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공무원 복지부 고위직 오르는 건 일장춘몽" 2014-02-18 06:35:46
복지부 본부 공무원 780명 중 의사(보건직) 공무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 의료계 내부에서는 규제 중심의 보건의료 정책 개선을 위해 의사 공무원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도 높게 제기된 바 있다. 의사 공무원 양성론이 메아리에 그친 탓인지 과거에 비해 의사 공무원 수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개원과 봉직 시장 모두 불황인 상태에서 공직에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하는 의사가 없는 것일까, 복지부가 선발하지 않은 것일까. 정답은 양쪽 모두이다. 복지부는 몇 해 전부터 5급 특채를 활용한 1~2명 의사 공무원 선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 본부 의사 수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고참 의사 공무원들이 질병관리본부와 검역소 등 산하기관으로 인사 발령된 부분도 적잖게 작용했다. 한 마디로, 의사 공무원 적정 수를 유지하면서 숙성된 의사 공무원을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이동시키는 셈이다. 최근 7년 사이 의사 공무원이 복지부에서 초고속 승진한 것은 MB 정부 전재희 장관 시절 의사 출신 첫 대변인(전병율 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발탁에 그쳤다. 현재 의사 공무원의 복지부 최고 직위는 개방직 공공보건정책관(국장급)이다. 약사(약무직) 공무원의 경우 상황은 더하다.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하는 약사 공무원은 6급을 거쳐 사무관까지 12년 이상, 서기관까지 8년 이상이 소요된다. 비고시 공무원과 동일한 승진체계를 밟고 있다. 약사 공무원 중 행정고시를 패스한 일부를 제외하면 보험약제과장이나 국립병원 약제과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한다. 퇴직한 의사 공무원 A씨는 "실국장을 기대하고 보건의료정책을 펼치겠다는 포부는 꿈에 불과했다"면서 "고시 중심 관료사회에서 의사가 갈 수 있는 위치는 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내부 상황도 녹록치 않다. 보건의료정책실 소속 실국장과 과장급 29명 중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고시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산업정책국장에 성균관대 출신이 전격 발탁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서기관 이하 승진 여부는 실국장이 작성한 인사성적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과장에 임명됐더라도 실국장 판단에 따라 청와대 및 해외 파견, 부서 배치 등으로 개인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 공무원은 "고시 출신은 엘리트로서 공직사회 등용문이라는 표현은 옛말"이라면서 "고시 출신이 증가하면서 보이지 않은 학맥과 인맥 중심의 라인 형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의료정책 상당수는 편향된 복지부 인사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성과에만 집착하고 정책 결과를 책임지지 않은 공무원들이 학맥 인맥으로 승진한 경우를 적잖게 보아왔다"면서 "누구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정책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시를 패스하면, 보건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일정기간 경험을 의무화하는 인사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현실을 모르는 초임 사무관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의료정책을 기획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삭감보다 열 받는 건 증명할 기회 안주는 것" 2014-02-18 06:33:02
다약제 내성에 대한 '테노포비어(상품명 비리어드)' 단독 요법.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삭감이다. 간 전문의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재의 급여 기준이다. 하지만 의료진들의 불만은 특정 약제에 대한 삭감이 아니다. '테노포비어'는 단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대한간학회 기획이사)는 '테노포비어' 삭감 문제를 불합리한 급여 기준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근거가 부족한 실정에서 섣부른 예단으로 합리적 진료 행위에 대한 급여 삭감 등은 매우 부당하다. 특히 그 불합리한 조치가 건보 재정 지출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다제 내성 치료에 비리어드 단독 효과는 입증됐다. 하지만 비리어드만 고집하지 않는다. 내성 많은 제픽스도 잘 듣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약제 내성=병용' 아니면 '삭감'이라는 공식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제안했다. 신약(비리어드)이 나온 만큼 향후 1~2년 후까지 다제 내성 환자들에게 병용 및 단독 요법 모두에 급여를 인정달라고. 국내 연구 결과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도록 유연성 있는 보험 정책을 펴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호소 아닌 호소였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도 같은 맥락의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이르면 올 상반기 개정될 진료 가이드라인에 다약제 내성에 비리어드 단독 요법의 타당성 등 불합리한 급여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이 증명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한 교수는 "의료계에서 해결해야되는 급여 숙제는 산더미다. 비리어드 삭감 사례도 그 일부다. 문제는 에비던스(증거)를 강조하는 심평원이 에비던스 쌓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다약제 내성에 비리어드 단독 요법은 간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때문에 의료진이 증명하도록 심평원이 도와줘야한다. 전문가 의견과 진료 자율권을 존중할 때 더 좋은 진료 지침이 생겨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화기내과 교수도 비리어드 삭감 문제와 관련해 한 마디했다. 그는 "예전에는 의사들이 최신 진료 지침에 따라 약을 더 쓴다고 문제를 삼더니 이제는 효능 좋은 약을 써 약을 줄이겠다고 하는데도 난리"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러면서 "간분야 전문가들은 다제 내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개인별 맞춤 치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심평원은 정해진 기준에만 맞춰 열심히 삭감하고 있다. 더 좋은 반응을 보여도 기존 요법으로 돌아간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천편일률적인 삭감 기준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풍토를 원하는 의료진들. 이들은 심평원이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
40에 사무관 된 비고시파 눈물 "내 종점은 과장" 2014-02-17 06:28:27
보건복지부 장관실에는 실국장부터 과장급, 사무관, 주무관까지 공무원 780명의 인사자료가 놓여 있다. 문형표 장관은 수년간 적체된 인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조직 내부의 요구를 수용해 조만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의 조직 장악력은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장관의 핵심 역할은 보건의료 및 복지 현안 해결과 더불어 조직 내부의 화합과 안정이다. 복지부 인사의 가장 큰 맹점은 합리적인 룰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례를 보면, 실국장이 평가한 인사안을 차관을 거쳐 장관이 부분 수정하는 선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정무직 장차관을 제외하면 고시 25%(180명)와 비고시(590명, 전문직 포함) 75% 등으로 구성된 관료사회이다. 조직을 움직이는 실국장과 과장급 대다수가 고시 출신이고, 비고시 출신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비고시 공무원 사이에서 종착역이 정해져 있다는 허탈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7급으로 출발한 공무원의 경우, 6급을 거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는데 적어도 12년 이상 인내해야 한다. 또 사무관에서 과장급에 해당하는 서기관에 진급할 때까지 최소 7~8년이 걸린다. 20대 출발한 비고시 공무원은 40대 사무관을 거쳐 50대 과장급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비고시 출신이 갈 수 있는 과장직도 보험평가과와 인사과, 감사과 등 처분 및 지원부서로 한정된 게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40대에 사무관에 들어선 비고시 출신들이 부서 외곽에서 떠돌다 공직을 마감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같은 현상이 왜 되풀이될까. 고시 출신을 우대한 인사 관행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5년간 복지부 신규 공무원 채용현황을 보면, 고시 공채는 2008년 10명, 2009년 13명, 2010년 16명, 2011년 14명, 2012년 12명 등으로 증가세다. 반면, 비고시 출신(7급)은 2008년 30명에서 2009년 29명, 2010년 25명, 2011년 15명, 2012년 9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복지부가 고시 공채를 늘리고, 비고시 공채를 줄이면서 조직 생태계가 고시 중심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직급별 승진 대기자는 늘고 있지만, 실국장과 과장이 자기 라인(?) 고시 출신을 끌어당기는 인사 관행으로 비고시의 비애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고시 공무원은 "고시와 비고시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현장 경험을 토대로 열정적으로 일해도 승진의 한계로 인해 갈 수 있는 길이 뻔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무원은 "고시 출신의 롤 모델은 실장과 차관이지만 비고시는 잘해야 과장급"이라며 "고시 공채를 줄이고 능력과 성과를 반영해 내부 승진을 독려하는 쌍방향 인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부에서도 구태적인 인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공무원은 크게 법에 의존한 심판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해결사로 나뉜다"며 "고시 중심의 편향적 인사는 근본적 갈등 해결 보다 보고용, 눈치보기용 정책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 사회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며 "행정법만 달달 외운 고시 출신과 현장을 경험한 비고시파 중 누가 현실적인 정책을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의사와 약사 등 전문직 공무원들의 한계와 학맥, 인맥으로 서열이 갈리는 고시 내부의 문제점도 복지부 생태계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이다.
