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준비 아쉬워" vs "선배들 전철 밟지 않았으면" 2017-01-03 05:00:58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사실, 몇년 전부터 의료계 세대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해 더욱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당장 전공의 특별법 시행이라는 제도적인 변화 이외에도 과거 호시절을 누렸던 선배 의사에 비해 젊은 의사들은 치열한 경쟁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니 그럴 수밖에. <메디칼타임즈>는 2017년 신년대담 <상>편(새마을운동 시대 교수와 삶의 질이 중요한 전공의 만남)에 이어 <하>편에서는 시대변화에 따른 세대간 갈등의 요소를 들여다봤다.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서울의대)은 호시절을 잠시 맛본 교수의 견해를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차)은 치열한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 의사의 고민을 털어놨다. 대접받던 선배세대 vs 치열한 경쟁세대 기동훈= 요즘 사회적으로 삼포세대 청년실업 등 젊은 세대의 좌절감이 크죠. 그에 비해 의료계는 안정적이라고 보는 측면이 없잖아 있지만 글쎄요.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외부에선 의사를 사회, 경제적으로 혜택 받은 집단으로 바라보지만 젊은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10년전에 비해 수입이 정체돼 있다고 생각하죠. 이윤성=맞아. 그런 측면은 있지. 30~40년전 의사가 호시절을 누렸지. 그때와 비교하면 앞으로도 계속 불만일 수 밖에 없어. 그떈 의사 수도 적었으니 더 귀한 대접을 받았지. 하지만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환자 즉, 일반 국민들도 의학정보에 쉽게 접근하면서 의사에 대한 존경심도 희미해지고 사회적 지위나 대접도 예전만 못할 수 밖에… 기동훈= 원로 선배님을 만나도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얘기를 하시고… 과거 사회, 경제적 영향력을 가졌을 때 미래세대를 준비해줬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죠. 이윤성= 선배 의사로서 호시절에 미래세대에 대한 준비를 못했다는 점은 인정해. 진료 수가도 그렇고 검사 자체가 박리다매식 시스템이 맞들어 지고 있었는데 방관한 측면이 있다고 봐. 왜? 그땐 배부른 시절이었거든. 굳이 정부기관 및 공무원과 싸울 필요를 못 느낄 수 밖에. 어쨌든, 정당한 지적이야. 기동훈= 그런 측면에서 의사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인문학 비중을 높이고 사회학, 정치학도 교육했으면 합니다. 솔직히 의대생들 의학 이외 배우는 게 없다보니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윤성= 그래, 맞아. 지금 젊은 의사들이 우리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데 과연 잘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 걱정이야. 투쟁은 하는데 전략이 없어 보인달까. 투사가 되는 것 만으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거든. 전략이 필요해. 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많고 문제의식은 높은데 해결점을 못찾고 있는 것 같아. 기동훈= 네, 그런 측면에서 의사협회에도 젊은 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으면 합니다. 한의사협회 등 유관단체에 비해 신·구간 조화가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윤성=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당장 의사협회만 보더라도 회장이 바뀌면 전략 브레인까지 다 바꾸다보니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정부와의 협상에서 매번 밀리는 게 아닌가 싶어. 이제 의료계도 의사 전략가를 키우거나 그게 어렵다면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 기동훈= 아마도 세대간 갈등이 극명하게 표출된 게 지난 2009년 전의총이 활동을 시작하면서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요. 이윤성= 그런데 말야, 미국은 머리에 띠 안두르고 원하는 바를 이뤄내거든. 한마디로 로비력이 뛰어나지. 그런 전략을 배워야한다고 봐. 전략없이 불만만 표출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곤란해. 젊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 교수 vs 전공의, 다가온 2017년도 고민은… 이윤성= 2017년도에는 전공의 특별법도 시행되고 했으니 전공의 교육 시스템 및 적정한 전문의 인력 수급을 파악하는데 주력할까 해. 의료 자체가 공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에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정부는 물론 국민도 돈을 지불해야하고, 우리사회에 필요한 전문의를 양성해야 한다고 봐. 임기 내에 끝낼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작은 해놓을 계획이야. 기동훈= 저는 4년차가 되니까 전문의 시험을 잘 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는 게 목표라면 목표이고 대전협 활동 또한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요. 개인적인 계획은 없네요. 이제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4년차도 업무 로딩이 늘어났으니 열심히 근무해야죠. 후배들이 전공의 특별법 연착륙을 위해 선배들이 희생을 감수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고맙죠. 이윤성= 하하하, 후배들이 선배들의 희생을 몰라준다고 섭섭해하진 말라고. 다 그런 거니까. 기동훈= 하하, 네. 그건 욕심이겠죠? 어쨌든 대전협 차원에서 3~4년차의 일방적인 희생이 되지 않도록 도와줄 방안을 고민하고 있긴 합니다만 만만치 않네요. <끝>
"대통령 비급여주사 투약은 기정사실…마약중독 어불성설" 2017-01-02 05:00:59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혼용무도(昏庸無道). 지난해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사자성어였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의미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지칭하는 혼군과 용군을 합친 단어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없어짐을 뜻하는 천하무도의 '무도'를 합친 말. 지금 대한민국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이러한 혼용무도의 한가운데에 의료인들이 있다. 이른바 '의료게이트'로 통용되는 수많은 의혹들이 터져나올때 마다 정국이 요동친다. 이로 인해 청문회에는 의료인 수십명이 불려나가는 유례없는 일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인 누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속시원히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국가의 원수까지 흔들리는 상황속에서 수없이 터져나오는 의혹의 의학적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의료게이트 속으로 밀려들어갈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떠올렸다. 지난 2016년 홀연히 나타나 자신의 연봉과 의사들의 실제 수입을 오픈하고 리베이트와 지지하는 대선후보까지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갔던 그들. 바로 '용감한 의사들'이다. 너무나 조심스러운 주제이기에 그들이 다시 올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역시 그들은 '용감'했다. 오히려 위험한 말이 나온다 해도 단 한마디도 편집하지 말고 그대로 실어달라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놨다. 그래서 성사됐다. '용감한 의사들 리턴즈'. 신데렐라 주사부터 비아그라를 넘어 자신들의 선배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 주치의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의사'로서 소신으로 지적과 비판을 쏟아냈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데렐라·백옥주사 상습 투약은 기정사실…마약 중독은 아냐" 오산유니콘(40대. 산부인과 개원의)=요새 산부인과가 워낙 어렵잖아. 비급여 주사란 주사는 다 들여와서 해봤어. 나도 직접 다 맞아봤지. 감초주사, 마늘주사, 태반주사, 비욘세 주사라는 백옥주사까지. 박근혜 대통령 2012년부터 얼굴을 쭉 봐왔는데 정말 얼굴도 많이 바뀌고 특히 눈 밑에 라인들이 엄청 달라졌어. 아마도 물광주사는 엄청 맞았다고 봐. 박 대통령이 그런걸 잘 알지는 못했을꺼고 최순실이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맞지 않았나 싶어. 얼굴도 탱탱해지고 몸도 좀 편해지고 하니까 점점 더 많이 맞게 됐겠지.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마약 중독은 의사로서 너무 터무니 없다고 봐. 일부 제기되는 약물들이 마약도 아닐 뿐더러 마약으로 쓰기에도 너무 약해. 중독성도 크지 않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약 중독자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렇게 얘기 못해 그렇게 일상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거든. 이런 부분들을 대한의사협회 등이 나서서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적인 쟁점이 나오면 직접 나서 다 정리를 하거든. 최소한 정확하게 요점과 쟁점을 설명해야 하는 전문가단체가 이렇게 팔짱끼고 있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인천초코(40대. 정신과 전문의)=내가 정신과잖아.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청문회도 봤지만 졸피뎀, 스틸녹스, 자낙스 나도 많이 쓰는 약들이야. 졸피뎀 같은 약은 내과에서도 엄청나게 처방하는 약인데 마약은 무슨 마약. 자낙스가 문제이기는 한데 최순실이 공황장애라고 주장하고 있거든. 공황장애가 정말 있다면 그 약을 처방하는게 맞아. 전혀 문제없는 처방이야. 일부에서는 마약중독이라 이를 해독할려고 마늘주사, 태반주사 맞았다고 하는데 마약중독자들 수두룩 하게 보는 나로서는 그 어떤 중독자도 자기 몸을 생각해서 주사를 맞는 경우는 없어. 무슨 마약중독자가 해독을 생각하나. 박 대통령을 마약중독으로 몰아가는건 무리가 있는 설정이라고 봐.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게 2000년전에는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대마가 나눠져 있었거든. 근데 이후 마약류관리법이 나오면서 마약류로 통일됐어. 졸피뎀, 자낙스 등이 마약류의약품이라고 불리는 것은 맞다는 거지. 그런데 정말 그걸 마약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마약중독자 천국이고 의사들은 다 마약 공급책이 되버리는 거지. 목동몽키(30대 후반.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번 사건이 파장이 엄청난 건 맞는 것 같아. 사실 주제와 좀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지만 환자들이 엄청 문의하고 있거든. 근데 사실 감초나 마늘 정도 알고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야. 나한테 와서 여기서 하냐고 물어보곤 하거든. 헌데 내가 요즘 얘기하고 있어 비지니스적으로 권유하는 거지. 아, 물론 타깃 테라피는 아니야. 그저 이런 질환 치료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뭐 그렇게 설명하는 정도? 서포트로 권유하는 것이고 옵션이지. 사실 비급여 주사는 그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일인가 싶고. (편집자주) : 비급여 주사 이야기는 자연스레 비아그라 논란까지 이어졌다. '단 한마디'도 편집하거나 완화하지 말고 그대로 써달라는 그들의 요구에 힘입어 간단하게 소개한다. 오산유니콘=근데 말야. 비아그라 말인데.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는 건 의학적으로 일부 검증은 된 건 맞아. 고산병 치료로 구입했다고 우긴다면 의사로서 그렇게 볼수도 있겠는데. 근데 팔팔정을 샀단 말이야. 그건 누가 봐도 자기끼리 먹겠다는 의도잖아. 차라리 비아그라를 그렇게 샀으면 핑계라도 댈텐데 팔팔정으로는 말이 안되지 않아? 인천초코=최순실이 야매(일본어 야미 闇(やみ)가 어원. 어둠, 암흑이라는 뜻으로 정상 경로가 아닌 뒷거래 등을 의미)를 좋아한다고 하잖아. 그게 영향을 준거 아닐까? 근데 왜 돈을 주고 샀는지가 더 이해가 안돼. 말 그대로 청와대인데 그냥 가져오라면 알아서 박스로 가져왔을텐데. 보니까 태반주사도 제네릭(복제약)을 썼더라고. 돈이 아까웠나. "분당 3인방 인사 지금도 이해 안 돼…비선 인사 자체가 문제" (편집자주) : 이러한 이야기들은 결국 의료게이트의 핵심인 대통령 주치의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지적과 비판으로 이어졌다. 낙하산 논란부터 업무 능력에 대한 검증까지 그들이 쏟아낸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정리한다. 강북팬더(30대 후반. 대학병원 전임의)=분당 마피아라고 불리는 3인방. 정진엽, 서창석, 전상훈 모두 능력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솔직히 서창석, 전상훈은 잘 몰랐었고 정 장관은 적이 없고 합리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대라는 조직이 그렇다. 