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증설 불패신화 누가 부추기나 2019-12-02 05:45:4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보장성 강화 등 환자중심 의료정책에서 최소 300병상을 운영해야 경영수지를 맞출 수 있다. 은행 대출을 받더라고 살아남으려면 병상 증설 밖에 없다." 최근 의료단체 행사에서 만나 병원장은 규모의 경쟁에 돌입한 중소병원계 현실을 이 같이 밝혔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병상 증설 ‘불패신화’는 현재 진행 형이다. 2015년 전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일명 빅 5병원의 암병원 신축 경쟁으로 의료인력과 환자를 독점하면서 위기를 느낀 지방 대학병원도 병상 증설에 동참했다. 복지부가 여론을 의식해 2016년 마련한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병상 증설 시 사전협의 의무화'(미이수시 평가점수 -5점)는 강력한 징벌 조치다. 0.1점 차이로 상급종합병원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 -5점은 사실상 '탈락'을 의미한다. 하지만 복지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문이 있다. 대학병원 중심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이다. 복지부 병상억제 실행방안은 상급종합병원만 해당할 뿐 상급종합병원 분원 증축과 수많은 대학병원, 지역 중소병원에겐 무용지물인 셈이다. 서울대병원이 분당서울대병원에 이어 시흥서울대병원 등 분원 건립으로 몸집을 불려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종합병원인 수많은 대학병원의 병상 신·증축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중소병원까지 병상 증설에 끼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문케어로 불리는 간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비급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병상 증설만이 생존 가능하다는 것이 중소병원장 사이에서 정설로 굳어졌다. 복지부가 환자안전과 감염관리, 간호간병 등 전담인력 배치를 의무화해야 수가를 받을 수 있는 의료정책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인상된 인건비에 허덕이는 중소병원을 자극했다. 중소병원 병원장은 "과거처럼 150병상, 200병상으로 의료진과 직원 인건비 맞추기도 힘들다. 문케어로 의료행위별 이윤은 줄어들고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수가를 받는 구조에서 진료 량을 늘리기 위해 병상 증축 밖에 없다는 게 병원장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과거 대학병원 몸집 불리기 경쟁이 지금은 중소병원 병상 증설 경쟁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많은 중소병원 병원장들이 빛을 내더라고 병상 공사를 위한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심정"이라고 귀띔했다. 복지부가 의원급과 대형병원 중심 의료정책에 치중하면서 이들 의료기관의 병상 억제 효과로 이어졌다. 반면, 전국 중소병원을 위한 지원 정책을 외면하면서 규모 경쟁을 부추기는 웃지 못 할 아이러니한 상황을 야기했다. 10년 넘게 요구된 중소병원 육성 지원은 복지부 입장에서 시급하지 않을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의료정책이라는 단단한 성곽도 미세한 실수로 금이 가고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성곽이 무너져도 복지부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방관한 상태에서 중소병원들의 생존 줄타기는 아슬아슬하다.
저조한 전공의 지원율에 한숨 깊어지는 중소병원 2019-11-29 06:00:1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매년 이맘때 쯤 각 수련병원의 중요 이슈 중 하나인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이 지난 27일 마감됐다.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은 전문과목별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시작점에 있기 때문에 수련병원뿐만 아니라 전문과별 학회도 지원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 올해도 역시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의 승자는 빅 5병원이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기피과로 꼽히는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에 지원자가 몰렸으며, 세브란스의 경우 소위 '핫'한 과로 부리는 정신건강의학과와 재활의학과에는 모집인원의 2배 가까운 지원자가 몰리면 지원자 중 절반은 다른 수련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원자가 넘쳐 골라서 뽑는 빅5의 병원의 상황과 달리 지방병원에서는 정원이라도 채우면 좋겠다는 한숨이 가득하다. 실제 전공의모집 마감일 기자와 만난 한 지방 A국립대병원장은 "오늘 레지던트 모집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항상 문은 활짝 열려있지만 지원을 안 하니 별 수가 있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레지던트 모집 마감 후 A국립대병원은 대부분은 과에서 모집인원을 겨우 맞추거나 일부 과에서는 미달 혹은 지원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에 위치한 병원은 무턱대고 전공의 정원을 늘릴 수도 없다는 게 A병원장의 설명이다. 