"효과 좋은 약 썼더니 삭감…의사 양심이 운다" 2014-02-17 06:27:03
황당하다. 더 좋은 약이 나와 바꿨고 환자 반응은 완벽했다. 기존 병용 요법을 단독 요법으로 바꿨더니 약값까지 저렴해졌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어이없게 '삭감'이었다. 더 황당했다. 삭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 요법으로 돌아갔더니 다시 삭감을 당했다. 삭감을 당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 삭감 당한 것이다. 이 나라에 명확한 급여 기준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일단 참았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병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심평원에 찍히면 없던 삭감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바닥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환자를 위해 그리고 의료진의 양심을 버릴 수 없는 나를 위해서다. 다약제 내성에 테노포비어(상품명 비리어드) 단독 스위치에 대한 급여 불인정. 지난 2012년 12월 테노포비어가 급여로 출시 된 후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다. (참고로 단독 내성에 대한 테노포비어 단독 요법은 지난해 6월부터 급여 인정) 심평원은 다제 내성 치료에 테노포비어 단독 요법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편다. 하지만 이미 해외나 국내 치료 경험에서 입증되지 않았는가. 만족할 만한 환자 수는 아니지만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에서도 국내 데이터로 이를 입증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내성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추가 내성을 막기 위해 초기에 병용 요법이 권장된다. 하지만 장기 치료는 많은 것을 고려한다. 내성은 물론 부작용이나 경제적 부담도 봐야한다. 다제 내성이 발생했다고 병용 요법을 무한정 지속할 수 없는 이유다. 한번 다제 내성이 검출됐다고 병용요법만 무한정 강요하는 것은 진료 지침의 한 문장만 보고 전체적인 의학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다약제 내성에 테노포비어 단독 요법이 근거가 없다며 삭감되는 사례들이 수두룩 하다. 하지만 이 약의 내성 보고는 어디에도 없고 테노포비어가 내성 바이러스 치료에 기존 약보다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충분하다. 물론 모두에게 이를 적용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약물의 선택, 교체, 추가 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개인 환자에서의 치료 반응이라는 점을 인정해줬으면 한다. "최신 지견 즉각 못 따라가는 급여 기준은 이해는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겠다. 환자가 다른 만큼 천편일률적인 심사 기준은 옳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비극이 발생한다. 이미 테노포비어 단독 요법으로 완전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삭감 때문에 기존 병합 요법으로 변경했다가 바이러스가 재발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해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겠다. 의학적 교체 사유 미비와 다제내성 치료에서의 단독요법 불인정을 빌미로 한 무차별한 삭감은 의학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 보험 재정은 물론 환자의 경제적 부담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 당연히 시정이 요구된다. 고혈압, 당뇨병, 간염 등 장기 투약이 필요한 만성 질환에서 새 약품으로 교체할 때 의학적 사유를 요구한 전례는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숨이 나온다. 대한간학회가 올 상반기 안에 가이드라인 일부 변경을 추진한다. 기다려보겠다. 심평원도 최신 지견에 맞춰 모두 급여를 해줄 순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것은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해도 시급히 시정돼야한다. 오늘도 삭감이 두려워 소신 처방을 못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의대 교수만 꿈꾼 20년…하루 아침 백수 신세" 2014-01-16 06:40:56
"20년을 넘게 있었네요 이곳에. 나이 사십 넘어 백수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저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에요." 국내 굴지 대형병원의 임상 조교수로 재직중인 42세의 A씨. 그는 최근 의사 헤드헌팅 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하며 생애 처음으로 봉직 시장을 노크했다. 허리띠 졸라매는 대학병원…전임의들 추풍 낙엽 의과대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우수 인재로 손꼽히던 A씨. 그를 눈여겨 보던 교수의 권유로 모교 병원에서 인턴, 전공의를 마친 뒤 전임의를 지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이같은 미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마침 정년 앞둔 교수님도 몇 분 계셔서. 1년만 더 버티자 1년만 더 버티자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거죠." 전공의 과정을 합쳐 그가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15년. 의대 시절까지 하면 20년이 훌쩍 넘는다. 전임의만 3년을 꼬박 채우고 나니 임상 조교수 제의가 들어왔고 그렇게 또 4년을 버텼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병원에서는 재계약이 힘들다는 통지를 보내왔다. 15년간의 병원 생활이 하루 아침에 끝을 고한 것이다. "말이 좋아 조교수지 사실 2년 단위 계약직이에요.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거죠. 차라리 펠로우만 마치고 병원을 나갔어야 했어요. 도대체 뭘 바라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이같은 상황에 처한 것은 비단 A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환자 감소로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전임의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교수는 구조조정이 힘들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전공의들은 필수적이니 중간자인 전임의들과 임상 조교수들을 정리하는 대학병원이 늘고 있기 때문. 실제로 또 다른 대형병원의 전임의 4년차인 B씨도 최근 교수 발령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해고 통보다. B씨는 "4년이나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갑자기 이러한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면서 "사실상 직업과 꿈 두가지를 잃는 셈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임금 동결이다 인센티브 감축이다 논란이 많지만 우리처럼 한 칼에 나가는 경우는 없지 않느냐"면서 "어찌 보면 우리가 경영난의 최대 피해자"라고 털어놨다. 무너진 꿈, 좁아진 취업 시장 "갈 곳이 없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일부 대학병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개원 기피 현상과 맞물린 상황에서 이처럼 전임의들이 대거 봉직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채용업체 관계자는 "과거 유명 대학병원 출신 전임의들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봉직 시장에서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이 늘면서 이들의 대우도 예전 같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순환기내과 전임의를 마친 C씨는 같은 지역 종합병원에 Net로 월 1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취업했다. 같은 나이의 내과 전문의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금액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도 유방외과 전문의를 월 1천만원 봉급에 구하고 있다. 세부 전문과목을 명시한 것 치고는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월급이다. 과거에는 전임의 출신이 신규 전문의에 비해 고난도 수술을 접해본 만큼 일선 종합병원에 특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또한 대부분 자리가 채워지면서 큰 매력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전임의나 임상 조교수 출신 등은 너무 높은 스펙으로 인해 오히려 취업에 역차별을 받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앞서 임상 조교수 4년을 마친 A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A씨는 "사실 임상 조교수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애매한 위치"라며 "아예 홍보를 할 수 있는 교수 출신은 메리트가 있지만 사실상 중간자인 전임의, 임상 조교수 등은 오히려 애매한 포지션이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된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다. 대형병원들이 전국의 환자들을 흡수하면서 이들이 설 자리가 좁아들고 있는 것이다. 채용업체 관계자는 "일부 대학병원에 준하는 종합병원이 아니면 고난도 수술 수요가 거의 없다"면서 "그나마도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서는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수 임용 목매던 펠로우들, 눈물 머금고 떠난다 2014-01-15 06:40:23
