜본 의료진 입장에서볼때 장단점이 있어요. 전문화되면서 의학기술이 발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남죠. 불안한 길, 후배들 어떻게 설득할까요? 김준환=후배들이 많이 지원하고 선순환돼야 자리가 잡힐것 같은데요. 대개 병원들 "지원자 없다"고 얘기하고 후배 의사들과 얘기해봐도 "아직은 불안하다"고들 해요. 어떻게 이 친구들을 설득해야할까요. 허대석=사실 미국은 병원 경영진을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빠르게 확산됐는지도 모르겠어요. 한국 병원들은 합리적인 의료인력 관리가 안되는 측면이 있다고 봐요. 의대교수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동시에 케어해야하고, 분과당 교수 정원을 배분하는 식이다보니 결국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데 분과간 장벽을 넘을 수 없더라고요. 김준환=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화가 있긴 합니다. 올해로 서울아산병원 입원전담전문의 4년차가 됐는데요,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 과거에는 6개월하고 그만두는 분들 꽤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까지 버텨주는 인력 점점 쌓이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단 해당 의료진 수가 늘며서 조직도 커지고 있고요. 허대석=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병동관리를 중앙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야하는 길이라고 봐요. 지금까지는 입원에 대한 수가가 없었던 셈이죠.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더불어 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를 만들어가야죠. 결국은 홍보…어떻게 알려야할까요? 김준환=교수님 얘기하신 것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알려야하는것 같아요. 여전히 의사 중에도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 모르고 국민들은 더욱 모르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은 본사업이 돼서 알렸으면 하고요. 실제로 병원 관계자를 만나보면 3년만 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히 있거든요. 허대석= 환자를 잘 설득할 수 있는 작명이 중요해요. 기술중심으로 세부적으로보다는 토탈케어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김준환=그런데 미국에서 온 친구들은 제너럴리스트 당당하게 소개하는데 왜 한국은 세부전문의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게 있을까요. 허대석=맞아요. 사실 한국제도는 분과전문의 제도라는데 국가마다 의료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미국제도를 도입했죠. 문제는 그 제도가 갖고있는 기술중심으로 세분화되면 모순에 빠질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회귀한 것인데 우리는 그대로라는 사실이에요. 기술중심으로 가면서 환자케어가 소홀해진 측면이 분명 있잖아요. 김준환=세분화에서 통합적으로 가야하는 것 맞습니다. 서울아산병원도 올해 통합병동을 추가로 늘릴 예정입니다. 허대석=OECD 지표를 보면 한국이 인구대비 병상수 2배 많고 재원일수도 2배 많죠. 반면 정부는 보장성강화라는 미명하에 고가항암제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요. 하지만 과연 환자들이 제대로 케어받고 있는지는 의문이에요. 결국 기술중심으로 가고 있기 때문인데 방향성을 고민해봐야할 때라고 봅니다.
5년간 공회전한 심장통합진료…TAVI시술은 '그림의 떡'? 2020-01-11 05:45:56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심장이 몸의 엔진이라면 심장판막은 '심장의 문'이다. 심장판막은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는데 하루 10만번 이상 열리고 닫힌다. 그 문이 고장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 경우 미세한 틈을 통해 혈액이 역류한다. 보통 흉통이나 호흡 곤란을 겪다가 역류 양이 늘어날 경우 폐쇄부전증, 판막이 망가져 혈액이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협착증으로 귀결된다. 판막에 염증이 생기는 심내막염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부전이나 부정맥과 같은 합병증도 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판막도 나이를 먹는다. 사용 연한, 즉 고령화에 따라 내구성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사회 전체가 노령화되면서 심장판막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심장판막이 고장나는 경우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수술적인 방법을 통해 가슴을 열고 병변판막을 절제해서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방법이 있고,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로 불리는 타비(TAVI) 시술도 고려할 수 있다. 인공판막으로 교체한다는 점은 같지만 타비는 혈관을 통해 교체한다는 점에서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행 보험급여 기준으로는 수술적인 방법은 보험이 가능하다. 타비의 경우는 선별급여를 통해 20%만 보험이 된다. 80%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 문제는 타비 비용은 보통 3500만원 안팎으로 80%를 부담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수술방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술적 방법을 시행하는 흉부외과와 타비를 주로하는 심장내과 사이의 의견일치가 쉽지 않아 치료 방식을 두고도 이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5년된 타비 보험급여 규정, 문제는 '기계적 협진' 타비의 급여 적용은 201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3개 병원에서 선별급여 20%로 시행된 타비는 당초 시술 대상 환자도 협진을 통해 결정하게 설계되면서 각 과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심장통합진료'에는 순환기내과 세부전문의 2인 이상(한국심장초음파학회에서 인증 받은 심장초음파전문의 1인 포함), 흉부외과 전문의 2인 이상,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 참여해야 한다. 