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철옹성…지방대병원 처절한 생존경쟁 2013-06-24 06:34:00
한국 의료계를 호령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른바 '빅 5'의 철옹성은 대단했다. 여기에 새롭게 진입한 상급종합병원의 추격과 선점한 위치를 고수하기 위한 중위권의 피 말리는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상급종합병원의 최근 5년간(2008년~2012년) 진료비 청구액 현황을 토대로 판도 변화를 재분석했다. 분석결과, 상급종합병원 중 '빅 5'인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순위는 5년 전과 동일했다. 무엇보다 암 병원 신축 등 대형병원 몸집 불리기에 따른 성장세가 무서웠다. 최강자인 서울아산병원의 총 진료비는 2008년 5340억원에서 2009년 5962억원, 2010년 6946억원, 2011년 7203억원, 2012년 7382억원 등으로 급상승했다. 5년간 38.2%p나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대비 2012년 총 진료비 증가율이 29.9%로 나타났고, 세브란스병원은 30.5%, 서울대병원은 45.9% 등이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2008년 총 진료비 1624억원에서 2012년 3453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112%p 초고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대병원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5년간 15.7%p,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2.8%p, 춘천성심병원은 24.3%p, 경상대병원은 26.3%p 등의 증가에 그쳤다. 경희대병원도 2008년 총 진료비 1073억원에서 2012년 1290억원으로 20.2%, 한양대병원은 같은 기간 922억원에서 1137억원으로 23.3% 증가에 머물러 10위권에서 밀려났다. 특히 과거 백혈병 치료의 메카로 '빅 5'를 위협한 여의도 성모병원은 2008년 1268억원에서 2009년 992억원, 2010년 878억원, 2011년 848억원, 2012년 843억원으로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2012년 기준, 진료비 총액 대비 상급종합병원 중 1위인 서울아산병원(7382억원)과 최하위인 춘천성심병원(568억원)을 비교하면 13배 차이이다. 이와 달리 상급종합병원에 진입한 대학병원의 상승세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9년 진입을 시작으로 2011년 총 진료비 2331억원으로 아주대병원(2179억원)을 앞지르며 전국 6위에 깃발을 꽂았다. 화순 전남대병원 역시 2012년 진입 첫 해 총 진료비 1398억원을 기록하며 모교 전남대병원(1550억원)을 턱 밑까지 추격했으며, 같은 해 들어온 건국대병원 역시 1374억원의 기염을 토했다. 중위권의 순위 다툼도 치열한 양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 길병원의 중간 상위 자리를 부산대병원과 경북대병원, 충남대병원, 강남세브란스,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고대 안암병원 등이 매년 순위를 바꿔가며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반대로, 2009년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한 강동성심병원과 한강성심병원, 국립의료원 그리고 2012년에 고배를 마신 한림대 성심병원과 일산백병원 등은 종합병원 틈에서 경쟁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가장 알짜배기 상급종합병원은 어디일까. 2012년 말 현재 심사평가원에 신고한 각 병원의 전문의 수에 근거해 같은 해 총 진료비 대비 산출 결과, 서울성모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이 전문의 1인당 10억원을 넘는 진료비를 기록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과 전남대병원이 9억원 대, 길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부산백병원이 8억원 대, 경북대병원과 충남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부천 순천향대병원 등이 7억원 대에 이름을 올렸다. 역으로, 여의도 성모병원과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조선대병원, 고대 안산병원 등이 총 진료비 대비 전문의 1인당 5억원 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의 독주 구도에 우려감을 표하면서 환자 쏠림이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에까지 영향을 미쳐 특화된 강자만이 생존하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턴제 폐지 필요…하지만 총대는 메기 싫다" 2013-06-05 06:33:07
"인턴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데는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도 사공 역할을 하지 않으니 배만 둥둥 떠있는 꼴이다." 수련제도 개편의 핵심인 인턴 폐지안이 표류하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삼았던 보건복지부는 의대생 반발에 폐지 시점을 아예 의대생들에게 맡겨 버렸고, 의대생들은 준비가 부족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의 핵심인 의대와 수련병원들은 복지부만 바라보며 눈치를 보고 있다. 폐지 시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는 항변이지만 이면에는 재정문제가 결부돼 있다. "인턴 폐지 준비가 부족하다" 의대생들 허공 속의 메아리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최근 젊은 의사 연구포럼을 통해 인턴 폐지에 대한 의대생들의 의견을 사실상 정리했다. 비록 복지부와 실시하는 전수조사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2015년 폐지는 무리라는 것이 의대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들은 이러한 근거로 총 5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했던 인턴 폐지에 따른 선결과제가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진로탐색기능에 대한 대안 마련과 전공의 선발기준 마련, 학생실습 강화방안, NR1과 인턴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마련, NR의 올바른 수련을 위한 대체인력 마련 등이다. 의대협 조원일 회장은 "인턴 폐지안이 논의되는 시점부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대안도 마련된 것이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도저히 2015년에는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체없는 인턴 폐지안…책임 공방만 지속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복지부는 물론, 병협과 학장협의회 등은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누구도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 인턴 폐지안이 표류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2015년 인턴 폐지안의 초안을 마련한 의학회의 생각은 어떨까. 대한의학회는 이미 의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끝냈다는 반응이다. 각자의 역할을 지정하는 일 외에 의학회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인턴 폐지안의 초안을 만들고 각 학회별로 인턴 폐지시 수련기간 단축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며 "의학회가 유관단체들을 이끌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의대-의전원 학장협의회도 같은 반응이다. 폐지 시점이 정해지고 로드맵을 마련해 줘야 준비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학장협의회 관계자는 "아직 인턴 폐지 시점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의대 교과과정을 먼저 바꿔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정부의 로드맵이 나와야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협회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선발 매칭 시스템 등은 이미 복지부가 추진하기로 한 사업이 아니냐"면서 "수련병원별 전공의 선발 기준도 각 수련병원의 권한이지 병협이 일괄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결국 복지부가 폐지 시점을 확정하고 로드맵을 만들어 줘야 움직일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인턴 폐지는 의료계에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서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턴 폐지안은 의료계가 계속해서 제기했던 숙원사업"이라면서 "복지부는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지 강제로 의견을 조율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인턴 폐지 시기에 대한 전수조사 역시 복지부의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협과 의협, 의학회 등은 합의를 한 상태고 의대협이 폐지 시점이 이르다고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이를 반영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합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돈'문제…"거버넌스 구조 시급" 이처럼 복지부와 각 유관단체들이 인턴 폐지에 소극적인 이유는 결국 재정적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턴 폐지에 따른 재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협회의 경우 만약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일선 수련병원들의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병원협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턴 제도가 폐지되고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재원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병협 입장에서는 최대한 인턴 폐지를 늦추는 것 만이 이같은 부담을 회피하는 방법인 셈이다. 일선 의대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필수적으로 보완돼야 하는 임상실습 강화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상당하다. 우선 실습에 필요한 기자재와 공간이 있어야 하고 강의 방식이 아닌 실습 지도를 위해서는 교수들의 노동력 또한 상당히 투입해야 한다. 결국 적극적으로 인턴 폐지에 나서기 힘든 이면에는 이같은 재정적 부담이 있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인턴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결국 재정 문제가 결부돼 있다"며 "의대도, 수련병원들도 굳이 나서서 이같은 비용을 부담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며 "이는 결국 복지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만 하나…책임감 가져야" 이렇듯 인턴 폐지의 주체들이 계속해서 폭탄 돌리기를 지속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턴 폐지가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면 각 주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이윤성 교수는 "3년이나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해법은 간단하게 나와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병협과 의학회, 학장협의회가 모여 누가 무엇을 맡을 것인지 정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추진하면 된다"면서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미루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주의대 허윤정 교수도 "사실 엄밀히 말해 학장협의회와 의학회, 의평원 등은 주체가 될 수 없지 않느냐"며 "인턴은 의대 졸업후 과정에 해당하는 만큼 복지부와 병협이 주체를 맡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가족 아니면 누가 대변하나" "헬리콥터맘 불과하다" 2013-05-21 12:01:23