얼마 전 의사채용 공고를 낸 A중소병원장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명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펠로우 3년차가 지원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이후로도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에서 교수 임용을 기다리다 포기한 의료진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A중소병원장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고급 인력인데 요즘에는 제 발로 찾아오고 있어 놀라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14일 중소병원계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중소병원의사 인력 채용이 크게 수월해졌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스펙 좋은 의사를 골라서 뽑을 수 있게 됐다. 최근 경기 불황과 보건의료제도 변화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대학병원에 불어닥친 경영난이 중소병원에선 고급 의료인력을 흡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영 위기를 맞은 각 대학병원들은 올해 교수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은 물론 연차가 높은 펠로우를 줄이기 시작했다. 펠로우 연차가 높아질수록 교수 임용 압박이 커지고 이는 곧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펠로우 2~3년차의료진들은 눈물을 머금고 차선책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안과 전문의 3명을 충원한 B안과전문병원에도 대학병원에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펠로우 출신 의료진이 대거 몰렸다. B안과전문병원장은 "사실 채용공고를 내지도 않았는데 20여명의 지원서와 함께 소개서 및 추천서가 들어와 내심 놀랐다"면서 "1~2년 전에 비해 확연히 늘었다"고 했다. 그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교수 임용이 잘 안되면 개원시장으로 많이 빠졌는데 요즘에는 개원시장까지 악화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C중소병원장도 얼마 전 의사를 채용하면서 새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콧대 높았던 의사들이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그는 "중소병원 시장에 구직에 나선 의사인력이 늘어난 것은 피부로 느낄 정도"라면서 "특히 연봉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은 일부 병원의 경우에는 기존보다 낮은 연봉을 제시해도 줄을 설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아직은 임상 경험이 있는 의료진의 경우 평균 월 1200만원(네트기준)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지금의 연봉선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중소병원은 의료진의 인건비 부담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채용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의사 인력이 쏟아지면 연봉부터 줄이려고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중소병원이 고급 의료인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이는 수도권에 국한된 얘기다. 지방은 여전히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의사가 자녀교육과 가족들의 반대로 가능하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소병원협회 한 임원은 "내년이면 의사 연봉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의사 인력난이 극심한 지방 역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까지도 중소병원에 의사 수급이 부족했던터라 괜찮지만 펠로우가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구직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고액 연봉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앞서 한의사, 변호사의 고액 연봉이 무너지는 것도 2~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의사의 연봉도 빠른 속도로 추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의 억대 연봉 옛말 "취업만 해도 좋겠다" 2014-01-14 06:50:50
지난해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A씨. 그는 3개월 여 봉직 자리를 찾아 헤매다 결국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월급이 500만원에 불과하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인턴 사원'이기 때문이다. "채용 공고를 보고 연락하면 100% 엔도(Endoscope, 위 내시경)나 소노(Ultrasonography, 초음파검사) 가능하냐고 물어봐요. 하지만 요즘 전공의 때 내시경 제대로 배우기 쉽지 않죠. 결국 펠로우를 들어가던지 선배한테 빌붙어 배우던지 둘 중 하나라도 해야 그나마 원서라도 내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몇 년전만 해도 수억원대 연봉을 자랑하던 전문의들. 하지만 이제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봉 1억원이 붕괴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대학병원들마저 두손 들게 만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봉직시장에 전문의들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 억대 연봉 옛 말…외과 계열 중심 1억원 붕괴 이러한 현상은 봉직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채용시장의 바로미터, 바로 내과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불과 4~5년전만 해도 내시경과 초음파검사가 가능한 내과 전문의는 2000만원 선에 월급이 정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1000만원 초중반에서 월급이 결정된다. 과거에 옵션으로 여겨졌던 내시경과 초음파검사는 이제는 필수사항이 된지 오래다. 서울 동대문구의 B병원은 내과 전문의를 Net 월 1100만원에 구하고 있다. 조건이 주 6일 근무에 일 80명 외래 진료라는 점에서 여유로운 자리도 아니다. 경기도 안산의 C병원도 비슷한 조건이다. 이 병원은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모두 가능한 전문의를 조건으로 1300만원의 월급을 내걸었다. 신규 전문의는 원서조차 낼 수 없다는 뜻이다. A씨는 "적어도 엔도와 소노, 콜론(colonoscopy, 대장내시경) 중에 하나는 가능해야 자리를 구할 수 있다"며 "신규 전문의가 자리를 구하려면 이보다 100만~300만원 정도 월급을 낮춰 잡는 것이 기본 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통 펠로우 2년차를 끝내면 월 1천만원 초중반대라고 보면 된다"며 "몇몇 병원에서는 1500만원 이상 부르는 곳도 있지만 막상 가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그나마 내과는 꾸준히 수요가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외과 계열들은 정형외과 등 일부 전문과목을 제외하고는 수요 자체가 없다. 자리만 생겨도 행복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울산의 D병원은 외과 전문의를 월 800만원에 구하고 있다. 그것도 숙소에 거주해야 하며 응급 콜에 응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9600만원. 전문의 연봉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억원이 깨진 것이다. 