서로 다 잘났기 때문에 서로 인정 안하고 뿔뿔히 흩어져 있는 그런 모습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 장관도 그렇고 참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오산유니콘=솔직히 들어보지도 못한 서창석, 전상훈 이런 사람들이 진짜 그 자리까지 갈 수 있는 사람들인가. 누군가는 최순실에게 선을 댔다는 것이라고 본다. 서울대병원장, 복지부장관 최순실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자리 아닌가. 전부 동문 선후배들인데 누군가 선을 잡고 달라붙어서 끌고 갔을거다. 사실 산과 의사가 주치의 하는 것도 처음부터 이해가 안됐다. 의사라면 누구나 이해가 되지 않을 일. 일부에서는 제주도까지 가서 출산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남는게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 병원장한거? 목동몽키=솔직히 난 다르게 본다. 분명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해방 이래 사실상 최초로 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이 나왔고 전상훈은 역사상 최초로 비 서울대가 병원장이 됐다. 산과 교수가 주치의가 된 것도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들이 대체 뭘 잘못했지?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이례적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수원카우(40대. 가정의학과 전문의)=나도 비슷하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최순실 뒷배를 탔건 안탔건 능력만 있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정진엽 장관 메르스 사건 등에 업고 왔다. 의료인 출신이 없어서 방역이 뚫렸다면서. 하지만 A형 독감 그대로 다 뚫리지 않았나. 대체 의사 출신으로 뭘 한건가 그럼. 결국 원격의료 하나밖에 없지 않나. 적어도 의사출신 이라면, 자기가 특허를 가질 만큼 의사로서 소신이 있다면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무엇일가를 제시해야지 그냥 밀어붙이기 밖에 더했나. 의사로서 동료 의사들을 설득해 원격의료를 가던지, 아니면 독감을 막아내던지 뭐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사 출신 장관으로 오히려 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정 장관이 일만 똑바로 했더라면 최순실 때문에 들어왔건 아니건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오산유니콘=결국 국정농단이라는게 시스템 안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비선을 통해 외부 인사가 들어오면서 나온 문제라고 본다. 결국 의료게이트도 최순실이 밖에서 사람들을 낙점해 시스템 안으로 끌고 들어오면서 생긴 문제다. 인천초코=모든 이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목동몽키 말대로 나도 그 3인방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라고 물으면 할말이 없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 하지만 임명되는 과정에 문제를 외면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정상적인 절차로 그들이 그 자리를 맡았고 그들의 역할을 잘 해냈다면 문제될 일이 있었겠나.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 모두가 좋은 연설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최순실이 써줬다는 것이다. 연설문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비선에서 작업이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이 아니겠나.
"인정받는 의사가 목표" vs "내가 불행하면 무슨 소용" 2017-01-02 05:00:58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요즘 애들은 왜그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수천년 전에도 존재했던 세대갈등. 2017년, 붉은 닭의 해라는 정유년. 의료계에도 어떤 세대간 시각차가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신년을 맞이해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53년생)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84년생)이 함께 대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윤성 회장은 의과대학 교수 세대의 고충을, 기동훈 회장은 젊은의사들의 고민을 풀어놨다. 인터뷰 장소는 이윤성 회장이 있는 서울의대 인근 카페로 잡았다. 교수와 전공의가 만나다 이윤성= 내가 53년생이야. 생일이 빨라서 용띠야. 내 아들이 77년생인데 기동훈 회장이 84년생이네.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내 아들과도 세대차를 느끼는데 이해관계가 있는 젊은의사들과는 오죽하겠어. 하지만 그게 세상인걸. 기동훈= 아, 저희 아버지가 52년 용띠이신데 아버지뻘이시네요. 세대간 갈등은 정말 어디에나 있어요. 제가 응급의학과 3년차(기 회장은 공중보건의사로 군복무 후 전공의 수련 중이다)인데 지금 인턴들과도 세대차를 느끼는걸요. 사실 제가 인턴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공의 선배가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요즘은 제가 느낄 정도로 바뀌었어요. 심지어 교수도 권위적이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분들의 비중이 크게 줄었어요. 이윤성= 그래도 의료라는 특성상 도제식 교육이 사라질 순 없을거야. 아마 외과계는 더 그렇겠지. 기동훈= 네, 그 부분은 100% 공감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의료에서 도제식 교육은 남아있을 것 같아요. 이윤성= 과거 의대도 교과서도 없을 때는 마당쓸고 밥하고 했겠지. 이후 면허제도가 생기고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점차 제도적으로 흘러가게 된거야. 사실 도제식은 의사를 만들기에 좋은 시스템은 아니라고 봐. 명의를 만나면 나을 수 있는 병을 나쁜 의사를 만나면 못 고칠 수 있으니까. 교육과 의료수준이 평준화된다는 게 환자에게 좋은 것이라고 봐. 기동훈= 네, 맞아요. '새마을시대'를 거쳐온 교수와 'QOL'를 생각하는 전공의 이윤성= 요즘 젊은 의사들은 뭐랄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때 우리 때와는 확실히 달라. 나만 해도 빨리 의과대학 졸업하고 돈 벌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잘 살아야겠다는 게 목표였거든. 요즘 친구들은 그 당시에는 쓰지 않던 '삶의 질(QOL:Quality of life)'에 대해 얘기하더라고. 기동훈= 네, 젊은 의사들이 QOL를 따지는 건 맞아요. 과거에는 레지던트 4년만 버티면 사회·경제적인 측면을 보장해줬지만 이젠 그렇지 않잖아요? 그러다보니 더욱 본인의 삶의 질을 따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윤성= 그럴 수 있지, 근데 좀 걱정되는 측면도 있어. 내가 몇년 전부터 의과대학 수업시간에 20년후의 바라는 모습을 얘기하라고 했더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신만의 오디오방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천편일률적인 답을 내놓더라고. 물론 여전히 젊은의사 중에도 특이한 한두명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우리 때와는 달라졌어. 우리 시대의 성공이란,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었어. 알다시피 그땐 우리 사회 캐치프레이즈가 '잘 살아보세' 였잖아. 자신의 삶의 질 보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삶의 질이 최우선이더라고. 기동훈= 네, 요즘에는 의사로서의 사회가 요구하는 사명감 보다는 개인적인 삶에 대한 성취감으로 미래를 선택하죠.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여전히 외과, 흉부외과 등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하는 의사들이 있잖아요? 소수이긴 하지만요. 저만해도 솔직히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짧은 생각에 피부과를 선택지만 적성에 안맞아서 응급의학과로 바꿨거든요. 뭐랄까. 피부과라는 학문 자체가 저랑은 안맞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수련을 받는 4년동안 어떤 과를 선택했을 때 더 행복할까 생각해보고 응급의학과를 택했어요. 물론 응급의학과도 오프가 확실하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과이긴 하지만 근무 강도는 확실히 세죠. 이윤성= 그래도 성적이 좋았나봐? 요즘 피부과 경쟁률 치열할텐데… 기동훈= (웃음)하하,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인턴을 열심히 했습니다. 이윤성= 그래, 사실 '소명'이라는 게 객관적이진 않아. '국가에 대한 충성도' 사실은 허구라고 봐. 객관적인 정보나 자료가 부족했던 과거와 지금은 다르지. 요즘에는 어떤 과의 수입이 어느정도라는 등의 객관적인 정보가 쏟아지니까 따지는 것도 많아지기 마련이지. 엄밀히 말하면 젊은 의사가 힘든 것을 거부한다기 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원한다고 봐. 더 힘들고 위험한데 그에 대한 보상이 없으니까 기피하는 거지. 게다가 의사 수가 증가하면서 비교대상도 더 많아졌고. 기동훈= 이제는 본인이 직업적으로 성취감을 얻으면서도 가족과 시간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걸 원해요. 솔직히 돈이 많아도 쓸 시간이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희 또래 친구 아버지들의 삶만 봐도 그래요.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자녀 등 가족들과의 교감이 없다보니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색하고 불편해지는 거죠. 본인들은 몸바쳐 일했는데 시간이 흐른 어느날, 남은 게 없는 느낌. 그런 걸 보면서 나는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아요. 이윤성= 그래, 우리 때에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살아보세'였잖아. 회사에 한번 들어가면 끝까지 다녔고 회사는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했지. 지금 젊은 세대는 안그렇겠지만. 미안하지만 늙어봐. 지금은 미래의 자녀와 잘 놀아주고 싶다고 해잖아? 그럼 자녀들이 '행복했어'라고 말할까. 글쎄, 20~30년후 그 세대에선 또 다른 이야기를 할꺼야. 그게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아니겠어? * 이윤성 회장과 기동훈 회장의 대담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법에 없는 면허범위,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해야" 2016-11-18 05:00:59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의료법에는 면허체계가 (전혀) 없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 사이 영역 침범 문제를 법원 판례에만 의존하다 보니 결국 일이 터졌다. 대법원은 의사의 영역이라 여겨져 왔던 프락셀 레이저, 보톡스 시술을 치과의사가 해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 이에 더해 국회 등의 압박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문제도 논의를 재개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면허의 체계가 흔들리자,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불명확한 면허 범위를 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법 2조에 명시돼 있는 '의료와 보건지도'의 범위가 애매하기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에 따르면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 문구 앞에 '치과', '한방'이라는 단어만 붙어 있다. 경기도 한 개원의는 의약분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면허체계 붕괴는 예정돼 왔던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의약분업 후 정부가 진료비를 심사하는 등 의료행위를 본격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진료과 붕괴가 시작됐다"며 "의사들 사이에서도 진료과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다른 직역의 침범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반증"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자동차 운전면허도 책으로 공부했다는 이유로 주장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정해진 시험에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고, 난이도에 따라 자동차 면허 종류도 달라진다. 