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규제책이 불러올 동네의원 신풍속도 2020-09-24 05:45:50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정부가 동네의원 비급여 진료를 컨트롤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첫째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하여금 병원한테만 해오던 비급여 진료항목 공개를 의원에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놓았다. 이를 계기로 심평원은 10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전국 모든 의원에 비급여 진료항목을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낼 태세다. 당장은 심평원의 제출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다. 시범사업인 탓에 자율참여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시범사업과는 다르게 제도화되면서 만약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항목 제출요구에 불응한 의원은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내년 의원을 향한 정부의 비급여 진료 규제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그동안 책자나 유인물로 비급여 진료 설명을 대체해 왔지만 내년부터는 불법이다. 환자&8231;보호자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 지금처럼 환자들이 외래 진료 대기 전 책자로만 비급여 진료 항목을 살피고 안내받는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되게 된다. 직접 환자나 보호자에게 비급여 진료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동의 받아야지만 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복지부는 아직까지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주체’는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가 됐던 간호사, 간호조무사가가 됐던 누군가는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환자의 '경험'과 '알 권리'가 중요시 되는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 관련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고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 정책이 환자를 우선시한 것인지, 아니면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시 한건인지,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직접적인 당사자인 의원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냐고 물었을 때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던 간에 지난 달 집단파업이 의료계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던 사이 의원을 향한 비급여 진료 정책은 확정&8231;시행되게 됐다. 결국 의원은 제대로 된 의견 제시 없이 고스란히 정부의 정책을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요즘 잘 나가는 대학병원 문전약국을 가면 영양제 판매와 상담을 전담하는 영양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내년부터 동네의원을 찾아가면 대학병원 문전약국처럼 환자 비급여 진료 상담과 심평원 자료 제출을 전담하는 직원이 생기지 않을까. 내년부터 정부 정책으로 변화될 동네의원의 새로운 모습이다.
애빌린 패러독스에 빠진 의대생들 2020-09-21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애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 조지워싱턴대 제리 하비 교수가 내놓은 이 이론은 집단 행동의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용어다. 내용은 단순하다. 미국 텍사스에 사위가 방문하자 장인은 가족들이 외식을 기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제안한다. 하지만 그들이 외식을 가야 하는 곳은 사막을 건너 세시간이 걸리는 애빌린. 사실 사위를 포함해 모든 가족들은 외식보다는 시원한 집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다른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외식에 나선다. 그렇게 사막의 모래 바람을 뚫고 더위를 견뎌가며 외식을 다녀온 뒤 식사 자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가족 모두 외식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불만을 털어놓는다. 가족들을 위해 내가 희생했노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아무도 외식을 원하지 않았지만 외식을 갔다온 역설적 상황 나온 셈이다. 결국 애빌린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바는 간결하다. 집단 사고와 행동의 불확실성이다. 집단이 꾸려지고 우연치 않게 방향성이 정해지면 그곳에 속한 사람은 다른 구성원들이 당연히 모두 이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판단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꺼리며 끌려가게 된다. 이로 인해 집단 행동 자체가 '아무도'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불확실성을 갖는 것. 혹시나 반대 의견을 내면 집단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소외를 당하지 않을까 싶어 누구도 바라지 않은 방향으로 집단이 나아가고 있는 것을 알고서도 모두가 침묵한 채 끌려가는 아이러니가 펼쳐지는 셈이다. 집단 행동을 접고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들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애빌린 패러독스였다. 모두가 원한다고 생각한 그 길을 위해 국시마저 포기하고 거리로 나섰지만 다들 불만과 불평을 터트리며 제자리로 돌아간 지금 그들의 설자리는 모호하다. 의료계를 대표한다며 사인 하나로 집단 행동을 멈춰버린 이도 젊음을 강조하며 화력 지원을 요청하던 이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단어만 반복하는 녹음기를 틀어놓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도 애빌린 패러독스는 여전히 의대생들을 지배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국시 응시를 통해 의사 면허를 받아드는 것이지만 단체 행동을 접은 지금까지 누구도 이 말을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학교육의 특수성인 폐쇄성이 상황을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 의대 6년, 인턴 1년, 전공의 4년, 이후로도 모교에서 전임의, 교수로 커가는 그 수많은 세월을 함께 하는 폐쇄적인 집단내에서 누구도 감히 먼저 나서 '나는' 국시에 응시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누구라도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한다. 애빌린 패러독스를 깨는 유일한 길은 누군가 먼저 얼음을 깨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국시를 보고 싶다. 누군가의 그 한마디면 패러독스는 순식간에 부서진다. 혹여 누군가는 정말로 애빌린에 가고 싶을 지도 모르지만 돌아가자는 사람을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오히려 그 퍼스트 펭귄이 모두를 살릴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의사들을 이끌며 집단 행동의 기수로 나섰던 이는 지금 대형병원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전임의 어레인지를 받기 위해 부산하다고 한다. 수십억의 군자금을 놓고서는 내놔라 말아라 잡음이 가득하다. 전쟁에 나섰던 이들이 각자 제 살길을 찾아 나선 지금 홀로 남아 패러독스의 족쇄 따위를 차고 있을 이유는 없다.