가정의, 일반의에게 1억원은 희망연봉…인기과도 주춤 가정의학 전문의와 일반의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억원은 희망 연봉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부산의 E병원은 일반의를 월 600만원에 구하고 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7200만원이다. 경남의 한 요양병원도 마찬가지. 월 600만원을 조건으로 채용 공고를 내걸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사실상 일반의들과 큰 차이없는 선에서 연봉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병의원들은 채용 공고를 낼 때 가정의학 전문의 또는 일반의라는 조건을 내걸어 의사를 모집하는 것이 현실이다. 연봉이 2억~3억원 선에 육박하던 정신과,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의 몸값도 주춤하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사이의 스카웃 전쟁으로 급등했던 연봉이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라도 광주의 F병원은 월급 1400만원을 내걸고 재활의학 전문의를 모집하고 있다. 강원도의 G병원도 마찬가지. 입원환자 관리와 통증 치료가 가능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1500만원에 구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몸값이 예전같지는 않다. 경북의 H병원은 입원환자 관리 없이 외래만 보는 조건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월급을 1200만원에 책정했다. 또 다른 I병원도 70명 입원환자 관리를 조건으로 1600만원의 월급을 제시했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월 2000만원 이하로는 채용 공고조차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채용업체 관계자는 "최근 대학병원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정리된 펠로우 인력들과 매년 배출되는 신규 전문의들, 개원했다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전문의들까지 쏟아져나오면서 봉직시장이 사상 최대로 과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전문의들이 몰려 나오다 보니 연봉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점점 더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걸면 걸리는 업무정지…괘씸죄에 떠는 의사들 2013-12-03 06:37:48
"전자기록은 현지조사에서 제출해야 할 서류범위에 포함된다." "제출한 전자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 수기로 작성된 환자 본인부담금 수납 대장을 달라." 두 가지 주장 중 어떤 것이 맞을까. 결론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이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자료를 다 제출했지만 있지도 않은 '실제 장부'를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다가 결국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료계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걸면 걸리는 끼워맞추기 식의 잣대를 통해 언제든 현지조사 과정에서 사형선고와 같은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 제출의 적정성을 따져 물었다가 1년 업무정지 처분으로 결국 폐업한 분당 Y산부인과 등의 사례를 통해 현지조사의 문제와 합리적 개선점을 알아봤다. "걸면 걸리는 자료제출 거부…기준이 없다" 분당 Y산부인과는 복지부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지 불과 한달이 지난 11월, 결국 폐업 처리됐다. 1년의 업무정지 기간 동안 매달 35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30여명의 직원 인건비 등을 감당할 여력이 안됐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다. Y산부인과가 폐업에 이른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는 지난 2011년 9월 K원장의 병원을 현지조사하는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 등과 함께 전산기록 자료도 요구했다. 하지만 K원장은 요양기관 일반 현황, 인력 현황, 근무현황표 등 자료는 제출했지만 전산으로 기록된 진료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산자료라고 해봤자 전자서명이 돼 있지 않아 법적인 효력이 없고, 환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의료법 위반의 소지마저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자 복지부 실사팀은 전자서명이 없어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도 없는 전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광진구의 K산부인과가 겪은 일은 정반대로 진행된다. 해당 기관은 서면 차트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 전자차트의 모든 자료를 제출했지만 실사팀의 요구는 Y산부인과 경우와 달랐다. 실사팀은 "전자차트 제출은 기록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서면자료를 내지 않은 것은 자료 미제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K산부인과 역시 업무정지 1년의 사형선고를 받았다. 자료제출 거부에 따른 업무정지 처분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무정지 처분, 실사팀의 자의적 해석에 의존" K산부인과는 최근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Y산부인과는 자료 제출의 적정성을 묻는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업무정지 처분을 받아 끝내 재판부의 결론을 보지 못한 채 폐업 조치됐다. 의료계는 업무정지 처분의 자의적 해석을 비판하고 있다. K산부인과 원장은 "털어서 아무 것도 없으면 현지조사를 마쳐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라 무조건 건수를 잡겠다는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현지조사 당시 급여총액, 본인부담금, 진료비, 비급여 등을 담은 외래 환자 자료를 서면으로 제출하고 모든 전산기록까지 넘겼다"면서 "그런데도 돌아온 대답은 숨겨놓은 '실제 장부'를 내놓지 않으면 업무정지를 내리겠다는 말뿐이었다"고 전했다. Y산부인과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성실히 요구하는 자료를 다 제출했는데 전산기록 제출의 적정성을 따졌다는 이유로 1년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게 과연 합당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법 98조는 현지조사를 거부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 기간을 나누지 않고 1년의 처분을 남발하는 것은 적정한 기준이 아닌 실사팀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괘씸죄' 적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사팀-의료기관 분쟁, 객관적 절차 거쳐야" 이동욱 의협 의료분쟁저정법 특별위원은 복지부 처분에 대한 몇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제출 요구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면 일방적으로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복지부에 의료단체 자문위원이 포함된 객관적인 중재기구를 둬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업무정지는 현지조사 공무원의 즉흥적 판단이 아니라 복지부 심의위원회를 거치게 해야 한다"면서 "사안의 경중에 따라 1년 범위 안에서 업무정지기간이 적절히 정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1년 업무정지 처분이 사실상 개원의에게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만큼 처분의 합리성과 균형성이 검증되는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 이 위원은 "현재 요양기관 업무정지나 의사 면허정지 처분이 1차 의료기관에 편중돼 있지만 과연 종별 건보재정 사용액에 따라 형평성있게 처벌하는지는 의문"이라면서 "3차의료기관은 단 한차례도 업무정지가 없었던 것만 봐도 이는 잘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인 면허정지, 업무정지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후에야 시행해야 한다"면서 "만일 Y산부인과가 대법원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이미 폐업한 상태라 아무 것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승리"라고 덧붙였다.