생명과 직결돼 있는 면허는 검증 과정이 더욱 철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가 면허에 대한 원칙이 없다"며 "면허를 주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했으면 사후 관리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요구는 국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법원 판결이 상충하고 있다"며 "차라리 복지부가 의료인별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인재근 의원 역시 "의협, 한의협 등 의료 단체에 면허 문제 해결을 맡겨놨다가는 결론이 날것 같지 않다"며 "정부가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조인과 시민단체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의료행위가 무엇이라는 정의 자체가 (법적으로)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의과, 치과, 한방의 적합한 행위가 무엇인지 법률적으로 모호한 부분들을 정부가 명확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도 "의사 직역의 행위가 구강보건, 한방보건 이렇게만 돼 있으니까 판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각 직역의 의료행위를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업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교통정리를 안 해주니 오히려 직역 간 다툼을 부추기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에서는 일일이 나열을 할 수 없다"며 "해석의 여지가 있는 행위들은 열외로 하고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행위들은 정부가 지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의료행위를 일일이 정리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신의료기술 진입에 제약이 될 수 있으니 의학, 한의학, 치의학 교육 과정에 복지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행위를 구분 지으면 또 다른 규제가 되며 신의료기술이 들어올 이권이 또 생길 수 있다"며 "포괄적 개념으로 하되 교육과정과 신의료기술 진입 과정에 복지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 판례들도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직역의 대학 교육과정의 과목 개설에 대해 교육부의 동의를 얻어 복지부가 적극 참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전문 변호사는 "각 직역의 면허 범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협의체 장은 차관급의 공무원이 맡는 식"이라고 제안했다.
면허체계 붕괴는 의사만의 이야기…환자는 모른다 2016-11-17 05:00:59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배가 아파 한의원을 찾았어. 한의사가 초음파로 확인을 해봐야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그럼 초음파를 받을 거야?" "받아야지. 뭐 문제 있어?" "그럼 치과를 갔는데 싼 가격에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을 수 있다면, 할 거야?" "받아야지. 단 그 치과의사가 믿을만해야지. 의사든 치과의사든 상관은 없어." 기자가 의료와 전혀 상관없는 직업의 다양한 연령대 지인들과 나눈 대화다. 그렇다. 보건의료계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의료서비스 대상자인 환자들은 모른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치과의사와 의사의 교육 과정은 어떻게 다른지는 관심도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대법원의 시각이 국민의 시각이라고 보면 된다"며 "사실 현재는 양악수술을 치과의사가 잘하는지 성형외과 의사가 잘하는지 환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의사 면허의 권위가 떨어졌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의사 면허 하나만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의심부터 하는 세상이 왔다"고 덧붙였다.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령 수술, 일회용 주사 재사용 등의 윤리적 문제가 겹치면서 면허의 권위마저 추락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도 "의과, 치과, 한방의 질환에 대한 접근 방법, 메커니즘 등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면허를 인정한 것일 텐데 그런 경계가 허물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를 서비스산업화 관점에서 바로 보고 접근하니 법원의 판단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며 "의료 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 정부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시민환자단체들은 의료계 내부의 '강력한 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기종 대표는 "일례로 TV에 자주 얼굴을 비춰 쇼닥터로 유명한 한 한의사는 아예 한의사협회를 탈퇴했다고 한다. 탈퇴하면 그만이다. 의사 사회에서 아웃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사들도 학회 등을 통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윤적인 의사는 아주 엄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며 "동료평가 등을 두려워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대표도 "우리나라는 의료계 스스로 동료 감사를 통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몰아가는 질관리나 자정 시스템이 돼 있지 않는 게 문제"라며 "돈벌이에 치중해 의료질서 체계를 와해시키는 것을 내부적으로 적발해 자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다른 직역에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업어야 하는데 그 시작이 윤리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소리다. 안 대표는 "타직역에 도전을 받으면 과감하게 양보하고 철저히 관리하게 감시를 하든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자정을 철저하게 해 타직역이 아예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정 바람 불고 있는 의료계 자정의 움직임은 이미 의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광주광역시, 경기도, 울산광역시에서 21일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할 전문가평가제가 그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도 사무장이 아무리 꼬셔도 의사가 안 하면 된다. 유령수술도 마찬가지인데다 일회용 재사용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런 비윤리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사회에서 바로 퇴출될 수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명백히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처벌을 받지 않고 사법당국에서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행정당국에서는 적발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이런 사례를 찾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유령수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 비윤리 의사는 학술대회 등록 및 발표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등 회원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같은 의사라는 이유로 감싸주고 덮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면서도 "의사회의 강도 높은 제제가 의사회비 미납 등의 회원 탈퇴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아직까지 의사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도는 최근 피부질환 환자 진료 거부를 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사제는 피하겠다고 윤리선언을 했다. 한 도의사회 관계자는 "감시하고 평가하는 제도는 규제라기보다는 의사들도 스스로 조심하게 돼 예방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며 "소수의 잘못으로 다수가 똑같은 취급을 받고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사 면허가 흔들린다…"맞서거나 지키거나" 2016-11-16 05:00:58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소아의 구강관리' 이 행사의 주최는 어디일까. 답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다. 그렇다면 "가을, 피부미인 되기 프로젝트의 시작. 여드름 흉터, 주름, 모공, 튼살, 기미, 잡티, 실핏줄 등 피부질환으로 고민하고 계시나요?"라는 광고의 주체는 어디일까. 서울 N치과가 프락셀레이저 시술 광고를 내걸면서 쓴 문구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로 구분돼 있는 의사면허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대법원의 치과의사 보톡스, 프락셀 레이저 허용 판결은 면허체계 붕괴를 가속화 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행 의료법 2조에서는 의료인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의사 직역들만 놓고 봤을 때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가 임무다. 대법원은 이 법 조항을 놓고 "의료법은 의료인이 면허 범위 이외의 행위는 처벌토록 하고 있지만 면허 내용의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며 "면허 범위는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서 가변적"이라고 해석했다. 의사는 다른 직역보다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지만 타직역의 도전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한의사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고, 간호사는 PA에 찬성하며, 약사는 만성질환관리에 눈독 들이고 있는 상황.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직역싸움은 먹고 살 만하면 나올일도 없는 문제"라며 "한의사와 치과의사가 의사 영역을 넘보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는 의사 권위의 문제를 넘어 면허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법원 판결 이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보톡스, 프락셀레이저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이 한창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치과의사에게 유리하게 났다고 해서 판결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 학회와 교육내용도 확실히 설계해 충분한 교육이 이뤄진 후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호시탐탐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법원도 뇌파계, 안압측정기 등 일부 현대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허용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의사 단체들은 각개전투 중, 맞서거나 지키거나 면허가 도전받자 의사 단체들은 단합보다는 각개전투 중이다. 첫 번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법. 소청과의사회는 오는 19일 충남대병원에서 소아의 구강관리를 주제로 3시간에 걸쳐 워크숍을 연다. 강의는 미국 소아치과의사 피터 서(Peter Suh) 씨가 맡았다. 16일 현재 100여명의 소청과 의사가 사전등록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아예 피부구강치료학회를 창립했다. 입술 및 구강 점막 등의 질환을 피부과에서 이미 치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함이다. 300여명의 피부과 의사가 새로 만들어진 학회 가입 의사를 보였다. 피부과의사회는 최근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구강미백세션을 신설하고 구강미백과 구강점막 레이저 치료, 치아미백 등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 더불어 고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전략도 짜고 있다. 피부과의사회는 타직역을 비롯해 타진료과와도 선 긋기에 나섰다. 피부과로서 전문성을 영역을 공고히 하기 위해 피부질환 진료를 거부하거나 소홀히 않지 않겠다는 윤리서약을 했다. 이와 함께 일반의 고용과 타과 대상 강의, 기고를 자제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피부 질환으로 피부과 간판을 보고 들어왔다가 진료거부를 당한 환자들이 많은데 피부과의사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9%가 진료거부를 하지 않고 있었다"며 "피부미용을 하는 타과는 거의 70~80%가 대놓고 피부질환 진료를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GP고용 문제도 TF를 만들어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피부과 전문의를 차별화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담수가를 진찰료에? 