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사하기 어려운 시대…자세한 설명이 출구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42)
메디칼타임즈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8-03-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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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42)

수술이나 시술을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의료분쟁이 많아지는 환경에서 종합병원은 수술동의서를 받을 때 주치의는 환자, 환자 보호자와 약속 시간을 정하고 만나서 10~20분 정도 설명을 한 후 반드시 녹화나 녹음을 할 수 있는 방에서 수술동의서를 받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수술 전에는 어떤 말을 다 해도 수술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다가 수술이 끝나면 언제 나한테 그런 설명을 했냐며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들이 미국에서 치아 교정을 하는 도중에 이를 6개나 뽑게 되었다. 시술 전 동의서를 받을 때 발치를 하다가 신경을 손상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발치 하겠느냐고 물어보고 사인을 받았다고 한다. 아들은 발치 후 3~4일은 밥도 못 먹고 끙끙 앓았다.

그때 별 생각이 머리에 다 들었다고 한다. 혹시 신경이 손상된 것은 아닌지, 염증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그제서야 수술동의서에 사인 한 것이 생각 났다고 한다. 신경손상이 됐다고 해도 이미 자신이 사인을 했기 때문에 책임은 이제 의사에게서 자신에게로 온 상황이었다.

비슷한 경우가 우리 병원에서도 종종 있다.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설명한다고 했는데, 수술 후 전혀 얘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의료진은 갑에서 을로 전락하게 된다.

"왜 수술 전에 유착이 심하면 개복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안 했습니까?"

-그 전에 개복을 하거나 수술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착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복강경 수술을 했는데 유착이 심해서 개복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이렇게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환자보호자는 이해를 하는데, 마치 의료진이 잘못한 것처럼, 절대 이해를 않고 깐깐하게 따지는 보호자가 있다.

"왜 수술 전에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을 안 했습니까?"

-똑같이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퇴원할 때가 지났는데도 계속 아프다거나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다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회복이 늦은 것이 마치 의료진의 잘못인 것처럼 따지는 환자나 보호자가 있다. 자신의 면역상태나 다른 곳의 염증이 동반돼 그럴 수도 있는데 의료진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왜 수술 전에 입원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을 안 했습니까?"

-요실금 수술 후 혈뇨가 나오는 경우 소변 줄을 더 끼우고 있어야 하는데 따지고, 화내고 의료진이 잘못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화를 내는 보호자가 있다.

"왜 수술 전에 수술하다가 수혈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안 했습니까?"

-제왕절개를 한 후 출혈이 심해서 갑자기 수혈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자궁수축이 안 오는 것과 수혈을 해야하는 이유가 의료진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고도 의사나 의료진은 환자의 불만을 다 들어주어야 하고,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큰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하는데도, 사정하듯이 부탁하고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을의 입장처럼 되는 경우, 아주 속이 상한다. 신뢰가 없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매우 불편하고 화가 난다.

되도록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설명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의료진의 잘못이 아니라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 중 1~2가지가 발생한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서 진료나 수술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다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런 것을 '방어진료'라고 한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인간관계가 더 각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떤 환자나 보호자도 의사의 행동을 믿어주지 않는 것 같다. 단순히 수술동의서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자궁근종이 있어서 자궁적출술이 필요하거나, 자궁내막에 용종이 있어서 용종제거를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는 데도 어떤 환자는 2~3개의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확인을 하고, 그 의사 중 단 한 명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설명한 의사 중 어떤 의사는 명의가 되고, 어떤 의사는 돌팔이나 부도덕한 의사가 되어 버린다. 의사의 의견이 다를 뿐이고 오진은 아닌데도 말이다.

최근 있었던 일인데, 누가 봐도 자궁내막에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크고, 명확한 용종이 있었다. 오늘 제거해도 되고, 다음 달 생리가 끝난 후 다시 초음파를 보고 제거해도 되는데 절대로 없어질 것 같지 않으니까 금식이 되었으면 간단하게 제거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며칠 후 보건소에서 실사가 나왔다. 어떤 환자가 다른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후 내가 오진을 했다고 고발 했다며 진료기록을 복사해 달라고 왔다. 산부인과 의사 생활을 27년 했는데, 그 분은 몇 년 안 되는 경력의 의사였다. 누가 봐도 용종이 확실한데, 그 의사는 자궁내막은 두꺼워져 있지만 애매하니까 생리가 끝난 후 다시 오라고 했다고 한다.

나도 생리가 끝난 후 다시 봐도 되지만 없어질 것 같지는 않으니까 오늘 수술해도 될 것 같다고 얘기 했고 나한테서 수술을 한 것도 아니고, 종합병원에서 확인을 한 것도 아니고, 장애가 생기거나 큰 후유증이 생긴 것도 아닌데 다른 의사가 다른 얘기를 했다고 나를 돌팔이, 오진의로 보건소에 고발을 한 것이다.

정말 그 날은 의사를 그만두고 싶은 날이었다. 그 환자를 상대로 무고죄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초음파 해상도가 매우 좋고, 절대 없어질 용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권했는데, 그것을 갖고 오진이라며, 고발까지 했다. 딱 한 군데 다른 산부인과 의사의 얘기를 듣고서 말이다.

심근경색이 있는 환자가 링거를 맞다가 사망하면 그 환자의 보호자는 링거 때문에 사망했다고 얘기를 하고 그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참으로 의사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자세하고 빠짐없는 설명만이 의사의 탈출구다. 신뢰가 있는 사회에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신뢰받는 의사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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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s308832
      2018.03.11 08:14:29 수정 | 삭제

      심근경색이 있는 환자가 링거를 맞다가 사망하면

      그 환자의 보호자는 링거 때문에 사망했다고 얘기를 하고 그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정말 딱 맞는 표현입니다.
      국가가 의사를 돈만 아는 도둑놈 취급을 하고
      국민들은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바닥을 파고 들어갔습니다.

      전문가로서 전혀 대접받지 못합니다. 차라리 레스토랑 쉐프가 더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회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풍조는 국가와 언론이 의사를 동반자가 아닌 적폐로 몰아세우는 한 나아지지 않을겁니다.
      정말 의사하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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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kgemma308826
      2018.03.10 14:58:35 수정 | 삭제

      따뜻한 의사

      원장님의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에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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