의료인력 부족문제 해결을 말할때 살펴야 할 것들 2020-09-17 05:45:50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미래 의료인력의 수급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터져 나온 얘기가 아니다. 최근엔 공공의대 증설이나 의대 증원 이슈로, 전국 의대생들까지 젊은 의사 총파업 사태에 참여하며 관심의 정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국가 의료인력의 부족 이슈가 강조되는 것은 단순히 한 지역이나 세대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분위기라는 대목이다. 실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전문인력과, 지역별 균등 분배 문제를 놓고 잡음이 심하기는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이달초 미국의과대학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 이하 AAMC)는 연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년 의대생 선발인원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의 거주지 문제, 교육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등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서, 의료인력의 수급을 늘리는 방편으로 이미 십수년전부터 실질적인 대안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대목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에 발표된 AAMC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의사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등록을 늘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서도 언급됐듯, 단순히 증설과 증원이라는 수치에 집착하는 것으로는 양질의 전문인력을 배출하는데 현실적인 한계점이 많다는 사실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얘기인 즉슨, 보고서를 작성한 협회 인력연구 총괄책임자의 말을 빌리자면 "졸업 후 의대생을 교육할 충분한 교육 연수프로그램이나, 연계된 임상 교육기관, 잘 갖춰진 레지던트 교육 거주 공간, 자격을 갖춘 전공 교육 교수 등의 저변이 마련되지 않고는 학교의 증설이나 증원을 통한 의사 부족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는 대목이다. 보고서 조사결과에서도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간의 AAMC 연례 설문조사 자료들을 비교해보면, 140개 의과대학들에 의대 등록률은 작년도 기준 2002년 이후 33% 증가했으며, 2018년과 비교해서도 2%가 증가한 수치였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증원된 학생들의 교육체계를 두고는 불만사항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새롭게 증원된 신입생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위한 커리큘럼, 장소 등이 충분치 않고 이를 우려한 의과대학의 비율도 44% 수준으로 전년도와 같은 비율을 보였다. 또 임상실습 장소의 문제(84%)와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프리셉터의 수급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응답률이 86%로 보고되며 실상 늘어난 인원수에 비해 학생들이나 교육 공급자들 모두가 불만족에 가까운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물론, 의대 증원과 증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환경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는 예산 확대가 필수적으로 결부된다. 따라서 의료인력수 부족을 증원에서 찾으려는 미국의 경우도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부담 문제를 지목하고 있는 이유다. 1997년 시행된 균형예산법(Balanced Budget Act)으로 인해 레지던트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메디케어' 보험재정의 한도분을 제한함으로써 대학원의학교육(GME)의 기회를 넓히려는 노력들이 결국은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고 있어, 인력 확대는 결과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더불어 의료인력의 확대를 위해 시행하는 이러한 GME 프로그램의 전국적인 균등 배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국내에서 문제가 된 공공의대 신설 문제 등과도 관련지어 볼 수있는데, 특정 소외지역에도 GME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얘기였다. 국가의 의료적 니즈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모든지역에 GME 프로그램을 운용해야겠지만, 이러한 이슈는 개인이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양질의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각자의 생존권이 달릴 만큼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이러한 중대사에 단순히 수치적 분배에 치중하기보다, 인력 증원을 위한 시스템적인 저변 확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지 않을까.