불합리한 교육환경과 수련환경에 맞서 일어난 학부모들. 이에 대한 시각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우선 대다수 기성세대. 즉 교수들을 포함한 전문의들의 입장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미 성인으로 자기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부모가 이들을 대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헬리콥터맘의 그늘…제대로 된 의사 될 수 있겠나" 이들은 이러한 가족들의 행태가 헬리콥터맘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자녀들의 결정권을 무시한 과보호로 빚어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수련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A교수. 그는 전공의 가족 협의회에 대해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가족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는데서 그쳐야지 수련환경에 깊숙히 관여하거나 자녀들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되죠." 그는 이러한 부작용의 일환으로 하나의 예를 들었다. 최근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전공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그가 교육수련부장을 맡은 이래 인턴들의 부모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자녀 전공의를 특정 전문과목에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전공의와 면담을 진행하면 그는 다른 전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전공의가 많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를 선택하는 셈이다. A교수는 "의사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전공도 고르지 못하는 전공의가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처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시대에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회를 살아가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하나의 예를 들었다. 교수에게 꾸지람을 들은 것을 가족에게 알려 일가족이 항의를 온 사연이다. A교수는 "지시해 놓은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아 꾸짖었더니 다음날 부모가 모두 다짜고짜 교수실로 찾아와 항의를 하더라"며 "교권이 무너졌다는 얘기를 흘려들었었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났다"고 회고했다. "군대식 의국 문화…가족외에는 대변할 길이 없다" 그러나 가족협의회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기수가 확실한 군대식 의료계 문화속에서 조직에 속한 자녀가 이에 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가족들이 아니면 이들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자녀의 불합리한 처우를 참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준비중인 전공의 부모 B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 아들을 보면 저항할 의지가 있어도 시간과 체력이 없어요. 이미 지칠대로 지친데다 하루하루 꽉 짜여진 수련을 견디다 보면 사실 생각할 시간 자체가 없어진다는 표현이 맞을꺼에요. 거기다 다 같은 상황에 있다보니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건가 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죠." 대다수 가족들도 같은 반응이다. 최근 서남의대 폐교 운동에 동참한 학부모 C씨. 그는 서남의대 폐교 운동이 학생들이 나서기에는 벅찬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C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생님과 학교를 버리는 것은 너무나 벅찬 일이다"며 "또한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때 돌아오는 리스크도 너무나 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누군가가 지금의 문제를 알리고 외부로부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가족외에는 누가 그런 일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그들은 헬리콥터맘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이기심보다는 불합리한 환경으로부터 약자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부모 B씨는 "몸이 아파 제출한 병가계를 찢어 얼굴에 던지는 것을 보고 잘못된 일이라 말하는 것이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냐"며 "세상 어느 누구나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이 땅에 전공의들이 다시는 내 아들 같은 일을 겪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그렇다면 나는 우리나라 모든 전공의의 헬리콥터맘이다"고 덧붙였다. "시대변화의 단면…올바른 발전방향 모색해야" 이에 대해 색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시대 흐름의 한 단면인 만큼 일정 부분 인정하고 올바른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수련제도의 대부라 불리는 가톨릭의대 김성훈 교수. 대한의학회 수련이사기도 한 그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가지 흐름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과거 개발시대의 성과주의가 웰빙시대의 과정주의로 변화한 요인을 꼽는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의사면허 혹은 전문의 자격을 따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과정도 중요시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 불이익을 참더라도 내가 가야할 길만 가면 된다는 의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타인과 비교하며 고민하는 시대가 왔다"며 "최근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핵가족화에 따른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환경에 있다. 과거 자녀 교육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태어날때부터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자녀를 보살피는 것에 익숙해 졌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현재 의대에 입학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부모 세대는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 계층이 많다"며 "또한 대부분 자녀를 한명, 혹은 두명을 키우기 때문에 그만큼 교육에 애착을 쏟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애정으로 키운 자녀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며 "자녀 입장에서도 학교와 부모로부터 사랑만 받다가 갑자기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질 경우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러한 시대흐름을 인정하되 가족협의회 등이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성훈 교수는 "결국 가족협의회의 탄생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건전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자식 앞길 막는 건 못본다" 팔 걷고나선 부모들 2013-05-20 12:00:19
어려서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던 A씨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의사를 꿈꿨다. 부모의 꿈도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 의대를 졸업하고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하면서 그의 꿈은 완성돼 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체력이 유난히 약했던 그는 빠듯한 수련일정을 따라가는데 한계를 느꼈다. 결국 몇 달 전 어느날 그는 심각한 과로증상으로 수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체력의 한계를 느낀 그는 휴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휴가는 단 하루. 하루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이미 한계에 부딪힌 체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일주일 만에 다시 휴가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전공의들도 힘든데 왜 너만 따라오지 못하냐는 핀잔만 들어야 했다. 이 때부터 그의 생활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실수하지 않던 부분에서 자꾸 실수가 나왔고 당직 근무중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휴가계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를 보는 의국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의 이러한 모습에 동료들도 하나둘씩 수근대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는 의국에서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그는 결국 병가계를 제출하기로 마음 먹었다. 더이상 의국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 병가계는 병원에 제출되지 못했다. 직속 선배 전공의가 무슨 병가냐며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두번의 시도도 결국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병가계를 제출하려 했을 때는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를 얼굴에 집어던졌다. 병가를 쓸꺼면 차라리 병원을 나가라는 욕설과 함께. 참다 못한 그는 결국 병원을 대상으로 사실상 법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에 그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의 부모가 나섰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봉기…"불이익 참지 않겠다" 병가계를 찢은 종이로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A씨의 모친은 분노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병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응방법을 고민하던 중 그는 이러한 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의대생 ·전공의 가족협의회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 아들보다 더한 사례들도 많더라고요. 도대체 전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왜 바뀌지 않나 생각했어요. 결국 전공의들 힘으로는 이를 바꾸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개별적인 소송보다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공론화가 쉽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전공의 가족협의회를 통해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며 대응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A씨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녀를 대신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뭉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A씨와 같이 불합리한 수련환경에 고통받는 부모들은 전공의가족협의회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3월 개설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이미 130명이 넘는 부모들이 모였고 각자의 상황을 전달하며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단순히 그들끼리 의견을 개진하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같은 세를 바탕으로 정부와 대화의 통로도 열었다. 지난달에는 보건복지부 고득영 의료자원과장과 면담했고, 최근에는 노환규 의사협회장과도 의견을 개진했다. 협의회는 여기서 나아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을 성사시켜 수련환경 개선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부실의대 문제도 깊숙히 개입…정책 개선 도모 이같은 움직임이 비단 전공의들에게 국한된 내용은 아니다. 최근 서남의대 사태를 기점으로 학부모들의 모임이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다. 최근 부실의대 논란에 휩쌓인 관동의대 학부모 모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관동의대가 부속병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정원이 감축되고 의대 인증평가에서도 인증 유예 판정을 받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 교과부가 서남의대 폐교를 결정하고 관동의대 문제에 칼을 빼들자 이를 기점으로 회원수도 500명을 넘어섰다. 관동의대 전체 학생수가 300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다수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틀을 바탕으로 협의회는 18일 전체 가족모임을 열고 관동의대 폐교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재단을 압박하기로 했다. 관동의대의 부실교육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를 모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명지학원은 물론, 교육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재단을 비롯해 학교와 수차례 대화를 시도한 결과 관동의대를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대안없이 학교를 끌고 가느니 폐교를 하는 것도 답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관동의대 학부모들의 움직임은 서남의대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서남대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부실 실습교육을 문제 삼아 재학생과 졸업생의 학점, 학위 취소를 명령하자 서남의대 학부모들은 격하게 반발하며 모임을 만들었다. 이후 그들은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결의문을 발표하고 교육부에 항의 방문을 하며 폐교를 주창했고 결국 서남의대는 폐교가 결정됐다. 사실상 최초의 학부모 모임이 뜻한 바를 이뤄내면서 다른 모임이 활성화되는 동기가 부여된 것이다. 전공의가족협의회 관계자는 "학생과 전공의들은 조직에 포함된 당사자인데다 물리적, 시간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들만이 불합리한 환경을 바꿀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돈줄 움켜진 공단은 수퍼갑 "주는대로 받아라!" 2013-05-20 07:00:35