대안으로 떠 오른 시간가산제 2016-07-19 05:02:00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최근 각 질환별로 상담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상담수가 적용 방법론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필요성에 따라 상담수가를 별도 산정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진찰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담료를 진찰료에 녹인다? 현재 정부는 발표를 앞 둔 2차 상대가치개편에 이어 3차 상대가치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2020년 3차 상대가치개편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의사의 교육 및 상담에 따른 상담료를 진찰료에 포함시키는지에 대한 여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일단 3차 상대가치개편 연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이르다"며 "하지만 3차 상대가치개편에서는 현재 진찰료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의사의 교육과 상담을 인정해 상담료를 진찰료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재정소요액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입장이 여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진찰료에 포함시키는 것 대신 별도산정으로서 수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찰료에 상담료를 포함시킬 경우 많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가볍게 생각해 의사들 사이에서도 인턴이 50분 진료한 것과 교수가 10분 진료했는데 이를 어떻게 기준으로 진찰료를 설정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필요성에 따라서 상담수가를 인정해 별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일차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교육 및 상담이 필수적이다. 만성질환 예방효과가 커져 중증환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진료시간으로 상담수가 대안 찾는 심평원 현재 정부는 의사의 교육 및 상담에 따른 상담수가 신설의 대안으로 '진료시간' 별로 수가를 가산하는 내용의 진찰료 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심평원은 최근 '의과 의원 외래 진료 질 담보 및 비용관리를 위한 진찰료 수가모형' 연구를 통해 구체적안 방안까지 제시한 상황. 연구에서는 진찰시간별 가산제(시간가산제)와 진찰강도별 가산제를 2가지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연구진은 제도 적용 가능성을 고려해 진찰시간별 가산제인 시간가산제를 제안했다. 시간가산제는 시간가산 수가를 신설해 기존 기본 진찰료에 시간가산 수가를 추가해 청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존 진찰료에 추가 상담시간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시간가산제는 기본 진찰료에 시간가산(5분 또는 10분)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기존의 기본 진찰료에 대한 시간정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시간가산제 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발표를 코앞에 둔 2차 상대가치개편에 내과계 핵심인 진찰료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원인이 시가가산제 의료기관 시범사업과 연관돼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는 현재 진행 또는 추진 예정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고혈압과 당뇨 상담료를 포함한 일차의료 시범사업 그리고 전화상담을 포함한 비대면관리 등에 비춰볼 때 진찰료와 구분한 별도 상담수가 신설을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심평원 관계자는 "시간가산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한 시범사업을 당초 올해 안으로 준비,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며 "예산 편성 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올해 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내년 시간가산제를 내용으로 한 의료기관 시범사업이 예정돼 있다"며 "각 전문과목별로 시간가산제에 대한 입장이 다를 것이다. 진찰행위가 세분화 돼 있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정신 및 신경과 등은 시간가산제 추진을 찬성하겠지만, 이를 반대하는 전문과목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너도나도 상담수가 달라…진찰료 개편 못 미룬다 2016-07-18 05:00:59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 최근 진료과목 별로 신설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있다. 바로 의사의 교육 혹은 상담을 진찰료 외 별도 수가형식으로 보상하는 '상담수가'다. 즉 행위별 수가제 형태로 실질적 진료가 이뤄져야 수가로서 보상이 이뤄졌던 것에 더해 의사가 가진 지적재산을 환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추가 행위로 인정받아 수가로 보상받는 것이다. 최근 금연과 암 환자를 상대로 이러한 교육 및 상담수가 신설·운영되면서 다른 전문과목들의 신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상담수가 신설 목소리 상담수가는 지난 2015년부터 고혈압과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일차의료시범사업'에서 최초로 인정돼 시행됐다. 5개 지자체와 지역의사회가 시범사업에 참여해 시행됐으며, 만성질환 1회 상담 시 약 8000원의 상담료가 지급되며 총 9회까지 상담을 통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인 시행 중인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에서도 금연 교육 및 상담에 따른 수가가 인정됐으며,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암 상담 및 교육도 수가로 인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의료계에서는 특정 질환에도 상담수가가 필요하다며 수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천식·알레르기질환 관련 상담수가 신설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조상헌 이사장(서울의대)은 "정부 차원에서 일정한 교육 상담료를 지급, 각 의료기관이 천식 환자에게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핀란드의 경우 10년간 천식 및 알레르기 치료에 대해 의사-약사-간호사-보건교사 등의 교육을 강화한 결과 천식 환자가 3배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진료시간에 따른 상담수가 신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진찰료 외 상담수가를 인정하는 사례가 존재할까.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진찰료 제도다. 독일의 경우 2013년 하반기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진찰 관련 수가 개선이 진행돼 일차의료의사의 진찰수가가 정비됐고, 진찰 관련 가산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특히 독일은 진찰시간에 대한 별도 수가보상을 통해 적절한 진찰시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진찰료 제도를 개편했다. 즉 진찰시간에 따른 별도 보상의 의미로 상담수가를 신설한 것. 특히 독일의 이 같은 별도 보상은 일차의료 의사인 가정의학과, 소아과 전문의 진찰수가에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기본진찰, 상담 및 교육과 같은 일차의료 고유 범위 내에서 진찰활동을 한 경우에만 지불되는 수가로 일차의료의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한 수가정책으로 볼 수 있다. 상담수가 별도산정,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정부도 상담수가 별도산정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향후 어떠한 형식으로든 일차의료와 관련된 상담수가 신설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1차 상대가치개편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2차 상대가치개편에서 환자를 상대로 한 교육 상담료를 인정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구는 계속돼 왔다"며 "하지만 2차 상대가치개편에서는 이 같은 점이 반영이 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2020년에 있을 3대 상대가치개편에서는 더 이상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진찰료에 상담료를 포함시키자는 의견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포함시켰을 경우 감당해야 하는 금액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찰료에 의사의 교육 및 상담에 따른 수가를 포함시키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별도 산정의 경우는 가능하다는 의견. 의료계에서도 교육 상담에 따른 보상을 진찰료에 포함시키는 것 보다는 별도 상담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진찰료에 행위와 치료재료가 모두 포함되면서 손해를 보는 것이 컸다"며 "그러다 보니 검사와 진단의 부분이 커진 것인데 향후 진찰료에 교육 및 상담에 대한 영역까지 포함된다 해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교육 및 상담료를 필요한 질환에 따라 별도로 보상하는 방안이 낫다"며 "결국 의사와 환자 간의 진료 문화를 바꿔야 상담수가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른 진찰료 개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환점 앞둔 전공의 수련제도 "돌다리도 두들겨야" 2016-07-13 05: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나는 소아과(현재 소아청소년과) 3년 수련을 받은 세대다. 수련 끝날 때 즈음 4년으로 전환됐다. 이유는 3년으로는 수련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과, 외과가 3년 단축을 추진한다니 당황스럽다." 모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내과, 외과발 수련기간 단축 논의 확산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감이 높았다. 그에 따르면 당시 소아과가 3년에서 4년으로 늘린 이유는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의학기술을 3년만에 습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단축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실질적으로 전문의 시험준비로 빠지는 기간을 감안하면 2년 반 정도로 3년이 채 안된다"라면서 "현재 시스템에서 이 기간내에 제대로 된 수련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의학회 차원에서 전문의 시험 일정을 개편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하면 먼저 수련 중도에 이탈하는 현상이 사라진 이후에 단축하는 게 수순"이라고 했다. "수련기간 단축 이후, 전공의 대체인력 있나?" 그렇다면 내과, 외과 학회 측이 수련기간 단축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활성화는 가능할까. 서울권 K대학병원장은 "우리 병원 또한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하고 싶지만 지원자가 마땅치 않아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인력조차 구하지 못하는 게 일선 의료기관의 현실인데 무턱대고 이를 대안이라며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수가도 마련하고 오는 8월부터 시범사업에 돌입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1개 병동 당 1억 5천만원 규모의 손실을 감수하고 운영해야하는 실정. 