의사 공무원을 앞세운 복지부 브리핑 유감 2020-09-14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브리핑도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복지부는 오전 11시, 질병관리본부는 오후 2시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 브리핑을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중이다. 초기 복지부 브리핑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방역정책 전환 등 결정적인 경우 장관과 차관이 브리핑 연단에 올랐다. 언제부터인가 복지부 브리핑에 의사 출신 국장들이 전면에 나섰다. 의사 출신인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과 손영래 대변인이 브리핑을 전담하는 형태로 변화됐다. 질병관리본부의 경우, 정은경 본부장이 몇 달간 지속하다 피로감을 감안해 권준욱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과 번갈아 하는 브리핑 방식을 구축한 상황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반추하면,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보건의료정책관 그리고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센터장 등이 대부분 브리핑을 소화했다. 당시 복지부 의사 출신 공무원들은 배석해 감염병과 의료적 부분과 관련 보충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 8월 전공의협의회를 시작으로 의대생에 이어 의사협회 총파업 이후 의사 공무원들의 브리핑은 더욱 빈번해졌다. 장관과 차관은 의료계 파업 관련 조속한 복귀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등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반면, 브리핑에 나선 의사 출신 국장들의 발언 강도는 점차 세졌다. 파업 전공의와 전임의 색출을 위한 수련병원 현장조사와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 경고, 서울경찰청 고발 그리고 동맹휴업 의대생들 국시 재접수 불가, 의대생 국시 추가기회를 촉구한 의과대학교수들 입장문 반박 등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의료계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휩싸였다. '의사 출신이면 의료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저렇게 말할 수 있나' '말로만 의사이지 결국 행정고시 공무원들과 똑같다' '후배 의사들이 피해 보는데 부끄럽지 않느냐' 등 SNS를 통해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냉정히 보면, 의사 출신 공무원들의 발언은 원칙에 입각한 정부 입장이다. 복지부가 의료계 파업 관련 전달하고 싶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싶은 메시지를 의사 공무원을 통해 명확히 공표한 셈이다. 하지만 의료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의사 공무원을 통해 전달된 강경 발언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꽃힌다'는 영화 대사처럼 의료계에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작용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파업 이후 혼란스런 의료계 만큼 복지부 공무원들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언제까지 행정고시 공무원 중심으로 인사와 정책 등 모든 것을 결정하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무조건 따르는 구태를 반복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의사 공무원들을 앞세운 복지부 행태에 대해 훗날 의료계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복지부 본부에 근무 중인 적잖은 의사 출신 젊은 공무원들도 이번 상황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하는 행정고시 중심 관료사회의 문제일까, 아니면 조직을 우선한 해당 의사 공무원들의 충심일까.
남은 의대생들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2020-09-10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8231;여당의 합의문 사인이 논란을 남긴 이후 의대생의 의사국시 응시거부가 연일 뜨거운 감자다. 합의문 사인 과정에 반발한 의대생들은 국시거부 유지를 선언했고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예정대로 시행되면서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기회는 묘연해졌다. 이 과정에서 합의문을 작성한 의사협회는 물론 함께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던 전공의와 전임의가 진료현장으로 복귀하면서 의대생들만 파업 전선에 남게 됐다. 특히, 정부는 의사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재응시에 국민 동의없이 추가적인 시험 기회 부여는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의대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합의문 체결이후 젊은의사들의 반발을 인지한 최대집 회장은 의대생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그 어디에서도 설득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 또한 국가실기 시험 재접수 기간을 이틀 연장했지만 여당이 의대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상기하면 정말 의대생과 의료계에 ‘충분한 시간과 선택의 기회’를 줬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중에 최대집 회장의 탄핵 위기 소식이 들린다. 합의문 도출 이후 과정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이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문제는 최대집 회장의 ‘책임론’을 꺼내기 이전에 선배의사들이 후배인 의대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대집 회장의 불신임안건은 오는 10월 18일 예정된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에 대한 문제는 지금 닥친 문제로 지금이 아니면 실타래가 더 꼬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상황. 이렇다 보니 최대집 회장의 탄핵 논의가 내년 있을 의협 회장 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계산이 밑바탕에 있다는 시선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파업과정에서 젊은의사의 역할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고 그 중 의대생도 한 주축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의료계가 의대생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의료계 선배들은 의대생에게 피해가 있을 경우 관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의대생에게 피해는 생겼고 이젠 말이 아닌 실질적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의대생들이 입장을 밝히고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말하는 점도 현 시점에선 핑계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내부적으로 의대생을 설득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최대집 회장이 대회원 서신문에서 언급한 ‘정치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최대집 회장의 탄핵 안건은 그 다음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의협 집행부의 책임을 묻기 전에 선배의사들 책임져줘야 할 시기다.