2008년 10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2009년도 수가 인상 요인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이같은 수가협상 지침을 공단 수가협상팀에 전달했다. 수가를 동결하거나 인하하라는 의미다. 이 같은 방침은 공단의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 당 단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다음 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009년 재정운영위 소위는 환산지수 연구 결과대로 2010년 의원, 병원, 약국, 한방, 치과 수가를 2~3% 인하하라고 공단에 요구했다. 그러나 공단 재정운영위는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래 단 한번도 왜 수가를 인하해야 하는지 근거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 보험료로 적정 환산지수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로 일관하면서 수가를 올리면 물가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매년 평균 2%대 수가 인상을 승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과거 공단 재정운영위 소위에 참여했던 모 인사는 "나도 어떤 근거로 수가 협상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그냥 내키는대로' 수가 인상폭을 정한 것이다. 무대뽀 수가협상은 공급자단체인 의협, 병협, 한의협, 치협, 약사회도 마찬가지다. 경영 악화, 저수가 등으로 10% 이상 수가 인상 요인이 있으며,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장외투쟁에 나설 것처럼 공언해 왔지만 막상 협상장에 들어서면 '순한 양'으로 돌변했다. 3%도 안되는 공단 협상안에 도장을 찍고서는 다른 단체들보다 0.1% 더 높게 받은 게 대단한 성과인 양 포장하기 바빴다. 의사들은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다보니 수가협상에 기대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 의약계 역시 매년 수천만원짜리 연구용역 보고서를 들이대며 수가협상안을 제시하지만 '제 입맛'에 맞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공단 협상용이라기보다 '면피용'이라는 의미다. 모 의약계 단체는 수가를 10% 인상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공단에 들이밀었다가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몇일 뒤 7%로 낮춰서 가져오기도 했다. 돈 줄을 쥐고 있는 공단도, 더 많은 돈보따리를 따내야 하는 의약계도 게임의 룰도 없이 '그냥 내키는대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공급자단체들은 수가협상에 들어가기 직전 공단 재정운영위를 향해 매년 똑같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내년도 평균 수가인상폭을 공개한 후 협상을 하자는 요구다. 다시 말해 병의원, 약국에 추가로 줄 건강보험 재정이 1조원인지, 아니면 수가를 얼마나 인하할 것인지부터 먼저 밝히라는 주장이다. 그러면 공단 재정운영위는 공급자단체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안을 제시하며 사실상 거부해 왔다. 예들 들면 병원, 약국 등의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지난 7일 공단 재정운영위는 공급자단체 대표들과 만나 "가입자의 유일한 카드인 수가인상폭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총액계약제 도입 등 제도 개선에 대해 함께 생각한다면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반격했다. 공단은 공급자단체들과 개별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내년도 평균 수가인상률에 대해 우선 협상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총액계약제 도입과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카드를 꺼내 이런 요구를 번번이 묵살시켜 왔다. 공단 재정운영위 입장에서 보면 '그냥 내키는대로' 수가 조정안을 마련했다고 자인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런 카드로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공단의 협상 전략은 공급자단체를 분열시키고, 수가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내년도 평균 수가인상률을 모르는 상태에서 협상을 하다보니 공급자단체들은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다른 단체보다 0.1%라도 더 받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었다. 의료계 한 인사는 "공단의 협상 전략에 공급자단체들이 놀아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늘려야 제 몫이 커지지만 서로 자기 것만 챙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의원, 병원, 한방, 치과, 약국 유형별 수가인상 근거는 무엇일까? 2013년도 수가인상률을 보면 병원이 2.2%, 의원이 2.4%, 치과가 2.7%, 한방이 2.7%, 약국이 2.9%지만 왜 이런 인상률 차이가 발생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공단과 의약계단체가 유형별 수가협상을 왜 하는지조차 망각한 채 '그냥' 밀고 당기다가 적당한 선에서 도장을 찍어왔다는 이야기다. 2007년 이전 단일수가가 적용될 당시 2008년 수가인상률이 2%였다고 치자. 하지만 실제 재정 증가분을 보면 병원이 5%, 의원이 3%로 차이가 발생한다. 병원에 실제 재정이 더 투입되다보니 수입 불균형이 발생했고, 수가를 몇푼 올려봐야 부익부 빈익빈현상만 초래했다. 그러자 공단과 의약계는 유형별 수가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각 유형별 행위료 증감 폭을 수가에 반영해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협상 결과는 딴판이었다. 2007년도 대비 2008년도 각 유형별 행위료 증감을 보면 병원이 12.8%, 의원이 1.8%, 약국이 1.7%, 한방이 1.6%, 치과가 0.32% 순이었다. 그렇다면 2009년도 유형별 수가인상률은 이를 반영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2009년도 각 유형별 수가인상률을 보면 재정증가율 4위인 한방이 3.7%로 가장 높고, 정착 수입이 가장 적게 증가한 치과는 3.5% 인상에 그치며 한방에 밀렸다. 2010년 역시 행위료 증감이 2.48% 증가해 5개 유형중 꼴치였던 약국은 수가인상률이 가장 높아야 하지만 3위인 1.9%에 그쳤다. 2011년 대비 2012년 행위료 재정 투입분을 보면 1위가 병원(10.9%), 2위가 한방(7.3%), 3위가 의원(5.4%), 4위가 약국(4.6%), 5위가 치과(4.3%)였다. 반면 2013년도 수가인상률을 보면 1등을 해야 할 치과는 2.7%로 2위로 밀렸고, 2등을 해야 할 약국이 2.9%로 1위로 올라섰다. 의원 역시 한방 2.7%보다 높은 수가를 받아야 하지만 2.2%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의료기관 입장에서 2.2%든 2.9%든 저수가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런 상황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수퍼 갑'인 공단에 잘 보여야 그나마 다른 단체보다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급자단체들이 힘을 합쳐 공단을 향해 더 많은 재정 보따리를 풀라고 요구하지 못하고, 돈 보따리에 얼마가 들었는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알아서 뜯어먹으라고 강요하는 공단. 그야말로 야생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은 "공단과 의약계는 근거와 룰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게 없었다"면서 "그러니 공단 재정운영위가 마음 먹은대로 협상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20~5.22 기간 중 '수가협상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하의 3편의 기획 기사에서, 건강보험공단의 협상 근거자료 미공개, 근거 없는 협상 가이드라인, '13년 수가인상률 순위 오류, 의협과 협상에서 부대조건으로 총액계약제, 성분명 처방 시행 강요, 건정심에서 공단과 수가협상이 결렬된 단체에 대해서 항상 페널티 적용 및 공단의 행태를 남양유업보다 더한 갑을 관계에 비유한 내용 등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 보도는 수가협상의 당사자인 공급자단체 측의 표현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정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본보는 건강보험공단 측으로부터 다음 사항을 확인하였기에 아래와 같이 정정보도합니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매년 수가협상은 외부 수가전문가의 연구용역 결과와 재정상황, 급여비 변화 및 보장성 확대 등을 고려하여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단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협상이 끝난 후 연구결과를 공급자 측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가협상 결렬 단체의 경우도 총 9회 중 단 1회만 페널티를 적용해 공단 결렬수치보다 낮게 건정심에서 결정했고 오히려 높은 수치를 받은 사례가 다수였던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한편, 공단은 "부대합의는 기본조정률 이외 상호 공감대 하에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사항일 뿐이라며 공단이 '총액계약제'나 '성분명처방' 시행을 수가인상률과 결부하여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심평원, 약발 없는 약 강요…의사도, 환자도 분통 2013-04-24 06:44:00
만성 B형간염보유자 A씨는 '제픽스(라미부딘)' 내성이 있어 '바라크루드(엔테카비르) 1mg' 단독요법 치료를 받고 있다. 제픽스 내성에 같은 뉴클레오사이드 계열 바라크루드를 쓰는 것은 내성 등의 문제로 전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나 지금은 쓰지 않는 추세지만 A씨는 어쩔 수 없었다. 경제적 여건상 한달에 20만~30만원하는 병용요법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이러스 역가를 낮은 쪽에서 유지할 수 있는 단독요법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이에 A씨 담당 B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수년전부터 국내 출시를 학수고대하던 B형간염신약 '비리어드(테노포비어)'가 지난해 12월 급여 출시됐기 때문이다. B병원 교수는 당장 A씨에게 '비리어드' 단독요법 처방을 내렸고 3개월 후 A씨는 DNA가 음전화됐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 환자에 대한 '비리어드' 처방에 대해 삭감 조치를 취했다. B병원 교수는 "심평원이 환자 DNA가 음전됐는데도 이걸 보지도 않고 삭감 통보를 내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비리어드 출시 후 삭감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삭감사례가 많아지고 장기화될수록 자신에게 좋은 결과를 보이는 약을 복용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A씨는 "B형간염환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 우리에겐 한달에 20만~30만원을 내고 병용요법을 받을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병용을 종용한다. 비리어드로 바꾸고 한달에 7만~8만원의 약값으로 증상이 호전됐는데도 말이다. 안 듣는 약을 다시 복용하라는 소리와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최신지견을 인정하지 않는 심평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상황은 기존 약제를 비리어드 단독으로 바꾸면 대부분 삭감이다. 인정받으려면 이의신청을 내서 케이스 별로 설득시켜야 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양쪽 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처방낼 때 불안하다. 삭감 자주 당하는 의사를 어느 병원에서 좋아겠느냐. 최신지견에 맞는 진료를 하려고 해도 삭감이 신경 쓰인다. 기본적인 의학적 양심조차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 방법은 없는 걸까.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명확한 기준 제시'만이 현장에서의 혼란을 줄 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떤 경우에 기존 약을 비리어드로 교체할 수 있는가 내성이 많은 제픽스 단독 복용 환자라도 잘 들으면 그대로 간다. 환자마다 맞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성이 생기거나 부분 반응이 보이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으로 바꾸는게 맞다. 