전공의 정원을 늘렸음에도 전공의 지원이 없으면 다음에 정원 숫자를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줄어든 정원은 수도권의 지원자가 많은 병원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 특히, 특정과에 반복적으로 전공의 미달이 발생한다면 수련프로그램이나 과중한 업무에 대한 걱정으로 또다시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악순환이 생기는 점도 지방병원들의 우려사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집에서 미달이 나는 병원들은 개별적으로 인재확보에 나서거나 전공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이 다이고, 결국 지원 미달이 나올 경우 미래 인재 확보에 실패한 병원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지던트 1년차 모집 지원에는 병원 타이틀, 수련환경, 지도교수, 수련병원 지역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은 다른 곳보다 급여를 더 많이 주거나 상대적으로 편한 근무환경 등을 유인책으로 쓰기도 하지만 현상유지일 뿐 드라마틱한 반전을 일으키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정된 인력 풀에서 전공의 모집을 실시한다면 빅5병원의 모집 불패를 지방대병원이 이겨내기 위해서는 수련병원 자체의 노력과 동시에 정부의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금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으로 인한 지방대의 고민이 깊은 상황에서 전공의 모집 미달로 자체 경쟁력도 보이지 않는 사이에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빅5등 대형 대학병원으로 전공의가 몰리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지원하는 전공의들의 선택 또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련병원 간 전공의 모집 양극화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면 정부, 수련병원, 학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의협, 자율징계권 확보 위한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2019-11-25 11:13:34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34주 임신부의 낙태 요구를 들어준 의사.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이 의사의 행동이 비윤리적이라고 판단,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22주까지를 낙태가 가능한 한도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34주의 임신부를 낙태하고, 게다가 낙태 과정에서 살아난 아기가 죽음에 이르도록 내버려 둔 의사의 행태는 윤리와 한참 멀어보인다. 이 과정에서 의협의 움직임도 아쉽다. 사건은 지난 5월 벌어졌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지난달 말 경찰이 해당 의사를 구속한 시점이다. 검찰은 지난 7일 해당 의사를 살인 및 업무상 촉탁 낙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의협의 윤리위 회부 결정은 경찰의 구속 기소 결정 후에도 약 한 달이 지났고 검찰 구속 기소 결정 이후로도 2주만이다. 윤리위 회부 결정에는 언론 보도가 인용됐다. 의료계의 자율징계권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의협의 대응이라고 하기에는 늦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했다면 검찰의 구속기소 이전에도 충분히 판단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조사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하기에는 최근 일련의 의협 태도와도 사뭇 다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논문의 책임저자였던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의협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을 중앙윤리위에 제소할 때도 검찰이나 경찰의 결정, 단국대병원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았다. 윤리 보다는 '정치'라는 단어와 얽혀 있는 결정이었다. 단국대병원 교수를 윤리위에 회부할 때는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고 비윤리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가 얽혀 있는 문제는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번 낙태 의사 사건은 정치와도 상관없고 누가봐도 '윤리'와 직결된 문제다. 의료계가 비윤리적인 의사를 스스로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장하고, 얻어내려면 내부 설득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면 기존 행정처분을 내리는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무엇이 다른가. 아직 자율징계권이 있는 게 아니다. 자율징계권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면 누가봐도 '옳지 않았다'라는 판단이 있다면 과감한 결단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의협이 '정치' 보다는 국민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병원의 성패 좌우한다 2019-11-22 05:45:00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드라이브가 걸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까지 대거 채용에 나서면서 더욱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단순히 전문의 채용을 넘어 교수 트랙을 마련해 젊은 의사들이 거듭 요구해온 '비전'과 '직업적 안정성'까지 제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선 의료현장에선 이미 입원전담전문의 인력 필요성은 높아질데로 높아진 상황. 전공의법 이후 전공의를 병동 지킴이 인력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교수나 펠로우 등 전문의 인력으로 업무가 몰리면서 시니어 교수들조차 번아웃 증상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일선 수련병원에선 당직 근무 압박에 사직 의사를 밝히는 교수도 나올 정도로 의료진들의 피로감이 높은 상태다.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병동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전투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의료인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입원전담전문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단계적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대학병원이라면 3차병원을 유지 혹은 도전하기 위한 '미션'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 대학병원이라고 칭하는 빅4병원만의 이야기다. 