안도해야 할 타결 소식이 씁쓸한 이유 2020-09-07 05:45:50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무기한 파업과 형사고발. 합의점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만 걷던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여당이 합의문을 만들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오후 박능후 장관을 각각 직접 만나 합의문에 사인을 했다. 다른 어떤 누구보다도 집단행동에 임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기다렸을지도 모를 순간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추진에 반대하면서 시작한 투쟁인데, 합의를 했으니 이제 집단행동을 접고 그토록 바라던 환자에게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명 과정에서 나온 의협 집행부와 최대집 회장의 미숙함은 합의문이 가져다주는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합의문에 서약하는 과정에서 젊은의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젊은의사는 사실상 의료계 투쟁을 이끌어왔다. 그 선봉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이 있었다. 박 회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젊은의사 목소리를 모아 협회를 즉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정부와 국회에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지난달 21일부터는 무기한 파업을 주도하며 전공의들을 똘똘 뭉칠 수 있도록 이끌어왔다. 전임의와 교수들이 사직서를 쓰고 외래 진료를 축소한다고 강하게 목소리 낸 것도 후배의사, 제자들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젊은의사와 의대생으로부터 얻은 동력을 전 의료계로 확산 시켰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가까운 예로만 봐도 의협 주도로 진행한 전국의사 총파업에서 개원의 휴진율은 전공의 응집력에 비하면 처참했다. 어느 때보다 젊은의사들의 목소리가 강했기에 정부도, 여당도, 대통령도 움직인 것이다. 최대집 회장도 "젊은의사, 의대생의 숭고한 투쟁, 놀라운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거듭 이야기했다. 물론 최대집 회장도 전직역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으로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합의문에 대해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초안 완성 후 협상에서는 전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이번 대정부, 대국회 투쟁의 맨 앞에 누가 있었는지를 한 번만 더 떠올렸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젊은의사 목소리를 신중하게 반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보다 깔끔하게 속시원히 '협상 타결'이라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의협가 정부, 여당은 이미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대외적으로 의료계와 정부, 여당은 퇴보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투쟁 선봉에 섰던 젊은의사들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업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합의문의 효력이 채 발휘되기도 전에 그 의미가 퇴색될 지경이다. 최대집 회장고 정부, 여당이 합의문에 사인한지 사흘이 지나도록 젊은의사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합의문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의협 집행부는 이들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앞으로 만들어질 각 정부, 여당과의 협의체에 젊은의사를 꼭 참여토록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젊은의사 역시 똘똘 뭉쳤던 2020년 8월을 기억하며 의협과 정부의 합의 내용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환자를 잃으면 명분도 잃는다 2020-09-03 05:45:50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2020년 8월 그리고 이어진 9월. 의료계는 보건의료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목전에 두고 의료 최전선에서 의료진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전력방어 하고 있는 와중에 한편에서는 의대증원 등 정부의 의료정책 추진을 방어하는데 의대생부터 전공의, 전임의, 의대교수까지 혼연일체가 됐다. 특히 사실상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은 이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전 국민에게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의사들이 왜 이렇게까지 맞서는가에 대해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급기야 9월 1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은 "공공의대 등 제로상태에서 논의하겠다"는 약속까지 이끌어냈다. 사실상 젊은의사들이 초지일관 요구했던 '철폐'를 의미한 것. 이제 슬슬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할 때가 됐다. 8월 14일 순차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지 보름이 훌쩍 지났으며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까지 빠지면서 진료차질을 빚은지도 열흘이 지났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사이 코로나19 중증환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로 격상했다. 에너지를 끌어모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의대교수들은 전공의 공백을 채움과 동시에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들이 한계점으로 제시한 9월 7일이 몇일 남지 않았다. 환자를 잃으면 정부도 의사도 명분을 잃는다. 더 늦기전에 결단을 내릴 때다. 하루, 한시가 급하다.
