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관료법칙 "고시 동료 밟아야 내가 산다" 2013-09-04 06:38:04
보건복지부 실국장 승진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소위 'SKY'(서울대, 고대,연대) 라인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보건복지 부서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고시 출신 내부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복지부는 실장 4명, 국장 19명, 과장 65명 등이 간부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료사회에서 계급장을 단 과장 이상 자리가 88개(7월 현재)인 셈이다. 이중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배치된 비고시 과장 이상이 24명(전문직 포함)이다. 고시 출신이 복지부를 장악했다고 하나, 전체 고시 공무원(180명) 입장에서는 동료들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과장 인사는 해당부서 실국장의 의견수렴과 차관의 인사안을 장관이 인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고위공무원인 실장은 청와대 발령으로 국장은 장관 발령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는 개인적 역량과 능력 등 인사원칙을 제시하고 있으나, 관료주의 특성상 같은 대학과 동향인 내 사람을 천거, 승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수석에 성균관대가 포진되면서 복지부 고위직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국장 23명 중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비롯해 보건의료정책관, 대변인, 보건산업정책국장 등 성균관대 고시 출신 7명이 등용됐다. 이와 별도로 과장급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아성이 여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65명의 과장 중 서울대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고대 6명, 성균관대 6명, 외대 3명, 연대 2명 순이다. 이는 역으로 실국장 후보군에 서울대 고시 출신이 가장 근접해 있다는 뜻이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고시 출신이 주도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된다"면서 "고위직 승진을 위해서는 개별 성과와 더불어 대내외적 학맥과 인맥을 무시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복지부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명하복 업무와 암묵적 접대문화 변화 '감지' 과거 고위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하향식 업무와 접대 관행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책 기안이 나오면 실국장 등 담당부서 공무원들이 모여 토론을 거쳐 결과물을 도출하는 쌍방향식 업무 추진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간부는 "어느 대학 출신인가 보다 국민과 이해 당사자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정책과 성과를 도출했는가가 중요하다'면서 "보건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달라진 상황에서 학연과 지연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암묵적인 관련 단체의 접대 자리도 예전 같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어떤 이유로든 보건의료단체 관계자와 술자리를 갖게 되면 세부적인 내용이 부서내로 전파돼 국과장이라도 언행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복지부 공무원은 "말을 안할 뿐 저녁에 누가,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접대는 문제가 있는 만큼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저녁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한 임원은 "쌍벌제 등 리베이트 처벌 강화로 모든 의사를 범법자로 만들면서 공무원은 떳떳한지 되묻고 싶다"며 "승진을 위해 성과에만 집착하고 윗선 눈치만 보는 구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필로그>복지부 생태계 기획기사 취재에 도움을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독자들에게 관료사회인 복지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려 노력했지만,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독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복지부 요직은 고시파 차지…의사 설 자리 없다 2013-09-03 06:23:58
'사무관 월급에 추가되는 전문직 수당 5만원.'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는 보건직(의사) 사무관의 급여명세서이다. 의대 6년과 인턴 및 레지던트 5년 등 11년간 공부한 전문의도 5급 사무관(특채)으로 채용되면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과 급여는 5만원 더 받는 게 고작이다. 7월 현재, 복지부 의사 출신 공무원은 10명이다. 이들은 보건의료정책과와 의료자원정책과, 의료기관정책과, 응급의료과, 보험급여과, 건강정책과, 보건산업진흥과 등 보건의료 관련 부서에 배치되어 있다. 의사 사무관들과 만나보면, 우스갯소리로 '면허증을 반납한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공무원 조직에서 '의사'라는 타이틀은 병원 소개 외에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복지부 생태계를 살펴보면, 의사직 공무원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전체 782명의 복지부 공무원(7월 현재)은 고시 출신 180명, 비고시 출신 590(전문직 포함)명, 특수직(별정, 계약직) 12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보건의료정책실은 총 93명 중 고시 56명, 비고시 167명으로 전체 인원 특징과 대동소이하다. 실국장과 과장, 팀장 등 29명의 간부 중 의사직은 공공보건정책관(국장급)과 보건산업진흥과장, 정신건강정책과장, 건강정보TF 팀장 등 4명(비고시 4명 별도)이다. 사실상 고시 출신 공무원 30%가 보건의료 분야 요직의 절대 다수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직 공무원이 갈 수 있는 과장 직책은 사실상 몇 개 안된다"면서 "의료정책과 보험급여의 경우, 직종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고시 출신이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지금은 공공보건정책관과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장(실장급)을 의사의 전문성을 배려해 임명하고 있으나 언제 고시 출신으로 바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실국장 자리는 고시 출신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장관의 특명이 없는 한 의사직 임명은 사실상 어렵다"며 "과장급 이상이 되면 개인적 역량을 떠나 고시 인맥이 작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전문직의 한계를 토로했다. 복지부 전체 인원의 70%를 차지하는 순수 비고시(7급과 9급)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 초반 과천청사 시절에는 고시와 비고시 출신 과장급 비율이 대등했다. 하지만, 행정고시 확대로 고시 인원이 증가하면서 비고시 간부 비율은 대폭 감소했다. 보건의료정책실의 경우, 과장급 이상(29명) 중 순수 비고시 출신은 보험평가과장과 구강생활건강과장 2명 뿐 이다. 현재 7급 공무원이 6급을 거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는데 역량평가시험(자격능력시험)을 거쳐 10여년이 걸린다. 40대에 사무관으로 승진해 고시 출신 20대 사무관과 경쟁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다보니, 보건의료 부서에서 오랜 실무경험이 있더라도 고시 사무관의 젊은 패기를 따라잡기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40대 비고시 사무관, 20대 고시 출신과 경쟁구조" 또한 복지부 무보직 서기관(TF팀장 포함) 40명 중 고시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순수 비고시는 7~8명에 불과해 과장 승진 출입문이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비고시 출신 전 공무원은 "과거 인사발령 후 간부회의를 하면 행시 몇 기냐, 어느 대학 출신이냐 라는 말이 단골메뉴로 등장했다"면서 "조용히 천장만 쳐다보다 보고만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고시 출신의 막강파워는 비단 복지부만의 특징은 아니다. 분명한 점은, 전문성과 경륜을 배제한 고시 중심의 인사시스템은 박근혜 정부의 공정사회 구현과 상반된다는 사실이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의료단체에서 정권 교체 때 마다 제2차관 신설을 주장하지만 의사직이 보건의료 차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조직 확대는 곧 고시 출신 간부 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한 인사는 "육군 장성 진급도 육사 출신에서 ROTC와 삼사로 확대됐는데, 복지부 실국장을 고시 출신만 고집하는 인사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며 "전문성과 경륜을 인정해 공정한 경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용어도 모르는 초짜 사무관이 정책 좌지우지" 2013-09-02 06:40:44