즉, 병원 입장에서 이를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수련기간만 단축하면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호스피탈리스트, 이제 시범사업 시작했는데…" 마지막으로 내과, 외과학회가 주장했듯이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더 이상 전공의가 값싼 의료인력이 아닌 이상 역량중심의 수련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일선 수련병원장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B대학병원 병원장은 "각 수련병원 규모에 대한 경쟁으로 병상 수는 늘어나는데 반해 전공의 수 감축 정책에 이어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인력난이 극심하다"면서 "이 상태에서 수련기간 단축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회 차원에서 역량 중심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해도 의료 현장에서 이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내과, 외과가 수련기간 단축에 앞서 전제로 삼았던 호스피탈리스트 활성화 등 일선 의료 현장은 전혀 준비가 안된 셈이다. C대학병원 병원장은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는 추측만 갖고 밀어부치기엔 수련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누가봐도 수긍할 수 있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시간을 갖고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정착된 이후 단축해도 충분하다"면서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공의=값싼 인력 틀에서 못벗어났다" 이에 대한 해당 학회 및 대한의학회 입장은 변함이 없다. 대한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전공의 대체인력이 없다는 주장은 여전히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대한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은 "이제는 바꿔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 박중신 교육수련이사(서울대병원)는 "앞서 인턴제 폐지 논의에서 시간을 충분히 가졌더니 중도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라면서 "의견수련 기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을 갖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과목에 따라 프로그램도 다르고 익혀야할 분량도 다르기 때문에 수련기간이 다를 수 있다"면서 "획일적으로 수련기간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현재 대한의학회는 각 학회의 의견을 취합해 복지부에 제출하면서 공을 복지부로 넘어간 상태다.
수련기간 단축 실효성 물음표…아전인수 주장 난무 2016-07-12 05:00:59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기자|내과와 외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련기간 단축 논의가 전문과목별로 시각을 달리하면서 끝없는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련 내실화라는 명분은 사라지고 전문과목별로, 직종별로 극단의 이기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과목별 극단적 시각차…끝없는 논란 양산 A학회 이사장은 11일 "수련기간 단축 논의는 전문의 제도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며 "일부 과목 학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과와 외과가 수련기간을 단축하면 다른 과목들도 결국 어떤식으로든 수련기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논의없이 자체적으로 수련기간 단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대한내과학회가 수련기간 단축 문제를 내놓은 시점이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은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결국 전공의 미달을 피하고자 서둘러 수련기간 단축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B학회 이사는 "사상 최초로 전공의 미달이 현실화되자 호스피탈리스트와 수련기간 단축방안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어떤 명분을 달아도 결국 전공의 미달을 피해보자는 미봉책"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내과가 치고 나가자 외과가 따라가며 수련기간 단축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며 "결국 내과와 외과 모두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수련제도를 뒤흔든 결과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내과와 외과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수련기간 단축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으며 의학회와도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다. 일부 학회들이 주장하는 전공의 미달 면피용 방안이 아니라는 것. 또한 수련기간 단축 문제를 모든 과목 학회들과 논의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은 "수련기간 단축 논의는 대부분의 내과 전문의들이 세부전문의 과정을 밟으면서 수련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미 수년전부터 이사회를 통해 논의가 진행되던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호스피탈리스트 도입과 맞물려 전공의들의 로딩을 줄이고 수련에 더 매진하면서 기간을 줄여보자는데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3+2 수련제도는 그렇게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전했다. 수련 내실화 명분 물음표…전공의 쟁탈전만 가속화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의명분으로 내세운 수련 내실화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는데 있다. 결국 수련제도 개편이 수련내실화보다는 전공의 확보전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전공의 대부분이 수련제도 개편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수련제도 개편에 수련주체의 의견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일고 있는 공방의 핵심은 '전공의 인력'로 압축된다. 내과와 외과가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부분도, 타 학회에서 이를 반대하는 이유도 결국 전공의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의미다.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은 내과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학회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련기간 단축 카드를 내놓자 혹여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학회들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C학회 이사장은 "수련기간 단축에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결국 전공의 지원율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외과가 3년으로 줄이면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이 자유로울 수 없고 내과가 줄이면 소아과 등이 직격탄을 맞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일차진료의사를 배출하겠다는 내과와 외과의 명분도 물음표를 던지는 의견이 많다. 과연 3년간의 수련으로 일차진료를 담당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4년간 수련을 받으면서도 내시경조차 배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3년 전문의로 개업이나 봉직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내과와 외과에서도 3+2 수련제라고 한다는 것은 결국 세부전문의를 사실상 수련과정으로 묶어서 가겠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말했다. D대학병원 외과 주임교수는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시행중인 상황에서 수련기간까지 3년으로 줄이면 제대로된 수련이 될지 의문"이라며 "학회 내에서도 이에 대해 찬반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사실 수련기간 단축방안을 내기 전에 3년제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타당성 논의부터 진행하고 충분히 검증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본다"며 "수련기간 단축에 대한 찬성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우려를 하는 전문의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내과와 외과의 의견은 이와 상반된다. 불필요한 잡무를 줄이고 수련에 집중하면 충분히 3년간 밀도높은 수련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4년간 수련기간동안 생각보다 수련이 아닌 일로 낭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며 "이러한 시간을 줄이고 수련프로그램을 내실화하면 충분히 3년내에 우수한 전공의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고 효율적인 수련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전인수를 멈추고 큰 틀에서 수련제도 개편의 효용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의 확보를 위한 근시안적인 미봉책 보다는 제대로된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한 수련 내실화에 초점을 되돌려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한수련교육자협의회 관계자는 "수련기간 단축을 포함한 모든 수련제도 문제는 내실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단순히 수련기간을 3년으로 하냐 4년으로 하냐보다는 큰 틀에서 완성된 전문의를 배출하는데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내과·외과 수련 단축…전공의마저 "너무 성급해" 2016-07-11 05:00:59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내과·외과, 비뇨기과가 내년도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 추진하는 방안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의 주장대로 수련기간 단축은 전공의 수련을 질을 높이고 호스피탈리스트(병동 입원전담 주치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수련기간 단축 왜 시작됐나 내과가 수련기간 단축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재작년인 2014년, 내과 역사 이래 첫 전공의 미달사태가 현실화 된 직후 급물살을 탔다. 내과 전문의 80%가 세부전문의를 취득하는 것을 감안할 때 수련기간이 길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어나오던 찰나, 내과 위기의 대안으로 수련기간 단축이 수면위로 급부상한 것이다. 일반내과 전문의 4년에 세부전문의 2년을 마치고 펠로우까지 마치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남성의 경우 군의관 혹은 공보의로 약 3년간의 군복무까지 합치면 10년이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년 전부터 과연 수련기간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일반내과 4년간 제대로 수련받는 시간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이되,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수년 째 위기에 봉착한 외과도 마찬가지다. 외과 또한 상당수가 세부전문의를 선택하고, 이 과정을 거치려면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과 4년간 맹장수술 한번 못해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수련의 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외과도 수련기간을 줄임과 동시에 수련 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하자는 데 합의했다. 다시 말해 수련기간 단축을 계기로 현재 수련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손질해보자는 게 이들 학회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내과, 외과가 공통적으로 추진 중인 호스피탈리스트 양성을 위해서도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봤다. 수련기간이 짧아진 것에 대한 메리트를 느껴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과·외과, 수련기간 단축 계기로 수련 질 높이자 이처럼 내과와 외과는 이를 계기로 현행 수련제도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내과학회 이수곤 이사장은 "내과 전문의 80%가 세부전공을 선택하는데 일반내과 4년은 너무 길다는 논의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라면서 "더 문제는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을 줄이면 빈자리에 호스피탈리스트가 빠르게 정착할 것"이라면서 "수련 프로그램도 3년으로 단축하는 것에 맞게 개편 중"이라고 말했다. 값싼 노동인력 취급을 받으며 4년간 수련받았던 것을 3년으로 줄이면서 제대로 된 수련과정으로 바꾸면 수련의 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수곤 이사장은 "외국의 사례이지만 내과 세부전문의가 38%가 적절하다는 연구결과를 감안할 때 국내 80%는 너무 많다"면서 "우선 적절한 세부전문의 비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과도 마찬가지다. 