여전히 계속되는 주가 올리기용 코로나 임상 홍보 '유감' 2020-08-31 12:03:10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코로나19 관련 임상이라도 해야 할까봐요." 며칠전 안과 품목에 강세를 보이는 한 제약사 관계자를 만났다. 자연스레 주가 이야기를 하다가 몇 년간 자사 주가만 제자리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요즘 너도 나도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을 선언한 마당에 자사만 소외된 게 아니냐는 너스레였다. 그의 말을 빌자면 역량이 안되는 제약사들도 덩달아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임상에 뛰어들어 임상 단계마다 주가가 널뛰기한다고 했다. 오히려 회사 내부에서도 "임상 선언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8월 15일 기준 미국국립보건원의 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1224건이다. 이중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1164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60건이다. 전체 임상시험은 3월 11일 기준 56건에서 1224건으로 21.9배 증가한 수치. 국내 임상도 급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승인은 18건. 백신 임상시험 승인은 2건이 진행중이다. 이중 제약사 임상은 12건. 임상 계획을 '선언'만한 제약사까지 포함하면 치료제 개발사는 20여 곳을 훌쩍 넘는다. 신약 및 백신, 하다 못해 개량신약을 개발해 본 적도 없는 업체도 슬쩍 발을 담궜다. 제약사 임상시험은 증가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연구계와 산업계가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치료제·백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임상 홍보'가 줄을 잇는다는 데 있다. 임상 1상 계획을 보도자료로 뿌리는가 하면, 전임상 단계에서의 치료 효과를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한다. 전임상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의 동물 모델이나 세포를 두고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정도다. 전임상에서는 오히려 항바이러스 효과가 안나오는게 이상할 정도. 제한된 환경에서 이상적인 실험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도자료를 보면 내용은 '감염 능력 소멸', '의미있는 성과', '효능 확인', '~배의 항바이러스 효과', '효과 우수' 등과 같이 미사여구로 점철돼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됐다고 하던 코로나19 백신 역시 대규모 임상3상을 거치지도 않고 효능 홍보에만 열을 올렸던 사례다. 임상 단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대한 환상 내지 희망을 주기 충분한 것. PER(주가수익비율)이 수 천 배에 달하는 '비 이성적' 주가에 이런 제약사들의 임상 홍보가 전혀 무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 여러 차례 제약사 오너들의 비윤리적인 경영 형태나 경영 윤리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제약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을 활용하는 것 역시 좀 더 경영 윤리 차원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다. 거품이 가라앉고 난 후 이런 임상 홍보를 두고 주주를 위한 행보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제약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젊은 의사 파업, 치기로 여겨선 안 되는 이유 2020-08-27 05:45:50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2020년 8월 26일. 전국의사 2차 총파업이 시행된 날이자 동시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시행된 날이기도 하다. 의료계와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있기 전 긴 줄다리기 협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의 의견을 들었고 대전협이 파업유지를 결정하면서 결국 합의는 무산됐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즉시 긴급브리핑을 통해 "협의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정을 한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며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정부와 의협 간 정확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전협이 '전면 재논의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강조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정부의 입장번복이라는 표현은 고개를 갸웃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 정책에 분기탱천해 일어난 젊은 의사들이 지금까지 상황을 주도해 왔고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의협이 대전협의 의사를 묻는 것도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복지부는 입장을 번복했다고 유감을 표했고 즉각적인 업무명령개시로 수련병원에 실사조사를 나가는 한편 의료계 파업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지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에 전공의와 의대생들만이 반발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일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는 너무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시선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의 업무명령개시 소식을 접한 서울의대를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의대 교수들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의사 증원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고 정책 철회를 촉구한 상태다. 전공의들의 파업이라는 강경한 선택은 일부 젊은 의사들의 치기어린 선택이 아닌 정부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대전협은 누차 교수와 전임의 등 선배의사들에게 감사를 표한 바 있다. 복지부가 26일 공개한 잠정합의안 중에는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고 명시돼있다. 