정책과 씨름하는 한국 의사…일본은 "살 길은 의료 질" 2013-11-26 06:35:37
제21회 일본만성기의료학회·제3회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가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이날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일왕의 사촌인 고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의 부인인 히사코 여사가 직접 축하 인사차 행사가 열린 그랜드 퍼시픽호텔을 방문한 것이었다. 그만큼 만성기의료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다. 장관이 아니라 사무관 모시기도 힘든 우리나라와 사뭇 비교된다. 일본 통역은 히사코 다카마도노미야 여사를 '비 전하'로 칭했다. 히사코 여사는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이 참석해 준 것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시하며 "사회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질 높은 의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아시아 만성기의료에서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일본만성기의료학회 요조 타케히사 회장은 "환자를 내버려둔 채 급성기병상이니, 회복기병상이니 하는 논쟁은 그만 둬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을 선택한 환자들을 완치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14, 15일 양일간 학회는 '양질의 만성기의료가 없으면 일본의 의료는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일본 만성기병원 관계자들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학회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학회 첫날 프로그램을 보면 온통 욕창 예방, 환자 체위변경, 신체구속 폐지, 구강케어, 영양관리, 인지증, 임종기의료, 퇴원 이후 생활 자립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욕창 하나만 놓고 이들은 이날 런천 세미나에서부터 오후 6시까지 8개 세션으로 나눠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진지하게 토론했다. '욕창 제로를 목표로 하다' '시간마다 체위변경을 검토하자' '포지셔닝으로 욕창 예방과 개선' '욕창에 대한 팀 어프로치' '영양관리를 통한 욕창 개선' '욕창 예방 케어' '다리의 트러블을 방지하자' 등을 주제로 수백명의 연자들이 단상에 올랐다. '시간마다 체위변경을 검토하자'를 주제로 한 런천 세미나에서 사이타마사회보험병원 세키네 마유미 간호사는 "지난해 욕창환자 관리 수가 가산이 폐지됐는데 이는 병원이 당연히 강구해야 할 대책이기 때문"이라고 당연시했다. 이어 세키네 마유미 간호사는 "욕창은 간호의 수치"라면서 "병원 질 평가의 척도일 뿐 아니라 의사, 약사가 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제 폐지' 세션 역시 'Stop! 억제'를 주제로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마음도 몸도 묶지 않는 간호' '억제하지 않는 케어 어프로치' '정말 필요한가? 그 억제' 등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우리나라 요양병원계의 현실은 어떨까? 올해 추계 학술대회를 보면 메인 세션이 올바른 적정성평가 모색이다. 의료분과에서 다루는 주제 역시 노인 난치질환, 고혈압, 소화기질환 등이 고작이며 이 역시 수박 겉핥기식이다. 욕창이나 억제대 폐지, 완화의료 등은 전혀 관심 밖이다. 왜일까? 일본 요양병원 수가가 한국의 3배에 달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은 "한국과 일본 만성기의료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는 병상을 채우는 게 목표지만 일본은 환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일본은 지역별 병상상한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선택을 받고, 병상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 질 향상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 한국만성기의료협회도 일본처럼 학술대회에서 주제를 세분화해 심도있는 토론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돈 못 벌면 알아서 나가세요" 앵벌이 나선 교수들 2013-11-06 06:52:39
곳간이 비어버린 대학병원들이 결국 굳게 자물쇠를 닫아 걸면서 교수들이 후원을 받기 위해 제약사를 찾아가는 희귀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대학병원 경영난이 결국 교수들을 불법 관행으로 다시 몰고 가지 않을까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예산 따러 앵벌이 나서는 교수들 "생존 위한 선택" 수도권 대학병원의 진료과장을 맡고 있는 A교수는 최근 진료와 연구를 제쳐놓고 제약사를 돌며 후원을 요청하느라 정신이 없다. 10여년을 이어온 심포지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가 갑자기 바빠진 것은 최근 병원에서 내려온 예산 절감 방침이 가장 큰 이유다. 세미나와 학술 심포지엄을 지원할 수 없으니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통보가 내려온 것. 지금까지 이 병원은 원내 심포지엄과 세미나에 학술 지원비 명목으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원해 왔다. 병원에서 지원할테니 제약사에게 손을 벌리지 말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최근 경영수지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같은 배려는 돌연 흘러간 옛 노래가 됐다. A교수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A교수는 "언제는 당당하게 제약사 후원을 받지 말라고 하더니 갑자기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쩌라는 말이냐"며 "이럴거면 들어오던 후원을 끊지 말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선배들이 10년을 넘게 이어온 행사인데 나 때문에 대가 끊길까 속이 타들어 간다"면서 "후배 교수들에게도 친한 제약사에 전화해 부스 하나라도 끌어오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는 비단 A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병원의 B교수도 요즘 하루하루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다. 올해부터 연구비 수주 실적이 승진 평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방침에 B교수는 정부 기관을 뒤졌지만 이미 연구비는 주인이 정해진 상태였다. 결국 임상시험 등 제약사 주도 연구 외에는 끌어올 수 있는 예산이 없다. B교수는 "연구 실적을 승진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논문이 아니라 연구 예산으로 교원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돈 많이 끌어온다고 좋은 교수는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학병원 진료과장인 C교수는 최근 사비로 50만원씩 의국 운영비를 대고 있다. 병원에서 지원하던 의국 운영비가 1년만에 끊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교수는 자신이 50만원 사비를 내기로 하고 후배 교수들에게 연차에 따라 30만원, 20만원씩 동참을 요구했다. 이 금액은 전공의들 학회 지원비와 회식비 등으로 쓰인다. C교수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정년 다되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싫고 해서 우선 내 월급을 털기로 했다"고 전했다. 검은 유혹 노출 우려…"대승적 고민 필요 이처럼 마지막 보루였던 병원과 의대에서 마저 돈줄이 막히면서 일각에서는 검은 유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목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뒤에서 내미는 손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원로 교수는 "과거 대학병원에서 나타난 리베이트는 모두 개인 착복이라기 보다는 학회 참석과 의국 운영 등의 명목이었다"며 "당장 내 월급을 털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누구라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결국 진료과장이나 학회 이사 등이 총대를 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일부 교수들은 정부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베이트를 받지 말라고 강요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A교수는 "제약사 돈 없이는 학술행사도 개최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툭하면 병원과 제약사를 털어가며 리베이트 단속을 하는 것은 너무나 이중적인 태도 아니냐"면서 "그러면서 의료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라며 키워야 한다고 말은 잘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부도, 병원도, 대학도 돈을 주지 않으면서 의국이 알아서 돌아가고 학회가 저절로 운영되길 바라느냐"면서 "물도 안주고서 열매 기다리는 꼴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학병원의 위기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병원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료의 보장성과 병원 산업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분과 병원, 환자의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며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책임 소재와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병원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거나 정부가 잘못한 부분으로 병원을 옥죄는 방식으로는 결국 공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님, 진료실적이 이게 뭡니까? 진료 빠지세요" 2013-11-05 06:29:51