의료계에 깊숙이 뿌리 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불신이 좀처럼 희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수가 체계에서 2000년 의약분업을 시작으로 수가인하, 리베이트 등 10여년 넘게 지속된 공급자 압박정책이 대표적인 불신 요소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보건의료에 부임한 실국장을 만나보면 모두 의료계와 신뢰구축과 소통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다. 그렇다면 공급자와 복지부의 공통된 고민인 신뢰 구축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복지부 관료사회의 이면을 한 꺼풀 벗겨보면 새로운 각도에서 원인에 접근할 수 있다. 보건의료 정책은 크게 3가지 방식에서 추진된다. 사무관과 과장 등 부서 논의를 거쳐 나온 정책과 보건의료계 등 외부 접촉을 통해 나온 정책 그리고 청와대와 국회 등 윗선에서 하달된 특명 등이다. 이중 부서 논의를 거쳐 나온 정책이 상당부분 차지하다보니 '모든 의료정책은 사무관 책상에서 시작된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는 형국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사무관이 정책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과 의료계에 미치는 파장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정책과 의료현장 사이의 괴리감이다. 학회 이사장을 지낸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현안 논의를 위해 과장과 함께 나온 사무관과 말하다보면 답답함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의료현실은 고사하고 용어도 몰라 일일이 설명하고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시 출신 20대 초짜 사무관을 이해시키고 설득해도 고개만 끄떡이고 결국 당초 정해진 방향대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병원계 한 인사도 "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똑똑하나, 사고방식은 굳어져 있다"고 전하고 "국과장에게 애로사항이나 개선방안을 개진해도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이다. 책임은 외면하고 성과에만 연연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몇 년 전 의료현안 학회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공무원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는 "전문적인 의료용어와 현장 사례를 들어가며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데 정해진 방향은 있고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곤혹스러웠다"며 "배치된 지 얼마 안된 사무관이 의료를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고 토로했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사무관 단독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신임 사무관의 경우 정책 기안 과정에서 보건의료의 특성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관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부 결제를 받고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의료정책도 여론과 정치적 이유로 청와대 또는 장차관의 특명이 떨어지면, 중단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도 적지 &51066;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에서 공무원을 영혼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데 부인할 수 없다"면서 "많은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정책을 준비했더라도 갑자기 윗선에서 덮으라고 하면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잦은 인사이다. 복지부 내부에는 실국간 순환보직과 동일 부서 2년 이상자 전보 등 인사기준 원칙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보건의료 부서에 사무관과 과장이 배치되더라도 1년 이내 부서를 이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단체 한 임원은 "의료현실을 이해시키고 개선할 만하면 7개월도 못가 이동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천재라도 업무파악에 5개월, 현실파악에 5개월 걸린다. 의료부서의 장기근무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임원도 "의료정책은 매번 바뀌는데, 수가인하는 누가 오던 그대로 간다"면서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부서는 장기근무로 하던지, 추진업무 실명제로 책임성을 부여해 연속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계 한 인사는 "사무관을 국공립병원 등에 일정기간 순환 근무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현장을 알고 정책을 수립하면 탁상공론이나 초짜 사무관 작품이라는 구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신임 사무관을 보건의료 부서에 배치하는 현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고 전하고 "다만, 보건의료를 모르는 것과 안다는 것이 의료계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환기시켰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경험 많은 비고시와 전문직을 배제한 채 고시 출신 중심으로 고착된 인사시스템이 보건의료 정책의 연속성과 전문성 결여에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남편' 덕분에…사모님의 특별한 외유 2013-07-24 06:45:17
동아제약이 리베이트 제공을 목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의사가 아닌 배우자가 강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제약업계가 약 처방 확대를 위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의사의 배우자에게까지 거액의 리베이트가 흘러갔다는 사실은 '갑을' 관계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갑과 을 관계는 비단 제약업계에만 존재할까? 복수의 의료기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다국적의료기기업체 A사 임원은 최근 의사인 남편을 따라 해외로 출국했다. 그녀의 남편은 서울의 모 대학병원 교수로 안식년을 맞아 외국대학에서 과제수행을 위해 연수를 떠난 것.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교수와 A사가 갑을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그는 A사 주요 고객으로 과거 매출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여자 임원이 남편의 장기 해외연수에 동행하겠다고 하자 휴직계를 받지 않고 해외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고, 고액의 급여까지 계속 지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갑을 관계에 있는 대학병원 교수와 A사 간 모종의 '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A사 내부사정에 밝은 업체 관계자는 "A사 임직원들은 해당 임원에 대한 배려를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일로 해외에 1~2년 나갈 경우 휴직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사 남편의 안식년을 따라가는데 고액의 연봉까지 주는 건 철저한 윤리경영 준수를 내세우는 다국적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불만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A사 사례는 어디까지나 남편이 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업체 입장에서도 의사 남편이 향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편의를 봐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국적기업 B사에서 10년간 윤리경영을 담당한 임원 역시 상식 밖의 일이라고 단언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시간 해외에 나가면 보통 휴직 처리를 하지만 휴직계도 내지 않고, 심지어 무급이 아닌 유급으로 하는 것은 다국적기업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 합법 가장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여전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A사의 사례가 점잖은 편에 속한다"고 환기시켰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의사와 의료기기업체의 갑을 관계에서 고착화된 각종 리베이트 관행을 감안해서 하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의사가 진료권을 이용해 업체에 리베이트를 요구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단수지정'을 언급했다. 단수지정이란 의사가 특정업체 제품을 지정해 병원에 구매를 요청하는 것으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가령 의사가 동일 품목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A사ㆍB사ㆍC사 영업사원을 불러 제품을 구매하는 대가로 판매금액 중 몇 %를 리베이트로 줄 수 있는지 사전에 조율한다. 이후 가장 높은 리베이트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해 해당 제품이 갖는 기능상의 장점 또는 사용의 익숙함 등 구매해야하는 특별한 이유를 적은 '단수지정서'를 병원에 제출하게 된다. 만약 의사의 병원 매출 기여도가 크거나 혹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품목이라면 병원 구매과 또는 관리과 입장에서는 단수지정 품목을 구매할 수밖에 없어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공이 성사되는 셈이다. 다국적기업ㆍ국내 대리점 갑을 관계 '악순환' 의사와의 관계에서 '을' 위치에 있던 의료기기업체가 반대로 대리점에게는 우월적 지위를 갖는 '갑'으로 존재한다. 특히 일부 다국적의료기기 기업들과 국내 대리점은 불공정 거래가 만연한 갑을 관계로 얼룩져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대리점 관계자는 다국적기업과 체결한 '물류대행계약서' 또는 '대리점계약서'만 보더라도 갑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제보했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다국적기업 2곳과 대리점간 물류대행계약서, 대리점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일부 계약조건의 경우 대리점에 불리하게 적용돼 있었다. 