여전히 지방 대학병원에서 연봉 2억5천만원까지 제시하며 채용에 나서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병동 환자를 전담해 돌봐줄 전문의가 없으니 그 역할은 교수에게 전가되고, 번아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피로한 전공의에 의한 진료가 환자안전에 치명적이었듯, 번아웃에 빠진 교수들의 진료도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자명하다. 밤샘 당직근무를 한 의사가 다음날 외래나 시술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 결국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정착된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은 의료 질에서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선 병원 선택의 조건이 될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현재 내과 전공의 3년차, 4년차가 2020년 전년 대비 2배수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젊은의사들이 높은 연봉에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 비전을 찾을 수 없고, 직업적 안정성이 낮고 의국 내 역할이 모호한 문제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던질 만한 비전과 명확한 소속을 만들어줘야 한다. 내과 전문의 시험은 내년 2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등 떠밀린 식약처, 원칙없는 특별 재평가 정당할까 2019-11-18 05:45:00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효능 논란을 빚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평가에 본격 착수했다. 제약사에 요구한 자료에서 유효성 입증 자료뿐 아니라 품목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의견까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허가 변경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 문제는 식약처가 재평가 착수가 석연치 않다는 데 있다. 콜린알포레이트 품목의 갱신은 2018년 9월 이뤄졌다. 식약처의 이번 자료 요청은 갱신이 아닌 특별 재평가 개념로 이뤄진 것. 이미 적법한 절차대로 갱신을 받은 품목이 1년만에 '재평가'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 논란은 주로 주장에서 기인했다.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리니 한국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거나, 유효성 근거 자료가 있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도화선이 됐다. 해외의 의약품 관련 규정이 국내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기도 하지만 각 나라별 건강보험 법 체계, 사회적 비용, 효용성 가치 판단에 따른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도 한다. 같은 성분이 저-고용량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이 되기도 하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분류되는 것도 특정 용량부터 개인의 선택 대신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영역으로 볼 것이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식약처가 콜린알포세레이트와 관련 해외에서 건기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허가 사항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 실제로 이탈리아, 러시아, 폴란드 등 다수의 나라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약으로 분류해 사용한다. 그런 식약처가 기존 입장을 뒤집고 돌연 재평가에 돌입했다. 무용성을 입증할 대규모 연구가 나오거나 부작용 관련 사회적 이슈가 발생한 적도 없다. 사실상 등 떠밀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최근 만난 모 대학 신경과 교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논란의 핵심은 시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단언했다. 약 3000억원 대 규모를 형성한 콜린알포세레이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약국으로 풀리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약사 중심의 시민단체에서 재평가, 재분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적어도 무용성을 주장하기 위해선 근거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이를 액면 그대로 다 수용할 순 없지만 적어도 주의깊게 들어야 할 말은 있다. 제약사가 엄격한 임상을 거쳐 허가를 얻듯, 무용성을 주장하기 위해선 '주장'보다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 이런 원칙이 없다면 그 어떤 약제도 일방적 주장에 의해 특별 재평가 대상에 선정되는 일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번 일을 통해 적법하게 갱신된 품목도, 혹은 적절한 근거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어떤 품목도 특별 재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한 셈이나 다름없다.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코오롱 인보사 사태뿐 아니라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오염물 혼입 사태, 인공유방 희귀암 유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자주 들은 말이있다. 의약품 허가를 주관하는 전문 규제기관답게 행동하고 처신하라는 주문이다. 식약처가 신뢰받는 전문 규제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불확실성 해소와 예상가능한 원칙을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 식약처는 프로처럼 행동하고 있을까. 원칙없는 재평가는 아마추어에게나 어울린다.