대한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은 "지금의 수련 프로그램은 '옥상옥'인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3년으로 줄이고 선택적으로 세부전문의를 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외과학회는 외과 수련단축을 위해 오송에 술기센터를 오픈, 술기 수련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에 발맞춰 교육과정 개편도 추진 중이다. 노 이사장은 "학회는 물론이고 외과의사회에서도 3년으로 감축하는 것을 두고 만장일치로 찬성을 이끌어 낸 상태"라면서 "외과 수련 프로그램 개편 TFT를 중심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외과 수련을 3년으로 단축하면 일반외과를 선택, 호스피탈리스트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4년이라고 해도 4년차들을 전문의 시험을 이유로 이르면 6월, 늦어도 10월부터는 제대로 된 수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3년으로 줄이는 대신 전문의 시험 끝나고 2월말까지 수련받는 시스템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수련병원, 전공의, 타과 모두 우려 그렇다면 내과, 외과가 예측했듯 수련기간 단축은 수련의 질을 높이고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수련을 받는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2년을 할 수 밖에 없는 3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일부 수련병원 내과 의국장 설문조사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은 단 한명도 없었다"라면서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많다.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을 3년으로 줄이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논의되는 것은 3+2년으로 반드시 2년을 해야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안감이 높다고 했다. 내과와 외과 이외 타과 전문의들의 시선도 곱지 만은 않다. 대한신경외과학회 임영진 이사장 "각 전공별로 특징이 있으니 줄일순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협의가 필요하다. 최근 내과, 외과 수련기간 단축은 순간적으로 결정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바는 향후 신경외과 전공의 지원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그는 "신경외과는 단축할 계획이 없다. 수련기간은 길고, 더 힘든데 자칫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여전히 병동 운영의 상당부분을 전공의에 의지하고 있는 각 수련병원장들은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수련병원 병원장은 "나 또한 이번에 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비뇨기과이지만 사실 내과, 외과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고 본다"면서 "지금도 미달현상이 심각한데 내과, 외과에서 3년으로 줄이면 비뇨기과에 누가 오겠느냐는 불안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입장에선 수용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어느정도 인프라를 갖춰놓은 상태에서 추진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B수련병원 병원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일부 과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대책으로 과 이기주의라고 본다"면서 "이는 대형병원에 세부전문의 및 펠로우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을 통해 세부전문의 수련을 받으려는 전공의는 대형병원으로 몰려들 것이고 자연스럽게 중소 수련병원은 펠로우 기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의학회 박중신 교육수련이사는 "수련의 질은 기간이 아닌 프로그램이 관건"이라면서 "수련기간 단축은 역량중심으로 수련 프로그램을 전환함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련기간 3+2로 전환한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것이지 3+2년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임을기 과장은 "이는 아직 논의 중인 사안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조만간 전공의 특별법 관련 입법예고할 때 동시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절망 끝에서 찾은 삶, ADHD 급여기준에 다시 절망" 2016-07-07 05:00:59
|메디칼타임즈 손의식 기자| 동그란 얼굴에 반달 모양의 눈웃음. 기자와 마주 앉은 그녀의 표정은 밝고 명랑했다. 자신을 온전히 내보여야 하는 기자와의 만남이라 부담이 클 만도 했지만 그녀는 시종 웃는 얼굴로 담담히 자신의 생을 풀어냈다. 하지만 취재 중 그녀의 얼굴에 스치는 표정에서 그동안의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29세 한경희 씨(가명). 그녀는 성인 주의력결핍장애(ADHD) 환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ADHD 치료제 급여인정 연령을 기존 '6~18세'에서 '18세 이상 성인'까지로 확대했다. 하지만 확대된 급여기준에는 함정이 하나 있었다. '18세 이상'까지 급여를 확대했지만 18세 이전, 즉 소아 청소년기에 ADHD 확진을 받고 약제를 투여하던 환자가 18세 이후에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소아청소년기에 ADHD 확진을 받지 못했던 성인 ADHD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고통에 경제적 부담까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기자는 성인 ADHD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듣기 위해 환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고 어렵게 한경희 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녀는 기자에게 자신이 겪어왔던, 또 겪고 있는 상황과 고통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했다. 단 가명으로. "어릴 적 내 모습과 꼭 닮은 ADHD 아동, 그제야 알았죠." 경희 씨는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까지 자신이 ADHD 환자임은 인지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한마디로 저는 눈치가 없었어요. 또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이나 엉뚱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따돌림을 많이 받았죠.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거나 버림받을 지도 못한다는 불안을 겪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뿐이라고만 여겼다. 자신이 ADHD 환자임을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ADHD 아동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ADHD 아동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아이의 행동과 말은 어릴 적 내 모습과 무척 닮아 있었어요. 어느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ADHD 체크리스트를 카운터에서 보고 그 아이의 모습과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라 테스트를 했어요. 그 후 의사 선생님이 ADHD 치료제를 처방하면서 내가 ADHD 증상이 있음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ADHD 환자임을 모르고 있다. 소아청소년기의 ADHD와 성인에서의 ADHD는 증상 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내가 ADHD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해요. 어릴 때는 과잉행동 위주로 증상이 발현된다면 성인 ADHD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약속을 못 지키는 등의 증상을 보이죠. 특히 내 경우 여성들이나 성인들에게 많이 볼 수 있는 조용한 ADHD형이라 주변에서는 ADHD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자신이 ADHD 환자임을 스스로 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경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오해와 편견 때문이다. "주위에 알려도 이해받기 어려운 병이죠.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을 당시에는 건강상 문제 때문에 주변에 알릴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주위의 반응은 '아, 그렇구나' 정도였어요." 그녀는 목이 마른지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ADHD라고 말하면 다들 웃어요. ADHD는 소아청소년에만 국한된 질환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ADHD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병이지만 성인들이 걸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나에 대해 그저 게으르거나 느린 사람 정도로 인식할 뿐이에요. 또한 신경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쉽게 ADHD라고 밝히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죠." 경희 씨의 나이는 29세. 그녀는 현재 무직이다. 29세의 그녀는 현재 백수다. "현재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요. 물론 직장이 있었죠. 좋아하는 일이었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그녀가 직장을 그만 두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ADHD 증상 때문이었다. 직장을 다닐 당시는 그녀가 약물치료를 받지 않을 때였다. 업무에서 문제가 많았다. 일단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많이 발생했고, 또 상사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잦은 실수로 인해 일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단순히 적응의 문제라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 삐걱거림으로 나와 동료들 모두 힘들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회사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게 된 계기는 ADHD 치료제의 복용이었다. 현재 경희 씨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약물치료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어요. 처음에 복용하던 치료제는 약물 지속효과가 워낙 짧고 감정의 업다운이 심해 얼마 전부터 오래 약효가 지속되는 콘서타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어요. 부작용 없는 약물은 없겠지만 보조약과 함께 복용하니 부작용이 줄어 효과에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ADHD 치료제를 만나고 새 삶 찾았지만 급여기준은 절망적" 약물치료 후 그녀의 삶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약물치료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치료 후 이뤄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책을 읽으려고 하면 페이지가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보여 도저히 읽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텍스트가 눈에 쏙쏙 들어와요. 최근 드라마를 공부하는데 글의 구조도 훨씬 명확해졌어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이 변했어요." ADHD 치료제를 복용하고 나아진 삶. 하지만 경희 씨에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바로 약값이다. 그녀가 ADHD 확진을 받은 것은 18세가 훨씬 지나서였다. 당연히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다. 그녀는 적정용량보다 조금 적게 처방받고 있다. 그녀의 한 달 약값은 10만원 초반대. 일년 약값은 약 120~150만원 정도다. 진료비까지 감안하면 한 달에 약 20~30만원이 든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ADHD의 질환적 특성을 볼 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희 씨는 현재 직장이 없다. 그녀에 따르면 성인 ADHD환자들은 대부분 증상으로 인해 잦은 이직이나 사회생활 부적응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하지 못해 형편이 좋지 않다. "실제 환우카페 내에서 경제적인 사정으로 약물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분들을 종종 봤어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사회에서 끌어안고 가야하는 분들인데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없어요. 