약 바꾸는 기준은 크게 3가지다. ▲내성이 있거나 ▲B형간염 바이러스가 계속 검출되거나 ▲잘 듣고 있지만 병용을 하는 경우 등이다. 병용은 잠재적 부작용 위험도 높고 경제 부담도 높기 때문이다. 비리어드 출시 후 소화기내과 교수들이 이런 경우에 기존 약을 비리어드로 바꾸고 있다. 심평원은 비리어드 처방 변경을 다약제 내성 위험 증가로 본다 이해한다. 하지만 발생하지 않을 걱정이다. 다약제 내성이라고 하더라도 환자들이 아주 높은 역가의 바이러스 혈청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의사들이 어떻게든 환자 상태 안정화를 위해 여러가지 병용을 썼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역가의 바이러스 혈청을 가진 환자는 병용이 맞다고 보지만, 아니라면 비리어드 단독으로도 충분하다. 바이러스 혈청 10에 6승이 그 기준이 될 것이다. 병용을 해야한다면 10에 6승 이하는 단독으로 가고 아니면 병용으로 가면 된다. 이렇게 제한을 걸어야 한다. 기존 병용을 비리어드 단독으로 바꾸는데 확신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단독으로 가도 되냐는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은 케이스를 접했고 실제로 써보니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비리어드 단독이 설사 반응이 늦어도 임상적 내성은 전세계 한 명도 없다. 같은 뉴클레오타이드 계열 헵세라 내성에도 비리어드 단독을 써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약이 좋다. 환자들이 약을 복용할 때 경제적 부담을 많이 호소하나 당연하다. 대부분 B형간염 환자들은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 병용보다는 당연히 단독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전에는 비리어드 같은 약이 없었다. 의사들이 비리어드 출시 후 기존 약을 비리어드로 바꾸는 이유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리어드 처방시 삭감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심평원과 간학회가 이 부분을 하루 빨리 조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방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수다.
대학 교수들 무더기 삭감 날벼락 "양심 버리라는건가" 2013-04-23 07:10:56
유명 A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요즘 혼란스럽다. 자신이 처방한 B형간염약이 무더기 삭감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존 약을 바꾼 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억울했다. 최신지견 등을 바탕으로 소신 처방을 했고 결과 또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실제 약 처방 3개월 후 내원한 만성 B형간염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이 호전됐다. 350명이 넘는 삭감 환자 중 90%는 DNA 음전, 나머지 10%는 바이러스 역가가 줄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더기 삭감이었다. 삭감률은 무려 50%에 육박했다. 지난해 12월 B형간염신약 '비리어드(테노포비어)'가 급여 출시된 후 주요 유명 대학병원에서 삭감 태풍이 불고 있다. 소화기내과 교수들이 기존 약에 내성을 보이거나 효과가 충분치 않은 환자에게 '비리어드'로 처방을 바꾸면서부터 생겨난 일이다. "제 판단에는 '비리어드' 처방이 맞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속 삭감당하면 최악의 경우 병원에서 약 코드를 뺄 수도 있다. 병원은 물론 심지어 동료 눈치까지 보고 있다." (A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그렇다면 기존 약을 어떤 상황에서 '비리어드'로 바꿨을 때 문제가 되는걸까. 대표적 삭감 사례를 알아보니 기존의 병용요법을 '비리어드' 단독으로 바꾼 경우였다. '제픽스(라미부딘)'+'헵세라(아데포비어)' suboptimal 환자에게 '비리어드' 단독으로 스위치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유명 B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리어드 출시는 기존 병용요법을 하나의 약제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벌써부터 그렇게 쓰고 있다. 일례로 제픽스+헵세라 suboptimal 환자를 비리어드로 바꿔주니 대부분 DNA가 음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은 기존 병용요법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았던 환자를 비리어드로 바꿔도 된다는 소리다. 두 알 먹던 것을 하나 먹으니 약값도 저렴해진다. 하지만 좋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삭감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주장처럼 심평원은 기존 병용요법을 단독으로 전환했을 때 대부분 삭감하고 있다. 다약제 내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심평원 심사위원인 유명 C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심평원도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 다약제 내성에 크게 데인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과감히 비리어드 사용 폭을 늘려줄 것인가 아니면 좀 더 국내 데이터가 쌓인 다음에 할 것인가를 놓고 꾸준히 논의 중이다. 4월 말 간학회와 심평원이 다시 한 번 자리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교수들은 이같은 심평원의 느림보 행보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벌써 약이 나온지 6개월이 다 됐는데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삭감 잣대로 도무지 어떻게 처방해야할 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교수는 "삭감 이유는 다른 처방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환자에 따라 최적의 진료를 한다. 그런데 다른 처방을 내라니 혼란스럽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제약사와의 유착관계는 절대 없다. 단지 더 좋을 약을 쓸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적정진료팀이 삭감 대응을 안이하게 한 측면도 있지만 무더기 삭감은 처방 기준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의사가 삭감 안 당하는 약을 기준으로 처방할 수는 없다. 이는 의학적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A병원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병원에서 삭감을 우려한 나머지 약 코드를 빼는 등 최악의 조치까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간학회와 심평원이 급여 기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알지만 벌써 약이 나온지 6개월이 됐다. 시간을 끌수록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병원도 삭감 당하는 약과 의사를 오래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병원 통렬한 혁신 시급…노조도 반성 필요" 2013-04-10 06:45:40
'공공병원은 무조건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경쟁력이 없는 지방의료원은 문을 닫는 게 맞다' 이들 주장 중 어떤 게 맞는 것일까.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저수가 체계에서 정부의 지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경쟁력이 없는 지방의료원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공공의료가 경영 효율화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공공병원일수록 철저하게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진석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요즘 공공병원을 두고 두가지 시각이 있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원해야한다는 주장과 공공병원이라도 민간병원 못지 않는 자생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나. A: 사실 둘다 맞다. 일단 공공병원은 구조적으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의료원 진료비는 동일 규모의 민간병원의 80% 수준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는 50%에 불과하다. 민간병원은 저수가 환경을 비급여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공공병원은 적자가 당연하다. 이를 '건강한 적자'라고 한다. 소신진료를 함에 따라 발생한 적자는 정부에서도 인정해야 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Q: 그럼, 지방의료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A: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해당 의료원이 경영효율화가 돼 있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게 아닌가. 그런 만큼 더욱 철저하게 경영효율화해서 가능한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맞다. Q: 그럼 지방의료원의 내부혁신에는 어떤 것인 있겠나. A: '건강한 적자'는 인정하지만, 임상진료의 질을 높이는 노력은 기본 중 기본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이 동일 규모의 민간병원보다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다. 이는 지방의료원이 임상의료 질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방의료원 스스로 바꾸고 개혁해야할 부분이 많다. Q: 임상의료 질 강화 이외 지방의료원이 바꿔야할 부분이라면 어떤 게 있나. A: 의료원 직원들 스스로 변화해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노조도 반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의 모습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개인의 생존권만 챙기는 게 아니라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으로서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특히 진주의료원은 이를 내부혁신의 뼈아픈 계기로 삼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Q: 공공병원의 역할을 찾는다는 게 다소 막연하게 느껴진다. 어떤 게 공공병원인가. A: 글쎄 적어도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공공병원이 돼야 한다. 진주의료원을 봐라. 의료원 문을 닫겠다고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일부만 반대할 뿐 지역 주민들은 관심도 없다. 일부는 오히려 이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 들어설 것을 기대한다고 하더라.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진주의료원이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상당수 지방의료원이 지역사회에서 지지를 받거나 인정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저소득층 환자가 가는 낙후된 의료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에 일부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병원이 돼야 한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병원이었다면 경남도는 폐업 조치할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의료원 입장에선 가장 든든한 지지집단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Q: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의료원 구성원들이 고강도 내부 개혁을 전제로 경남도의 폐업 철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경남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 협상 가능성을 예측할 순 없지만 명분을 줘야하기 때문에 기존에 주장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내부 개혁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Q: 이번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자체가 의료원 운영을 맡을 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맡아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대안이 있겠나. A: 맞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지방의료원을 관리, 감독할 만한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해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다른 대안으로는 권역별로 국립대병원이 지방의료원을 맡는 방식이 있다. 이 방안은 일단 지방의료원의 의료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의료진 수급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의료진 등 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교육 및 훈련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다만 문제는 국립대병원이 적자가 불보듯 뻔한 지방의료원을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방의료원에 할당된 예산을 국립대병원에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적자가 그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국립대병원에서 번 돈을 의료원에 쏟아붓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인센티브는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산 지원 이외에도 국립대병원에 제도적, 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끗발없는 바지원장…공공병원은 시장 생색용" 2013-04-09 06:40:28