한 전공의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합의안 중 '모든 가능성'이라는 문구가 지금 상황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언급한 '가능성'은 의대정원 정책이 1시간짜리 영화로 가정했을 때 현재 상황이 30분이라면 향후 1분으로도 갈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나기 직전인 59분으로 갈수 있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대전협은 앞선 2차례의 집회와 여러 번의 성명서를 통해 '전면 재논의'는 파업철회 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정말 해당 정책이 필요하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정책 논의 시작단계에서 이유와 방법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미 정부가 짜 놓은 판 위에서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것보다 시작 단계에서 전향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의미다. 지난 7일 파업국면을 맞이한 이후 정부는 연일 압박카드를 내밀었고 잠시 동안의 대화분위기 이후 정부는 더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파업이 젊기 때문에 가운을 벗고 밖으로 나온 치기어린 선택이 아닌 의료계의 공감대를 등에 업은 파업이라면 정부가 이젠 압박이 아닌 양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의사 총파업 혼란 '귀'의 역할 충실할 때 2020-08-24 05:45:50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때론 사진은 어떠한 조작 없이도 거짓말을 한다. 사람들은 스틸컷을 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믿곤 한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식 처형(saigon execution)' 사진으로 1969년 퓰리처상 사건보도사진부문 수상을 한 AP통신 종군기자였던 에디 아담스(Eddie Adams)의 훗날 인터뷰 증언이다. 포승줄에 묶인채 끌려온 북베트남군(베트콩) 게릴라의 관자놀이를 향해 권총을 겨눈 남부베트남(사이공) 경찰국장,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의 순간을 담은 한 컷의 사진. 이렇게 전쟁의 참상을 잡아낸 비극적 사진 한 장은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고, 곧 반전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된다. 그런데, 뒤에 밝혀진 사실은 전혀 달랐다. 사진 속 처형을 당한 주인공은 수천명의 양민에 학살을 일삼던 악명높은 북베트남 장교였고, 정작 권총을 빼어든 남자는 남베트남군에 몇 안 되는 진정한 군인이자 시민 영웅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는 것. 1975년 사이공이 베트콩에 함락을 당한 이후, 사진 속 주인공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 왜곡된 진실 속에서 결국 눈감게 된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 발표 이후,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참여한 총파업 투쟁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코로나19 이차 대유행 우려 속에서, 공중파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요 이슈로 연일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덤이었다. 마스크를 쓴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온 의료진들의 사진 속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의협 주도로 지난 14일 진행된 의대증원 반대 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총 약 2만8000명의 전공의와 의대생, 개원의가 집결했다. 서울 여의도에만 약 1만명이 집결한 것으로 조사된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사전 휴진 신고 의원은 전국 3만3836곳 중 1만1025곳으로 휴진율은 32.6%였다. 그만큼 궐기대회 당일, 지역 일차의료기관을 찾았던 환자나 보호자들 또한 발길을 돌려야 하는 불편함이 생겨났고 진료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때문인지, 이번 의사파업 사태의 이유에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어느때보다 많다. 의료전문지에 일하는 기자의 가족이나 지인들도 종종 물어오곤 한다. 그럴때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처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 대답은 이렇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설 문제는, 단순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라고. 최근 영상컨텐츠 촬영차 만난 한 의대생의 얘기도 이해가 됐다. 의료 공급의 형평성을 놓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하자는 방법론에는 다들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다시말해, 의사가 일할 공공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인력의 머릿수만 늘린다고 해서 전체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전국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현 의대 재학생 가운데 약 23%는 향후 전공 진로로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공공의료 분야에 복무하는 선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이에 대한 보상, 의사로서의 능력개발에 제한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 선택에서는 배제된다는 결과에 씁쓸함을 남겼다. 공공의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강제로 찍어낼 것이 아니라, 복무환경을 개선해 의료인력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에 더 수긍이 가는 이유다. 저녁자리에서 만난 전임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공의대 학생들이 계속해서 해당 지역의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걱정도 없겠지만, 정부가 제안한 10년 의무복무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점과 설사 10년 의무복무를 한다고 한들 복역 후 선택할 수 있는 길에 제한이 없어 언제든 공공의료 분야를 버릴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의사들의 총파업 사태를 한 전문집단의 이해득실 이슈로 치부할 것인가'는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 경험의 몫이겠지만, 전체 국민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공공의료 정책의 본질은 왜곡시키지 말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감염병 대유행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입'보다 들어주는 '귀'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