계약서 내용과 대리점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선 대리점 계약 해지 조건이 다국적기업에게만 유리하도록 일방적이고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게 대리점들의 전언. 다국적기업은 대리점에 30일 전에만 해지를 예고하면 언제든지 바로 계약관계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약 해지 시 대리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단서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다. 즉, 해지 시점에서 대리점에 남아 있는 재고물품 인수나 대리점 운영과 제품 판매를 위해 점주가 투자한 유ㆍ무형 가치를 보상해주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리점에 요구하는 과도한 물품대금 연체이자 역시 불합리한 독소조항. 대리점은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물품 대금을 보통 30일, 늦어도 60일 안에 지불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 안에 물품대금을 입금하지 못하면 최소 12%에서 최대 25%에 달하는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금리가 떨어져 은행 대출이자가 3~4%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대리점 한 관계자는 "병원에 물건을 납품하면 6개월에서 8개월, 심지어 1년을 넘겨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체이자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양유업의 제품 '밀어내기' 또한 대리점 입장에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대리점의 한 달 판매수량 목표계획이 10개라고 가정하면 다국적기업은 수량을 15대로 책정해 떠넘기기 식으로 물품 주문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국적기업 배 불리는 '물류대행회사' 우려 다국적기업들이 대리점 마진율을 줄이기 위해 기존 대리점을 '물류대행회사'로 전환해 판매계약을 체결하는 영업방식의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업체 모 이사는 "과거 4~5년 전만 하더라도 다국적기업들이 대리점 마진율을 30~40% 정도 보장했다면 이제는 대리점이 아닌 물류대행회사를 두면서 마진율을 7%까지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리점 체계에서는 투자를 통해 제품 판매와 마케팅에 기여했기 때문에 충분한 이윤을 보상해줬지만 물류대행회사의 경우 말 그대로 물류만 담당하기 때문에 수수료 정도의 마진율만 보전해주면 된다는 것이 일부 다국적기업의 논리다. 하지만 대리점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이 물류대행회사를 두는 것은 결국 자기들 이윤을 높이고 대리점 마진은 줄이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물류대행계약을 체결한 대리점 역시 '을' 입장에서 마진율만 줄어든 채 여전히 다국적기업이 요구하는 영업ㆍ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류대행과 대리점계약을 병행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B사 임원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물류대행 계약은 치료재료 원가조사와 수가 인하 등으로 수익률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상당수 다국적기업들이 대리점 체계에서 물류대행회사를 두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기존 대리점 마진율이 30~40%였고, 심지어 일부 정형외과 제품의 경우 70%에 달했다"며 "물류대행 계약은 과도한 대리점 마진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로 제공되는 부작용을 개선해 다국적기업들의 윤리경영 실천과 의료기기 유통 투명화에도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다국적기업을 바라보는 대리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대리점 관계자는 "다국적기업들은 갑을 관계를 내세워 대리점과의 상생을 내팽개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다국적기업들 중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한국 시장에 재투자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영상수가 인하 1년 "대출 받아 직원 월급 줘야할 판" 2013-07-23 06:29:21
영상수가 인하 1년째. 병원들이 영상수가 인하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분기별 CT, MRI, PET 종별 청구건수 및 금액' 자료를 통해 영상수가 인하 정책 영향을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5일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CT, MRI, PET 검사 수가를 각각 15.5%, 24%, 10.7%씩 인하했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1117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것으로 추측했다. 심평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가 인하 전후 영상검사 횟수(행위량)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입은 대폭 감소했다. 재정절감이라는 정책 효과가 현재까지는 톡톡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행위량에는 큰 변화가 없으면서 영상수가 인하분 만큼 병의원 수입이 줄었다면 단기간이긴 하지만 정책효과를 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가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는 정책이 직접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는 지난해 10~12월, 4분기 눈에 띄게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와 1분기를 비교했을 때 수입 감소폭은 평균 CT 13%, MRI 23%, PET 3% 수준이었다. 4분기와 직전분기를 비교해 보면 수입 감소폭은 CT 15%, MRI 26%, PET 15%로 그 폭은 더 커졌다. 하지만 행위량은 진료비가 감소한 폭 만큼 큰 변화가 없었다. 2012년 4분기와 1분기를 비교했을 때 행위량은 평균 CT 4%, MRI 5%, PET 6%씩 더 늘었지만 수입은 반비례하고 있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행위량은 CT 5%, MRI 4%, PET 7% 줄었지만 수입이 줄어든 폭보다는 그 크기가 적었다. 한 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영상수가 인하에 대한 수익 감소분을 예측했을 때 연간 10억원 이상 (수익이) 떨어진다고 나왔다. 분기마다 2억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은 줄었지만 대기시간 단축 등 의료서비스의 질은 좋아져야 하기 때문에 인력은 고정이거나 오히려 늘어 손해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하폭 가장 컸던 MRI 수입 '직격탄' 종별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책적으로 인하폭이 가장 컸던 MRI 수입이 급감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요양병원 MRI 수입 감소폭이 가장 컸다. 상급종병 MRI 수입은 지난해 1분기 390억 3700만원, 2분기 401억 3000만원, 3분기 401억 5000만원으로 조금씩 증가하다가 4분기에 302억 9100만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32%나 확 줄었다. 요양병원도 4분기 수입은 7800만원으로 1분기 1억 1200만원보다 42%가 줄었고, 직전분기 1억 200만원보다 29% 감소했다. 의원의 MRI 수입도 20%가 훌쩍 넘게 감소했다. 4분기 수입은 635억 5200만원으로 1분기 788억 200만원보다 23%, 3분기 806억 7500만원보다는 26% 줄어 들었다. 반면, 다른 기관과 달리 종합병원과 병원은 전 부분에서 평균치보다 더 적은 폭으로 감소했다. 종합병원과 병원의 4분기 CT 수입은 1분기보다 각각 9%, 8% 줄어드는데 그쳤다. 병원은 MRI 수입에서도 4분기 63억 100만원으로 1분기 68억 1600만원보다 8% 줄었다. 다른 종별 기관들이 20% 이상 줄어든데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이같은 수익 감소는 올해 1분기에도 지속되는 모습이었다. 상급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의 수입은 2~7%로 소폭 늘었지만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은 계속 줄고 있었다. 종합병원 수입은 직전 분기 대비 CT 6%, MRI 9%, PET 5% 줄었다. 특히 요양병원의 MRI 수입은 올해 1분기 5900만원으로 직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 24%나 줄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보다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크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병원이나 병원의 수입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경기불황과 맞물려 환자들이 아무래도 비싼 상급종병보다는 종합병원과 병원을 찾아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재주는 토종제약이 부리고, 돈은 외자사 몫" 2013-07-23 06:27:29