A지방의료원 김성민 진료과장(가명)은 레지던트를 마치고 개인병원에서 봉직의로 1년간 근무하다가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10년째, 그는 스스로 정체된 느낌에 한숨이 나온다. 그가 처음 지방의료원에 온 것은 저소득층 환자에게 소진진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의사로서 공공의료에 한몫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하지만 그는 요즘 헷갈린다. 이제 와서 다른 병원에서 적응하기 귀찮고 민간병원보다 비교적 여유롭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방의료원은 왜 존재하는가?" 환자대기실에서 지켜본 김성민 과장은 환자 한명 당 10분 가깝게 진료하는 열성적인 의사였다. 환자와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며 진료하는 목소리가 연신 새어나왔다. 그런 그가 현재 지방의료원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니 더욱 궁금해졌다. 경남의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일단 자신은 다른 시각에서 얘기하고 싶다며 자조적인 어투로 평소 생각했던 것을 토해내듯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를 실현한다는 이유로 변화를 게을리 했다. 하지만 이제 저소득층의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존재 이유가 불분명해졌음을 느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의료원을 잘 운영할 수도 없고, 환자가 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지방의료원은 몰라도 자신이 근무하는 의료원은 정체돼 있어 당장 개혁하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의료진은 물론 직원들이 안일한 태도로 근무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의 말인즉슨 지방의료원의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 등 모든 것을 떠나서 존재 이유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시립도서관, 시립예술회관, 공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반기지만 지방의료원은 왜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할까. 극단적으로 인근 주민 상당수가 지방의료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것이 지방의료원의 현주소다." 그는 지방의료원에 대해 지역주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의 책임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지방의료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태한 것은 그에 따른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환자가 민원을 제기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한번 불쾌하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공공병원, 주인은 누구인가?" 자조적인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이번에는 지방의료원이 왜 이렇게 됐는지, 자신의 열정이 왜 점차 식게 됐는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의료원의 주인이 의료원장도 직원도 아닌 도지사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자괴감을 맛봤다. 구조적으로 도지사가 바뀌면 그에 따라 의료원장이 바뀐다. 의료원장 임기는 3년에서 길어야 5년 정도. 도지사와 정치적인 노선을 달리하거나 구미에 맞지 않으면 의료원장이 될 수 없다. "의료원장의 권위가 바로 설 수 있는 구조가 못된다. 직원들 대부분 도지사가 실세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도지사가 바뀌면 그에 따라 의료원 공공의료 사업도 달라진다. 진주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도지사였다면 폐업조치하지 않았을 거다." 김 과장을 더욱 씁쓸하게 하는 것은 의료원 공공의료사업이 도지사에 따라 정치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이었다. 그는 지자체에서 이라크 전쟁 당시 의료지원 사업을 추진해 참여했지만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었음을 느꼈다. 지자체는 진료보다는 사진 찍는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로 공공의료 사업에 대해 회의적이 됐다. 게다가 잠시 스쳐가는 의료원장에 비해 고용을 보장받은 직원들은 의료원장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도 그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는 "적어도 도지사의 말 한마디에 지방의료원의 존폐가 결정되고 공공의료가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이는 일단 의료원이 공공의료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지 못하고, 조직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지방의료원은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이를 없애는 것 보다는 공공병원으로서의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찾아주는 게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모 지방의료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모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시청에서 왜 의료원에 매년 수십억원을 지원하는지 아느냐"면서 "이는 의료원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퇴직 공무원들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장은 바지에 불과하고 실제 병원을 이끌어 가는 것은 시청과 결탁한 퇴직 공무원들"이라면서 "이러니 병원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과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파격적인 개혁 없이 과거처럼 운영해서는 가능성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개선의 여지를 찾아야지 폐업시켜 아예 가능성조차 잘라버리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에서 공공병원에 투입될 예산을 민간병원에 투자하면 그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일부 공감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민간병원에서 할 수 있는 공공의료는 한계가 있다. 공공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 부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매년 백억 적자 내면서 민간병원이 할 수 있나요?" 2013-04-08 07:00:06
"텔레비 속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어…"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춤을 추다가…" 지난 5일 서울시립어린이병원 6층에선 연신 피아노 연주에 맞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시어린이병원학교와 발달장애 치료센터에서 장애아를 위한 치료가 한창이었다. 61병동 입원실에서도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여느 병원의 입원실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특히 이 병원이 다른 의료기관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소아 환자들이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점이다. 심각한 질환이나 장애가 있어 시설에서 지내기 힘든 아이들을 치료한다. "존재 자체가 공공적…대학병원에서도 환자 전원" 얼마 전 봉천동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들어왔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몇번 째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시설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아기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대학병원에서 전원시킨 중증 어린이 환자가 중환자실 병동에 입원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대학병원 측은 이미 치료가 끝났고 언제 증상이 호전될지 알 수 없는 환자를 입원실에 둘 수 없다며 전원을 요청해왔다. 이제는 병실이 부족해 대기를 해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학병원들의 연락이 늘었다. 만약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이 병원이 당장 사라지면 버려진 아이들의 생사는 기로에 놓일 게 뻔했다. 이 병원에선 '공공병원이 민간병원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은 불필요했다. 병원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이 병원의 한 의료진은 "우리 병원을 4차 의료기관이라고 한다. 대학병원에서도 감당안되는 환자를 전원시키니까 4차병원이라 할만 하지 않느냐"라면서 자부심을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전원 온 환자가 입원 중인 병동은 조용했다. 아예 거동하지 못하거나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증 어린이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웃음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들은 간호사, 간병인은 물론 부모를 대신해 줄 보모까지 별도로 두고 있었다. 또한 서울시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외래진료와 입원환자 진료 이외에도 공공의료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소아정신의학과 서동수 봉직의는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중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ADHD교육 프로그램을 맡아왔다고 했다. ADHD치료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을 때라 꺼리는 학교도 상당수 있어 힘들었지만 꾸준히 사업을 이어온 것. 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지면서 ADHD프로그램 대신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ABA행동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동수 봉직의는 "민간병원이 ADHD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공공의료 사업을 계속해서 발굴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자폐 등 발달장애가 심각한 아이들은 공격성이 강해 자해는 물론 주변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에 가족 전체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이들을 위한 공공의료의 역할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얼마 전 국회에 상정된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과정에서도 그 필요성을 알리는 데 함께 하는가 하면 이와 관련해 발달장애지원센터 시범운영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모현희 서울시립어린이병원장은 이 모든 게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병원은 매년 1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는 "만약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없었다면 공간, 인건비 부담으로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수익을 위해 입원일수를 최소화 해야 하는 상당수 민간병원에선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로 병원 경영효율화 방안 논의해" 서울시가 연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어린이병원도 나름의 경영효율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소아정신과 외래 수납창구에선 간호사가 분주하게 환자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오전 11시 예약환자가 취소하면서 이후 대기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원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듯 했다. 모현희 병원장은 "의료진들 스스로도 환자를 많이 진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공공의료 사업을 개발, 추진한다"고 했다. 그는 "이는 불필요한 환자에게 과잉진료하라는 얘기와 다르다. 적어도 몰라서 오지 못하는 환자는 없도록 알리고, 환자가 왔을 때 성심껏 진료해 보다 많은 환자가 찾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병원에서 경영효율화를 강조하느냐라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 없이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공공의료라고 경영효율화와 무관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지금도 수시로 병원 경영효율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치료재료, 의료장비 공동구매 등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만도 못한 신세…전임의는 병원 총알받이" 2013-01-09 06:43:53