경기불황과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대학병원들이 한도 끝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교수들이 진료에만 내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교육과 수련은 물론, 연구기능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어 의학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비상경영체제의 그늘…인센티브 없애고 할당제 도입 A대병원 교수들은 오전 7시 30분이 되면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교수별 진료 실적과 수익금액이 원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두 달전. 전국의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시점부터다. 사실 두 달전만해도 이 병원은 선택진료비 일부를 포함해 진료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교수들에게 지급했다. 타 병원에 비해 기본 연봉은 다소 낮지만 훨씬 높은 인센티브를 보장했기에 교수들의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두 달전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임금은 동결됐고 연구지원비도 모두 끊겼다. 또한 인센티브제도는 사실상 할당제로 변했다. 최소한의 진료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인센티브는 커녕 연봉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교수들이 분노하는 것은 진료비 삭감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벌점을 부여하고 일정 벌점이 넘으면 연봉에서 이를 제하는 방침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A대병원 임상교수는 "아무리 비상경영체제라고 하지만 인센티브를 모조리 몰수한 것도 모자라 진료 할당제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삭감 책임까지 떠넘기고 있다"며 "교수들이 얼마나 더 버틸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B대학병원은 최근 진료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을 사실상 귀향을 보내면서 구조조정 논란에 휩쌓였다. 진료실적이 좋은 교수들을 전면에 배치하기 위해 정년을 앞두거나 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을 건강증진센터나 해외의료봉사단 소속으로 좌천시켜 갈등을 빚고 있는 것. 결국 실적을 내지 못하면 아예 진료실을 없애 급여를 낮추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청구실명제 도입이 한 몫을 했다. 교수가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을 입력해야 하는 만큼 환자수와 진료시간 등이 한눈에 파악 되기 때문이다. 진료에 매몰된 교수들…교육, 수련제도 붕괴 이렇듯 경영난에 몰린 대학병원들이 교수들에게 진료 수익을 압박하면서 상대적으로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수련과 교육시스템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있다. B대학병원 교수는 "과거에는 선배 교수들이 고난도 수술을 맡고 그외 수술은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케이스를 많이 접해야 후배들도 스킬을 연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요즘은 진료실적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다보니 자신을 찾아온 환자는 모두 틀어쥐는 경향이 강하다"며 "결국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막내 교수들은 손가락을 빨고 있는 신세"라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수련시스템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들이 수술과 외래 진료에 매진하다보니 전공의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전공의를 노동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며 "무언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의 손발을 대신할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진료실적 압박으로 대다수 교수들이 환자 지키기에 나서면서 전공의들은 수술방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잡무만 수행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학병원의 존재 이유인 의대 교육 역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교육 트랙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없다보니 교수들이 의대 수업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A대병원 보직자는 "수업 한 시간 해봐야 쥐꼬리만한 수당 얼마 나오는 것이 전부"라며 "하지만 한시간 동안 진료를 하면 환자를 20명은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교육 트랙에 대한 보상을 늘려야 한다는데 모두가 공감하지만 병원의 입장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이를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펠로우 구조조정 직격탄…"대학병원 기틀 무너져" 하지만 이러한 비상경영체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의사들은 따로 있다. 바로 임상강사, 즉 펠로우들이다. 정식 교원이라는 희망을 품고 수 년의 시간을 버텨온 그들은 그 누구보다 경영난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다.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교수는 구조조정이 힘들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전공의들은 필수적이니 중간자인 펠로우들을 정리하는 대학병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빅 5병원의 4년차 펠로우 C씨는 최근 교원발령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교원 하나만을 바라보며 병원을 지켜온 펠로우 입장에서는 해고 통보와도 같다. C씨는 "4년이나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갑자기 이러한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면서 "사실상 직업과 꿈 두가지를 잃는 셈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임금 동결이다 인센티브 감축이다 논란이 많지만 우리처럼 한 칼에 나가는 경우는 없지 않느냐"면서 "어찌 보면 우리가 경영난의 최대 피해자"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다 보니 원내에서는 대학병원의 기틀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C대학병원 원로 교수는 "지금 상황을 정리하면 한창 돈을 벌 수 있는 40~50대 교수들만 남기고 위 아래를 모두 쳐내고 있는 것"이라며 "원로 교수의 연륜과 중진 교수들의 실력, 전공의와 학생들의 패기가 어루러져 만들어내는 대학병원의 하모니가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학교육은 그 특성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도제식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위 아래를 다 쳐내면 당분간 경영 수지는 나아지겠지만 대학병원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도서 구입비까지 자르는 대학병원 "대마도 죽는다" 2013-11-04 06:35:16
IMF도 글로벌 경영위기도 이겨내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대학병원들이 휘청이고 있다. 빅 5병원으로 불리며 전국 환자들을 흡수하던 대형병원들조차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고 이 여파는 지방대병원까지 번지며 대학병원 전체에 한파가 몰아치는 모습이다. 임금 동결은 기본…도서구입비·학회 지원금 올스톱 수도권에서 알짜배기 병원으로 통하는 A대병원은 임금 동결과 더불어 원내 행사 지원금은 물론, 학회 지원금을 모두 폐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A대병원 교수들은 해외 학회에 참석하려면 자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분기마다 개최하던 건강강좌는 물론, 학술 심포지엄도 모두 의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도 내렸다. 스스로 제약사 등에서 후원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예 행사를 폐지하라는 통보다. 특히 A대병원은 경영 개선을 위해 최근 치료재료 심의위원회라는 별도 조직도 만들었다. 그동안 진료과 단위로 구매하던 치료재료 등을 중앙 단위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A대병원 의료진은 모든 치료재료를 구입할 때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료 하나까지 최대한 낭비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의 중위권 병원인 B대병원도 마찬가지 경우다. B대병원은 그동안 의료진에게 지급되던 도서구입비를 모두 삭감했다. 그동안 의국마다 지원되던 도서구입비는 각 진료과목마다 500만원선. 병원 경영이 예상보다 급속도로 나빠지자 이 돈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에서 아예 조항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이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중소 대학병원이나 지방대병원들은 마른 수건을 짜다 못해 그로기 상태에 몰려있다. 서울의 C대병원은 임금 동결은 물론, 교수들에게 지급되던 진료 인센티브를 모두 없앴고 D대병원도 임금을 1% 인상하는 대신 모든 인센티브를 중단했다. 지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 국립대병원인 D대병원은 임금 동결을 선언하고 각 부서별 예산을 20%씩 삭감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이다. 깨어진 '대마불사' 공식…빅 5병원도 휘청 이같은 경향은 중소 대학병원과 지방대병원에 한해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블랙홀로 불리며 환자를 독점하던 빅 5병원도 적신호가 켜졌다. 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가톨릭의료원이다. 가톨릭의료원은 이례적으로 박신언 몬시뇰 가톨릭대법인 교구장이 직접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선 병원별로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으며 여의도 성모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여의도 성모병원은 의료진 100여명을 서울성모병원 등 그나마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나은 곳으로 전출시켰다. 또한 명예퇴직을 신청받는 등의 방법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다른 병원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병원들은 이미 진료 외 수익 대다수를 여의도 성모병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들의 곳간도 점점 비어가고 있다.