국내 A사 PM은 요즘 '더럽고 치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다국적사와 의약품 품목 제휴를 하면 어느 정도 독소 조항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 전담은 물론 발품 영업까지 국내사가 안하는 것이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종이다. 제약업계판 남양유업과 다름 없다." 올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제약사 간 불공정 의약품 거래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갑'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것인데 여기서 '갑'은 사실상 다국적사를 지칭했다. 국내외 제약사 간 품목제휴시 불공정 계약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공정위의 조치였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공정위의 표준계약서 발표 후 변한 것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여전히 '독소조항이 존재한다"고 울부짓고 있다. "처방 잘 나오는 병원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그간 알려진 국내-다국적사 간에 독소조항은 많다. ▲최소판매수량 미달시 패널티 ▲계약 종료 후 판권 회수시 미보상 ▲경쟁품 판매 금지 ▲계약 갱신시 종료, 해지는 다국적사 결정 ▲계약 종료 후 향후 몇 년간 동일 성분 제조 금지 ▲판촉 비용 국내사 부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떤 불공정 계약이 이뤄지고 있을까. 국내 A사 PM은 '거래처를 선정할 때 발전 가능성이 있는 병의원은 다국적사가 먼저 선점해 계약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한마디로 처방이 잘 나올 것 같은 신규 거래처 등은 자기네들이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는 어렵고 까다로운 병의원을 준다. 한마디로 맨 땅에 헤딩하라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듯 영업하기 어려운 곳은 국내사에게 넘겨주지만 사정은 봐주지 않는다. 실적이 목표에 미달되면 각종 패널티가 돌아온다. 다국적사 기대치에 맞추려면 무리한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B사 PM은 품목 제휴를 할 때 또 다른 다국적사의 횡포로 '수수료 책정시 장기보다는 단기 계약을 선호한다'는 조항을 꼽았다. 이 PM은 "다국적사는 짧은 주기로 국내사 영업 실적을 점검한다. 이후 실적에 따라 수수료가 조정되는데 당연히 못 팔면 수수료가 인하된다. 다국적사가 수수료 책정 계약을 맺을 때 장기보다 단기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비용은 대부분 국내사가 부담한다. 결국 100억원 팔고 다국적사에 60~70% 떼어주면 남는 것은 10억원 안팎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겪"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다국적-국내사 간 윈-윈하는 관계도 적지 않다. 대표 사례로 한미약품을 꼽을 수 있는데, 이 회사는 국내사로는 드물게 자사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오잘탄+암로디핀)'을 다국적사 MSD와 공동 판매하고 있다. 국내 영업보다는 MSD를 통한 해외 진출을 노린 포석이었는데 기대한 대로 '아모잘탄'은 현재 수십개국에 수출이 됐거나 수출이 임박한 상태다. 업계는 이 사례를 국내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교수님, 제 얼굴 보면서 진료하시면 안돼요?" 2013-07-22 06:34:26
모 의대 본과 2학년인 나는 최근 7학점 짜리 큰시험을 몇 일 앞두고 심한 감기를 앓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향했지만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가 시험이 3일 앞으로 다가온 터라 감기 증세를 완화하면서 졸림을 유발하지 않는 약을 처방받기 위해 동네 내과의원을 찾아갔다. 물론 수업 결석 사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라도 진료확인서가 필요했다. 늦은 오후 시간, 대기 환자는 3명 남짓. 잠시 기다리다가 진료실에 들어가 낯익은 원장님을 만났다. 흔한 감기 증상을 말하고, 개인적 사정과 원하는 바를 간단히 설명했으니 특별히 기대할 것도, 실망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하고 나니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제 등의 약이 꽤나 섞여 있었다. 원장님께 그렇게 부탁드렸건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하며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하나 같이 "그 원장님의 처방은 바뀌지 않더라"면서 다른 의원을 추천했다. 환자가 그 내과 원장에게 과한 요구를 한 것일까? 시험을 치루고 난 다음 날, 메디칼타임즈 기자와 모 대학병원 앞에서 만났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받기로 예약을 해 둔 상황. 본과 2학년 예비 의사의 진료 체험기 우선 대학병원 근처에 있는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진료의뢰서를 받아 가기로 했다. 주증상은 '이명증'. 평소에 증상이 나타나는 편이지만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진짜 환자는 아니었던 셈. 얼마전 메디칼타임즈에서 재미있는 제안이 들어왔다. 일종의 진료체험. 선배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으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표현해 달라는 것이었다. 흔히 의사는 '갑', 환자는 '을'이라고 말한다. 예비의사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이런 '갑을 문화'가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제안에 응했다. '이명증'은 강의를 들을 적에도 그렇게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ClinicalKey에서 논문도 검색해 공부했다. 원인이나 동반증상, 치료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실제 진료 시나리오도 구상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의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점심 시간이 살짝 지난 뒤라 대기 환자는 없었다. 바로 접수를 하고 원장님과 마주했다. 단순히 진료의뢰서만 받지 말고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보기로 하고 원장께 먼저 증상을 말하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여쭸다. 원장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최근 앓았던 감기로 인해 심해졌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짧은 대답이 그날 진료의 전부였다. 걱정되는 점을 말씀 드렸더니 괜찮아질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정작 환자를 안심시키려는 목적은 담겨 있지 않았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아쉬웠다" 자세히 검사해보고 싶어서 대학병원에 예약했다고 하자 바로 진료의뢰서를 써주셨다. 그 순간에도 아쉬움이 남아 또 다른 질문을 드렸는데 돌아오는 답은 "대학병원에 가면 비싼 기계들이 많으니 검사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질문을 막았다. 그제서야 이 의원은 정작 진료의뢰서를 받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가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환자를 대하는 원장의 태도를 아쉬워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얼마전 아버지가 들여준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아버지는 갑상선 진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 외래를 방문했다. 아버지는 교수가 계속 모니터만 응시한 채 말씀을 하시자 "의사 선생님, 제 얼굴을 보면서 말하면 안돼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교수가 당황한 목소리로 "얼굴을 보고 말하면 환자들이 자꾸 질문을 해서…."라고 말해 아버지가 황당했다고 말하셨다. 그 때는 '뭐 저런 교수가 다 있어'라고 웃어 넘겼는데 이런 게 현실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대학병원에 도착해 먼저 수납·접수 창구로 갔다. 잠시 대기하다가 내 순서가 와 접수창구 앞에 섰다. 예약한 교수는 특진비가 청구된다는 점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더니 큰 액정화면에 서명하라고 했다. 순식간에 넘어가는 화면에 세번 쯤 서명하고 하니 1만원이 넘는 특진비가 포함된 3만원 가량의 진찰 접수가 끝났다. 이비인후과에 도착하니 간호사는 청력검사를 한다며 다시 수납을 하라고 했다. 다시 특진비 약 1만 5천원이 포함한 5만원 수납. 수납을 마치고 조금 기다리니 전공의가 와서 청력검사를 했다. 약 10분 후 검사가 끝났고, 다시 30분 정도 기다린 뒤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의원에서 했던 것처럼 증상을 설명했더니 큰 차이가 없었다. 청력 검사 결과는 당연히 정상소견. 몇 만 원 특진비까지 추가로 붙은 청력검사지만 "청력은 정상이네…" 말 한마디가 끝이었다. 더 이상의 진찰이나 검사도 없었다. 교수는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해 이명증이 올 수 있다며 수면 유도제 등을 처방해 주었다. 약 먹고 푹 쉬면서 지켜보다가 한 달 뒤에 보자는 교수의 말은 효용이 없었다. "처방전 받아 가세요" 라는 말을 뒤로 한 채 병원을 빠져나왔다. "환자는 약자의 입장에서 의사를 강자로 생각한다" 의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대학병원에 가려는 환자들에게 진료확인서만 손에 쥐어주기를 원하고, 종합병원은 환자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모습. 적어도 나의 이 날 경험은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형태라던가 제도상의 문제라던가 하는 것과는 큰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공감, 혹은 환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한 노력은 그렇게 큰 비용이 들지도 않고, 때로는 그 자체만으로 내원의 목적을 다할 수도 있다. 가까운 의원들 중에서도 어디는 한산하고 어디는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듣는다. 다들 알면서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의료라는 특성상 환자는 약자의 입장에서 의사를 강자로 생각한다는 의료 윤리 수업 내용을 곱씹어볼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수납할 때 무감정의 톤으로 나눠준 '환자의 권리와 의무'라는 종이에는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설명을 충분히 듣고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당연한 말인데도 생소하다.