"전공의들이 노동력 착취 받는다고 하는데 전임의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죠. 병원에서 최고의 '봉'이 전임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서울 모 대학병원 외과 전임의 A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9년 교수의 꿈을 안고 전임의에 지원했다. 의사 국가시험 성적도 인턴, 전공의 수련 평가도 나쁘지 않아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전임의 4년차에 접어든 지금 그는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보고 있다. 열악한 처우와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그를 거의 매일 잠을 설치고 있다. 열악한 처우, 불확실한 미래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A전임의는 8일 "4년차에 접어들면서 과연 내가 전임의를 선택한 것이 옳았는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면서 "무엇을 위해 3년을 참았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무엇이 A씨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그는 우선 처우 문제를 꼽았다. 전공의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상대적인 상실감을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A씨는 "마흔이 가까운 전문의가 한달에 집에 가져가는 돈이 월 300만원이 안된다면 믿겠느냐"면서 "이제는 아내와 자식들 보기가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일부 병원을 보니 전공의 연봉도 5천만원이 넘더라"며 "전문의를 따고서 전공의보다 연봉이 적으니 상실감이 없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복리후생이 좋은 것도 아니다. 휴가는 물론 월차를 사용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전임의 2년차 B씨는 "병원에 들어온 뒤 여름휴가 3일 갔던 것이 전부"라며 "휴가는 커녕 오후 10시 전에 퇴근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고 전했다. 최근 실시된 응당법(응급실 전문의 당직 의무화)도 전임의들에게 큰 부담이다. B씨는 "가뜩이나 당직이 많았는데 이제는 365일 붙박이로 이름이 붙어있다"면서 "마치 총알받이로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고통은 이러한 처우 문제가 아니다. 목표가 흔들린다는 게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교수 채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과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A씨는 "아무리 육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무엇인가 보장된다면 견딜 수 있다"면서 "전공의 때야 전문의 따면 해방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지금은 내가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마흔이 다 된 나이인데다 이미 4년이나 병원에 있었으니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라며 "돌아갈 길이 막혔으니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지만 석사가 계약직을 하고 있냐는 비아냥을 들을 때는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전임의가 수련제도 기형 유발…트랙 마련 시급" 이로 인해 이들은 전임의 제도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올바른 수련제도, 나아가 의학교육제도를 만들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임의가 레지던트 일을 도맡아 하고, 레지던트는 인턴 일을 하게 되는 이러한 구조의 시발점인 전임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씨는 "따지고 보면 전임의 제도가 파행적으로 흘러가면서 수련제도 전체가 뒤틀리고 있는 것"이라며 "전임의 제도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수련제도 개선은 헛손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임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정예 인원을 선발해 전문의에 걸맞는 근로환경을 제공하고 체계화된 수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전임의는 교수의 책임과 전공의의 의무를 지닌 값싼 노동자일 뿐"이라며 "그러니 이들이 교수가 되면 다시 전임의를 쥐어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임의 정원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선발시험을 강화해 정예 인력을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적 테두리가 필요하다"면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전문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이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련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수련을 개원 트랙과 교수 트랙, 연구 트랙 등으로 나눠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한의학회 김성훈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인력 대다수가 전문의를 따고 또 그 대다수가 전임의를 밟는 소모적인 수련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면서 "1차 진료를 세부 전문의, 의학 박사가 맡을 필요는 없다"고 환기 시켰다. 그는 이어 "개원을 원하는 사람과 교수를 하고 싶은 의사의 수련과정은 분명 달라야 한다"며 "의학회도 이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수련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의 따도 내시경 장님…4년간 잡일만 시키더라" 2013-01-08 07:00:39
"전공의가 내시경을 잡아볼 수나 있나요. 결국 개원을 하건 봉직의를 하건 전임의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단 얘기죠." A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전임의의 말이다. 그는 전문의를 취득하고 봉직의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됐다. 대다수 병원들이 대장내시경을 하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5년차 자처…"치프 돼도 수술방 구경꾼" 전임의 정원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수련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전임의들이 레지던트 5년차로 불리며 전공의 업무를 도맡으면서 수련과정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 이 전임의는 7일 "전임의 숫자가 전공의와 맞먹다 보니 레지던트 고년차가 해야할 일을 전임의가 맡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수 입장에서도 전문의와 손발을 맞추는 것이 편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그는 이어 "치프(레지던트 4년차)가 돼도 수술방에서 참관만 하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간단한 수술도 제1 조수는 커녕 제2 조수까지 모두 전임의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전공의들이 받아야할 수련을 전임의들이 침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행 수련으로 인해 대다수 전문의들이 전임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4년간의 전공의 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술기를 전임의가 돼서야 배울 수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전임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임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이러한 악순환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전임의를 수년간 계속하는 전문의들이 늘어나면서 전임의가 돼도 필요한 술기를 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B대학병원 전임의는 "우리 병원만 해도 전임의 4년차가 2명이나 있다"며 "솔직히 이 정도면 사실상 교수인력이라도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수술 조수를 도맡다 보니 전공의는 고사하고 전임의인 나조차 수술방에 들어갈 기회가 줄어든다"면서 "이러다가는 언제 세부수련 과정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임의 증가가 파행 수련을 불러오고, 나아가 수련기간까지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수련방식 주먹구구…전임의 하고도 인증의 기웃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임의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보다 전문화된 세부전문의 인력을 양성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값싼 전문의 인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B대병원 전임의는 "처음 6개월간은 내가 왜 전임의로 들어왔나 끝없이 의구심이 들었다"며 "교수도 아니고 전공의도 아닌 애매한 선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임의에 대한 체계적인 수련과정이 없다보니 시키는 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간다"며 "전공의를 관리하면서 전공의 노릇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부전문의 제도를 운영중인 학회들은 수련과정에 대한 권고안을 내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병원과 해당 과장이 전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 과정은 그나마 의무화된 수련 프로그램이 있고 병원 신임 평가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진행되지만 전임의는 수련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일부 전임의들은 수련과정 중에도 다른 전문과목 학회에 참석하거나 개원가에서 진행하는 인증의 프로그램까지 참여하며 곁눈질로 술기를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C대병원 전임의는 "내과 진료를 위해서는 초음파가 필수적이지만 전공의 과정은 물론, 전임의가 돼서도 배운 것이 별로 없다"면서 "결국 개원의 학회에 참석해 알음알음 초음파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대 동기들과 만나봐도 대부분이 위장 내시경, 초음파, 대장 내시경 등을 전임의가 되서야 겨우 만져보는 상황이더라"고 환기시켰다. "뒷짐진 학회·병협…역할 정립이라도 해달라" 이에 따라 상당수 전임의들은 의학회와 병원협회가 나서 수련교육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의를 따고서도 진로를 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상황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대병원 전임의는 "지금 수련제도를 보면 전공의 4년 동안 잡일만 시키고서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배우러 온 전임의들을 또 다시 부려먹는 구조 아니냐"며 "결국 7~8년을 병원에 봉사해야 그나마 먹고 살 길이 열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려먹을 때 부려먹더라도 최소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르쳐 줄 것은 가르쳐 주면서 착취해야 할 것 아니냐"며 "학회와 병협이 나서 체계화된 수련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임의들은 인턴 폐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턴을 폐지해 봐야 수련기간이 단축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A대병원 전임의는 "레지던트 4년을 거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전임의로 몰려드는데 인턴을 폐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아마도 인턴을 폐지하면 전임의 과정이 1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인턴을 폐지하고 수련기간을 단축하고자 한다면 인턴에서 전임의로 이어지는 수련프로그램을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연차별 목표를 정해 체계화된 수련과정을 만들지 않으면 인턴 폐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밝혔다.