성인이 돼 질환을 확인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성인 ADHD 환자는 18세 이전에 확진을 받고 처방한 기록이 있어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ADHD는 소아청소년 질환이라는 인식과 성인 ADHD가 소아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쉽게 ADHD라고 병을 진단받기도 어렵다. "ADHD로 진단받기까지 수년이 걸렸어요. 돌고 돌아 겨우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새 삶을 살고 있는데, 뒤늦게 진단받았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적용이 안 된다니 너무 절망적이에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급여 확대 목소리조차 못 내는 현실" 경희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성인 ADHD 환자들이 경희 씨와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급여 확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숨죽인 채 고통을 참고 있는 상황이다. "ADHD 환우카페 안에 나와 같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나라도 나서서 성인 ADHD 급여 확대가 절실하다고 외치고 싶어요. 하지만 신경정신과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소리내 환자의 권익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는 이 현실이 너무 슬퍼요." 경희 씨는 국가가 나서서 성인 ADHD 환자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ADHD는 단순한 주의력결핍의 성향을 보이는 질병이 아니에요. 충동성 조절이나 공감능력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수반하는 발달장애 중 하나에요. 특히, 나와 같이 사회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성인 ADHD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 사회생활을 지속할 때 국가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잖아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해요." ADHD 환자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차분한 그녀의 말. 그녀는 그 역시 ADHD 치료제 덕분이라고 했다. 성인 ADHD 환자로 살아가는 한경희 씨. 취재가 끝났어도 그녀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인터뷰 내내 밝던 얼굴에 잠시 눈물이 어렸다. 어렵게 꺼낸 그녀의 말은 기자를 향한 것이 아닌 국가와 사회를 향한 호소였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한적 급여기준이 하루 빨리 개정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지역에서 많은 청장년들이 급여제한으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를 맘껏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불안감 잔뜩 묻은 그녀의 목소리가 기자의 발목을 잡았다. "기사를 보고 주위에서 내가 성인 ADHD 환자임을 몰랐으면 좋겠어요. 꼭 가명으로 처리해주세요."
실손보험 부도덕 취급에 뿔난 의료계 "이젠 못 참아" 2016-07-06 05:00:59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지난 4월. 지방의 한 흉부외과 개원의가 익명으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에 보낸 편지 한 통.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의료계 반감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올해 바뀌는 표준약관에 대해 의견조회 기간을 거친 후 올해 1월부터 본격 적용했다. 흉부외과의사회는 3개월이나 더 지나서 이를 인지했다. 이후 의사회의 행보는 적극적이었다. 학회와 협력해 금감원을 수차례 찾아 하지정맥류 레이저 시술 제외의 부당함을 적극 알렸고, 12개 실손의료보험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법 담합이라며 신고했다. 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전문적인 분야의 보험 여부를 추진하면서 전문가 단체에는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누가 금감원 홈페이지에 일일이 들어가서 보험 약관 바뀌는 걸 확인하나"라고 꼬집었다. 의료계가 제대로 뿔났다. 흉부외과의사회 목소리는 의료계 전체로 확산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대한의사협회도 실손보험 대책 TFT를 꾸렸다. 사실 실손보험 계약 관계에서 주요 이해 당사자는 보험사와 환자. 이들의 관계에 의사가 적극 개입하고 있다. 환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비급여 진료비 심사 이관 등을 꾸준히 주장하는 실손보험사. 의료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부터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실손보험사들의 손해율 부분. 손해율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비교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돌려준 보험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3년 115.7%, 2014년 122.9%, 지난해 124.1%로 상승했다. 2014년 기준 손해율이 최고 137%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의협은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금감원과 보험사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건보공단 정책연구원은 실손보험사의 부가보험료 수입까지 고려해 계산하면 2014년 손해율이 약 80%라고 추정했다"며 "137%의 손해율은 과장이다. 보험사가 주장하는 손해율 증가 중 하나는 보험상품 부실설계에 있다"고 말했다. 또 "2013년 국회 예산정책처 건강보험사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료 지급률이 40~60%에 불과하다"며 "보험사의 경영부실까지 포함된 금액을 고스란히 가입자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표준약관과 분쟁조정결과 등을 근거로 일부 보험사가 일선 의료기관에 도수치료 급여기준을 임의로 설정해 전화를 걸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에 항의성 공문을 발송하는가 하면 도수치료에 대한 피해사례 수집에 나선 것. 실손보험사의 불법적 피해 사례 수집에 나선 것. 환자와 보험사 간 보험금 지급 분쟁이나 조정이 필요할 때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e-금융민원센터(http://www.fcsc.kr)'도 의사들이 직접 알려주고 있다. 보험사와 환자의 분쟁에 의사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금융당국을 통한 해결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일부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정작업도 한창이다. 대한도수의학회는 시장 과잉인 부분을 인정하며 '자정'을 위해 도수치료의 질환별 적정 횟수, 간격, 치료 전후 검사 항목, 치료 전후 의사진단점검과 교정 부위 지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제작에 나섰다. "비급여, 급여권으로 끌어들어야…선별급여 적극 활용 필요" 실손보험사가 물고 늘어지는 '비급여 관리'. 의료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료계는 비급여 관리 문제를 실손보험사나 금융당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비급여 표준화 작업은 이미 심평원이 하고 있으며, 여기에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끌어들이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실손보험사들의 비급여 심사 위탁 주장은 자신들 돈이 무분별하게 나가는 것을 컨트롤하기 위함"이라며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실손보험은 급여권에 들어온 것은 터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선별급여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선별급여란 의학적 필요성은 낮지만 환자 부담이 큰 고가의 의료나 임상 근거가 부족해 비용 효과 검증이 어려운 최신 의료, 치료 효과는 낮지만 의료진 및 환자편의 증진 목적의 의료 행위에 대해 급여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는 "법정비급여라는 말은 의료행위로서는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것은 100대 90이든, 100대 80이든 급여화하면 비급여의 공적 컨트롤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실손보험사는 질 관리 능력도 없으면서 컨트롤도 불가능한 상품을 만들어 팔아놓고 나중에는 보험료를 올리는 식의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며 "제대로 된 비급여라면 실손보험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이 고가인 비급여에 대해서는 참조가격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시장에서 비용이 한번 높게 설정된 것이 낮아지기란 쉽지 않다"며 "약가 설정에 이용하는 참조가격제를 의료 행위에도 적용하면 가격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렇게 되면 선별급여 항목 최종 결정 주체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정 교수는 "건정심이 비급여를 다룬다고 하면 의료계는 반대의 목소리부터 내지만 건정심의 제일 중요한 역할이 급여화"라며 "비급여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급여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건정심도 가능한 한 파악이 되는 비급여 중 급여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정심이 비급여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초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단체 관계자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보면 정부가 비급여 영역까지 통제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따라서 건정심이 비급여 영역까지 통제하는 것은 건정심 권한 밖이다"고 말했다. 이어 "선별급여의 목적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래의 취지에 맞게만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쟁하다 역습당한 보험사 2016-07-05 05:00:59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금 바로 가입하세요!" 한 실손의료보험회가 만들어낸 광고 카피로 유행을 넘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말이다. 진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실손의료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혹하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광고를 하던 보험사들이 역습을 당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이 가입했을 만큼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보험금 지급은 늘고 있다.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 고객 이탈로 이어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약 40여곳이다. 보험 시장 규모만 174조원에 달하고, 이 중 실손보험 시장 규모는 약 50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어젠다를 꺼내들며 국민과 병의원이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리고 꾸준히 보험정보원 설립, 공공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심사권 이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실손의료보험사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지속 가능성이라 함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보험회사 경영실적 잠정치를 통해서도 추측할 수 있다. 지난해 보험회사 당기순이익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3.3%(8000억원) 늘었다. 