정부, 인턴 폐지 폭탄 돌리다 진퇴양난 자충수 2013-07-16 06:35:45
인턴 폐지 시기를 의대생들이 결정하도록 한 복지부 카드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이 근소한 차이로 많기는 하지만 2015년과 2018년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양분되면서 시기를 결정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 것이다. 2015년 vs 2018년 의견 팽팽…폐지 시기 결정 부담 백배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41개 의대 본과 1학년부터 4학년생 1만 514명을 대상으로 인턴 폐지 시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들이 4723명(45.2%)으로 가장 많았고 2015년이 4321명(41.3%)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들과 2015년을 택한 학생들의 차이가 불과 400여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둘다 과반수를 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복지부는 의대생 전수조사에 들어가기 앞서 학생들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무조건 입법예고를 내겠다는 의지였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만약 의견이 팽팽하게 나뉠 경우 2순위, 3순위 선택을 합산해 무조건 과반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면 2018년도는 51.6%로 과반을 넘기게 된다. 복지부 공언대로라면 2018년도를 폐지 시점으로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선뜻 이 결과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선택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견이 양분돼 섣불리 해석하기 힘들다"며 "의학회와 학장협의회 등 유관단체들과 협의한 뒤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수조사를 무조건 수용해 폐지 시기를 입법예고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다. 폭탄 돌리다 폭탄 안은 복지부…돌아갈 길이 없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다. 의대생들 입장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득실을 따지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지부는 결국 의대생들에게 폭탄을 던지려다 스스로 이를 껴안는 상황에 빠졌다. 쉽게 말해 자충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당초 의학회가 제출한 2015년 폐지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를 준비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당사자인 자신들을 빼놓고 인턴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자 이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후 의대생들은 진로탐색 기능 상실과 수련기회 박탈 등을 이유로 복지부를 압박했고 결국 복지부는 의대생들에게 공을 돌린다. 의대생들이 폐지 시기를 결정하면 이에 맞춰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완전히 뒤로 물러선 것이다. 당시 복지부 입장에서는 이 카드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2015년 인턴 폐지를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직접 인턴 폐지 시기를 결정한다면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은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방침이 정해지기 전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회가 77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6%대 54%로 2015년 시행에 대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2018년도를 선택한 학생들이 45.2%, 2015년이 41.3%, 결국 의견이 양분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면 이를 반대했던 의대생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의대 본과 3년생은 "그냥 2015년에 시행했으면 되는 것을 굳이 전수조사를 실시해 의대생들의 분열만 조장했다"면서 "이제 어느 것을 선택해도 받아들이는 의대생보다 반발하는 의대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의대 예과 2년생도 "만약 2018년 시행을 강행한다면 전국 의대 예과생들의 단체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유관단체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복지부가 이제는 반발을 각오하고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2015년이든 2018년이든 복지부가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더이상 시간을 끌면 준비가 소홀해져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혼란만 부추긴 인턴폐지 전수조사…학생들 멘붕 2013-07-15 06:49:58
인턴 폐지를 위한 최종 관문으로 여겨졌던 전국 의대생 대상 전수조사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학년 별로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어 해석이 분분한데다 객관식 문항으로 인해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41개 의대 본과 1학년부터 4학년생 1만 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턴 폐지 시기 전수조사에 대한 결과를 공개했다. 간신히 확보한 과반수…결과 해석 의견 분분 조사 결과 인턴 폐지 시기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나눠졌다. 본과 1학년생들과 3학년생들은 2015년을 지지한 반면 2학년생과 4학년생들은 2018년을 꼽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아진 의견을 분석한 결과 2018년도가 4723명(45.2%)으로 가장 많았고 2015년이 4321명(41.3%)으로 뒤를 이었다. 복지부는 만약 과반수 이상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2순위와 3순위 선호 년도를 안분해서 결정하기로 한 만큼 이를 반영할 경우 2018년도가 5390명(51.6%)로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렇게 2순위, 3순위 의견을 종합해도 2018년도를 꼽은 학생들이 겨우 절반을 넘긴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표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의대 본과 3년생은 "아무리 한 시기를 꼽아야 한다 해도 2순위, 3순위 의견까지 끌어모아 50%를 겨우 넘긴 것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느냐"며 "차라리 2015년도와 2018년도를 두고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B의대 본과 1년생은 "도대체 예과생들은 설문에서 제외하고서 본과 4년생들은 왜 조사에 포함시킨 것이냐"며 "본과 4년생만 제외했어도 2015년으로 의견이 모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견된 혼란…"내가 희생하기는 싫다" 사실 이같은 혼란은 예상된 부분이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인턴 폐지 시기에 따라 득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본과 4년생들은 만약 2015년도에 인턴이 폐지되면 현재 본과 3년생들과 함께 NR(New Resident) 수련을 받게 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인턴 1년을 겪고 후배들과 함께 수련을 받게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무려 4723명(45.2%)이 2018년도에 손을 들어준 것도 이같은 공론을 반영한다. 반면 본과 3년생들은 다소 다른 입장이다. 만약 2015년도에 인턴 제도가 폐지되면 의대 졸업 후 바로 NR로 들어갈 수 있다. 본과 4년생에 비하면 수련기간을 1년 단축할 수 있는 셈이다. 본과 3년생 중 1098명(47.4%)가 2015년에 폐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 중 2018년을 꼽은 학생들은 864명에 불과하다. 본과 1년생들이 2015년을 지지하고 본과 2년생들이 2018년에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제도에 영향을 받느냐 마느냐에 대한 득실을 계산한 것이다. 학년마다 의견 분분…"설문 자체도 문제 있다" 이처럼 학년별로 이해득실이 분명하게 갈리면서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오는 부분은 왜 예과생들을 제외시켰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C의대 예과 2년생은 "예과생은 조사에서 제외시키고서 2018년 시행을 결정할 수가 있는 것이냐"며 "우리만 마루타인가"라고 반발했다. 만약 2018년도에 인턴 제도가 폐지될 경우 현재 예과 2년생들이 첫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에 관계없이 2014년도에 인턴 수련을 받게 되는 본과 4년생을 설문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도 논란이 거세다. 본과 4년생 대다수가 2018년도를 꼽았기 때문이다. D의대 본과 2년생은 "본과 4년생들은 어짜피 2014년도에 인턴을 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조사를 해야할 이유가 있느냐"며 "이들은 선택권이 없는 학년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배가 아프니 2018년도에 몰표를 주지 않았겠느냐"며 "이로 인해 조사가 엉망이 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설문 문항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객관식으로 조사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는 2015년도, 2016년도, 2017년도, 2018년도 중 한가지를 꼽고 2순위, 3순위를 선택하도록 했다. E의대 본과 1년생은 "아마도 2019년도가 있었으면 2019년도가 됐을 꺼고 2020년도가 있었으면 2020년도로 결정됐을 것"이라며 "2018년도에 표가 몰린 것에 대한 회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2018년도로 결정된다 해도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의대생들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차라리 주관식으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방첩약도, 고가항암제도 선심 쓰듯 급여화 2013-07-04 06:28:23
우선순위.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을 먼저 차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차례나 위치를 말한다. 한정된 재정 속에서 국민들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보장성 강화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우리나라도 보장성 강화 항목을 지정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나름의 '절차'와 '원칙'이 있다. 하지만 원칙 없는 '선심성' 급여화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선심성 보장성 강화책의 하나로 꼽히는 게 '한방 첩약 급여화'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올해 10월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한방 첩약을 급여화 하겠다고 결정했다. 투입 예산은 내년에만 2000억원이다. 문제는 한방첩약 급여화가 우선순위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고,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정심에 제출한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평가결과에 따르면, 첩약 급여화는 전체 31개 항목 가운데 23번째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 심지어 한의계 내부에서도 한약사와 한의사의 갈등으로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건정심은 보장성 확대 항목을 선정하는 최종 관문이다. 여기서 우선순위를 조금도 아니고 크게 무시한 결정이 나왔으니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내년부터 적용될 노인 임플란트 급여화도 대중의 눈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틀니나 임플란트 등 치과 분야 급여확대는 정치권에서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공약들이다. '어르신 표' 공략을 위해서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노인 임플란트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플란트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항목 31개 중 26위로 하위권에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틀니에 대한 보장성 확대 요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보장성 확대가) 결정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많이 제기한다"고 말했다. 실제 노인 틀니 보험화가 이뤄진 상태에서 임플란트까지 보험화 하는 것은 과잉급여라는 목소리가 높다. 고가항암제 급여화에 있어서도 일관성, 투명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팀은 고가항암제 13품목을 선정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10개국 보험급여 여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고가항암제에 대한 비용효과성 고려도 및 투명성이 최하위에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가항암제에 대한 경제성 분석자료가 공개되고 있지 않았다. 허대석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급여 결정 원칙과 함께 근거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우선순위 정하는 절차 투명해야" 사실 우리나라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원칙은 있다. 우선순위는 대국민 설문조사, 임상 전문가 자문 등을 받아 건강보험 보장성 항목을 정한 후, 건정심 내 우선순위평가위원회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순위를 정한다. 대국민 설문조사는 항목을 제시하고 급여가 우선적으로 돼야 하는 것에 체크를 하라는 식이라서 국민은 많은 항목들 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틀니, 첩약에 관심을 두게 된다. 상대적으로 용어가 어려운 검사명 등은 후순위로 당연히 처지게 된다. 우선순위평가위원회는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진료비 규모 ▲적용 대상자 수 등에 따라 객관적으로 점수화 해 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진 우선순위는 상위 기구인 건정심에 가서 뒤바뀌게 된다. '선심'이 우위에 선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들은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윤 연구소장은 우선순위를 정할 때 '참여'와 '투명성'을 강조했다. 그는 "건정심에서 최종결정을 할 때 정치적인 상황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한계를 인정 하면서도 "복잡한 의사결정을 가능한 한 일관되고, 책임있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시민, 환자, 연구자, 제약사, 병원 등 보건의료정책의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의 기준과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권순만 보건대학원장도 공단이 발주한 '건강보험 보장성 우선순위 원칙 및 적용 방안' 연구결과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 개개인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의 중대성, 치료 효과성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 절차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보장성강화 실무지원단'을 만들고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복지부에 제안하고 있다. 보장성강화 실무지원팀 고영 팀장은 "임상 전문가 및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만든 근거자료를 검토한다. 기준이나 규칙보다는 과정이 투명한 절차를 마련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만해도 6개월"이라고 말했다.