애먼 전공의 잡는 수련 현장 2019-11-13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공식적으로)문제를 제기하면 추가수련을 받는다. 결국 너희(전공의)만 손해다." 이는 일선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필수과목 수련의 문제점을 제기했을 때 병원 측의 반응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전공의(인턴) 필수과목 미이수로 추가수련 위기에 몰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충격을 주고있다. 국립대병원일 뿐만아니라 전공의 수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대병원이 수련의 기본인 필수 진료과목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수련병원들의 변함없는 안일한 대응. 취재에 응한 일선 전공의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이외 복수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필수과목 미이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전공의에게 돌아오는 병원 측의 답변은 "결국 추가수련을 하게된다. 너만 손해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식이다. 이를 전공의들은 협박에 가까운 회유라고 봤다. 수련 시스템을 개선해야할 병원들은 오히려 해당 전공의들에게 자칫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면서 병원이 정한 틀에서 수련을 받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흘러 의료현장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전공의=인력'으로 바라보는 병원의 시선은 여전하지 않나 싶다. 필수 진료과목을 어떻게 수련시킬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인력이 필요한 곳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법 제정을 통해 '전공의' 권리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필수 진료과목' 수련조차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이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작년 이대목동병원에 이어 올해 서울대병원, 그리고 내년에는 또 어떤 수련병원이 도마에 오를까. 애먼 전공의들이 얼마나 더 추가수련을 받아야 문제가 해결될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누가 내과 전공의를 3년제로 옮겼을까 2019-11-08 06:00:05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내과가 수십년간 이어온 4년제 수련제도를 3년제로 전환하면서 내부적으로 끝없는 잡음이 일고 있다. 이미 3년전에 공표된 내용이지만 막상 수련기간 단축이 현실로 다가오자 학회도, 수련병원도, 교수도, 전공의도 모두가 아우성을 치는 모습.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들은 대동소이하다. 당장 3, 4년차가 한번에 나가고 나면 그 공백을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결국 그 구멍을 누가 메우느냐가 그 많은 아우성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내과가 왜 3년제를 도입했는지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과가 3년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수련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 때문이다. 세부 분과 전공이 사실상 하나의 트랙으로 굳어진 내과의 경우 4년 수련 후 세부 분과 2년을 거치며 사실상 6년이 공식 수련제도가 된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공의 수련 기간을 3년으로 줄여 총 수련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해보자는 것이 당초의 취지였다. 물론 내과의 인기가 사드라들며 전공의 충원율이 사상 처음으로 100%를 밑돌며 미달 사태를 겪은 것도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내과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지부진하게 논의만 지속되던 수련 기간 단축 문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올해 그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게 됐다. 그렇다면 그렇게 내과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수련기간 단축안을 두고 왜 내부에서 수많은 말들이 나오는 것일까. 결국 각자의 시각에서 전공의를 바라보는 시각에 해답이 있다. 하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인력'이다. 당장 전공의들이 나가고 나면 소는 누가 키우냐는 것이다. 일부 교수들은 아예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관련기사-내과 전공의 3년제 일파만파…사직서 품은 내과 교수들 ) 3, 4년차 전공의들이 다 나가고나면 당직을 서야한다는 이유다. 전공의 충원율을 높이고 수련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학회에 모여 3년제 수련을 결정했던 교수들이 당장 눈앞에 닥친 당직의 부담에 근본 취지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공의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3,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나가고나면 업무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다. 이러한 아우성은 결국 전공의를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3년제 전환의 후폭풍이라며 나오는 불만들이 결국 '로딩'에 집중돼 있는 이유다. 전공의들이 나가면 당직을 서야한다는 불만과 3, 4년차 선배들이 나간 자리를 어떻게 메우냐는 전공의들의 푸념은 수련의 질 향상과 우수한 전문의 배출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당장 내 앞에 마주한 일에 대한 부담감 뿐이다. 당직은 전공의만의 업무가 아니며 3, 4년차 전공의가 수련기간 중에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는 일 또한 보장된 권리는 아니다. 더욱이 누구도 내과의 3년제 전환을 강요하지도 종용하지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면에서 3년제 수련제 전환으로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공허하다. 우리나라의 비틀린 수련제도의 민낯이 이렇게 절실히 드러나고 있다.