갈곳 없는 신규 전문의…전임의 폭증세, 무급도 부활 2013-01-07 06:35:00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개원경기가 얼어붙고 취업시장이 주춤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전문의들이 대학병원에 몰려들고 있다. 특히 이에 맞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대학병원들이 전임의 정원을 크게 늘리면서 신규 전문의의 절반 이상을 흡수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전임의 정원 급증세…빅5 정원만 1000명 넘어 서울의 A병원은 최근 채용 공고를 통해 2013년도 전임의 280여명을 모집했다. 이 병원은 당초 250여명을 모집할 계획에 있었지만 지원자가 몰리자 30명 가량 정원을 늘려 채용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 병원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B병원도 지원자가 정원을 훌쩍 넘기자 인원을 늘려 채용했다. B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6일 "예상보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당황했다"면서 "일부 지원자는 유명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개원을 했다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전임의 정원을 계속해서 늘려가는 추세다. 굳이 지원자를 돌려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원을 정해놓는 곳은 나은 편이다. 일부 병원들은 00명으로 정원을 책정하고 지원자를 사실상 모두 수용하며 인원을 늘려간다. C병원 전임의 모집 경향을 보면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07년에는 정원이 230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274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300명을 넘겼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마찬가지다. B병원이 올해 250여명을 모집한 것을 비롯, D병원이 240명을 모집하는 등 대다수가 200명이 넘는 전임의를 채용했다. 흔히 말하는 빅5병원의 전임의 정원만 해도 1000명이 넘는 셈이다. 지방 대학병원들도 규모는 작지만 정원을 늘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의 E대학병원은 2011년 32명의 전임의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50명 규모로 정원을 늘렸다. 한해 전문의 배출 인력이 3천명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국 대학병원들이 이중 절반을 전임의로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저수가 체제 버팀목…무급 전임의도 부활 이처럼 전임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의료계를 둘러싼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개원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또한 봉직의 시장 또한 공급이 몰리면서 연봉이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0년 병원경영통계집에 따르면 전국의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92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전문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6백만원이었다는 점에서 2천만원 가까이 연봉이 하락했다. 하지만 봉직 시장에 의사들이 몰리면서 경력자 중심으로 채용이 이뤄지다보니 새내기 전문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전임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B병원 전임의 2년차는 "지난해 마땅한 취업자리를 구하지 못해 병원에 들어왔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딱히 교수를 할 생각은 없지만 방법이 없으니 이 자리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대학병원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나쁘지 않다. 교수 인력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로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 김성훈 부회장은 "수가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대학병원들이 전공의와 전임의를 통해 병원을 운영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전임의들 또한 값싼 전문인력으로 악용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속칭 무급 전임의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병원 공식 채용이 아닌 교실이나 연구단 소속으로 전임의를 채용하는 방식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A대병원은 지난 2007년 44명의 무급 전임의를 뽑은 이래 2008년 61명, 2009년 79명으로 늘려가다 2010년 65명, 2011년 67명으로 증가세가 꺾였지만 올해는 90명 가량을 모집했다. 지방의 F대학병원도 지난해 29명이었던 전임의 정원을 올해 28명으로 한명 줄였지만 그대신 무급 전임의를 4명 선발했다. 하지만 이렇게 선발된 전임의는 4대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타 신분 증명에도 한계가 있다. 병원 소속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무적'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C대병원 전임의는 "무급 전임의는 대부분 '스펙'을 채우러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00교수님 제자라는 타이틀이나 00병원 출신이라는 간판이 필요한 경우"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병원 입장에서도 간판을 주는 대신 1~2년 동안 사실상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결국 아이러니하게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는 셈"이라고 환기시켰다.
"더러워서 개원 못해 먹겠다 싶을 때 중요한 것은…" 2013-01-07 06:34:16
내년 5월, 군복무를 마치면 바로 개원할 계획인 이영훈(가명·34) 공보의. 그는 본격적인 개원 준비에 앞서 그의 멘토인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원장을 찾아갔다. 개원을 앞두고 불안해서일까. 레지던트 시절부터 인생 표지판과 같은 역할을 해준 주 원장에게 자문을 구하고 싶었다. 주 원장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두경부 수술 분야에서 명성이 높았던 교수로 3년 전, 하나이비인후과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개원을 앞둔 이 공보의는 얼마 전 대학병원에서 나온 주 원장에게 궁금한 것이 더 많아졌다. 지난 5일 오후, 주 원장을 만난 이씨는 개원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전하며 그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의 멘토인 주 원장은 두어시간 남짓, 긴 대화를 주고받으며 많은 조언과 당부를 남겼다. 다음은 이들의 대화 중 일부를 정리한 내용이다. "환자는 내가 정성을 들인만큼 달라진다" 이영훈 공보의 지금은 공보의로 진료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환자가 없으면 위축되는데 제 이름을 걸고 병원을 하면 부담감이 배가 될 것 같다. 요즘은 환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데 컴플레인도 걱정이다. 주형로 원장 하긴 그렇다. 요즘 개원의들이 진료하다보면 "자존심 상한다"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의사는 정직하게 진료하는데 환자가 "다른 병원은 해주는데 왜 안해주는냐"라면서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수십번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들 한다. 실제로 개원가에서 수술을 안하는 이유가 있다. 사실 혀나 입안에 있는 물혹 제거술은 웬만한 이비인후과 의사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 컴플레인을 거는 환자들에게 한두번 시달리고 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환자들은 대학병원과 달리 개원가에서 더 쉽게 불만을 표출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개원의들은 이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공보의 맞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하나. 주 원장 환자는 내가 정성을 들인 만큼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처음부터 충실하게 설명해주고 친절하게 대한 환자는 컴플레인을 제기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실제로 간혹 병원에 찾아와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사람들은 환자나 보호자가 아니라 친척들이더라. 내가 정성을 다한 환자 당사자나 보호자가 행패를 부리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공보의 혹시 환자를 진료할 때 자신만의 원칙이 있나. 주 원장 글쎄, 난 늘 내가 진료한 환자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리고 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 환자가 왜 나에게 왔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환자는 치료를 원하지만 어떤 환자는 자신의 질병이 불안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까. 간혹 자신이 두경부암 등 무서운 질병이 걸렸을까봐 확인받고 싶어하는 환자도 있다. 한가지 덧붙이면 늘 겸손해야 한다. 한 때는 나 또한 자신감에 넘칠 때가 있었다. 치료하던 환자가 합병증이 발생하는 걸 보면서 왜 저렇게 밖에 못하나 했었다. 하지만 자만감을 갖는 순간 내 환자에게 합병증이 나타났다.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수술환자에게는 휴대폰 번호를 알려줘라" 대화 도중, 주 원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조만간 수술을 받아야하는 환자인데 수술 직후 해외로 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였다. 