"병원도, 환자도 불만…이상한 나라의 보장성 2013-07-03 06:33:01
CT, MRI검사에 대한 보장성을 높이면 환자의 만족도가 올라갈까? 앞서 일부 항목에 대한 CT, MRI 급여화 정책을 살펴볼 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환자와 의료기관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서 건보 재정만 낭비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 건수 급증…건보재정 압박하자 수가인하 정부는 지난 1996년 CT 검사를 급여로 인정한데 이어 2005년에는 MRI, 2006년에는 PET(양전자 단층촬영) 검사를 급여화했다.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병원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급여화 이후 CT, MRI, PET 등 고가 의료장비의 검사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감에서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T 검사를 받은 환자가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만 해도 CT 검사를 받은 환자는 327만명, 촬영 건수는 319만건(1인당 1.3건)에 그쳤지만 그로부터 4년후인 2011년에는 411만명, 567만건(1인당 1.4건)으로 늘었다. 또 심평원이 제출한 연도별 CT 재촬영률을 살펴보면 10명 중 2명꼴로 재촬영했으며 그에 따라 매년 약 110억~130억원의 건보재정이 소요되고 있었다. 1차 CT 촬영후 30일 이내 동일상병으로 타 기관에 내원한 환자 수는 지난 2007년 37만여명에서 2008년 41만명, 2009년 49만명, 2010년 47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이들 중 또 다시 CT 촬영을 한 환자 수는 2007년 8만여명에서 2008년 8만 4천여명, 2009년 9만 8천여명, 2010년 8만 8천여명으로 집계됐다. CT 재촬영 건수가 증가할 수록 건보재정 또한 급증했다. 지난 2007년 117억원에서 2008년 124억원, 2009년 145억원, 2010년 131억원의 건보재정이 빠져 나갔다. 환자 입장에서 CT, MRI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보기 힘들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계속되고 CT 이외 MRI, PET 검사 건수 증가로 건보재정을 압박하자 급기야 정부는 고가의료장비 검사수가를 인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급여화되면서 수익이 감소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는데 검사건수가 늘면서 오히려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정부가 고가 의료장비에 대한 검사수가를 인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들은 수가가 인하되더라도 검사건수를 늘려 타격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병원에게 수가인하는 직격탄"이라고 말했다. "더 비싼 장비 도입" 병원들 출혈경쟁 여기까지 보면 의료기관들이 CT. MRI 검사건수를 늘려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의료기관들은 '더 비싸고, 질 좋은' 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했고 병원 경영 압박은 검사 건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시작됐다. 충청도 A중소병원장은 "인근 병원에서 CT, MRI 등 고가의 의료장비를 들여놨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좋은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병원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간 경쟁이 붙다보니 장비 교체시기가 안됐어도 다시 구입했고, 이는 곧 병원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CT검사 장비의 경우 320채녈은 10억원 이상 호가하고 32채널도 5억~6억원으로 중소병원에선 꽤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CT보다 고가인 MRI장비를 들여놓은 병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 크다. MRI장비의 경우 싸게는 5억원에서 비싼 장비는 3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차가 크다보니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B중소병원장은 "의료장비의 성능과 질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데 같은 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병원이 투자한 만큼 수가에서 보전을 해줘야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MRI 등 고가장비 보장성 확대 "득일까, 실일까" 지금까지의 고가의료장비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환자도 만족할 수 없는 제도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MRI 등 고가장비 검사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의 미래도 크게 밝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표정이 어둡다. MRI검사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환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릴 것이고 최근 무리를 해서 고가의 MRI구비한 중소병원의 경우 장비 값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대형병원이라고 마냥 넋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정부가 언제 무슨 이유로 검사 수가를 인하하겠다고 나설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일단 보장성강화 차원에서 보험급여 제도권으로 들어가면 정부는 계속해서 수가를 인하해 건보재정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는 지금까지 정부의 행보를 볼 때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 퇴원 못합니다" 보장성의 독버섯 2013-07-02 06:45:00
A중소병원 이사장 "지금도 경영난으로 어려운데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면 그나마 있던 환자도 대형병원으로 몰려 우린 병원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대학병원 B교수는 "암 환자 본인부담을 낮출수록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온 것을 미뤄볼 때 4대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이후 장기 입원환자 급증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다."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의료계 재앙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정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환자의 도덕적 해이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자연스럽게 의료전달체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우려다. 현재 암환자 상당수가 3차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1주일 이내 퇴원, 필요한 경우 2차병원 혹은 재활 및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다. 이는 대학병원 측의 권유도 있지만 환자 스스로도 3차병원 입원료 등 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그 보다 저렴한 2차병원으로 옮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발표한 것처럼 중증질환 보장성을 99.3%까지 확대할 경우 대형병원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입원을 지속하려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은 지방 의료기관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최근 환자 감소로 주춤하고 있는 대학병원들의 병상 늘리기 경쟁이 또 다시 불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중소병원 이사장은 지방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으로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면 지방의 대학병원까지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암 환자도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입원했지만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면 굳이 중소병원에 입원하려고 하겠느냐"면서 "중소, 대형병원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소아환자 보장성강화 부작용 반복하면 안되는데…" 사실 이같은 문제는 정부가 의료보장성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2006년 현실화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6세 미만 소아환자의 입원료 감면 직후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과 입원환자 급증으로 병원계는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인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적용되는 2016년에 다시 한번 대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도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지난 2006년 당시의 심각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노정일 병원장은 "입원한 환자들이 퇴원할 생각을 안하니깐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응급실에서 방치되는 등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교수들끼리도 '이 상태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강했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 치료가 끝나고 퇴원을 권해도 나가질 않았다. 입원료에 대한 부담이 없다보니 의학적 문제 이외 집안 문제까지 해결한 뒤 퇴원하려는 아기 엄마들 때문에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서울대병원 이정렬 교수(소아흉부외과)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간단한 검사 후 치료를 받으면 되는 환자인데 아기 엄마가 강하게 입원을 요구해왔던 일"이라면서 "이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행하면서 의료진들도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또한 소아환자의 입원 장기화 현상은 의료전달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건보재정을 위협했다. 