환자관리 방안 빠진 전자담배 규제 과연 맞을까 2019-11-07 05:45:50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결국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판매 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인원에서 급성 폐질환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고, 진원지가 된 미국에 이어 국내에까지 의증 환자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짚어볼 문제는, 판매 중단 조치가 이번 이슈의 최종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인원들에 선제적으로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여전히 국내 환자 관리대책에는 미온적인 태도가 역력하다. 실제 최근 미국 질병예방관리본부(CDC)와 FDA가 공개한 보고서들에서도 이러한 점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이번 사망 사례에서 논란 물질로 언급된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이하 THC)' 외에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다양한 성분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포함돼 있다. 일각에서는 대마 성분이 법적으로 금지된 국내의 경우 THC 함입에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 가운데 급성 폐질환 이상 증세를 경험한 이들의 32%가 니코틴 함유 여부에 상관없이 THC가 포함되지 않은 사례가 존재한다는 대목이다. 그런데, 여전히 국내에서는 THC 전자 대마 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을 비롯한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등이 기준치보다 아래로 검출됐다며 자체 테스트 결과 안전성 데이터를 내밀기도 한다. 액상 오일의 THC 외에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 니코틴 등 다양한 물질이 혼입된 상황에서, FDA가 시판 중인 전체 700여 개 제품을 수거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전수조사를 천명한 것과는 분위기부터가 사뭇 다른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시 강력한 중대 범죄로 간주하는 동시에 노출된 환자의 사후 관리방안 메뉴얼도 이미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 안전성 재평가와 투트랙으로, CDC는 보건 전문가용 임상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제정해 병의원 관리 전략에도 만전을 기하는 입장을 취했다.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한 호흡기 질환 증상을 'EVALI'라는 새로운 의학용어로 명명하는 한편, 환자 문진시 호흡기 및 위장관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의 경우 전자담배 사용여부를 반드시 확인해볼 것을 강조한 것이다. EVALI 증상을 보인 환자의 첫 대면평가부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사례, 퇴원 이후 48시간 이내 증상 악화 등 사례별로 세부관리 기준을 제시해 이번 문제를 대하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줬다. 추가적인 피해 예방과 노출된 환자에서의 관리방안까지 함께 고민에 넣은 셈이었다. 전자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폐손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아직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발표 그대로 "중간 조사 결과 일부 사례가 비슷하게 나타나고 전자담배 제품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확실한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단되면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분석치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세금 인상을 검토한다는 말까지 조심스레 돌고 있다. 안전성 문제가 지적된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가 궐련 담배로 그대로 옮겨가는 화를 자초하기 보다, 피해가 예상되는 환자에서 다양한 원인을 열어두고 실질적 관리 방안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할 때이지 않을까. 규제만을 위한 규제에는 실효성보다 잡음이 많은 법이다. "모든 담배 관련 제품은 안전성을 보인 게 없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일관된 기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차기 복지부장관 인사퍼즐 이미 작동됐다 2019-11-04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2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은 누가될까. 청와대 여준성 행정관의 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 내정으로 장관 교체설 활시위는 당겨졌다. 야당 시절 잘나가는 의원들 비서관과 보좌관 출신 여준성 행정관은 문정부 출범 후 청와대 행정관 임명부터 복지부를 술렁이게 했다. 김용익 전 의원(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보좌관인 그의 청와대 입성은 곧 김용익 라인의 부활을 예고했다. 