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나마 모 기업을 뒷배로 두고 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 또한 이미 경보를 울린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진행중이던 주차장 확장공사와 심뇌혈관병원 건립을 연기했고 모든 부서가 경비 절감 계획 마련에 착수했으며 성과급은 물론,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연세의료원은 원내 행사는 물론, 해외 연수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으며 부서별 경비 절감 대책을 수립중인 상태다. 교수들 불만 폭발…노사 갈등도 일촉즉발 이러한 비상경영 체제가 시작되면서 병원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 경영 수지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A대병원 교수는 "다른 것도 아니고 수술에 들어가는 치료재료를 모두 검사 맡고 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언제 재료 하나하나를 결재 받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적어도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B대병원 교수는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것이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조치"라며 "하지만 도서 구입비까지 없애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부하기 위해 책을 사겠다는데 이정도도 지원을 못하면 대학병원 간판이 무색한 것 아니냐"며 "아낄 것을 아껴야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노사 분규가 일어나고 있다. 파업 일주일을 넘기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22일 파업을 선언한 이래 아직까지 병원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인 만큼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병원과 일방적인 희생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노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병원 노조도 최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노조는 병원 곳곳에 부당한 임금 동결에 맞서야 한다는 선전전에 나섰으며 동결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A대병원 보직자는 "지금은 미래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부의 도 넘은 규제 정책으로 대학병원들이 아사직전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교수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병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넘어서고 있다"며 "병원이 망하면 다른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선생님, 지금 어딜 만져요!" 위기의 의사들 2013-10-30 07:00:46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악용 사례가 현실화되고 있다. 채무 관계로 다툼을 벌이다 돈을 빌려준 의사를 성추행으로 고소하는가 하면 월급 인상 요구하던 여직원이 원장을 성추행으로 몰아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 최근 인천에서는 진료 중 일어난 청진까지 성추행으로 검찰에 기소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료계는 사실상 아청법의 광풍에 몸을 떨고 있는 형국이다. 성추행 사건에 연루돼 10년 의료기관 취업 금지 처분을 받게된 의사와 성추행 사건을 상담한 동료 의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 아청법의 문제와 합리적인 개선점을 알아봤다. "의사 생활 40년…청진이 두렵다" 최근 검진의학회 이욱용 회장은 학술대회장에서 아청법에 대한 도발적인 언급으로 주목을 받았다. 의사 생활 40년만에 환자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아청법의 악용 사례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 그의 말을 들어보자. "예전에는 학교에 가서 심장병 예방 차원에서 청진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여성들이 청진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출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사회적으로 성희롱이 문제가 되니 잘못 걸릴까봐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에 따르면 정상적인 진료 과정인 청진을 마치 성추행으로 해석해 비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회장은 "심장을 청진하는데도 '유방을 만졌다'는 식으로 항의를 해 놀랐다는 회원들의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아이의 배를 청진하려고 해도 보호자가 왜 옷을 올리냐는 항의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성추행의 기준이 주로 여성의 자의적인 해석에 기반하는 만큼 정상적인 진료도 얼마든지 아청법의 굴레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경고다. "걸면 걸리는 아청법…모두가 잠재적 성범죄자" 실제로 진료 상 신체접촉을 둘러싸고 성추행 시비를 따지는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인천지검은 인천 남구의 소아과 A의사를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의사는 지난 4월 감기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중학생을 진찰하던 중 성기를 허벅지에 닿게 해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의사는 지역의사회 고충처리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률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중 이경을 들고 귀 안쪽을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신체접촉 행위를 자의적이거나 과도하게 해석해 '성추행' 쪽으로 몰고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검찰은 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인천시의사회 오채근 법제이사는 "성추행과 관련돼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사들의 상담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다만 의사들이 쉬쉬하고 있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행위 특성상 청진이나 촉진 등은 신체 접촉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과 결부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 "특히 문제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부분이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청진 행위를 해도 환자의 민감도에 따라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꼈다고 고소를 할 수도 있어 명확한 수치심의 법적 규정이나 입증 책임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 오 이사는 "물적 증거없이 증언만 있는 상황에서도 여성을 피해자로 보고 증언을 우위에 두는 사법부의 시각 역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을 망하게 하겠다" 의사가 입다문 이유는 피해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의사들은 쉬쉬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최근 강제추행으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의사 B씨는 향후 10년간 의료기관 취업 금지라는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운명에 처했다. 동료 의사들도 변호사 비용 지원 등 도움을 주려했지만 B씨는 혼자 법정 싸움을 벌이는 것을 선택했다. 공론화 대신 침묵한 이유는 간단했다. 알려져 봤자 마냥사냥의 희생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B씨는 법정에서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성이 인터넷에 병원 이름을 올려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 의사로서의 생명이 다할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공론화를 극도로 꺼려한 것. 수천만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을 날리고 수억원의 공탁금을 걸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10년간의 취업 제한 처벌뿐이었다. 의사회도 성추행과 관련한 이슈들을 공론화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 달 아청법 개선 방안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노환규 의협회장은 "아청법의 독소조항과 불합리한 점을 모르는 회원이 많지만 교육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아청법을 일반인이 자세히 알게 되면 더욱 악용하는 사례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끼를 던지고 고발하는 식의 세금 파파라치들이 활개치는 마당에 '걸면 걸리는' 아청법이야말로 의사들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로 양산할 수 있는 희대의 악법이라는 것이다. 분주한 의료계 "법 개정 준비 중" 최근 지역 회원의 성추행 의혹으로 이목을 끈 인천시의사회는 불합리한 아청법 개정에 발벗고 나섰다. 윤형선 회장은 "최근 국회의원과 접촉해 아청법의 합리적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면서 "독소조항을 제거한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 대상의 성범죄를 아청법으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면서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의 경우에만 취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의 초안을 이미 작성했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지금으로선 희대의 악법이 의사들을 옭죄고 있지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은 법 개정밖에 없다"면서 "개정안에 소급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넣어 아청법에 따른 피해자 양산을 최대한 막겠다"고 전했다. 검진의사회나 개원의사회도 아청법을 대비할 수 있는 진료가이드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정해익 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회장은 "회원들 사이에서 아청법을 우려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면서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타과 의사회와 함께 성추행 예방 진료가이드를 만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진의사회 이재호 부회장 역시 "회원들의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회원 보호를 위해 진료가이드 작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을 방어진료하도록 하는 것보다 악법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10년 면허정지라니요…제가 죽을 죄를 지었나요" 2013-10-29 06:40:50