실제로 당시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요양급여비 분석자료에 따르면 요양기관 종별로는 병원의 소아 입원환자 수는 2005년 3만 2996명에서 2006년 3만 7209명(12.8%)으로 급증했다. 종합병원 또한 11만 5611명에서 12만 1176명으로 4.8% 늘었으면 종합전문요양기관이 5만 9809명에서 6만 118명으로 0.52% 증가했다. 또 1인당 평균 입원일수를 살펴보면 2005년 7.51일에서 2006년 상반기 7.70일로 늘었으며 총 진료비 또한 1706억원에서 1904억원으로 3.82% 증가했다. 건보공단은 제도 시행 이후 6세 미만 입원환자의 수진율이 약 13% 늘었으며 이를 지속할 경우 연간 772억원의 건보재정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6세 미만 입원환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재앙을 예고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뒤늦게 인식한 정부는 급기야 입원료 전액 감면 정책을 뒤집고 10%의 본인부담을 부과하기로 했다. 문제는 2006년의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소아환자의 보호자 상당수가 일단 입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번 입원하면 웬만해선 나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다수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은 "일부 본인부담을 높였지만 입원료에 대한 부담이 적다보니 일단 입원하고 보자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최근 실손보험의 증가와 맞물리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전 원장을 지낸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는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기준이 필요하며,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선 행정적으로 의료진에게 이를 결정할 권한을 줘야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의료 보장성을 높여야하는 것은 맞지만 기준과 잣대가 필수적"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막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7년째 밥값 동결…개밥 욕하려면 정부에 하라" 2013-07-01 06:26:51
"진료수익으로 식당 인건비 충당하는 수 밖에" 1 서울의 B중소병원 이모 원장은 진료수익을 떼어서 입원환자 식대비용으로 쓰고 있다. 나름 지역에서 자리잡은 병원이라고 자부하는데 환자 식사의 질이 낮다는 소리를 듣기 싫기 때문이다. 병원급 일반식 식대수가는 한끼당 4673원. 환자들의 영양을 고려해 고기도 넣고 입맛을 돋우는 반찬 몇가지 올리다보면 정해진 수가를 훌쩍 넘긴다. '요즘 웬만한 식당에서 백반을 먹으려면 적어도 7천원이 드는데…'라고 생각하면 씁쓸할 뿐이다. 식대로는 식자재 값을 대기도 바쁘다. B중소병원 식당에는 영양사 3명에 조리사 2명. 진료 수익 일부를 식당 직원 인건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직영 가산수가를 받으려면 영양사, 조리사는 물론 식당 보조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식대 급여화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 "수가는 7년째 제자리…식자재 값 줄이는 수 밖에" 2 경남도에 위치한 A요양병원 영양사 김모 씨는 일주일에 2~3번씩 새벽시장에 간다. 전에 같으면 식자재 업체에 필요한 양만큼 주문해서 조리를 했지만 얼마 전부터 직접 재래시장에서 장을 본다. 직접 장보기를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7년째 식대 수가는 제자리인데 식자재 값이 올랐으니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한다. 식단은 있지만 의미는 없다. 그날 그날 새벽시장에 나온 저렴한 식자재가 곧 식단이 된다. 배추가 저렴한 날은 배춧국을 올리고, 오이값이 싸면 오이김치를 만드는 식이다. 김씨는 식자재 값이 급등했던 재작년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2~3배씩 폭등한 식자재로 식단을 짜려니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었다. 요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매년 소비자 물가가 뛰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환자에게 개죽을 먹이지 않겠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다. "나도 질 낮은 병원 밥 만들고 싶지 않았다" 3 명색이 중소병원 원장인데 처음부터 '저질 식사'를 제공했던 것은 아니었다. 식대 급여화 이전까지도 꽤 괜찮은 식단이라고 자부했다. 밥은 국내산 쌀로 지었고 국은 매일 종류를 달리했다. 반찬도 4~5가지씩 올렸다. 식대 급여화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물가는 치솟는데 식대 수가는 오를 줄 몰랐다. 병원장으로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병원 경영까지 악화됐다. 식자재 질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쌀은 중국산으로 바꾼 지 오래고, 국에는 계란만 풀어서 내보내고, 반찬 수도 3가지로 줄였다. 그 중에 하나는 매일 나가는 김치다. 지난해까지는 중국산 김치를 올렸지만 올해부터는 중국산 배추를 사다가 직접 담군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물론 김치 재료는 김치 색을 내기 위한 고춧가루과 약간의 마늘 등 기본적인 재료가 전부다. 맛을 내는 젓갈 등 각종 양념은 비용을 고려해 생략했다. 오늘도 한 환자는 개밥을 내놨다며 불평을 늘어놨지만 정작 울고 싶은 것은 나다. 환자에게 "병원에서 따질 게 아니라 식대수가를 잡고 있는 정부한테 따지라"고 말하고 싶다. "건보 재정으로 병원 밥값까지 지원하는 게 가능할까" 정부가 환자 식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식대급여화를 도입한 지 7년째. 병원은 원가에 못미치는 식대 수가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고, 환자들은 밥맛이 없어 먹을 수 없을 지경이라며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식대급여화는 지속될 수 있을까. 식대급여화 이후 정부가 쏟아부은 예산만 보더라도 지속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식대 급여화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7년만 해도 식대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7503억원이었지만 2008년에는 8816억원, 2009년 9941억원, 2010년 1조 1292억원, 2011년 1조 2084억원으로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정부는 식대급여에 연 3천억~5천억원 예산이면 충분하다고 봤지만, 제도시행 1년째 접어들었을 때 이미 정부의 예상치는 빗나가 있었다. 식대 급여화는 병원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상당수 병원장들은 여전히 식대급여화 제도의 취지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B중소병원 이 원장은 "밥을 왜 의료보험 재정에서 충당하는지 묻고 싶다. 솔직히 의료보험에서 보장해야 하는 환자는 아파서 밥도 못 먹는 환자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건보재정으로 환자 밥값까지 지원해주는 게 의료보장성 강화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보장성은 늘리기는 쉽지만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병원경영 전문가도 정부의 식대급여화 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정책실장은 수가 동결이 입원환자 식사 질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식대급여화가 도입된 2006년도 대비 2012년 현재 소비자 물가지수와 인건비가 각각 21%, 15.6%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식대는 7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 정책실장은 "지금이라도 식대수가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고, 식대를 상대가치점수로 환산해 물가와 인건비 지표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가 산정방식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가협상에서 식대에 대한 수가협상을 별도로 진행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환자치료식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고 일반식에 대해선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수 없는 국립대병원…안동·전주예수 신흥강호 2013-06-26 06:39:09
서울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유출이 지역 병원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지역 국립대병원들은 고군분투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지역 의료에 힘쓰며 자리를 잡아온 대학병원들과 의료법인들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호시탐탐 국립대병원을 위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입원, 외래 진료비 추계를 분석해 병원계 판도를 살펴봤다. 빅5병원 위협하는 경기권…종합병원 전쟁터 경기권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신흥 강자로 급성장하며 아주대병원과 빅5병원 진입을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012년 2204억원의 진료비 수입을 올리며 빅5병원을 바싹 쫓고 있는 가운데 아주대병원 또한 2008년 1780억원에 불과했던 진료비가 2012년 2183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하며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것. 또한 순천향대병원과 한림대 성심병원 등도 각각 2012년 1314억원과 1274억의 진료비를 올리며 서울의 대학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경기권은 쟁쟁한 종합병원들이 포진해 있어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우선 성빈센트병원이 2012년에 1375억원의 진료비 수입을 기록해 왠만한 상급종합병원들을 뛰어 넘었고 국립암센터도 1263억원의 진료비 매출을 올렸다. 또한 분당차병원과 공단일산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도 모두 1000억원대 진료비를 기록해 서울에 위치한 종합병원보다 상대적인 우위를 보였다. 