그는 한참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가 환자라고 밝히기 전까지는 친구와의 전화통화라고 생각할 만큼 친밀함이 느껴졌다. 이 공보의 여전히 환자에게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나. 레지던트 시절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나는 개원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주 원장 수술 환자에게만 알려주는 것이니 괜찮다.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환자가 고생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게 되는 게 싫어서 그럴 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전화가 자주 오는 건 아니다. 극히 드물게 사소한 것으로 전화하는 환자도 있지만 그런 환자가 있다고 다른 환자에게 연락처를 안 줄 수 없다. 이 공보의 하긴, 얼마 전 비중격만곡증 수술을 한 환자가 재채기를 하다가 실리콘이 움직여서 응급실로 간 사례가 있었다. 마침 추석이었는데 그 환자는 내 연락처를 몰라서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아 헤맸다고 하더라. 내 연락처만 알았으면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는 건 쉽지 않더라.(하하) "게을러지면 안된다…꾸준히 배우고 갈고 닦아라" 이 공보의 개인적으로 이왕이면 초음파, CT 등 장비도 갖추고 수술도 하는 이비인후과를 개원하고 싶다. 그런데 개원가에선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수련받을 때에는 코골이, 편도선 수술은 물론이고 두경부 암 환자 수술도 많이 했지만 개원하면 진료영역이 좁아지지 않나. 당장 전신마취 수술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고…한편으로는 그동안 갈고 닦은 것을 썪혀야 하나 씁쓸해진다. 주 원장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물론 대학병원만큼 다양한 수술을 하는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편도선 등 수술은 할 수 있지 않나. 두경부 암 수술 등 큰 수술만 중요한 게 아니다. 환자 입장에선 물혹 제거 수술도 중요하고 긴장되는 수술인 법이다. 이런 것을 성공적으로 잘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요즘은 과거처럼 감기환자만 봐서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하루가 다르게 의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개원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진료 특화가 필요하다. 갑상선, 코골이, 알레르기, 구취 제거 등 특화시킬 만한 분야는 다양하다. 사실 개원하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원해서도 최신 저널을 습득하고 학회도 자주 찾아야 한다. 이 공보의 맞다. 사실 얼마 전 환자가 새로운 인공와우수술에 대해 얘기하는데 순간 할말을 잃었다. 교과서에서 몇년 후에 시도될 수술이 어느새 현실화 돼 있더라. 부끄러웠다. 요즘 환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력이 대단해서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환자 챙기기 전에 자기관리부터 해라" 주 원장 진료를 잘하려면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또한 대학병원에 있을 땐 몰랐는데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전에 술 약속이 있는 날은 부담스럽다. 나는 헬스도 하고 테니스도 시작했다. 가능하면 여가시간에 운동을 해야지, 술 마시고 노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이 공보의 아, 그래야겠네요. 사실 전 술 마시면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게 더 좋지만요.(하하) 주 원장 참, 그리고 개업했다고 병원에서 쌓은 인연이 끝이 아니다. 레지던트때 선배들과의 관계를 계속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원해서도 환자를 전원시켰을 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환자 만족도에 차이를 줄 수 있다. 내가 전원한 환자가 잘 치료받으면 결국 나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는 게 아니겠나.
역사에 묻히는 결핵과…"나에겐 하루하루가 드라마" 2013-01-04 06:50:30
결핵과가 존폐 위기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의학 발전으로 결핵환자가 감소하면서 결핵과 또한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다. 어느 순간부터 호흡기내과가 결핵과를 대신하고, 정부는 결핵과를 호흡기내과로 흡수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핵과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는 서울시립서북병원 서해숙 과장(50·결핵과)을 만났다. "사람들은 요즘도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있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꽤 있어요.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요." 그가 털어놓은 결핵환자의 실상은 최첨단 의료기기가 쏟아지고 신약 연구가 한창인 현재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또 어떤 드라마보다 절절했다. "선생님, 저 이제 괜찮은 거죠? 혹시라도 더 심각해졌을까봐 걱정했어요." "걱정은 왜 했어요. 내가 괜찮을거라고 했잖아요. 약 잘 챙겨먹고…" 환자와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서 과장은 병실을 나서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저 환자 괜찮아 보이죠? 사실 폐가 반밖에 안남았어요. 내성이 심해서 약이 잘 듣질 않아요. 이제 20대 초반인데…그래도 참 밝아서 다행이에요."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 혈당 수치를 확인했더니 너무 높은데요? 당뇨약 좀 처방해 주세요." 회진 중에 복도에서 만난 50대 여성환자는 서 과장을 보자마자 반갑게 말을 건넸다. "저 환자는 매일 울어요. 폐가 반도 안남았죠. 당뇨까지 있어서 걱정이죠. 빨리 치료해주고 싶은데 이미 내성은 생겼고…가슴이 아파요." 환자를 대하는 그는 의사라기 보다는 심리상담사에 가까워보였다. 환자 한명 한명의 가족사는 물론 환자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쓰이는 환자가 있다. 그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서북병원에서 결핵환자 진료를 시작한 지 20여년째. 수많은 환자가 그를 거쳐갔지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여성환자에 대한 기억은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5년전 쯤 병원에 처음 찾아왔던 여자 환자인데 똑소리 났죠. 성격도 적극적이고 5년 내내 병원에 입원해 있다보니 터줏대감 역할을 했어요. 병원에 올 때만 해도 20대 중반에 참 예뻤는데 안타까워요." 그는 그렇게 한참을 그 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미혼인 줄 알았는데 기혼으로 자녀도 있었고, 결핵을 앓으면서 이혼했고, 어린 시절 편부모 슬하에서 자라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등 오래 사귄 친구처럼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5년간 병원에서 얼굴 맞대고 지낸 시간이 있다보니 의사와 환자라기 보다는 자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 환자가 세상을 떠나고 한달간은 가슴 한켠이 시린 게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그는 결핵치료만큼 환자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가끔 해질녁이면 환자들을 모아놓고 음악을 들려주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다른 병원에서 마음 고생한 환자들이 많아요. 격리 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보니까 아프다는 얘기도 제대로 못하죠. 특히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환자들은 상처가 크죠. 어쩌면 이들에게는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3일, 다시 찾아간 서 과장은 다소 들떠 있었다. 얼마 전 23세의 딸과 사위가 생겼기 때문이다. "탈북 여성환자가 있었는데 어느날 청첩장을 주면서 결혼식장에서 엄마 역할을 부탁하더라고요. 혈혈단신 한국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주치의인 저 밖에 없다면서요."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서 과장의 남편은 북한에 있는 그녀의 아빠를 대신해 결혼식장에 함께 걸어들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결혼식 하루 동안 양부모 역할을 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예식 이후에도 환자의 남편이 장모님이라며 새해 인사를 챙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니는 딸 하나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결혼한 딸과 사위까지 생겼다"면서 행복한 얼굴이었다. 그는 또 한가지 기쁜 소식을 전했다. 서울시 예산심사에서 누락될 뻔했던 결핵환자 인문학 강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오는 3월부터 결핵환자를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결핵환자의 60% 이상이 노숙인, 탈북민. 그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는 게 이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지하도의 무법자로 통했던 노숙인 결핵환자가 있었는데 인문학 강의를 몇차례 접하면서 달라졌어요. 나중에는 자작시까지 쓸 정도가 됐죠.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정부는 결핵과의 존폐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서 과장에게 결핵과는 아직 도전해볼 게 많은, 열정을 쏟아부어야 하는 분야였다. "현재 서북병원에는 사명감을 갖고 진료하는 5명의 결핵과 전문의가 있는데 우리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핵과를 없애려고 한다니 솔직히 맥이 빠지죠. 시대를 거스르거나 결핵과를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앞으로 10년만이라도 유지했으면 해요. 아직은 치료받아야할 환자들이 꽤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