* 개인 신상정보 보호를 위해 지역과 전공과목, 판결일자 등을 일부 각색했음을 알립니다. 불과 2년 전. 서울에서 내과를 하고 있는 A씨는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파탄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동료 의사들이 새로운 족쇄법이 생겼다며 도가니법이니, 아청법이니 비아냥 대는 말을 해도 한귀로 흘려버렸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적용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게다가 10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처벌을 받는다는 것도." 이런 생각이 큰 화로 다가온 것은 작년 3월. 동료들과 가볍게 술 한잔을 하기 위해 종로구에 있는 주점에 들린 것이 화근이 됐다. A씨는 친구들이 먼저 주점을 떠난 후 주점 여주인 B씨와 성추행 시비가 붙었다. 술이 오른 A씨는 일어 서기 위해 여주인의 어깨를 양손을 감싸면서 내리 눌렀고 그 과정에서 다리와 여주인의 허벅지가 부딪쳤다. 여주인이 거세게 밀치자 화가 난 A씨는 여주인의 양손을 꺽은 후 다리를 찼다. 순간적으로 술김이 빚어낸 일이었다. 여주인은 명백한 성추행을 당했다며 즉각 A씨를 고소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술집 여주인이 손목 부종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는 잘못을 인정했지만 50대 중반을 넘긴 여주인이 성추행 명목으로 고소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지난한 법적 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법원은 결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 징역 2년과 3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피해자의 양손을 비틀고, 그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사실은 인정하지만 추행한 사실과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A씨는 법률 자문도 구해봤지만 납득할 수 없는 답변만 들었다. 성인 대상의 성범죄도 아청법에 적용될 뿐 아니라 가벼운 벌금형도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지인들도 무조건 합의 밖에 도리가 없다고 설득했지만 A씨는 거액의 공탁금을 걸고 항소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고등법원 역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강제추행치상에 대해서는 1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두달 전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대법원 상고도 기각됐다는 소식에 A씨는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인들도 혀를 차고 있다. 사건에 발 벗고 나섰던 동료 의사는 "그 뿐 아니라 많은 의사들이 아청법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의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자고 했지만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우려해 고사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벼운 벌금형에도 10년 면허정지와 같은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든 합의를 보려고 했을 것"이라면서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일념 때문에 공탁금을 걸고 싸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A씨가 변호사 비용만 수천만원을 썼을 뿐 아니라 무리한 합의금 요구로 곤혹스러웠던 것으로 안다"면서 "들리는 말에는 주점 여주인이 아청법 적용 사실을 나중에 알고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로 합의가 안되거나 합의금으로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할 때 법원에 공탁금을 거는 만큼 A씨가 2심에서 거액을 공탁한 게 이런 이유가 아니겠냐는 것. 그는 이어 "혼자 재판을 해 오던 그가 최종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찾아왔다"면서 "사형선고와 같은 판결이 났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금으로선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DRG 확대시행 3개월…의료진 한숨소리 더 커졌다 2013-09-30 06:24:20
정부가 DRG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한 지 3개월 째. 당초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을까.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임상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을 취재한 결과 DRG 시행 이후 진료패턴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일부 의료진은 그에 따른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다만, 상당수 의료진은 1년 후 데이터가 나와봐야 분명해질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했다. 실제로 일부는 직·간접적인 병원 측의 압박으로 진료패턴에 변화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 일부 의료진은 DRG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진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1년 후 데이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료진들은 DRG제도에 대해 우려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A대학병원 한 교수는 "DRG 질환의 환자일 경우 리스크가 높은 중증환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스크 높은 환자를 많이 치료하면 인정을 받아야하는 게 마땅하지만, 치료과정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적자를 낸다면 병원 입장에선 좋아할리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수시로 진료실적을 평가받는다. 그런데 해당 질환에 대한 DRG 수가는 정해져 있고 해당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 높은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B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유착방지제, 지혈제 사용을 주저하게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DRG 시행 전에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매한 경우 유착방지제나 지혈제를 사용했지만, 요즘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환자의 상태가 심각할 때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착방지제나 지혈제를 사용하더라도 효과가 좋은 고가보다는 저렴한 것을 선택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선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환자의 수술 만족도는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DRG지표에는 환자 사망률, 재입원율만 존재할 뿐 의료의 질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는 모 산부인과 교수는 "이전까지는 수시로 더 좋은 장비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이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부속품이라도 재활용 가능한 장비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국내 복강경 수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비용절감 측면에선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의학발전에는 뒤처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의료진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동시수술 건수의 변화였다. 이는 DRG 시행 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로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동시수술을 중단하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안과, 이비인후과 등 동시수술 비중이 높은 진료과는 가산수가도 높게 책정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이 다른 산부인과는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령, 과거에는 자궁근종을 수술하면서 유방혹이나 갑상선혹 제거술도 함께 진행했지만 요즘에는 현저히 감소했다. 한 의료진은 "산부인과 내에서의 동시수술도 문제지만 외과 등 타과와 연계해 진행하는 동시수술은 더욱 줄었다"면서 "타과에 의뢰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 정부가 동시수술에 대한 수가를 가산해 준다고 하지만, 환자 케이스에 따라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일이 상당수 있다는 게 의료진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료진은 극단적인 부작용 사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지금은 로봇수술이 고가여서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몇년후 비용이 내려가고 대중화되면 DRG수가에 묶여 있는 수술방법 대신 비급여로 인정되는 로봇수술을 선택할 의료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포괄수가제는 전세계적 추세로 피해갈 수 없는 제도"라면서 "계속해서 문제점을 보완해 국내 의료환경에 맞는 제도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