여기에 1000억원대 돌파를 앞둔 일산백병원과 부천성모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등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권 병원들의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 격전지 대구…패권 다툼 치열 대형병원의 격전지인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곳은 바로 대구였다. 4개 상급종합병원이 경쟁하고 있는데다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으로 분류되는 대구파티마병원 등이 버티고 있어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현재 대구에서는 경북대병원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바짝 추격을 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008년 1440억원의 진료비 수입을 기록한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2년에는 1652억원을 청구하며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밀집지인 만큼 중위권 다툼은 치열하다. 실제로 2008년에는 영남대병원이 110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경북대병원을 바짝 뒤쫓았지만 2011년에는 계명대 동산병원이 1432억원의 진료비 매출을 기록하며 영남대병원(1339억원)을 제쳤다. 하지만 2012년에는 동산병원이 1260억원의 진료비를 청구하고 영남대가 1369억원의 성과를 올려 다시 순위가 뒤짚혔다. 이외 대구가톨릭대병원도 2008년 900억원의 진료비를 기록한 이래 2012년 1114억원으로 1000억원대 고지를 돌파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도 2012년 826억원의 진료비를 청구해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름값을 했다. 지역 거점병원 꾸준한 성장세…예수·안동병원 등 반격 이외 대다수 지역의 거점병원들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지역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2008년 1328억원의 진료비를 기록했지만 2012년에는 1705억원으로 400억원 가량이 늘었고 전남대병원도 2008년 1149억원에서 2012년 1550억원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또한 대전지역의 충남대병원은 2008년 진료비가 갓 1000억원대를 넘었지만 2012년에는 1651억원으로 5년만에 대략 1.6배의 성장을 이뤄냈고 전북대병원도 2008년 1136억원에서 1508억원으로 큰 폭으로 진료비가 늘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총 진료비가 840억에 불과했던 경상대병원도 2012년에는 1061억원으로 경남권의 패자 이름값을 했다. 이렇듯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거점병원들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오랜 기간 지역을 지켜온 종합병원들 또한 특화된 경쟁력으로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북에 위치한 안동병원이 대표적인 사례.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으로는 유일하게 1천병상 시대를 열었던 안동병원은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대구·경북지역에서 대학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진료비 또한 2008년 499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2012년에는 621억원으로 늘어나며 인근 D대병원이나 C대병원을 가뿐하게 앞질렀다. 지역에서는 대학병원보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전주예수병원도 마찬가지. 2008년 537억원에 불과했던 진료비는 2010년 693억원으로 뛰었고, 2012년에는 791억원의 진료비를 청구해 전북 지역 종합병원 중 최고를 기록했다. 전주예수병원 관계자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급성심근경색과 제왕절개 가감지급사업에서 유수 대학병원을 제치고 모두 1등급을 받는 등 진료의 질은 대학병원에 밀리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 이러한 신념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한 것이 신뢰를 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몸집이 다가 아니다" 상급병원 넘어선 종합병원 2013-06-25 06:26:07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특화된 경쟁력으로 이들 못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종합병원들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비록 상급종합병원의 대열에는 끼지 못했지만 환자수와 진료비 수준에서 이들을 위협하며 지역 거점병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진료비 청구액을 분석한 결과 일부 종합병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보라매병원 5년새 진료비 2배 성장…"서울대 교수진 파워" 서울권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이다. 지난해 보라매병원은 한해 동안 1030억원의 진료비를 청구해 종합병원 중에서 단연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는 강동경희대병원 등도 928억원으로 턱밑까지 추격하기는 했지만 보라매병원의 성장세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보라매병원은 지난 2008년 549억원에 불과했던 진료비가 2010년 789억원으로 급상승한 뒤 2년만에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권 상급종합병원인 S병원과 K병원 등이 1천억원대에 턱걸이하거나 부족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라매병원의 돋보이는 성과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 출신 의료진이라는 기반에다 지난 2008년 대규모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현대식 병원으로 탈바꿈 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자생적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공병원의 가격과 사립병원의 서비스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과거 다소 부족했던 외관과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게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진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던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운대백병원 개원 2년만에 지역 제패…외상센터 두마리 토끼 제2의 도시인 부산에서는 해운대백병원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불과 개원 2년만에 총 진료비가 천억원대를 넘어서며 지역을 제패한 것. 지난 2010년 개원 당시 471억원에 불과했던 진료비는 1년만에 964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2년에는 1127억원의 진료비를 기록했다. 불과 개원 2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 K대병원이 1031억원의 진료비를 청구한 것과 비교하면 이미 상급종합병원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해운대백병원은 4개 중점육성센터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육성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다른 대학병원들이 암에만 집중할 때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해운대백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생체간이식센터, 외상센터, 심혈관센터, 소화기병센터를 집중 육성센터로 선정하고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개원 2년만인 2012년 이미 심장수술 120례를 달성했고 간이식도 1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외상센터는 한국 외상진료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다수 병원들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외상진료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해운대백병원 관계자는 "개원 준비단계부터 4개 중점육성센터를 선정한 것이 병원이 자리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이제는 조혈모세포이식센터 등 지방에서 취약한 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성모, 일산백 등 지역 특화 전략 주효 코앞에 대형병원들을 두고서도 철저한 지역중심 전략으로 승기를 잡은 대학병원도 있다. 인천성모병원과 일산백병원이 대표적인 예다. 인천성모병원은 사실상 서울권 대학병원으로 봐도 무방한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고속성장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99억원에 불과했던 진료비가 불과 5년만에 1166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하며 인천, 부천지역 강자로 떠오른 것. 인천성모병원은 2011년 의료복합동 개소로 1천병상급 대형병원으로 탈바꿈한 것이 급성장의 기반이 됐다 4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3년만에 체급을 올려 1천병상급으로 도약하면서 과거 병실부족 문제는 물론, 첨단병원 이미지를 확고히 심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성모병원은 2010년 총 진료비가 6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11년 리모델링이 완공된 후 91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일산백병원도 경쟁 대학병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용한 강자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일산백병원은 상급종합병원 타이틀을 내려놓고 종합병원으로 거듭난 게 오히려 득이 됐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던 2009년 진료비는 748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를 반납한 2012년에는 957억원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산백병원은 몸집경쟁을 버리고 진료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것이 이러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일산백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과 규모 경쟁을 벌이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원스톱 서비스와 여성암 특화 사업 등 진료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면서 "또한 응급의료서비스 등을 강화해 철저한 지역화를 꾀한 것도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