흉부외과가 수술적 방법을, 심장내과에서 타비를 주도하다 보니 협진을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보다는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전원이 의견 일치를 보는 경우에만 타비 시술이 가능하다고 제한한 것도 장애물로 남았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모 교수는 "각 과별 교수간 소위 말하는 입김이 다르고 병원마다 사정도 달라 협진을 통해 의견 일치가 쉽게 되지는 않는다"며 "타비가 도입된지 오래되진 않았기 때문에 이런 걸 갈등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착되는 단계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흉부 쪽과 내과 쪽은 각자 환자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술기를 빨리 도입하려는 의사도 있고, 보다 근거가 쌓이길 바라는 보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계적인 협진'을 명시했어도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어 타비 적용환자를 둘러싼 반박하기 어려울 만큼의 근거가 쌓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규정(2019년 10월)은 심장통합진료에 참여한 전문의 전원의 동의하에 결정함을 '권고'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제제 근거가 없어 부작용은 여전한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본 병원의 경우는 위원회를 만들어 협진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병원이 대다수"라며 "다른 병원에선 먼저 환자를 보는 의사가 수술/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전원 일치된 의견이 도출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흉부외과에서 처음 환자를 보게되면 수술로, 심장내과 쪽에서 환자를 보면 타비로 하게된다"며 "타비도 수술 대비 완벽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맞는 적정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술에 따르는 혜택보다는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타비 시술이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의 협진 제도 및 선별급여 제도가 걸림돌이 된다는 게 그의 판단. 홍 교수는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보통 고연령층이 많아 3500만원 안팎의 타비 시술 비용 중 80%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적어도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군 환자에 한해서는 의료진의 선택으로 타비 시술의 80% 이상은 급여로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타비 재평가, 바람직한 방향은 문제는 재정이다. 건강보험의 급여우선 순위가 비용-효과성으로 설계된 까닭에 무턱대고 재정 투입을 요구하긴 어렵다. 특히 타비 시술이 3000만원 대의 고가 수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0~500만원(환자 부담 5~10%)에 불과한 수술적 요법은 차선에 가깝다. 타비의 전면적인 보험급여화는 무분별한 시술 환자 증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홍그루 교수는 "경등이나 중등도 환자에게 수술과 시술 중 결정권을 주면 십중팔구 시술을 선택한다"며 "재정이 한정돼 있어 이런 방식은 심장내과 쪽도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모두 동의할 만한 객관적인 고위험군 환자 지표를 만들어 수술이 어려운 사람을 가려내야 한다"며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만 80% 이상 선별급여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에는 타비의 예후가 더 좋다는 근거들이 쌓이고 있는 만큼, 일부 환자군을 대상으로 타비의 급여 확대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고령의 심장판막증 환자 중 특히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는 타비가 효율적일 수 있다. 일면적으로 '값싸' 보이는 수술 방식 역시 회복 기간에 따른 입원 비용 등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최대 3000만원에 이르러 타비 비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도 부각된다. 홍 교수는 "보험을 적용해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3000만원에 이르는데 타비는 시술 방식이라 입원 기간과 회복이 짧다"며 "수술 방식 역시 전신 마취와 입원 기간 등 비용을 다 합치면 총 비용은 타비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재정을 이유로 타비의 급여 확대를 제한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진행한 타비 제도 연구 용역 결과에서도 학술적인 이유보다는 무분별한 시술 남발을 이유로 협진 제도 강화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올해 타비의 재평가를 앞두고 의료계에서 급여 기준 변경 목소리가 나오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의견 수렴에 나섰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나오는 불만 사항을 잘 알고 있다"며 "전문가 자문가 회의를 거쳐 심장학회, 흉부외과 학회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 급여 확대 이야기가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구체적인 윤곽은 올해 중반기가 지나야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