여기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이진석 교수의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발탁을 비롯해 부산의대 윤태호 교수의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임명, 지역 소아병원 정기현 원장의 국립중앙의료원장 등극 그리고 심사평가원 김선민 상임이사 낙점 등 보건의료계 전방위적으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과 김용익 영향력을 드러냈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인 중앙부처 수장은 아직 장악하지 못했다. 청와대 내부 친문 이너서클에서 김용익 복지부장관 기용에 불편한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김용익 사단은 플랜 B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그 시작이 여준성 행정관의 복지부 입성이다. 김수현 전 수석과 호흡을 맞춘 여준성 행정관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해 사전에 복지부 고위직 공무원들을 관리한 후 김수현 차기 장관 임명 후 안착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김 수석과 여준성 행정관 연결고리인 이진석 청와대 정책실 비서관이 복지부 차관으로 등용되면 김용익과 김수현 모두 '금상첨화'이자 '일거양득'인 셈이다. 김수현 전 수석 입장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으로 모신 김용익 이사장이 불편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나, 보건의료 분야에서 그를 배제하고 가기에는 너무도 큰 산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법무부 조국 장관 임명 강행과 중도 사퇴로 큰 내상을 입은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복지부장관 자리는 무난한 중앙부처 중 하나일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청와대 여준성 행정관의 장관 정책보좌관 이동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차기 장관 임명 등 향후 복지부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김용익 사단이 문정부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이든 누가 복지부장관에 임명되느냐보다 장관으로서 무엇을,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일지가 더욱 중요하다.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위한 청와대 인사퍼즐 맞추기는 이미 시작됐다.
반복된 의사 피습 악몽 의사들은 떨고 있다 2019-10-28 05:45:0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이게 어떠한 제도로 바뀔 수 있는 문제인가?" 최근 진료 중 피습을 당한 L교수가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진료실 폭행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언급한 내용이다. 이러한 L교수의 질문과 같은 답변에 최근 의료계가 내놓고 있는 여러 대책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L교수가 원한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기자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L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L 교수는 "가해환자가 본인의 환경이 힘들다고 저를 다치게 한 것인데 사실은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성숙해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환자를 존중하듯 환자도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계는 사고소식 이후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고 임세원 교수의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가 흉기를 사용했다는 점도 있지만 '남일 같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실제로 취재 중 이야기를 나눈 많은 의사들은 "나에게도 내일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솔직히 무섭다. 모든 환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할 판이다", "의사 입장에선 가장 보호받아야 될 곳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등 사고 이후 많은 우려를 토로했다. 이 같은 사고 이후 의료계에서는 또 다시 엄중한 처벌을 바탕으로 한 법적,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바탕으로 다시는 이런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것. 하지만 직접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L교수의 이야기를 돌이켜봤을 때는 '강력한 제도적 처벌' 이외에 또 다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즉, 의료계가 말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L교수가 말한 것처럼 처벌과 함께 성숙된 문화가 만들어질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계는 2019년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고 임세원 교수의 비보를 접했으며, 2019년도가 2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안타까운 사고소식을 듣게 됐다. 의료계는 분노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도 이번 사태를 두고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의료계가 말한 것처럼 오픈된 공간인 진료실에 언제든지 환자가 일으킬 수 있는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가 동반돼야한다. 하지만 근복적인 방지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면 다시 한 번 이런 고민은 필요하다. "이게 어떠한 제도로 바뀔 수 있는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