생명보험사 당기순이익은 3조6000억원,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은 2조7000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2%(4000억원), 15.1%(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합리적 발전방안(연구책임 신현웅)'에 따르면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및 상급병실료, 선택진료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은 민간 보험사에 1조5000억원의 반사이익을 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보험사들은 급여보다 비급여 증가세가 빨라 손해가 난다고 하지만 회계나 손해율 처리가 불투명한데다 공개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의 남탓 "진료비 심사권 심평원으로 이관" 심사권 이관 문제가 본격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2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실손보험 종합대책에 '보험정보원' 설립이 들어가면서부터다.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탁하는 기관(보험정보원)을 만들고 심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금 지급정보, 질병정보가 한곳으로 집중된다는 소리다. 얼핏 보면 정부의 계획 같지만 이는 이미 2005년 발표된 한 대형 보험사의 장기 계획에도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의료계는 "거대 기업으로 민간보험 사업자 간 진료내역과 국가에서 직접 통제, 관리하는 사회보험 영역인 국민건강보험 진료내역까지 관여해 결국 국민의 개인 진료정보를 이용한 민간 대기업의 수익 증대로 이용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보험업계에서도 중소보험사를 중심으로 '빅브라더 탄생'이라는 우려를 보이며 보험정보원 설립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침투율 증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GDP 대비 민간보험료 납부 비율을 말하는 보험침투율은 2013년 기준 11.9%로 OECD 국가 중 5위로 OECD 평균은 물론 14위를 기록한 미국보다도 높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 포화도가 높다는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중복가입률과 보험침투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정보원이 생기면 대형 보험사는 기존 가입자에게 나갈 보험금 심사 등의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료 축적으로 가입자에게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가입 갱신 거절 요인이 높아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중소보험사는 현실적으로 심사체계 구축에 비용을 부담하기도 힘들고 이미 언더라이팅을 완화한 현실에서 제3의 보험정보원을 만드는 데 막대한 이득을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고객 지키기와 뺏어오기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험정보원 설립은 선량한 보험금 지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심사권 이관 문제를 또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보험금 청구가 불편하다는 국민을 앞세워 청구지급 서비스 간소화를 이슈화 시켰다. 비급여 진료비가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며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했다. 이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서 이사는 "비급여 표준화 문제는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심사권 이관 문제도 말이 안 된다. 진단서, 상병코드가 기재된 처방전, 세부 영수증만 내면 지금까지 심사를 해온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보험상품 정교하게 만들고, 자체 진료비 통제 시스템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손해율이 증가했고, 지속 가능성 문제를 꺼내기 전에 국민과 병의원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상품을 정교하게 만들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서 이사는 "실손의료보험의 급여기준은 단순하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방법이 정해질 만큼 의료 행위는 다양한 상황에서 단순한 급여기준은 의료행태를 왜곡하고 실손보험 가입자 권리를 침해하며 결국 피해는 환자가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험약관과 보험상품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웅 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실손보험사 자체적으로 비급여 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현웅 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환자 법정 본인 부담은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해결이 필요한 영역이다. 민간 보험사는 비급여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일회성으로 관리되고 있는 비급여 정보를 목록화 및 전산화해 비급여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래에 대한 본인 부담 확대나 연령 계층별로 본인 부담률을 차등해서 실손의료보험 가입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보험 가입에만 혈안이 돼 있는 시장 분위기에도 쓴소리를 했다. 신 실장은 "실손보험사들은 현재 보험가입에 집중하고 있으며 사후 관리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불투명한 회계 처리 때문에 손해가 나면 보험료를 올려 충당하자는 식의 보험사 도덕적 해이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손의료보험 수익은 가입률 증가가 아닌 가입자 건강관리를 통한 효율적 재정 활용을 통해 증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6명 가입한 실손보험, 실제 혜택은? 2016-07-04 05:00:59
|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 지난해 11월 '생애전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B형간염 보균자 및 간암 의심 진단을 받은 김 모 씨. 그는 20년 전 B형간염 보균자였다. 김 씨는 올해 2월 조직 검사에서 간암 확진을 받았다. 김 씨는 2년 전인 2014년 12월, 전화로 A보험에 가입했다. 간암 의심 진단이 나오자 A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20년 전 B형간염 보균자였는데 보장이 가능한 지 상당했고, 상담 후 김 씨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김 씨는 "보험 계약 전 알릴 사항에 B형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없고 이미 다른 2개 보험사는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줬다"며 "단순히 20여년 전 사실만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계약을 해지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렸다. 보험사 측은 "김 씨가 B형간염 보균자임을 미리 알렸다면 6개월 안에 간 기능 검사 자료 확인을 통해 치료 이력이 없고 비활동성이며 간 수치가 정상이면 간 부위를 부담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 소비자원은 "B형간염 보균에 대해서는 청약서에서 묻지 않아 고지할 기회가 없고 20여년 전 B형간염 보균자로 진단을 받았지만 비활동성으로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소비자 측 손을 들어줬다. 2003년,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본인부담 및 비급여 영역을 민간에서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따라 치료비의 80~90%를 보험사로부터 돌려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손의료보험 계약건수는 3265만7000건이다. 바꿔 말하면 약 3200여만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 2010년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이 46.8%였다면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가입률은 62%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의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80%에 달했고 20~30대 가입률도 70%대에 있었다. 보험료만 일정하게 내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실비로 거의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인가. 그러나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가 먼저 의사에게 "보험 되나요?"라는 질문을 공공연하게 한다. 환자 증가라는 이익 코드가 맞아떨어지면 환자와 의사가 합심해 보험사를 속이는 문제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과 역할 설정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법정 본인부담금을 주요 급여 영역으로 사정하고 있다. 심지어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외래진료까지 급여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타가는 비율은 23.2%며 10명 중 8명은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또 83% 정도가 100만원 이하의 보험금을 받는다. 대신 상위 10%의 보험금 청구자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53.3%~6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인상에 보장성 축소 "차라리 적금을 들지" 그럼에도 실손보험사는 손해율 등을 내세우며 책임을 소비자와 의료기관에 떠넘기기 시작했다. 우선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과잉진료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가 타가는 보험금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모든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올렸다. 현대해상 27.3%, 동부화재 24.8%, 삼성화재 22.6%, KB손해보험 20% 등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가 20% 이상씩 보험료를 올렸다. 흥국화재는 실손보험료를 무려 44.8%나 올렸다. 보장성도 축소했다.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 대표적이다. 올해 개정된 표준약관에서 제외됐고,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 제외를 약관에 포함시켰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도 횟수 등을 제한하는 등 규제 방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김금례 팀장은 "비급여 항목 때문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데 보장을 못 받으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적금을 하는 게 더 이롭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똑똑해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져야" 도덕적 해이를 막고 실손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소비자가 똑똑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 소비자원 김금례 팀장은 "실손보험 피해사례를 보면 대부분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 전에는 모든 게 되는 것처럼 현혹되는 정보를 주고 막상 보험금 신청을 하면 지급을 안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다"며 "실손보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금지하고 보험사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과장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며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진정한 의도를 잘 파악해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가 이뤄지도록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상호 영향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의 의료보험 이용에 대한 통계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체계화된 자료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에 대해 급여를 제한하거나 네거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실손의료보험을 제한하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민간의료보험 보험약관 및 상품 표준화를 촉진하고 보험료 인상비를 규제하며, 소비자가 매년 스스로 갱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강화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